글
하지만 그도 건설자본이 돈을 대는 건설산업연구원을 나와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을 때는 새로운 포부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굳이 그동안 그의 활동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예상대로 국토교통위에서 활동했지만, 그다지 눈에 띄는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새누리당 대변인으로서 그의 활동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위 관련한 그의 입법 활동을 보면 세입자의 주거 편의를 도모하겠다는 취지의 법안을 몇 건 발의한 게 있지만, 현재 임대차시장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방안들과는 거리가 먼 법안들이다. 솔직히 내가 보기에는 이미지 세탁용 코스프레에 가까운 법안이었다. 정작 김수현 현 청와대 사회수석을 비롯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전문가들이 주장해온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과 같은 주장에는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는 부동산서비스업에 각종 지원을 해주는 내용을 포함한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법안을 발의하고, 인접한 여러 대지를 묶어 한 개 대지로 개발할 수 있는 건축협정 제도를 활성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아무래도 이런 법안들은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에 도움되는 법안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 동안 여러 이력이나 주장, 주변 상황을 감안할 때 그가 서민이나 주거 약자들을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온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그가 무한도전 출연 문제로 자유한국당의 당내 압박을 받고, 이번에 이낙연 총리 인준안에 소신 투표를 했다는 이유로 현 정부 지지자들의 칭송을 받고 있다. 이 정도에 이르면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그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알릴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순간의 한 단면만으로 김현아의원이 그동안 해왔던 발언과 활동이 모두 잊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기까지 고민이 없지 않았다. 부동산문제와 관련해 주로 그와 대척점에 선 주장을 해왔기에 그에 대한 나의 평가는 주관적일 수 있고 쓸 데 없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에 대해 사감이 있어서 이 글을 쓴 것은 아니다. 다만, 그는 이미 국회의원이라는 공인이고, 그 이전에도 오랫동안 상당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영향력을 발휘해온 사람이다. 더구나 극단적인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을 실시한 박근혜정부의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이었고, 오랫동안 건설 및 부동산, 주택대출 규제 완화를 옹호해왔던 사람으로서 국내 주택시장이 이 지경까지 온 데 일정한 책임이 없다고 보지 않는다. 그 과정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나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 어쨌거나 그는 무한도전 출연 논란과 이번 선택을 통해 많은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는 정치인이 됐다. 그리고 그 모습만 기억하는 상당수 대중의 눈에는 그가 ‘소신 있고, 개혁적인’ 정치인으로 비칠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그의 모습에만 매몰돼서 평가하지 말기를 바란다. 나는 기자와 연구자, 저자로서 활동하는 동안 이해관계에 오염된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고 일반 가계의 입장에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내 인생의 소명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해왔다. 이번 글도 그런 마음으로 썼다는 것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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