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이번 용산 참사를 통해 느끼고 있듯이 지금까지 도심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원주민들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주거의 질을 높이며, 공동체의 자족적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주택정책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과 정반대로 치달았습니다. 오히려 조합을 돈으로 구워삶아 온갖 명목으로 건축비를 부풀려 폭리를 취하는 건설사와 투기 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의 잔치였습니다. 건설사가 재개발사업지 한 곳에서만 수천억원의 폭리를 취하고, 투기꾼들이 개인당 수억원의 투기차익을 챙기는 동안 세입자들은 자신들 소유의 점포 시세의 4분의 1밖에 보상받지 못하는 부조리가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재개발 재건축 지구로 지정만 되면 땅값과 집값이 폭등해 가난한 세입자들은 변두리로, 변두리로 쫓겨나야 했습니다. (이에 대한 좀더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지난 글 ‘용산 참사와 전방위 불량국가, 대한민국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2407334을 참조해주십시오.

 

이 같은 문제점을 뻔히 보면서도 정부와 정치권은 건설업체들과 투기꾼들이 최대한 빨리 사업을 추진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등 법제를 마련했습니다. 심지어 도정법 등이 규정한 법절차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주민 동의를 조작하는 등 탈법과 불법이 횡행해도 행정기관은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사실상 폭력배나 다름없는 용역철거업체들의 폭력과 온갖 행패에도 눈 감았습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바로잡겠다고 서울시가 나서고, 나름대로 이 분야 전문가라는 분들도 도정법을 어떻게 고쳐야 한다는 둥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의 폭리와 투기 수익을 양산하는 지금의 도심 재개발 체계를 그대로 두고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습니다. 현행 재개발 재건축 제도는 공공이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정한 구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면 민간이 조합을 결성해 재개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개발이익이 생겨나므로 조합이 시행사 역할을 맡아 시공사를 선정해 공동주택 건립 사업을 추진토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조합은 폭리를 노리는 건설사들의 돈과 로비에 휘둘리거나 결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철거업체 선정과정과 주민 동의 과정에서 폭력과 비리가 횡행합니다. 이 같은 막대한 폭리를 건설업자와 개발업자, 투기꾼들이 가져가도록 만드는 제도적 틀을 가지고서는 각종 비리와 폭력, 주변 땅값 및 집값 폭등, 조합원의 높은 분담금, 낮은 원주민 재정착률, 획일적인 아파트 일변도의 주택 공급, 시장 수요와 무관한 중대형 평형 위주의 공급, 공동체의 해체와 같은 각종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길이 없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막대한 개발이익을 공공이 흡수해 집값을 낮추고 충분한 도시기반 인프라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환원해야 합니다. 현행 제도 아래서는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생겨나는 막대한 개발이익은 땅주인, 거주자, 개발 대행기관(토공, 주공, 각 지방도시개발공사 등), 시행사, 설계사, 시공사, 투기세력 등에 의해 배분되고 있습니다. 주택 공급 과정에서 생겨나는 막대한 개발이익이라는 갈비를 여러 세력들이 돌아가며 뜯어먹어, 결국 수혜자가 돼야 할 서민들은 앙상한 뼈다귀만 핥게 되는 꼴입니다. 그러면 이런 개발이익을 공공이 최대한 흡수해 그것을 저렴한 장기임대나 공공분양 아파트로 공급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흡수하느냐고요? 현재 분양가 가운데 택지비가 보통 30~50% 가량 차지하고, 직간접공사비가 40~50%정도로 두 가지가 거의 90%를 차지합니다. 우선, 택지비를 봅시다. 지금은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투기세력이 뛰어들어 땅값을 띄워 놓은 다음 감정평가를 통해 토지 보상을 하므로 개발이익이 땅주인과 거주자, 투기꾼들에게 돌아갑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정부가 개발 계획을 사전에 세워두고 사전 매입 후 개발에 들어가는 식으로 하면 보상비를 얼마든지 아낄 수 있습니다. 부지 확보까지만 정부가 하고 이후 주택 공급과정은 이를 통합해서 관리할 CM(Construction Management)회사나 컨소시엄을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해 사업을 맡깁니다. 따라서 택지 조성도 토공이나 주공이 하지 않고 CM회사가 가격 경쟁을 통해 선정한 민간 토목업체가 합니다. CM이 경쟁입찰을 붙여 시공사를 선정하면 실제 건축비도 절반 이하로 낮아질 것입니다. 공기도 현재 26~30개월 정도인데 20개월 정도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지금의 분양가보다 절반 아래로 훨씬 빨리 공급할 수 있습니다. 부실시공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을 묻고 통제하면 방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공공주택을 비롯한 공공건설사업은 이른 전문 CM이나 PM(Project Manager)들을 통해 얼마든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홍준표의 토지임대부 주택 같은 사기적인 ‘반값아파트’가 아니라 진짜 ‘반값 아파트’ 얼마든지 실현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현재 상태에서는 안 됩니다. 지금 국내에서는 CM이 책임감리와 비슷한 역할 정도만 하게 하고 있는데요. CM이 건설공사 전반을 관리하되 공사 전반에 대해 책임지게 하는 ‘CM at full risk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또 토지보상, 감정평가, 감리제도, 금융기관 공사보증 제도, 하도급 구조, 건설업역 제도 등 건설산업 제도 전반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대단히 많은 작업이 필요하지만 집권세력의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재개발 재건축 사업뿐만 아니라 후진적 건설산업 전반에서 일어나는 부정적 효과를 생각하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일 가치 또한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모든 권력기관과 관련 정부부처를 동원해 ‘방송장악’에 기울이는 정도의 노력만 기울인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이런 사기적 분양가의 거품을 뺄 의지도 없지만,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 대신 자신들 멋대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도시 기반시설 과부하에 대한 고려는 아랑곳없이 용적률을 올리는 등 투기 거품을 부추기는데 혈안이 돼 있으니까요.

 

제 생각을 정리하자면,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공공이 흡수해 진정한 의미의 ‘반값아파트’를 공급하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서민주거안정은 물론이고, 앞서 언급한 많은 문제들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듯이 주공이나 SH공사 같은 건설공기업들의 역할을 키우자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제시하는 방법대로라면 지금 같은 방대한 구조의 토공, 주공이나 SH공사 같은 지방공기업도 필요 없습니다. 토공, 주공은 정부의 기획에 따라 토지를 매입하고 CM사 선정해서 정부 계약을 대행하고 계약 이행을 점검하면 됩니다. 또 향후 장기 임대주택이 늘어나면 임대주택 관리 업무 부문을 키우면 됩니다. 이처럼 공기업 개혁이라고 하면 변화하는 환경에 걸맞은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 주체로서 공기업의 역할과 기능을 점검해 재조정하는 게 우선입니다. 거기에 맞게 조직을 Redesign하고 Restructuring, Reengineering해야 합니다.

 

(옆으로 새는 이야기입니다만, 이런 것은 전혀 없고, 그저 무식하게 Downsizing 개념밖에 모르는 게 이 정부입니다. 오히려 지금 이명박 정부는 경기부양이라는 명목 아래 온갖 불필요한 건설토목사업을 벌이며 폐지, 축소, 또는 역할 전환이 필요한 토공, 주공, 수공, 농업기반공사 등 온갖 개발시대의 건설공기업들의 일감을 늘리고 있습니다. 진정한 정부 개혁은 단순히 조직을 오렸다 붙였다 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 상황에 맞게 정부의 역할과 역량 배분을 재조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은 정부니 큰 정부니 하는 양적 논의는 매우 무식한 접근법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단순히 ‘작은 정부’라는 것도 시대착오적 개념인데, 이런 것을 보면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가 내세우는 ‘작은 정부’라는 목표조차 실현할 능력이 없는 엉터리정부입니다. 그러니 국민들이 도대체 왜 하는지 이해도 못하는 강바닥 정비와 경인운하 같은 사업에 수십조원을 쏟아붓는 한편 애꿎은 각종 복지지출이나 삭감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흐름을 볼 때 현 정부가 호기롭게 추진하겠다고 했던 토공, 주공 통폐합도 ‘할 일이 많다’는 핑계를 대며 없던 일로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설사 통폐합된다 한들 정부의 엉터리 정책 사업들을 계속 받쳐주는 도구일뿐이라면 그게 어떤 큰 의미가 있을까요?

 

그런데 이 정부가 공기업 개혁과 관련해 외치는 구호는 온통 통폐합 아니면 민영화밖에 없으니 정말 한심할 따름입니다. 선진국의 정부 개혁이 궁극적으로 경쟁 체제 도입을 통해 국민 전체의 후생 수준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공기업의 영역을 줄이거나, 공공독과점 구조를 민영 독과점 구조로 바꿔 재벌기업의 사업 기회를 키워주는 것을 공기업 개혁으로 여기고 있으니 한숨밖에 안 나옵니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에 대한 개념부터가 엉망인데 무슨 일을 제대로 하겠습니까?)

 

위에서 봤듯이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정책 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최적의 방법을 찾는다면 얼마든지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폐해를 없앨 수 있습니다. 또한 저렴하고 질 좋은 아파트를 도심에 대량으로 공급해 원주민들이 떠나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제도적 틀 안에서 지지고 볶고 해봐야 근본적 해법은 나오기 어렵습니다. 70년대 당시의 법적, 제도적 틀로는 더 이상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기존의 틀 안에 답이 없는데 아무리 기존의 틀을 지지고 볶고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지금 같은 경우가 바로 상자 밖에서 생각해야 답이 나오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현 정권은 이 같은 근본적 해법을 생각도 못하겠지만, 생각한다고 해봐야 실행할 의지도 없을 것입니다. 이번 사태조차도 단순한 우발적 사고로 처리하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제물로 해 어물쩍 넘어갈 태세인 것 같으니까요. 결국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실현할 세력을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 연구소는 그 과업을 실현하는 밑거름이 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 29. 09:34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용산 참화에서 운명을 달리한 고인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또 부상당한 분들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어제부터 용산 참화 소식을 들으면서 울적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과연 제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지, 한국 사회가 어떤 길로 치닫고 있는 것인지 우려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민주화 이전 시대부터 익숙하게 보아오던 장면들이 조금의 개선도 없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이 기막힌 현실말입니다. 한국 대도시의 폭력적인 재개발 재건축 과정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과정이 소위 민주화 이후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면 집값이 폭등하고, 이 같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갈 돈이 없습니다. 재개발, 재건축과 관련해 재개발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공무원, 철거업체 등이 연계된 비리는 끝도 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각종 이권을 통해 비리가 양산되고 시공사와 철거업체는 폭리를 취하고, 투기꾼들은 투기차익을 얻습니다. 뒤에 남은 것은 터전을 잃고 갈 곳을 잃은 ‘악에 받친 원주민들’입니다.

 

지금까지 도심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원주민들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주거의 질을 높이며, 공동체의 자족적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주택정책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과 정반대로 치달았습니다. 오히려 조합을 돈으로 구워삶아 온갖 명목으로 건축비를 부풀려 폭리를 취하는 건설사와 투기 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의 잔치였습니다. 건설사가 재개발사업지 한 곳에서만 수천억원의 폭리를 취하고, 투기꾼들이 개인당 수억원의 투기차익을 챙기는 동안 세입자들은 자신들 소유의 점포 시세의 4분의 1밖에 보상받지 못하는 부조리가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재개발 재건축 지구로 지정만 되면 땅값과 집값이 폭등해 가난한 세입자들은 변두리로, 변두리로 쫓겨나야 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뻔히 보면서도 정부와 정치권은 건설업체들과 투기꾼들이 최대한 빨리 사업을 추진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등 법제를 마련했습니다. 심지어 도정법 등이 규정한 법절차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주민 동의를 조작하는 등 탈법과 불법이 횡행해도 행정기관은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사실상 폭력배나 다름없는 용역철거업체들의 폭력과 온갖 행패에도 눈 감았습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는커녕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노후도 요건 등을 완화해 재개발사업을 쉽고, 광역화할 수 있는 뉴타운사업을 대규모로 벌였습니다. ‘강남북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속내는 ‘강북 집값도 올려주겠다’며 강북 주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명박은 뉴타운의 동시 재지정으로 가옥 철거 시기가 집중될 경우 서민 주거난이 심화할 것으로 뻔히 예상되는데도 자신의 임기 동안 무려 33개의 뉴타운을 지정했습니다. 서울시 시가지 전체 면적의 약 15%에 이르는 광대한 면적입니다. 뉴타운이 그동안 강남 집값 상승에 주눅들어있던 강북 주민들의 투기 심리에 불을 지르자,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나서서 소위 ‘뉴타운법’까지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서민들은 어떻게 되든 정부와 정치권이 자신들의 권력욕을 채우고, 가진자에게 유리한 법제를 줄기차게 만들어 밀어붙여온 것이 재개발 재건축의 역사입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5공식 강압통치로 신음하는 서민들의 아우성을 틀어막고 있습니다. 자신이 멀쩡하게 장사하던 점포에서 턱없이 부족한 보상비를 받고 쫓겨나야 하는데 대해 항의하는 세입자는 ‘떼법’을 쓴다고 무지막지하게 두들겨팼습니다.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일어나는 조합과 건설사간, 공무원간의 뇌물 수수 등 온갖 부정부패와 용역철거 과정의 폭력에는 눈감은 채 말입니다. 도대체 이런 것들은 법질서에 위배되지 않고, 구조적으로 잘못된 게임의 룰에 의해 일방적으로 당하는 세입자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쓴 폭력만 위법이란 말입니까? 기득권 구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현 정부의 법 집행이야말로 실질적 민주주의에 대한 침해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에 대한 모욕입니다. 그리고 21세기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국민 모두에 대한 모욕입니다.

 

하지만 이번 용산 참화는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의 한 단면일뿐입니다. 한국 사회는 겉으로 많이 변한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공고화와 공정한 게임 규칙의 확립이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아니 현 정부에서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습니다. 재개발 재건축 과정만 하더라도 제가 시골에서 상경해 대학에 입학하던 20년 전과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당시에도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가 폭등해 집 없는 서민들이 서러움에 자살했습니다. 또 많은 이들이 무리한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용역 깡패의 폭력에 희생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반발하며 철거에 저항하는 원주민들에게는 공권력이 거침없는 ‘진압’에 나섰습니다.

 

80년대 민주화 투쟁 이후 많은 국민들은 한국의 장래에 대해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느리지만 정치적 민주화도 진전됐고, 97년에는 소위 정권 교체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민주화만 되면 우리 사회를 더럽혀온 부패와 부조리가 일소되고 서민들이 고통받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어떤가요? 한편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극심해지고 있고, 공동체의 유대는 깨지고 있으며 각 개개인의 삶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불공정한 게임의 룰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만성 불안과 불공정은 외환위기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급기야 현 정권 들어서는 기득권의, 기득권에 의한, 기득권을 위한 ‘상위 1% 국가’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조금만 살펴봐도 양적인 경제 성장과는 동떨어지는 온갖 악성 지표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비정규직 비율 55%, 자살율 급증, 저출산율 및 고령화 속도 세계 1위,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 세계 최상위권, 세계 최고의 산업재해율과 세계 최장 노동시간, 소득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주택가격, 경제력 대비 지나치게 높은 생활물가 수준,공공도서관 수 OECD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 사회복지 등 사회지출 비용 OECD국가 3분의 1수준, GDP 대비 교육재정 투자 세계경제포럼 조사 대상국 127개국 가운데 71위 등등 조금만 훑어봐도 정말 서민들이 제대로 살기 어려운 경제 및 사회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전방위적인 불량국가이자, 엽기적인 나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12위 경제대국임을 내세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국민들 삶의 질은 이렇게 형편 없이 저질인데 말입니다. 이같은 문제들을 개선할 생각은 없이 현 정부는 국민들을 호구로 아는지 주식 투자를 권하고, 무너져가는 집값 거품과 건설업체 부양에만 올인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입니까? 당장 도탄에 빠져 있는 국민들은 외면하면서, 온갖 핑계를 대며 건설업체들 배불리는 건설토목사업 만들어내기에 바쁜 이명박은 ‘건설족의 수괴’일뿐이고 ‘삽질경제학’의 태두일 뿐이란 말입니까?

 

한국 사회는 지금같은 방식으로는 절대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 아들딸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마음껏 키우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없습니다. 불과 수십평짜리 아파트를 10억, 20억씩 불러가며 돈 지랄을 하면 할수록 건강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는 멀어집니다. 국제사회에서 품위 있고 수준높은 문화선진국으로 대접받을 수 없습니다.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 경제와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이해하고, 모두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공정한 게임의 룰을 확립해야 합니다. 급격하게 변화한 국내외 경제환경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 경제, 사회 패러다임을 확립해야 합니다.

 

고개를 돌려 미국을 보면 어떤 위기 속에 있더라도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회라는 점에서 부러움이 생깁니다.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연설의 일부를 한 번 봅시다. (제가 시간이 없어 한 신문사가 옮긴 번역요약본을 사용합니다.)

 

“우리가 위기의 중간에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는 폭력과 증오의 네트워크와 전쟁 중입니다. 우리 경제는 아주 약해졌습니다. 이는 부분적으로 탐욕과 무책임 때문입니다. 또한 힘든 선택을 하는 데 총체적으로 실패하고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집들은 없어졌고 일자리는 사라졌으며 기업들은 문을 닫았습니다. 우리 의료시스템은 너무나 비쌉니다. 우리 학교는 너무나 많은 이들을 좌절시킵니다. 날이 갈수록 우리가 에너지를 쓰는 방식은 우리의 적들을 강하게 하고 우리 행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데이터와 통계에 속하는 위기의 징후들입니다. 좀 더 계량화되기 어렵지만 심오한 것은 우리 땅을 지배하는 신뢰의 상실입니다. 미국의 하강이 불가피하다는 것, 다음 세대는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사라지지 않는 공포 말입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께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실제라는 사실을 말합니다. 이것들은 심각하고 다양합니다. 쉽게 대처하거나 단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미국은 늘 문제를 해결해왔다는 것을 말입니다.

 

오늘 우리는 공포를 누르고 희망을 선택하고자, 갈등과 불화를 이기고 화합을 이루고자 모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위대함을 재확인하기 위해서는 위대함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해합니다.

 

오늘을 시점으로 우리는 주저앉았던 우리 자신을 일으켜 세워, 먼지를 털고 미국을 재건(remaking)하는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현재 미국 사회가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역량 결집을 호소하는 새 미국 대통령의 비전과 리더십에 부러움을 느낄 뿐입니다. 그런데 지극히 안타까운 것은 지금 한국의 집권 세력은 그럴만한 비전을 갖추기는커녕 시대착오적인 세력이라는 점입니다. 정치적으로는 5공식 공안통치와 권위주의적 일방 강압정치, 경제적으로는 건설토목사업 위주의 개발연대식 성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현 집권세력을 중심으로 기득권 언론과 재벌 및 건설업체들이 똘똘 뭉쳐 그렇지 않아도 힘든 서민들의 희생을 더욱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사회의 당면 과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전문적 역량과 도덕성을 겸비한 정치세력은 없습니다. 서민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지식정보화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준비할 세력이 없습니다. 그저 존재감과 정체성마저 희미한 민주당과 소수 정당밖에 없습니다. 

 

희망이 없다면 우리 스스로가 희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득권 중심의 불공정한 게임의 룰이 적용되는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우리 연구소가 그 같은 건전한 세력이 자라나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정책과 정보 발신력을 갖고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각계에서 많은 분들로부터 그 실력을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연구소는 관료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부 산하 연구소나 재벌들 눈치보는 재벌계 연구소와 다릅니다. 일반 서민과 국민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일구는데 기여하고 사회의 정책 품질을 높이려 하는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저희 연구소의 컨텐츠를 중심으로 치우침이 없으면서도 많은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수준높은 미디어를 구현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금력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맞서 제 권리와 목소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정보를 생산, 발신하고 목소리를 높이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런 작업은 저희 혼자서 할 수 없습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한 사람이 꾸는 꿈은 몽상이지만, 만인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많은 이들이 저희와 함께 꿈을 꾸며 건강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 21. 15:41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지난해 4.9총선 과정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동작·사당 지역을 4차 뉴타운으로 만들자는 데 흔쾌히 동의했다"고 허위사실을 퍼뜨린 불구속 기소됐다고 한다. 정의원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계기로 정의원이 당시 뉴타운과 관련해 내뱉었던 엉터리 논리들이 새삼스레 기억에 떠올랐다. 정 최고위원은 총선 직전 오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건강한 수요가 있다면 공급을 해 주는 것이 시장논리"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총선이 끝난 뒤 오시장이 ‘당분간 뉴타운 추가지정을 하지 않겠다’고 해 ‘뉴타운 공약(空約)’ 논란이 거세게 일자 정의원은 “집값이든, 물건값이든 오르면 해결 방법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뉴타운을 안 한다면 직무유기”라고 오시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정 의원의 이 같은 논리는 한 마디로 유치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정의원의 인식 수준이 상당수 정치인들(상당수의 저질 언론인들과 경제학자들까지 포함해)의 인식 수준(그것이 정말 무식해서 그렇든, 이해관계에 젖어 자연스레 왜곡된 인식이 생긴 때문이든)을 대표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의원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정의원이 대변하는 '폭넓게 퍼진 몰상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된다. 구체적으로 한 번 따져보자.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는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장기적이고 총량적인 측면에서 볼 때 수급 구조가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은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상식이다.

 

그러나 투기 심리가 한껏 부풀어 시기의 부동산시장 문제를 중학교 수준의 경제학만으로 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택은 공장에서 버튼만 누르면 바로바로 찍어낼 수 있는 통조림이 아니다. 대부분의 시장 재화는 시장의 시그널을 받아 공급이 이뤄지기까지 시간지체(time lag)가 발생하는데, 주택의 경우는 그 정도가 매우 심하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경우 시공기간만 2~3년씩 걸린다. 지금 수도권에 미분양 물량이 넘쳐나는데도 건설업체들이 올해만 10만여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게 되는 것도 이미 수 년 전에 분양해 올해 공급이 이뤄지는 물량들 때문이다. 또 주택이라는 재화는 공간적, 환경적으로 공급이 극도로 제약되는 특성을 지닌다. 서울 강남에 집이 부족하다고 해서 도시 기반시설의 부하를 넘어 강남 아파트를 50, 60층씩 마구잡이로 빽빽이 지어댈 순 없다. 또 지방에 미분양 물량이 넘친다고 해서 강남으로 갖고 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반면 몇 년 전까지 청약대란이 일었던 수도권의 상당수 신도시 아파트들에는 지금 불 꺼진 집들이 수두룩하다.

 

반면 수요는 어떤가. 투기 심리가 팽배할 때는 전국에서 몰려드는 게 수요다. 지난해 초 집값이 들썩이는 강북의 경우에도 강남 등 타 지역 주민들이 거래한 물건이 태반이었다. 몇 년 전 판교신도시에 몰려드는 투기 수요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투기 수요를 막지 않고 국지적으로 물량공급 계획을 세운다고 당장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건교부 관료들에게 포획돼 헤어나지 못했던 지난 정권이 신도시를 건설해 주택공급물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할 때마다 왜 집값이 더 뛰었는지를 생각해보라.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100%를 넘지는 않았다. 따라서 꾸준히 질서정연하게 공급을 계속해야 하는 것은 맞다. 재개발, 재건축 수요 등을 감안할 때 미국, 일본 등 선진국도 주택 보급률이 110~120%에 이를 때까지는 꾸준히 주택공급을 늘렸다. 하지만 공급한 주택이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나 기획부동산과 같은 투기세력에게 돌아가 집값 거품을 키운다면 서민들의 주거 상황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뉴타운 지역에 몰려드는 수요는 실수요보다는 투자수요 또는 투기수요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아는 얘기다.

 

더구나 뉴타운 사업은 주택 공급이 아닌 주거 공급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효과가 부정적인 사업이다. 뉴타운 사업은 신도시 개발과 같이 새로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 아니라 기반시설이 부족하거나 노후 주택이 밀집한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소유권을 기준으로 한 주택공급 호수는 상당히 늘어나지만 실제 수용할 수 있는 가구수는 종전에 비해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뉴타운 사업 과정에서 서민들이 주로 사는 다가구 주택과 소형 주택이 줄고 중대형 평수 위주의 아파트들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길뉴타운과 휘경-이문 뉴타운 지역의 경우 주택 호수는 4만5803호에서 7만5428호로 늘어난다. 하지만 실제로 그 지역에 거주하게 될 가구수는 8만5765가구에서 7만5428가구로 12%가량 줄어든다. 이는 뉴타운 지역에서 줄어든 가구수를 다른 지역에 채워넣어야 한다는 의미다. 뉴타운 두 곳만 해도 이런데, 이를 전체 35개 뉴타운 지역으로 확대해보면 이 같은 주택 수요 창출 효과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짐작할 만하다. 뉴타운 사업은 공급을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주택 및 전세 수요만 계속 늘리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몽준 의원의 수급논리에 따른다면 뉴타운은 추가 지정을 할 게 아니라 기존 사업도 취소해야 할 판이다.

 

이처럼 뉴타운 사업에 대한 정치인의 주장에는 허점이 많다. 많은 정치인이 뉴타운 사업을 단순히 주택공급 확대나 지역개발 촉진사업 정도로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주택이 사라지고, 어떤 사람들이 쫓겨나며,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피해를 보는지엔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는 뉴타운 사업 추진이 자신이 표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인지 말 것인지로만 판단한다. 그러는 가운데 집값은 뛰고, 서민들은 쫓겨나며 건설사들은 폭리를 챙기고 투기꾼들은 투기차익으로 희희낙락한다. 이 모든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뉴타운 바람으로 당선된 정치인들은 이 같은 뉴타운의 부조리를 확대재생산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빠르게 붕괴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도.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 20. 10:37



YTN 보도국의 현직기자가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의 '언론개혁'란에  YTN에 공권력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우려의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김기자는 "저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국가라고 생각했는데, 기자들이 대거 목이 잘리고 사법처리되는 대체 지금 이 상황은 뭐죠?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라고 개탄하고 있네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MBC노조와 YTN노조, 그리고 KBS의 사원행동 등 이 땅에서 공정한 언론을 구현하려는 언론노조 관계자 및 해고된 언론인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어린달님입니다.

 

  저희 YTN의 낙하산 반대 투쟁이 180일을 넘었습니다. 이제 정말 중대 고비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 방송통신위원회에서 YTN의 재승인을 '노사문제'로 보류한 이후로 , 또 저희가 매일 아침 벌이고

있는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집회가 법원에서 가처분 금지신청을 당한 이후로 이래저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처분으로 실제 출근 저지를 할 수는 없었고 (할 경우에 노조에 건당 천만 원,

개인은 백만 원씩을 변상하라는 처분이 내려졌죠.) 구본홍 물러가라는 구호만 외칠 수 있었습니다.

 

  막상 정부에서 재승인 문제를 가지고 직접 협박에 나서니, 당연히 저희도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파업을 한 적도, 단 일분 일초도 방송을 멈춘 적도 없는데 심의 요건에도 없는 노사문제라는 걸 빌미로

재승인 보류를 하겠다고 하니 정말 회사 문닫게 하려는 거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구성원들을 엄습했고,

계속 공격적인 투쟁만 하는 게 옳냐는 의견도 많이 나와서 노조는 '보도국장 선거'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어쨌거나, 회사가 없어지면 모두 다 무용지물이니까요.

 

  지금까지는 보도국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직무대행이 보도국을 운영하고 있었고, 보도국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직무대행을 인정하지 않아 사실상 컨트롤이 안되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보도국장 선거를 하고 보도국

구성원이 뽑은 보도국장이 사측과 노측 사이에서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만들어보자는

거였습니다. 사장 인사명령도 뭐도 다 거부하고 있지만 국장이 가운데에서 인사 거부등을 재명령해서

노조원들은 이를 따라주고 완충지대가 되어주면 노사 양측은 일단 휴전할 수 있다는 거죠.

 다만 노조는 이렇게 되려면 '민의를 따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YTN의 보도국장 선거는 직선제와 임명제를 절충한 형식입니다. 후보중 1,2,3등이 표수로 결정되면, 사장은

이 중 한명을 보도국장으로 임명할 권한을 갖습니다. 보도국 구성원들은 1,2,3 등 안에 누가 들었는지는 알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표를 누가 얻었는지 등수는 알 수 없습니다. 노조위원장과 개표위원만이

알지만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다는 게 단서입니다. 그래서 '민의를 따르라'는 단서를 붙였던 거구요.

 

  하여튼, 사측은 이래 저래 튕기다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네 명이 출마해 선거가 진행됐습니다.

 

  김 모 , 정 모, 강 모씨 간부가 최종 순위 안에 들었고.  사장은 정 모씨를 보도국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김 모는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몇 안되는 간부입니다.

정 모 강 모는 사장측 인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그리고 원칙을 어긴다는 비난을 감수하고 '민의'를 공개했습니다.

2등, 3등, 4등의 표를 모두 합쳐도 김 모 부장이 얻은 표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고요. 김 모씨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사장은 거의 지지도 얻지 못한 인물을 보도국장으로 임명한 셈입니다.

 

  대체 이럴거면 뭐하려고 보도국장 선거 했는지, 노조는 사장이 '민의 반영'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어겼다고 비난하고, 사장은 '일이삼등 중에 한명 뽑았으니 민의 반영한거다'라고 합니다. 뭐, 원칙상으로

4 등을 뽑은 건 아니니까 그런가요?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사람을 임명했더라면 정말 노사는 일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을 지 모릅니다.

그런 뻔히 보이는 쉬운 길을 두고 많은 보도국 구성원들의 반발을 불러올 걸 알면서도 이렇게 하는 이유는

뭘까요?  게다가 재승인 재심사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데... 저는 이 정권이 YTN을 문닫게 하려는 게

아닐까, 낙하산 사장은 '먹튀' 전략을 쓰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노조 집행부는 금요일 저녁부터 사장실 점거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사측은 오늘 낮 12시까지 농성을

풀라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고요. 가처분 신청까지 받아들여진 바 있으니 공권력 투입은 예정된 수순입니다.

사장실 점거가 합법적인 행동이라고는 강변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사측과 이 정권은 결국 기자들에게

'벼랑끝 전술'을 택하라고만 강요하고 있습니다.  공권력이 투입되면 노조 집행부중 일부는 구속될

것으로 저희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권력 투입 시점은 오늘 밤 아니면 내일 새벽으로 보는데 어떨 지

모르겠습니다.

 

  새로 임명되는 경찰청장도 YTN 사태를 충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KBS 사원행동 소속 기자 3명은 해임되고 파면됐습니다. 파면되면 더 힘듭니다. 해임은 퇴직금이라도 받지만 파면은 아예 못받거나 반만 받는다고 합니다.

 

  MBC는 다음 달에 미디어법 통과시켜서 민영화하려고 하겠죠.

 

  저도 어린 딸 둔 애엄마인데, 정말 사법처리되어도 괜찮은지 앞에 나설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있습니다.

이상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국가라고 생각했는데, 기자들이 대거 목이 잘리고

사법처리되는 대체 지금 이 상황은 뭐죠?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

 

by 선대인 2009. 1. 18. 21:48
지난해 5월 출범한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는 지난 15일 그간 활동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 내용에 대한 프레시안의 16일 관련 기사 “뉴타운 태어나지 말았어야”의 내용을 짧게 살펴보자.



자문위가 발표한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종합점검 및 보완발전방안'을 살펴보면 그간 주먹구구식으로 뉴타운사업의 문제를 숨기려했던 자료들에 비해 진일보한 내용이 담겼음을 확인할 수 있다. 주거관련 시민단체에서 끊임없이 지적해 온 뉴타운 사업의 폐해가 실증적으로 잘 반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방식의 주택사업이 중단 없이 추진될 경우 오는 2010년이 되면 주택 멸실(滅失)량은 13만6346호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으로 새로 공급되는 주택수는 6만7134호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 절반이 사라져버린다는 얘기다. "싸고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해 강북을 업그레이드하겠다"던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호언과는 달리 이처럼 주택 공급이 오히려 크게 줄어드는 까닭은 뉴타운사업으로 공급되는 주택 대부분이 대형주택이기 때문이다. (중략)


실제 보고서를 보면 세입자는 말할 것도 없고 재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했을 조합원마저 뉴타운에 재정착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정비사업 전 평균주택가격은 3억9000만 원이었으나 정비사업이 끝나면 5억40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거주가구 평균소득은 사업 전 207만 원에서 사업이 완료된 후 653만 원으로 세 배가량 뛰었다.



사실 이 같은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은 그동안 이미 많이 거론됐던 문제다. 심지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뉴타운 사업에 착수할 당시부터 이 같은 문제점은 예상됐다. 그런데도 왜 이처럼 부동산 투기 거품을 조장하고 많은 서민들이 자신들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사업이 시작됐을까?


뉴타운 사업은 치밀한 도시계획 및 엄밀한 주거정책의 산물이라기보다는 강북 주민의 표심(票心)을 얻기 위한 정치적 계산에서 탄생했다. ‘강북뉴타운 건설’은 청계천 복원사업과 더불어 이명박 대통력이 서울시장 취임 초부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핵심사업이었다.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강북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을 사업 취지로 내세웠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역 발전에 목마른 강북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표 계산이 있었다.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보이는 실적’으로 승부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은 서울시장 재임 동안 뉴타운 사업에도 적용됐다. 일부 소외 지역을 번듯한 주택단지로 바꿔놓을 경우 ‘전시효과’를 통해 다른 지역 주민들의 표심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 때문에 뉴타운 사업은 청계천 복원 사업과 더불어 현대건설 CEO 출신인 이 대통령이 시장 재임 초기부터 강력한 승부수를 던진 사업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02년 10월 은평, 길음, 왕십리 3개 지구를 시범 뉴타운 지구로 지정했다. 이 대통령의 시장 취임 불과 4개월 만이었다. 이들 3개 시범지구에 투입한 시 재정만 1500억원가량에 달한다. 특히 이 가운데 은평뉴타운 지역은 이 대통령이 뉴타운 사업의 ‘모델 케이스’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인 지역이다. 이 지역은 낡은 주거지역을 재정비해야 하는 다른 뉴타운 지역과 달리 그린벨트 해제 지역 등을 개발하는 것이어서 사업 속도를 높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 대통령은, 다른 뉴타운과 달리 은평뉴타운을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공사를 통해 공영 개발했다.


은평뉴타운 사업의 임기 내 가시화를 목표로 하다 보니 무리수가 뒤따랐다. 사업을 서두르면서 과다한 토지 보상비를 지급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고, 은평뉴타운의 입찰 방식으로 아파트에는 적용된 사례가 없던 턴키 방식을 택한 것도 문제가 됐다.


턴키 방식은 외국에서 공장 등 유형화한 건축물을 반복 설계 없이 빠른 시일 안에 시공, 납품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기술 및 설계의 창의성을 활용하고 공기를 단축한다는 취지로 시행돼왔다. 문제는 이 방식이 높은 설계비용 때문에 사실상 상위 6대 건설업체들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가격 경쟁입찰 방식에 비해 20~30% 이상 많은 사업비가 든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턴키 방식은 주로 지하철이나 터널공사, 장대(長大) 교량 등의 공사에 적용됐을 뿐 아파트 시공에는 도입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 은평뉴타운에 턴키 방식 적용을 고집한 것은 왜일까. 우선 공기 단축이 이유로 지적된다. 턴키 방식은 기본설계를 확정한 다음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다른 입찰 방식과 달리 설계와 시공을 한꺼번에 입찰에 부치기 때문에 공기가 단축된다. 4년 임기 내 사업 가시화를 바란 이 대통령으로서는 눈여겨볼 대목이었다. 또한 주거환경 개선 효과를 ‘전시’할 목적으로 고급 브랜드 아파트 업체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일반 경쟁입찰 방식의 경우 삼성, 현대 등 고급 아파트 브랜드 업체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이명박 시장이 고가 브랜드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턴키로 가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범 뉴타운이 확정되자마자 뉴타운은 또 한번 정치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각 지역의 민원이 빗발치기 시작한 것. 주민들의 욕구를 대변해 각 구청장과 시의원들을 중심으로 뉴타운 추가 지정 요구가 쏟아졌다. 서울시장실 주변은 뉴타운 사업과 관련한 구청장 등 면담자들과 지역 민원인들로 붐볐다.


이때부터 이 대통령도 떠밀려 갈 수밖에 없었다. 당초 3~5곳만 지정하려 했던 뉴타운지구가 결국 12곳까지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우리 지역도 열악한데 왜 어떤 지역은 해주고, 우리는 안 해주느냐”는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웠던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이 대통령은 뉴타운지구와 균형발전촉진지구 지정 기준의 하나로 ‘권역별 형평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모든 지역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으니 권역별로 안배하겠다는 뜻.


하지만 뉴타운 사업 지정만으로 집값이 껑충 뛰는 현실을 목도한 다른 지역 주민들이 잠자코 있을 리 없었다. 대권 도전을 앞두고 표를 염두에 둔 이 대통령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요구였다. 이렇게 해서 서울시는 2003년 2차 뉴타운 12곳과 시범 균형발전촉진지구(이하 균촉지구) 5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이후 사업 대상지가 확대되고 추가 지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계속됨에 따라 서울시는 2005년 6월 뉴타운 특별법 제정을 건의하게 된다.


뉴타운 사업의 정치적 효과를 알게 된 국회의원들도 ‘뉴타운 특별법’ ‘도시구조개선 특별법’ ‘도시광역개발 특별법’ 등 3개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했다. 이후 국회는 3개 법안을 통합해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 그해 12월 법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는 그 사이 다시 3차 뉴타운 10곳과 2차 균촉지구 3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뒤 지정된 세운균촉지구 등 2곳을 합해 당초 3곳으로 출발한 뉴타운 사업은 모두 35곳으로 대폭 늘어나게 됐다. 총 사업대상지는 27㎢로 약 720만평. 서울시 전체 면적의 약 5%에 이르는 규모다.


“사업지 주변지역까지 합하면 전체 가구의 15% 이상이 영향을 받게 되는 서울시 창건 이래 최대 규모의 역사(役事)”라는 게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장영희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서울시가 수십년간 추진해온 주택재개발사업 면적보다 더 넓다. 서울시의 한 간부는 “처음부터 이 사업은 한번 시작하면 도중에 발을 빼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며 “당시 이명박 시장도 이 정도까지 사업이 커지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염두에 둔다면 지난해 총선을 전후해 불거진 뉴타운 공약(空約) 사태도 결국 터질 게 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당수 낙후지역이 뉴타운으로 지정되자마자 집값이 뛰는 것을 지켜본 다른 낙후지역 주민들에게 뉴타운은 지역개발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주민들의 이러한 개발 기대감을 ‘한 표’가 아쉬운 후보자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 후보 각각 20여 명이 뉴타운 추가 공약을 내걸었다는 점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뉴타운 추가 지정 권한이 있는 오세훈 시장을 활용한 여당 후보자들이 단연 유리했음은 물론이다. 더구나 뉴타운을 시작한 사람이 이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뉴타운 공약은 처음부터 한나라당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선거 막판 이 대통령이 자신이 재임시절 공들여 추진했던 은평뉴타운을 전격 방문한 것도 여당 후보들에 대한 지원사격 성격이 다분했다는 게 중론이다. 뉴타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정권 차원의 의지를 유권자에게 과시하는 이벤트였다는 것.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 대통령의 은평뉴타운 방문 시점 이후 박빙 지역 유권자 상당수가 여당 후보 쪽으로 움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자문단의 건의로 더 이상 뉴타운의 추가 지정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애초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뉴타운 사업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현 정부는 이미 지난해 9.19대책에서 전국에서 약 26개의 뉴타운을 추가 지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수습하기는커녕 부동산 거품을 떠받쳐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만 골몰하는 이 대통령의 행태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뉴타운 확대는 ‘원조 뉴타운돌이’ 이명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수도권 한나라당 의원들 대부분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다. 이들은 뉴타운 공약을 관철시켜야 자신들의 정치생명 연장에 유리하다. 지난해 총선에서 드러났듯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모한 곳의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 친한나라당 성향을 띤다. 그러니 서민층 주거지인 지역구를 아파트 단지 위주의 중산층 주거지로 바꿀 경우 한나라당 의원들이 득을 볼 가능성이 높다. 특정 후보나 정당에 우호적인 성향의 유권자들이 집중되도록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을 ‘게리맨더링’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에서는 지역감정 때문에 같은 행정구역 내 계층별 지지성향 분화가 심하지 않아 게리맨더링의 유혹은 비교적 작았다. 하지만 지역구는 그대로 둔 채 대규모 뉴타운 사업 등으로 지역구민들을 ‘물갈이’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를 ‘뉴타운맨더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지정된 지역들의 뉴타운 사업이 진행돼 10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이 정권의 부침에 따라 진폭의 차이는 있겠지만, 서울 대부분의 지역구는 한나라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역구로 변모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뉴타운 사업을 처음 시작한 이 대통령이 이런 것까지 염두에 뒀을지는 모르지만, 만약 그랬다면 그는 한나라당을 위해 정말 ‘지속가능한 기여’를 한 셈이다.


뉴타운 사업은 이 같은 정치논리에만 맡겨두기에는 그 사회, 경제적 파급효과가 너무나 큰 사업이다. 이제 기존 뉴타운 사업의 실태와 문제점을 면밀히 살피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작업을 펼쳐야 할 시점이 됐다. 향후 뉴타운 사업은 ‘강북을 강남만큼 끌어올린다’는 균형발전 논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원주민이나 투자자들의 집값 상승 욕망에 기댄 아파트 중심의 획일적인 주택 공급, 기존 도시의 흔적을 송두리째 없애는 도시 설계, 개별 조합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세입자 주거 대책, 주민 사이 반목과 갈등을 조장하는 사업 방식, 상당수 원주민을 쫓아내는 비인간적인 뉴타운 개발은 지양해야 한다.


그보다는 주민들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서민 주거 안정을 확보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뉴타운 추가 지정을 보류하고, 이미 뉴타운으로 지정돼 개발이 추진 중인 곳도 단계적, 순차적 개발로 사업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또 뉴타운 지역에 공급되는 주택 가운데 소형 및 임대 주택 공급 비율을 높이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는 별도로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 사업을 확대하고, 공공 임대주택 및 장기전세 공급 확대 등을 통해 뉴타운 개발로 쫓겨난 서민들이 안정적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뉴타운 사업은 향후 10여 년 동안 서울의 모습을 확 바꿀 대역사다. 지금처럼 개발욕망과 정치논리에 물들어 집값 폭등과 낮은 재정착률로 대변되는 ‘뉴타운의 비극’을 되풀이한다면 서울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사람과 공동체가 중심이 된 뉴타운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 17. 09:58

금융권의 건설·조선사 구조조정 작업이 우려대로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주채권은행들이 신용위험평가 완료시한인 16일까지 1차 분류작업을 벌인 결과 건설·조선사 중 퇴출등급(D)으로 판정난 곳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3개 전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태산명동서일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IMF사태에 이어 또다시 경제 위기를 부른 정부와 정치권의 장본인들은 두 달 여 전  ‘낫과 망치로 깨부수듯’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애초부터 한쪽에서는 미분양 물량 매입과 택지 환매에다 대대적인 건설업체 부양을 통해 시장에서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은 막으면서, 대주단을 구성해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엇박자를 놓으니 실제 정부 의도를 믿기도 어려웠다. 더구나 정부가 개입해 시장에서 선별하는 것보다 살릴 기업과 퇴출시킬 기업을 더 엄정히 구분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시장에서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은 막으면서 대주단협약이라는 틀을 추진하는 정부의 진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이다. 오히려 건설사들의 로비에 따라 정치적 판단이나 관료적 재량에 휘둘리지 않을까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외환위기 시절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이라는 명목 아래 오히려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이후 경제위기를 지속시킨 전례가 있었다.

그런데 결국 이번 대주단 협약의 결과를 보면 아니나 다를까, 혹시나가 역시나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고 여전히 한국 경제와 정부는 10여년 전의 우를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한국 경제는 부동산 거품에 편승해 무리한 경영판단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부실을 쌓아온 건설업체들을 다 먹여살리기로 작정한 셈이다. '녹색뉴딜'이니 '광역선도권 개발프로젝트'니 온갖 명목을 다 붙여가며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부동산 버블을 억지로 떠받치는 건설경기 부양책은 효과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장기적으로 장기침체를 불러와 국민경제 전체의 고통의 총량을 키운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이제, 일본 사례를 통해 부동산 거품이 붕괴할 때 정부의 건설 경기 부양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의 경우 2007년 하반기 서브 프라임론(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급격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미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경기부양책과 공적자금 투입,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하 등도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하자 많은 사람이 미국은 일본과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폴슨 재무장관이나 버냉키 FRB 의장 등도 가장 먼저 일본의 거품 붕괴 사례를 주시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도 현재 미국에서는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도표1>에서 보듯 일본 정부는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해 1992~1995년 무려 66조9000억엔에 달하는 각종 경기부양 대책을 쏟아냈다. 그밖에 2조엔씩 세 차례 보완 대책이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 재정 투입은 73조엔에 달한다.

  <도표1> 부동산 버블 붕괴 시기 일본의 경기부양책 및 투입 규모

이는 1994년 일본 정부의 일반 예산 규모와 맞먹는 액수였다. 이처럼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결국에는 거품 붕괴를 막지 못했다. 이 기간 일본 경제는 0%대의 실질성장률에 그쳤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그중 당시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의 건설족(토건족) 의원의 요구에 따라 불요불급한 각종 건설·토건사업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었다는 점이 첫손에 꼽힌다. 말하자면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또 다른 거품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당시엔 뚜렷한 계획도 없이 육지와 무인도를 연결하는 대교를 건설했다. 또 아무런 목적도 없이 산을 마구 훼손해 도로를 건설했지만 나중에 겨우 산토끼와 노루만 지나다닌다는 비판도 나왔다. 조그만 시골길과 연결되는 거대한 고가도로도 지었다. 그러나 이런 퍼주기식 경기부양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국 거품이 붕괴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당시 일본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책을 폄으로써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부실 건설업체가 연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일본 건설업체는 거품 붕괴 초기의 줄도산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중반까지 그 수가 오히려 늘어났다. 일본 경제전문가 사이토 세이치로는 저서 ‘일본경제 왜 무너졌나’(들녘, 1998년)에서 건설 토목산업 종사자 수는 1991년 604만명에서 1996년 676만명으로 오히려 72만명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반면 이 기간에 제조업 종사자 수는 1563만명에서 1450만명으로 113만명이나 줄어들었다. 또한 같은 기간 건설·토목 관련 업체 수는 60만2000개에서 64만7000개로 약 4만5000개나 늘었다.

또 일본 전문가인 알렉스 커 역시 저서 ‘치명적인 일본(Dogs and Demons)’(홍익출판사, 2001년)에서 1994년 일본의 콘크리트 제조량은 모두 9160만t으로 7790만t인 미국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국토의 단위 면적당 미국에 비해 약 30배나 많은 콘크리트를 사용한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생기면 당연히 건설 붐도 일고, 반대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건설 경기도 죽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 수가 감소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의 막대한 공공사업 확대에 힘입어 거품이 붕괴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건설업체가 늘어난 것이다. 이들 건설업체는 상당수 부실 업체였다.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졌다면 이들 업체는 인수합병되거나 퇴출됐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예산이라는 인공호흡기가 있었기 때문에 연명할 수 있었다. 이들은 저가 입찰 등 시장 질서를 어지럽힘으로써 건강한 기업의 발목까지 잡았다.

세이치로씨는 이를 두고 “1990년대 일본의 경기부양책은 건설업의 보호와 지원에 도움이 되었을 뿐, 경기의 자율적인 힘을 회복시킨다는 케인스 이론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평가했다. 세이치로씨는 이런 건설경기 부양 대책은 일시적인 효과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 폐해는 일본 경제에 오래도록 악영향을 끼쳤다. 우선 적자 재정 편성이 계속되고 국채 잔고가 누적되면서 재정 건정성이 위협받았다. 초저금리 정책을 펴고 재정 지출을 확대함으로써 격렬한 통증은 숨길 수 있었지만 일본 경제의 병인(病因)이 모호해져 병의 원인 진단에 오류가 발생했다. 또 건설사의 부실은 수면 아래에서 지속적으로 심해졌고, 결국 1998년부터 금융권의 부실 증가로 이어져 일본의 장기 침체를 불러왔다.

일본 정부는 1996년 실질 GDP 성장률이 3.5%로 올라서자 1996~97년에는 경기부양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도표1 참조). 그동안 건설경기 부양으로 국가 채무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자 1997년부터 건설업체와 금융기관이 줄도산하는 등 2차 위기를 맞게 됐다. <도표2>를 보면 1990년대 후반 도산 기업 수와 도산 기업의 부채 총액이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건설업의 도산 급증으로 실직, 감봉, 장기휴가 등 근로자 피해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표2> 일본 기업의 도산 추이 및 근로자 피해 추이

일본 정부는 199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해 금리 인하와 주가부양 대책도 함께 동원했다. 일본 대장성은 우정연금과 국민연금 등을 통해 1992년 하반기에만 약 2조8200억엔을 주식시장에 투입해 주가를 떠받쳤다. 이후 공적 연금은 1995년까지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주식시장에서 순매수했다.

제 금융계에서는 당시 일본의 이 같은 주가 부양 대책을 두고 유엔 평화유지군의 머릿글자인 PKO(Peace-Keeping Operation)에 빗대 PKO(Price-Keeping Operation)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에서는 정부의 역할을 주식시장의 건전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한정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당시 특정 목표주가를 정해 투자를 직접 결정하고 집행함으로써 조롱 대상이 된 것이다.

또 일본 대장성은 일본은행에 수시로 압력을 가해 1990년 8월까지 6%였던 기준금리를 이듬해 4.5%로 떨어뜨렸다. 1994년엔 1.75% 수준으로 낮췄다. 하지만 건설 및 부동산 업계는 이런 금리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없었다. 은행은 이미 부동산 및 건설업계의 대규모 부실채권을 잔뜩 떠안고 있는 상태였는 데다 신용경색까지 겹쳐 추가 대출을 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이미 부동산시장의 투자자가 모두 거품이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부동산 쪽으로 눈길을 돌릴 이유가 없었다.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없었다.

요약하자면 일본 정부는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붕괴할 때 공공건설 사업을 중심으로 한 막대한 건설경기 부양책(재정정책)과 금리 인하(통화정책), 주가부양책(공적 연금 동원) 등을 총동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버블 붕괴를 막지 못했다. 오히려 과감한 구조조정 이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재정 및 통화정책 수단을 일찌감치 소진해버렸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1990년대 일본은 엔고(高)가 급속히 진행됐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 정부는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가운데 1990년대 일본 정부가 하던 정책을 따라 하고 있다. 재정 확대를 통한 건설경기 부양책, 대통령까지 나선 금리 인하 요구, 연금을 동원한 주식 매입과 한국은행의 은행채 매입 등이 그것이다. 바로 일본이 장기불황으로 치달았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오늘자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는 대주단을 구성해 건설업체들에 대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것처럼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결과는 '퇴출기업 제로'로 나타났다. 시장에 좀비 건설업체들을 계속 양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는 결국 일본식으로 경기 침체를 장기화할 뿐이다.  

물론 한국은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정책 실패가 계속되고 국가적 위기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 이미 외환위기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료 및 정치권의 무능과 무지가 드러났다. 이들은 급변하는 21세기 세계경제 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당장 발 밑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2008년 10월30일 일본 정부가 내놓은 긴급 경기부양 대책인 ‘생활대책’이 참고가 될 수 있다(아래 도표 참조).

 

여기에 모두 소개할 수는 없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다. 생활지원 정액 급부금(가칭) 실시 및 재계에 임금인상 요청, 고용보험료 인하, 전기 및 가스요금의 2009년1~3월 인상폭 축소, 비정규 노동자의 고용안정 대책 강화, 중소기업 등 고용 유지 지원 대책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한마디로 중소기업과 서민, 저소득층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건설·토목사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일본이 과거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정부의 진정한 역할이 뭔지를 보여주는 대책이 아닐 수 없다.

자산시장 가격 조정은 자산시장에 맡기는 것이 최상이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가격이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는 법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하지 않던가. 인위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미국의 경우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서 자산가격 하락을 막으려 한들 ‘밑 빠진 독에 돈 붓기’에 불과할 뿐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정부는 개발경제 시대 때의 경제 운용 방식을 바꿔야 한다. 가계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몰려 있는 경제는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벌이는 개발사업으로는 선진 경제를 만들 수 없다.

21세기는 첨단 기술경제 시대다. 지식정보화 시대이고, 창조경제 시대다. 당연히 한정된 국가의 자원을 이런 분야에 우선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첨단 기술을 고안하고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며 창조성을 발휘하는 것은 사람이다. 따라서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조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식과 정보를 생산·가공하고,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결국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한국 경제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그 첫걸음은 토건국가적 개발사업을 자제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각종 건설·토목사업에 돈을 쏟아 붓다 오히려 ‘잃어버린 10년’을 만든 일본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다. 콘크리트에 투자하는 경제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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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1. 16. 12:29


새해가 시작되자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많은 언론이 ‘위기는 기회다’라면 사람들의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한 기대감에 편승해 상당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이 올 하반기 이후 집값이 반등할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미국발 세계경제의 침체가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등의 많은 내로라하는 경제전문가들이 이번 세계 경기침체가 3~5년 정도의 중기 침체는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경제의 3각축이 동시에 경기 침체로 빠져든 것은 대공황 이후 처음이다. 그러기에 세계 주요 국가들이 전례 없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대한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말은 사뭇 톤이 다르다. 세계적 경제학자들도 매우 걱정하는 현 경제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그들만 그토록 낙관적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상황을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한국 부동산 시장을 짓누르는 국내외 거시경제 환경은 금방 호전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강부자 정권’의 부동산 및 건설경기 부양책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현 정부는 정부 출범 이후 첫번째 부동산대책인 소위 '8·21대책'부터, 9·1 감세안, 9·19 500만호 주택공급대책, 9·22 종합부동산세제(이하 종부세) 개편안 등을 쏟아냈다. 이도 모자라 10·21 '가계 주거부담 완화 및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구조조정방안'과 11·03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까지 내놓았다. 26조원에 이르는 올해 토건SOC사업 예산을 배정하고 ‘녹색 뉴딜’이라는 명목 아래 4년간 50조원의 대부분을 각종 대규모 건설토목 사업에 쏟아붓기로 한 것도 건설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외 거시경제구조를 볼 때 현정부의 이같은 부동산 부양책으로도 거품붕괴를 막기 어렵다. 정부가 대출규제 완화를 제외하고 웬만한 부양책은 다 내놓았지만 부동산시장이 꿈쩍도 않는 게 그 증거다. 그동안 집값폭등을 주도했던 소위 '버블세븐'의 집값은 정부의 부양책에 아랑곳하지 않고 급속도로 빠지고 있다. 금융기관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매물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미 구조적으로 심각한 외화 및 원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이 과거처럼 선뜻 대출을 해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금융권에서 대출제한을 넘어 본격적인 대출회수에 들어가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부동산 및 건설 부양책은 거품붕괴의 시장압력을 도저히 이길 수 없다. 단지 시간을 약간 지연시키는 효과만 있을 뿐이다.

 

과거 일본에서도 부동산 거품기인 1992~94년 동안 무려 72조엔이 넘는 각종 경기부양 대책이 쏟아져나왔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현재 우리 돈 가치로 1천조원이 넘는 예산을 경기부양에 투입한 것이다. 일본의 경기부양 대책도 일본 토건족들의 요구에 의해 각종 불요불급한 건설 및 토건사업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극심한 거품붕괴의 압력을 막지는 못했다. 일본이 1992~94년 3년 동안 사실상 제로성장률을 보인 것이 그 증거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과도한 건설경기 부양책은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도 장기적으로는 피해를 키울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기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건설업체들이 부지기수로 ‘좀비기업’으로 살아남았다. 그 결과 초기의 줄도산 행렬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중반까지 일본의 건설업체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부동산 거품이 일면 당연히 건설 붐도 일고,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건설 경기도 죽기 마련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기에는 그만큼 건설시장의 파이가 줄기 때문에 부동산 붐 때 생겨났던 건설업체 수가 감소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오히려 일본의 건설업체 수는 정부의 막대한 공공사업 확대에 힘입어 버블 붕괴기에 더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 예산이라는 호흡기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들이 대폭 늘어났다. 제대로 부실기업의 퇴출이 이뤄졌더라면 살 수 있었던 기업들조차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좀비기업으로 전락했다. 그 결과 건설사의 부실은 계속 증가했고, 결국 금융권의 부실 증가로 이어져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를 가져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전문가인 사이토 세이치로씨는 “90년대의 재정지출이란 이러한 특정산업(=건설산업)의 보호와 지원에 도움이 되었을 뿐이고, 경기의 자율적인 힘을 회복시킨다는 케인스이론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평했다.

 

현재 정부정책은 과거 일본이 장기 경기침체로 치달았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공급과잉 신호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억지로 주택공급을 늘리려 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부동산 거품기에 네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체들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건설사들이 위기론을 떠들어대는 가운데도 건설업계 전체의 부도율은 1%대를 조금 상회하는데, 이는 5~7%대였던 90년대 중반보다도 낮은 수치다. 부동산 거품기에 잔뜩 늘어난 건설업체들을 국민경제 전체가 언제까지 먹여살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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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1. 15. 10:39


부동산 거품 붕괴가 본격화하고 이에 따른 미분양 물량 급증으로 인한 부실 건설업체들의 도산을 막으려는 정부의 건설 경기 부양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인 8.21대책부터 시작해서 10년간 500만 호 주택공급을 천명한 9.19대책, 가계 주거부담완화 및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구조조정 방안을 담은 10.21대책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인 11.03대책, 지난 6일의 이른바 ‘녹색뉴딜’ 방안에 이르기까지 직접적인 건설경기 부양대책만 4차례나 쏟아져 나왔다. 또한 올해 예산액 가운데 건설SOC사업 예산이 24.7조원 가량으로 전년 대비 약 26%나 급증했다. 이밖에 직접적인 건설부양 정책으로 포장하지는 않았어도 내용을 뜯어보면 사실상 건설경기 부양대책인 경우도 많다. 예컨대 정부가 향후 5년간 56조원을 투입하는 ‘광역경제권 선도 프로젝트’ 사업이 대표적이다. 56조원 사업 가운데 53조원 가량이 이미 포화상태인 항만과 공항, 산업단지, 도로 건설 등에 들어가게 된다. 이 같은 대규모 건설경기 부양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이명박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명분은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이다.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해 경제도 살리면서 결국 그것이 국가경쟁력도 살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지역의 대규모 SOC사업을 앞당겨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10월 30일)

“아파트가 아닌 지방 SOC 사업같은 경기 활성화 효과가 큰 사업을 할 것이다. 재정지출에서 경기활성화 효과가 제일 큰 것은 역시 건설사업이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간 교통과 물류시설 등에 투자할 것이다" (강만수기획재정부장관, 11월 3일)

그런데 대통령과 고위 당국자들의 이 같은 주장은 현실에 비춰볼 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7,80년대 개발경제 시대에는 경기침체가 오면 건설경기 부양으로 대응한다는 게 거의 공식화돼 있었다. 당시 이 같은 대응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합리성을 가졌다. 우선, 당시에는 이렇다 할 산업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건설산업의 GDP 비중이 높았고 산업연관효과와 고용 효과도 높았다. 그래서 건설업의 경기부양 효과도 그만큼 컸다고 할 수 있다. 건설업에 투자하면 건설업계 자체뿐만 아니라 관련된 자재 생산 및 공급업체 등 연관 산업 전반에서 매출과 고용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또한 당시에는 각종 사회간접자본(SOC)이 아직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취약한 SOC를 확충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었다. 도로, 항만, 공항 등 SOC 확충은 물류 수송의 확대와 물류 시간 및 비용 절감 등의 형태로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 확충에 기여했다.


하지만 지금은 2,30년 전의 개발시대 때와 확연히 달라졌다. 지금은 건설업 말고도 수많은 새로운 산업들이 발전했다. 그로 인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건설업의 비중도 크게 낮아졌고, 산업연관효과도 줄어들었다. 또 입지별로 다르겠지만, 웬만한 SOC 투자는 이미 이뤄져 전국에서 이용률이나 가동률이 낮은 도로, 공항, 산업단지 등이 급증하는 데서 볼 수 있는 것처럼 SOC 확충 필요성도 크게 낮아졌다. 더구나 개발연대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형 건설업체들의 조직 구조와 고용 구조가 변화하면서 정부가 내세우는
경기 활성화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게 떨어졌다. 왜 그런지 아래 <도표1>을 참고로 해서 설명해보자.


우선, 건설업체들은 87년 민주화 이후 노조가 빠른 속도로 조직화되고 노조원들의 임금이 급상승하자 비용절감 명목으로 덤프트럭 운전자들과 중장비 인력들을 개인사업자 형태로 분리시켰다. 또한 시공인력들도 아웃소싱 명목으로 점차 하청업체에 떠넘겨 본사 인력을 줄여나갔다. 이 같은 추세는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더욱 심화됐다. 외환위기 이후 대형 건설업체에는 최소한의 관리 및 영업인력만 남았고, 그나마 남아 있는 인력의 상당수도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런 가운데 개인사업자가 된 덤프트럭과 중장비 사업자들의 시장진입이 자유롭게 개방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트럭운임 및 중장비 단가는 계속 하락했다. 하청업체의 사정도 갈수록 열악해졌고, 시공인력들의 노임 단가도 불법 외국체류자들의 유입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90년대 이전에 비해 외환위기 이후 덤프 및 레미콘, 중장비기사와 하청업체 시공인력 등 소위 현장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몫은 실질가격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것이 많은 건설현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도표1> 한국 대형 건설업체들의 조직 및 고용 구조 변화
 


이런 구조에서 정부가 경기부양 명목으로 예전처럼 추경편성 등을 통해 건설사업 재정확대를 하면 어떻게 될까? 답은 뻔하다. 경기부양 명목의 건설사업 예산의 대부분은 공사를 수주한 대형 원도급자가 차지해 버리고 밑바닥으로는 거의 내려가지 않는다
 

왜 그런지를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2002년 발주해 2004년까지 진행된 경기도 성남~호원 도로 건설공사 2공구 공사 현장 사례를 통해 보자. 아래의 <도표3>에 나타난 바와 같이 이 공사에서 A건설 등 3개 대형 건설업체 컨소시엄은 총공사비(정부 예정가격은 3,032억 원) 2,853억 원에 수주한 공사 가운데 약 1,970억 원어치의 공사물량을 60.5% 정도인 1,190억 원에 하청을 주었다.

<도표2> 건설경기부양 재정사업의 경기부양 효과 실태



 

간접공사비와 자재비 등의 명목으로 챙긴 이익만이 883억 원(=2,853-1,970)이고, 이에 더해 직접공사비 하청 과정에서 780억 원(=1,970-1,190)을 추가로 챙긴 것이다.


A
사 등은 간접공사비와 자재비만으로 처음부터 총공사비에서 30.9%가량을 챙긴 다음 직접공사비 하청 과정에서 추가로 27.3%가량을 챙긴다. 총공사비의 58.2% 가량이 A사 등 대형 원도급업체의 이익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런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데 대해 대형 건설업체들은 직원을 투입해 공사 전반을 관리하는 비용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각종 관리비용은 이미 간접공사비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단순히 공사물량을 넘겨주는 브로커 역할을 하는 하청발주 과정에서 다시 엄청난 차익을 챙기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투입이 대형 건설업체들의 금고로 그대로 들어가버려 경기부양 효과와는 무관하게 퇴장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위의 예에서 건설경기부양 재정사업의 경기부양 효과를 살펴보기로 하자. 건설경기부양 예산 2,853억 원의 58.2%가 자재비/인건비 883억 원과 마진 780억 원의 형태로 대형 원도급업체에게 돌아간다. 원도급업체가 차지하는 이 돈은 사업관리 및 영업직원들의 월급과 음성적인 로비자금까지 포함된 활동비, 자재비 등으로 나가지만 대부분이 이익으로 사내유보 된다. 사내에 유보된 자금들의 상당 부분은 대형 건설업체의 향후 주택사업 등을 위해 택지매입 비용 등에 들어가 땅값을 부추길 뿐 당장에 경기부양에 기여할 수 있는 고용을 늘리거나 산업연관효과 확대를 통하여 연관산업의 소득을 늘리는 데 사용되지는 않는다.


 
 
특히 지금처럼 건설업체들이 무리한 차입과 분양사업 전개로 미분양이 급증하여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는 정부 경기부양 예산이 이들 업체들의 부채 상환에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명박정부가 경기부양책을 통해 실제로 노리는 것도 다소 과장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건설업체들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적어도 현 정부가 건설경기부양책 실시를 위해 겉으로 내세우는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도급업체에 지급되는 1,190억 원(41.8%) 3, 4, 5차 다단계 하도급 과정을 통해 중간마진 형태로 상당 부분이 사라지고 최종 시공인력과 덤프트럭 및 중장비 기사 등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당초 건설경기부양 예산의 30%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건설경기부양 명목으로 아무리 돈을 풀어도 건설사업 현장에는 돈 구경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더구나 시공인력 가운데 30~4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임금의 상당 부분을 본국에 송금하므로 이들을 통한 국내소비 진작효과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위의 사례에서 원도급자가 챙기는 마진이 큰 이유는 여기서 자세히 설명하기 힘들지만, 상위 대형건설업체들이 가격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할 수 있는 턴키입찰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균 낙찰가가 가장 낮은 최저가낙찰제의 경우에도 원도급자는 20~30% 이상 남기는 게 보통이다. 결국 외환위기 이후 급변한 건설업계의 사업구조 및 고용 구조 때문에 건설토목 사업을 통한 고용창출 및 내수진작 효과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건설경기부양을 한다고 해서 건설 및 토목사업을 통해 얼마나 많은 고용이 창출되고 소득증대 효과가 생기겠는가?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 14. 10:12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전직 신문기자였습니다. 그것도 소위 말하는 '족벌언론'의 기자였습니다. 더구나 그 신문에 소속돼 있을 당시뿐만 아니라 신문사에서 나와서도 여러 직간접적인 경험들을 통해 족벌 신문사들의 추악한 면들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또 그 신문들이 가진 언론으로서의 문제점과 그 신문들이 왜곡보도를 일삼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구조적이고 지속적으로 왜곡 보도와 여론 조작을 일삼는 한국 언론, 특히 찌라시 신문들의 보도 태도와 이 같은 보도가 일어나는 구조적 배경에 대해 한 번 정리해 많은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은 욕구가 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욕구만 있을 뿐 늘 시간에 쫓기다 보니 쉽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면 영원히 그런 작업을 못하고 말겠다 싶어 지난 주말에 작심하고 펜을 들어봤습니다. 이렇게 틈나는 대로 정리한 글을 부담 갖지 않고 그때그때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언론개혁'란과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 연재해볼 생각입니다. 지금으로서는 대략 6~7회 정도 연재하면 대충 큰 골격은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좀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겠습니다. 연재 주기도 일정하지 않을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아랫글은 첫 회에 이은 두 번째 글입니다. 첫 번째 글은 아래 링크에서 보시기 바랍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3&articleId=50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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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가장 효과적인 검열이 될 수 있다. (The "market" can be a most effective censor.)”

 

미국의 저명한 언론학자인 로버트 맥체즈니 교수의 책 ‘The Problem of the Media' 225쪽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광고주로서 기업의 힘이 얼마나 막강하고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장 대신 자본이라고 표현하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만.) 위 문장에서 맥체즈니 교수는 일리노이 대학(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의 미디어 정치경제학 전공 교수로 상아탑에만 머무르지 않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통해 미디어 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직접 일리노이주의 지역 시사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특히 신문방송의 교차 소유를 확대하려는 2003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조치에 대한 대중적 반란을 주도한 단체인 ‘Free Press’의 창립자이자 회장입니다.

 

그는 탈규제를 통해 생겨난 거대 독과점 미디어그룹들이 ‘국민에 앞서서 이익(Profit over People)'을 챙기기 위해 사회적 의제를 제한하고, 사실을 조작하며 본질을 왜곡해 민주주의의 기본적 토대인 언론 자유를 극도로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이같은 독과점 미디어그룹은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니라 미 연방정부가 미디어자본의 압력 아래 미디어그룹들이 최대한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독과점 구조를 만들어준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같은 독과점 구조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미디어들은 미디어정책에 대한 논의를 독점하고 소수 정치가와 기득권 위주의 미디어 방송을 실현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특히, 그는 9.11테러와 이어진 미국의 침략전쟁에 관한 미국 미디어의 보도 태도는 한 마디로 '정치적 선전선동(propaganda)'에 불과했다고 힐난할 정도입니다.

 

글의 첫 머리에 그의 활동과 주장을 소개한 이유는 그가 비판하는 상황이 한국의 미디어 상황을 이해하는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물론 그가 비판하는 미국 사회의 미디어 현실은 주로 방송을 장악한 거대 미디어그룹들에 관한 것이고, 제가 볼 때 미국사회의 언론 자유와 보도의 품질, 그리고 시청자와 독자들의 선택권 및 다양성은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상태인데도 말입니다. 저는 그가 비판하는 내용을 한국의 경우 신문들, 특히 기득권 신문들에서 훨씬 더 잘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화 이후 한국 신문들은 광고주의 압력을 매우 심각하게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난 번 글에서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왜 그런지를 신문사의 수익 구조와 연관해 다시 한 번 살펴봅시다. 구독료 수입이나 각종 부대사업과 광고수입이 거의 반반씩 균형을 이루고 있는 ‘뉴욕타임스’ 등 선진국 신문과 달리 국내 신문은 수입의 거의 대부분을 광고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각종 경품 등을 통해 구독자를 유치하는 관행에 젖어 있는 국내 신문들의 경우 구독료 수입은 거의 그대로 신문지국 지원 및 ‘확장 비용’ 등으로 나가므로 사실상 100% 광고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원천적으로 신문사 경영이 광고주의 압력에 심각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렇게 광고수입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각 신문들, 특히 기득권 메이저 신문들은 서울 강남의 부동산 부자들을 중심으로 소위 ‘구매력 있는 독자층’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구매력 있는 독자들이 신문을 봐야 기업이 비싼 단가의 광고를 싣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신문사에 있으면서 이 같은 주문들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습니다. ‘강남 독자층을 공략해야 하니, 구매력 있는 독자들이 관심 가질 만한 기사를 발굴하라’는 지시는 매우 점잖은 주문입니다. ‘잘 사는 사람들이 아침 밥상머리에서 지체장애인 이야기는 보고 싶어하지 않으니 빼’ ‘외국계 명품 브랜드 광고 유치하기 위해 고급 패션과 외국계 화장품 기사를쓰라’는 식의 주문이 계속 이어집니다. 나중에는 정말 이런 주문들이 무감각해지는 수준까지, 그래서 기자들이 스스로 ‘자기검열’과 ‘동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그런 기사들을 생산하게 되는 수준까지 가게 됩니다. 재산세 문제나 종부세 문제를 과장하거나 왜곡하고, 정부의 투기 억제대책을 ‘강남 때려잡기’라고 비판하는 것도 소위 구매력 있는 독자층에 영합하는 방향임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결국 기득권 지향적 보도--->구매력 있는 독자층 확보--->고가 기업광고 유치--->기득권 지향적 보도로 이어지는 왜곡된 순환구조가 국내 기득권 신문들의 보도태도를 오도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같은 신문들의 보도태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방송과 인터넷 뉴스포털, 무가지 등 경쟁매체들이 상승세를 타는 반면, 이들 신문들의 구독률과 열독률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광고유치에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문제점이 신문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슈가 부동산 문제입니다. 신문들의 영업 이익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부동산 광고는 신문사 경영 측면에서는 구세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부동산 광고는 부동산 붐이 일기 시작한 2001년 이후 학습지 광고, 유통(백화점) 광고 등을 제치고 신문 광고 매출 기여도 1위를 차지했습니다. 메이저신문에서 부동산 광고의 매출 기여도는 더 높습니다. 메이저신문사들의 경우 지난 6~7년 동안 부동산 광고가 신문사 광고 매출의 35% 전후를 차지해 사실상 부동산 광고가 신문사들을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아파트 분양 정보나 가격대 등의 정보는 고지성이나 시의성 측면에서 신문이 가장 적절한 매체로 평가받습니다. 이 때문에 각 신문사들은 부동산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여름 휴가철 등 비수기를 빼고는 매월 부동산 광고 특집면을 별도로 제작할 정도였습니다. 부동산광고가 신문 광고매출의 3분의 1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은 신문들이 부동산 투기 붐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강한 유인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반시장, 반소비자적인 제도로 꼽히는 선분양제 대신 후분양제를 신문들이 달가워할 수 없는 사정도 부동산 광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이저 신문사의 한 광고국 직원은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건설업체 스스로의 자금력으로 70%이상 시공한 뒤 광고를 할 수 있게 돼 있어 광고 물량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신문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도입을 막고 싶은 제도가 후분양제”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한 전직 건설업체 직원의 증언을 통해서도 언론과 건설업체와의 유착구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갈수록 건설업체는 분양가를 높인다. 부동산 값이 뛸수록 분양가를 높이는데도 유리하니 부동산 값을 띄우기 위한 여론 조작도 한다. 고도의 전략인데 업체가 땅을 산 지역에 대해 ‘유망개발정보’ 등의 형식으로 언론, 특히 신문에서 보도되게 한다. 건교부의 중장기 전략을 분석하는 자료를 내고 화성 동탄과 행정수도 부지 등이 터지면 얼마나 오르고 식의 정보를 계속 제공하는 거다. 이렇게 언론과의 유착관계를 만든다. 홍보팀에서 출입기자들을 만나 접대하면서 애로 있다, 도와달라고 호소하거나, 현금을 쥐어주면서 어떤 기사 나갈 때 우리 회사 부각시켜달라 이런 식으로 부탁도 한다. 물론 부탁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접대가 통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특히 대형업체들은 홍보팀을 통해 관련 기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분양가를 산정할 때 광고비를 간접비의 1~2% 정도로 산정한다. 광고비는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반드시 광고를 내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안 해도 분양되는데 웬만하면 전면광고한다. 분양 끝난 뒤에도 사례광고를 한다. 메이저 신문은 기본이고 경제신문에도 대부분 광고한다. 언론에는 괜히 밉보이면 안 되니 광고하는 거다. 공사 프로젝트 관련해서 주위 민원도 있고 산업재해도 발생하고 회사 비리도 드러날 수 있으니 급할 때를 대비해 광고를 통해 언론사와 미리 유착 관계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광고 유치뿐만 아니라 언론사의 주택 및 부동산 개발사업 참여, 그리고 다량의 부동산을 보유한 언론사 사주들의 이해관계도 객관적인 보도를 힘들게 하는 요인입니다. 세계일보, 한국일보, 심지어 언필칭 진보언론이라는 경향신문까지 현재 상당수 언론사들이 직접 주택 개발 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기자들 경우에는 “조선일보가 정말 떼돈 버는 방법은 방송 참여가 아니라 코리아나 호텔과 주변 조선일보 건물들을 한데 묶어 용도를 변경한 뒤 거대한 주상복합단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 뿐인가요? 상암DMC의 첨담 업무 용지의 경우 땅값에서만 몇 배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각 언론사의 치열한 로비전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그 업무용지를 분양받기 전 상암DMC사업과 그 사업을 벌이는 서울시를 거의 ‘찬양’하는 수준의 기사를 잇따라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의 과정을 거쳐서 족벌 언론사들은 대부분 상암DMC의 노른자위 땅을 분양받았습니다. 왜 청계천 사업으로 자사 사옥의 부동산 가치가 껑충 뛴 일부 신문들이 대선 전 ‘청계천찬가’와 ‘이명박 찬가’를 그토록 열심히 불러댔는지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 이처럼 강한 이해관계를 가진 언론사들이 객관적으로 보도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족벌 언론사들의 사주들은 모두 엄청난 ‘부동산 재벌’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 종부세가 오르면 언론사주들의 부담은 매우 커집니다. 이들 언론사주들이 보유한 부동산 가액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납니다. 일일이 소개하기는 어려우나 그 일단이 김대중 정부 시절 언론사 세무조사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회부 초년병 시절 수도권을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지방 주재 선배가 사주집안의 부동산과 관련된 민원들을 처리하느라 많은 시간을 뺏기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소위 기득권 신문들의 종부세 비판 기사들은 고가 부동산 소유주인 구매력 있는 독자층에 영합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지금은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이 엄청나게 쌓이고 있지만, 언론사들은 몇 년전까지 ‘공급 부족론’이라는 건설업체들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며 건설물량 확대를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했습니다. 또 집값 거품을 더 커지기 전에 꺼뜨려야 할 시기에도 정부에 끊임없이 각종 주택 사업 및 은행 대출 관련 규제완화를 주장해 집값 거품을 키우는 데 일조해왔습니다. 집값 하락세가 완연해지고 있는 2008년 상반기 이후에도 이런 식의 보도는 약간의 변화를 거쳐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집값 거품이 붕괴하면 서민들이 더 큰 피해를 본다”는 이유로 사실상의 집값 부양을 요구한다거나 집값 하락 소식을 전하면서도 집값의 급격한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식입니다. 또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 반응임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가면 2~3년 후 공급이 줄어 집값이 폭등한다”며 정부가 나서서라도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같은 주장이 공급 과잉 해소를 지연시켜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장기화하고 결국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모르고 발 등의 불 끄기에 급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이들 기득권 언론들은 건설업체들을 살려야 한국경제가 산다는 식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절대 건설업체들이 살아야 (광고수입이 늘어나) 자신들이 산다고는 절대 말하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많은 신문들은 줄기차게 ‘집을 사라’고 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집을 사라는 식으로 유도하는 기사를 자주 냅니다. 물론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들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증폭시키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공생관계가 형성돼 있는 셈입니다. 또 광고주인 건설사들을 위해 ‘잘 고르면 알짜배기’라는 식의 미분양 물량 해소에 도움 되는 기사를 쓰기도 하는 것입니다.

 

아직 쓸 말은 많지만 글이 길어지니 이 정도에서 줄일까 합니다. 이번 주제는 다음 글에서 제 개인적인 경험들을 중심으로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이번 글을 마무리하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금 한국의 언론들, 특히 일부 기득권 신문들은 절대 사회적 공기(公器)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고비마다 일반 국민들의 이익을 철저히 희생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측면이 너무 강합니다. 앞서 소개한 맥체즈니 교수 등 세 명의 미디어학자가 편집한 ‘The Future of Media'라는 책의 서문을 쓴 빌 모이어스의 말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을 맺을까 합니다. 번역은 제가 한 것입니다. “특수 이익집단이 법을 무시하고 일반대중들의 복지를 훼손하면 사회적으로 부채가 생겨난다. 그런데 그 부채는 우리 모두가 지불해야 하는 부채다. 그리고 그 부채의 총합은 바로 우리의 시민권적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중략) 이런 거대 미디어 기업집단들(conglomerates)이 우리가 보고, 읽고, 듣는 것에 대한 통제력을 확대하면서도 그들은 자신들이 거대 사업체로서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정치적 과정에 대한 그들의 영향력을 포함해서-을 증대하기 위해 매체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좀처럼 보도하지 않는다. (중략) 상업적인 표현(commercial speech)만이 유일하게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누려서는 안 된다”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 14. 04:14

최근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는 가운데 주택 선분양제의 문제점과 폐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가 드문 제도인 선분양제는 건설 및 부동산 경기의 진폭을 키운다. 투기적 분양과 미분양 물량 증가로 인한 건설업계의 극단적인 부침, 분양자의 금융부담 증가 등의 문제를 낳기 때문이다.

 

선분양제는 부동산 붐이 일 때는 차익을 노린 주택 투기를 조장하는 반면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자산 가치 폭락에 의한 가계의 경제적 피해를 키우고 입주 지연과 역전세난을 초래하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문제들이 금융권의 문제로까지 이어져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이처럼 큰 문제점과 폐해를 낳는 선분양 제도의 도입 배경과 존속과정을 먼저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자.

 

주택 선분양 제도는 1977년 아파트 분양가규제가 도입됨에 따라 주택건설업체들의 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판단한 정책당국이 주택건설업체들의 금융비용을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도입한 제도다. 주택건설업체들이 제도권 금융에 이자를 물지 않고 주택 수요자로부터 주택건설자금을 무이자로 직접 조달해 주택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선분양제는 당시 민간 주택건설업체들이 모도 영세하고 자금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급속한 도시화와 수도권 인구유입 가속화에 따른 주택공급 부족을 비교적 단기간에 해소하기 위해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선분양제는 시장가격 이하로 책정된 분양가와 실제 시장거래가격 간의 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수요를 유발시켰으며 공급자 우위 시장을 고착화 시켰다는 점에서 부정적 측면 또한 적지 않았다. 반복적인 부동산 투기 파동과 경기 침체기에 미분양 증가에 따른 주택 구입자 피해가 두드러지자 그 부정적 측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 때문에 이미 1995년 선분양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원의 권고에 따라 정부가 1997년부터 시장원리에 맞게 후분양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택건설업계는 시장원리에 입각해 후분양제를 시행하려면 먼저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분양가 규제도 함께 자율화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후 사태는 엉뚱하게 치달았다. 건설업계의 분양가 자율화 요구는 즉각 받아들이면서도 외환위기 직후 고사 위기에 처한 건설업계를 살린다는 명목으로분양제 도입은 뒤로 미뤄졌다. 공급자에게 유리한 선분양제 하에서 분양가마저 자율화돼 오히려 공급자인 건설업체들의 힘만 일방적으로 잔뜩 키워준 결과를 낳은 것이다.

 

2003년초 무현 정권 인수위 시절 후분양제 도입 방침이 결정됐으나, 당시 건설교통부 등의 미온적 태도로 후분양제 도입은 지지부진해지고 선분양제가 여전히 대세를 이뤘다. 한국 주택시장은 선분양제 아래 분양가 자율화라는 공급자를 위해서는 최선이지만 소비자를 위해서는 최악의 제도가 자리잡게 것이다. 그로 인해 2000 부동산 거품이 빠른 속도로 커지게 주요 원인 하나가 됐다고도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선분양제 하에서 주택사업의 진행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살펴보자.

시행사는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택지를 분양 받거나 매입한 뒤 해당 택지에서 사업할 시공사와 공사도급 계약을 맺고 주택건설사업을 총괄 진행한다. 시행사가 개발업자인 경우에는 개인 전주(錢主)들로부터 돈을 빌려 택지를 매입하기도 한다. 또 주택 건설업체들 가운데는 직접 시행사 역할까지 맡는 경우가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시행사와 시공사가 나뉘어져 있는 경우가 보통이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경우에는 해당 사업지의 조합이 시행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보통은 시행사보다 규모가 큰 시공사가 신용보증을 서서 금융기관이 시행사에 택지 매입비 등 초기 사업자금을 대주게 하는 한편 시공사 자신도 직접 자금을 대출받아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시행사와 시공사에 대출해준 금융기관은 분양이 이뤄진 뒤 해당 주택사업의 분양계약자들이 내는 중도금 및 잔금을 대출해주고 수익을 올린다. 분양계약자 입장에서는 분양 계약금을 낸 뒤 자신의 돈이나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으로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고 아파트가 완공되면 입주하는 것이다. 이상이 선분양제 하의 주택건설 사업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음에, 선분양제의 폐해와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선분양제는 주택가격의 등락폭과 부동산 경기의 진폭을 키운다고 할 수 있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 건설업체들은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을 서둘러 주택 분양을 크게 늘린다. 주택가격이 오르는 추세에서는 손쉽게 분양할 수 있고 선분양 대금으로 큰 부담 없이 주택사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선분양제 하에서 주택 수요자는 약간의 초기 계약금만 있으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살 수 있으므로 분양권 전매차익(분양권 전매 허용시)이나 입주 후 매매차익을 기대하고 자신의 예산한도를 넘어서서 무리한 청약에 나서게 된다. 그 결과 초과 수요에 의한 청약 과열→주택건설업체의 고분양가 분양→주변 집값 상승으로 이어져 집값 상승폭을 키우는 주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부동산 거품이 꺼져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건설사들이 무리한 선분양을 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미분양만 급증하면서 가뜩이나 침체에 빠지는 부동산 시장을 더욱 위축시키게 된다.

 

둘째, 선분양제는 분양에서 완공에 이르기까지 긴 시차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수급 미스매칭을 유발한다. 선분양제 하에서는 아파트 분양 시점에서 입주 시점까지 최소한 3년 정도의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업기획 및 토지 매입 기간까지 포함하면 입주시점까지 4~5년 정도 걸리는 것은 보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시차는 근본적으로 부동산 경기의 진폭을 키우는 속성을 갖고 있다. 부동산 붐이 일 때는 주택건설업체들이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실제 수요 이상으로 건설 물량을 늘리고, 부동산 붐이 꺼지면 수익성이 떨어지므로 사업을 줄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차가 있기 때문에 주택건설업체들은 주택 경기가 정점을 지난 뒤까지도 주택을 공급하게 된다. 거꾸로 주택 경기가 바닥을 친 뒤 회복할 때에도 주택건설업체들은 뒤늦게 이를 인식하고 그때서야 주택 공급을 계획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셋째, 선분양제는 주택 수급 불균형을 필요 이상으로 확대시킨다. 이는 선분양제와 후분양제 하에서 주택건설업체가 하는 사업 판단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선분양제 하에서 건설업체는 금융비용의 상당 부분을 분양계약자에게 전가할 수 있으므로 자신들의 예산제약을 넘어 무리한 사업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후분양제였다면 매년 평균 2개의 주택사업을 벌일 주택업체가 선분양제에서는 3개 이상의 사업을 벌이게 되는 식이다. 또한 3년 후 분양시점이 아니라 바로 당장의 분양률만 높이면 되므로 상대적으로 근시안적인 사업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결과 부동산 거품기에 분양된 주택은 부동산 침체기에 입주가 시작돼 가뜩이나 가라앉는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내게 된다. 지금 서울 잠실이나 과천, 용인, 분당 등 수도권 전역에서 쏟아지고 있는 물량 폭탄들이 집값 하락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현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부동산 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져 주택건설업체들이 긴축 경영을 통해 분양 물량을 대폭 줄이다 보면 정작 몇 년 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때에는 입주물량 부족으로 주택경기를 더욱 가열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반면 후분양제 하에서는 상대적으로 건설업체의 자체 자금이 많이 들어가야 하고, 3 입주시점에 분양에 성공할 있을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주택건설사업에 돈을 대주는 금융기관 역시 3 입주 시점에서 성공적으로 분양될 있는지를 따져야 하므로 좀더 냉철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성을 따져 대출을 하게 된다. 또 주택건설업체는 가능하다면 주택경기 침체기에 저렴한 비용을 들여 사업을 시작해 부동산 활황기에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완공 분양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 경우 주택건설업계 전체로는 자연스럽게 경기 침체기 때에 주택건설사업을 시작해 경기 활성화 효과를 있게 되며 경기 활황기에 완공주택 증가로 주택가격 급등을 제어하는 생산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선분양제보다는 상대적으로 주택 수급의 진폭을 줄일 있는 것이다.  

 

넷째,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폭이 커지면서 각종 분양사고가 잇따르고 있고, 입주대란과 역전세난으로 많은 가계가 피해를 입고 있는 것도 선분양제 탓이 크다. 선분양제 하에서 주택 수요자들은 완성된 주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한까지 입주할 있는 분양권을 청약해 사게 된다. 그런데 완공 전에 부동산 경기의 갑작스러운 냉각으로 주택건설회사가 부도를 낼 경우 피해의 상당 부분을 분양 계약자가 떠안아야 한다. 물론 공기업인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건설사의 부도나 파산 등에 의해 생겨나는 분양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분양을 보증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입주 지연으로 인한 금전적, 정신적 피해 주택 수요자의 피해는 상당 부분 불가피하다.

 

실제로 주택건설회사 등의 부도나 자금난 등으로 인한 주택 보증사고는 최근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 하반기 이후 주택분양 보증사고[1] 세대수와 주택분양 보증사고 금액이 급증하고 . 최근 3개월 사이에 보증사고가 세대 수만 7,000 가구에 사고금액은 15,877억 원에 이르고 있어 들어 11월까지 발생한 보증사고 세대수의 80%와 사고금액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분양보증 사고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아파트건설 공정이 당초 계획에 비해 15% 이상 늦어진 현장이 지난해 11 53 6,866가구에서 올해는 85 23,168가구로 늘었다. 특히 공정이 20~25%가량 지연돼 분양보증 사고 대상이 되기 직전의 사업장은 지난해 11 21 3,656가구에서 올해 55 13,095가구로 3배 이상 늘었다. 이것은 앞으로 분양 계약자들의 피해가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다섯째, 선분양제 아래서는 주택 소비자들이 완공 입주 전에 갑작스러운 집값 하락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후분양제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있다. 선분양제에서 주택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소액인 계약금만 있으면 주택을 청약할 수 있다. 바로 이점 때문에 후분양제에 비해 자신의 예산제약 범위를 벗어나 무리한 주택청약을 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아파트 분양만 받으면 앉은 자리에서 몇 억원의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시기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주택 청약시장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 그 결과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판교신도시 등 수도권의 웬만한 주택단지에는 청약 경쟁률이 수백~수천 대 1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투기적 가수요가 생겨났다. 부동산 거품에 취해 분양 시점이 아닌 3년 후 입주 시점의 집값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냉철한 판단보다는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심리가 발동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소득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 분양계약자들이 아파트 입주하기도 전에 중도금과 잔금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금융권에 수억 원의 빚을 지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실제로 MBC <PD수첩>팀이 지난해 11월에 방영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조사한 내용은 상당히 시사적이다. <PD수첩>팀이 무작위로 샘플링한 경기도 용인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 200가구의 평균 대출액은 34,6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200가구 가운데 금융권 대출을 갖고 있는 세대는 전체 세대의 81.5%163가구였고, 대출이 없는 집은 37세대(18.5%)에 불과했다. 대출이 2억원 이하인 경우는 28세대, 2억원~3억원인 경우는 29세대, 3억원~5억원인 경우는 58세대였고, 5억원 이상인 경우도 58세대나 됐다. 물론 용인의 경우 부동산 투기 붐이 극에 달했을 때 대규모 분양이 이뤄졌으므로 정도가 심한 편이라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가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과다 차입을 통한 가계의 부동산 투기는 용인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처럼 잔뜩 빚을 진 가계들이 지금처럼 주택가격이 급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시세차익은커녕 극심한 자산가치 하락과 함께 감당하기 힘든 부채만 떠안게 된다. 특히 기존에 보유한 주택의 가격이 뛰면서 이를 담보로 수도권 등지에 추가로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람들은 양쪽 집의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고 대출이자 부담은 크게 늘어 개인파산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만일 판교신도시 주택을 완공시점에 맞춰 후분양제로 청약했다면 2~3년 전과 같은 엄청난 고분양가에 청약할 주택 수요자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결국 주택건설사들은 고분양가로 상당한 폭리를 취한 뒤 주택 수요자들만 부동산버블 붕괴로 자산가치 급감이라는 위험 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다.  

 

서울과 수도권 곳곳의 신규 아파트 단지에서 소위 입주 대란과 역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아파트를 청약한 계약자는 집값은 떨어지고 은행 빚은 감당하기 어려워 손해를 보더라도 입주 예정인 아파트를 팔아 은행대출을 상환하려 할 것이다. 또 기존 주택을 팔아 넓은 평수 아파트로 옮겨가려 했던 실거주 목적의 계약자들도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인해 기존 주택가격이 크게 떨어져 신규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을 치를 수 없어 입주할 엄두를 내지 못할 수 있다. 이런 계약자들이 선택하는 대안은 신규 분양 아파트를 전세로 돌려 최대한 금전적 손실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처지의 계약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보니 최근 송파구 잠실 재건축 아파트 단지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전세값까지 급락하며 역전세난까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후분양제였다면 이처럼 극심한 입주대란과 역전세난은 발생하기 힘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분양제가 주택 공급자에게 유리하고 주택 소비자에게 불리한 제도라고 해서 주택 공급자인 건설업체들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앞에서도 보았지만 선분양제는 부동산 경기 호황기에 주택건설업체가 무리한 주택사업을 하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주택건설업체들은 떴다방이든 무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부동산 투기 붐을 일으켜 주택 청약자들을 희생양 삼아 분양에만 성공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3년 후 입주 시점의 주택경기에 대한 판단은 거의 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다. 이런 과욕과 무리한 사업판단으로 택지를 매입해 분양을 시도하다가 부동산 경기가 죽자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국토부가 집계한 올해 9월 기준 미분양 157,241가구 가운데 404,36가구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만일 후분양제였다면 생겨나지도 않았을 미분양 물량이 최소한 117,000여 가구에 달한다고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 등 후분양제를 시행하는 대다수 국가에서 주택건설 경기가 위축된다고 해서 한국처럼 막대한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경우는 없다.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도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돈이 묶인 탓이 크다. 또한 2006년 이후 과도한 PF사업 확대로 건설사뿐만 아니라 제 2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융권 전반의 부실화 우려를 높이고 있는 것도 바로 급증한 미분양 물량 탓이 크다. 나아가 한국 경제의 화약고라고 할 수 있는 가계의 부동산담보 대출과 PF사업 대출, 건설/부동산업 대출을 증폭시키는데도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기로 하자. 한국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이 전적으로 선분양제 때문에 비롯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선분양제가 부동산시장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선분양제의 경제적 폐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은 이제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의 반대와 이를 비호하는 정부와 정치권, 관변학자들의 엉터리 논리에 의해 후분양제 도입은 계속 지연됐다. 분양가 자율화와 함께 오래 전에 바뀌었어야 할 제도가 그대로 온존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필요한 제도개혁을 제때 하지 않을 때 경제 전체로 얼마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지를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도리어 8.21 부동산 대책에서 후분양제 보완이라는 식의 편법으로 민간 주택건설업체가 자율적으로 후분양제와 선분양제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후분양제를 무력화시켰다. 특히 국토해양부는 11월초 건설사들이 조기 분양에 나서 자금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는 명목으로 재건축 후분양제를 폐지했다. 이명박정부는 여전히 건설업계와의 유착에 빠져 임기응변적 처방과 특혜 주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1] 민간주택건설사업 시행사가 부도가 나거나 파산하는 경우, 또는 공정률이 당초 예정보다25% 이상 늦어져 아파트 분양계약자들이 분양 이행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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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1. 13. 0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