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는 2009년 상반기에 발표하겠다던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를 지난해 말부터 작성해 공개하기 시작했다. 현행 국민은행이 조사해 매월 발표하는 주택가격 지수는 회원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호가에 근거한 지수인데다 신규 입주물량이 일정한 시점에 한꺼번에 표본에 잡히는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현실의 주택 가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2007년 이후로는 호가 위주의 국민은행 가격지수가 실제 거래되는 주택 가격과 괴리가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수도권 주요 도시들의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 사례들을 조사한 바로는 이미 2006년 이후로 고점 대비 15~20% 가량 떨어진 단지들이 대부분이다. 서울 동북권과 경기 동북부 및 인천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경우, 2008년 상반기가 고점이기는 했으나 이들 지역에서도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들은 실거래가 상으로는 2008년 상반기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도표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은행 가격지수로는 수도권과 수도권 각 광역시도의 가격지수가 2006년 말은 고사하고 2008년 상반기 고점 수준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도표1 수도권 전체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광역시도 아파트가격지수 추이 비교(국토해양부와 국민은행 자료를 이용해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작성)
ⓒ 김광수경제연구소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비록 3개월가량 시차가 발생하는 단점은 있지만, 2006년 1월부터 전국의 아파트 실거래가 사례를 집계해 국토해양부가 작성하는 실거래가 지수는 국민은행 가격지수보다는 부동산시장의 현실을 좀 더 정확히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였다. 국토부가 발표한 실거래가 지수를 보면 누가 보더라도 쉽게 수긍하기 힘든, 현실과 동떨어진 주택가격 지수임을 한 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를 살펴보자. 

 

<도표1>은 국토부의 아파트 실거래 지수와 국민은행의 아파트 가격지수추이를 2006년 1월의 가격 수준을 100으로 삼아 나타낸 것이다. 이들 도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실거래가 지수는 주택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가격의 진폭이 크게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국민은행 가격지수보다는 좀 더 현실에 가까운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호가 위주 가격지수보다 같은 기간에 훨씬 더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현실과 심각한 괴리를 나타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그동안 투기심리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주변 아파트 가격을 띄우기 위해서나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압력 때문에라도 실제 체결되는 아파트 가격보다 높은 호가를 유지해왔다. 특히 이 같은 호가는 주변 아파트 소유자들이 요구하는 '매도 호가'에 가까운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거래되는 실제 아파트 가격, 즉 실거래가는 이 같은 호가보다는 낮은 것이 정상이다.

 

특히 2007년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에 접어들면서 거래량이 급감하면서부터는 호가보다는 최소 10~20% 이상 싼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이 기간에 작성된 실거래가 지수가 국민은행 호가 지수보다 상승폭이 적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결과는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오히려 실거래가 지수의 상승폭이 국민은행 가격지수보다 훨씬 더 컸고, 따라서 2009년 9월 현재 국민은행 가격지수보다 훨씬 더 높은 상태에 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격지수임을 실거래가 지수 스스로가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의 실거래가 지수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는 아래에 소개하는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 사례를 살펴보면 좀 더 분명히 드러난다. 참고로, 아래에서 소개하는 실거래가 사례는 2009년 12월 국토부가 발표한 거래 사례들을 도표화한 것으로 2009년 11월까지 거래 사례들이 포함돼 있으나 상당수 단지의 경우 2009년 8, 9월 이후 거래가 소멸된 경우가 많았다.

 

▲ 도표2 서울 강남구 주요 아파트 실거래가격 변화 추이(국토해양부 자료를 이용해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작성)
ⓒ 김광수경제연구소

 

먼저 <도표2>를 토대로 이른바 '부동산 1번지'라고 하는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실거래가 사례를 살펴보자. 이 도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서울 강남의 경우에도 저층 재건축 단지의 대명사인 개포동 주공1단지만이 겨우 2006년 말 고점 수준의 가격을 회복했을 뿐이다. 그나마도 수도권 전역에 DTI규제가 도입된 2009년 9월 이후로는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층 재건축 단지의 상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에는 아예 2006년 말 고점 회복은커녕 고점보다 15%가량 낮은 가격에서 다시 떨어지고 있다.

 

이른바 명품아파트의 대명사였던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이나 도곡동 도곡렉슬 등도 2006년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진 가격에서 거래가 끊어지면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거나 재하락하고 있다.

 

강남구뿐만 아니다. <도표3>에서 수도권 주요 아파트단지들의 실거래가 사례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분당파크뷰의 경우 2009년에 가격이 반등했다고는 하지만 2006년 고점 대비 -30% 수준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떨어지면서 거래가 끊기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용인, 일산신도시 등 수도권의 주요 도시들도 대부분 비슷한 양상이다.

 

▲ 도표3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격 추이(국토해양부 자료를 이용해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작성)
ⓒ 김광수경제연구소

 

서울과 경기도 주요 도시들과는 달리 2007년 이후부터 오르기 시작한 인천시의 경우 2008년 상반기에 고점을 찍었으나 대체로 2009년에도 고점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서 모두 소개할 수는 없으나 수도권 대부분 주요 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대체로 이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부동산 1번지'라는 서울 강남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경기도의 주요 도시 대부분 지역에서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2006년 말 고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어 가장 최근의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가 발표된 2009년 9월 시점까지 평균적으로 고점대비 최소 15% 이상 떨어진 가격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에서 수도권의 경우 2006년 12월의 지수가 127.5이므로 2009년 9월의 가격이 이보다 15% 가량 떨어진 지수가 나와야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설사 2006년 말 이후 '버블 세븐'을 비롯, 수도권 주요 도시의 실거래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남은 투기 수요가 경기 동북부와 이른바 '노도강' 등 서울 동북 3구 등으로 유입되면서 2008년 상반기까지 오른 것이 다른 수도권 주요 도시의 실거래가 하락을 상쇄했다고 치더라도 2009년 9월의 실거래가 지수가 2006년 고점 수준을 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2009년 9월의 수도권 실거래가 지수는 2006년 말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147.0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토부가 발표한 실거래가 지수가 한 마디로 현실과 동떨어진 또 하나의 엉터리 통계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 호가지수의 문제점을 개선·보완하기는커녕 오히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격지수를 만들어낸 셈이다.

 

그러면 이처럼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가 엉터리 가격지수가 된 이유는 뭘까. 국토부가 구체적인 지수 작성 방법이나 이에 사용된 표본 등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으므로 현재로선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한두 가지 이유를 추정해 볼 수는 있다. 국토부 설명에 따르면 실거래 가격지수는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 지수인 케이스‐실러 지수의 기법을 본 따 2번 이상 반복 거래된 동일주택의 가격 변동률로 지수를 산정하는 '반복매매(repeat sales)' 모형을 사용해 작성됐다고 한다.

 

다만, 한국적 특성에 따라 아파트의 단지·면적·동·층그룹(저층·중간층·최상층 등)이 같은 아파트는 동일한 주택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이 같은 지수 작성 방법과 대상기간 아파트 거래의 특성 때문에 현실과 달리 특정 면적형이나 유형의 아파트 거래 비중이 과다 반영됐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007년 주택시장 침체기간 동안에도 상대적으로 소형 아파트는 거래도 비교적 활발했고, 가격도 중대형과는 달리 강세를 나타내는 지역이 많았다. 또 2007년 이후로는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지역을 대상으로 한 투기적 거래가 전반적인 시장 침체 속에서도 비교적 활발했는데, 이 같은 투기적 거래가 과다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경우야 어찌됐든 이처럼 시장상황 때문에 나타난 일부의 양상이 과대 반영되는 경우라면 이를 보정하면서 전반적인 주택시장의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방식으로 지수를 작성했어야 옳다. 통계나 각종 지수는 개별적 사례들만으로 파악하기 힘든 사회, 경제적 현상 등을 수치화해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로서는 사회, 경제적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야 올바른 정책적 처방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실태를 정확히 파악한다는 명목으로 많은 인력과 예산을 쏟아 붓고도 그 결과는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는 지수를 내놓고 말았다. 이러니 실거래가 지수가 발표되자마자 상당수 언론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만 것이다.

 

사실 각 정부 부처가 작성한 통계의 정합성이 떨어지거나 현실과 동떨어지는 경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관련 통계 또한 마찬가지다. 위에서 언급한 가격지수 외에 아파트 거래량의 경우에도 2009년 5월부터 그동안 거래량에서 제외해온 이른바 '부적정 하한가' 거래 사례 건수를 거래량에 포함시켜 갑자기 거래량을 늘리기도 했다. 또 미분양 물량 통계는 아예 사실상 건설업계가 마음대로 조작하는 통계에 가깝다. 건설업체가 신고하는 수치를 국토해양부가 단순 집계해서 발표하는 것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거래가 지수 또한 정부의 고의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 실거래가 기준으로 주택가격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호도하고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줘 가뜩이나 사기와 조작이 난무하는 부동산시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 29. 09:43

 

고려대 이기수 총장이 한국대교협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교육의 질에 비해 매우 싸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이는 교육 수요자인 대다수 국민들의 체감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한마디로 '경쟁의 무풍지대'에서 독과점적 혜택을 누리는 한국 대표 사립의 오만함과 자가당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일 3국의 교육의 질 대비 사립대 등록금 수준을 비교한 것은 우리 연구소가 소개한 글을 참조하시기 바라고요. 저는 이 글에서 1995년 이후 사립대와 전문대의 납입금 상승 추이와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을 비교해봤습니다. 아래 <도표1>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1995년 1월을 100으로 할 때 생활물가지수는 191.4로 변동한 반면, 사립대 납입금은 256.5, 전문대 납입금은 289.7로 급상승했습니다. 이를 금액으로 생각해보면 예전에 100만원으로 살 수 있던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가 191.4만원으로 상승한 반면, 1995년에 100만원이던 등록금은 256.5만원, 전문대 납입금은 289.7만원으로 올랐다는 얘기입니다. 이것은 비교적 등록금이 낮은 지방의 사립대와 전문대를 포함한 수치로 연세대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서울지역 사립대와 전문대의 등록금은 이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또한 고려대 총장과 같은 교육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가 아니라 교육 수요자 입장에서 지금 한국 교육의 현실을 살펴보면 어떨까요? 아래 <도표2>를 참고로 해서 설명하겠습니다.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과 민간의 지출 부담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은 민간, 즉 가계의 부담율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고등교육에 대해서도 대부분 국가가 책임지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민간 지출 부담이 높은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더 높은 것입니다. 이만큼 국가가 고등교육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민간 부담으로 지출하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처럼 된 데에는 정부가 80년대 이후 질적 수준을 따지지 않고 각종 사립대학을 무분별하게 난립하게 하고, '학벌 신드롬'을 조장해 대다수의 고교 졸업생이 어떤 식으로든 대학에 진학하게 하는 점에 기인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무분별하게 난립한 대학 가운데 다수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한국의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비 부담은 매우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학들은 경제위기 전까지 가파르게 등록금을 올려 진정한 교육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기 보다는 캠퍼스 내 건물을 올리고 각종 수도권과 지방에 캠퍼스를 조성해 '부동산 장사'와 '등록금 장사'에 더 열을 올려왔습니다. 이런 자신들의 행태는 망각하고 교육의 질에 비해 대학 등록금이 싸다고 주장하는 신임 대교협 회장의 발언은 그야말로 오만한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고려대 이기수 총장의 발언이야말로 왜 한국의 대학들이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으며,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왜 필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하겠습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 28. 10:44

 

지난해 말에 이어 올초에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전망하는 기사들이 각종 언론에서 앞다투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집값이 오르던 8~9월까지 "내년에 집값이 대세 상승한다"고 주장하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예상치'를 낮추더니 이제는 '보합'이니 '조정'이니 '상저하고' 식 발뺌하는 표현들을 쓰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 전망이 말 그대로 전망인지, 지금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설명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자신들 '희망사항'을 말하는 것일 뿐이지만 말이다.

 

이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결코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지 않고 늘 '조정' '보합'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이다. 집값은 늘 오르기만 하고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다음 집값 상승을 위한 휴지기 정도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일반인들로 하여금 은연중에 '한국의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식으로 세뇌를 시키는 것이다.

 

토지보상금 증가에 따른 집값 상승설은 근거 부족

 

최근 이들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이 새롭게 내놓은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가 토지보상금 문제인 모양이다. 올 한해 약 40조원에 가까운 토지보상금이 풀려 집값을 밀어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2000년대 집값 폭등은 주로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일반 가계의 대규모 금융권 차입 때문에 벌어진 투기 현상이다. 따라서 토지보상금 증가에 따른 집값 상승설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지만, 일반인들 가운데는 여전히 이에 현혹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 주장이 왜 근거가 없는지 한 번 생각해보자.

 

우선, 토지보상금이 풀린다 해도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따라 그 돈의 부동산 시장 유입 여부와 그 규모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글을 읽는 독자가 토지보상금을 받은 지주라고 하면 2005~2006년 부동산 폭등기 때는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덩달아 부동산 투자를 많이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거꾸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 부동산 투자에 쉽사리 덤벼들겠는가? 결국 같은 보상금을 받더라도 당시 상황에 따라 일반인들은 자신이 판단할 때 위험 대비 가장 많은 투자수익률을 가져다 주는 곳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올해의 집값 추이에 대한 전망은 다를 수 있다고 해도 적어도 2006년과 같은 폭등기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보상금을 받는다고 해도 과거처럼 부동산에 '적극적으로' 재투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2006년 부동산 폭등기 때와 마찬가지로 보상을 받은 가계가 부동산에 투자할 것처럼 기정사실화한다. 이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토지보상금이 일부 언론이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선동하는 것과 달리 주택시장에 그다지 흘러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토지보상금으로 인근 지역 땅을 사거나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방에 풀린 토지보상금이 수도권 아파트 시장으로 흘러드는 현상은 상당수 언론 보도와는 달리 매우 미약하다. 즉, 지금까지 대부분의 수도권 아파트 투기는 가계 주택 담보 대출을 통한 투기였을 뿐 토지 보상금은 부동산 대출 투기에 더한 플러스 알파 정도 변수였을 뿐이다.

 

'재미교포들의 강남아파트 대거 매수' 보도가 사실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간단히 도표 두 개만 소개하기로 하자. 

 

아래 '도표1'은 지난해(2009년)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 단지 매입자의 거주지별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보다시피 강남3구 56%를 포함해 서울 거주자가 74%를 차지한다. 그리고 수도권이 17%, 지방이 8% 정도였다. 그런데 이 가운데 토지 보상금을 받은 사람들로 보이는 비율(수도권과 지방 거주자 가운데 금융권에서 빚을 2억원 이하로 얻은 사람들)은 전체 거래의 3%도 되지 않았다. 판교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를 분석한 결과로는 지방 원정 매입자의 비율이 2%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거주지별 비율 2009년 은마아파트 매입자 가운데 지방 거주자는 8%였고, 이 중에서도 금융권 부채를 2억원 이하로 빌려서 매입한 경우는 3% 정도에 불과했다.
ⓒ 김광수경제연구소
 은마아파트

이는 토지보상을 받은 지방 사람들이 대부분 현금 보유를 하거나 부동산을 사더라도 인근 토지 등을 사고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수도권 원정 매매를 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골 사람들이 조상 땅을 팔아 받은 보상금으로 수도권 아파트에 질러대는 것은 결코 흔한 경우가 아니다. 

 

은마아파트 매매 거래자의 대부분은 아래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금융권에서 잔뜩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이다. 금융권 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 비율을 보면 2006년 같은 폭등기 때는 약 70%였다가, 지난해 경우에는 60% 가량 된다. 그리고 이들의 평균 주택 대출액은 전월세를 끼고도 평균 3.4억원 가량에 이르렀다. 그런데 경제 전반 상황을 고려하면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는 해제되기 어렵다.

 

본격적인 출구전략으로서 기준금리 인상이 논의되는 마당에 DTI규제를 해제한다는 것은 경제 전반의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현재로선 상상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부양에 목맨 현 정부라면 그런 일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DTI규제를 해제한다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기는 여건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도 모른 채 하는 주장일 뿐이다. 집값 부양에 '올인'하는 정부나 다주택 투기자 입장에서 기준금리 인상과 DTI규제 가운데 그나마 어느 쪽을 선호할까?

 

   
▲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매매가 대비 근저당 설정 실태 2009년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약 60%가 금융권 대출을 이용했고, 그 매입자들의 절반 이상이 최소 3억~4억원 이상의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 김광수경제연구소
 토지보상금

이런 식으로 이제 추가 주택대출은 어려운 상황이 됐다. 주택 구매자의 60%가량이 주택대출로 매매를 하는 상황에서 주택대출이 묶여 있는 가운데, 불과 전체 거래의 2~3%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 토지보상금 거래가 늘어난다고 집값이 얼마나 뛸 수 있을까? 또한 지난해 수도권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뛰는 축에 든 은마아파트가 이 정도인데 집값이 움츠러든다면 토지보상금이 얼마나 몰려들겠는가?

 

참고로, 지난해 초에 환율효과로 미국 거주 교포들이 강남아파트 대거 매수에 나섰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왔는데, 적어도 은마아파트 사례를 보면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전체 2백수십건의 매매사례 가운데 외국 거주자들이 아파트를 산 경우는 딱 두 건 뿐이었다. 그것도 5억원 이상 부채를 안고 아파트를 산 경우였다.

 

투기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가공의 숫자로 선동

 

사실 무엇보다 올해 안에 40조원에 이르는 토지 보상금이 일시에 다 풀린다는 주장부터가 터무니없이 과장돼 있다. 40조원이라는 액수는 일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경제위기 등으로 몇 년간 미뤄진 사업들과 올해 정부에서 계획한 신규 사업 등이 올해 한꺼번에 진행하는 것을 가정해 뽑아낸 액수다. 하지만 지난해 경제위기에 따른 경기부양책을 위해 정부가 막대한 재정과 공기업 자금을 동원한 결과 이미 정부 재정이나 공기업 재무구조도 매우 취약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40조원에 이르는 토지보상금을 올해 안에 모두 집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특히 토지보상금의 대부분을 집행하는 통합 토지주택공사는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해서 자금 여력이 바닥난 상태다. 이 때문에 토지주택공사는 현 정부가 역점을 둔 보금자리주택을 제외한 각종 공공택지나 신도시 지역 토지보상을 뒤로 미루거나 재검토하고 있다. 그나마 현금 보상도 어려워 채권 보상을 하겠다고 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부르짖는 토지보상액 40조는 일반 가계들의 투기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가공의 숫자로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미 우리 연구소가 전국 각 지역 부동산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부나 지자체, 중앙과 지방 공기업의 자금 부족으로 토지 보상이 계속 지연되는 사례를 곳곳에서 확인했다. 일부 언론에서 집값 투기 선동 소재로 삼기 위해 그 동안 미뤄졌던 토지 보상금 집행이 모두 올해 안에 몰릴 것으로 소설을 쓰지만 이처럼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 때문에 부동산 부양에 나선 국토해양부조차도 올해 토지보상금 규모가 26~27조원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은 정부 계획대로 모두 집행되기도 어렵지만, 설사 26조원 이상이 모두 집행된다 하더라도 예년에 없던 26조여원 돈이 갑자기 한꺼번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2006년 29조원, 2007년 25조원 정도였던 수준과 사실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정말 일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 주장대로 토지보상금이 수도권 집값을 뒤흔든다면, 2007년에 25조원이나 풀렸는데 왜 수도권 주요 도시 집값은 그때부터 가라앉았나?

 

이상에서 본 것처럼 '토지보상금 40조원' 운운하는 주장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지난해 9월 이후 수도권 주택 가격이 자신들 주장과 다르게 가라앉으니 만들어낸 또 하나의 투기 선동 재료일 뿐이다. 이미 수도권 주택시장은 일시적인 기복은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2006년말(버블 세븐의 경우) 또는 2008년 상반기(서울 동북권과 수도권 외곽의 경우)를 고점으로 해서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있다. 수도권 곳곳에서 분양 참패가 이어지고, 미입주물량이 쌓이고 있는 것이 이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가족들과 오손도손 살아갈 내 집 한 칸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잘못하다가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의 행렬에 끼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토지보상금 40조원 때문에 집값이 오를 일은 없으니, 그 같은 선동에 휘둘려 조급해하거나 서둘지는 말기를 바란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 25. 09:13

 

 최근 계속 이어지는 전세가격 상승과 관련해 각종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고 많은 분들이 최근 현상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계신 듯 합니다. 전세가격 상승 초기에 언론 보도는 주택 멸실과 이주 수요 때문에 전세값이 뛴다는 식으로 공급 부족론에 바탕을 둔 것이 주류였습니다. 일부 언론은 실수요를 반영한 전세값이 뛰니 매매가도 오를 것이라며 투기 선동 기사를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지역에 학군수요가 몰려들어 전세가가 뛴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는군요.

 
이 같은 언론보도가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전세가 상승에 대한 각종 데이터 분석을 해봤습니다본론에 앞서, 한 가지 전제할 것은 한국의 주택가격 통계가 상당히 부실한 가운데 전세와 관련된 통계는 더욱 부실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전세 관련 통계가 2003년이나 2007년부터 작성된 경우가 많아 과거의 현상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이들 통계를 통해 대체적인 윤곽을 잡고 추정을 할 수는 있으나, 확정적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이 점을 유념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전세가격의 동향부터 한 번 살펴보기로 합시다. <도표1>에서 서울의 전세가격 추이를 2008 11월 이전과 2008 12월로 나누어서 평형별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통계청 자료에서 2008 12월의 가격지수를 100으로 잡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이 시점을 전후해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급락하면서 시장 상황이 확 달라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도표1>을 보면 2008 11월 이전에는 전세가가 소형, 중형, 대형 순으로 오르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중대형의 경우 역전세난을 겪으며 2008년 하반기에는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반면 2008 12월 이후에는 전세가격이 중형, 소형, 대형 순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크게 두 가지를 시사해준다고 보는데요. 먼저, 현재의 전세가격 상승이 멸실주택과 이주수요 증가가 주요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그 때문이라면 예전처럼 소형이 가장 가파르게 올랐어야 하니까요. 두번째는 매매 포기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비싼 집을 사는 대신 중형 평형 중심의 전세로 옮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이어 아래 <도표2>에서 다른 수도권 지역의 전세가격 추이를 한 번 보겠습니다. 그런데 경기도와 인천의 전세가격은 서울과는 달리 2009년 들어 일부 회복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상승세가 멈추며 안정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격 지수상으로 2008년말 경제 위기 이전의 고점을 회복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과는 달리 경제위기 이전과 마찬가지로 소형, 중형, 대형순으로 전세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아래 <도표3>을 참고로 수도권 각 지역의 전세가격 추이를 주택 유형별로 살펴보도록 합시다. 편의상 2008 12월 이후의 변동상황을 보면 세 지역 모두에서 아파트만 유독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단독과 연립은 상승세가 아파트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현재의 전세가 상승이 멸실주택과 이에 따른 이주수요 증가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입니다. 뉴타운 재개발 지역 거주자의 70~80% 가량은 세입자들로 이들은 대개 8000만원 이하 전월세 수요자들입니다. 결국 이들이 서울시내에서 찾을 수 있는 전월세 또한 대부분 단독이나 연립주택의 전세입니다. 그런데 보통 전세가 1 5000만원 이상인 아파트 전세가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면 현재의 전세가격 상승은 멸실주택 증가 때문만으로 해석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전세가격을 이렇게 밀어올리고 있을까요? 최근 언론에서는 얼마 전까지 떠들던 멸실주택 증가 외에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학군수요를 거론합니다. 이른바 강남은 늘 수요가 있어 집값이 오른다는 스테레오타입에 짜맞춘 분석입니다. 그냥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보고 설명하는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들이 그렇게 말하니 그러려니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강남지역에 국한할 때 이 같은 학군수요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강남 학군수요는 굳이 따지자면 이맘때쯤이면 늘 있던 수요입니다. 더구나 고교선택제가 당초 계획보다는 완화된 형태로 도입됐지만, 학군에 따른 거주지 차별화를 완화시켰으니 예년보다 학군수요가 더 강할 리도 없습니다. 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서울시 전역에서 일어나는 전세가 상승이 학군수요 때문이라면 강남지역 이외의 전세가는 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상승폭은 다르다 할지라도 강남 이외 지역의 전세가도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저는 크게 세 가지로 봅니다.

 

먼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금융권 부채를 잔뜩 진 집주인들이 지난해 매매가 상승시기와 맞물리면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가를 높여 부르면서 전세가가 따라 올랐던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수급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매매 포기(또는 관망) 수요가 전세 수요로 대거 전환하거나 주택 매매후 전세로 옮겨가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서울 집값은 너무 높은 상태여서 투기적 가수요마저도 거의 바닥나 있는 상태인데다가 투자수익률 관점에서 볼 때 더 이상 과거처럼 거액의 빚을 얻어서라도 확 질러 버릴 정도의 집값 상승세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깨달은 수요들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거꾸로 기존에 보유했던 집을 팔고 나온 사람들이 전세로 전환하는 수요도 만만찮을 것입니다. 실제로 주변에 이 같은 사례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그와 관련한 기사도 나왔을 정도이니까요.

 

이는 단순한 주먹구구식 추론이 아닙니다. 제가 앞서 거론한 데이터상의 추이를 모두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수요는 멸실주택 이주수요에 비해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넉넉해 고가의 아파트를 사는 것을 포기하면 중형이나 대형의 아파트 전세를 살 수 있는 수요입니다. 서울 지역 전세가 추이에서 대형이 소형가 큰 차이없이 오르고 있는 것은 서울전역에서 소형 아파트 공급은 부족하고 대형 평형 아파트 공급은 매우 과잉인 상태를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적지 않은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또 이 같은 추론은 왜 서울 전세가격은 가파르게 오르는데 인접 지역인 경기도와 인천의 전세가는 매우 안정돼 있는지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보통 서울에 살던 사람이 집을 살 때는 서울의 집값이 너무 높기 때문이기도 하고, 경기도와 인천에서 대규모 분양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들 지역으로 빠져나갑니다. 그것이 실거주 목적이든 투자든 투기 목적이든 집을 살 때는 다른 수도권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감수합니다. 하지만 전세로 머물게 되면 대부분 기존에 살았던 자신의 터전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는 인구지리학적으로 이미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입니다. 뉴타운 재개발 지역의 이주수요가 대부분 인접동이나 인접구를 벗어나지 않는 것도 같은 현상입니다. 결국 과거에는 수도권으로 집을 사서 이주하던 수요가 더 이상 빠져나가지 않고 서울지역의 전세수요로 남게 돼 서울 전역의 전세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이밖에 2009년 하반기 이후 수도권에서 대규모 입주가 이뤄지는 가운데 주택시장 침체로 갈아타기 수요든 기존 집을 팔려는 소유자들이 집을 팔기 위해 전세를 빼고 있는 것이 전세 공급을 단기적으로 줄이는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봅니다.

 

물론 주택 멸실에 따른 이주수요나 학군수요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아닙니다. 당연히 이들 수요는 국지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서울 전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전세가 상승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닙니다. 이들 수요들은 플러스 알파정도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최근 수도권 가운데서도 유독 서울에서만 나타나는 전세 가격 상승은 일부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나 언론에서 선동하는 것처럼 집값 상승의 전조라기보다는 오히려 본격적인 집값 하락의 전조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의 Seattlelite님께서 소개해주셨듯이 미국에서도 주택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기 직전 주택 가격이 너무 오른 가운데 매입 수요가 줄어 매매 거래는 침체된 가운데 렌트 가격이 일시 급등한 적이 있었습니다. 현재 서울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세가 상승은 그런 흐름과 비슷하다고 판단됩니다.

이 같은 추론은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을 비교해보면 좀더 설득력이 생깁니다. <도표4>에서 보시는 것처럼 서울의 경우 2001년 중반 이전에는 이 비율이 꾸준히 올랐습니다. 외환위기 직후 2000년대 초반 일시적 공급 부족 등으로 전세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 비율이 꾸준히 올랐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전세가보다 매매가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 비율은 64%에서 40% 전후 수준까지 가파르게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2009년 들어서는 이 비율이 정체 상태를 보이더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천이나 경기도의 경우에도 시기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0년대 부동산 폭등기 때에 나타난 양상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양상은 1988~2001년 중반까지 나타났던 전세가 상승이 집값 상승을 견인하던 때와는 다릅니다. 그때는 주택 공급이 일시적으로 부족했던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고, 집값과 전세가가 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동반 상승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미분양, 미입주 사태나 105%가 넘는 강남 지역의 주택보급률이 의미하듯 공급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또한 매매 거래가 점차 활발하면서 매매가가 상승하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지난해 9월 이후 매매 거래가 위축되면서 실거래가 기준으로 집값이 하락하는 가운데 전세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오히려 미국에서 집값이 급락하기 직전 나타났던 렌트 상승 현상과 비슷한 흐름이라고 판단됩니다.

 

실제로 몇 년 전 지방에서 나타났던 흐름들과 비교해봐도 이 같은 해석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도표4>에서 대전과 대구의 이 비율을 보시면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2006년경부터 이 비율이 상승하거나 강보합세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도 지금의 전세가격 상승 현상은 집값의 본격적인 하락을 알리는 전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물론 관련 통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100% 확정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으나 적어도 지금의 전세가 상승이 주택 공급 부족 때문이어서 서울 집값을 지속적으로 밀어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또한 전세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봅니다. 앞에서도 설명드렸지만, 수도권 내에서 매매 수요의 이동의 비교적 활발하게 일어나지만 전세 수요 이동은 지역 고착성이 강한 편입니다. 하지만 매매 포기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되면서 일시적인 병목현상 때문에 전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는 계속 지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서울의 전세가가 계속 높아지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서울의 전세 수요도 경기도나 인천 등 인근 수도권 지역으로 전세를 찾아 옮겨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기도와 인천의 주택 공급 과잉 압력은 워낙 큰데다 전세가도 상당히 안정돼 있어 결국 서울의 전세가도 조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물론 당장 서울에서 전세를 옮겨야 하는 분들, 특히 2008년 하반기에 전세 계약을 하셨던 분들 입장에서는 당장 수천만원 이상 오른 전세가가 큰 부담이 되시기는 하겠지만 너무 불안해 하거나 초조해하지는 않으셔도 된다고 봅니다. 적어도 언론 보도처럼 전세가 올려주느니 빚 내서 집 산다는 식으로 접근하실 때는 아니라고 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 21. 11:52

 

이 글은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의 <부동산문제>란에 Seattlelite님께서 띄워주신 글입니다. 좋은 글이라고 판단하여 아고라에도 소개합니다.

 

 

 

미국에서도 2009년인 지난 한해는

주택소유자들에게 한가닥 희망의 빛을 주던 그런 한해였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주택 경기부양책이

작년 봄을 기점으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물론, 전세계적인 유동성 확대로 인한 자산 거품에 기인한 연유도 큽니다.

미국의 경우, 택스크레딧 8천불 프로그램 덕분에 주택거래량을 늘어나게 했고,

HAMP(주택융자조정프로그램) 덕분에 차압율을 그나마 이 정도에서 막을수 있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2009년 4월 부터 무려 10% 이상 급등하는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그외 많은 도시들도 그 무렵즈음 바닥을 찍고 약간씩 상승하기 시작했지요.

(한국도 그러했지요?)

 

아래는 주택가격 피크 이후의 가격 변동폭을 도시별로 나타낸 그림입니다.

 

 

확실히 2008년도에 비해 2009년의 하락은 상대적으로 미미합니다.

샌디에고와 샌프란시스코의 경우는 2008년 가격보다 2009년에 더 오른 상태임을 알수 있습니다.

 

 

 

위 그림은 YOY(Year over Year: 년간) 기준으로 작성된 주택가격 변동률입니다.

1년전에 비해 얼마나 변화했는가를 매달 그려 넣은 그래프지요.

 

2007년 부터 0% 이하, 즉, 년간상승률 기준으로 하락하기 시작해서,

2년동안 지속적으로 떨어지다가, 2009년 초를 기준으로 반등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 반등은 하락률이 줄어 든다는 것이지, 본격적인 상승을 말하는 것은 아직은 아닙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그 오름세의 경사도가 상당합니다.

금방 0%를 뚫고 다시 급상승할 듯한 기세입니다.

 

이렇게 2009년의 미국 주택시장은 주택소유자들에게 다시금 희망을 주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반면에 2009년이 최악의 해가 된 주택소유자들도 있습니다.

바로 고가주택 소유자들입니다.

 

제가 사는 이곳 시애틀도, 부촌 중의 하나인 벨뷰, 클라이드힐 등등 지역의 고가주택들은

2009년도에 반값이상으로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급락 초기인 2008년에는 하락률이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밀리언 이상의 고가주택들의 하락폭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뉴욕의 맨하탄도 그러했습니다.

2008년에도 그다지 흔들리지 않았던 맨하탄의 고가아파트들도 2009년이 되자

추풍낙엽처럼 하락을 면치 못했습니다. 

통계의 평균값을 주도하는 중소규모의 주택들이 2009년도에 그다지 하락하지 않은 것에 비하면

뒤늦은 고가주택의 하락은 불경기의 여파가 고소득층에게도 미치고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이제 대망의 2010년이 되었고 꽁꽁얼어 붙었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큰 기지개를 펼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 졌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게 그렇게 될까요..?

 

다들 생각하시다 시피, 금년 2010년의 최고의 화두는 바로 '출구전략' 입니다.

미국도 30년 고정모기지 금리는 작년을 기점으로 바닥을 쳤다고 보아야 합니다.

(참고: 버냉키의 개인적 선택으로 본 미국의 내년 이자율 전망 http://blog.daum.net/seattleite/109)

ARM(변동모기지)도 이자율이 오르는 것만 남았다고 보면 쉽습니다.

 

8천불 택스크레딧도 금년 4월말이 종료합니다.

더 이상의 연장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HAMP(융자조정)도 앞으로 꺼려질거라고 합니다.

게다가 금리인상과 더불어 주택관련 이자율은 분명히 다 오르게 됩니다.

 

주택붐이 한창이던 2004년에 싼 가격에 ARM을 가진 사람들은,

만약 그들이 5/1 ARM을 했다면, 2009년가 이자율이 리셋되는 시점입니다.

2009년도는 역대 최저의 금리시대였으니 리셋해도 오히려 모기지가 줄어듭니다.

그런데, 5년후부터 리셋은 매년합니다.

5/1 의 뒷자리 1의 의미가 바로 1년마다 리셋한다는 의미입니다.

 

2010년 부터 이자율이 오르기 시작하면,

이들의 모기지 페이먼트는 급상승하기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모기지 페이먼트와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입니다.

 

게다가, 과거 붐때는 Interest nullly (이자만 내는) ARM도 많이 했습니다.

아니.. 제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로 이자온리 변동금리 모기지 입니다.

이 분들은 올해부터 정말 고생하게 됩니다.

 

자영업자들은 평균 수입이 2년전에 비해 반이상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원금까지 포함된 모기지를 감당할수 있을까요?

월급생활자들 또한 실업률이 10%가 넘는 상황에서 언제 짤릴지 간당간당 할겁니다.

 

덧붙여서, 붐의 막바지에 사람들을 주택구매로 내몰던 Option ARM 이란 놈이 있습니다.

이자온리 보다 더 작은 페이먼트를 매달하면서, 그 차이만큼 원금이 불어나는 론이지요.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지 상상이 가실 겁니다.

 

 

2009년도에도 차압주택수는 2008년에 비해  지속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위 그림은 연체율과 포클로저(차압)를 나타낸 것입니다.

프라임론이든 서브프라임이든 모두 론이 다 연체와 차압이 급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MBA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1년에 차압 데이타가 피크를 이룰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여러 정황으로 볼때, 2010년의 미국 주택시장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더블딥을 만들어 낼수 있는 상황입니다.

 

좀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2010년이 될것 같습니다.

 

 

 

시애틀에서...

 

지난 글모음을 보실려면...

http://blog.daum.net/seattle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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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 20. 09:45

 

오늘(19일) 국토부가 2009년 12월분 실거래 아파트 거래량을 발표했네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아파트 거래량 추이를 다시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편의상 국토부 보도자료 상에 나와 있는 아파트 거래량 자료를 가지고 도표화했기에

2008년 10월 이전 데이터는 거래량 고점이었던 2006년 11월밖에 없습니다.

이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 강남의 경우 급매 위주로 일부 거래량이 소폭 증가했으나,

이외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는 거래량이 급감했습니다.

특히 수도권 5개 신도시와 서울 강북 지역의 거래량 감소가 확연하네요.

거래량만으로 놓고 보면 2009년 2,3월경 수준으로 다시 돌아갔는데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11월 고점 대비 약 5분의 1 수준입니다.  

그나마도 몇 달 전 설명드린 바 있듯이 이미 수도권과 서울 거래량은 5,6월 이후 거의 늘어나지 않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가 10월부터 다시 줄어들고 있습니다.

강남3구와 5개 신도시의 거래량도 6월 이후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미 5,6월부터 추가 집값 상승의 여력이 점차 바닥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아파트 가격이 이미 너무 오른 가운데 언론의 선동 보도로 집 주인들이 억지로

버티고 있으나, 이미 투기적 가수요마저 거의 고갈돼 버려 거래가 끊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거래 실종+실거래가 하락'이라는 2007년 이후 수도권 주택시장 상황이

재연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직은 그 초기일뿐이집만 말입니다.

현 정부가 억지로 지연시켰던 부동산 거품 붕괴는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집값이 떨어질 때 집을 사라"는 식의 부동산 선동가들과 일부 언론의

선동 기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선동에 현혹되지 마시길 다시 한 번 당부드립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 19. 12:24

 

 

얼마 전 정부의 실업률 통계가 왜 현실과 크나큰 괴리를 보이고 있는지를 설명한 바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률로는 절대 '이태백'과 같은 청년실업난의 현실을 살펴볼 수 없다. 하지만 실업률에 비해 그나마 취업 및 고용 실태를 잘 보여준다고 판단되는 취업자수 및 고용률의 추이를 살펴보면 현재 대학 졸업생들이 느끼는 취업난의 실상을 조금은 느낄 수 있게 된다. 한 번 살펴보자. 

 

<도표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50대와 60대의 고용률은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증가하고 있다. 특히 55~59세 사이의 고용률은 경제 위기 이후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반면 20대의 고용률은 2005년 하반기 이후 떨어지고 있는데, 이 가운데서도 20대 전반의 고용률은 2005 7월의 54.7%에서 올해 10 43.6%까지 약 11.1%포인트나 급감하고 있다. 통계상으로는 청년 실업률이 여전히 7~8% 수준에 불과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대학 졸업생들이 변변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고용 사정이 악화돼 있는 것이다.

 

이는 취업자수 현황을 봐도 마찬가지다. 20~30, 특히 20대 취업자수가 가파른 속도로 떨어지고 40대는 경제위기 이후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 반면 50~60대 이상의 취업자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에 따른 측면도 있지만 경제위기 이후 20대의 취업자수 하락이 가속화되고 50대의 취업자수가 불어나고 있는 것은 눈에 띈다. 정부가 청년인턴제도 등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나섰지만 거의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약 2조원의 예산을 들여 실시한 희망근로사업의 경우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지는 못한 반면 일자리를 갖고 있지 않던 50대와 60대 이상 고연령층이 대거 희망근로사업을 통해 취업자로 편입됨으로써 취업자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도표1> 연령대별 고용률 및 취업자수 현황

 


(
) 통계청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하지만 이 같은 일자리 늘리기는 결코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하기 어렵다. 지금도 정부가 각종 명목으로 막대한 적자재정을 퍼부어 명목상의 단기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으나, 재정적자 부담 등으로 더 이상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는 순간 일시에 사라지는 일자리인 것이다.

 

경제위기를 전후로 출범한 현정부는 고환율 정책을 통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주는 반면 일반 국민들의 구매력은 크게 떨어뜨렸다. 이는 일반 국민들에게 환율 인상이라는 형태로 세금을 걷어 수출기업들에게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해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결과 <도표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국민처분가능소득 가운데 법인과 정부(세수)부문의 분배 비중은 꾸준히 늘어왔지만 일반가계의 분배 비중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갈수록 법인에 집중되고 일반가계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복지 대안지표(Alternative Measures of Well-being)라는 OECD 연구자그룹의 2006년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OECD 상위권에 속하지만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경제성장률과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괴리가 가장 심한 나라로 분류됐다. 특히 가계부문의 가처분소득 비중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도표2> 부문별 가처분소득 비중 추이

 


(
)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한국은 경기회복의 과실이 가계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경제 구조와 현실이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공급 위주의 성장정책이 극단화되고 있어 매년 80조원에 이르는 공공사업 재원으로 각종 불요불급한 대형 토건사업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일자리를 늘리거나 국민들의 소득을 끌어올리지도, 국민들의 복지 수준과 삶의 질을 끌어올리지도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정부가 경기회복이라고 부르짖고 있지만, 이는 진정한 의미의 경기회복이라고 보기 어렵다. 가계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구매력과 소득이 늘어나서 삶의 질이 높아지는 진정한 의미의 경기회복, 더 나아가 가능한 한 많은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 19. 10:22

 

"당신이 존경하는 분은 누구입니까?"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저는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김광수소장님입니다."

연구소에 적을 두고 있으니 너무나 당연한 대답 아니냐고요?

그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연구소에 적을 두고 있어서 그렇게 대답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소장님을 존경했기에 2008년 여름 연구소에 합류한 것입니다.

2004년 기자 시절 소장님을 처음 뵜을 때는 한국경제와 사회 전반에 대한 소장님의 깊은 이해와 탁견,

혜안과 통찰 같은 것들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나라의 앞날, 특히 자식세대의 앞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소장님의 마음과 뜻에 반하게 됐습니다.

물론 소장님도 한 사람의 인간이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좀 더 유연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적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뜻을 세워 한 방향으로 정진하는 소장님의 강직한 모습이 사실은 저를

더욱 매료시킨다는 것을 깨닫곤 합니다.

그리고는 늘 저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을 수 있는 분을 모신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같은 소장님의 마음과 뜻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소장님이 쓰신 글들을 모두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만,

사실 만만찮은 분량입니다.

마침 어제 작성된 프레시안 인터뷰는 충분한 분량으로 최근 소장님의 생각을 대체로 잘 정리한

인터뷰라고 생각됩니다.

소장님의 생각을 약간은 프레시안적인 시각으로 재단한 부분이 있지만, 소장님 생각의 큰 틀을

읽는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포장술로 경제현실을 바꿀 순 없다"
[인터뷰] 김광수 소장 "문제는 정치다, 이 바보야!"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113190318&section=02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113190318&Section=02&page=1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113190318&Section=02&page=2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 16. 12:03

MBC PD수첩이 12일 밤 <2010년 아파트의 그늘>편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내용은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벌어지는 실태에 대한 생생한 현장취재와 판교 및 은마아파트 단지의 매매 거래실태를 분석, 보도하는 등 심층성이 결합된 수작이었다.

 

하지만 짧은 방송시간에 압축된 내용을 방송하다 보니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이 전달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PD수첩팀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방송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은마아파트 매매거래 실태를 정리해보았다. 참고로, 이 글은 우리 연구소가 발행하는 <경제시평>의 시사경제란에서 소개한 내용을 수정한 것이다.

 

우선, 1997년 이후 은마아파트의 연도별 거래 특성과 실태를 <도표1>을 참고로 살펴보자.

 

<도표1> 연도별 은마아파트 거래 실태


(주) MBC PD수첩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2009년은 연환산 수치임

 

은마아파트의 매매체결 건수 추이를 살펴보면 부동산 1차 투기 붐이 일었던 2001년과 2003년 약 400건 전후의 거래 건수를 기록해 최고를 기록한 뒤 2차 투기 붐이 일었던 2005, 2006년에는 각각 260건 전후로 떨어졌다. 버블 세븐 지역의 주택거래 침체가 시작된 2007, 2008년에는 100~120건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2009년 강남 재건축 위주의 집값 반등이 일어나면서 연환산 288건 수준으로 거래가 급증했다.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연도별 거주비율을 살펴보면 1998 55.8%였던 것이 2005년 이후 18.3%로 떨어진 뒤 올해는 11.4%까지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살지는 않으면서 향후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시간이 갈수록 크게 늘어 최근 5년 동안은 투기 수요가 은마아파트 매입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주거지를 보면 54.8%가 서울 강남 3(강남, 송파, 서초) 거주자였고 강남 3구 이외 서울지역 거주자가 18.3%를 차지했다. 이로부터 은마아파트의 주 매입자는 서울 거주자가 73.1%로 나타났다. 또 경기도 용인시와 성남시 분당 등 수도권 거주자가 17.4%, 수도권 이외 지방 거주자가 8.5%를 차지했다. 그리고 미국, 캐나다 등 외국 거주자도 2가구로 0.8%를 차지했다. 서울 이외 수도권 및 지방 거주자의 상당수는 부채가 없거나 부채가 적은 상태에서 집을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수도권 및 지방의 개발지역에서 토지보상 등을 받아 은마아파트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마아파트 매입자가 주택 매입시 제 1, 2금융권 등에서 자금을 빌릴 때 설정하는 근저당 설정총액의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부동산투기가 극성을 부렸던 2001년 이후 급증해 2006 663.6억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2007~2008년에는 급감한 뒤 2009년매매가 늘어나면서 다시 연환산 577억원 수준까지 급증하고 있다. 또 연도별로 전체 매입자 가운데 근저당설정을 하는 가구의 비율은 대부분 기간 동안 60% 전후 수준을 유지됐으나 2차 부동산투기 붐이 일었던 2004~2006년 동안에는 70%까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은마아파트 근저당 설정액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매입자의 평균 근저당 설정액은 1997 0.8억원에서 2006 2.48억원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이후 거래가 줄면서 근저당 설정액이 줄었으나 다시 증가추세를 보여 올해에는 평균 2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근저당설정을 한 매입자의 평균 근저당 설정액도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데 1997년 평균 1.49억원 수준에서 꾸준히 상승해 2006 3.67억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근저당 설정액이 줄었으나 2009년에 다시 3.43억원 수준까지 이르러 2006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부동산 투기가 심해지고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거래가 줄어드는 가운데 은마아파트를 산다고 해도 거액의 빚을 내지 않고는 투자하기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에는 2009년에 한정해서 은마아파트 매매 실태를 세부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2009 10월 중순까지 매매 거래를 한 227가구 가운데 근저당이 설정된 가구는 모두 133가구로 나타났다. 근저당이 설정된 가구의 평균 설정액은 3.4억원, 전체 가구의 평균 설정액은 2억원 정도로 나타났다.

 

근저당을 설정한 가구의 매매가 대비 평균 설정액 비율은 약 33.4%였다. 자산 가치에 비해서 평균 설정액 비율은 크게 높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매매가가 10억원 전후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자부담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좀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도표2>에서 매매가 대비 설정액 비율이 60% 이상에 이르는 가구가 전체 93가구 가운데 11가구로 11.8%를 차지하고 있다. 근저당 설정액 비율이 40% 이상인 경우까지 범위를 넓히면 33.3%에 이른다. 더구나 위의 매입자 거주 실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들 가구 대부분이 전월세를 낀 상태에서 은마아파트를 매입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같은 수치가 결코 낮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은마아파트 전세가가 약 2.5~3억원 정도로 매매가의 약 25% 정도를 차지하므로 실제 은마아파트 근저당설정 매입자는 평균 60% 이상 부채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도표2> 2009년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부채 실태


(주) MBC PD수첩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전체 아파트 가운데 10% 이하의 소량이 거래돼 전체 가격이 오르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시중금리인상 등으로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가구가 급매물을 내놓게 되면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2009년거래체결 사례 가운데는 근저당 설정액 비율이 75%를 넘는 사례도 일곱 건이나 돼 향후 이들 가구가 급매물로 나올 경우 집값 하락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처럼 자산가치 대비 근저당 설정액의 비율만 봐서는 주택대출을 통한 부동산 매입의 위험성을 올바로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점 때문에 정부 당국도 LTV 규제뿐만 아니라 뒤늦게 소득대비 총부채 규모를 따지는 DTI 규제를 도입한 것이다. 등기부등본을 토대로 작성한 PD수첩팀의 기초자료에는 소득 자료가 없어 은마아파트 매입자들의 소득대비 부채 규모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들이 매월 어느 정도의 이자를 내야 하는지는 추정해볼 수 있다. 근저당이 설정된 매입자들의 근저당 설정액 총액의 80%를 실제 금융권 부채로 보고 연이율을 7.2%(월이율 0.06%)로 잡을 경우 월 이자부담을 살펴보자. <도표2>에서 월 200만원 이상 이자부담을 하는 가구는 39가구(29.3%)에 이르고 월 300만원 이상 이자를 부담하는 경우도 13가구(9.8%)에 이른다. 웬만한 도시근로자 가구의 평균소득인 월 300만원 이상을 이자로 내면서도 이 같은 투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으려면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최소 연간 3,600만원 이상 아파트 가격이 상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DTI 규제를 도입한 이후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매월 300만원 이상 거액의 이자를 내면서 버틸 수 있는 가계는 많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 가계가 시장에 급매물을 내놓으면 아파트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2006년말 수도권에서 가계부채 급증을 배경으로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폭등한 뒤 추가 매수세가 끊기자 2007년부터 집값이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꾸준히 하락했던 양상이기도 하다.

 

더구나 만약 5억원을 빌린 가구가 거치기간이 끝난 뒤 원리금을 함께 내게 될 경우 20년 분할 상환을 하더라도 원금만 추가로 208만원 가량을 내야 한다. 이 경우 웬만한 가구는 3년 이내에 아파트를 처분할 수 없다면 자신 소유의 아파트를 경매에 넘길 수밖에 없게 된다.

 

과도한 부채를 배경으로 오른 집값은 부동산시장 안팎의 조그만 충격에도 언제든지 다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선투자해 놓은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을 띄우는데 단기적으로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이미 국내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와 있다.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국민을 기만하는 정책남발과 뒷일을 생각지 않는 재정 적자 확대로 부동산 버블을 더욱 키운 과오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 13. 13:26
 

올 들어 처음 쓰는 글입니다. 늦었지만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새해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이 땅의 많은 서민들이 함께 행복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올 한 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인사에서 '일자리 정부'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한다. 말이야 좋다. 하지만 현 정부가 말하는 일자리가 안정되고 지속가능한 일자리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지금까지 현 정부가 실제로 실행해온 일자리 창출 사업은 대부분 경인운하나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목사업을 통해 만들어내는 '삽자루 일자리'이거나 희망근로사업을 통해 50,60대 이상에게 용돈벌이를 하게 해주는 속칭 '알바'일자리 양산이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현 정부는 전 세계 대부분 국가가 부동산 거품을 일정하게 해소하고 있을 때 오히려 막대한 부동산 투기 조장책을 통해 부동산 거품을 불러일으켰다. 2000년대 이후 거듭되는 내수 침체와 실업난, 비정규직 증가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시장에 묶인 돈이 생산경제로 흐르지 않은데서 생겨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자리 정부'라는 주장은 헛된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필자가 현 정부의 '일자리 정부' 타령에 코웃음을 치게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실업률 통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이나 고용 사정도 제대로 모르면서 제대로 일자리 대책을 만들 수 있겠는가. 눈 뜬 장님격이 되기 십상이다.

 

오늘자 다음 탑 화면에 걸려 있지만,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실업률과 '사실상 실업률' 또는 '체감 실업률'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사실 정부 공식 실업률은 지난해 내내 3%대를 유지해 극심한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도 거의 완전 고용 상태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20대의 60%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고 극심한 취업난과 실업난을 모두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코미디란 말인가.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날까. 한국의 경우 구직활동을 포기한 채 단순히 ‘쉬었다’고 답하는 사람들이나 취업 준비생이나 고시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로 봐야 할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함으로써 실업률이 낮은 것처럼 보이도록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물론 통계청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실업률 통계를 작성한다고 하나 통계작성을 위한 조사 당시 대상자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분류하느냐에 따라 관련 통계수치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제 통계청이 발표하는 관련 통계들을 통해 현재의 실업률 통계가 얼마나 허구적인지 살펴보자. 결론을 먼저 말하면 통계청이 발표하는 실업률 수치와는 달리 고용사정은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2008년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경제위기로 실질적인 고용사정이 더 한층 악화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아래 <도표1>에서 실업률 추이를 보면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악의 불황 속에서도 줄곧 4% 이내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비경제활동인구 추이를 보면 경기 부침에 따라 실업률보다 더 확연한 증감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활동인구 대비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을 보면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1년 무렵까지는 높은 수준을 보이다가 월드컵특수와 카드채 거품으로 호황을 누렸던 2002년에는 이 비율이 상당히 떨어졌다. 이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던 이 비율은 경기 침체가 시작된 2008년 하반기부터 다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될 사람들을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함으로써 통계상의 실업률을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론할 수 있다.

 

 

<도표1> 실업률 및 비경제활동인구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비경제활동 및 쉬었음 인구는 12개월 이동평균치임



이번에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이라고 답한 인구수는 2003년 90만명 전후 수준에서 2005년 말까지 꾸준히 늘어나 130만명 전후 수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2008년 말부터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하고 있다.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될 상당수 사람들을 ‘쉬었음’ 응답자로 분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쉬었음’ 응답자 수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 구직단념자 수 추이도 장기간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구직을 포기한 사실상 실업자들을 자발적 구직단념자로 분류하고 있어 통계상의 실업률을 낮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경기가 악화되면서 사실상 12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로 분류돼야 할 사람들 중 상당수를 구직단념자로 분류해 실업자 수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이 OECD 국가들 가운데 장기 실업자 비율을 가장 낮게 유지하는 ‘비결’이자 2002년 이후 장기실업자가 사실상 자취를 감춘 이유로 추정된다.


실업률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는 증거는 더 있다. 아래 <도표3>을 참고로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준비인구 추이를 살펴보자. 취업준비인구는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취업재수생 등으로 사실상 가장 적극적으로 직장을 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업자라고 봐야 한다. 이 같은 취업준비생은 2003년 초 14만명 전후 수준이었으나 이후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해 2008년 한 때 40만명 수준까지 육박했다가 2008년 하반기 경기 침체 이후 오히려 소폭 줄고 있다. 이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영향과 취업준비생 등이 실업자로 분류되거나 구직단념자 등 다른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취업자 가운데도 사실상 실업자인 경우가 적지 않게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래 <도표3>에서 주당 36시간 미만 또는 18시간 미만 취업자 수 가운데 추가 취업희망자 수를 보면 알 수 있다.


<도표2> 실업 및 취업 관련 각종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먼저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의 수는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상반기까지 70만명 수준까지 이르렀다가 이후 가파르게 하락했다. 하지만 2003~2005년 사이 상승한 뒤 2008년 하반기까지 조금씩 하락하던 이 숫자는 2008년 말부터 갑자기 치솟기 시작했다. 2008년 10월 37.7만명에 불과하던 이 숫자는 2009년 3월 62.4만명 수준에 이르렀다. 불과 다섯 달 만에 24.7만명이 늘어난 것이다.


  정도는 다르지만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숫자도 2008년 11월 10.8만명 수준에서 2009년 4월 19.5만명으로 약 8.7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2008년 말 이후 직장에서 해고된 뒤 이른바 단시간 노동직을 구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부분 실업자’로 봐야 한다. 이는 한국의 실업보험 체계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유럽 등 선진국이라면 정부의 실업보험수당 등을 받으며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로 분류될 사람들이 급한 대로 ‘알바’와 같은 일을 하면서 추가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정부는 명목상 취업자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또 취업시간별 취업자 비율 추이를 보면, 전체 취업자 가운데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비율이 상당히 가파르게 증가했고, 18시간 미만 취업자 수도 계속 늘고 있다. 반면 주당 54시간 이상 취업자는 2000년대 내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이는 주 5일제 정착에 따른 효과가 일부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비정규직 및 단시간 근로자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실업기간별 실업자 수를 보면 3개월 이내 실업자 수가 급증하고 있어 통계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로 인해 최근 실업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상의 분석을 토대로 이번에는 일반인이 느끼는 체감 실업률을 한번 추정해보자. 여기서 체감 실업률이란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상의 실업자에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 응답자와 취업준비자, 그리고 18시간(또는 36기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희망자를 더한 숫자를 경제활동인구수로 나눈 비율로 정의한다. 이른바 실업의 대상과 범위를 확장하여 일반인들이 체감상으로 느끼는 확장 실업률을 구해보는 것이다. 추가 취업희망자 가운데 18시간 미만 취업자로 한정한 경우를 편의상 체감실업률(1), 36시간 미만 취업자로 확대한 경우를 체감실업률(2)로 정의하겠다.



아래 <도표3>를 참고로 체감실업률 추정치를 보면 2003년 초 10% 미만이던 것이 시간이 갈수록 상승해 2009년 초에는 13~14%대까지 치솟고 있다. 이는 정부의 실업률 통계치가 2003년 초 3.8%에서 2009년 4월 3.8%로 거의 변하지 않고 있는 것에 비하면 완전히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실업률과 체감실업률의 괴리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도표3> 한국의 체감실업률 추정 분석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정부 당국이 실업률 통계를 3~4% 수준으로 맞추며 숫자놀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실질적인 체감실업률은 경제위기로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나 미국과 비슷하거나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 정부는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는 인구를 비경제활동인구 등으로 분류하는 식으로 숫자놀음에 가까운 실업률을 내세워 마치 한국이 ‘일자리 천국’인 듯한 착각을 국내외로부터 불러일으키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ILO의 기준을 따른 통계작성법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의 고용 및 실업사정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한 마디로 전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엉터리 실업통계로 제대로 된 정책을 강구할 리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강구한다고 해도 실효성 없는 대책이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일자리 문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을 뿐 실질적인 해결책이 강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을 풀어 인턴제나 희망근로사업 등 일시적인 단기적 일자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며 겉으로 드러난 실업률을 낮추는 데만 급급한 대책으로 경제위기로 더 한층 심각해지고 있는 실제 고용사정을 해결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정부의 '일자리 정부' 타령에 시큰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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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 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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