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MBC PD수첩이 12일 밤 <2010년 아파트의 그늘>편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내용은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벌어지는 실태에 대한 생생한 현장취재와 판교 및 은마아파트 단지의 매매 거래실태를 분석, 보도하는 등 심층성이 결합된 수작이었다.
하지만 짧은 방송시간에 압축된 내용을 방송하다 보니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이 전달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PD수첩팀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방송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은마아파트 매매거래 실태를 정리해보았다. 참고로, 이 글은 우리 연구소가 발행하는 <경제시평>의 시사경제란에서 소개한 내용을 수정한 것이다.
우선, 1997년 이후 은마아파트의 연도별 거래 특성과 실태를 <도표1>을 참고로 살펴보자.
<도표1> 연도별 은마아파트 거래 실태
(주) MBC PD수첩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2009년은 연환산 수치임
은마아파트의 매매체결 건수 추이를 살펴보면 부동산 1차 투기 붐이 일었던 2001년과 2003년 약 400건 전후의 거래 건수를 기록해 최고를 기록한 뒤 2차 투기 붐이 일었던 2005, 2006년에는 각각 260건 전후로 떨어졌다. ‘버블 세븐’ 지역의 주택거래 침체가 시작된 2007, 2008년에는 100~120건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2009년 강남 재건축 위주의 집값 반등이 일어나면서 연환산 288건 수준으로 거래가 급증했다.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연도별 거주비율을 살펴보면 1998년 55.8%였던 것이 2005년 이후 18.3%로 떨어진 뒤 올해는 11.4%까지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살지는 않으면서 향후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시간이 갈수록 크게 늘어 최근 5년 동안은 투기 수요가 은마아파트 매입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2009년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주거지를 보면 54.8%가 서울 강남 3구(강남, 송파, 서초) 거주자였고 강남 3구 이외 서울지역 거주자가 18.3%를 차지했다. 이로부터 은마아파트의 주 매입자는 서울 거주자가 73.1%로 나타났다. 또 경기도 용인시와 성남시 분당 등 수도권 거주자가 17.4%, 수도권 이외 지방 거주자가 8.5%를 차지했다. 그리고 미국, 캐나다 등 외국 거주자도 2가구로 0.8%를 차지했다. 서울 이외 수도권 및 지방 거주자의 상당수는 부채가 없거나 부채가 적은 상태에서 집을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수도권 및 지방의 개발지역에서 토지보상 등을 받아 은마아파트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마아파트 매입자가 주택 매입시 제 1, 2금융권 등에서 자금을 빌릴 때 설정하는 근저당 설정총액의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부동산투기가 극성을 부렸던 2001년 이후 급증해 2006년 663.6억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2007~2008년에는 급감한 뒤 2009년매매가 늘어나면서 다시 연환산 577억원 수준까지 급증하고 있다. 또 연도별로 전체 매입자 가운데 근저당설정을 하는 가구의 비율은 대부분 기간 동안 60% 전후 수준을 유지됐으나 2차 부동산투기 붐이 일었던 2004~2006년 동안에는 70%까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은마아파트 근저당 설정액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매입자의 평균 근저당 설정액은 1997년 0.8억원에서 2006년 2.48억원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이후 거래가 줄면서 근저당 설정액이 줄었으나 다시 증가추세를 보여 올해에는 평균 2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근저당설정을 한 매입자의 평균 근저당 설정액도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데 1997년 평균 1.49억원 수준에서 꾸준히 상승해 2006년 3.67억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근저당 설정액이 줄었으나 2009년에 다시 3.43억원 수준까지 이르러 2006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부동산 투기가 심해지고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거래가 줄어드는 가운데 은마아파트를 산다고 해도 거액의 빚을 내지 않고는 투자하기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에는 2009년에 한정해서 은마아파트 매매 실태를 세부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2009년 10월 중순까지 매매 거래를 한 227가구 가운데 근저당이 설정된 가구는 모두 133가구로 나타났다. 근저당이 설정된 가구의 평균 설정액은 3.4억원, 전체 가구의 평균 설정액은 2억원 정도로 나타났다.
근저당을 설정한 가구의 매매가 대비 평균 설정액 비율은 약 33.4%였다. 자산 가치에 비해서 평균 설정액 비율은 크게 높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매매가가 10억원 전후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자부담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좀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도표2>에서 매매가 대비 설정액 비율이 60% 이상에 이르는 가구가 전체 93가구 가운데 11가구로 11.8%를 차지하고 있다. 근저당 설정액 비율이 40% 이상인 경우까지 범위를 넓히면 33.3%에 이른다. 더구나 위의 매입자 거주 실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들 가구 대부분이 전월세를 낀 상태에서 은마아파트를 매입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같은 수치가 결코 낮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은마아파트 전세가가 약 2.5억~3억원 정도로 매매가의 약 25% 정도를 차지하므로 실제 은마아파트 근저당설정 매입자는 평균 60% 이상 부채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도표2> 2009년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부채 실태
(주) MBC PD수첩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전체 아파트 가운데 10% 이하의 소량이 거래돼 전체 가격이 오르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시중금리인상 등으로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가구가 급매물을 내놓게 되면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2009년거래체결 사례 가운데는 근저당 설정액 비율이 75%를 넘는 사례도 일곱 건이나 돼 향후 이들 가구가 급매물로 나올 경우 집값 하락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처럼 자산가치 대비 근저당 설정액의 비율만 봐서는 주택대출을 통한 부동산 매입의 위험성을 올바로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점 때문에 정부 당국도 LTV 규제뿐만 아니라 뒤늦게 소득대비 총부채 규모를 따지는 DTI 규제를 도입한 것이다. 등기부등본을 토대로 작성한 PD수첩팀의 기초자료에는 소득 자료가 없어 은마아파트 매입자들의 소득대비 부채 규모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들이 매월 어느 정도의 이자를 내야 하는지는 추정해볼 수 있다. 근저당이 설정된 매입자들의 근저당 설정액 총액의 80%를 실제 금융권 부채로 보고 연이율을 7.2%(월이율 0.06%)로 잡을 경우 월 이자부담을 살펴보자. 위 <도표2>에서 월 200만원 이상 이자부담을 하는 가구는 39가구(29.3%)에 이르고 월 300만원 이상 이자를 부담하는 경우도 13가구(9.8%)에 이른다. 웬만한 도시근로자 가구의 평균소득인 월 300만원 이상을 이자로 내면서도 이 같은 투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으려면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최소 연간 3,600만원 이상 아파트 가격이 상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DTI 규제를 도입한 이후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매월 300만원 이상 거액의 이자를 내면서 버틸 수 있는 가계는 많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 가계가 시장에 급매물을 내놓으면 아파트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2006년말 수도권에서 가계부채 급증을 배경으로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폭등한 뒤 추가 매수세가 끊기자 2007년부터 집값이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꾸준히 하락했던 양상이기도 하다.
더구나 만약 5억원을 빌린 가구가 거치기간이 끝난 뒤 원리금을 함께 내게 될 경우 20년 분할 상환을 하더라도 원금만 추가로 208만원 가량을 내야 한다. 이 경우 웬만한 가구는 3년 이내에 아파트를 처분할 수 없다면 자신 소유의 아파트를 경매에 넘길 수밖에 없게 된다.
과도한 부채를 배경으로 오른 집값은 부동산시장 안팎의 조그만 충격에도 언제든지 다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선투자해 놓은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을 띄우는데 단기적으로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이미 국내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와 있다.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국민을 기만하는 정책남발과 뒷일을 생각지 않는 재정 적자 확대로 부동산 버블을 더욱 키운 과오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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