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LTV, DTI 등 주택대출 규제 왕창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그가 경제부총리로 내정됐고, 벌써부터 인터뷰 등에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난리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자.

 

 

현재 LTV 대출 규제 한도는 수도권 50%, 지방 60%까지 허용하고 있다. LTV는 집값 대비 주택담보대출액의 비율을 나타내는데, LTV50%라는 말은 집값 5억원이면 주택대출액이 25천 만원이라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LTV 비율 평균이 아직 50% 수준이라고 괜찮다고 하는데, 황당한 말이다. 모든 위기는 평균보다 위험한 극단이 도화선이 돼 폭발한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5% 정도에 불과한 서브프라임론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던 것을 생각해보라. <그림1>에서 보는 것처럼 집값이 10%, 20% 떨어져도 LTV 비율 평균은 크게 오르지 않지만, LTV 비율 60% 이상의 고부채 가구 비율은 급증하게 돼 있다.

 

<그림1>

주)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추정, 작성

 

 

더구나 실제로는 현행 LTV기준을 넘어서는 대출도 적지 않다. 사실 실거래가 대신 매도호가인 국민은행 시세를 적용해 대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거래가는 5억원인데, 호가를 6억원으로 잡아 LTV비율을 산정하고 있는 꼴이다. 그런데도 필자가 기획재정부 관료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해보니 이런 실태 자체도 잘 모르고 있었다. 어디가 어떻게 위험한지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DTI규제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도 서울 지역의 DTI 비율은 50%이고, 서울 이외 수도권 지역은 60%. 연간 소득의 50~60%를 대출 원리금으로 부담한다고 생각해보라. 연봉 5000만원 인 사람이 2500만원~3000만원을 원리금으로 갚으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가. 지금도 도저히 정상적 대출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을 정부가 독려하고 있는 꼴인데, 이마저도 더 완화해줘야 한다는 것이 최경환 내정자의 생각이다.

 

 

더구나 DTI규제는 지금까지도 보완대책이니 예외조항이니 해서 계속 완화해왔다. 예를 들어, 이명박정부는 20~30대 젊은 세대주에게는 알 수도 없는 미래소득을 바탕으로 DTI 비율을 적용하도록 완화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DTI규제를 없애버렸다.

 

 

지금이라도 이 같은 규제 완화책을 철회하고 오히려 주택대출 규제를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DTI규제를 점진적으로 강화해 지역에 상관없이 30% 이내로 떨어뜨려야 한다. 그래야 가계들이 나중에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더 큰 화를 피할 수 있다. 또한 LTV의 적용 기준을 실거래가로 변경해 점진적으로 비율을 낮춰 최종적으로 30~40% 수준까지 끌어내려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이 수준을 초과하는 대출은 가계에 일정한 시한을 주고 갚아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것이 부동산 시한폭탄의 뇌관을 제거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지금 부동산업계와 건설업계, 그리고 이들을 대변하는 기득권언론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풀라고 아우성이다. 이는 심각한 착각이다. 지금 부동산시장이 백약이 무효인 이유는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집을 사줄 수요가 고갈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소득 대비 집값은 여전히 매우 높은데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도 거의 다 사버렸기 때문이다. 도저히 빚을 내서 집을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빚 내서 집 사라고 한 결과 이미 가계부채는 1021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가계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70%로 이미 OECD 평균 수준인 134%를 훌쩍 넘어섰다. 이 추세로 계속 가면 박근혜정부 말기에는 이 비율이 185%로 세계 최고 수준이 된다. 박근혜대통령은 연초에 가계부채 해소 대책을 말했다. 알면서도 쇼를 하는 것인지, 아무 개념 없이 모르고 하는 말인지 빚 내서 집 사게 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한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하게 돼 있다. 상대적으로 계절적 비수기인 지난 1분기에도 가계부채가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난 게 이를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LTV, DTI규제를 추가로 풀겠다는 소신을 가진 사람이 경제부총리로 지명됐다. 현오석 전 부총리가 정권 눈치만 살피는 무능한 관료의 표본이었는데, 쓰레기차 가니 똥차가 오는 격이 아닐까 싶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기는커녕 비정상을 계속 키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 그렇게 풀고 싶다면 대출규제 모두 풀어봐라. 자신의 임기 내에만 무탈하면 된다고 계속 가계가 빚을 내서 무리하게 집을 사도록 부추겨 봐라. 아마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구독하시면 이해관계에 물들지 않은 정직한 목소리를 응원하면서 가정경제에 도움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by 선대인 2014. 6. 16. 09:49

 

어제 한겨레신문에 종합소득세 과세대상자의 소득 집중도와 소득 격차에 대한 연구소 보고서 내용이 보도된 뒤(이 내용의 간략한 내용은 예전에 한 번 소개한 바 있다. 아래 링크 참고) 아침부터 국세청에서 전화가 왔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41963.html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2754349

 

국세청에서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작업을 했느냐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국세청이 최소한의 자료도 공개하지 않으니 국내 학자들이 제한된 자료를 통해 추정작업을 하고 있다. 그 동안 학계 등에서 국세청 자료 공개를 요청했으나, 국세청은 개인정보가 드러난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인적사항 다 빼고 달라는 것인데, 무슨 개인정보란 말인가. 겨우 한다는 게 홍종학의원 등에게 2007년 이후 100분위 자료를 제공한 게 다다. 국세청에서는 그걸로 공개했다는 것이다. 관련 연구자들은 물론 국민들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공개해야 공개하는 것이지 의원 한 사람에게 자료 제출한 것이 공개란 말인가.

 

 

더구나 제공된 자료도 매우 제한적이다. 대다수가 체감하고 있고, 각종 연구에서도 드러나듯이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외환위기 이후에 급증했다. 그런데 2007년 이전 자료만으로는 그 흐름을 보는 데 큰 한계가 있다. 특히 2008년 경제위기 이후로 소득 집중도가 일시적으로 완화된 효과가 있어 그 당시 수치만 보면 전체 흐름을 오판할 수도 있다. 또한 임마누엘 사에즈, 존 반 리넬, 브라이언 벨, 토마 피케티나 사에즈 등의 연구를 보면 1% 안에서도 상위 0.1%, 0.01%로 향한 소득 쏠림 현상이 가파르게 일어나고 있다. 언론인 프릴랜드가 쓴 <플루토크라트>에서 지적한 대로 '그냥 부자'와 '최상위 갑부'의 격차도 천양지차로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0.1% 이상 고소득층의 소득 집중 현상은 추정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그런 면에서 국세청의 관련 자료에 대한 전면적인 공개는 필수적이다. 이런 자료에 근거한 정확한 진단과 분석이 나와야 소득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다각적인 사회경제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소득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면서 소득 격차를 완화하는 정책이 제대로 나오겠는가. 그런데 이런 자료 공개는 온갖 핑계를 대며 거부하면서 관련 보도가 나면 득달같이 전화해 동태 파악이나 하고 있으니 이게 제대로 된 정부라고 할 수 있을까. 한심하기 짝이 없다.

 

 

어제 전화한 국세청 사무관에도 이런 내용으로 호통을 쳤다. 그 사무관도 개인적으로는 조직의 생각과 다른지 수긍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박근혜정부는 정보공개 3.0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이런 기초 자료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시늉만 하고 있는 꼴이다. 물론 아래 한겨레 지적대로 그 동안 국내 학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소홀히 다룬 것도 문제다. 하지만, ‘피케티 열풍이래 이 문제에 관심 보이는 학자들이 많이 생겨난 것은 다행이다. 이들이 왕성하게 연구하고 분석하게 해 한국의 불평등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불평등을 해소할 정책 논의가 풍성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외환위기 이후 극단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소득 양극화와 이에 따른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첫걸음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구독하시면 이해관계에 물들지 않은 정직한 목소리를 응원하면서 가정경제에 도움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by 선대인 2014. 6. 13. 11:03

문창극 총리 지명 당시 '대통령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말을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기가 찬다.

"소신 있고 강직한 언론인 출신으로 그 동안 냉철한 비판의식과 합리적인 대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적페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온 분" “뛰어난 통찰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고 공직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람이 정말 냉철하고 합리적인 사람인가. 이 사람이 비정상 그 자체이지, 아직도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꿀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지금이라도 문창극 지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문창극을 극찬했던 청와대도 같은 생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긴 친일파인 부친을 둔 대통령에게 잘 어울리는 인사라는 건 알고 있다만. 초록은 동색이라고 했던가.

 

문창극, 이 양반이 총리 후보라도 되니 이런 꼴통인 줄 드러났지만, 일평생 떵떵거리며 이 사회의 주류로 활개치고 다니는 사람이 한둘일까. 이미 99년부터 중앙일보에서 20여 년 밥 먹으면서 논설위원실장으로 주필 등으로 칼럼을 쓰며 국민들의 정신세계를 공략해온 거다. 그리고 이런 사람에게 여러 언론의 상이 다 주어졌으니 이 나라의 기득권구조가 어떻게 짜여져 있는지 알 만 하다. 해방 후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못한 결과가 정말 뼈아프다.

<문창극 수상경력>
제8회 한국언론대상 논설, 해설부문(2004)
제9회 삼성언론상 논평, 비평부문(2005)
제20회 장지연상 언론부문 (2009)
자랑스러운 서울인(서울고 총동창회 2009)

그리고, 문창극 발언을 보면서 이 양반을 그냥 '극보수'로 칭하는 건 매우 부족하거나 이 양반을 미화하는 꼴일 수 있겠다 싶었는데, 페친 이완수님께서 세분해서 표현해 주셨다.

- 시국관 : 극우-반통일 수구사관,
- 언론관 : 극단적-반민주 이념사관
- 역사관 : 뉴라이트 계열 친일사관,
- 민족관 : 한민족 비하 식민사관,
- 종교관 : 교조적 기독교 맹신사관,
- 세계관 : 숭미-맹종 사대주의사관

 

 


선대인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구독하시면 이해관계에 물들지 않은 정직한 목소리를 응원하면서 가정경제에 도움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by 선대인 2014. 6. 13. 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