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어제 한겨레신문에 종합소득세 과세대상자의 소득 집중도와 소득 격차에 대한 연구소 보고서 내용이 보도된 뒤(이 내용의 간략한 내용은 예전에 한 번 소개한 바 있다. 아래 링크 참고) 아침부터 국세청에서 전화가 왔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41963.html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2754349
국세청에서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작업을 했느냐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국세청이 최소한의 자료도 공개하지 않으니 국내 학자들이 제한된 자료를 통해 추정작업을 하고 있다. 그 동안 학계 등에서 국세청 자료 공개를 요청했으나, 국세청은 ‘개인정보가 드러난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인적사항 다 빼고 달라는 것인데, 무슨 개인정보란 말인가. 겨우 한다는 게 홍종학의원 등에게 2007년 이후 100분위 자료를 제공한 게 다다. 국세청에서는 그걸로 공개했다는 것이다. 관련 연구자들은 물론 국민들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공개해야 공개하는 것이지 의원 한 사람에게 자료 제출한 것이 공개란 말인가.
더구나 제공된 자료도 매우 제한적이다. 대다수가 체감하고 있고, 각종 연구에서도 드러나듯이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외환위기 이후에 급증했다. 그런데 2007년 이전 자료만으로는 그 흐름을 보는 데 큰 한계가 있다. 특히 2008년 경제위기 이후로 소득 집중도가 일시적으로 완화된 효과가 있어 그 당시 수치만 보면 전체 흐름을 오판할 수도 있다. 또한 임마누엘 사에즈, 존 반 리넬, 브라이언 벨, 토마 피케티나 사에즈 등의 연구를 보면 1% 안에서도 상위 0.1%, 0.01%로 향한 소득 쏠림 현상이 가파르게 일어나고 있다. 언론인 프릴랜드가 쓴 <플루토크라트>에서 지적한 대로 '그냥 부자'와 '최상위 갑부'의 격차도 천양지차로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0.1% 이상 고소득층의 소득 집중 현상은 추정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그런 면에서 국세청의 관련 자료에 대한 전면적인 공개는 필수적이다. 이런 자료에 근거한 정확한 진단과 분석이 나와야 소득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다각적인 사회경제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소득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면서 소득 격차를 완화하는 정책이 제대로 나오겠는가. 그런데 이런 자료 공개는 온갖 핑계를 대며 거부하면서 관련 보도가 나면 득달같이 전화해 ‘동태 파악’이나 하고 있으니 이게 제대로 된 정부라고 할 수 있을까. 한심하기 짝이 없다.
어제 전화한 국세청 사무관에도 이런 내용으로 호통을 쳤다. 그 사무관도 개인적으로는 조직의 생각과 다른지 수긍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박근혜정부는 정보공개 3.0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이런 기초 자료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시늉만 하고 있는 꼴이다. 물론 아래 한겨레 지적대로 그 동안 국내 학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소홀히 다룬 것도 문제다. 하지만, ‘피케티 열풍’ 이래 이 문제에 관심 보이는 학자들이 많이 생겨난 것은 다행이다. 이들이 왕성하게 연구하고 분석하게 해 한국의 불평등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불평등을 해소할 정책 논의가 풍성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외환위기 이후 극단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소득 양극화와 이에 따른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