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등 각종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서울 강남 재건축 등 일부 지역에서 호가가 상승했다. 물론 거래량은 거의 동반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번 호가 상승도 곧 ‘진압’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의 투기 조장책은 거의 소진됐으므로 조금 더 지나면 본격적인 또 한 차례의 폭락 시기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엉터리 언론과 정부와 재벌의 눈치를 보는 각종 관변, 재벌계 연구소의 엉터리 전망과는 달리 올 한 해 한국 경제는 매우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질 공산이 커졌습니다. 여기에서 자세히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이 또한 거대한 부동산 버블 붕괴의 압력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처럼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강남 재건축 단지의 집값이 호가 위주로 반등했기 때문입니다. 거래량이 거의 동반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거래량이 아주 없을 때보다야 조금 더 늘었겠지만, 언론 보도를 보면 많아봐야 한 달 내내 강남 3구를 통털어 100~200건 정도 더 늘었을 것입니다. (1월 서울 주택 거래량이 나오지 않아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네요.) 지금같은 상황에서 매수세는 결코 따라붙지 않습니다.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 경우 집값은 다시 일정 시점이 지나면 내리막길을 걷게 돼 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거품 부양 위한 개발호재 발표-->호가 위주의 반등-->일부 매수자의 입질 이후 거래 단절-->부채를 잔뜩 진 잠재적 매도자의 금융 부담 증가-->낮아진 급매물 재출회-->가격 재급락과 거래 부진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정부의 부동산 투기 조장책이 모두 소진되면 엄청난 폭락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한국의 경제 사정은 신문에 보도되는 겉핥기 보도 이상으로 심각합니다. 신문에 나타난 사실만 보더라도 단적으로 지난해 4/4분기 GDP성장률이 전기 대비 -5.6%이고, 1월 주요 수출품목의 수출이 반토막났다는 게 명확한 증거입니다. (이미 우리 연구소가 몇 달 전부터 경고했던 내용입니다만) 그런데도 상대적으로 집값 거품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적게 빠졌습니다. 현 정부의 강력한 집값 거품 부양책 때문입니다.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난을 겪고 있는데, 집값만 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코미디인지. 하지만 이런 코미디같은 상황은 현재 국내외의 시장 압력을 볼 때 결코 오래 지속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도 앞서 말한 가격 폭락이 언제든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올초부터는 가능하면 집값의 향방에 대해 가급적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이미 부동산 폭락세는 현실이 됐고,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 필자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해봐야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제오늘 필자는 짧게나마 이 문제를 언급하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최근 강남 집값의 호가 ‘반짝 상승세’(물론 거래량이 없어 이미 호가도 내림세로 다시 돌아설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를 근거로 쏟아져나오는 엉터리 주장들에 현혹돼 또 다시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 있겠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한국 경제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 엉터리 전문가들이 쏟아내는 엉터리 주장들에 많은 분들이 현혹되지 말기를 바랍니다.

 

현 상황에 대해서는 더 이상 자세히 말하지 않겠습니다. 현재 상황은 필자가 지난 9월 말에 펴낸 책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서 이미 충분히 예상했던 바입니다. 현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또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때 쓴 관련 내용들을 요약인용하는 것으로 필자가 지금 상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처럼 전망하는 많은 구체적 근거들은 제 책과 이 블로그의 다른 글들에서 줄기차게 얘기했으므로 생략하고자 합니다. 새 글을 쓰면 좋은데, 요즘 일에 많이 쫓기다 보니 사정상 어렵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건대, 이같은 전망을 말씀드리기 전에 매우 많은 글들에서 구체적 근거를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글들을 읽어보지 않고 이 글만 읽어보고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는 댓글은 사양하겠습니다. 이 글은 최근 부동산 상황에 대한 많은 분들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짧게 쓴 글이기 때문에 예전에 쓴 근거들을 다시 반복할 여유가 없습니다. 사실 이 글도 개인적으로 쓰기 싫지만 하도 제 의견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 쓰는 것일 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소위 '부동산 전문가'로 규정되기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현재 부동산 문제는 한국 경제 전체와 가계 경제 생활에 가장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 기관이나 사람이 너무 적어 제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책까지 낸 것일 뿐입니다. 책을 더 이상 팔 생각도 없습니다. 저로서는 이런 글 쓰면 공격받는 댓글 많이 달리는 것 압니다. 저도 사람인데 기분 좋을 리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기꾼 정부와 엉터리 전문가들에게 낚여 선의의 피해를 보는 분들이 생길까봐 걱정돼 쓰는 것일뿐입니다. 참고로, 인신공격성 글이나 저질 댓글들은 삭제하겠습니다. 많은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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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글1>

“2007년 이후 일어나는 거래 부진 현상은 기본적으로 부동산 버블이 끝물에 이르렀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당한 기간 동안 집값은 높은 상태로 유지되는 반면, 거래량은 급속히 주는 이른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다. 집값이 높은 고물가 현상과 거래 부진이라는 경기 침체 현상이 부동산 시장에서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이 현상은 부동산 버블의 고점에서 매수자와 매도자간 집값에 대한 기대 차이 때문에 일어난다. 잠재적 매수자들은 집값이 너무 높아져 더 오를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반면 잠재적 매도자들은 아직 집값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잠재적 매수자와 매도자간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은 투자수익률이 급감하는 단계이므로 잠재적 매도자들은 오래 버티기 힘들다. 특히 빚을 많이 진 사람들이수록 버티는 힘은 약할 수밖에 없다.

 

집값이 정체된 상태에서 거래가 부진한 기간이 길어지면 ‘경제 체력’이 약한 사람들부터 하나 둘씩 집값을 낮춰 내놓기 시작한다. 매월 이자 부담만으로 몇 백 만원이 눈앞에서 깨지는 상황에서는 집값을 낮춰서라도 파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매물이 늘면 집값은 더 떨어진다. 다른 사람의 매물보다 싸거나 비슷해야 집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수자들은 급할 게 없으므로 거래는 여전히 잘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집값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고 거품의 붕괴가 일어난다. 요약하자면 투자수익율 저하--->매수자와 매도자의 힘겨루기--->급매물의 증가--->집값 하락--->추가 집값 하락--->본격적인 거품 붕괴의 단계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2008년 상반기 이후 국내 부동산시장은 전형적인 버블 붕괴 초기의 증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과거의 일본이나 지금의 미국에서도 이런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을 거친 뒤 버블이 붕괴했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집값이 한 번 정도 더 뛰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은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음을 확인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아래 미국의 집값 그래프를 보라.

  




2004년 중반기를 정점으로 해서 2006년 초반까지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기간에도 소폭이지만 두 차례의 조정과 반등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반등기에 거래량 증가는 동반되지 않는다. 호가 위주의 집값 반등이었던 셈이다. 집값 거품이 극에 이른 것을 알게 되고 추가 대출조차 어렵게 되자 매수자들이 더 이상 거래에 가담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반등 시도가 과거와 같은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집값 거품 붕괴는 시작된다. 아래 도표처럼.


 



국내의 경우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세금 부담을 줄이고 건축규제를 풀어주면 주택 보유자가 좀 더 버틸 여력은 줄 것이다. 미미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소폭의 반등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호가 위주로 반짝 상승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국면에서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매도자까지 포함해 전 시장 참여자가 더 이상 집값 상승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집값은 급락하기 시작한다.”(책 본문 118-122쪽 요약)

  

<인용글2>

“왜 더 늦기 전에 부동산에서 탈출해야 하는지를, 주택 소유자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설명해보자. 지금 부동산시장과 국내외 경제상황만 본다면 집값은 지금 바로 빠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집값이 여기서 한 차례 정도 더 뛴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집값이 뛴다고 해봐야 지금 상황에서 얼마나 더 뛰겠는가? 앞에서도 보았지만, 미국의 경우에도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의 반등은 매우 미미하고 거래가 동반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이상은 집값 상승 여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값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고, 집을 살래야 살 실탄도 바닥났기 때문이다. 결국 오른다 해도 5% 이상 오르기 어렵다. 신체에 비유하자면 눈에서 머리 꼭대기로 오르는 정도다. 앞서 언급했지만, 10% 이상 오르지 않으면 투자 메리트가 거의 없다. 사실상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더 이상 투자수단으로서 주택을 사거나 보유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해서 매물이 쏟아지면 그 시점에서 다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때가 되면 도저히 회복할 수가 없다. 아무리 ‘강부자 정권’이라고 해도 더 이상 집값 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주택 소유자들의 심리도 회복할 수 없다. 이때 팔려고 하면 팔리지도 않는다. 5% 올랐다 해도 거래는 거의 동반되지 않고 호가 위주로 올랐을 것이다. 떨어질 때 한동안은 받아줄 매수자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혹시 집값이 한 번 더 소폭 오른다면 그때가 주택 소유자들로서는 집을 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동시에 잠재적 매수자들에게 이 말도 해야 하겠다. 만약 그런 때가 오면 절대 집을 사지 마라. 상투를 잡는 것이기 때문이다.”(책 165-166쪽 요약)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3. 09:14

 

제 고향은 대구의 위성도시격인 경산시에서도 시골인 남산면입니다. 경산포도 주산지로 유명한 동네인데요.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쇠락해가는 고향 마을의 소식들을 듣게 됩니다. 고향 마을에는 이제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 어른들이 대부분이고요. 청장년들과 어린 아이들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가끔 보이는 청장년층은 대부분 도회지로 나갔다가 해고되거나 자영업 등을 하다 실패해 다시 고향마을로 돌아온 경우입니다. 부모님들이 짓던 농사를 물려받거나 거들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치밀한 구상과 열정으로 벤처기업농을 해보겠다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제 고향 친구들이나 선후배들 가운데도 그런 이들이 많습니다. 도회지에서 변변찮은 일들을 하며 사기를 당하거나 노름에 빠져 이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체로 학력이 낮은 편이라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빠져 이혼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이혼한 뒤 아이들은 시골의 부모님께 맡기는 경우도 많은 모양입니다. 가뜩이나 연로한데다 농사일에 바쁜 시골 부모님들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썩 좋은 환경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왜곡된 한국 사회경제의 구조가 만들어낸 실업과 이혼 등의 문제를 농촌 시골마을의 연로한 부모님들이 온몸으로 떠안고 있는 형국입니다. 또한 골병이 들대로 든 한국경제가 시골마을까지 얼마나 황폐화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의 농촌은 점점 쇠락하고, 내부적으로 재생산이 되지 않는 상황까지 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우리 농촌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으니 더더욱 걱정입니다.

 

미국 유학 동안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의 포도밭과 포도주 양조장(winery) 등을 돌아보면서 참 부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네들은 포도밭에서 우리처럼 포도를 생산해 팔기보다는 양조장에서 포도주를 생산해 파는 것이 주수익원이었습니다. 또한 양조장에서 직접 생산한 포도주와 어울리는 음식들을 중심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곳도 많았습니다. 포도밭에도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주위 환경과 어울리게 조경까지 해가면서 관광지처럼 꾸며 놓은 곳도 있었고요. 그런 포도밭을 내려다보며 향긋한 포도주를 음미하던 시간은 얼마나 여유롭고 낭만적인지요. 저희 가족들 외에도 곳곳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가는 양조장마다 늘 붐비더군요. 각 지방 정부들은 그런 양조장들을 묶어 ‘양조장 투어(winery tour)' 루트까지 만들고 교통편까지 제공하면서 관광상품화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얼마나 근사해보이든지 언젠가 나이가 들면 고향에서 ‘한국형 와이너리’를 한 번 운영해보고 싶다는 욕심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왜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할까요? 왜 농업은 1차 산업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져 양조산업과 같은 2차 산업이나 관광상품 자원으로서 3차 산업과 연계해 발전시킬 생각을 못할까요? 왜 FTA체결한다면서 농민들에게 농업보조금을 풀어 포도나 복숭아 등 수익용 작물을 캐내게 해 사실상 우리 농업이 하루빨리 고사되기만을 바랄까요? 우리 농촌을 덴마크나 프랑스 등의 선진 농업국가로 만들 기회는 정말 없는 걸까요? 지금처럼 ‘1년 뼈빠지게 일해 번 돈을 다음해 농비로 도로 써야 하는 농업’이 아니라 정말 품위 있게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벤처농기업과 관광자원으로 농촌을 탈바꿈시킨다면 우리 젊은이들도 얼마든지 뛰어들 수 있을 텐데요.

 

그렇게 하지 않으니 농촌의 젊은이들이 도회지로 꾸역꾸역 밀려들고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다 다시 폐인이 돼 낙향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게 매우 매력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도시 인구만 계속 늘어 치솟는 부동산 값에 일조를 하는 사태까지 벌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농업의 선진화 방향으로는 투자하지 않고, 농촌을 발전시킨다는 핑계로 시골마을 골목까지 시꺼먼 아스팔트를 깔아 건설업체 좋은 일만 시키고 있으니 한심할 뿐입니다.(실제로 이번에 가보니 마을 골목까지 시커먼 아스팔트가 깔려 있어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 전에 있던 멀쩡한 시멘트 포장도로를 뜯어내고, 다시 아스팔트를 까는데 들어간 돈도 돈이지만, 소담스러운 시골 마을의 분위기를 확 깨트리는 그 미적 무감각이라니요!) 

 

제 고향마을에서 보는 것처럼 지금의 한국 경제는 선진경제로 나아가기는커녕 70,80년대 개발연대의 패러다임에 묶여 있습니다. 막대한 정부 예산과 국민들의 돈을 엉뚱한 곳에 탕진하면서 제대로 된 선진경제로 도약할 기회들을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무능과 정책실패가 우리 부모님과 자식 세대를 포함해 모든 이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와 사회는 이제 더 이상 견디기 힘든 극한까지 와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 빨리 공정한 경쟁규칙을 확립하고 사장된 자원이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활력 있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연구소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많은 뜻 있는 분들과 합심협력해나갈 것입니다. 한국 경제가 더 이상 나락으로 빠지기 전에 제 궤도에 올려놓지 못한다면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 되니까요.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2. 10:05

 

많은 분들이 이번 용산 참사를 통해 느끼고 있듯이 지금까지 도심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원주민들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주거의 질을 높이며, 공동체의 자족적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주택정책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과 정반대로 치달았습니다. 오히려 조합을 돈으로 구워삶아 온갖 명목으로 건축비를 부풀려 폭리를 취하는 건설사와 투기 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의 잔치였습니다. 건설사가 재개발사업지 한 곳에서만 수천억원의 폭리를 취하고, 투기꾼들이 개인당 수억원의 투기차익을 챙기는 동안 세입자들은 자신들 소유의 점포 시세의 4분의 1밖에 보상받지 못하는 부조리가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재개발 재건축 지구로 지정만 되면 땅값과 집값이 폭등해 가난한 세입자들은 변두리로, 변두리로 쫓겨나야 했습니다. (이에 대한 좀더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지난 글 ‘용산 참사와 전방위 불량국가, 대한민국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2407334을 참조해주십시오.

 

이 같은 문제점을 뻔히 보면서도 정부와 정치권은 건설업체들과 투기꾼들이 최대한 빨리 사업을 추진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등 법제를 마련했습니다. 심지어 도정법 등이 규정한 법절차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주민 동의를 조작하는 등 탈법과 불법이 횡행해도 행정기관은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사실상 폭력배나 다름없는 용역철거업체들의 폭력과 온갖 행패에도 눈 감았습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바로잡겠다고 서울시가 나서고, 나름대로 이 분야 전문가라는 분들도 도정법을 어떻게 고쳐야 한다는 둥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의 폭리와 투기 수익을 양산하는 지금의 도심 재개발 체계를 그대로 두고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습니다. 현행 재개발 재건축 제도는 공공이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정한 구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면 민간이 조합을 결성해 재개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개발이익이 생겨나므로 조합이 시행사 역할을 맡아 시공사를 선정해 공동주택 건립 사업을 추진토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조합은 폭리를 노리는 건설사들의 돈과 로비에 휘둘리거나 결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철거업체 선정과정과 주민 동의 과정에서 폭력과 비리가 횡행합니다. 이 같은 막대한 폭리를 건설업자와 개발업자, 투기꾼들이 가져가도록 만드는 제도적 틀을 가지고서는 각종 비리와 폭력, 주변 땅값 및 집값 폭등, 조합원의 높은 분담금, 낮은 원주민 재정착률, 획일적인 아파트 일변도의 주택 공급, 시장 수요와 무관한 중대형 평형 위주의 공급, 공동체의 해체와 같은 각종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길이 없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막대한 개발이익을 공공이 흡수해 집값을 낮추고 충분한 도시기반 인프라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환원해야 합니다. 현행 제도 아래서는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생겨나는 막대한 개발이익은 땅주인, 거주자, 개발 대행기관(토공, 주공, 각 지방도시개발공사 등), 시행사, 설계사, 시공사, 투기세력 등에 의해 배분되고 있습니다. 주택 공급 과정에서 생겨나는 막대한 개발이익이라는 갈비를 여러 세력들이 돌아가며 뜯어먹어, 결국 수혜자가 돼야 할 서민들은 앙상한 뼈다귀만 핥게 되는 꼴입니다. 그러면 이런 개발이익을 공공이 최대한 흡수해 그것을 저렴한 장기임대나 공공분양 아파트로 공급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흡수하느냐고요? 현재 분양가 가운데 택지비가 보통 30~50% 가량 차지하고, 직간접공사비가 40~50%정도로 두 가지가 거의 90%를 차지합니다. 우선, 택지비를 봅시다. 지금은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투기세력이 뛰어들어 땅값을 띄워 놓은 다음 감정평가를 통해 토지 보상을 하므로 개발이익이 땅주인과 거주자, 투기꾼들에게 돌아갑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정부가 개발 계획을 사전에 세워두고 사전 매입 후 개발에 들어가는 식으로 하면 보상비를 얼마든지 아낄 수 있습니다. 부지 확보까지만 정부가 하고 이후 주택 공급과정은 이를 통합해서 관리할 CM(Construction Management)회사나 컨소시엄을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해 사업을 맡깁니다. 따라서 택지 조성도 토공이나 주공이 하지 않고 CM회사가 가격 경쟁을 통해 선정한 민간 토목업체가 합니다. CM이 경쟁입찰을 붙여 시공사를 선정하면 실제 건축비도 절반 이하로 낮아질 것입니다. 공기도 현재 26~30개월 정도인데 20개월 정도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지금의 분양가보다 절반 아래로 훨씬 빨리 공급할 수 있습니다. 부실시공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을 묻고 통제하면 방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공공주택을 비롯한 공공건설사업은 이른 전문 CM이나 PM(Project Manager)들을 통해 얼마든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홍준표의 토지임대부 주택 같은 사기적인 ‘반값아파트’가 아니라 진짜 ‘반값 아파트’ 얼마든지 실현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현재 상태에서는 안 됩니다. 지금 국내에서는 CM이 책임감리와 비슷한 역할 정도만 하게 하고 있는데요. CM이 건설공사 전반을 관리하되 공사 전반에 대해 책임지게 하는 ‘CM at full risk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또 토지보상, 감정평가, 감리제도, 금융기관 공사보증 제도, 하도급 구조, 건설업역 제도 등 건설산업 제도 전반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대단히 많은 작업이 필요하지만 집권세력의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재개발 재건축 사업뿐만 아니라 후진적 건설산업 전반에서 일어나는 부정적 효과를 생각하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일 가치 또한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모든 권력기관과 관련 정부부처를 동원해 ‘방송장악’에 기울이는 정도의 노력만 기울인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이런 사기적 분양가의 거품을 뺄 의지도 없지만,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 대신 자신들 멋대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도시 기반시설 과부하에 대한 고려는 아랑곳없이 용적률을 올리는 등 투기 거품을 부추기는데 혈안이 돼 있으니까요.

 

제 생각을 정리하자면,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공공이 흡수해 진정한 의미의 ‘반값아파트’를 공급하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서민주거안정은 물론이고, 앞서 언급한 많은 문제들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듯이 주공이나 SH공사 같은 건설공기업들의 역할을 키우자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제시하는 방법대로라면 지금 같은 방대한 구조의 토공, 주공이나 SH공사 같은 지방공기업도 필요 없습니다. 토공, 주공은 정부의 기획에 따라 토지를 매입하고 CM사 선정해서 정부 계약을 대행하고 계약 이행을 점검하면 됩니다. 또 향후 장기 임대주택이 늘어나면 임대주택 관리 업무 부문을 키우면 됩니다. 이처럼 공기업 개혁이라고 하면 변화하는 환경에 걸맞은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 주체로서 공기업의 역할과 기능을 점검해 재조정하는 게 우선입니다. 거기에 맞게 조직을 Redesign하고 Restructuring, Reengineering해야 합니다.

 

(옆으로 새는 이야기입니다만, 이런 것은 전혀 없고, 그저 무식하게 Downsizing 개념밖에 모르는 게 이 정부입니다. 오히려 지금 이명박 정부는 경기부양이라는 명목 아래 온갖 불필요한 건설토목사업을 벌이며 폐지, 축소, 또는 역할 전환이 필요한 토공, 주공, 수공, 농업기반공사 등 온갖 개발시대의 건설공기업들의 일감을 늘리고 있습니다. 진정한 정부 개혁은 단순히 조직을 오렸다 붙였다 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 상황에 맞게 정부의 역할과 역량 배분을 재조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은 정부니 큰 정부니 하는 양적 논의는 매우 무식한 접근법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단순히 ‘작은 정부’라는 것도 시대착오적 개념인데, 이런 것을 보면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가 내세우는 ‘작은 정부’라는 목표조차 실현할 능력이 없는 엉터리정부입니다. 그러니 국민들이 도대체 왜 하는지 이해도 못하는 강바닥 정비와 경인운하 같은 사업에 수십조원을 쏟아붓는 한편 애꿎은 각종 복지지출이나 삭감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흐름을 볼 때 현 정부가 호기롭게 추진하겠다고 했던 토공, 주공 통폐합도 ‘할 일이 많다’는 핑계를 대며 없던 일로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설사 통폐합된다 한들 정부의 엉터리 정책 사업들을 계속 받쳐주는 도구일뿐이라면 그게 어떤 큰 의미가 있을까요?

 

그런데 이 정부가 공기업 개혁과 관련해 외치는 구호는 온통 통폐합 아니면 민영화밖에 없으니 정말 한심할 따름입니다. 선진국의 정부 개혁이 궁극적으로 경쟁 체제 도입을 통해 국민 전체의 후생 수준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공기업의 영역을 줄이거나, 공공독과점 구조를 민영 독과점 구조로 바꿔 재벌기업의 사업 기회를 키워주는 것을 공기업 개혁으로 여기고 있으니 한숨밖에 안 나옵니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에 대한 개념부터가 엉망인데 무슨 일을 제대로 하겠습니까?)

 

위에서 봤듯이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정책 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최적의 방법을 찾는다면 얼마든지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폐해를 없앨 수 있습니다. 또한 저렴하고 질 좋은 아파트를 도심에 대량으로 공급해 원주민들이 떠나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제도적 틀 안에서 지지고 볶고 해봐야 근본적 해법은 나오기 어렵습니다. 70년대 당시의 법적, 제도적 틀로는 더 이상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기존의 틀 안에 답이 없는데 아무리 기존의 틀을 지지고 볶고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지금 같은 경우가 바로 상자 밖에서 생각해야 답이 나오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현 정권은 이 같은 근본적 해법을 생각도 못하겠지만, 생각한다고 해봐야 실행할 의지도 없을 것입니다. 이번 사태조차도 단순한 우발적 사고로 처리하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제물로 해 어물쩍 넘어갈 태세인 것 같으니까요. 결국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실현할 세력을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 연구소는 그 과업을 실현하는 밑거름이 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 29. 0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