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2월 12일) MBC 뉴스에서 “정부, 아파트값 통제?‥시장 왜곡 우려라는 제목으로 국토부의 실거래가 관리 문제를 비판했다. 못 보신 분들은 이 링크(http://media.daum.net/economic/view.html?cateid=1041&newsid=20090213225706728&p=imbc)를 통해 한 번 보시기 바란다.


국토부는 부동산시장의 거래 투명화를 위해 도입한 주택실거래가 공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MBC 보도에 따르면 국토부는 “각 아파트의 기준가격 위 아래로 어느 정도의 폭을 정하고 이 폭을 벗어날 경우 적정하지 않은 거래가 포함된 것으로 본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가운데 적정 가격의 상한선을 벗어난 거래는 모두 공개하면서도 ‘다운계약’ 등의 방지를 위해 하한선을 벗어난 거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 값이 오를 때는 모두 거래 가격이 공개되지만, 내릴 때는 일정 선 이하의 거래 가격은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MBC뉴스에 소개된 국토해양부 담당자는 "8월부터 급락이 이제 시작됐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8월 중,후반 이후부터는 사실상은 부적정으로 떨어진 경우가 많죠"라고 말했다. MBC 뉴스에 따르면 아파트 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막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한편 국토부는 누락건수는 물론이고 누락시키는 기준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황당하기 짝이 없다. 국토부가 사실상 실거래가 통제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는 몇 달 전 국토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똑같은 문제에 대해 문의한 적이 있다. 그때도 국토부 관계자는 “집값 추이를 통해 도출된 기준가격에서 일정한 허용범위를 정하고, 부적정한 실거래 가격이라고 판단되면 한국감정원에 현장조사를 의뢰하고 있다”며 부적정 가격으로 판단하는 범위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판단 기준이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하지만 당시 담당자는 적정가격의 상한선을 벗어난 거래가는 공개한다는 사실을 필자에게 말하지 않았다.  



사실 국토부 공인 통계인 국민은행 통계도 실상과 전혀 동떨어져 있다. 국민은행 아파트 시세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의 폭락 분위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아래 도표를 보면 오히려 지난해 하반기에도 집값이 소폭이나마 상승하다가 연말 이후에야 소폭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국민은행 통계도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정부 압력 때문에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정도다. 물론 수도권 내에서도 인천이나 일부 개발 호재 지역에 따라 집값이 소폭 상승하거나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 경우도 많아 전체적으로는 통계상 집값 하락폭이 적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한다고 치더라도 실제 부동산시장의 현장 분위기와 각종 부동산 통계의 하락폭은 딴판인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현 정부가 자신들 입맛대로 통계를 관리하거나 인용하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예를 들면, 정부는 자금난에 빠진 건설업계를 지원하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주택가격 자료를 인용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10월 21일 발표한 ‘가계 주거 부담 완화 및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구조조정 방안’ 보도자료에는 정부가 공인하는 국민은행 통계가 아닌, 출처 불명의 부동산가격 자료가 실려 있다. 특히 이 자료에서는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신도시에서 최근 거래된 아파트 실제 가격은 2006년 말 고점 대비 약 15~20% 하락했다며 역시 출처 불명의 몇 개 아파트 거래 사례를 아래처럼 제시하고 있다.

 


강남권과 수도권 신도시에서 실제 거래된 가격은 '06년말 고점 대비 15~20% 수준 크게 하락 


대치동 A아파트(31평형) : ('06.12)11.0억원 → (‘08.9)8.9억원, 분당 B아파트 : ('06.10)7.5억원 → ('08.9)6.0억원, 용인 C아파트 : (’06.12)5.5억원 → (‘08.8)4.4억원


 (출처: 10.21대책 발표 자료 1쪽)


정부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판단 잘못으로 생겨난 미분양 적체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의 집값 폭락세가 잘 드러난 자료를 써야 하겠는데, 당시 국민은행 통계는 전혀 떨어진 걸로 나오지 않으니 인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들이 공인하는 통계를 스스로 믿지 못하는 한편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출처도 밝히지 않은 주택가격 통계 자료를 갖다 쓰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한 마디로 파렴치하다 못해 코미디 수준의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면서까지 건설업체들을 먹여살리려는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공인한 통계도 버리는 정부가 어떻게 서민을 위한 주택 및 부동산 정책을 내놓겠는가?


국토부는 주택 보급률을 갖고도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오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국토부는 지난 연말에는 소위 ‘새로운 주택 보급률’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기존 주택보급률 산정방식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전국 주택 보급률이 108.1%에 이르렀지만, 새 주택 보급률 산정방식으로는 99.6%로 100%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1인가구 증가와 다가구 주택의 구분 거처를 반영하기 위한 개정의 필요성이 일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관계 전문가 의견 수렴을 한 지 불과 20일만에 새로운 산정 방식을 내놓은 과정은 곱게 보기 어렵다. 부동산 하락기에 주택보급률을 100% 아래로 내려서 여전히 주택이 부족하므로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건설업계의 주장을 뒷받침해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심리전’의 하나가 아니냐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또 한 가지 더 언급할 것은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라는 통계에 관한 것이다.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라는 것은 국토부가 2002년 건교부 시절 ‘2003~2012년간 주택종합계획’을 수립할 때 주택보급률과 함께 양적 지표로 삼겠다며 거론한 지표다. 하지만, 주택 시장의 유효 수요 단위는 개개인이 아닌 가구라는 점에서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라는 것을 주택정책의 주요 지표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에 가깝다. 간단해 보이지만 ‘가구’나 ‘주택’을 어느 범위로 한정할 것이냐에 대해 국가별로 큰 차이가 있어서 국제적으로 통일된 지표를 만들기 어렵다. 그나마 가구가 아닌 인구당 주택 수는 상대적으로 비교하기가 용이해 국제적 비교 지표로 삼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나 ‘건설족’ 부동산 전문가들은 마치 이게 국제 표준인 양 떠벌리며 “주택 보급률은 많이 높아졌지만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라는 여전히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친다”며 주택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족들은 인구 1000명당 주택 수에서 한국은 280호 정도인데, 400~500호 수준이므로 주택공급이 턱없이 모자란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를 근거로 한 주장의 허구성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다시 한 번 자세히 설명하겠다.)


필자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도 위와 같은 문제점을 설명한 뒤 국토부 담당자 두 사람에게 각국의 산정방식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니 우물쭈물하며 “자신들도 정확히 잘 모른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 담당자는 “미국 경우에도 트레일러 같은 이동식 차량에 거주할 경우 이를 주택으로 치는 주도 있고, 아닌 주도 있다”고 답했다. 당연한 이야기다. 당초부터 주택정책의 지표로 삼기 힘든 지표였기 때문이다. 국가별로 구체적인 주택 사정이 다 다른데도 국내 주택 공급이 부족하므로 주택을 더 지어야 한다는 건설족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일부로 갖다붙인 지표일 뿐인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각종 통계나 지표를 제멋대로 주무르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국토부의 통계 관리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한다는 나라에서 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렴치한 행태다. 더구나 정권마저 건설업계 사장 출신의 ‘건설족 정부’이니 오죽하겠는가. 어떻게 보면 자신들끼리는 지난 연말부터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하면서도 3%대 성장을 한다고 떠벌렸고, "용산참사 보도를 덮기 위해 군포살인사건을 적극 홍보하라"고 하는  정부이니 이 정도 수준의 통계나 지표 관리야 약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정보 관리 또는 조작을 통한 시장 왜곡 시도야말로 건전한 시장경제 발전을 위해서 가장 피해야 하는 일이다. 건전한 시장경제는 정확한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네르바’를 허위사실 유포로 구속까지 했지만, 정말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국민들의 올바른 경제적 판단을 오도하고 시장을 왜곡하는 것은 현 정부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경제 운영 능력으로는 일개 네티즌 한 사람을 이기지 못하니 실력으로도 형편없는 정부다. 이러면서도 말끝마다 ‘시장원리’를 내세우면서 하는 짓은 모두 ‘시장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기득권 챙기기로 가고 있으니 이 땅에 사는 국민으로서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이들에게서는 희망을 발견하기 어렵다. 기회가 오면 국민의 힘으로 확 갈아엎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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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2. 16. 09:07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향후 10년간 사회변화 요인분석 및 시사점’ 자료를 보면 주택을 집중적으로 구입하는 35살에서 54살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은 2011년부터다. 또 노동생산성이 높은 30~40대 인구가 이미 2006년부터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15세에서 64세로 분류되는 생산가능 인구도 2016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인구 구조 변화가 주택시장에 가져올 영향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었던 베이비 붐 세대가 주택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주택수요를 크게 위축시키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인구 요인 단 하나만으로 주택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주택 수요 측면의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엉터리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은 여전히 ‘1인가구가 급속히 증가해 주택 수요가 늘어난다’거나 ‘수도권으로 인구가 계속 순유입되므로 수도권 주택 수요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반박한다. 약 4분의 3이 월 소득 200만원 이하인 1인가구의 실태를 생각하면 1인가구가 유효 주택수요가구가 되기 어렵다는 점은 이미 지난 글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면 수도권 인구 순유입에 따른 집값 상승론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까?

 

이 글의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두 가지 주의사항을 먼저 말하고자 한다. 이 글은 수도권 인구 순유입 증가에 따라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을 검증하기 위한 글이다. 따라서 인구 순유입 변수 하나가 향후 집값을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두 번째 주의사항은 현재 일반인들 사이에는 ‘주택수급이 주택가격을 사실상 결정한다’는 인식에 관한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는 그 같은 인식이 상당히 넓게 퍼져 있다. 이는 현재 국내 주택보급률이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므로 매매용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건설업계의 공급 부족론을 뒷받침하는 대표적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논리를 내세워 건설업계는 주택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집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투기를 조장해왔다. 또한 이 같은 논리를 통해 건설업체들은 자신들의 사기적인 고분양가가 수요 대비 공급 부족 때문에 생겨나는 정상적인 시장 가격이라고 합리화하는 한편 폭리를 취할 수 있는 매매용 주택을 계속 지을 명분으로 삼는 것이다.

 

물론 주택 수급 사정이 집값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90년대 초 1기 신도시건설 이후 집값의 침체로 주택 공급이 부족했던 것이 결국 2000년대 초반 집값이 뛰는 한 단초가 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총량적인 관점에서는 재개발 재건축 수요 등에 의한 10~20% 정도의 대체 수요를 포함해 해당 시점의 주택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집값 폭등이 순전히 주택부족 때문에 발생했고, 그러므로 지금의 높은 집값은 공급부족 때문에 빚어지는 정상적인 현상이라는 주장은 한 마디로 터무니없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듯이 2002년 이후의 집값 폭등의 주요인은 정부의 정책실패와 은행권의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 남발에 따른 투기 수요의 급증 때문이다. 만약 집값이 주택부족 때문만이라면, 주택보급률이 지금보다 훨씬 더 낮았던 90년대 중반 집값이 하락했던 상황이나, 주택 보급률이 110~120%에 이르는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집값이 폭등했던 사실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을 염두에 두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먼저 <수도권 인구 순유입 추이>에 관한 아래 그래프를 살펴보도록 하자. 이 그래프를 보면 70~80년대에는 매년 수도권으로 약 30~50만명의 인구가 유입됐다. 이 같은 추세는 90년대 이후 빠른 속도로 꺾여 외환위기 때인 98년 바닥에 이르렀다. 그러다 이후 월드컵 열기와 카드채 거품으로 경기가 좋았던 2002년 20만명대까지 회복됐다가 다시 빠른 속도로 떨어져 지난해 경우 연환산으로 연간 5만 2000명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흐름을 보면 수도권의 인구 순유입은 전반적인 경기와 상당한 상관관계를 보이며 증감을 보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경향적으로는 수도권으로 순유입되는 인구가 뚜렷이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수도권의 인구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증가 속도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의 인구 순유입을 서울, 경기, 인천으로 세분화한 다음 그래프를 살펴보자. 그래프를 자세히 보면 90년 이후 경기도와 서울의 인구 증감이 거울에 비친 이미지처럼 반대 방향의 진폭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90년대 이후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지속적으로 경기도권의 신도시와 공공택지 지구 등으로 서울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인구 순유입이라는 관점으로만 한정한다면 서울의 주택 수요는 향후 전개될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 은퇴와 겹쳐져 늘어날 이유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경기도는 서울과 지방에서 동시에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수도권 인구 유입은 과거처럼 수도권 주택시장을 뒤흔들 주요 변수가 되기는 어렵다. 위 그래프에서 2002년 이후 추세선을 보더라도 향후 수도권 인구 순유입 추이가 쉽게 바뀔 것 같지도 않다. 2008년 인구 순유입 인구(5만2000명)을 같은 해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 2.8명으로 나누면 1만8500여 가구 정도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최근 몇 년 동안 수도권에서 매년 20만호 가까운 주택이 지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수도권의 순유입 인구가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주택 정책 측면에서 본다면 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리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수도권 인구의 과밀화로 수도권은 교통 혼잡과 대기 오염, 주택 난 등 각종 규모의 불경제 효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지방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 웬만한 사업은 경제성을 갖기 어려운 지경이다. 이런 상태로는 한국 경제와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도권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단순히 주택을 더 공급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국토의 균형적 발전체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와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같은 개념이 전혀 없는 것 같아 걱정이다.

   

 

  

참고로, 지난해 주택 공급 호수를 보면 전국적인 주택 공급 물량은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주택 공급 물량은 2004~2006년 수준과 비슷함을 알 수 있다. 부동산 붐에 편승한 뒤늦은 주택 공급과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앞둔 ‘밀어내기 분양’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오히려 2007년이 특수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건설업계가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고 엄살을 떨었지만, 적어도 수도권의 경우 큰 폭의 물량 위축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2000년대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국가들에서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함께 주택 공급이 대폭 줄어든 것에 비하면 매우 양호한 상태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시기에는 수도권 주택 보급률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반면 위에서 보듯이 수도권 인구 순유입은 급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주택 공급 물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향후 주택 공급 물량 감소로 2,3년 후 수도권 집값이 다시 급등할 것처럼 말하는 언론 보도는 무책임한 선동보도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주택 공급 추이에 대해서는 기회가 될 때 다시 한 번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13. 18:13

"지구촌 곳곳 몰아치는 자연재해---중국엔 가뭄, 유럽엔 강풍, 호주는 폭염과 폭우…."


2월 11일자 연합뉴스 보도의 제목이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호주 제 2도시 멜번에서는 약 100년만의 최대 산불이 발생했고, 중국에서는 5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1급 가뭄경보를 내고 인공강우까지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또 유럽에서는 폭설과 폭우, 강풍이 몰아쳐 험난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80년만의 겨울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다. 사실 화왕산 억새풀 태우기 현장에서 벌어진 참사도 이 같은 겨울 가뭄에 따른 영향이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이는 “이번 사고는 천재지변”이라는 창녕군수의 말에 동의한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바싹 건조한 상태에서 억새풀 태우기 행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인식하고 시대착오적인 이런 행사를 진행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이번 참사는 ‘인재’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런 이상 기후들이 지구 온난화 문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른다. 필자도 솔직히 고백컨대 잘 몰랐다. 심지어 7~8년 전 한 신문사의 국제부에서 일할 때 ‘사상 최고의 폭염’ ‘사상 최대의 태풍 피해’ 등등의 외신 기사를 보고 옮기면서도 속으로는 언론의 과장 보도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뭐야, 이거. 해마다 매번 최고이고 최대냐?”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미국 유학중이던 2006년 봄 ‘에너지 정책(energy policy)'라는 과목을 들으면서 생각이 확 달라졌다. 미국에서 권위 있는 에너지 정책 전문가인 제임스 홀드런 교수가 수업 첫 시간에 한 말 때문이었다. “현재 전 세계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지구온난화이고,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키는 바로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에 달렸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특히 수업 내용 후반부에 지구온난화의 충격을 슬라이드를 통해 보는 동안은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수업 덕분에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10여권의 책을 읽고,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해 여름 앨 고어가 쓴 ‘불편한 진실’이 장기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을 보며 미국 대중들이 인식에서 ‘티핑 포인트’가 발생하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그 같은 대중적 인식의 변화가 버락 오바마 신임 미 행정부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 에너지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에너지정책을 수립한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 같은 인식의 변화를 찾아보기 여전히 어렵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의 2002년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억5160만 환산톤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 이어 세계에서 아홉번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 배출량은 90년부터 2002년까지 약 99.7% 증가했다. 배출량 상위 20개국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증가율 118.6%를 기록한 인도네시아만이 유일하게 한국을 앞섰다. 같은 기간 전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평균 증가율 16.4%, OECD 회원국의 평균 증가율 13.8%와 비교하면 얼마나 빠른 증가율인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강력히 비난하는 미국도 16.7%의 증가율에 그쳤고, 프랑스 (6.9%), 이탈리아(8.3%) 등 EU국가들은 그보다 훨씬 낮다. 또 우리나라 소득 수준 대비 국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4년 기준 한국의 ‘소득대비 에너지 사용량(국민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을 1인당 GDP로 나눈 값)’에서 한국은 0.05로 31개 OECD국가중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소득대비에너지사용량(0.05)을 100으로 환산할 경우, 일본은 36, 독일 69, 프랑스 71, 미국이 97로 나타나 선진국보다도 에너지 소비가 훨씬 많았다. 한국은 또 2003년말 기준으로 대체에너지 사용실적(443만6000 석유환산톤)이 총 에너지 사용량의 2.1%에 그쳐, 대체에너지 사용비중에서 31개 OECD 국가 중 30위다. 한국보다 대체에너지 비중이 낮은 국가는 헝가리뿐이었다. 한 마디로 지구온난화 문제에 관한 한 한국은 최대의 ‘반환경국가’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지구온난화의 충격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도 아니다. 여름철 게릴라성 폭우 및 폭염의 증가, 중국 네이멍구 지역 사막화로 인한 극심한 황사 현상, 소나무 재선충 확산으로 인한 소나무숲 고사, 생태계 혼란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등등.


지구 온난화 현상의 하나로 한반도에서도 지난 30년간 봄철 습도가 5%나 낮아졌다. 이 때문에 산불 피해 면적이 갈수록 커지는 것도 지구 온난화와 일정한 상관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산불피해면적은 1980년대에 1만880㏊, 1990년대에 1만3975㏊, 2000년대에 3만5711㏊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 4월에 일어난 사상최대의 동해안 산불은 9일 동안 서울 남산 78개에 해당하는 2만3794㏊의 임야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전 19년간의 총 산불피해면적과 맞먹는 엄청난 재난이었다.

그 밖에도 대형 산불 2, 3, 4위가 모두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했다. 1996년의 강원도 고성 산불(피해면적 3762㏊), 2002년의 충남 청양 산불(피해면적 3095㏊), 2005년 낙산사를 태운 강원도 양양 산불(피해면적 973㏊) 등이다. 낙엽 등 가연물질이 쌓인 탓도 있지만 겨울철의 고온 건조한 날씨가 산불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이다.

2월 10일 M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산불건수는 예년보다 50%, 지난해보다 9배나 더 많다고 한다. 특히 지역적으로 가뭄이 가장 극심한 영남지방에 피해가 집중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올해 예년보다 한 달이나 일찍,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산불 위험시기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세계 각국의 온난화 추세에 따른 산불 피해 확산과도 일치하는 흐름이다.


산불로 발생한 알래스카 아한대지역 숲의 소실 면적을 보여주는 아래 그래프를 보자. 


알래스카 아한대지역의 숲은 북아메리카의 북쪽 지역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숲이다. 그런데 매년 이 숲이 산불에 의해 소실되는 면적은 1970년대 이래로 1990년대말까지 약 두 배로 증가했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인해기온이 높아지고 토양 수분이 증발하면서 자연발생적 산불이 일어날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이 지역에 국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형산불 발생 횟수가 전세계적으로 계속 증가해왔음을 아래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다. (유럽의 경우 80년대보다 90년대에 산불 발생 횟수가 줄어든 점은 예외다.)



 이처럼 최근 8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라는 현상과 산불 피해의 경향적 증가 현상 하나만 봐도 지구온난화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지금 ‘건설족의 수장’이자 ‘삽질경제학의 태두'인 이명박 대통령은 겨울 가뭄이 극심하다고 하자 10일 강원도 업무보고 현장에서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는 소규모 댐 건설 방안을 알아보라”고 했다고 한다. 국토부도 2001년부터 댐을 건설하지 않아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해졌다며 경북 군위 등 5곳에 대형 댐을 짓겠다며 여론 조성 작업을 하고 있다.

우선, 긴 말 하지 않겠지만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는 댐은 불가능하다. 또한 댐을 더 지어 물 부족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정말이지 여전히 이 정부가 7,80년대 개발연대의 정책적 상상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구나 정부가 건설하고자 하는 댐은 대부분 상류지역이고 비도 적게 오는 지역이다. 수조원의 돈을 들여 댐을 건설해봐야 연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용수의 양은 연간 4~5억 톤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해당 지역들의 연간 강수량 등을 감안하면 부풀려진 수치일 가능성이 높다. 2001년 당시 정부가 마련한 수자원장기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수자원 총량 1,240억톤 가운데 자연 증발(42%)하거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31%)을 제외하고 실제 이용되는 물은 27%인 337억톤(27%)이다. 겨우 4억~5억톤의 물을 더 이용하자고 환경을 파괴하면서 수조원의 돈을 들이는 것이 과연 비용효과적인가.


돈을 안 들이고도 물 부족을 해결하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12일 M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가뭄을 겪고 있는 태백시에서 태백시가 운영하는 리조트가 하루에 쓰는 물의 양은 태백시민 5000명이 하루에 쓰는 물의 양과 맞먹는다. 전국 각지에 지어진 골프장 등 각종 위락 및 리조트 시설들도 마찬가지다. 물 값을 현실화하고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대형 사업장과 위락장에서 10% 정도만 아끼도록 하면 물 가뭄은 얼마든지 해소된다. 예를 들어, 유한킴벌리의 경우 염색 공정 기술 혁신으로 생산공정에서 드는 물의 소비량을 90% 가량 절약한 사례도 있다.

또 댐 지을 돈으로 가정용 빗물 저수시설을 설치토록 하는 등 생활용수 공급원을 다양화하는데 써보라. 훨씬 환경에 대한 부하를 줄이면서도 훨씬 더 효과적으로 물 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무지막지한 토건족 정부는 무조건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여서 해결하려는 습성이 너무 강하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뭐든지 빌미만 생기면 토목사업으로 해결하려는 조건반사적 반응을 보인다.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 발현되는 수준으로 보일 정도다. 문제 해결에는 관심 없고,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려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족속들이니 이들은 확 갈아치우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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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2. 13. 0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