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통계청 발표 내용대로 2011년 이후 주택 수요 연령대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2015년까지 수도권의 택재개발사업과 각종 정비사업을 통해 약 160만 호의 막대한 물량이 쏟아진다는 점은 이전 글(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2401305)  에서 소개한 바 있습니다.  현재 정비예정구역으로 고시된 곳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인데도 그렇습니다. 지자체 재량으로 하는 지구단위 계획에 의한 공동주택개발도 포함하지 않은 수치인데도 그렇습니다. 
위에 언급한 물량에 더해 민간 부지에서 개발하는 사업을 최소로 잡아 2015년까지 약 40만호가 공급된다고 치면 약 200만호가 공급될 수 있습니다. 물론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제 공급량은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위에 집계한 내용은 이미 주택을 철거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미 전국 미분양 물량이 공식적으로만 16만호에 이르고, 수도권 곳곳에서 과잉 공급 여파로 빈 집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갑작스레 그린벨트를 풀고 가뜩이나 말썽많은 뉴타운을 26개나 추가 지정해 연간 50만호씩 공급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조금만 긴 호흡으로 보면 너무나 뻔히 드러나는 무식한 짓을 계속하는 것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가운데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에게 예산으로 돈을 퍼주기 위한 핑계에 불과할 뿐입니다. 한마디로 서민 경기 부양은 핑계일 뿐 현 정권 자신들과 지지층의 정치적, 경제적 잇속을 챙기기 위한 것일뿐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수요 대비 막대한 공급 초과 상황이 뻔히 보이는데도 계속 분양주택 일변도의 공급을 부르짖는 건설족들의 최근 논리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급이 줄어들면 2~3년 후 공급이 부족해지니 지금부터 미리 공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그동안 단기적으로 과잉 공급된 주택 물량이 부동산 버블 붕괴를 통해 자연스레 조절되는 것인데, 이마저 부인한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반박할 가치를 못 느낍니다. 다만 90년대 초에도 '주택 200만호 건설 정책' 여파로 뒤늦게 공급된 물량을 해소하는데만 적게 잡아도 3~4년은 걸렸다는 점을 상기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둘째 논리는, 1인 가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니 주택공급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둘째 논리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터무니 없는 주장인데 엉터리 부동산 재테크 업자들과 언론, 심지어 '강부자정권'을 통해서 확대재생산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국내에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좀더 많아서 조금만 더 목소리를 내고, 기득권 위주의 목소리가 아닌 제대로 된 정보가 유통된다면 그런 엉터리 논리는 발을 못 붙일 텐데요.

 

소위 ‘1인 가구 증가--->분양 주택 공급’이라는 논리는 기본적으로 늘어나는 1인 가구들이 모두 주택을 살 수 있는 충분한 구매력이 있는 것을 전제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 책에서 짧지만 살짝 언급한 바가 있긴 합니다. 즉, 기성 언론들이 늘어나는 1인 가구가 모두 자기 개성을 추구하는 ‘골드 미스/미스터’인 것으로 포장한 것은 터무니없는 여론조작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1인 세대들이 '골드 미스족'일까요?

 

아래 도표를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1인가구의 소득이 2인가구 이상 소득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것이 눈에 띨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100만원 미만 소득자가 45%, 100~200만원 소득자가 31%로 전체의 76%를 차지합니다. 1인 가구의 약 4분의 3이 월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골드미스/미스터’라고 부를 수 있을 계층을 넓게잡아 월 소득 300만원 이상이라고 할 때 해당 1인 가구는 8.0%에 불과합니다. 한 마디로 ‘골드 미스/미스터’는 제일기획같은 재벌광고회사와 기성 언론이 합작해 만들어낸 환상일뿐 절대 현실이 아닙니다.

 

 <도표> '서울시내 1인가구의 월평균 소득수준

 

출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오히려 1인가구의 급증 현상은 집값 폭등과 청년실업 증가, 소득 부족으로 인한 결혼 지연,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독거 노인 가구의 증가 등 한국사회의 심각한 문제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실제로 1인 가구의 연령대별 인구를 보면 30대 미만과 60대 이상에서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들이 잘 보여주지 않는 밑바닥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과 충격 등이 1인 가구 증가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 가구들은 앞으로 공급될 일반 분양주택의 수요층들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 사회적 보호 또는 지원이 필요한 가구들니다. 주택정책적 측면에서는 이들을 위한 저렴하고 질 좋으면서 독신자가 생활하기 편리한 공공임대/전세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독거 노인들이 편리하게 생활하고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역세권 등에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와 구체적 양상은 다르지만, 현재 1인가구 비율이 약 40%에 육박하는 일본 도쿄의 경우에도 이들 가구는 대부분 임대주택 생활자들입니다.

이들 가구들의 주거 문제는 대규모 분양주택 공급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도 지금 같은 중대형 주택 위주로는 더더욱 안 되고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지금 개발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의 먹잇감이자, 건설업체들을 먹여살리기 위한 수도권의 대량 주택 공급을 받아줄 수요 인구는 없습니다. 대량 주택 공급을 받아줄 수요를 1인가구 증가로 합리화하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이고, 조작에 가깝습니다. 정작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주택공급은 없이, 아파트 분양가 폭리로 국민들 등쳐먹을 욕심에 엉뚱한 다리 긁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같은 건설족들의 요구에 오히려 편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기야 '건설족 수괴'가 대통령으로 있는 정권에 뭘 바라겠습니까마는.

 

그리고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 가지 부연하고자 합니다. 제가 수급문제를 말씀드리는 것은 그동안 건설족들이 하도 '공급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니 그것을 반박하기 위해서이지, 전적으로 수급상황이 주택 가격을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변화하는 인구추이나 세대분화, 사회경제적 메가트렌드 변화에 맞춰 어떻게 주택정책을 가져가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미 인구 과밀로 인한 교통 체증과 기반시설의 과부하가 심각한 서울 등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해야 합니다. 이 같은 사회경제적 트렌드와 원칙을 토대로 주택 보급율이 선진국 수준인 115~120%까지 이를 때까지 꾸준히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공공부문의 주택 공급 방법은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공공택지를 개발해 민간건설업체들이 폭리를 취하는 분양 주택 공급 일변도에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건설업체들이 땅장사와 집장사로 폭리를 취학 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이 저렴하면서 양질의 공공장기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공기업을 비대화하지 않는 방안을 우리 연구소는 갖고 있습니다. 향후 인구 추이와 공급 물량, 이에 따른 주택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우리 연구소가 발간하는 <경제시평>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세히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 23. 07:26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용산 참화에서 운명을 달리한 고인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또 부상당한 분들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어제부터 용산 참화 소식을 들으면서 울적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과연 제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지, 한국 사회가 어떤 길로 치닫고 있는 것인지 우려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민주화 이전 시대부터 익숙하게 보아오던 장면들이 조금의 개선도 없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이 기막힌 현실말입니다. 한국 대도시의 폭력적인 재개발 재건축 과정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과정이 소위 민주화 이후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면 집값이 폭등하고, 이 같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갈 돈이 없습니다. 재개발, 재건축과 관련해 재개발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공무원, 철거업체 등이 연계된 비리는 끝도 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각종 이권을 통해 비리가 양산되고 시공사와 철거업체는 폭리를 취하고, 투기꾼들은 투기차익을 얻습니다. 뒤에 남은 것은 터전을 잃고 갈 곳을 잃은 ‘악에 받친 원주민들’입니다.

 

지금까지 도심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원주민들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주거의 질을 높이며, 공동체의 자족적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주택정책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과 정반대로 치달았습니다. 오히려 조합을 돈으로 구워삶아 온갖 명목으로 건축비를 부풀려 폭리를 취하는 건설사와 투기 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의 잔치였습니다. 건설사가 재개발사업지 한 곳에서만 수천억원의 폭리를 취하고, 투기꾼들이 개인당 수억원의 투기차익을 챙기는 동안 세입자들은 자신들 소유의 점포 시세의 4분의 1밖에 보상받지 못하는 부조리가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재개발 재건축 지구로 지정만 되면 땅값과 집값이 폭등해 가난한 세입자들은 변두리로, 변두리로 쫓겨나야 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뻔히 보면서도 정부와 정치권은 건설업체들과 투기꾼들이 최대한 빨리 사업을 추진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등 법제를 마련했습니다. 심지어 도정법 등이 규정한 법절차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주민 동의를 조작하는 등 탈법과 불법이 횡행해도 행정기관은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사실상 폭력배나 다름없는 용역철거업체들의 폭력과 온갖 행패에도 눈 감았습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는커녕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노후도 요건 등을 완화해 재개발사업을 쉽고, 광역화할 수 있는 뉴타운사업을 대규모로 벌였습니다. ‘강남북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속내는 ‘강북 집값도 올려주겠다’며 강북 주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명박은 뉴타운의 동시 재지정으로 가옥 철거 시기가 집중될 경우 서민 주거난이 심화할 것으로 뻔히 예상되는데도 자신의 임기 동안 무려 33개의 뉴타운을 지정했습니다. 서울시 시가지 전체 면적의 약 15%에 이르는 광대한 면적입니다. 뉴타운이 그동안 강남 집값 상승에 주눅들어있던 강북 주민들의 투기 심리에 불을 지르자,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나서서 소위 ‘뉴타운법’까지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서민들은 어떻게 되든 정부와 정치권이 자신들의 권력욕을 채우고, 가진자에게 유리한 법제를 줄기차게 만들어 밀어붙여온 것이 재개발 재건축의 역사입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5공식 강압통치로 신음하는 서민들의 아우성을 틀어막고 있습니다. 자신이 멀쩡하게 장사하던 점포에서 턱없이 부족한 보상비를 받고 쫓겨나야 하는데 대해 항의하는 세입자는 ‘떼법’을 쓴다고 무지막지하게 두들겨팼습니다.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일어나는 조합과 건설사간, 공무원간의 뇌물 수수 등 온갖 부정부패와 용역철거 과정의 폭력에는 눈감은 채 말입니다. 도대체 이런 것들은 법질서에 위배되지 않고, 구조적으로 잘못된 게임의 룰에 의해 일방적으로 당하는 세입자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쓴 폭력만 위법이란 말입니까? 기득권 구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현 정부의 법 집행이야말로 실질적 민주주의에 대한 침해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에 대한 모욕입니다. 그리고 21세기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국민 모두에 대한 모욕입니다.

 

하지만 이번 용산 참화는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의 한 단면일뿐입니다. 한국 사회는 겉으로 많이 변한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공고화와 공정한 게임 규칙의 확립이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아니 현 정부에서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습니다. 재개발 재건축 과정만 하더라도 제가 시골에서 상경해 대학에 입학하던 20년 전과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당시에도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가 폭등해 집 없는 서민들이 서러움에 자살했습니다. 또 많은 이들이 무리한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용역 깡패의 폭력에 희생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반발하며 철거에 저항하는 원주민들에게는 공권력이 거침없는 ‘진압’에 나섰습니다.

 

80년대 민주화 투쟁 이후 많은 국민들은 한국의 장래에 대해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느리지만 정치적 민주화도 진전됐고, 97년에는 소위 정권 교체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민주화만 되면 우리 사회를 더럽혀온 부패와 부조리가 일소되고 서민들이 고통받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어떤가요? 한편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극심해지고 있고, 공동체의 유대는 깨지고 있으며 각 개개인의 삶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불공정한 게임의 룰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만성 불안과 불공정은 외환위기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급기야 현 정권 들어서는 기득권의, 기득권에 의한, 기득권을 위한 ‘상위 1% 국가’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조금만 살펴봐도 양적인 경제 성장과는 동떨어지는 온갖 악성 지표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비정규직 비율 55%, 자살율 급증, 저출산율 및 고령화 속도 세계 1위,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 세계 최상위권, 세계 최고의 산업재해율과 세계 최장 노동시간, 소득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주택가격, 경제력 대비 지나치게 높은 생활물가 수준,공공도서관 수 OECD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 사회복지 등 사회지출 비용 OECD국가 3분의 1수준, GDP 대비 교육재정 투자 세계경제포럼 조사 대상국 127개국 가운데 71위 등등 조금만 훑어봐도 정말 서민들이 제대로 살기 어려운 경제 및 사회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전방위적인 불량국가이자, 엽기적인 나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12위 경제대국임을 내세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국민들 삶의 질은 이렇게 형편 없이 저질인데 말입니다. 이같은 문제들을 개선할 생각은 없이 현 정부는 국민들을 호구로 아는지 주식 투자를 권하고, 무너져가는 집값 거품과 건설업체 부양에만 올인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입니까? 당장 도탄에 빠져 있는 국민들은 외면하면서, 온갖 핑계를 대며 건설업체들 배불리는 건설토목사업 만들어내기에 바쁜 이명박은 ‘건설족의 수괴’일뿐이고 ‘삽질경제학’의 태두일 뿐이란 말입니까?

 

한국 사회는 지금같은 방식으로는 절대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 아들딸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마음껏 키우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없습니다. 불과 수십평짜리 아파트를 10억, 20억씩 불러가며 돈 지랄을 하면 할수록 건강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는 멀어집니다. 국제사회에서 품위 있고 수준높은 문화선진국으로 대접받을 수 없습니다.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 경제와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이해하고, 모두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공정한 게임의 룰을 확립해야 합니다. 급격하게 변화한 국내외 경제환경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 경제, 사회 패러다임을 확립해야 합니다.

 

고개를 돌려 미국을 보면 어떤 위기 속에 있더라도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회라는 점에서 부러움이 생깁니다.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연설의 일부를 한 번 봅시다. (제가 시간이 없어 한 신문사가 옮긴 번역요약본을 사용합니다.)

 

“우리가 위기의 중간에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는 폭력과 증오의 네트워크와 전쟁 중입니다. 우리 경제는 아주 약해졌습니다. 이는 부분적으로 탐욕과 무책임 때문입니다. 또한 힘든 선택을 하는 데 총체적으로 실패하고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집들은 없어졌고 일자리는 사라졌으며 기업들은 문을 닫았습니다. 우리 의료시스템은 너무나 비쌉니다. 우리 학교는 너무나 많은 이들을 좌절시킵니다. 날이 갈수록 우리가 에너지를 쓰는 방식은 우리의 적들을 강하게 하고 우리 행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데이터와 통계에 속하는 위기의 징후들입니다. 좀 더 계량화되기 어렵지만 심오한 것은 우리 땅을 지배하는 신뢰의 상실입니다. 미국의 하강이 불가피하다는 것, 다음 세대는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사라지지 않는 공포 말입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께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실제라는 사실을 말합니다. 이것들은 심각하고 다양합니다. 쉽게 대처하거나 단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미국은 늘 문제를 해결해왔다는 것을 말입니다.

 

오늘 우리는 공포를 누르고 희망을 선택하고자, 갈등과 불화를 이기고 화합을 이루고자 모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위대함을 재확인하기 위해서는 위대함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해합니다.

 

오늘을 시점으로 우리는 주저앉았던 우리 자신을 일으켜 세워, 먼지를 털고 미국을 재건(remaking)하는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현재 미국 사회가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역량 결집을 호소하는 새 미국 대통령의 비전과 리더십에 부러움을 느낄 뿐입니다. 그런데 지극히 안타까운 것은 지금 한국의 집권 세력은 그럴만한 비전을 갖추기는커녕 시대착오적인 세력이라는 점입니다. 정치적으로는 5공식 공안통치와 권위주의적 일방 강압정치, 경제적으로는 건설토목사업 위주의 개발연대식 성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현 집권세력을 중심으로 기득권 언론과 재벌 및 건설업체들이 똘똘 뭉쳐 그렇지 않아도 힘든 서민들의 희생을 더욱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사회의 당면 과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전문적 역량과 도덕성을 겸비한 정치세력은 없습니다. 서민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지식정보화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준비할 세력이 없습니다. 그저 존재감과 정체성마저 희미한 민주당과 소수 정당밖에 없습니다. 

 

희망이 없다면 우리 스스로가 희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득권 중심의 불공정한 게임의 룰이 적용되는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우리 연구소가 그 같은 건전한 세력이 자라나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정책과 정보 발신력을 갖고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각계에서 많은 분들로부터 그 실력을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연구소는 관료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부 산하 연구소나 재벌들 눈치보는 재벌계 연구소와 다릅니다. 일반 서민과 국민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일구는데 기여하고 사회의 정책 품질을 높이려 하는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저희 연구소의 컨텐츠를 중심으로 치우침이 없으면서도 많은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수준높은 미디어를 구현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금력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맞서 제 권리와 목소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정보를 생산, 발신하고 목소리를 높이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런 작업은 저희 혼자서 할 수 없습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한 사람이 꾸는 꿈은 몽상이지만, 만인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많은 이들이 저희와 함께 꿈을 꾸며 건강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더 많은 토론과 정보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 21. 15:41

20일 통계청이 ‘향후 10년간 사회변화 요인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요약되는 향후 10년간 인구구조의 변화가 한국 사회의 각 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보도자료라고 할 수 있다. 아직 통계청 홈페이지에 발표내용이 올라오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향후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이 눈에 띈다. 이에 관해서는 필자가 지난해 9월 출간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라는 책에서 이미 설명한 바 있다. 이날 통계청 발표 내용은 필자가 책에서 자료로 삼았던 것을 정부 기관이 최신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재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주택을 집중적으로 구입하는 35살에서 54살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은 2011년부터. 또 노동생산성이 높은 30~40대 인구가 이미 2006년부터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15세에서 64세로 분류되는 생산가능 인구도 2016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인구 구조 변화가 주택시장에 가져올 영향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었던 베이비 붐 세대가 주택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주택수요를 크게 위축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에 더해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보통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인 나라)에서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나라)로 가는데 보통 80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한국은 고령사회에 진입한 2001년 이후 불과 26년만에 초고령사회로 이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 일본이 36년 걸렸던 것에 비해서도 10년이나 빠른 속도다.

 

더구나 78년 이후 출생한 지금의 20대들은 절대 숫자에서뿐만 아니라 주택 구매력 측면에서도 앞선 베이비 붐 세대들의 빈자리를 결코 채우지 못한다. 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고용 없는 성장’시대에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세대다. 동시에 2000년 이후 발생한 부동산 거품에서 철저히 불이익을 받게 된 세대다. 이들의 대부분은 베이비 붐 세대에 비해 경제력이 취약하다. 이들이 기성 세대가 빠져나간 주택 시장을 채워줄 수 있을까?

 

그런데 문제는 향후 막대한 물량의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주택 시장에서는 미분양 물량 급증과 입주율 저조 등 공급 과잉임을 나타내는 징후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향후 수도권에서 추가 공급될 주택 물량은 어마어마하다. 이 또한 필자가 책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최근 2008~2015년까지 수도권의 택지개발사업과 정비사업(뉴타운/재개발/재건축 포함)에서 공급될 주택 물량만을 한 번 집계해보았다. 집계결과 2015년까지 모두 159만 1000호가 준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35만 3000호, 인천 19만5000천호, 경기 104만4000호이다. 이는 현재 정비예정구역으로 고시된 곳은 포함하지 않았고, 지자체 재량으로 하는 지구단위 계획에 의한 공동주택개발도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사실 수도권 기초 지자체 가운데 이런 개발 계획 없는 곳이 거의 없지만 파악하기 어려워 포함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에 민간 부지에 자체 개발하는 사업을 최소로 잡아 2015년까지 약 40만호가 공급된다고 치자. 그러면 2015년까지 수도권에서 공급되는 물량은 총 200만호이다. 소위 말하는 1인 가구의 증가 등을 고려해 한 가구당 평균 가족 수를 3명만 잡아도 600만명이 필요하다. 2015년까지 수도권에서 600만명의 인구가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자연 출생에 의해서는 불가능함이 통계청 자료를 통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매년 수도권으로 순유입되는 인구도 몇 년 전부터 10만명 이하로 줄었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도 수도권의 공급 물량을 받아줄 인구는 없다. 1인가구의 증가들을 많이 거론하는데, 현재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상당 부분은 집값이 너무 올라 결혼하지 못하는 미혼남녀가 증가한 탓이 크다. 집값이 떨어지면 이들 중 상당수는 가족을 이룰 사람들이다.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1, 2인 가구용주택 공급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마치 주택시장의 거대한 수급구조 추이를 뒤집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택시장은 수급 구조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투기수요와 정부 정책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위에서 본 2015년까지 나타날 주택시장의 수급상의 괴리가 너무나 확연해서 다른 여러 요인들을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판에 중앙 정부는 지난해 9.19대책에서 뉴타운을 추가 지정하고, 갑작스레 그린벨트까지 풀어가며 연간 50만호를 꾸준히 공급하겠다고 했다. 정말 집값을 떨어뜨리기보다는 당장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에게 돈을 퍼줄 심산이었겠지만, 자신들이 퍼질러놓은 사업의 결과까지 무시하며 무지막지한 정책을 펼치는데는 기가 질린다.

 

결국 현 정권의 정책 방향은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거품을 더 키워 거품 붕괴를 막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지만, 국내외 거시경제 흐름을 생각하면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현 정권의 정책은 2010년대 이후 이미 꺼져 있는 주택시장에 계속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잠실 재건축 물량들이나 경기 남부축의 주택 공급이 인근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처럼 말이다. 이렇게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무모한 정책을 내놓는 정부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다만 매우 무식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집값은 확실히 떨어질 것 같으니 반겨야 할까?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 씁쓸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현 정부의 투기 선동 정책 등으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호가가 반등하는 흐름에 현혹돼 섣불리 뛰어들지 말기를 바란다. 고점 대비 집값이 많이 폭락했다고 해도 여전히 집값은 한국 경제와 가계의 평균적 경제 체력에 비해 너무 놓은 상태다. 위에서 설명한 수급구조가 보여주는 것은 2010년대 이후 집값은 지금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강부자 정권’의 투기선동책에 불안해하기보다는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어떻게 하면 부동산 거품을 빼고 모든 이들이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주거를 확보할 방안을 고민하는 게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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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1. 20.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