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 신문들을 받아본 사람들은 주가 폭락, 환율 폭등, 광공업생산 급감 등의 소식을 아마 1면에서 모두 접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코스피(KOSPI) 주가지수가 올 2월 초 1,200포인트를 돌파했다가 다시 1,000포인트 근처까지 주저앉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1600원대를 넘보고 있다. 한편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광공업 생산은 저년 동월 대비 약 25.6% 급감해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0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광공업생산 증가율이 지난해 10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11월부터 3개월 연속 사상 최대 감소폭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원/달러 환율폭등과 사상 최악의 광공업생산 급감은 한국경제가 이미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 중병에 걸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달러 환율폭등은 한국경제 붕괴의 시한폭탄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 폭등은 기본적으로 은행의 과다한 외화차입으로 인한 외화 상환 수요와 세계 금융위기 상황 속에서 외국인들의 국내 자산 매각에 따른 외화 수요 등 펀드멘털상의 요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현 정부 출범 초기 경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고환율 기조를 추구한데다, 부동산 버블 붕괴를 막겠다는 무리한 욕심으로 저금리 기조를 지속하는 등 잘못된 정부 정책이 환율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이 글은 원달러 환율폭등의 배경을 설명하려는 글이 아니다. 무관해 보이는 광공업생산의 급속한 감소와 GDP성장률의 급감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환율 폭등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 상관관계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왜 환율이 폭등하면 제조업생산이 급감할까? 환율이 폭등하는 상태에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 모두가 생산을 중단하게 된다. 기업들은 기존에 확보한 원자재를 활용해서 생산을 하고 있을 뿐, 환율이 폭등한 뒤로는 원자재를 수입해서 채산성을 맞출 수가 없다. 생산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데 어떻게 공장을 돌리겠는가? 더욱이 내수가 빠르게 급강하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같은 환율 폭등으로 인한 생산 정체 현상이 올해 초부터 기업의 본격적인 생산 정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환율 폭등으로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해 생산을 줄이면 대기업도 납품을 받지 못해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급등하게 되면 원자재를 수입해서 생산하는 업체들은 수입원가가 50% 상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업종에 따라 다소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기업들의 원가구조를 보면 원재료비가 70% 정도이고 인건비는 10%, 물류비 등 기타 관리비가 20% 정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이 40% 이상 오르면, 수입원자재 비중이 전체 원자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기업들의 원가상승 부담은 20% 가량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가격을 그만큼 올리지 않는 한 채산성을 맞출 수 없게 된다. 더군다나 수출이 둔화되고 내수도 급감하는 상황에서는 기업 연쇄도산과 같은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원달러 환율폭등은 고유가보다도 악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고유가는 에너지절감 노력이나 원화 강세로도 어느 정도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 또한 유가 상승은 원유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기업에만 선별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은 금리정책과 마찬가지로 모든 기업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악성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원/달러 환율 폭등은 수출기업에도 타격을 준다. 달러 수입물가는 2008년부터 20% 이상 상승하고 있는데 반해 달러 수출물가는 10% 수준 이하에 그치고 있다. 이것은 국내 수출기업이 원자재 달러 수입물가상승을 달러 수출가격 인상에 절반 정도 밖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머지는 원/달러 환율 폭등으로 인한 환차익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제살 깎아먹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달러 수입물가 상승을 달러 수출물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 침체로 인해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인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실물경기 불황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원달러 환율을 정상 궤도로 하루빨리 환원하는 것이 최우선 정책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와 정치권은 부동산 거품 붕괴를 억지로 막겠다는 일념 하에 저금리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정부와 보조를 맞춰 큰 폭의 금리인하를 거듭해온 것은 일견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경제 금융위기는 자산경제에서는 자산 디플레에 따른 투자손실 회피와 금융기관 부실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와 예금자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빼가려 한다는데 있다. 뿐만 아니라 생산경제에서는 원/달러 환율폭등을 진정시키는 것이 악성 불황을 막는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마당에 한국은행이 대폭적인 금리인하를 한 것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더욱 더 돈을 빼가라는 것이며 원/달러 환율 폭등을 부채질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정책이든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와 긍정적 효과가 큰 것을 기준으로 정책을 선택하게 된다. 현 국면에서 올바른 정책순서는 금융시장의 신용위기를 해소한 다음에 경기부양인 것이다. 나아가 자산시장의 가격조정을 엉터리 정책 남발로 인위적으로 막으려 하면 할수록 부작용과 혼란만 커질 뿐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환율폭등과 극도의 경기침체는 부동산 거품의 조정을 막으려는 현 정부와 정치권의 무리한 욕심 때문에 증폭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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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3. 3. 11:37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비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영어 몰입교육 논란이 불거지며 사교육비를 늘릴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었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가 2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 규모는 20조 9천억원으로 전년(20조400억원)에 비해 4.3% 증가하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23만3천원)도 전년(22만2천원)에 비해 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교과부는 물가상승률(4.7%)을 감안하면 그리 큰 증가 폭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실질임금뿐만 아니라 명목임금까지 줄어들고 소비를 급격히 줄이고 있는 가운데 사교육비가 4.3%가량 늘어났다는 것은 결코 적은 증가율이 아니다. 

 

 더구나 세부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사실상 사교육비가 늘어났음이 명백하다. 일반 교과별로는 전년에 비해 영어(11.8%)와 수학(8.8%)의 사교육비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고 논술(-12.5%) 사교육비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새 정부 출범 후 가장 강조한 것이 소위 '아륀지'로 희화화된 영어몰입교육, 영어 공교육 완성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사교육비가 가장 증가한 교과 영역이 바로 영어라는 것은 정부의 교육정책이 완전히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교육 증가를 부추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더구나 대입자율화 정책에 따라 대학들이 2009학년도 입시에서 논술고사 시행을 대폭 축소해 논술 사교육비가 크게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는 지난해 사교육이 크게 늘었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현 이명박 정부는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정부가 아닌가. 공약과 완전히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 4개 교육기관은 이날 오전 코리아나호텔에서 공교육 활성화를 위해 공동선언을 했다. 우리 교육이 입시 위주의 환경에 묶여있고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것을 감안해 교육 주체들이 함께 공교육에 대한 신뢰 회복에 나서 사교육비를 줄여보자는 취지라고 한다. 그런데 한 마디로 소가 웃을 일이다.


현 정부와 현 정부와 배가 맞는 서울시교육청이 앞장서서 사교육을 부추기는 온갖 엉터리 교육정책들을 남발해놓고, 무슨 염치가 있어서 그런 ‘눈 가리고 아웅 쑈’를 한다는 말인가. 정말 기만도 이만저만한 기만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현 정부는 지난해 9월말에도 이처럼 황당한 생쑈를 벌인 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9월 23일 국무회의에서 "학원비가 크게 올라 서민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면서 실태조사와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했었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는 합동점검단을 꾸려 학원의 탈세 및 담합을 단속하는 등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자신들이 사교육비가 오를 수밖에 없는 제도와 정책들을 내놓고 이를 마치 일부 비양심적인 학원업계의 행태 때문인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학원업계가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긴 탓에 각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난 측면도 있고, 학원업계 내에 탈세와 담합 행위가 만연한다면 당연히 찾아내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정권출범 하자마자 학교자율화 방침을 천명하고 국제중 신설, 기숙형 공립고 및 자사고 100개 설립과 고교 선택권제 도입 등 한결같이 학교교육의 사교육화와 사교육비를 부추기는 정책을 계속 추진해온 것은 바로 이명박정부 자신이다. 그런 사람들이 사교육비가 너무 오른다며 학원비를 단속하겠다고 설레발을 치다가 이제는 사교육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오자 ‘공교육 활성화’선언이라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현 정부는  '사교육 없는 학교'를 전국에 300곳을 지정, 한 학교당 평균 2억원씩 모두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자신들이 사교육을 부추겨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을 늘이게 하고, 다시 가계의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으로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코미디도 이런 서글픈 코미디가 없다.

 

정말 이 정권의 사람들은 왜 자신들이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정말 모르는 것 같아 엿부러 시간을 내 설명해주겠다. 현 정부의 각종 교육정책들이 왜 학생과 학부모의 사교육 의존을 강화하는지를 보려면 한국 학교교육의 왜곡된 경쟁 구조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과거 고교 평준화의 틀이 유지된 외환위기 이전 한국 사회의 성공 경로는 크게 세칭 일류대→변호사/의사 등 전문직과 일류 직장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이태백, 사오정, 오륙도, 88만원세대와 같은 신조어들이 상징하듯이 양질의 직장은 부족해지고 일자리는 불안정해졌으며 실업률은 높아졌다. 또 계층간 소득 및 자산 양극화가 심해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이른바 소수는 훨씬 많은 것을 차지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다수는 과거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승자독식 구조’가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성공 경로에서 조금이라도 앞선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큰 몫을 차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각 개인이나 가계는 성공 경로에서 조금이라도 앞설 수 있다면 상당한 투자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부모들은 자녀의 사교육에 조금이라도 더 투자해 자녀가 좋은 대학→좋은 직장이라는 ‘성공 코스’에 진입할 수 있다면 투자수익률 관점에서 수지가 맞는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 사회는 외환위기 이후 이런 방향으로 치열한 경쟁을 가속화해 왔다. 이런 ‘승자독식 구조’에서 이득을 보는 일부 소수 기득권 계층과 이들을 기반으로 삼는 정치권이 자신들의 투자대비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종 정책 및 제도를 빈익빈 부익부 구조로 바꾸도록 애써온 측면도 작용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어고와 과학기술고 등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등이 확대돼온 반면 학교교육은 계속 위기를 겪고 있는 과정도 이런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외환위기 이후 성공경로가 특목고/자사고→명문대→전문직/대기업 직장 구조로 한 단계가 더 추가됐다고 할 수 있다. 성공경로가 한 단계 덧붙여지는 것은 개인과 가계의 경쟁이 한 단계 더 빨리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승자독식 구조에서는 초기의 조그만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극단적인 차이로 이어지는 경로의존(Path Dependency) 현상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1점 차이로 A라는 학생은 외고에 진학하고 B라는 학생은 외고에 진학하는 데 실패했다고 하자. 이 같은 초기의 차이는 별것 아닐 수 있지만, 향후 최종 결과를 놓고 보면 그 차이가 결코 작지 않을 수 있다. 가령 A라는 학생은 외고→명문대→전문직/고소득 연봉자의 경로를 밟는 반면, B라는 학생은 일반고→비명문대→저소득 직장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밟을 개연성이 커진다. 물론 한 번의 차이를 만회할 기회가 도중에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진정한 의미의 ‘두 번째 기회’는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이 심화될수록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에게 좀더 많은 사교육비를 들여서라도 자녀를 특목고에 진학시키려는 유인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특목고 진학을 노리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시장이 급팽창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아래 <도표1>의 전개형(extensive) 게임이론 모형을 통해 살펴볼 수도 있다. 전개형 게임방식이란 도리짓고땡 화투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순서대로 선택을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먼저 화투 게임 시작 전에 판돈 10원씩을 건 것과 마찬가지로 게임 시작 전의 초기 상태는 학부모 A와 학부모 B가 사교육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반에서 평균 10등을 다투는 자녀를 각각 두고 있다. 즉 두 학부모 자녀의 성적이 (10등, 10등)으로 같다. 또 설명의 편의를 위해 학부모 A는 고소득층이며 학부모 B는 중하위 소득계층이다. 선행학습 효과든 예상시험문제 풀기 연습이든 사교육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가정하며, 학부모의 선택은 정부의 교육정책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도표 1> 사교육 팽창을 초래하는 교육정책


 

 


이제 고소득자인 학부모 A는 정부가 학교자율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정보를 접한 후 자신의 자녀에 대해 사교육을 시킬지를 결정한다. 즉 판돈을 얼마를 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만일 월 50만원짜리 사교육을 선택하면 자신의 자녀는 5등으로 올라서는 반면 상대방 자녀는 15등으로 내려가고(5등, 15등), 공교육을 선택하면 자신의 자녀와 상대방의 자녀 모두 10등으로 같다(10등, 10등).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부모 A는 당연히 월 50만원의 판돈을 걸고 사교육을 시켜 (5등, 15등)을 선택하려 할 것이다.


다음에, 중하위 소득계층인 학부모 B는 학교자율화 확대 정책과 고소득자인 학부모 A가 사교육에 50만원을 걸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학부모 B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50만원 콜을 하며 사교육을 선택하게 된다. 그 경우 두 학부모의 자녀 성적은 (10등, 10등)으로 처음 초기 상태로 환원되게 된다. 결국 두 학부모는 자녀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사교육을 선택하지만 결과는 고스톱 게임의 판돈만 50만원으로 올라갈 뿐 성적을 올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등수는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소득자인 학부모 A는 판돈 올리기를 주장한다. 학부모 B의 밑천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돈으로 밀어 부치려는 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 이명박정부가 자사고 100개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다. 말하자면 판돈을 월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리는 정책을 발표하는 셈인 것이다. 이를 보고 학부모 A는 올라간 판돈을 걸고 자사고 입학을 위해 사교육을 선택하는 새로운 게임을 시작한다. 이 경우 학부모 B는 갈등을 하게 된다. 밑천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식의 장래를 위해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것 모든 것을 줄여가며 사교육을 선택해 게임을 계속하기로 한다. 그 결과 두 학부모 자녀의 성적은 다시 (10등, 10등)으로 같아지게 된다.


여기에 이명박정부가 다시 국제중 설립이라는 정책으로 화투판의 판돈을 월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일거에 끌어 올린다. 학부모 A는 이를 환영하지만 학부모 B는 저축통장을 해약하고 집을 팔지 않으면 거의 포기해야 하는 상태에 이르게된다. 학부모 B는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식으로 200만원으로 올라간 판돈을 걸고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이론상으로는 이런 게임이 무한대로 계속될 수 있다. 말하자면 사교육시장이 무한대로 계속 확대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학교교육은 모조리 붕괴되고 이른바 시장논리를 내세우는 일부 사립학교들만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 사립학교들은 프리미엄을 내세워 천문학적 등록금을 내라고 할 것이다. 또 중하위 소득의 일반서민 계층은 계속높아지는 판돈을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고소득계층만을 위한 천문학적등록금의 사립학교와 사교육시장만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초중고 공교육의 경쟁이 불필요하게 과열되면 교육 본연의 목적은 사라지고 엉뚱한 목표가 대체하게 된다. 원래 초중고 학교교육 과정은 미성년자인 어린 학생들이 민주주의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 필요한 인성과 사회성을 함양하는 한편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필요한 지식과 판단력을 습득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공교육 정책은 이러한 기본목적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러한 기본목적을 완전히 무시하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소모적인 ‘다단계 돈 지르기’ 교육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사교육을 하든 하지 않든 또는 돈을 많이 들이든 돈을 들이지 않든 일정 수의 누군가는 이른바 명문대에 반드시 가게 되어 있다. 즉 사회 전체적으로 20조원을 투자하든 100조원을 투자하든 또는 공교육이 무너지든 사교육이 횡행하든 결국에는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렇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가능한 한 가장 저렴한 방식으로 명문대에 갈 수 있는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교육정책의 전제조건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누군가는 명문대에 가는데 가능한 한 돈을 들이지 않고 적성별 능력별로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선발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특목고니 영재고니 국제중이니 하는 소모적인 돈 지르기 게임을 중간에 다단계식으로 개입시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것도 정부가 교육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특목고니 영재고니 국제중이니 하는 다단계 돈 지르기 소모전은 단지 명문대에 가기 위한, 그야말로 불요불급한 선발 장치에 불과할 뿐이다. 이른바 명문대들의 특권을 유지해주기 위한 반칙적이고 편법적인 다단계 선발장치에 불과할 뿐이다. 어차피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아이들은 다단계 돈 지르기 소모전을 하지 않더라도 공부를 잘 하며 어떤 방식에 의해 선발을 하더라도 명문대를 갈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1번부터 100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100명의 아이가 있다고 하자. 이 아이들이 평준화와 특목고 방식의 두 가지 중간단계를 거쳐 명문대에 입학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평준화 방식으로 명문대를 가는 아이들과 특목고 방식으로 명문대를 가는 아이들이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아마도 그 차이가 거의 없을 것이다. 적어도 수십 조원의 사교육비를 들여가며 모든 학부모들이 온갖 반칙과 편법 등 아귀다툼을 해야 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제도상의 미미한 차이를 만들기 위해 사회 전체적으로 망국적인 소모적 입시제도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그렇다고 국제중이나 특목고와 같은 소모적인 다단계 돈 지르기를 거쳐 명문대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대학 가자마자 노벨상이라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논문을 금방 쓰기라도 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기껏해야 수학문제 하나더 풀 수 있고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고 있는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만일 국제중이나 특목고와 같은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세계적인 논문을 써낼 정도의 학생을 가르칠 수 있다면 대한민국 대학을 모조리 없애버려야 한다. 초중고등학교 수준도 못 따라가는 대학을 놔둬서 무엇 하겠는가?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현 정권이 남발하고 있는 국제중이나 특목고, 자사고 확대와 같은 교육정책이 얼마나 엉터리인가. 이명박정부의 엉터리 교육정책은 단지 교육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엉터리 교육정책의 남발로 한국경제 전체적으로 매우 큰 비효율과 낭비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각 가정은 지출 여력을 넘어서는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으로 가계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인 곳에 최적 배분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다른 생산적인 영역으로 가야 할 돈들이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사교육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바로 이 시기에 말이다. 제발 염치라도 있으면 자신들의 엉터리 정책 남발에 대해 석고대죄부터 하기 바란다. 정말 학생과 학부모간의 백해무익한 무한경쟁을 부추기면서 마치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양 ‘공교육 활성화 선언’과 같은 이벤트나 벌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건설업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4대강 사업처럼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불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탕진하고 사회복지예산은 대폭 줄이면서도 ‘신빈곤층’ 발언이나 아무 생각없이 뱉었다가 집어삼키는 현 정권의 유치한 쇼를 여러번 봐줄만큼 인내심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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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2. 28. 09:17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


지역아동복지센터라는 곳이 있습니다. 주로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학습을 지도하거나 맞벌이 부부들을 위해 부모들이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곳입니다. 주로 아이들 방과 후 학습을 지도해주기 때문에 ‘공부방’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순수 비영리민간단체들이 시작했던 사업인데, 그 사회적 역할을 인정받아 정부 예산 지원을 일부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예산은 센터 운영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한겨레 신문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가족부가 급식비를 뺀 공부방 월 평균 운영비만 600만원이라는 정책연구 보고서를 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 들어 공부방 한 곳당 지원액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월 지원비는 220만원. 올해 초 월 465만원을 지원키로 국회 보건복지위(보건복지위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이런 현실을 이해하는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가 의결했으나,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안은 월 219만원으로 줄어들었네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서민들이 고통받고, 이명박 대통령이 ‘신빈곤층’ 운운하며 생쑈를 벌이는 와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사회복지 일을 하는 아내 말에 따르면 예산 지원이 부족해 이들 아동복지센터 직원들은 사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신들 인건비를 받아간다고 합니다. 이들 직원들은 자신들의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박봉(월 100만원도 안 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네요.)이지만,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공동체 생활을 몸에 익히며, 학원 과외를 받는 아이들에 비해 훨씬 열악한 여건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보람을 느끼며 버틴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도 하루 이틀이지 보람과 자긍심에도 불구하고 2~3년 지나면 여건이 너무 힘들어 직원들이 하나둘씩 떠나갈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그런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극빈자나 저소득층, 장애인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이들 아이들의 가정이 경제적 문제 등으로 해체 위기를 겪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이들 센터에 아이들을 맡기려는 수요는 늘고 있는데, 수용 인원과 예산에 한계가 있어 다 못 받는다고 합니다.


이 같은 지역아동복지센터의 수는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예산 지원액도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선진국 가운데는 이들 지역아동센터를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직접 건립하고, 운영하는 곳이 대다수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민간에서 하는 사업들을 정부가 쥐꼬리만큼 보조해주는 수준인데, 그마저도 인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전국의 지역아동센터에 정부가 지원해주는 예산은 모두 합해봐야 359억원. 이 예산을 두 배로 늘려봐야 720억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현 정부는 최근 차상위 계층 21만명에 대한 의료급여를 오는 4월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기초생활 수급자 숫자도 지난해보다 1만명 줄였습니다. 정부가 겉으로 말하는 사회 안전망 강화와는 완전히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가 이 정도 수준의 복지지원도 감당할 수 없는 나라라면 말도 안 합니다. 온갖 불요불급한 건설토목사업에는 돈을 펑펑 쓰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당장 현 정부가 국민들 대다수가 그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는 4대강 하천정비 사업에 털어 넣는 돈만 향후 4년간 18조원이라고 합니다. 지역아동센터에 올해 투입하는 돈의 500배가 넘는 돈입니다. 더구나 정부는 올해 4대강 정비사업 예산 등 지난해보다 26%나 증액된 SOC사업 예산을 확보하는 한편 이미 기존에 발표한 대로 종합부동산세 대폭 완화와 소득세법, 법인세, 상속세 완화 등을 통해 상류층에게 집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안을 관철시켰습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올초 ‘녹색뉴딜’이라는 각종 건설경기 부양책을 또 한 번 내놓았습니다. ‘녹색’이라고 포장했지만, 도대체 왜 하는지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건설토목 사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고급 스테이크로 포장한 저질 소시지’였습니다.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출신으로 ‘삽질경제학’의 대가라서 좀 더 심하긴 하겠지만, 한국 정부의 토건사업 위주 개발 일변도 정책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그들은 지역 정치권과 함께 티 나는 개발사업을 하면 되지 정말 시민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공급을 하면 수요는 생긴다’는 근거 없는 희망에 따라 개발계획을 내놓는 것입니다. 이는 개발시대 때에나 통하던 방식입니다. 개발시대 때에는 기본적인 사회인프라가 부족하니 짓기만 하면 다 수요가 생겨나고 성장 잠재력 확충에도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웬만한 사회기반시설은 대부분 마련돼 있습니다. 이런 콘크리트 사업에 투자해봤자, 성장 잠재력이 얼마나 확충되겠습니까? 사람들이 이용하지도 않는 공항, 도로, 관광지를 만들어놓는다고 그게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당장 주변에 사시는 곳부터 한 번 확인해보세요. 제가 서울시에 재직하면서 느꼈지만, 도서관 짓는데 1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정작 매년 도서 구입비 예산은 1억원 남짓합니다. 그러니 도서관에 가도 제대로 볼 수 있는 책이 없지요. 마찬가지로 문예회관이나 공연장이라며 수백억원을 들이는데 정작 짓고 나면 질 낮은 프로그램밖에 안 돌아갑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일산의 킨텍스나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산 킨텍스를 짓는데는 2400억원, 종합운동장을 짓는데는 약 1200억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일산 킨텍스의 연중 가동률은 50%도 안팎입니다. 그나마 그 정도 규모의 전시면적이 필요한 행사를 치르는 날 수는 일년에 불과 2~3주 안팎입니다. 그렇게 커다란 건물을 지어놓고는 안에서 뭐하는지 아십니까? 겨울에 인공 눈썰매장 한 켠에서 운용하고, 여름에 간이 물놀이장을 만들어 운영합니다. 얼마나 한심한 일입니까? 기존에 있는 킨텍스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지금 제2킨텍스를 짓는다고 난리입니다.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입니다. 2부 리그팀이 경기하는 게 일년에 10여차례에 불과한데, 그 외에는 그 큰 운동장이 텅 비어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도대체 시민들에게 거의 아무런 혜택도 돌아오지 않고, 경제에 도움도 되지 않는 이런 막대한 개발사업을 누구를 위해 하는 겁니까?


위의 지역아동센터 예에서 본 거서처럼 돈들이 남아돌아서, 다른 데는 쓸 데가 없어서 이런데 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몇 년 간 아이들을 키우던 제 처가 얼마 전부터 사회복지사 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한국의 열악한 복지 현실에 마음이 찢어질 정도랍니다. 장애 때문에 생활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변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노인, 가만 있던 집값이 재개발 붐에 4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라 자활대상자 지원에서 제외된 노인, 한 달 생활비 10만원 정도로 버티며 매일 끼니를 라면으로 떼우는 사람 등등. 아내가 담당하는 케이스만 220가구. 그런데 아내와 동료 사회복지사 한 명의 급료를 포함해 220가구를 대상으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배정된 1년 예산은 겨우 1억5000만원이랍니다. 아내는 예산이 몇 천만원만 더 있어도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며 안타까워합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거의 아무런 효과도 없는 일들에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전체로 매년 수십조원씩 낭비하면서 당장 기초적인 사회복지 체계도 제대로 구축을 못하고 있다니요. 그런데 아직도 정부 관료와 정치권은 이런 개발사업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왜냐? 나중에야 어떻게 되더라도 뭘 만들고 짓는다 하면 사람들이 혹하니까요. 정치권은 표 얻을 수 있고, 뒷돈 받을 수 있으니 좋고, 관료들은 눈에 안 보이는 복지 프로그램 돌리느니 생색나는 실적 만들어서 좋고, 건설업체들은 사업으로 돈 벌어서 좋습니다. 관변 학자나 연구소들은 용역 프로젝트 많아져서 좋고, 언론들은 건설업체들 광고 물량 많아져서 좋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개발 옹호세력들을 저는 ‘개발 5적’이라고 부릅니다. 일본의 토건족, 건설족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일본도 버블이 붕괴할 때 토건족의 압력으로 중앙 및 지방 정부가 경기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을 벌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필요도 없는 댐이 지어지고 노루와 토끼만 다니는 도로도 숱하게 생겼습니다. 많은 리조트와 골프장은 버려지고 도산했고요. 이런 개발사업에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 재정 고갈을 부추겼습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아직도 ‘개발만이 살길’인 것처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런 판에 부유층을 위해 막대한 감세안까지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니 재정건전성에 대해 한국 정부는 최소한의 고민은 하고 있을까요?


이제 개발경제 시대 때의 경제 운용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가계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몰려 있는 경제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비용 대비 효과나 수요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저지르는 개발사업으로는 선진경제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이들이 첨단기술경제 시대이고, 지식정보화 시대, 창조경제 시대라고 합니다. 그러면 국가 전체의 자원 배분이 이런 영역으로 배분되도록 해야 합니다. 첨단 기술을 고안하고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며 창조성을 발휘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따라서 사람에게 투자해야 합니다. 한 국가경제의 자원은 유한하기에 제한된 자원 안에서 최적의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자원 배분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사람에게 투자해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창출하고, 첨단기술을 육성합니다. 한국 같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조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식과 정보를 생산 가공하고,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인재를 키워냅니다.


필자가 유학생활을 했던 미국 보스턴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보스턴에 대규모 공장이 있는 것도, 고층 아파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100년 이상 된 주택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웬만한 도로는 누더기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보스턴이 못 사는 동네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보스턴의 평균 가구 소득은 미국 평균의 약 2배 정도입니다. 소득 수준으로는 미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자 도시입니다. 싱가폴이 2000년대 초반 일시적인 불경기로 휘청거릴 때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았던 도시도 바로 보스턴입니다. 보스턴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은 싱가폴 경제는 이후 생명공학기술과 의료산업 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해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보스턴에 뭐가 있길래 행정구역상으로 60여만명, 광역 보스턴(Greater Boston)으로 따져도 340만 정도에 불과한 도시가 그렇게 두각을 나타낼까요?


보스턴에는 인재가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과 MIT, 보스턴대학(BU), 보스턴칼리지(BC),터프츠 대학 등을 필두로 100여개의 각종 대학들에서 매년 엄청난 인재가 쏟아져 나옵니다. 많은 인재들이 뉴욕이나 워싱턴으로 진출하기도 하지만, 보스턴에 남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하버드 의대 협력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을 중심으로 의료산업이 발달해 있고, 관련 분야에 쏟아져 나오는 인재들을 중심으로 생명공학과 제약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합니다. MIT를 중심으로 한 각종 IT산업과 로봇공학도 예외가 아닙니다.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미국 전역에서 이전해옵니다. 또한 인재들은 자신들의 벤처기업을 만들어 미래의 빌게이츠를 꿈꿉니다. 베인 앤 컴퍼니나 보스턴 컨설팅그룹 등 세계 유수의 컨설팅펌들도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역시 보스턴에서 배출된 우수한 인재들이 이들 회사의 토대가 됐습니다.

 

보스턴 필하모닉과 보스턴 발레단처럼 보스턴은 젊은 예술혼과 창조성이 살아 숨쉬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인구 60만의 도시에 공립도서관만 36개나 됩니다. 인구 1000만의 도시 서울에 ‘독서실 같은 도서관’이 아닌, 진짜 공립도서관이 30개도 채 안 되는 것과 너무나 비교됩니다. 이런 보스턴 경제의 활력이 모두 사람과 교육, 문화에서 나왔습니다. 제대로 된 선진경제가 가는 길이 바로 이런 방향입니다. 한국 경제가 미래를 기약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도 가야 하는 방향입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가야 하는 길입니다.


결국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자식 세대가 살 수 있는, 한국 경제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 규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첫 걸음은 무턱대고 내지르는 토건국가적 개발사업 남발을 자제해야 합니다. 충분히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각종 건설토목사업에 돈을 쏟아 붓는 과거 일본과 같은 토건국가적 행태는 멈춰야 합니다. 대신 그렇게 아낀 돈을 저렴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질 좋은 교육을 만들어야 합니다. 초중고 과정에서는 살인적인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강화하는 교육을 만들고, 오히려 ‘경쟁의 무풍지대’인 대학이 경쟁하도록 해야 합니다. 재벌 기업들의 독과점적 이익을 보장해주는 구조 대신 국내시장에서도 국제무대에서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몸과 마음을 키울 수 있는 더 많은 도서관을, 더 많은 문화공연장을, 더 많은 체육시설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소득층과 노후세대를 위한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체계적으로 마련해가야 합니다. 제대로 된 공공건설사업 발주 시스템을 만들면 이를 위한 예산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콘크리트가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는 경제에 희망이 있습니다. 땅과 집이 아닌,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을 제대로 키우는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자식세대 홀로, 또는 부모세대 홀로 만들 수 없습니다.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합심해서 힘과 지혜를 모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27. 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