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여당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겉보기에는 정반대 방향의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편에서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반값 아파트’로 포장한 토지임대부 정책을 다시 들고 나왔고,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 “집값은 지금보다 더 내려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양도소득세 완화와 투기지역 해제,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미분양 아파트 매입 등 집값 거품을 떠받치기 위한 부동산 투기 조장책들을 계속 남발하고 있다. 심지어 3불정책을 사실상 무력화해 서울 강남 학군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도록 만드는 등 교육정책까지 집값 거품 떠받치기에 이용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일부 아고라 네티즌들조차 현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지 헛갈리는 것 같다.


우선,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홍준표 의원이 재발의한 이른바 ‘반값아파트’ 법안이 얼마나 기만적인지부터 살펴보자. 이 법안의 실제 효과를 알 수 있어야 겉으로는 무주택 서민을 위하는 척 포장하는 현 정권의 속내를 알 수 있고, 진짜 의도는 결국 집값 거품 떠받치기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반값 아파트’라고 불리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이하 토지임대부 주택법)’이 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본회의까지 상정됐으나 여야간 밀고당기기 끝에 결국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법안을 발의한 홍준표 의원이 여당 원내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법안은 4월 임시국회에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이란 토지 소유권은 국가 또는 토공 등 공공단체가 갖고 그 토지 위에 짓는 주택만 개인에게 분양하도록 하는 주택 공급방식을 말한다. 이 경우 사람들은 아파트 건물만을 소유하고 토지 임대료를 내게 된다. 그런데 이 같은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은 주택 투기를 막거나 주택가격 하락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은 로또식의 시세차익을 없애는 방안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투기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그 이유를 보자.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이란 A와 B가 공동 투자하여 아파트 한 채를 지어 ‘공동소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컨대 100m2(30평형) 아파트의 택지가격이 1억5,000만원이고 아파트 건축비가 1억5,000만원이라고 하자. 그 경우 아파트 분양가는 3억원이 된다.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은 B가 단지 토공으로 바뀔 뿐으로 주택에 대한 공동소유 방식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A와 B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의 바로 옆에 사실상 똑같은 아파트 매매가가 5억원이라고 하자. 그러면 A와 B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의 시세는 얼마일까? 당연히 옆집 C가 소유한 아파트의 매매가인 5억원이 될 것이다. 만일 두 아파트 가격이 다르다면 무위험 차익을 얻기 위한 재정거래(arbitrage)가 생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토지임대부 주택을 분양 받은 사람은 주택건물에 대한 지분만 소유한 채 매월 토지 사용 임대료를 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토지임대부 분양은 주거비용을 싸게 해주는 방식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주택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반값 아파트 방식은 ‘반쪽 사과’라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더구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주택을 분양 받은 사람이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를 억제하는 효과도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투기를 더 조장할 수도 있다.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의 경우 토지에 대한 토공의 권리 행사는 제한되는 반면 주택에 대한 시세차익이 발생할 경우 그 권리는 A가 일방적으로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가치가 그대로 보전되는 토지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주택 가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10년, 20년 후에 주택을 전매한다고 할 때 시세는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 또 약 40년 후에 건물의 내구연한이 다 되어 건물가치가 0이 된다고 하면 그때 주택소유주의 권한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할까? 결국 모든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매매 시 토지가격 및 시세차익 배분과 관련해 극심한 혼란과 분쟁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토지임대부 주택법안을 발의한 홍준표 의원의 그간 행태를 생각하면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의 미래는 쉽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홍의원은 지난해 총선 이후 당분간 뉴타운 추가지정을 하지 않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맞서 뉴타운 추가지정을 강력히 압박했던 대표적 인물이다. 당시 홍의원은 “뉴타운은 원래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집값을 올리기 위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뉴타운 개발을 하면 부동산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강남은 규제하더라도 강북 부동산 값은 좀 더 올려 키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홍의원이 지역구로 있는 서울 동대문구 주민들을 비롯해 강북 주민들 처지에서 들으면 반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그가 서민 주거 안정과 집값 안정이라는 주택정책의 목표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조차 갖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집값을 올려 시민들의 불로소득을 늘리는 것이 공공 주택정책의 목표인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이 여당의 중진이라니 한심할 뿐이다. 주택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지역 유권자들의 탐욕만을 부추기는 데에만 급급한 홍의원이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라는 것은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 왜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글로벌 부동산버블 붕괴와 금융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파트 값을 올리겠다는 사기적 공약으로 대통령과 집권당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거의 오로지 부동산가격을 올리거나 지탱하는데 모든 정책을 올인 해왔다. 그런 한나라당과 홍의원이 이제 와서 ‘반값 아파트’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 “집값은 지금보다 더 내려가야 한다”는 정책 기조와는 전혀 아귀가 맞지 않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한 편에서는 양도소득세 완화와 투기지역 해제 등 각종 투기 조장책을 남발하고 있다. 이들은 오른쪽에서는 부동산가격 올리기 공약과 온갖 부동산투기 조장책 남발로 이미 부동산투기에 물려버린 사람들을 자신들의 지지세력으로 붙잡아두면서 왼쪽에서는 아파트값이 더 내려야 한다느니 ‘반값 아파트’ 운운하며 반대파 세력을 기만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양다리 걸치기 술수를 써서 또다시 국민들을 기만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처럼 양다리 걸치기의 기만적 술수를 쓰는 저의는 이미 부동산시장의 대세가 버블붕괴 쪽으로 급속히 기울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어 버리면 부동산투기에 물려 싫든 좋든 어쩔 수 없이 ‘아파트값을 올려주겠다’는 자신들을 지지해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모두 이탈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집값을 떠받치는 각종 부동산 정책 방향과 달리 ‘아파트값이 더 내려야 한다’는 말을 내놓거나 ‘반값 아파트’와 같은 기만책을 또다시 들고 나와 아파트가격 폭락에 대비한 기만적 술수를 동원하는 것이다.


정말로 정부 여당이 주택가격 하락을 원한다면 기만적인 부동산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으면 된다. 지금처럼 버블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그냥 가만히 놔두면 부동산가격은 저절로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정부 여당이 잘도 부르짖는 시장논리에 맡기면 된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명박 대통령과 홍의원을 비롯한 정부 여당이 얼마나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태를 보이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에게는 국민의 주거안정과 경제의 성장잠재력 증대란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권력욕과 사리사욕에만 사로잡혀 끊임없이 대국민 사기극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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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3. 16. 11:32

 

정부가 노동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 범위도 확대하는 내용의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오늘(13) 입법예고한다고 한다.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힘겨운 시기에 재계의 주장만을 거의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친기업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에 어이가 없다. 이번 정부의 조치가 어떤 점에서 문제가 되는지 한 번 살펴보자.

 

지난 IMF사태 이후 한국사회는 노동을 미국식의 단기 생산비용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일본식의 장기 인적 자본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공감대와 사람을 키우는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일방적인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직 확대를 추진해온 결과 모든 근로자들의 삶과 장래가 공중에 붕 떠버렸다. 그러는 가운데 근로자들뿐만 아니라 기업의 장래 역시 불안해지고 국민경제의 토대는 갈수록 취약해지고 말았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비용절감 효과가 컸을지 모르지만 경제 전체적으로는 노-사간 또는 노-노간 불신이 극대화되었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엄청났다. 또한 기업에 대한 애사심이나 직장생활을 통하여 근로자의 삶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생각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물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IMF사태 이전의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에 와서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노동시장 유연성을 저해하는 것도 아니다.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육이오 등과 같은 신조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미 정규직 자체도 이미 언제 정리해고 또는 명퇴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노동시장 유연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러한 오해는 동일노동을 과거 연공서열제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하는 데서 비롯한다. 과거 IMF사태 이전에 한국기업의 연공제는 양적 의미의 연공제였다. 즉 노동의 질적 차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양적으로 동일 분량의 노동을 하면 모두 동일임금을 받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 연공제의 고용안정과 사내교육 강화에 의한 생산성향상이라는 순기능적 측면이 위축되고 단지 임금의 누진적 증가라는 역기능적 측면만이 크게 부각되는 부작용을 낳았던 것이다.

 

동일노동의 정의와 범위는 ‘시간’이라는 양적 개념에 의해서만 규정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직무 난이도나 전문성, 근로자의 능력에 따라 다양하게 세분화될 수 있다. 다양하게 세분화된 동일노동 직군에 대해서는 직군마다 각기 다른 임금체계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한다고 해서 노동의 질적 차이를 무시한 채 양적 기준에 따라 모두에게 동일한 임금을 주어야 한다거나 기업이 고용의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닌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적어도 사회정의 차원에서 동일노동 직군에 대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경제 전체적으로 동일노동에 대한 일물일가(一物一價)의 법칙을 확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일노동에 대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은 궁극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차별을 의미하며 비정규직에 대한 착취를 의미한다. 이는 명백히 사회정의에 반하는 것임과 동시에 위헌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노동시장에서 동일노동에 대한 일물일가의 법칙이 성립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노동시장 유연성도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기업 경영자 입장에서도 기업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사회적 공헌은 여론에 밀려 마지 못해 기부나 기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의 창출과 고용안정에 있다. 사실 극단적으로 말해 기업이 고용 창출과 일자리 안정을 유지해주기만 한다면 굳이 억지춘향 식으로 여론에 못 이겨 기부금이나 기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다소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고 투자로 인식하여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도 기업 경영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이 양산될수록 사회 전체적으로 사회안전망 비용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사회안전망에 대한 정부 재정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고 다시 정부 재정부담의 증가는 결국 기업의 직간접적 세금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기업내 OJT 등의 사내교육은 근로자의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올리는 가장 직접적이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체계적인 사내교육을 받기 어려운 비정규직이 양산될수록 한국경제 전체적으로 노동의 질과 부가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기업에도 노동의 질 저하라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되돌아 오게 된다. 요컨대, 경제 전체적으로 비정규직의 양산은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는 것이 되는 셈이다.

 

경제의 궁극적 목적은 간단하다. 모두가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다. 2년전 도입됐던 비정규직 보호법이 기술적으로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하더라도 부정적 효과보다는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 -노 모두가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았어야 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 같은 상생 분위기를 저해하는 비정규직법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비정규직 비중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한국의 비정규직 비중은 이미 전체 노동의 55%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입법예고안대로 비정규직 사용 기간과 업종이 대폭 늘어난다면 전체 노동인구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선의로 해석하자면, 정부는 이 같은 비정규직 기간 연장을 통해 기업의 해고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는 위에서 본 것처럼 단견이다. 전국민의 절반 이상 ‘내부 식민지’처럼 착취하는 경제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한국 경제가 지금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훨씬 더 큰 경제 충격을 받는 것도 따지고 보면 비정규직 양산으로 내수소비기반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려놓은 탓이 적지 않다.

 

또한 지식정보화 시대는 지식정보 생산과 관련한 일자리가 늘고 성장해야 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경제영역에서 노동자의 지식노동과 창의성 발현이 중요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런 체계적인 교육도 못 받고 단기간에 소모품처럼 사용되는 비정규직 비중이 늘어날수록 지식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노동의 질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장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한국 경제는 그 같은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에 걸맞은 노동패러다임을 정립하지 못했기에 한국 경제와 사회의 모든 자원을 몰아준 일부 재벌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현 정부는 시행 2년밖에 안 된 비정규직 보호법을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경제 위기’를 핑계로 재계의 근시안적인 민원 사항을 수용하는데 급급하다. 중장기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 내수기반을 더욱 위축시키고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것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정부 말대로 ‘친기업정부’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시대착오적인 이념에 빠져 근시안적 기업의 이익만 떠받들다 보니 국민경제 전체가 파탄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경제의 파탄은 결국 국민경제의 한 부분인 재계에게도 부메랑처럼 돌아갈 것이다. 옆으로 말이 조금 새지만, 이런 점에서 ‘친기업 정책’이 마치 국가경제 전체를 위해서 좋다는 상당수 기득권 언론의 보도는 속이 뻔히 드러나 보이는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재계의 이해만 대변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면 굳이 정부가 왜 있는가? 아예 재계가 나서 국가의 모든 의사결정을 하라고 하지, 왜 방대한 정부조직과 수많은 관료들을 두고 있는가? 관료들 밥그릇 챙겨주는 것을 일자리 창출이라고 믿는 것인가?

 

말이 나온 김에 ‘잡 세어링’을 명분으로 대졸 초임을 깎는다는 엉터리 술수에 대해서도 한 마디 안 할 수 없다. 노사민정 대타협이라고 했는데, 도대체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노사민정 대타협이라는 것을 하는 줄도 모르는 새 어느날 갑자기 노사민정 대타협이라는 것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 진정한 의미의 노사민정 대타협이라는 적어도 수개월간에 걸쳐 최소한 5, 10년은 내다보고 현 위기 국면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관한 국민적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기간이 필요했다. 그런 게 도대체 있기나 했단 말인가? 그런데 그런 ‘대타협’이 이뤄진 이튿날부터 터져나온 것은 재계의 대졸초임 삭감 발표였다.

 

경제위기시에 정부가 취해야 할 조치는 국민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최대한 보전하고 여기에서 탈락되는 근로자와 가계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말만 대타협이지, 사실상 그 대타협의 결과는 사회적인 평균 임금의 삭감이라는 조치로 이어지고 있다. 대타협이라는 허울을 빌어 사실상 경제위기의 고통을 근로자들에게 전가하는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한국 경제는 지난 2000년대 이후 그렇지 않아도 치솟은 부동산가격으로 땅값은 금값이 됐지만, 정리해고 남발과 비정규직 양산 등으로 사람값은 똥값이 됐다. 부동산 버블의 붕괴는 지나치게 부풀어오른 땅값을 내리고 상대적으로 사람 값을 올려야 한다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또한 당위적으로는 그 같은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세계 각국 선진국의 인건비가 비싼 것이 괜히 비싼 것이 아니다. 높은 인건비에서 양질의 노동력과 생산성이 나오는 것이고, 그 같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향상된 임금 소득이 내수기반의 강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같은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동산 값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떠받치고 가뜩이나 똥값인 사람 값은 더욱 낮추겠다는 발상 자체야말로 정부 정책이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특정 이해세력의 단기적 이익에만 봉사하는 방향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비용? 비용 핑계대지 마라. 이 같은 임금삭감이나 비정규직 양산으로 기껏 줄일 수 있는 인건비는 기업의 전체 비용 가운데 1%도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자구노력도 없이 선심쓰듯 예산을 지원해서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서는 안 되지만, 정 써야한다면 경인운하와 4대강 사업 등 강바닥 파헤치는데 들일 수십조원의 돈의 절반이라도 임금삭감과 비정규직 양산을 막는 인센티브로 써보라. 건설토목사업 예산의 대부분이 건설대기업 배불리는데 쓰이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정부 말대로 일용직 일자리라도 늘리기 위해서라면 왜 이런 식으로는 돈을 쓰지 못하나. 건설일용직만 일자리이고, 일반 기업의 일자리는 일자리가 아니란 말인가?

 

위에서 말했듯이 경제의 궁극적 목표는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것이다. 현 정부도 겉으로는 상생이니 고통분담이니 말하며 이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 정부가 실제로 실행하는 정책들의 실제 효과를 보면 모두가 잘 먹고 잘 살기보다는 원래 잘 먹고 잘사는 놈만 더 배 불려주는데 골몰하고 있다. 친기업이니 하는 시대착오적인 이념에 빠져서 말이다. 그것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 같은 ‘몰아주기’ 정책에 대한 거대한 반작용이 언젠가는 일어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현 정부는 지금 자신들이 저지른 실정과 편향적 정책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달게 받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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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3. 13. 09:31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http://cafe.daum.net/kseriforum )



주택건설 허가 20년만에 최저수급 불균형에 2~3년후 집값 폭등 우려

 

39일부터 각 포털의 메인 화면에 올라오기 시작해 310일자 각종 일간지에 실린 기사들의 제목이다.  기사 내용은 아래 세계일보 기사의 앞 부분을 참조하길 바란다. 세계일보 기사가 그래프가 있어 인용했지만, 기사 내용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이런 기사를 보면 황당해서 기가 막힌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주택건설 붐이 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신규 주택건설 허가나 신규 주택 착공 등의 지표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그만큼 주택경기가 침체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부동산 붐이 일면서 단기적으로 과잉공급된 주택 공급이 시장 위축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정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규 주택 착공이 줄어들면 2~3년 후에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지금 미국과 세계 각국에서 신규 주택 착공은 부동산 버블기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상황에서 외국 언론 가운데, 신규주택 착공 물량 감소로 2~3년 후 집값이 폭등할 우려가 있다고 보도하는 언론을 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내가 아는 제대로 된 나라 언론들 중에 그런 보도를 할 나라는 없다.
실제로 지난 2월 발표된 올해 1월의 미국 신규 주택 착공 및 허가 건수에 관한 블룸버그 보도를 아래 링크를 따라가서 확인해보기 바란다. 그 어디에도 "주택 공급 부족으로 2~3년 후 집값 폭등 우려" 운운하는 식의 표현은 찾을래야 찾아볼 수도 없다.  http://www.bloomberg.com/apps/news?pid=20601068&sid=aovjsitjEZNQ&refer=home 

심지어 그 기사를 인용해 쓴 국내 외신기사도 그런 표현은 안 쓰고 있다.
http://www.edaily.co.kr/news/world//newsRead.asp?sub_cd=DD22&newsid=02778166589591832&clkcode=&DirCode=0050304&OutLnkChk=Y

그런데 이 나라는 이럴 때는 이른바 진보, 보수 언론을 가리지 않고 ‘2~3년후 집값 폭등 우려라는 제목을 단다. 아무리 기사자판기로 전락한지 오래된 기자들이라고 하지만 최소한의 비판적 안목은 가져야 한다. 그런데, 정부나 건설업계가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아무런 비판없이 그대로 옮기니 이런 허무맹랑하고 천편일률적인 기사들이 양산되는 것이다.

 
이제 이 같은 보도 내용이 왜 엉터리인지를 한미일 3국의 현재 또는 과거 사례를 통해 한 번 살펴보자. 먼저,
미국 주택시장 지표를 통해 이 같은 기사들이 얼마나 엉터리 보도인지를살펴보자. 미국 부동산 특히 주택시장은 아래 <도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1995년부터 10년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특히 2000년부터는 투기적인 급등세를 보여왔다. 부동산투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 미국 주택재고 추이를 살펴보면, 2002년 말 재고주택수가 1,433만호였던 것이 서브프라임론 대출이 확대되기 시작한 2003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하여 2007 6월 말 현재 1,739만호로 불과 4년 동안에 약 306만호 가량이나 급증하였다. 이 중 별장 등 계절주택과 주택재고 추세적 증가분을 제외하면, 이 기간 동안에 적정 재고량을 초과하는 주택재고 과잉분은 약 250만호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서브프라임론 대출이 급증하기 시작한 2005년과 2006 2년 동안에는 약 200만호에 달하는 주택 과잉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또 미국의 주택재고율 추이를 살펴보면, 1980년대 말의 부동산투기 버블이 발생하기 전에는 전체 주택수의 9% 전후 수준에서 안정적인 추이를 보였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부동산투기 붐의 영향으로 주택재고율이 급상승하기 시작하여 1993 11%를 기점으로 서브프라임론 대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3년부터 부동산투기가 과열되기 시작하면서 주택재고율이 2007 6월 기준으로 13.6%까지 치솟았다.  

 
1989년의 부동산 투기버블 전후 주택재고율 추이를 보면, 1984 9% 수준에서 1989년에는 11.6%까지 급증하였다가 버블붕괴와 더불어 1993 11%로 버블 조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약 3,4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로부터 13.6%에 달하는 주택재고율이 12% 수준까지 조정되는 데는 최소한 3,4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금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는 대공황 이후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이런 경기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이 같은 조정기간은 90년대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다.

 
기존 주택의 과잉재고도 흡수되지 않고 있는데 신규 주택을 짓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그런 신규주택이 과거 버블기 때처럼 공급되지 않는다고 해서 2~3년후 집값이 폭등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부동산 담당 기자들은 이 같은 시장 메커니즘을 전혀 이해 못하거나,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건설족을 대변하는 이들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일본은 어떤가?
일본의 연도별 신규주택착공 추이를 보면 부동산 버블이 발생하기 전인 1980년대 초에는 매년 120~130만호 전후 수준의 신규주택이 착공됐으나, 부동산 버블이 시작된 1986년을 거쳐 1987~1990년 동안에는 연간 170만호 전후 수준의 신규주택이 착공됐다. 또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한 199120% 가량 급감한 뒤 또 다시 꾸준히 늘어났다. 일본 정부의 억지 부양책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택 공급량은 19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일본 내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버블 발생 이전의 120만 호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일본경제가 버블 붕괴 후 2차 위기를 맞자 그 동안 일본 정부의 재정호흡기에 기대 연명해왔던 대형 금융기관과 종합건설업체들이 잇따라 파산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부동산 버블 붕괴에도 불구하고 주택이 지나치게 과잉 공급된 데다 인구 감소로 인한 주택수요 감소도 본격화한 뒤였다.

                               <일본의 신규주택 착공 및 지가 추이>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런데 주택 공급은 연간 120만호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지가는 불과 3,4년전까지만 해도 계속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심지어 부동산 거품이 어느 정도 빠졌다고 여겨지던 90년대 중반에 분양된 주택이 2000년대에도 자산가치가 절반에서 3분의 1까지 추가로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제 한국의 상황을 보자. 전국 미분양 물량이 16만호를 넘어선 데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유효 수요에 비해 주택은 매우 과잉 공급된 상태다아래 도표에서 알 수 있듯이 90년대 전반에 200만호 주택건설 사업으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은 후에도 주택은 계속 공급돼 미분양 물량이 꾸준히 늘어났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93년부터 이미 미분양 물량은 크게 늘어나 95년 미분양 물량은 15만 호를 넘어섰다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주택 가격이 91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으므로 (그래프상으로 명목가격지수는 크게 안 떨어진 것으로 나오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격지수로는 외환위기 때까지 거의 반토막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점을 감안해서 보기를 바란다) 사실 미분양 물량은 91년부터 꾸준히 증가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당시에는 건설업계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며 금융시장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공식 미분양 물량과 비공식 미분양 물량의 괴리가 크지는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도 95년 공식적으로만 15만여호를 넘어선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에 최소 3~4년 이상 걸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지금 16만호를 넘는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에는 얼마나 걸릴까? 자세하게 얘기하자면 많은 지면이 필요하지만, 짧게 간추리자면 심각한 경기침체와 가계 소득 감소와 부채 청산 과정의 장기화, 주택수요 인구의 급격한 감소 등 부동산시장 안팎의 여건을 고려하면 그때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실은 필자가 계산한 바로는 향후 수도권 분양 아파트의 과잉 공급은 적어도 2010년대까지도 해소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될 때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자.

                     
자, 한 번 물어보자. 신규 주택 착공이 줄었다고  2~3년 후 집값이 폭등할까? 지금 판교와 광교, 잠실, 은평 등의 수많은 미입주물량은 갑자기 2~3년 동안 어디로 사라지고, 3만호가 넘는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하루아침에 해소가 된단 말인가? 정말 정상적인 정보가 생산, 유통되는 나라라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내용에 대해 이렇게 각종 자료를 근거로 설명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플 뿐이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경기 침체와 주택 침체가 장기화하는 지표로, 그래서 집값의 추가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읽혀야 할 지표까지 정반대로 뒤집어 보여주는 언론이 한심하고, 그런 논리를 퍼뜨리는 국토부 건설족 관료들과 건설업계의 행태에 기가 찰 뿐이다. 건설업계와 국토부 관료들은 그같은 그럴듯한 거짓말에 속아 사람들이 거품이 잔뜩 묻은 집을 사주길 바랄 것이다. 경기 침체로 광고 매출이 확 준 가운데 비중이 큰 부동산 광고로 이 힘겨운 시기를 나야 하는 언론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이같은 거짓말에 속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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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3. 10. 1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