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최근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집값 반등에 이러다 다시 집값이 상승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한다. 더구나 현 정부는 말로는 온갖 소리를 다 해대지만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에 사실상 올인한 정부가 아닌가. 그러다 보니 상당수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난번 글에서 필자는 강남 아파트의 거래 현황을 통해 왜 강남 집값 상승이 오래 지속될 수 없는지를 설명했다. 이번에는 좀더 폭을 넓혀 왜 지금의 일시적인 집값 반등이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주저앉을 것인지를 미분양물량의 조정기간을 통해 한 번 살펴보자. 

 
전국 미분양 물량이 16만호를 넘어선 데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유효 수요에 비해 주택은 매우 과잉 공급된 상태다. 아래 도표에서 알 수 있듯이 90년대 전반에 200만호 주택건설 사업으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은 후에도 주택은 계속 공급돼 미분양 물량이 꾸준히 늘어났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93년부터 이미 미분양 물량은 크게 늘어나 95년 미분양 물량은 15만 호를 넘어섰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주택 가격이 91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으므로 (그래프상으로 명목가격지수는 크게 안 떨어진 것으로 나오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격지수로는 외환위기 때까지 거의 반토막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점을 감안해서 보기를 바란다) 사실 미분양 물량은 91년부터 꾸준히 증가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당시에는 건설업계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며 금융시장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공식 미분양 물량과 비공식 미분양 물량의 괴리가 크지는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도 95년 공식적으로만 15만여호를 넘어선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에 최소 3~4년 이상 걸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지금 16만호를 넘는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에는 얼마나 걸릴까? 여러가지 부동산시장 안팎의 여건을 고려하면 그때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당시에는 가계 저축률이 20%를 넘어설 정도로 여윳돈도 있었지만 지금은 부동산 담보대출 310조원과 2%대의 가계 저축률이 말해주듯 가계의 매수 여력이 고갈된 상태다. 사실 지금은 그동안 무리하게 집을 산 가계들이 빚 청산과 채무 조정을 하기에 바쁘다. 사실 현재 집값 수준에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샀다고 할 수 있다물론 극심한 경제 침체 속에서도 여전히 충분한 구매력을 가진 가계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획부동산을 비롯한 투기꾼들이 준동하거나 정부나 지자체의 토지보상금을 받은 가계들이 집을 살 수도 있겠지만, 전체 부동산시장의 판세를 바꾸는 것은 불가항력이다.


둘째, 당시에는 경제성장율과 가계의 소득 증가율도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지금은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 기정사실화돼 있고, 가계의 실질소득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세째,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한국의 수출대상인 세계 경기가 호조를 보였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세계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더구나 갈수록 세계경제의 장기침체를 알리는 신호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네째, 더구나 현재의 미분양물량 16만호는 최고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한동안 미분양 물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90년대 초중반 미분양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데는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뒤늦게 200만호 주택 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탓이 크다. 그런데 2006년경부터 본격화된 제2기 수도권 신도시와 이명박이 서울시장 시절 한꺼번에 지정한 뉴타운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량은 2010년대에 본격화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겠지만, 적어도 계획상으로는 올해부터 2015년까지 공공택지와 뉴타운, 재개발 등 도시 정비사업 지구에서만 약 135만여 가구가 신규로 수도권에서 공급될 예정이다. 참고로, 이 물량은 민간 택지 공급 물량이나 각 지자체별 지구단위 계획에 의한 공동주택 공급 물량은 빠진 수치이다.

다섯째,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이 가장 극심했던 수도권의 경우로 한정해본다면 당시에는 수도권으로 매년 20만~30만명이 순유입되던 시기였다. 그만큼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 해소에는 유리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지난해 5만명 전후로 줄어들었다. 수도권 인구유입도 이제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다. 추세로 본다면 향후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더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자,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현재의 미분양물량을 해소하는데 몇 년 정도가 걸릴까? 지금보다 부동산시장 안팎의 여건이 훨씬 좋았던 90년대 초중반에도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데 미분양 물량이 최고조에 달했던 95년으로부터 계산해도 최소 3~4년 걸렸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는 얼마나 걸린다고 볼 수 있을까? 미분양 물량만 놓고 봐도 주택 시장의 침체가 최소 3~4년 이상은 걸린다고 봐야 합리적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3~4년 후면 주택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말은 아니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미분양 물량 측면에서만 최소 3~4년 걸린다는 것일뿐이다.

 

다른 요인들까지 고려하면 국내 주택시장은 앞으로는 몇 년 전과 같은 폭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외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가계의 부동산 부채 청산 기간 등 현재의 문제뿐만 아니라 2010년대 이후 본격 전개될 급속한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새로운 주택시장 유입층인 젋은 세대의 소득 감소, 수도권 순유입 인구의 추세적 감소 등 때문에 주택시장이 90년대 후반과 같은 회복세를 보일지는 의문이다. 이런 마당에 유착에 빠진 건설업계와 '건설족 정부'는 전세계가 부동산 버블 붕괴로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과도한 중대형 분양 위주 공급을 고집하고 있다. 부동산 버블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국민들의 투기심리를 불러일으켜 거품이 잔뜩 묻은 고분양가 아파트들을 팔아먹으려 한다. 하지만 도저히 지속할 수 없는 부동산 거품을 억지로 떠받치려는 이 같은 시도들 때문에 한국 주택시장은 장기침체의 길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현 정권과 정부, 건설업계의 무분별한 정책과 단기적 과욕이 바로 국내 주택시장의 정상적 자기조절 과정을 깨뜨려 장기침체를 가져오는 것이다. 경제의 큰 흐름은 순식간에 바뀌지 않는다. 주택 시장과 이를 둘러싼 국내외 경제의 큰 흐름을 읽고 있다면 부동산시장의 일시적 움직임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24. 10:36

현재 수도권 주택시장에서는 주택 수급 측면에서 심각한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는 현재 집값 수준에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샀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내내 계속됐던 부동산 버블이 붕괴함에 따라 이제 가계가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졌던 부채를 청산해야 할 시기다.

이런 가운데 전국 미분양 물량이 16만호를 넘어선 데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유효 수요에 비해 주택은 매우 과잉 공급된 상태다. 주택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은 있겠지만, 올해부터 2015년까지 제2기 신도시와 뉴타운 등에서 최소 135만여 가구가 신규로 수도권에서 공급될 예정이다.

이처럼 현재 집값과 가계의 경제력 수준에서 볼 때 과다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거나 계획돼 있는 상황에서도 수많은 서민들이 제대로 된 주거공간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인가구 문제다. 최근 주택건설업계는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2008년 기준으로 110%에 육박하자 1인가구 수 증가를 거론하며 주택부족론을 설파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주택유효수요 인구가 줄더라도 1인가구가 늘어나 (분양) 주택 공급이 계속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계상에서 큰 문제가 있기는 하나, 어쨌든 2005년 기준으로 1인가구는 317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1인가구 대부분은 주택을 소유할만한 유효 소득계층으로 보기 어렵다. 2008년 현재 1인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131만원으로 2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소득 327만원의 약 40% 정도에 불과했다. 또 서울시내 1인 가구 가운데 월 100만원 미만 소득자가 45%, 100~200만원 소득자가 31%로 전체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지금의 고분양 주택 유효수요계층이라고 볼 수 있을 월 소득 300만원 이상 1인 가구는 8%에 불과했다. 1인가구 수 증가를 근거로 주택이 부족하니 집값은 오르게 마련이고, 분양주택을 더 지어야 한다는 주택업계의 논리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한편 급속한 고령화로 서울의 경우 2000년 26만여 가구인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 수가 2020년경에는 약 81만여 가구로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 저소득층인 1인가구의 급증이나 고령 가구의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공공임대/전세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돼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들 1인가구 등을 위해 중대형 평형 위주의 고분양가 아파트가 대량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이 같은 착시와 건설업계의 욕심 때문에 현재도 전체 미분양 물량 가운데 중대형 평형의 미분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7월말 기준 중대형 평형이라고 볼 수 있는 85㎡ 초과 평형이 전체 미분양 물량의 53.8%를 차지했다. 또한 현재 2기 신도시를 비롯, 수도권 공공택지와 신도시 사업,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 사업 등을 통해 향후 공급될 물량의 상당수가 중대형 평형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판교신도시 등 2기 신도시와 수도권 주요 공공택지에서 공급될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평형은 전체의 37.3%로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때보다 약 10.4%포인트 가량 비중이 더 높다.

 

또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60㎡이하 중소형 주택비율은 재개발사업 전 63%에서 사업 후 30%로 줄어들고, 매매가 5억원 미만 주택 비율도 86%에서 30%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업 전 전세가 4000만원 미만 주택 비율이 83%에 이르렀으나 사업 후에는 이 같은 주택은 단 하나도 없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다가구 주택이 사라져 저소득층은 심각한 주거난을 겪는 한편, 경기 남부 축에서는 넘쳐나는 중대형 물량으로 집 주인들이 역전세난을 겪고 있다. 이처럼 현 상태에서도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주택 수급상의 엄청난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택건설업체들은 여전히 정부 지원을 배경으로 도덕적 해이에 빠져 고가 중대형 일변도의 공급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 또한 건설업계와 유착에 빠져 투기수요를 부추기는 등 국가경제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렇게 지어진 중대형 평형 위주의 분양 물량은 대규모로 미분양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더욱 장기화될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23. 08:57

강연을 다닐 때마다 많이 느끼지만 제가 <부동산 대폭락시대가 온다>의 저자이다 보니 부동산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들을 보이시는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제가 부동산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부동산문제가 한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가계 입장에서 부동산은 가계 자산 가운데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이라고 해봐야 집 한 채 가질까 말까한 서민들 입장에서는 주택 가격의 향방이 궁금하지 않을 리 없습니다.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기에 여러 강연에서 그런 질문이 나오더라도 당혹해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런 수준을 넘어 강남 집값의 호가 위주 반짝 반등세에 맞춰 수익을 노리고 해당 지역 집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것은 건전한 경제 생활을 하기 위한 가계의 일반적인 관심 수준을 훌쩍 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일부 분들 가운데는 그런 문제에 대한 판단까지 저한테 묻는데, 부동산 투기 붐에 편승한 자신의 투자 판단에 대한 의견에 제가 굳이 답할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고 싶다면 자신의 판단으로, 자기 책임 아래 조용히 하면 되는 것입니다.  

시야를 좀더 넓혀 정부 정책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지금 미국발 부동산 버블 붕괴를 시작으로 2000년대 이후 집값 폭등을 경험했던 거의 모든 나라에서 빠른 속도로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에서도 부동산 버블이 본격적으로 붕괴하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처럼 필사적으로 버블 붕괴를 가로막는 정부는 제대로 된 나라치고 없다는 점입니다. 세상에 부동산 버블을 막기 위해 사그라드는 일반 국민들의 투기 심리를 부추기는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부동산 버블 붕괴를 막는다고 관련 세금을 완화하고 거래 규제를 완화하고 사실상 대출규제를 완화하며 행정적으로 재개발 재건축 등의 주택사업 과정의 사업성을 인위적으로 높여주는 등 주택 및 부동산 관련 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집값을 낮추기 위한 것도 아니고, 과도했던 부동산 투기 거품이 시장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가라앉고 있는 시점에 집값을 오히려 떠받치기 위해 온갖 규제를 해제하고 온갖 개발 특혜를 제공하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치고 어디에 있을까요?

이처럼 제대로 된 정부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해괴망칙한 일을 하고 있으니 일반 가계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분명히 경제가 급속히 침체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집값 떠받치기’를 사명으로 태어난 정부이니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사실 이 정부가 무슨 짓을 할지에 관해서는 저도 모르기는 피차 일반입니다. 이명박의 속에 들어앉지 않은 이상 알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지난해 4/4분기 -5.6%, 연환산으로 -22%대의 경악할만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공장가동률이 뚝뚝 떨어지고 감원과 해고가 양산되는 상황에서도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웃기는 일 아닌가요? 이런 블랙코미디 같은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바로 현 정부입니다. 그래서 이 같은 현실에 대한 인식, 정부의 잘못된 정책 방향과 그 구체적 양태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같은 인식을 전제로 많은 분들이 관심 갖는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 한 번 살펴볼까요.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반짝 가격 반등이 있었습니다. 집값이 떨어질 때는 당연히 국지적으로, 상황에 따라 매수자와 매도자간 심리 공방이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대세 하락장에서 이 같은 심리 공방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뻔합니다. 물론 강남이나 잠실 재건축 단지 등의 경우 정부나 서울시가 나서서 사업성을 좋게 해준 것이므로 단기적으로 집값이 1~2억 정도 반등한다고 해서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같은 반짝 반등세도 대세하락 흐름 속에 곧 묻힐 것입니다. 실제로 강남 3구, 강남 3구 안에서도 재건축 단지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최악의 거래 침체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또 양도세를 감면한다고 해봐야 호가 위주로 떨어지던 집값 하락세를 실제 거래가격으로 현실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지금 집을 살 사람은 다 샀습니다. 자기 소득도 없이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지난 몇 년간 다 샀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 증거가 공식적으로면 310조원에 이르는 부동산 담보대출 잔고입니다. 비공식적인 부동산 담보대출까지 합치면 이를 훌쩍 넘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전세계는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도 지금 외환위기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일례로, 제조업가동률 그래프를 보면 외환위기 때보다 떠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현 정부에 이미 장악당한 KBS와 원래 재벌방송인 SBS, 그리고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언론들이 기만적인 왜곡보도를 하고 있어서 많은 이들이 잘못된 현실인식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 빚을 내서 집을 샀던 많은 이들이 엄청난 부채 상환 부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언론이 입만 열면 구매력 있는 실수요자들이 샀다고 하는 강남만 하더라도 80% 이상의 사람들이 빚을 얻어 집을 샀습니다. 집을 사놓고도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20%도 되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투기 범벅입니다. 그 사람들도 지금 같은 경제 위기에서 빚 청산에 정신이 없습니다. 지금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부양책에 조금 버티고는 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손 들고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조금 더 길게 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수도권은 주택 공급과잉입니다. 단적인 증거가 공식적으로만 3만호를 넘는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현재 계획된 주택공급물량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2015년까지 140만호 가량 됩니다. 경기 침체 여파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산정한 주택 공급 물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15년경이 되면 수도권 전체에서는 수십만호의 공급 초과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통계청 인구 추계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주택을 집중적으로 구입하는 35~54세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베이비붐 세대가 실제로 은퇴하기 시작하는 것도 이 무렵부터입니다. 또 노동생산성이 높은 30~40대 인구가 이미 2006년부터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15세에서 64세로 분류되는 생산가능 인구도 2016년부터 감소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경제 활력이 감퇴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부동산 거품기에 졌던 부채 청산을 하느라 몇 년간 허덕이는 사이 수요에 비해 주택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로 진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부에서 1인가구 증가나 인구 1000명당 주택 수 등을 근거로 아직도 주택이 부족하다고 떠벌리는 것은 악의적이고 선동적인 정보 조작이자 왜곡일 뿐입니다. 제가 이전 여러 글에서 밝혔듯이 1인가구의 4분의 3 이상은 월 소득 200만원 이하로 지금 공급되는 분양주택의 유효 수요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주택정책상의 사회적 보호와 지원 대상이 되야 할 사람들입니다.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는 주택 시장에서 유효 수요인 가구라는 단위 대신 인구를 끌어와 마치 주택이 부족한 것처럼 보이기 위한 건설족들의 술수일 뿐입니다.

 

지금 매매용 주택은 결코 부족하지 않습니다. 다만 부족한 것은 공공주택이고 소형주택일 뿐입니다. OECD국가들 대부분이 20~30%의 공공주택 재고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불과 3.2%입니다. 투자용, 투기용 주택은 포화상태이고 엄청난 공급 초과가 지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소득층과 가능하다면 중산층까지 저렴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는 공공임대/전세주택은 태부족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할 일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쾌적하고 저렴한 공공임대/전세주택을 최대한 많이 공급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공공주택에 대한 수요는 넘쳐납니다. 서울시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이 1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것도 그 같은 수요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자신들의 과욕으로 도산 위기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에 온갖 명목을 붙여 국민의 혈세를 지원해주고 거품이 하나도 빠지지 않은 고분양가 주택을 짓게 합니다. 반면 온갖 규제를 다 풀어 국민들의 투기 심리를 자극해 거품 잔뜩 묻은 아파트를 사게 할 투기수요 만들기에 안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부동산 버블기에는 가능했을지 모르나 부동산 거품이 급속히 빠지는 현 상태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앞뒤 분간 못하고 자신의 경제체력을 넘어서서 투기적 차익을 노리는 주택 거래를 하는 사람은 투기꾼이 아니라면 바보일뿐입니다. 사기꾼에게 당하는 호구입니다.

 

굴곡은 있겠지만, 집값은 앞으로 상당 기간 계속 대세하락할 것입니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안정된 주거 확보 측면에서 집 살 시기를 노리는 분들이라면 결코 서둘 이유가 없습니다. 넉넉잡아 향후 5년 안에 지금 집값 수준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에 집을 살 수 있는 시기가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괜히 ‘강부자 정권’과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매달고 있는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에 휩쓸려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자산가치가 계속 하락하는 경험을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최대한 집값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해온 제가 굳이 이렇게까지 말씀드리는 것은 최근 진행되는 상황 때문입니다. 상당수 분들이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 해체 움직임으로 집값이 재폭등하지 않을까 불안해 하는 것 같습니다. 그 분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정부나 지자체가 각종 개발 호재를 만들어내면 최근 강남 재건축처럼 일부 지역에서 반짝 반등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르나 그것을 과거와 같은 전반적 폭등세로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일부에서 자꾸 외환위기 때와 같은 V자형 반등을 말씀하시는데, 가계의 경제체력과 부채 수준,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전반적 체력을 고려할 때 그때와 지금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6~7년 동안의 집값 조정을 끝내고 반등할 시점이었던 외환위기 때와 7~8년간의 집값 폭등을 끝내고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지금은 더더욱 다릅니다. 또한 앞에서도 말했듯이 인구 감소와 소득 감소, 부채 청산으로 인한 수요 급감과 향후 예정된 극심한 공급 과잉 양상을 생각하면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현 정부의 거듭된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 때문에 역설적으로 일본식 장기 부동산시장 침체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절대 현 정권과 일부 언론의 선동책에 넘어가 가계경제의 위기를 자초하지 마시길 당부드립니다.

 

부동산 거품과 그 거품에 편승한 과욕의 폐해가 어떠한지는 지금 전세계가 목도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도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 실패로 인한 부동산 거품 때문에 고통받아 왔습니다. 부동산에 돈이 묶이는 바람에 내수가 침체하고 실업자와 비정규직이 양산됐고, 이제 버블 붕괴 과정의 혹독한 충격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버블을 처음부터 만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미 한국 경제는 너무나 막대한 부동산 버블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전세계의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시기이고, 이것을 우리도 피할 수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큰 충격이 있겠지만, 한국경제가 정상적인 제 궤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안타깝지만 감내해야 하는 충격입니다. 근본적 수술을 통해 부동산 거품이라는 악성 종양을 떼내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현 정권은 자신들 임기 내에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속셈으로 이 같은 근본 수술을 미루고 있습니다. 오히려 악성 종양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선량한 국민들을 선동해 부동산 투기판을 더욱 키우려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와 이와 연관된 건설경기를 띄우기 위해 한국 경제 전체를 희생하고 있습니다. 말끝마다 ‘시장원리’를 외치는 정권이 하는 짓마다 시장의 정상적인 조정 과정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땅값, 집값이 너무 높았고 사람은 똥값이었으므로 이제 사람값을 높이고 땅값, 집값은 낮아지는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정부는 그런 흐름을 정반대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시장의 자기 조정 과정을 억지로 교란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과거 일본 정부가 버블 붕괴기에 썼던 건설경기부양책이 결국 좀비기업들을 양산해 이후 일본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됐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벌이고 있는 각종 정책도 시장의 자기 조정 메커니즘을 가로막아 결국은 부동산 시장, 더 나아가 한국 경제 전체의 침체를 장기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순전히 자신들 임기 내에 닥칠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정치적 욕심 때문입니다. 그로 인한 피해는 전국민이, 그 중에서도 밑바닥 서민들이 입는다는 점에서 현 정권의 정책방향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현 정권은 입만 열면 ‘서민을 위해 건설경기 부양한다’ ‘서민의 경제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가격 폭락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사악한 여론 조작입니다. 현 정부는 4대강사업 등 쓸데없는 토건사업으로 가득한 건설경기 부양에 돈을 수십조원을 탕진하면서, 차상위계층의 건강보험 혜택을 없애는 등 서민을 오히려 죽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을 억지로 부양하는 바람에 거래가 일어나지 않아 부동산중개업소와 이삿짐센터, 인테리어업자들이 죽어나고 있습니다.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실제 서민들의 대출금리는 줄지 않고 은행들의 예대마진 수입만 늘려주고 있습니다.

 

‘부동산을 살려 경제를 살린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환상이자 착각입니다. 경제를 살린 결과 나중에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 부동산 시장도 자연스레 회복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은 한국경제의 뼈를 깎는 구조개혁과 인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런 과정 없이는 한국경제는 새로 태어날 수 없습니다. 태어난다 해도 그것은 더욱 불공정한 경제,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 경제, 조만간 또 다시 더 큰 위기를 몰고 올 지속불가능한 경제일 것입니다. 이제 여기에서 막고 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배하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그런데 현 정권은 자신들의 정치적 욕심과 계급적 이해관계 때문에 절대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야권이 제대로 된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이뤄갈 세력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같은 구조개혁을 이뤄낼 제대로 된 정치세력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야 합니다.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지 않고 자산경제와 생산경제가 조화롭게 선순환하며 성장하는 나라. 지식정보화시대를 선도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지금 제대로 된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주도할 세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17. 1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