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현직 기자로 일하는 김수진 기자가 우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의 <언론개혁>방에 글을 현재 YTN파업 사태에 관한 글을 보내왔습니다. 좀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이 곳에도 소개합니다. YTN 노조 등 이 땅의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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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어린달님입니다.



 일단 어제 자정 쯤에 YTN 기자 3명- 노종면 노조위원장,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 조승호 기자- 에 대해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은 석방돼 오늘 아침 파업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까칠해진 임 선배의 얼굴을 보니, 그리고 아직도 갇혀 있는 선배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마구 쏟아졌습니다.



  누가 뭐래도 이번 사법처리 방식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언제 회사 기물을 부순 것도 아니고 사람을 때린 것도 아니고 쇠파이프 각목을 들고 덤빈 것도 아닌데 구속수사 하겠다니요?


 


 우리 YTN 노조는 23일 아침 05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제 저희는 목숨같은 방송을 끊어서 YTN을 지키려 합니다.  외환위기 때 6개월동안 월급이 안 나와도, 그후 6개월동안 월급이 반만 나와도 그저 방송'쟁이'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한 번도 마이크와 카메라와 방송 장비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순한 YTN사람들입니다. 저에게 파업에 돌입하며 조금의 부담감이라도 남아있었다면, 그 '쟁이'로서의 책임감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이제 동료들이 평온한 일요일 아침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연행되어 철창 뒤에 갇혀있는 마당에, 저는 일말의 부담감마저 모두 지워버리고, 부당함에 저항하겠다는 또 다른 '쟁이'로서의 고집으로 내 모든 걸 바쳐 파업에 나서고 동료를 지키려 합니다.



이번에 사측과의 임단협에서 노조 집행부는 임금 문제를 파업의 이유로 내걸었고, 해정직자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해정직자 문제가 파업의 전면에 나서면 정치파업이 되고 불법 파업으로 규정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와이티엔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의 권리를 행사하는 겁니다.



 그러나 이번 임단협은 해정직자 문제에 관한 사측의 해결 의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저를 비롯한 많은 노조원들은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협상 과정에서도 사측은 '고통 분담'을 강요하면서 이미 해직과 정직 징계 등으로 고통받다 못해 피흘리고 있는 동료들을 방치하고 협상의 카드로만 이용하려 했을 뿐이었습니다.



저희가 파업에 돌입하면 아마 회사측은 '요즘 때가 어느 땐데 임금 7.2%인상을 요구하는 노조는 어느나라 노조냐,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방송 차질을 빚게 되었다' 뭐 이런 레퍼토리를 방송할 게 뻔합니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위의 조정에서 경영진은 '기본급 동결과 영업이익 발생 시 인상분 소급 지급'이라는 안을 내놓았고 이에 대해 YTN 노조는  '적정한 임금 인상분을 지금 결정하되 실제로 적자가 발생하면 내년도 임금분에 이를 반영하자'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7.2%인상을 요구했다는 주장은 거짓말입니다.



 경영진이 요구하는 '고통 분담' 얘기를 해볼까요. 



낙하산이 낙하산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는 결코 그 자리에 앉을 수 없는 깜냥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자칭 사장 구본홍씨는 자기가 경영에 아무런 재주도 없고 돈을 아껴 쓸 생각도 없다는 걸 불과 지난 200여일 동안에 증명해


보였습니다.



자기 수행 보디가드 고용비에 9천 6백여만원, 임직원 회의, 식사 비용에 3천 3백여만 원, 비밀 집무실 비용에 3천여만 원, 비품, 음료와 '구본홍 와이셔츠'에 천 3백여만 원, 몰카, 도청 탐지 비용에 6백여만 원...뿐만 아니라 '비상 경영'을 해야 한다고 난리치면서 수천만원에서 억대 연봉에 이르는 임원 자리를 10여개나 늘렸고 그 임원 자리에 자기 고등학교 동문을 낙하산으로 두 명이나 앉히는 내용의 안을 얼마 전 주총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자리 늘린 뒤 그 사람들 앉아있을 사무실 만드느라  공사비로 또 6천여만원을 들였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출신 대학 동문회보에 실을 광고비와 복지단체에 내는 성금까지 자기 돈을 안 쓰고 회삿돈을 지출했더군요.



저희 와이티엔, 다른 회사들이 벌써 두 번 세 번째 장비 바꿀때 창사 이래 쓰던 장비 꿋꿋하게 버티며 쓰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오디오맨도 없어서 취재기자가 트라이포드 들고 뛰었고 녹화 테잎도 너무 재활용을 많이 해서 화면에 비가 죽죽

내려도 또 재활용합니다. 편집 기계가 너무 오래되어서 버튼도 눌러지지 않아도 어려운 시절 생각하면서 참아왔습니다. 물론


일차적인 이유는 회사에서 장비 바꿔줄 생각을 안했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동안 회사가 어렵다고 하면 우리 모두 그렇다고

생각하고 묵묵히 함께 고통 분담 열심히 해 왔었습니다.



'고통 분담'을 요구하려면, 먼저 자신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을 보여주고 함께 동참해 달라고 설득해야합니다. 밥은 반드시 호텔에서 먹어야만 하고 기부를 해도 회삿돈으로 생색을 내며 와이셔츠 한 장을 사입어도 회삿돈이 곧 내돈이고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나에게 충성할 임원 자리는 늘리고 억대 연봉도 챙겨줘야 하는 이런 낙하산이 '경제가 어려우니 너희가 허리를 졸라매라'라고 말하면 여러분은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  솔직히 말해 '임금 백 원이라도 안 올려주면 죽었다 깨어나도 일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노조원중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자신들의 방만한 경영은 책임지지 않고 우리에게만 고통을 감내하라 요구하는 그들의 태도라는 겁니다.



사측에서는 '임원진이 자진해서 상여를 300% 삭감하는' 노력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보너스를 깎아도 새로 생긴 임원들에게 들어가는 연봉과 판공비 등을 합하면 아직도 한참 모자라는 데다 어이없는 저 지출내역까지 계산하면 여전히 마이너스 통장입니다. 임금 삭감이 아니라 동결한 기업들도 임원들은 '상여'가 아니라 '임금'을 삭감하거나 반납하고 있습니다. 


 


진정 회사측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을 보이고, 감히 '고통 분담'을 입에 올리기 전에 고통받고 있는 해정직자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조금이라도 비췄다면, 이런 파국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아는 YTN 사람들은 그동안도 묵묵히 어려운 길을 걸어 왔고, 지금도 해정직자들에게 '희망 펀드'를 만들어 우리 월급을 나누며 피흘리는 동료들을 부축하며 함께 걸어가고 있습니다. 대체 누가 누구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한단 말입니까 ?



여기까지였다면, 물론 우리 모두가 저 낙하산이 어디서 떨어졌는 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우리의 싸움이 반드시 정부에 대한 싸움이어야만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YTN 노조와 경영진 사이의 일로 끝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권력이 경찰을 앞세워서 직접 우리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습니다. 파업을 하루 앞두고 노조 집행부를 체포해가는 행위는 분명 파업을 방해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겁니다. 그동안 숱한 고소에 경찰서에 불려다니면서도 저희는 충실히 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사를 피하기는 커녕 조사 일정이 잡히면 노조원들이 함께 경찰서 앞까지 가서 출두하는 동료들을 격려하고 응원했습니다.이번 주에 함께 조사 일정을 논의해서 잡았던 경찰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번 체포가 말도 안된다는 것을. 공권력 배후에 권력자가 있다는 걸 자기들 스스로가 증명해 보이는군요.



저희 파업은 모 차관도 '합법'으로 인정해준 파업입니다. 모 차관, 며칠 전에 와이티엔 노조가  원하는 걸 말하지 못하고 '합법 파업' 한다며 '비굴하다'는 표현을 했더군요. 노조에게 불법 파업을 할 것을 은근히 독려하시는 건지 모르겠으나, 이 정권의 비굴함이야말로 여기에 있습니다. 끝끝내 굴복 안하는 와이티엔 노조를 어떻게 손을 봐주기는 해야겠는데 불법 파업도 아니니

결국 얼토당토 않은 잣대로 '출석 일정 조정한 적 없다'고 경찰에게 거짓말까지 시켜가며 과거 업무방해 고소 건을 빙자해 고무줄 잣대로 체포까지 해간 겁니다. 여기서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자는 YTN 노조가 아니라 공권력이며 그 뒤에 숨어있는 권력자의 입김입니다.



이제 우리는 생명줄과도 같은 마이크를, 카메라를 내려놓음으로써 무능한 낙하산과 그에 아첨하고 부역하는 무리들과 입을 틀어막으려는 권력의 횡포에 맞서서 동료를 지키고 방송을 지키려 합니다. 우리가 투사가 되기를 원해서도 아니며, 우리가 깃발이 되기를 원해서도 아니며, 그저 우리의 동료를 사랑하고 상식을 사랑하고 방송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파업을 앞둔 새벽, 세상 모르고 잠든 내 아기의 얼굴을 봅니다. 또한 유치장에 갇혀 있는 남편을 생각하며 잠 못 이루고 있을 체포된 동료들의 부인들과 어린 자식들을 생각합니다. 그들의 가족들이 받을 고통을 생각합니다. 이번 우리의 파업은 사랑하는 동료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분노의 표출입니다. 우리의 자식들, 미래 세대가 고양이를 고양이라고, 개를 개라고, 낙하산을 낙하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작은 몸부림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3. 24. 14:27

 

        3월23일자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경인운하 사업에 지난 1월 확정된 정부 금액보다 3800억원 더 들어갈 것이라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재정부 내부 보고서대로라면 경인운하의 비용편익비율(B/C)이 1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국민일보 보도의 요지다. 

 

재정부가 재검토한 공사비, 물동량, 배후단지 분양가 등을 근거로 B/C를 산정할 경우 사실상 1 이하로 떨어져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국민일보 보도는 전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국토해양부가 경인운하 사업 추진의 근거로 삼는  KDI자료에 따르더라도 B/C 비율이 1을 간신히 넘는 상황에서 우리의 건설족 정부는 건설업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퍼주기 위해서 혈안이 돼 있다. 사실 B/C 비율 개념에서 보듯이 경인운하 사업 비용을 줄이면 사실 얼마든지 B/C 비율을 넉넉하게 1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데도, 국토해양부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차피 정권 차원에서 밀어주는 사업이어서 어떻게든 하게 될 텐데 자신들의 영원한 밥그릇인 건설업체들 퍼주는 게 더 낫다고 믿기 때문 아니겠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건설업계에 4000억원을 퍼주기로 작정했다. 수자원공사가 발주하는 경인운하사업 6개 공구(총공사비 추정가격 1조 3500억원)를 모두 턴키입찰(설계 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발주하기로 이미 1월말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턴키입찰을 통해 전체 추정예산의 30% 정도인 4000억원 정도는 그냥 낭비될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물론 경인운하사업은 아직 발주되지 않았다. 아마도 다음달 중으로 발주될 것으로 보이는데, 턴키입찰의 낙찰률은 거의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발주 전이라도 필자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왜 턴키입찰이 4000억원의 예산 낭비로 이어지는가? 이를 알기 위해서는 좀 길더라도 공공공사 입찰제도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좀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멈추면 당신은 혈세를 건설족들에게 빼앗기면서도 계속 당하게 된다. 건설족들은 빠삭하게 알고 각종 이권을 나눠먹는 개발사업의 메커니즘을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르기에 그들이 마음놓고 시민의 혈세로 파티를 벌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 그럼 설명을 시작해보자.

        정부와 지자체, 공기업 등이 공공공사를 발주할 때 사용하는 입찰제도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크게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가격 위주로 경쟁하게 하는 가격(최저가) 경쟁입찰과 적격심사제, 대안입찰, 턴키입찰(설계시공일괄입찰) 등 크게 네 가지다. 물론 수의계약과 같은 다른 방식도 있고, 민간자본유치사업(민자사업)도 큰 틀에서는 공공공사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일단 논외로 하자.

 이 가운데 특히 턴키 방식은 현재 예산 낭비와 건설업체간 담합구조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원래 턴키 공사는 일괄입찰계약 방식의 하나로 도급자가 건설공사의 재원조달, 토지 구매, 설계와 시공, 시운전 등을 모두 마친 뒤 발주자에게 인계하는 공사를 의미한다. 미국 등 외국의 경우 턴키 방식은 주로 표준적이거나 반복적인 건축공사에 적용된다.

하지만
국내에서 턴키 방식은 일반 건설업체가 설계회사에 용역을 주고 설계도면을 작성해 함께 입찰하는 방식으로 변질됐다. 한 마디로 기존에는 발주처가 설계회사를 통해 설계용역을 마친 뒤 시공사를 선정했던 것을 시공사가 설계회사와 짝을 이뤄 입찰하게 한 제도일 뿐이다.

재벌계 대형 건설사들은 설계와 시공을 한꺼번에 입찰하는 턴키 입찰제도의 특성을 활용, 자신들에게 유리한 담합구조를 만들어냈다. 보통 전체 공사 예정금액의 3% 가량을 설계금액으로 쓰는데 이는 1,000억 원대 공사의 경우 30억 원을 선투자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공사 수주에 대한 확신도 없이 수십억 원대의 설계비를 선투자할 수 있는 건설업체는 상위 10여개 업체에 불과하다. 거액의 선투자 비용이 일종의 시장 진입장벽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 같은 진입장벽을 활용, 이들 상위 대형 건설사들은 사실상 자신들만의 리그를 구성했다. 상위 6개 내지 10개 건설사들이 돌아가면서 공사를 수주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조직적인 담합을 하면서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자신들끼리는 가격은 일정한 수준에서 철저히 담합하는 반면, 설계 점수를 통해서만 경쟁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설계점수도 평가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에 주로 의존하고 평가점수가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져 사후 전문가들 사이의 검증(Peer Review)이 불가능하다 보니 설계점수 평가위원들을 향한 탈법적, 불법적 로비가 구조화됐다. 이처럼 한국의 턴키입찰 제도는 원형과는 한참 동떨어진 돌연변이가 돼버렸다.   

이 같은 턴키 입찰의 결과들을 한 번 살펴보자. 2001년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건설공사 7개 공구를 모두 턴키 방식으로 발주했다. 7개 공구 가운데 5개 공구에는 2개 업체군, 나머지 2개 공구에는 3개 업체군만이 응찰했다. 참여 업체들은 대표입찰자가 아니더라도 대부분 공구에 공동도급자로 참여해 사실상 모두 한 건씩은 공사를 수주했다. 이처럼 7개 공구에서 20개 미만의 대형 건설업체들만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이 공사의평균낙찰률은 98.3%였다.  이렇게 낙찰률이 높아진 이유는 사실상 담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실제 각 공구별 입찰가격을 보면 서로 담합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로 금액 차이가 적다.

<도표1> 지하철 9호선 1단계 입찰참여 업체별 입찰 가격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지난해 3월 입찰이 이뤄진 용산구종합행정타운 사업에서도 입찰에 참여한 두 업체의 입찰금액은 짜맞춘 듯 거의 똑같았다. 아래 <도표2>를 보면, 이 공사에 입찰한 삼성과 현대 컨소시엄의 입찰금액이 불과 0.02%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예산금액 1,200억 원대 공사에 두 업체의 입찰금액이 불과 2,500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도표2> 용산구 종합행정타운 입찰 결과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쯤에서 재벌 건설업체 직원들은 초기 투입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니 원래 턴키입찰 공사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까. 필자가 서울시에 재직할 때 업체들의 담합을 깨기 위해 나름대로 상당한 공을 들였던 지하철 9호선 2단계 사업의 경우 낙찰률이 각각 60%와 72%, 86%로 9호선 1단계 때에 비해 매우 낮아졌다. 지하철 9호선 1단계 사업의 평균 낙찰율 98.3%에 비하면 약 12~38% 가량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업체간 담합 여지를 최대한 없애고 실질적 경쟁을 유도한 효과다. 경쟁입찰이라는 공정한 게임의 룰만 적용해도 이만큼 거액의 예산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재벌 건설업체들과 ‘건설족’ 정치인과 정부는 이같은 이권들을 주고 받으며 강고하게 결합돼 있다. 이들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흥청망청 파티를 벌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인운하 사업도 이런 점에서 예외가 아닌 것이다. 그들은 경인운하 사업 등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이는 것을 경기 부양 목적이며 궁극적으로 서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떠벌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미분양 아파트 물량 급증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 특히 재벌 건설업체들에게 가만 앉아서 떼돈을 벌게 해주려는 것뿐이다.

  현 정권 들어와서는 그같은 성향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경인운하뿐만 아니라 현 정부 들어와서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 사업,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호남고속철도 등 대규모 토목사업 대부분이 턴키 공사로 예정돼 있다. 현대건설 CEO 출신인 이명박 정권이 이 같은 턴키 발주 공사를 왜 남발하겠는가?

하기야 그는 이미 서울시장 시절에도 턴키 공사 발주를 남발해 시민들의 예산을 절감하기는커녕 도리어 엄청나게 낭비했던 사람이다. 그가 서울시장 재임 때 발주했던 사업들 가운데 청계천사업을 비롯해서 은평뉴타운, 지하철 7호선, 동남권유통단지(가든 파이브) 등이 모두 턴키 입찰로 발주한 사업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그가 낭비한 시민의 세금만 줄잡아 1조원 가량은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알기에 필자는 그가 서울시장 시절 예산을 절감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피식’ 웃고 만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3000억원에 할 수 있었던 청계천 사업을 4000억원에 했다. 7000억원에 할 수 있었던 동남권유통단지는 1조원 이상을 퍼부은 결과 지금 고분양가 때문에 상가 입점이 극히 부진한 상태가 됐다. 은평뉴타운은 과다한 토지보상금과 턴키 입찰을 통한 사업 진행으로 이후 후임자였던 오세훈 시장 초기 고분양가 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진행했던 대부분의 사업에서 뇌물 수수 혐의로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이 구속되는 등 불법행위가 만연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수백억, 수천억원을 날로 먹는데 어떻게 검은 돈이 오가지 않겠는가?

'삽질 경제학'에 심취한 현 정권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도대체 왜 하는지 공감하기 어려운 4대강사업과 경인운하 사업에 약 20조원을 쓴다고 한다. 용산참사에서 보듯이
세입자에게 제대로 보상하는 것은 극도로 아까워하면서 부동산 거품을 조장해 고분양가 폭리를 취하는 건설업체들에게는 수백억, 수천억 단위로 그냥 퍼주는 정부를 온전한 정부라 할 수 있을까? 이처럼 현재 한국의 부조리한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단면들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리고 기득권을 없애고 공정한 게임의 룰이 보장되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해야 하는지를 이처럼 잘 보여주는 단면 또한 어디에 있을까?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3. 23. 10:54

 

정부 여당이 사상 최대 규모인 30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한다고 한다. 정부 여당은 일자리를 만들고 급격히 가라앉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추경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악화 일로의 경제 위기 속에서 추경 편성 자체를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화급한 상황을 핑계로 마구잡이로 추경을 편성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더구나 국가채무가 폭증하고 있는 상태에서 수십조원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일으켜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추경 편성의 타당성과 시기, 내용 등에 관해서는 얼마든지 따질 필요가 있다. 


우선 이번 추경편성은 급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예산으로 편성된 285조원을 제대로 집행하지도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추경은 4월 개최 예정인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명박정부가 자화자찬용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강하게 엿보인다. 이명박대통령이 G20에서 30조원 추경 편성을 내세워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떤다 한들 귀담아 들을 나라는 별로 없을 텐데 말이다. 이러다 보니 30조원의 추경이 타당한 것이며 시의적절한 것인지,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볼 때 이런 식으로 급조된 추경은 보통 각 정부 부처와 여권이 짧은 기간에 마구잡이로 짜낸 사업들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당초 예산 배정에서 밀려났던 사업이나 여권이 내년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추진하려는 각종 선심성 사업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30조원을 채우려면 대규모 건설토목 사업과 전달 체계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 급조된 일회성 사회복지 정책들로 짜깁기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정부 여당이 발표한 생계곤란 가구에 대한 현금지급 등 6조원 규모의 민생안정대책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민생안정 긴급대책은 그 정책적 일관성과 정당성도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시행과정 상에서 많은 혼란도 예상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명박정부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상속세 부담 완화 등 ‘부자 감세’를 단행했다. 반면 재정 부담을 이유로 차상위계층의 건강보험 혜택을 없애는 등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 지원을 오히려 줄였다. 그러면서도 민생안정대책이라는 것을 발표하여 생색을 내고 있다. 정부 여당이 이제 와서 ‘일자리’와 ‘서민 생계지원’을 들먹이는 것도 막대한 부자 감세와 토건 예산 투입에 대한 반발 무마용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이렇게 급조된 추경은 사용 방법과 내용에서도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번 추경 재원은 ‘발 등의 불’을 끄기 위해 미리 당겨쓰는 돈이다. 그 부담의 상당 부분은 미래세대의 빚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런 추경예산은 현재의 경제적 약자를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동시에 미래 자식세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에서 배울 부분이 많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의료 전산정보망 구축과 21세기형 교실 실험실 도서관 건설,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그동안 부진했던 노후화된 사회인프라 유지보수 등에 대부분의 예산을 쓴다. 오바마 행정부는 또 미국 자동차 빅3에게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도 친환경차량 기술개발 자금을 저리 융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절박한 상황에서도 전기자동차 시대가 도래할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모두 세 차례의 긴급경기부양책을 마련한 일본의 경우도 많은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제 위기에 따른 서민과 저소득층 생활 및 중소기업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오죽하면 지난해 10월 발표한 경기부양책의 제목부터가 ‘생활대책’이었을까.


반면 이명박정부의 정책기조를 볼 때 이번 추경안은 우려되는 점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현 정부의 경기부양대책은 현재의 화급한 문제에 대응하고 미래를 전략적으로 대비하기보다는 과거 회귀적이었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여전히 70,80년대 개발연대식의 토건사업에 매달렸다.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4대강 하천 정비사업이나 경인운하 사업 등 이름만 녹색일 뿐인 각종 토건사업에 예산을 소진하고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재벌 건설업체들을 돕고 꺼져가는 부동산 버블을 떠받치기 위해서 말이다. 


버블 붕괴로 발생한 경제위기 때 버블을 초래했던 산업에 자원을 쏟아 붓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오히려 문제만 더 키울 뿐이다. 과거 일본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일본 정부도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인 1992부터 1995년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한 해 전체 예산 규모인 약 70조엔의 경기부양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0%대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과도한 토건 예산을 편성한 바람에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 경기침체를 장기화했다. 일본도 당시 가라앉는 경기를 부양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제 충격의 총량을 더 키운 셈이 됐다.


막대한 국채발행을 통해 추경 재원을 조달하는 것도 문제다. 국채발행으로 시중 자금을 다 빨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물량 쇼크’를 예상해 채권 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 현 정부는 한국은행이 국채 물량 전부를 소화하도록 할 것을 거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막대한 국채를 인수한다는 것은 돈을 찍어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물가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물가가 상승한다면 추경편성의 의미도 희석화된다. 왜냐하면 가계부문의 임금동결 내지는 임금삭감도 모자라 실질구매력까지 떨어뜨리게 되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을 하겠다고 편성한 추경이 한편에서는 가계의 실질소득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급속도로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서민가계의 생활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최대 책무이다. 서민가계의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소득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물가와 환율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가계의 내수소비를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오히려 정반대다. 경기불황을 이유로 노사민정 대타협이라는 허울 아래 대대적인 임금 삭감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편에서는 부동산거품 붕괴를 막는다며 금리인하로 물가와 환율 폭등을 방치하고 있다. 그 결과 서민가계는 2중, 3중의 펀치를 맞고 있다. 임소득 감소와 예금이자 수입 감소에 물가와 환율 급등으로 실질소득마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잘못에 대한 반성은 없이 갑자기 수십 조원의 국채발행을 통한 대규모 추경을 당연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추경 편성도 결국 정부와 정치권의 도덕적 해이와 적반하장을 잘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지난 90년대 말의 외환위기 이후 되풀이되는 경제위기의 주범은 정부와 정치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들의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의 정책실패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뒤집어 씌운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정책실패로 발생한 경제위기를 극복한다며 마구잡이 대책을 내놓고서 의기양양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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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3. 19. 0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