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부터 경제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대책이 숱하게 발표됐다. 글로벌 청년 리더 10만명 양성,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2.5만명), 미래산업청년리더 10만명 양성,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추가대책(3.4만명), 공공부문 청년인턴제(2.3만명), 사회적 일자리 확대(12.5만명) 등 사업 대상과 종류가 어떻게 다른지도 헷갈릴 정도로 많은 대책이 발표됐다. 또 가장 최근에는 28.9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의 일부로 정부가 3.5조원을 투입해 22만개의 일자리를 유지하고, 55만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시기에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 정부 일자리 창출 대책의 구체적 내용을 뜯어보면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현 정부 일자리 대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의 거의 대부분이 처우 수준이 매우 열악한 임시직이라는 점이다. 아래 <도표>를 참고로 살펴보자. 2009년 예산안에 반영된 주요 일자리관련 사업은 연간 73만원( 6만원)~982만원( 82만원) 정도의 예산이 배정돼 있다. 이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일자리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추경예산을 통해 만들겠다는 일자리 또한 이와 대동소이하다.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확대, 숲가꾸기, 아이돌보미 사업 등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확대, 학습보조 인턴교사, 대졸 미취업자, 조교 채용, 노인 일자리 확대 등 올해 계획했던 단기 일자리를 확대하는 한편, 2조원을 투입해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 40만 명에게 근로기회를 제공하는 희망근로프로젝트를 새로 도입했다. 2009년 예산과 추경예산에 반영된 일자리들이 모두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6개월 전후의 단기 일자리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 같은 단기 일자리 사업들은 실제 집행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점과 혼선을 낳고 있어 사업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추경예산안에 반영된 사업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희망근로프로젝트의 실상을 통해 살펴보기로 하자.


희망근로프로젝트는 사전준비 없이 단기간에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중앙정부가 각 지자체에 참여인원 수를 강제 할당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각 지자체는 정말로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선별하기보다는 참여자 수를 채우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예컨대 우리 연구소가 있는 경기도 고양시의 경우 약 2,000명의 참여자 수를 할당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할당된 참여자 수를 채우지 못해 여러 차례 되풀이해 공고를 내고 관내 사회복지기관 등 관련 단체에 수시로 참가자 모집을 독촉하는 전화를 걸고 있다.


이러다 보니 사실상 비교적 충분한 재산과 여윳돈이 있는 노인들이 소일거리 삼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우리가 대상자가 되겠느냐며 반신반의했던 60대 부부가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고 해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단 돈 몇 푼이 아쉬운 기초생활 수급자 가운데는 이 같은 단기 일자리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 사업에 참여해 소득이 생기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이유로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돼 있다 


또한 희망근로프로젝트를 통해 실제로 진행하는 사업은 풀 깎기나 휴지 줍기, 광고 전단지 떼기, 도로나 광장 바닥에 붙은 껌 떼기, 단순 행정업무 보조 등 기존 공공근로 사업과 거의 다름이 없다. 기존 공공근로사업으로 하던 일을 추가로 하다 보니 실제 일거리가 많지 않아 지자체에서는 그다지 필요도 없는 허드렛일을 만들어내느라 골치를 앓고 있다.


희망근로프로젝트 참가자를 지원받는 대상기관들도 그다지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고양시 관내 한 사회복지관의 경우 약 100명 가량의 사업 참가자를 고양시로부터 할당 받았으나, 실제로는 인력들을 제대로 활용하기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참가자 대부분이 6개월 이내의 단기 근로자들인데다 60대 이상의 고령층이 많아 지속적인 사회복지서비스를 위한 업무를 진행하기보다는 단순 행정업무 보조나 청소나 물품 배달 등 심부름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일도 많지 않아 사업 참가자들은 실제로는 하루 두세 시간만 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심지어 제대로 된 인력이 없다 보니 사업참가자들을 관리 감독하는 데 추가로 시간만 빼앗기게 된다고 불평하는 사회복지관 직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 같은 현실은 비단 고양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전국 지자체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을 가능성이 높다. 거액의 예산을 들여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지도, 정말 혜택이 필요한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리지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을 진행하지도 못하는 전시행정을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 정부는 한쪽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핑계로 대규모 건설토목사업을 벌여 재벌 건설사들에 자금을 지원하여 간접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사회적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도 지속적이지도 못한 단기 일자리를 마구잡이로 양산하고 있다. 이처럼 건설토목사업이든 단기 일자리든 정부 일자리 창출 대책은 막대한 재정적자 남발로 질 낮은 단기 일자리를 대량으로 양산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결국 막대한 재정적자를 남발하면서까지 사실상 실업자나 다름 없는 사람들에게 질 낮은 일자리를 갖게 해 겉으로 드러나는 실업률만 낮추는 데 급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일자리 대책들이 반복되는 바람에 겉으로 드러나는 실업률은 경제위기 한 복판에서도 3%대의 기적적인 수치를 나타내는 반면 체감 실업률은 13~15%를 오르내리는 기막힌 괴리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사업 목적이 저소득 가계에 대한 소득 이전이라면 차라리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직접 생활비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만일 정말로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이 목표라면 방과후교사 확대, 영유아 보육사업 지원, 노인장기요양사업 확대 등 어차피 사회적 수요가 있으면서도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사업에서 지속성 있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더 낫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고양시 관내 사회복지관의 한 직원은 “6개월짜리 단기 근로자 100명을 지원해주는 것보다 같은 예산으로 2년간 사회복지사로 일할 수 있는 인력 10명만 지원해줘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복지 서비스가 확 달라질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 현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이도 저도 아닌 가운데 재정은 재정대로 낭비하면서 실효는 거두지 못하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전시행정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2000년대 들어 치솟은 부동산가격으로 땅값은 금값이 됐지만, 정리해고 남발과 비정규직 양산 등으로 사람 값은 헐값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거품의 붕괴는 지나치게 부풀어오른 부동산 값을 내리고 상대적으로 사람 값을 올리는 시장의 자기조절 과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정책당국 입장에서도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볼 수도 있다. 사람 값이 상대적으로 높아져야 중장기적으로 양질의 노동력이 증가하고 노동생산성도 높아질 뿐만 아니라 그 같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향상된 임금소득이 다시 내수기반 강화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뤄진 노사민정 대타협을 발표한 직후부터 기업들은 대졸 초임을 대대적으로 깎아 내렸다. 정부는 오히려 이 같은 기업들의 조치를 일자리 나누기라며 독려하는 한편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각종 단기 일자리 양산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88만원짜리도 안 되는 6만원 짜리와 82만원 짜리 일자리 만들기를 정책이라고 떠들어 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에는 관심이 없는 근시안적인 정부 대책과 사회적 평균임금을 깎기에 바쁜 대다수 기업들의 잘못된 경영 관행 때문에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지난해 4분기 단위노동비용이 -4.3%나 감소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조사대상 OECD 27개국의 평균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이 같은 기간 2.9%나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단위노동비용은 상품 한 단위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를 말하는데, 지난해 노동생산성이 4분기에 급격히 좋아진 게 아니라면 결국 임금이 하락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한국이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 다른 대부분 국가들과 동떨어져 있음을 시사한다. 다른 OECD 국가들은 경제위기에 직면해 직원들을 해고하는 대신 임금을 깎지 않는 반면 한국은 한편에서는 직원들을 정리해고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단기 임시적으로 재고용 하는 대신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일자리 나누기가 일본이나 유럽 일부 국가들에서처럼 노동자와 사용자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는 사회적 연대의식의 발로라고 보기도 어렵다. 같은 조사에서 일자리 나누기가 우리보다 더 보편화돼 있는 일본이나 독일, 프랑스, 북유럽국가들 대다수가 지난해 4분기에 3% 이상의 단위노동비용이 증가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일자리 나누기는 사용자들이 경제위기를 틈타 사회적 평균임금을 대폭 삭감해 고통을 대부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기업의 잘못된 대처로 점점 많은 국민들이 일자리 불안에 시달리고 건설 일용직과 속칭 알바와 같은 단기 임시직 등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가서는 노동력의 질은 떨어지고 내수기반도 점점 취약해져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 시간이 걸리고 단기적 고통이 따르더라도 부동산 값을 낮추고 사람 값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수기반을 넓히는 것이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전반적 활력을 높이는 길임을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깨달아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기업들이 과거의 특권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이념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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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6. 16. 09:37

OECD가 30개 회원국의 2009년 2월 실업률이 2008년보다 1.7%포인트 오른 7.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대다수의 OECD 회원국이 2008년에 비해 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한 데 비해 한국의 실업률은 3.5%로 매우 낮았다. 한국의 실업률은 네덜란드의 2.7%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하지만 이 같은 한국의 실업률 수준은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것과 동떨어져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의미의 실업률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OECD 30개 국가간 비교를 해보면 한국의 경우 2007년 기준으로 취업률이 63.9%로 OECD평균인 66.7%보다 낮은 한편 실업률 또한 3.2%로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인다. 이처럼 실업률과 취업률이 함께 가장 낮게 나타난 결과, 일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32.9%로 OECD 평균인 27.7%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또 한국의 장기실업자 비율은 0.6%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으며, OECD 평균인 29.1%에 비교할 때 기적 같은 수치다.


한국의 경우 구직활동을 포기한 채 단순히 ‘쉬었다’고 답하는 사람들이나 취업 준비생이나 고시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로 봐야 할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함으로써 실업률이 낮은 것처럼 보이도록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물론 통계청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실업률 통계를 작성한다고 하나 통계작성을 위한 조사 당시 대상자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분류하느냐에 따라 관련 통계수치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제 통계청이 발표하는 관련 통계들을 통해 현재의 실업률 통계가 얼마나 허구적인지 살펴보자. 결론을 먼저 말하면 통계청이 발표하는 실업률 수치와는 달리 고용사정은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2008년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경제위기로 실질적인 고용사정이 더 한층 악화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아래 <도표2>에서 실업률 추이를 보면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악의 불황 속에서도 줄곧 4% 이내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비경제활동인구 추이를 보면 경기 부침에 따라 실업률보다 더 확연한 증감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활동인구 대비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을 보면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1년 무렵까지는 높은 수준을 보이다가 월드컵특수와 카드채 거품으로 호황을 누렸던 2002년에는 이 비율이 상당히 떨어졌다. 이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던 이 비율은 경기 침체가 시작된 2008년 하반기부터 다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될 사람들을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함으로써 통계상의 실업률을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론할 수 있다.

 

 

<도표2> 실업률 및 비경제활동인구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비경제활동 및 쉬었음 인구는 12개월 이동평균치임


 

이번에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이라고 답한 인구수는 2003년 90만명 전후 수준에서 2005년 말까지 꾸준히 늘어나 130만명 전후 수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2008년 말부터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하고 있다.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될 상당수 사람들을 ‘쉬었음’ 응답자로 분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쉬었음’ 응답자 수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 구직단념자 수 추이도 장기간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구직을 포기한 사실상 실업자들을 자발적 구직단념자로 분류하고 있어 통계상의 실업률을 낮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경기가 악화되면서 사실상 12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로 분류돼야 할 사람들 중 상당수를 구직단념자로 분류해 실업자 수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이 OECD 국가들 가운데 장기 실업자 비율을 가장 낮게 유지하는 ‘비결’이자 2002년 이후 장기실업자가 사실상 자취를 감춘 이유로 추정된다.

 

실업률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는 증거는 더 있다. 아래 <도표3>을 참고로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준비인구 추이를 살펴보자. 취업준비인구는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취업재수생 등으로 사실상 가장 적극적으로 직장을 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업자라고 봐야 한다. 이 같은 취업준비생은 2003년 초 14만명 전후 수준이었으나 이후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해 2008년 한 때 40만명 수준까지 육박했다가 2008년 하반기 경기 침체 이후 오히려 소폭 줄고 있다. 이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영향과 취업준비생 등이 실업자로 분류되거나 구직단념자 등 다른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취업자 가운데도 사실상 실업자인 경우가 적지 않게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래 <도표3>에서 주당 36시간 미만 또는 18시간 미만 취업자 수 가운데 추가 취업희망자 수를 보면 알 수 있다.


<도표3> 실업 및 취업 관련 각종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먼저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의 수는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상반기까지 70만명 수준까지 이르렀다가 이후 가파르게 하락했다. 하지만 2003~2005년 사이 상승한 뒤 2008년 하반기까지 조금씩 하락하던 이 숫자는 2008년 말부터 갑자기 치솟기 시작했다. 2008년 10월 37.7만명에 불과하던 이 숫자는 2009년 3월 62.4만명 수준에 이르렀다. 불과 다섯 달 만에 24.7만명이 늘어난 것이다.

  정도는 다르지만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숫자도 2008년 11월 10.8만명 수준에서 2009년 4월 19.5만명으로 약 8.7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2008년 말 이후 직장에서 해고된 뒤 이른바 단시간 노동직을 구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부분 실업자’로 봐야 한다. 이는 한국의 실업보험 체계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유럽 등 선진국이라면 정부의 실업보험수당 등을 받으며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로 분류될 사람들이 급한 대로 ‘알바’와 같은 일을 하면서 추가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정부는 명목상 취업자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또 취업시간별 취업자 비율 추이를 보면, 전체 취업자 가운데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비율이 상당히 가파르게 증가했고, 18시간 미만 취업자 수도 계속 늘고 있다. 반면 주당 54시간 이상 취업자는 2000년대 내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이는 주 5일제 정착에 따른 효과가 일부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비정규직 및 단시간 근로자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실업기간별 실업자 수를 보면 3개월 이내 실업자 수가 급증하고 있어 통계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로 인해 최근 실업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상의 분석을 토대로 이번에는 일반인이 느끼는 체감 실업률을 한번 추정해보자. 여기서 체감 실업률이란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상의 실업자에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 응답자와 취업준비자, 그리고 18시간(또는 36기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희망자를 더한 숫자를 경제활동인구수로 나눈 비율로 정의한다. 이른바 실업의 대상과 범위를 확장하여 일반인들이 체감상으로 느끼는 확장 실업률을 구해보는 것이다. 추가 취업희망자 가운데 18시간 미만 취업자로 한정한 경우를 편의상 체감실업률(1), 36시간 미만 취업자로 확대한 경우를 체감실업률(2)로 정의하겠다.

 

아래 <도표4>를 참고로 체감실업률 추정치를 보면 2003년 초 10% 미만이던 것이 시간이 갈수록 상승해 2009년 초에는 13~14%대까지 치솟고 있다. 이는 정부의 실업률 통계치가 2003년 초 3.8%에서 2009년 4월 3.8%로 거의 변하지 않고 있는 것에 비하면 완전히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실업률과 체감실업률의 괴리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도표4> 한국의 체감실업률 추정 분석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정부 당국이 실업률 통계를 3~4% 수준으로 맞추며 숫자놀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실질적인 체감실업률은 경제위기로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나 미국과 비슷하거나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체감실업률에는 직장에서 해고된 뒤 가사나 육아 종사자로 전환한 경우나 가족단위 자영업에 종사하지만 사실상 실업자인 경우 등은 통계적으로 밝혀내기 어렵다는 점과 군입대를 통한 실업완충 효과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체감실업률이 이보다 더 높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이처럼 한국 정부는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는 인구를 비경제활동인구 등으로 분류하는 식으로 숫자놀음에 가까운 실업률을 내세워 마치 한국이 ‘일자리 천국’인 듯한 착각을 국내외로부터 불러일으키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ILO의 기준을 따른 통계작성법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의 고용 및 실업사정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한 마디로 전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엉터리 실업통계로 제대로 된 정책을 강구할 리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강구한다고 해도 실효성 없는 대책이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일자리 문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을 뿐 실질적인 해결책이 강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을 풀어 인턴제나 희망근로사업 등 일시적인 단기적 일자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며 겉으로 드러난 실업률을 낮추는 데만 급급한 대책으로 경제위기로 더 한층 심각해지고 있는 실제 고용사정을 해결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by 선대인 2009. 6. 15. 09:13


미분양 물량은 현재의 집값 침체 양상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이다. 주택 공급에는 보통 3년 가량의 시차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버블기에 이뤄진 과도한 미분양 물량은 상당기간 주택시장을 짓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전국 미분양 물량이 16만호를 넘어선 데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유효 수요에 비해 주택은 매우 과잉 공급된 상태다. 아래 <도표>에서 알 수 있듯이 200만호 주택건설 사업의 여파로 1990년대 초중반 내내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은 후에도 주택 공급이 계속돼 미분양 물량이 꾸준히 늘어났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3년부터 이미 미분양 물량은 크게 늘어나 1995년 미분양 물량은 15만 호를 넘어섰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주택 가격이 91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으므로 (그래프상으로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한 이후인 93년부터 보면 명목가격지수는 크게 안 떨어진 것으로 나오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격지수로는 외환위기 때까지 거의 반토막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점을 감안해서 보기 바란다) 사실 미분양 물량은 91년부터 꾸준히 증가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당시에는 건설업계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며 금융시장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공식 미분양 물량과 비공식 미분양 물량의 괴리가 크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도 95년 공식적으로만 15만여 호를 넘어선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에 최소 4~5년 이상 걸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지금 16만호를 넘는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에는 얼마나 걸릴까? 부동산시장 안팎의 여러 여건을 고려하면 그때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앞서 외환위기 직후처럼 반등할 수 없는 이유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우선, 당시에는 가계 저축률이 20%를 넘어설 정도로 여윳돈도 있었지만 지금은 부동산 담보대출310조원과 2%대의 가계 저축률이 말해주듯 가계의 매수 여력이 고갈된 상태다. 사실 지금은 그 동안 무리하게 집을 산 가계들이 빚 청산과 채무 조정을 하기에 바쁘다. 또 당시에는 경제성장률과 가계의 소득 증가율도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지금은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 기정사실화돼 있고, 가계의 실질소득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또 90년대에는 한국의 수출대상인 세계 경기가 호조를 보였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으며, 조기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이 가장 극심했던 수도권의 경우로 한정해본다면 당시에는 수도권으로 매년 20만~30만명이 순유입됐고 인구 자연 증가폭도 컸지만, 2008년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5.2만명으로 줄었고, 자연인구 증가폭도 크게 줄었다. 향후 추이를 생각한다면 수도권 미분양 물량 해소는 90년대와 비교할 수 없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는 현재의 미분양물량 16만호는 최고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한동안 미분양 물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4월 미분양 물량은 16만 5641호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만 약 3415호가 늘었다. 건설업체들이 4월말까지 설정된 미분양 주택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그 동안 감춰둔 미분양 물량을 추가로 신고한 때문이다. 필자가 한 건설업체임원에게 들은 얘기로는 현재 공식 미분양 물량의 70~80%를 감춰놓고 신고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실제 미분양 물량은 약 25만호 전후라는 것이다. 사실 이는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미분양이 늘어나면 공급과잉이라는 신호이므로 집값과 분양가를 충분히 낮춰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그런 노력은 매우 미흡하다. 대신 건설업계는 정부 부양책에 기대 사람들에게 투기바람을 잔뜩 집어넣어 어떻게든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려고 하는 것이다. 정부가 1만 3000호 가량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주고, 대규모 공공토건사업으로 건설업체에 유동성을 지급해주는 것에 기대 그 같은 임시변통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는 절대 비공식으로 25만호에 이르는 미분양물량을 해소하지 못한다. 아마 현재 상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데만 4~5년 이상 걸릴 것이다.


그런데 이 미분양 물량이 해소가 되기도 전에 지속적으로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90년대 초중반 미분양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데는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뒤늦게 200만호 주택 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탓이 크다. 그런데 2006년경부터 본격화된 제2기 수도권 신도시 사업 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한꺼번에 지정한 뉴타운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량은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쏟아진다. 또 2009~2010년에는 뉴타운 지역에서 기존 주택, 특히 중소형 주택들을 대거 밀어내니 오히려 주거공급을 줄이는 효과를 나타내지만, 2011년이 넘어가면 중대형 위주의 아파트 공급 폭탄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2010년대 주택시장은 만성적인 공급 과잉 상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분양은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택건설(인허가)실적이 줄어 2~3년 후 집값이 뛸 것"이라는 엉터리 보도가 난무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물론 주택경기가 계속 악화되면 주택 공급 물량이 줄어들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는 그렇다. 하지만, 그 같은 주택공급은 유효수요에 대비해 상대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미 유효수요(용어설명)에 비해 지나치게 공급돼 있고 이미 몇 년치 수요를 투기 바람을 불러일으켜 당겨 소진해버린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고 해서 당장 미분양 물량을 단기간 내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은 착각이다. 더구나 현재 예정된 물량들은 이미 토지보상이 이뤄지고, 분양되거나 일정한 행정적 절차가 진행돼 조금 늦춰지더라도 공급 자체가 안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상반기에 버블세븐이 꿈틀거리고 인천 청라 등에서 분양 바람을 일으키는데 성공하니까 당장 5월의 수도권 분양 물량이 2만 가구에 육박하고 있다. 주택건설업체들이 기회를 봐서 분양하려는 물량들을 막대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다.


주택건설업체들 사정을 보더라도 주택경기가 얼어붙는다고 해서 건설업체들이 분양 안 하고 주택 안 지을 수는 없다. 거꾸로 건설업체들은 어떻게 보면 막대한 미분양물량에 자금이 묶여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분양해서 ‘자금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각 건설업체들이 분양수입이 없는 채로 이미 사놓은 2~3년치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들을 금융비용만 계속 지출하면서 놀릴 수 있을까.


실제로 2009년 건설업체들이 계획하고 있는 분양 물량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아예 어떤 건설업체들은 거의 100% 수도권 분양으로만 채운 경우도 있다. 지방은 이미 극도의 주택시장 침체에 빠져 있으니 상대적으로 상황이 양호한 수도권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건설업체들이 거의 비슷한 경영판단을 하고 있다. 결국 수도권 분양에 사활을 건 건설업체들의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고 할 때 미분양은 더욱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잔뜩 쌓여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나마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3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체들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유도했으면 그나마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대대적 부양책을 동원해 구조조정을 사실상 막고 있다. 정부가 말로는 ‘구조조정’을 떠들어대지만, '버티면 결국 정부가 도와준다'는 것을 경험한 건설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겠는가? 최대한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틸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상당수 기업들이 좀비기업으로 전락해 ‘정부 재정 호흡기’로 간신히 연명하면서 주택사업을 계속 벌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심화되면 결국 공급 초과로 덤핑경쟁이 벌어져 분양가를 지속적으로 낮출 수밖에 없다.


‘미분양 아파트 분양가 인하 도미노’

(http://www.edaily.co.kr/News/FundEstate/NewsRead.asp?sub_cd=HE21&newsid=01584246589690888&clkcode=&DirCode=00603&OutLnkChk=Y)


‘대형건설사의 굴욕...미분양 앞에 장사 없다’

(http://media.daum.net/economic/estate/view.html?cateid=100019&newsid=20090610145015549&p=akn&t__nil_economy=uptxt&nil_id=1)


등등의 기사 보도에서 보듯이 이미 그 같은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아직 초기 단계일뿐 앞으로 이런 상황은 향후 더욱 확대되고 분양가 인하폭도 커질 공산이 크다. 회사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나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이라는 리스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도 위험에 내몰리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이렇게 분양가 세일이 더욱 확대되면 기존 주택 가격의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분양 당시의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린 것과 정반대의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주택 수요자 입장에서는 결코 서두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현재의 미분양물량을 해소하는데 몇 년 정도가 걸릴까? 지금보다 부동산시장 안팎의 여건이 훨씬 좋았던 90년대 초중반에도 4~5년 이상 걸렸으니 현 상황에서는 이보다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봐야 합당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4~5년 후면 주택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국내외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가계의 부동산 부채 청산 기간 등 현재의 문제뿐만 아니라 2010년대 이후 본격 전개될 급속한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새로운 주택시장 유입층인 젊은 세대의 소득 감소, 수도권 순유입 인구의 추세적 감소 등의 이유로 주택시장은 일본형 장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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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6. 12. 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