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광고에 목매다는 각종 언론들의 부동산 투기 선동이 한 풀 꺾이긴 했습니다만, 계속 되는군요. 어제인가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고점 때 가격을 회복했다는 기사도 떴더군요. 이런 기사들만 접하다 보니 여전히 많은 분들이 지금 집값이 상당한 상승세를 보이는 줄 아는 것 같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최근 집값 상황에 대해 아래 도표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정리해봅시다. 모두 올해 5월까지 국민은행 주택가격 통계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참고로, 국민은행 주택가격 통계도 상당한 문제가 있지만, 각종 부동산 포털에서 제공하는 사기적인 집값 통계보다는 훨씬 신뢰할 만하고 과거부터 추이를 볼 수 있어 편리합니다.


우선 <도표1>을 볼까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락하기 시작한 아파트 가격이 올 2월경부터 주춤해지거나 매우 미미한 수준의 반등이 있음을 알 것입니다. 수도권 전체로 보나, 수도권 각 광역지자체별로 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마저도 이명박 정부의 온갖 부동산 총력전의 결과입니다. 도대체 대다수 신문에서 게거품을 물고 떠드는 대세상승기로 접어든 듯한 집값 반등은 어디에서 일어나는 것일까요?

 

                                                         <도표1>

 


이번 집값 반등의 진원지라는 강남 지역을 한 번 볼까요? <도표2>를 봐주세요. 우선, 위쪽 도표에서 서울 강북 지역과 강남, 서초구의 집값 추이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나마 언론에서 엄청난 집값 상승이 일어난 것처럼 표현하는 곳은 서울의 강남, 서초 등 강남의 3개구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언론에서 고점 때 가격을 거의 회복했다고 하는 강남구와 서초구의 집값이 정말 당시 가격을 회복했나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물론 다른 지역에 비해 이들 서울 강남 지역이 더 상승한 것은 맞지만, 결코 언론에서 말하는 수준의 집값 회복이 실현되지는 않았습니다.


그 같은 강남 집값의 상승 추세를 <도표2>의 아래쪽 도표로 한 번 볼까요? 구별로 집값 통계가 작성된 2002년 12월 이후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2006년 말까지 네 번의 폭등기를 거쳤습니다. 이 네 번의 폭등기 때 집값 상승의 기울기와 올해 상반기의 집값 상승의 기울기를 한 번 보십시오. 과거 폭등기 때와 비교할 때 매우 완만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의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이나 종부세 등 각종 세금 감면과 잠실 롯데 초고층 빌딩 허용, 서울시의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허용 등 온갖 부동산 살리기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표2>

 


이번에는 <도표3>을 참고로 매도세-매수세 동향을 한 번 보도록 합시다. (매도세-매수세 동향 도표를 보는 방법에 대해서는 예전에 썼던 아래 링크 글을 참조해주세요.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628165)타원으로 표시한 부분처럼 집값 상승기에는 매도세 우위가 확 주는 대신 매수세가 따라붙을 때마다 집값이 폭등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의 상황을 보면 매도세 우위가 상당히 줄기는 했으나, 여전히 60~70% 대의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전히 집을 팔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인 다수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매수세는 전혀 따라붙을 조짐이 없습니다. 여전히 매수세가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결국 정부의 규제 완화와 투기 조장책 등을 기대하고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에 들어간 일부 투기수요와 정부 및 언론의 투기 선동질에 부화뇌동한 일부 매수자들이 주택 매매에 호응한 결과 미미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반등세가 연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표3>

 

 

이 같은 언론의 선동질에도 불구하고 매수세 우위를 보이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은 향후 집값이 추가로 상승할 여력이 거의 없음을 시사합니다. 요약하자면, 서울 강남과 양천 등 일부 지역을 빼고는 올해 상반기 집값 반등은 사실상 미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현재로서는 지금의 집값 반등이 대세상승으로 이어질 여력도 거의 없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번 집값 반등이 국지적이고, 일시적인 집값 반등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신문들의 선동보도 때문에 올해 상반기 집값 반등이 상당히 큰 폭으로 일어났고, 집값이 다시 외환위기 때처럼 폭등할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말입니다. 신문들의 부동산 보도가 얼마나 현실을 부풀리고 왜곡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미미한 반등이나마 추후 집값 대세상승의 전환점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하실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누누이 말씀드렸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당장 올해 상반기에 확 줄어들었던 수도권 입주물량이 올 7월부터 시작해 내년까지 대규모 물량만 20만호 가량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값은 재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구나 올해 상반기의 미미한 집값 반등은 정부 당국과 언론들의 ‘조기 경기 회복론’ 유포로 인한 헛바람에 힘입은 바 컸습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의 단기 반등 외에 미국 등 세계의 실물경기가 계속 가라앉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헛바람이 다시 빠지면 어떻게 될까요? 잘들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실수요자라면 넉넉잡고 3년만 기다리면 지금보다 훨씬 싸게 집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겁니다. 괜히 언론의 선동보도에 휘둘려 무리하게 빚을 지고 거품 잔뜩 묻은 집을 사서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6. 18. 08:53

  

앞으로 기사를 보다가 왜곡이 좀 심하다고 판단되는 기사는 하나씩 퍼와서 실제와 비교를 해볼까 합니다. 사람들에게 잘못된 현실인식을 갖게 하는 엉터리 언론보도를 바로잡지 않으면 부동산 문제의 해결도 어렵고, 선량한 일반인들이 너무나 많은 피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급적 언론사와 기자의 실명을 밝혀 실명비판을 하겠습니다. 꾸준히 이런 글을 띄워 기자들에게 경각심도 불러일으킬 생각입니다. 당분간은 시간이 나는대로 해볼 요량이니 간격은 일정치 않을 겁니다. 제가 전직 신문기자였고 또 부동산 문제가 제 전문분야인 만큼 이 같은 일을 할 적임자가 아닐까 판단합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6월17일 발표한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대해 제가 보기에 가장 엉터리 왜곡보도가 심한 아시아경제의 기사와 이와 대비되는 이데일리 기사를 함께 살펴볼까 합니다. 

 

 

 

전국 아파트 거래량 11개월내 '최고' (아시아경제 황준호기자)

 

 

http://realestate.daum.net/news/news_content?type=main&sub_type=&docid=MD20090617110514045&section=recent&limit=20&nil_profile=estatetop&nil_communitytopright=estatenews1

 

 

또한 실거래가 중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서울 강남 개포 주공 1단지(3층)로 지난달 대비 6000만~7000만원이 오른 9억6000~9억7000만원인 것으로 신고됐다. 이어 서초동 반포 에이다이디 차관 아파트(2층)가 10억원에 거래되면서 지난달 대비 최고 6500만원 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강북에서는 서울 도봉구 창동 상계 주공 17단지(10층)가 지난달 대비 400만원가량 상승한 1억31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기록됐다. 경기도 성남 분당에서는 서현 시범 우성아파트(10, 13층)가 6억1500만원~6억3500만원 사이에서 거래돼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 내용을 보면 마치 5월의 실거래가가 오른 곳밖에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5월 실거래가가 전반적으로 다 오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제가 링크한 국토부 보도자료를 한 번 열어서 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mltm.go.kr/USR/N0201/m_71/dtl.jsp?id=155354605

 

오히려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는 가격이 내린 사례가 더 많습니다. 제가 볼 때 지금 패턴은 강남권이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가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으니 다시 호가 거품이 빠지면서 실거래가도 소폭이나마 내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격이 단기에 급등한 탓에 서울 강남의 경우 거래량도 적정가 하한선 이하 거래량을 포함했는데도 지난달 대비 줄어든 것도 그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한 최근에 서울 강남 재건축 가격이 고점 가격을 회복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국토부 실거래가의 2006년 11월 가격과 비교해보면 터무니없는 거짓말임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참고로, 보통 강남 집값이 상승한 뒤 주변지역으로 번져가며 상승했다가 집값이 내릴 때도 비슷한 패턴을 보입니다. 5월 강남 실거래가는 내린 반면 다른 지역의 실거래가는 미미하지만 상승한 사례들이 꽤 있는 것은 강남 상승 여파가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집값 상승의 진앙지였던 강남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국면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어쨌거나 국토부 실거래가를 보더라도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것과 같은 가격 급등세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이번에는 같은 내용을 다룬 기사인데, 훨씬 더 드라이하게 객관적인 보도를 한 기사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위의 기사와는 제목부터 상당히 다른데 같은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달하는 포인트도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도 제가 설명했지만, 지금의 시장 추이를 제대로 읽고 있다면 아래 기사처럼 강남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한 것을 포인트로 잡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집값 상승과 하락에 대해서도 비교적 있는 그대로 전달해주고 있다고 봅니다. 대단히 깊이 있는 분석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이 기사처럼 적어도 주어진 지면에서 최대한 객관적인 보도를 하고자 노력은 해야하겠지요. 이 기사를 위의 기사와 비교해보면 엉터리 왜곡보도가 어떤 식으로 장난치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강남 아파트 거래량 급감..전월대비 765건↓ (이데일리 박성호기자)

 

http://realestate.daum.net/news/news_content?type=main&sub_type=&docid=MD20090617112908658&section=recent&limit=20&nil_profile=estatetop&nil_communitysubright=estatenews4

 

 

(전략)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단지별로 다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77㎡형(2층)은 전달에 비해 1800만~3300만원 가량 떨어진 8억9500만원과 9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강남 개포주공1단지 51㎡형(5층)은 8억9500만원에 거래돼 전월에 비해 최고 5500만원 가량 떨어졌다.

반면 거래량이 증가한 서울 강북지역의 경우 다소 가격이 올랐다. 상계주공17단지 37㎡형(10층)은 전월에 비해 300만원 오른 1억3100만원에 거래됐고 노원구 월계 미륭아파트 52㎡형(7층)은 900만원 가량 오른 2억6000만원에 팔렸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6. 18. 08:46
 

이명박 대통령이 며칠 전 한미 정상회담차 출국 직전 한 라디오 연설에서 “정부가 부자를 위한 정책을 쓴다는 비판도 있지만 사실 감세의 70% 혜택이 서민과 중소기업에 돌아가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한 마디로 감세정책의 효과를 정반대로 호도하는 대국민 기만일 뿐이다. 사실 지난해 정부가 감세정책을 추진할 당시부터 이런 거짓말은 시작됐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감세안 보도자료를 보면 주요 개편내용의 첫 번째 항목으로 ‘중저소득층 민생안정 및 소비기반 확충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감세 혜택의 상당 부분이 중저소득층에 돌아갈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말 뻔뻔스러운 거짓말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얘기하는 감세 혜택의 70%가 서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근로소득세만 놓고 보면 크게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과세표준 4600만원 이상에 돌아가는 혜택이 4400억원, 그 이하가 1조800억원 정도로 중저소득층에 돌아가는 혜택이 70%를 조금 넘는다. 문제는 정부 감세정책 가운데 중저소득층에 돌아가는 혜택이 유일하게 많은 세목이라는 점이다.


전체 감세정책의 혜택이 귀속되는 효과를 따져보면 상황은 전혀 딴판이다. 이종석 회계사(진보신당 정책연구위원)가 분석한 감세 효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2009년 양도소득세 세금감면 추정액 1.5조원과 종부세 세금감면 추정액 2.3조원은 거의 전액 자산 부유층에 혜택이 돌아간다. 법인세 감면 추정액 5.7조원 가운데 4조원 이상이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돌아간다. 중소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은 1.7조원이다. 사업소득세의 경우 과세표준 4600만원(실제 소득 7000만원 수준) 이상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5500억원, 그 이하에 돌아가는 혜택이 3300억원 정도다. 전체적으로 보면 약 75%가 부유층과 대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이 돌아갔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것과 정반대인 것이다.


결국 정부가 내세우는 중저소득층을 위한 감세는 대국민 사기극일 뿐이다. 도대체 정부가 말하는 ‘중저소득층’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이 ‘서울 강남의 종부세 대상자는 대부분 중산층이다’라고 말한 식으로 중저소득층의 개념이 바뀌어 자산이나 소득 상위 10% 안에 들어야 중저소득층이란 말인가.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부유층 감세안을 호도하기 위한 포장술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가 흉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부시 행정부가 추진한 감세안의 감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미국 의회예산처(CBO)의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20%가 감세혜택의 60%를 챙겼다. 또 최상위 1% 가구가 중간 소득계층보다 약 40배에 해당하는 혜택을 입었다.


이런 식의 현상이 한국이라고 안 나타날까. 이미 그 효과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전례가 있다. 2004년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의 인하 효과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2005년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말하는 중저소득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1~6분위 계층에서는 3885억원(6분위)에서 7799억원(1분위)의 후생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고소득층인 7분위(788억원)부터 10분위(1조4454억원)까지는 후생이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하위층의 후생이 줄지는 않았는데, 한국의 경우는 하위층의 후생을 희생해 상류층의 후생을 증진시킨 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정부가 부유층이 주로 혜택 보는 사상 최대 감세안을 추진한 것을 수긍할 수 있을까.


이렇게 감세정책의 혜택이 대부분 상류층에게 집중적으로 돌아갈 경우 경기 부양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2007년 소득계층별 평균소비성향을 보면 최하위 소득계층인 1분위는 220.7%, 2분위는 112.7%인 반면, 상류층인 9분위는 69.2%, 10분위는 61.0%이다. 저소득층은 돈이 없어서 못 쓰고 있을 뿐 돈이 생기면 생기는 족족 소비하지만, 고소득층은 1000만원이 생기면 그 중에 600, 700만원 정도밖에 소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기득권 언론에서 말하는 ‘돈 있는 사람이 돈을 써야 경제가 좋아진다’는 말은 경제적 양극화를 합리화하기 위한 궤변에 가깝다. 그렇다면 같은 21조원으로 어느 쪽에 돈을 쓰는 게 경기 부양에 유리할까. 당연히 소비승수효과를 감안할 때 저소득층에 돈을 쓰는 게 훨씬 유리한다. 굳이 돈을 쓴다면 저소득층을 위한 감세와 바우처 제도(용어설명)를 실시하는 게 이번 감세안보다 훨씬 경기 부양에도 유리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나 영국, 호주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방향은 이런 쪽이다.


이처럼 무분별한 감세정책은 경기 활성화 효과는커녕 재정적자를 늘리고,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고, 물가 상승 등 문제점만 더 키우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현실에서는 감세를 단행해 막대한 재정적자를 초래했던 레이건과 부시 행정부 때에 비해 증세를 통해 재정적자를 흑자로 반전한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훨씬 좋았던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한국도 과도한 감세정책을 추진한 데다 막대한 추경예산까지 일으킨 결과 2009년 한 해에만 약 60조원의 국가채무가 발생하고, 그 가운데 30조원 이상을 국채로 발행해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당장 내년 예산 규모를 줄인다는 얘기가 정부에서 흘러나온다. 그런데 ‘강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은 그대로 두고 가뜩이나 경제위기로 고통 받는 서민들에게 돌아갈 예산만 깎아댈 것 같아 두렵다. 현 정부의 감세정책이 ‘중저소득층 민생안정’과 경기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허울에 불과하다는 점은 이미 드러났다. 본질은 현재 집권세력인 강부자 자신들과 핵심 지지층인 부유층을 위한 감세정책인 것이다. 당장 국가채무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미래의 자원을 흥청망청 탕진하는 꼴이다. 더구나 이렇게 끌어 쓰는 돈을 가치 있게 쓰는 것도 아니고, ‘강부자’ 등 기득권층만 더욱 배불린다는 점에서 괘씸하기 짝이 없다. 한 마디로 이명박 정부가 전 국민의 미래 재산을 가불해 자기 임기 안에 기득권층을 위해 생색내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를 중저소득층을 위한 감세안이라고 포장하고 있으니 얼마나 비열하고 파렴치한가.



by 선대인 2009. 6. 17. 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