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부동자금 800조원'을 둘러싼 소동이 점입가경이다. 언젠가부터 부동자금 800조원 운운하던 기사가 나오더니 얼마 전부터는 경향, 한겨레부터 조중동까지 사설과 칼럼으로 부동자금을 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급기야 며칠 전에는 연합뉴스가 부동자금 800조원 돌파라며 마치 대단한 특종이라도 한 듯이 기사를 써댔다. 많은 신문들이 이를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단기 반등 양상과 연결지으며 '유동성의 힘'이라고 썼다. 이에 편승해 부동산 투기 조장꾼들은 '봐라. 부동산시장을 폭등시킬 돈은 얼마든지 있다"는 식으로 사람들을 선동했다. 특히 정도가 심한 일부 꾼들 중에는 아예 "부동자금이 넘쳐나서 부동산시장이 폭등할 것"이라고 선동하기도 했다. 이를 또 다시 일부 언론들이 옮기기도 했다.  

그런데 밑도 끝도 없이 언론을 통해 회자되고 있는 이 ‘부동자금 800조원’의 말뜻이 너무 모호하다. 우선, 부동자금이라는 말의 뜻이 너무나 모호하다. 경제학 교과서 어디를 뒤져도 부동자금이라는 용어는 없다. 결국 언론 스스로가 지어내 대량 유통시키고 있는 조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언론 보도에서 사용되는 문맥으로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자금이라는 뜻인 것 같다.


더구나 ‘부동자금’이라는 용어가 뒤따라 나오는 ‘800조원’이라는 돈의 액수와 이어지는 것은 당최 이해할 수 없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매는 돈이 800조원이나 된다니. 한국은행이 통화관리의 기본 지표로 삼는 광의통화 M2의 올해 2월 현재 통화량이 1458조원인데, M2의 절반도 훨씬 넘는 돈이 부동자금이라니 황당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판국에 그만한 돈이 투자성 자금으로 대기하고 있다니 한국에 그토록 갑부들이 많다는 말인가? 그리고 만약 800조원이라는 돈이 이리 저리 옮겨다니며 한국 경제를 휘젓고 있다면 한국경제는 엄청난 변동성으로 매일매일 쓰나미를 헤쳐나가는 기분일 것이다. 그것도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300조원, 400조원이라고 했는데, 그 새 400조원이 추가로 늘었다니 한국 경제가 그동안 개벽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실물 경제는 심각한 침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도저히 아귀가 맞지 않는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면 결국 ‘부동자금 800조원’이라는 용어와 이것이 사용되는 용법이 엉터리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 따져보기로 했다. 언론에서 금융감독원 자료를 출처로 삼고 있어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찾아봤지만, 부동자금과 관련된, 또는 단기 수신자금과 관련된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필자가 혹 못 찾았을 수도 있으니, 혹시라도 관련된 공식 자료를 찾으신 분은 알려주시기 바란다.) 언론 보도를 봐도 ‘금융감독원이 며칠 발표한 무슨무슨 자료에 따르면’이라는 표현 대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으로 일관된 것으로 봐서 공식자료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일부 기자가 금감원 자료 가운데 자기 입맛에 맞게 짜맞춘 금액이거나 아니면, 금감원 일부 관계자에게 ‘이러이러한 자금들 합계액 좀 내주세요’ 해서 주문생산한 자료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엉터리 금감원 관계자가 죽이 맞는 엉터리 기자와 ‘합작 생산-유통’했을지도 모르겠다.


좋다. 일단은 접어주기로 하자. 한국은행 자료를 통해 언론에서 단기 부동자금으로 거론하는 단기 수신자금에 해당하는 각종 항목을 모두 더해봤다.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MMF, 발행어음, 양도성예금증서(CD), 어음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매도, 그리고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까지 포함했다. 이외에 언론이 말하는 부동자금이 더 있는지 모르겠으나, 여러 언론 보도에서 언급된 것은 대부분 더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금액의 합계는 올해 2월 현재 546조 6400억원. M2의 37.5%에 해당했다.


그런데 이는 금융감독원이 제시하는 800조원이라는 금액보다 253조여원 적다.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이유를 양쪽 자료를 세부 내역별로 대조하지 않는 한 확실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일단 한국은행은 금융상품별로 집계를 한 것인데, 이 가운데는 일부 단기 자금으로 포함할 수 있는 자금이지만, 만기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어 일부 단기 수신자금으로 포함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자금 규모가 대세를 바꿀 만큼 큰 액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반면 언론 보도를 보면 금감원은 각 금융기관별로 자료를 집계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CD나 채권뿐만 아니라 이들 상품을 편입하고 있는 MMF 등 각종 복합 금융상품이 금융기관별로 여러 번 중복해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한국은행이 집계하지 않는 다른 대상이 더 있을 수 있지만, 큰 그림을 바꿀 만큼 자금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본다면 일단 금감원을 출처로 하는 부동자금 800조원이라는 액수는 상당히 부풀려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고의든 실수든(또는 자료 생산자가 귀찮아서 중복 부분을 걸러내지 않았든) 한국은행 자료와 200조원 이상이나 괴리가 생긴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어, 이 단기 수신자금의 추이를 아래 <도표>를 참고로 한 번 살펴보자. 이 단기 수신자금이 언론에서 언급한 부동자금 전부를 포괄하지는 않더라도 큰 흐름을 살펴보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도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단기 수신자금은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부동산 가격이나 주가의 등락과 상관없이 거의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2002~2003년이나 2006년 하반기에도 단기자금은 꾸준히 늘었다. 만약 언론에서 말하는 부동자금의 의미대로라면 이 당시 투자수익을 노리며 대기하고 있던 부동자금들이 부동산에 들어갔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부동자금이 줄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정황은 전혀 없다.

 

                                   <도표>

(주) 한국은행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렇다면 단기 수신자금이 이동해서 부동산에 들어갔다고 보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부동산 폭등기에 부동산시장에 들어갔던 자금들은 대부분 가계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빚이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잔고 추이 및 증감률을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주택담보대출 잔고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집값이 치솟았던 2005년 상반기와 2006년 하반기에 잔고가 큰 폭으로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강북 중심으로 집값이 뛸 때에도 소폭이지만 잔고 증가율이 비교적 높았고, 올해 2월 강남 재건축의 호가 위주 반등이 일어날 때도 증가율이 소폭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M2 증감률과 통화승수를 보더라도 드러난다. 가계 부채가 늘어나면 금융권을 통해 시중에 풀리는 돈이 늘어나게 되는데 부동산 가격이 뛰었던 2006년말과 2008년 초 M2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는 금융권이 가계 대출을 통해 신용창조를 활발히 한 것이므로 같은 시기 통화승수도 상대적으로 올라갔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부동산에 들어간 돈들은 대부분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빚이지 호시탐탐 때를 보고 있던 천문학적인 ‘부동자금’에서 이동한 돈이라고 보기 어렵다. 언론 보도처럼 투자를 위해 5분대기조처럼 대기하고 있는 자금이라면 왜 그런 자금들로 투자를 하지 은행에서 빚을 내서 투자하겠는가? 물론 단기 수신자금에서도 일부는 부동산으로 이동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뚜렷한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도표에서 M2대비 단기자금의 비율을 보더라도 경기가 상대적으로 좋았을 때 비율이 높고, 경기가 나빠질 때는 오히려 단기자금 비율이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언론에서 사용하는 의미대로라면 경기가 불확실할 때 관망하며 적절한 투자처를 물색하는 자금이므로 상대적으로 그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상황은 정반대인 것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언론에서 보도하는 부동자금의 성격이 실제와 많이 다른 것임을 추정케 한다. 결국 언론이 부동자금이라고 부르는 단기 수신자금의 성격이 단기 투기성(투자성) 자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합계 300조원이 넘는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예금 등은 대부분 일상적, 정기적 거래에 수반되는 지급이나 결제를 위한 자금이지 투자성 자금이라고 하기 어렵다. 또한 합계 106조원에 이르는 CD, RP 등은 일반인들을 상대로 금융상품으로 판매되는 것이다. 일반 고객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상 수익을 얻기 위해 이미 투자한 자금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이를 수익성이 더 좋은 다른 곳으로 금방 옮기기 위한 단기 대기 자금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37조원에 이르는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 등 단기 저축성 수신 또한 안전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이를 투자 대기 자금으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다.


비은행권에서 판매되는 MMF나 증권사 RP, 단기 채권형 펀드, 종금사 발행어음 등은 앞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상당 부분 중복 계산으로 그 금액이 부풀려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들 자금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에 민감하지만 경우에 따라 다른 투자처로 이동할 수 있지만, 이들 자금도 수백조원씩 옮겨 다니는 뭉칫돈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이 가운데도 증권사 CMA 상품에 편입돼 결제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금액이 35조원에 이른다.


이렇게 볼 때 단기 수신자금은 대기성 투자 자금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일상적인 거래를 위한 결제성 자금(거래적 동기)이거나 갑작스러운 자금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자금(예비적 동기)이지 투자나 투기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자금(투기/투자적 동기)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같은 부동자금의 실체에 대해서는 과거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도 대부분 결제성 자금이나 예비성 자금 등 정상적 자금이지 투자 대기 자금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적이 있다. 당시 박승 전 총재는 단기 수신자금 가운데 정말 언론이 말하는 성격의 투자 대기 자금이 얼마인지 파악하기 힘들며, 있다면 전체 단기성 예금의 극히 적은 부분일 것으로 추정한 적이 있다. (월간조선 2003년 12월호) 


실상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왜 ‘부동자금 800조원’이라는 망령이 계속 돌아다니는가? 물론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은행이 금리를 급격하게 낮춤에 따라 일부 자금이 단기화해서 좀 더 나은 투자처를 물색하는 흐름이 조금은 있을 수 있다.주식시장의 경우 한국은행이 밝힌 것처럼 개인들의 직접 투자가 늘면서 CMA나 개인예탁금 비중이 늘었다는 점에서 단기 자금의 일부가 유입된 효과가 제한적으로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부동산에 단기자금이 흘러든 뚜렷한 증거는 없다.  그나마 자산시장으로 흘러든 단기 자금은 언론에서 과장하는 ‘부동자금 800조원’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언론의 전문성이 낮아 부동자금의 성격을 잘못 알고 최초의 엉터리 보도를 걸러내지 못하고 확대재생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정도는 선의로 해석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 실물경제가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데도, 집값이나 주가 상승을 합리화하거나 심지어 자산시장 투기를 부추기려는 의도가 짙어 보이는 경우도 있다. 당장 일부 언론이나 부동산 투기 조장 전문가들이 최근 “그 많은 부동자금이 결국 어디로 가겠느냐”고 선동하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도 본 것처럼 지금까지 부동산 투기는 대부분 가계의 금융권 차입 자금으로 이뤄져 왔다. 지난해 말부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됨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인하하면서 M2가 늘고 있기는 하나 그 증가율은 하락세이며, 통화승수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결국 금리가 낮아졌지만 실물부문에 돈이 충분히 돌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물론 정부의 각종 경기 부양책이나 저금리 정책을 통해 통화량이 일부 늘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을 곧바로 인플레이션이나 자산 가격 앙등으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다. 여러 번 지적했지만,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이 거의 한계에 이를 만큼 이른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추가 상승할 여력은 거의 바닥 나 있다. 단기적으로 호가 위주의 상승은 가능하지만, 대세상승으로 이어질 여력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부동자금이 800조원이나 되니 투기 바람이 조금만 불면 집값이 언제든지 과거처럼 급등할 수 있다’는 인식은 환상일 뿐이다. 그것도 한 순간의 선택으로 10년 안에 패가망신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환상이다.

이 같은 '부동자금 800조원'을 둘러싼 정부당국과 언론의 소동을 보면서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한 씁쓸함을 느낀다. 그동안 알고도 그런 건지, 몰라서 그런 건지 수수방관하던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요 며칠 사이 현 상태에서는 "유동성 과잉"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부동자금 800조원'의 큰 흐름을 살피고, 그것이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위에서 본 것처럼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온 나라가 그 문제를 둘러싸고 이런 난리를 치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과장된 엉터리 왜곡 정보가 온 나라를 뒤흔드는 상황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에 제대로 된 정보 필터링 기능이 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언론은 최소한의 상식을 갖춘 것인지, 또 그런 언론보도가 난무하는 동안 이 땅의 수많은 경제학자라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또 정책당국은 뭐란 말인가? 정책당국을 출처로 인용한 언론보도가 연일 이어지는 동안 도대체 뭘 하다가 이제서야 "유동자금이 많지 않다"고 떠들어댄다는 말인가?

 

정책당국이 그동안 정말 부동자금의 실체를 몰랐던 것인지, 알고도 모른 척 했던 것인지조차 의아하다. 정말 몰랐다면 모두 옷을 벗어야 한다. 언론에서 말하는 부동자금의 실체도 모르고 정책운용을 하고 있었다면 기본적인 정책 판단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알고도 모른 척 했다면 더 파렴치한 것이다. '부동자금 800조'라는 엉뚱한 정보가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고 있는데도, 어떤 정책적 이해관계 때문에 이를 알고도 모른 척 했다면 국민들을 기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나타나는 흐름을 보면 후자의 개연성이 상당히 있는 것 같다. 그동안은 정부 당국은 '부동자금 800조원' 보도가 주식 및 부동산을 띄우는 데 도움되는 것으로 여겨 방치했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지나쳐 최근에는 일부 언론에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문이 나오니 펄쩍 뛰는 것이다. 최근 윤 장관이 "전체적으로 단기부동자금이 많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정부의 정책기조를 바꿀 타이밍이 절대 아니며 올해는 아마도 (유동성을 회수하기가) 힘들 "이라고 말했다는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자산시장을 띄우는 데 이용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사실 실물경제가 아직도 엄동설한인 상황에서 유동성 흡수하라니 현 정권의 생리상 가만둘 수 없는 상황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최근 보도의 흐름과 정책당국의 반응을 보면 충분한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어떤 경우이든 이런 정책당국과 이런 한심한 수준의 언론에 휘둘리며 살아야 하는 이 나라 서민들의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5. 22. 00:34


요즘 군소 경제신문들을 중심으로 엉터리 보도들이 난무하니 마치 지금 집값 오르는 것이 대세인 양 착각하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속된 저금리 기조와 원리금 상환 만기 연장으로 버틸 힘을 얻은 잠재 매도자들이 정부와 엉터리 언론의 각종 투기 선동책으로 집값이 일시 반등한 것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내려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0년대 수도권의 집값 상승-하락 패턴을 보면 용머리에 해당하는 강남 집값이 오른 뒤 점점 여타 지역으로 올랐다가, 다시 같은 순서로 용머리부터 떨어져 다시 떨어지는 현상을 보입니다.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강남 재건축은 확실히 매수세가 따라 붙지 않으면서 호가가 계속 빠지고 매매가도 떨어졌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90518017003

‘서울·신도시 아파트값 상승세 꺾여’ 기사 참조 ) 다른 지역의 상승세도 한 풀 꺾이면서 이제 다시 집값이 떨어지는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벌써 집값 상승-하락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경매 낙찰율이 다시 떨어지고 있습니다. (http://www.asiae.co.kr/uhtml/read.jsp?idxno=2009051910251153188

강남 '경매 매각가율' 하락.. 분당 상승세도 '움찔' 기사 참조)



그리고 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데, 지난해 경기 남부 시장을 얼어붙게 했던 ‘입주 물량’의 70% 가량이 올 하반기에 몰려 있습니다. 올 상반기에는 입주 물량이 적은데다 정부의 투기 조장책과 성급한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헛바람이 들어 부동산 가격이 일시 반등한 것입니다. 하지만 하반기에 대규모 입주물량 폭탄이 쏟아지면 다시 역전세난과 집값 하락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입주물량 폭탄은 내년에 터집니다. 아래 <도표>를 보시면 수도권의 주택 건설(인허가)실적은 2007년에 30만호를 넘었습니다. 분양가상한제를 앞두고 밀어내기 분양한 물량들이 2007년 하반기에 대거 몰리면서 빚어진 현상입니다. 이 분양 물량들의 입주물량은 대부분 내년에 도래합니다. 2000년대 초반과 같은 부동산 활황기이면 모를까 지금 같은 침체기에 이 정도 물량을 받아줄 수 있을까요?

 


지금 인천 청라와 송도에서 분양 과열이니 이야기를 하지만 인천 청라와 송도를 제외하고는 전국 어디에서 분양이 성공하고 있는지 잘 한 번 보십시오. 없습니다. 인천 청라는 1년 후 분양권 전매가 되고, 분양가 상한제로 인근 다른 아파트보다 평당 100만원 이상 싸고, 양도소득세 등이 감면되기 때문에 한 마디로 잘만 하면 한 번 먹고 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투기판입니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지금 미분양물량으로 자금이 매인 건설업체들이 ‘떴다방’들을 동원해 이런 투기 바람을 더욱 부추기고, 임직원 가족들까지 동원해 바람을 잡았습니다. 인천 청라 지구는 분양 물량이 너무나 대규모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나면 업체들로서는 곡소리 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바람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건 것입니다. 광고매출이 지난해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군소 경제지들에 광고물량 헐값에 주고 엄청난 선동기사들을 양산한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시야를 넓혀볼까요? 지금 대규모 분양이 이뤄진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2~3년 후부터 대규모 입주물량 폭탄으로 이어진다는 말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올해 하반기부터 물량폭탄이 터집니다. 올 7월 논현지구의 한화물량 1·622가구, 1298가구를 포함해 내년까지 1만 2000여가구가 입주합니다. 내년에는 송도에서 2008가구, 청라에서 7957가구가 들어섭니다. 인천 시내에서도 올해 10월 중구 운남동에서 1022가구, 서구 신현동에서 2966가구가 입주합니다. 이렇게 물량폭탄이 이어지는 가운데 분양물량도 계속 증가합니다. 내년 신규 분양 물량은 3만310가구에 이릅니다. 이뿐인가요? 한강신도시와 검단신도 등 서울에서 더 가까운 신도시에서도 신규공급이 넘쳐납니다. 이런 추세가 향후 계속될 텐데 인천 집값이 오를 수 있을까요? 지금 인천 청라에서 분양받은 분들은 정부의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피’만 챙기고 빠져나오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인천경제특별구역이라고 하지만 아파트 개발말고 진척된 사업이 없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서 실수요자로 살겠습니까? 그런데 앞서 말한 물량 폭탄 때문에 아마 이들은 ‘피’를 챙기기는커녕 ‘피박’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분양물량에 대해 말씀드릴까요? 며칠 전 발표한 국토해양부 자료를 보면 미분양 물량이 사상 최고치를 다시 기록한 것을 아실 겁니다. 경기도에서만 약 3500호 이상 늘었습니다. 건설업체들이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미분양 물량으로 신고한 물량이 나온 것입니다. 제가 동부건설 임원한테 들은 얘기로는 지금 공식 미분양 물량의 70~80%를 감춰놓고 신고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미분양이 늘어나면 공급과잉이어서 집값과 분양가를 낮추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아직도 사람들에게 투기바람을 잔뜩 집어넣어 어떻게든 부동산 폭탄을 떠넘기려 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1만 3000호 가량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주고, 대규모 공공토건사업으로 유동성을 지급해주는 것에 기대 그렇게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절대 비공식 물량까지 25만호에 이르는 미분양물량을 해소하지 못합니다. 아마 현재 상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데만 4~5년 이상 걸릴 겁니다.


그런데 이게 해소가 될까요?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엄청난 규모의 입주물량 폭탄이 2010년부터 본격화됩니다. 각종 제 2기 신도시 물량도 2010년,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집니다. 서울과 경기도의 뉴타운 지역 물량도 2010년 이후 본격화됩니다. 지금은 뉴타운 지역에서 기존 주택, 특히 중소형 주택들을 대거 밀어내니 오히려 주거공급을 줄이는 효과를 나타내지만, 2011년이 넘어가면 그때는 중대형 위주의 아파트 공급 폭탄으로 돌아옵니다. 2010년대 주택시장에서는 만성적인 공급 과잉 상태가 됩니다. 미분양은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언론에서는 주택건설(인허가)실적이 줄어 2~3년 후 집값이 뛸 것이라는 얘기밖에  안 나오죠? 아이러니하지만 거의 같은 시기에 주택착공 면적이 늘었다는 기사는 보셨나요?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09051110087010224&outlink=1

‘3월 주거용 건물 착공, 1년 새 80% 증가’ 기사 참조) 주택건설실적이 통계상으로 안 좋은 것은 건설업체들이 주택경기가 좀 풀리면 분양하려고 유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버블세븐이 들썩거리고 인천 청라에서 분양 바람을 일으키는데 성공하니까 당장 이 달 수도권 분양 물량이 2만가구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주택경기가 얼어붙는다고 해서 건설업체들이 분양 안 하고 주택 안 지을 수 있을까요? 지금 엄청난 미분양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걔네들은 어떤 식으로든 분양해서 자금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분양수입이 없이 각 건설업체들이 사놓은 2~3년치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들을 금융비용만 계속 지출하면서 놀릴 수 있을까요? 물론 그 중 일부는 토공이나 다른 건설업체에 팔아넘기거나 지연시킬 수 있겠지만, 얼마나 그런 식으로 버틸 수 있을까요? 결국 주택을 계속 쏟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시장 흐름에 맡겨 외환위기 이후 3.5배 가량 늘어난 건설업체들이 구조조정되도록 했으면 그나만 주택 공급이 좀 줄어들 겁니다. 그런데 정부가 대대적 부양책을 동원해 구조조정을 사실상 막고 있습니다. 정부가 말로는 ‘구조조정’을 떠들어대지만, '버티면 결국 정부가 도와준다'는 것을 경험한 건설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할까요? 최대한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틸 겁니다. 그러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좀비기업으로 ‘정부 재정 호흡기’로 연명하며 주택사업을 벌이겠죠? 그러면서 공급 초과로 결국 덤핑경쟁이 벌어지고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http://www.edaily.co.kr/News/FundEstate/NewsRead.asp?sub_cd=HE21&newsid=01584246589690888&clkcode=&DirCode=00603&OutLnkChk=Y, ‘미분양 아파트 분양가 인하 도미노’ 기사 참조. 아직 초기 단계일뿐 앞으로 이런 상황은 더욱 확대되고 분양가 인하폭도 커질 것입니다.) 결국 건설업계 전반이 서서히 공멸로 치닫고 점점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구, 가구가 줄고, 그 가구의 소득이 줄고, 집값은 계속 떨어지는데 투기바람도 못 일으킵니다. 그렇게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면 결국 수면 아래에서 계속 건설업계와 가계의 부실 채권이 늘어나 금융권도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일본이 걸어갔던 길과 매우 유사합니다. 


현 정부가 이 같은 길을 피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강부자정권’ ‘건설족정부’인 현 정부는 오로지 자신들 임기내에 돌아오는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경제를 장기 침체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5. 21. 09:54


 

최근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집값이 일시 반등하는 가운데 한국 신문들의 부동산 투기 선동형 보도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 언론의 왜곡 엉터리보도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신문의 부동산 및 교육 분야 보도가 매우 편향적이고 왜곡돼 있는 것도 한국 신문의 광고 매출 비중 가운데 부동산과 교육 관련 분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해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왜곡된 정보가 생산-유통-소비(수용)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왜곡되고 편향적인 기사들 때문에 일반 서민들이 입는 피해가 너무 큽니다. 따라서, 한국 언론들이 어떤 식으로 장난치는지를 알 수 있다면 잘못된 언론 보도에 좀 덜 휘둘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전직 신문기자로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대표적 왜곡보도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니 참고바랍니다.



1. 현실과 전혀 다른 과장 보도:


예를 들어, 주변에서 흔히 보는 1인가구는 대부분 집값은 오르는데 소득은 없어 결혼을 늦추는 노총각, 노처녀이거나 고령화로 배우자와 사별한 독거노인들인데 언론에 나오는 1인가구는 왜 대부분 ‘골드미스/미스터’에 관한 얘기들뿐인지 생각해보라. 또 부동자금 800조원이 돌아다닌다는 보도가 판을 치는데, 정말 그만한 돈이 돌아다닌다면 한국 경제가 극심한 침체 상황에서 어떻게 그많은 투자성 대기자금이 돌아다닐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 하이닉스 유상증자 공모주 청약에 26조원이 몰렸다며 부동자금이 엄청나다고 하는데, 실제 공모주 청약 증거금은 훨씬 더 작은 규모다.


2. 엉터리 통계나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하거나, 제대로 된 통계나 여론조사 결과라도 견강부회식으로 활용하는 경우:


며칠 전 한 군소경제신문에서 ‘일반인들은 대세상승, 전문가들은 반짝 반등’이라는 유의 제목으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기사 내용을 읽어보면 부동산 114가 전국 회원 몇 백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향후 3개월 이내에 집을 사겠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절반을 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 마디로 대표성이 심각하게 의심되는 엉터리 여론조사 결과를 마치 대다수 일반인들의 생각인 것처럼 포장한 기사였다. 부동산 114의 회원들이라면 대부분 부동산 투기 성향이 높거나 적어도 부동산 문제에 관해 부동산포털에 세뇌가 되다시피한 사람들이 다수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일반 국민들을 대표할 수 있는가? 그 설문조사 결과대로라면 전 국민의 절반 정도가 3개월 내에 집을 살 의향이 있다는 것인데, 주변 사람들 가운데 지금 자금 여유가 있어서 집을 살 여력이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파렴치한 왜곡보도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조사 방식, 표본오차, 신뢰구간 등도 밝히지 않고 일반인들을 오도하는 통계나 여론조사를 활용해 사람들을 선동하는 기사를 주의하라. 같은 통계라도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통계를 ‘제3의 거짓말’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강대 김모교수처럼 90년대초 부동산 버블의 정점이었던 1991년의 전국주택가격지수를 기준점으로 삼아 한국에 부동산 버블이 없는 것처럼 호도하고 이를 언론이 받아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3. 건설업체나 부동산 중개업소 등 이해관계자들이 뻥 튀기는 주장을 ‘완성된 현실’처럼 보도하는 경우:


예를 들어, 호가와 실거래가/ 청약률과 계약률과 관련된 기사들이 그렇다. 최근에 쏟아진 많은 기사들 가운데 ‘잠실 재건축 고점 대비 95% 회복’ 이런 유의 기사가 많았다. 그런데 기사를 읽어보면 실거래가가 아니라 매도호가를 그만큼 올린다는 것일 뿐이다. 기사에도 그 같은 매도호가에 사려는 매수세는 거의 없다고 나오면서도 그런 기사를 쓰는 것이다. 국토부 실거래가를 보면 지역별로 다르지만 버블 세븐의 경우 지난해말 고점 대비 약 30% 가량 떨어진 뒤 연초부터 4월까지 약 10~15% 상승한 정도다. 청약률과 계약률도 마찬가지다. 현 상태에서 인천 청라처럼 일시적 바람을 일으켜 청약률을 높일 수는 있다. 건설업체들이 기획부동산과 짜고 바람을 잡거나 심지어 임직원 가족들까지 동원해 청약률을 높인다. 또 일반인들도 실제 계약하지 않더라도 우선 청약은 해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4. 지표의 의미를 불안심리를 조장하는 방향으로 정반대로 왜곡하는 경우:


최근 ‘주택건설실적이 줄어 2~3년후 집값 폭등할 수도’ 유의 기사가 쏟아졌다. 주택건설실적은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을 줄인 말로 분양 전 건설업체들이 건설할 수 있는 인허가 절차를 마친 것을 말한다. 그런데 주택경기가 꺾이면 주택건설실적이 줄어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공식적으로만 16만호가 넘는 미분양물량이라는 미판매 재고가 쌓여 있는데 신규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이 줄어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는 다른 대부분 나라에서 주택건설허가 실적이나 주택착공(housing starts) 실적을 주택경기 선행지표로서 보도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외국에서는 이런 실적이 저조하면 주택경기가 여전히 위축돼 있다고 얘기하지 우리처럼 2~3년 후에 집값이 폭등할 수 있으니, 지금 집을 사두라는 식의 기사는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올해 수도권 입주물량의 70% 가량이 하반기에 몰려 있고, 2007년 수도권 주택건설실적이 예년보다 훨씬 많은 30만호가 분양돼 대부분 2010년에 입주물량으로 쏟아지는데 그것 때문에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보도는 본 기억이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재 인천 청라와 송도에 분양 물량이 쏟아진 것이 2~3년후 입주 시점에 물량폭탄으로 이어져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보도도 본 기억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왜곡양상이 너무 심하다. 같은 유의 사안에 대해 블룸버그나 유수의 외국 언론들이 어떻게 보도하는지를 비교해보라. 꼭 부동산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대해서도 외국 언론의 보도와 비교해보면 한국 언론이 얼마나 부풀리기 및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는지 잘 아실 수 있을 것이다.


5. 단순한 개발호재와 연관해 집값이 오를 것처럼 언급하는 기사:


예를 들면, 지하철 9호선 개통과 함께 주변 역세권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유의 기사들이다. 물론 그 같은 개발호재는 당연히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그 같은 개발호재는 일정한 시점에는 이미 선반영돼 있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경기 불황이 심할 경우 개발계획이 제 속도를 내기 어려워 지연되는 경우 중간에 들어간 사람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또한 지금처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는 중장기적으로 웬만한 개발호재는 덮일 수도 있다. 또한 지금 특정한 지역이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의 웬만한 지역에는 한, 두 개 개발호재가 없는 곳이 없다. 한, 두 개 개발호재만으로 특정 지역에서만 집값이 급상승할 것처럼 보도하는 기사는 주의해야 한다.



6. 중장기적 국면을 보지 않고 단기 국면만 보여주는 기사:


지금 같은 시기에는 멀리 넓게 내다봐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인천 청라 분양에서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2,3년후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속에서 물량폭탄이 쏟아질 경우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부동산 거래량을 소개하는 기사에서도 거래량이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전월 대비로 30% 증가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지만, 여전히 거래량이 고점이었던 2006년 대비로는 1/4~1/5수준에 머물고 있음은 보여주지 않는다.



7. 일부 몇 가지 사례를 가지고 일반적 사례인 양 포장하는 경우:


한국 언론계의 한심한 격언 가운데 하나가 ‘케이스 세 개면 기사 쓴다’라는 게 있다. 기사가 쓰고자 하는 소위 ‘야마(리드-머리 문장)’에 맞는 사례 세 개면 어떤 식의 기사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학술보고서 등과 달리 대중을 상대로 하는 언론 보도에서 생생한 사례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경우다. 일반적 상황과 다른 몇 개 사례만으로 전반적인 상황을 완전히 호도하는 기사들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최근 시사매거진 2580에서 화성 동탄의 집값이 많이 오른 것으로 소개했는데, 화성의 경우 최근 대기업 본사 인력들의 일시 대규모 유입으로 집값이 올랐다. 이런 상황이 전체 수도권에서 함께 벌어지는 것으로 보도하는 것은 전체 상황을 왜곡하는 것이다. 또, 일부 여유자금을 가진 사람들 케이스 몇 가지를 가지고 현재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이다. 또는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격이 싸고 전매가 가능하고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 등이 주어지는 인천 청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청약시장이 참패를 겪고 있는데도 전체 분양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8. 은연중에 사람들을 세뇌시키는 용어를 쓰는 경우:


예를 들어, 집값이 내리면 침체로 쓰면서 집값이 오르면 ‘봄바람’이라는 식의 표현을 쓰는 언론들이 많다. 마찬가지로 일부 언론에서는 높은 집값 상태에서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집값 안정’이라며 긍정적 뉘앙스를 쓴다.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질지 모르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 같은 표현들이 사람들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을 은연중에 규정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가장 문제 소지가 많은 표현이 ‘폭락론자’ ‘비관론자’ 같은 딱지 붙이기이다. 그런 표현 속에는 그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현실을 부정적으로 부풀린다는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악의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선동적 보도들을 많이 하는 언론일수록 그 같은 표현을 많이 쓴다는 점에서 악의가 다분히 녹아있다고 믿는다. 만약 구체적 근거도 없이 막연한 믿음만으로 세상을 비관적으로 본다면 비관론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종교적 종말론자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현실이 부정적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그런 현실을 구체적인 근거와 분석을 통해 설명했다고 해서 그것을 비관론이라고 표현하는 게 온당한가? 비유하자면, 환자가 중병에 걸려 있는데 이 환자를 진단한 의사가 ‘환자가 중병에 걸려 있다’고 말하는 것이 비관론인가? 마찬가지다. 필자의 경우 한국 부동산 버블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그 버블이 이제 터질만한 시점에 이르렀으며, 여러 요인들에 의해 부동산 시장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설명했다. 물론 필자도 신이 아닌 이상 필자의 모든 설명과 전망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할 수는 없다. 특히 지금처럼 정부가 온갖 부동산 부양 총력전을 통해 부동산시장의 자연스러운 조절 메커니즘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쉽지 않다. 다만 주어진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구조적 흐름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는 것뿐이다.


참고로, 우리 연구소는 기자들의 전화 코멘트 요청에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응한 적이 없다. 단독 인터뷰나 기고문 등 충분히 연구소 생각을 전할 정도의 포맷이 아니라면 중간에 코멘트로 나간 것은 거의 대부분 연구소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나간 경우다. 그러다 보니 일부 언론은 연구소의 책 내용을 옮기면서 마치 직접 코멘트를 딴 것처럼 보도한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 내용이라도 제대로 소개하면 좋은데 책의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에 있는 두 문장을 이어 붙인 사례까지 있었다. 심지어 필자가 응하지 않는다고 거절했는데도 마치 직접 인터뷰한 양 한 사례도 여러 차례다. 이들은 필자가 사과를 요구해도 응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니 ‘함구했다’는 표현을 써 마치 필자가 뭔가 켕기는 게 있어서 입을 다문 것처럼 포장하기도 했다. 한국 언론의 문제가 이해관계를 매개로 한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기자로서 최소한의 기본 자질과 매너도 갖추지 못한 기자들의 행태 문제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언론의 엉터리 왜곡보도와 기자들의 무례한 취재원 응대는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가기 마련이다. 한국 신문업계 전체가 지난 10여년 동안 급격한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한국 언론 스스로 독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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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5. 19. 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