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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표적인 국책연구소인 KDI
사실 정부 감세안은 발표 당시부터 한국 경제 전반의 구조 변화와 급속한 고령화 등에 따른 사회보장 및 복지수요 증대 등을 따지지 않고 집권세력 자신들과 부동산 부자 및 재벌기업 등 부유층을 위한 감세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한 닥쳐올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와 정부의 확대재정정책에 따라 재정적자가 급증해 향후 재정건전성과 한국경제 전반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재정수지는 사상 최악인 12조 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국가부채는 정부 추산으로 GDP 대비 35.6% 수준인 366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국가부채가 GDP 대비 2014년까지 51.8%로 급증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KDI나 국회 예산정책처 추산대로 감세 규모가 커지면 향후 재정적자는 겉잡을 수 없이 크다. 따라서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KDI의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맞는지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정부가 추산한 감세정책에 따른 감세 규모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약 35.3조원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08년 6.2조원, 2009년 11.6조원, 2010년 13.2조원, 2011년 3.9조원, 2012년 0.4조원 등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전년 대비 세수 감소폭을 계산해 해마다 누적되는 감세 효과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실제 세수 감소 효과를 매우 과소 평가하게 된다. 반면 올해 2월 국회 예산정책처
<도표1> 감세안에 따른 감세효과 추산방식 비교
㈜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로부터 KSERI 수정 작성
왜 이처럼 양쪽 추산상의 엄청난 차이가 발생하며, 어느 쪽이 감세 규모를 더 정확히 반영하는지 <도표1>을 참고로 알아보자. 기획재정부가 사용한 전년 대비 방식은 감세안이 시행된 뒤 발생하는 매년 전년 대비 추가로 감소하는 세수분만을 단순 합계한 방식이다. 반면 예산정책처의 방식은 감세정책이 시행되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감세정책을 시행한 기준연도 이후 매년 누적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세수 감소분을 합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도표1>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정부 추산 방식에서는 t+1기에 C만큼의 감세효과가 발생하는 반면 예산정책처 방식에서는 A, B, C를 모두 합계한 만큼의 감세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 t+2기에는 예산정책처 방식에서는 여전히 A만큼 세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잡히는 반면 정부 방식으로는 오히려 B와 C의 합계만큼 세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잡히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 추산 방식을 사용하면 세수가 줄어드는 초기의 세수 감소분만 집중 반영하게 되고 실제로 매년 누적적으로 발생하는 감소효과는 제외하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 의회예산처(CBO, Congressional Budget Office)는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산한 방식처럼 기준연도 방식을 사용해 세수 변화 효과를 추산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정부 방식은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감세 정책의 효과를 매우 작아 보이도록 하는 것으로, 향후 재정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감세 효과를 보자면 국회 예산정책처의 추산이 더 정확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거꾸로 정부 방식은 감세정책에 대한 대중적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감세로 인해 재정에 미칠 악영향을 축소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감세정책에 따른 세수감소와 이에 수반되는 재정적자 누적과 국가채무 증가는 정부가 추산한 것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예산정책처 추산에 따르면 감세정책에 따른 감세 효과는 2010년 이후 3년 동안 전체 감세액의 80% 가량인 약 78조원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미 올 한 해에만 지난해 예산 대비 약 20% 가량인 약 58조원 이상의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감세정책 만으로 2010년 이후 연간 25조원 전후의 재정적자 발생 요인이 있는 것이다. 더구나 향후 전세계 및 국내 경기가 2007년 이전과 같은 상황으로 복귀하는 데 최소 3~5년 이상 걸린다고 볼 때 세수 기반 자체가 줄어드는 것과 맞물리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경제가 현 정부가 마련한 감세정책을 감당할 여력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아래 <도표2>를 보면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수입이 전체 국세 수입의 약 72%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와 함께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감세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 같은 감소분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 등을 중심으로 다른 세목에서 세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부인하기는 했지만, 부가가치세 인상 방안이 거론되는 한편 정부가 180여개 비과세 감면제도 중 올해 일몰시기가 도래하는 86개를 중심으로 비과세 혜택을 없애겠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자신들의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앞뒤 재지 않고 추진하는 감세안 때문에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한편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도가 아니라 이미 발밑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도표2> 국세수입 세목별 추이 및 비중
(주) 기획재정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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