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라는 중환자가 어느 날 응급실에 실려 왔다. 50대의 이 환자는 이미 10년 전인 1998년에도 비슷한 증상으로 1년여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살아난 적이 있었다. 당시 수술은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서 2차 수술이 필요했지만 ‘한국정부’라는 의사는 어려운 수술을 기피하고 환자에게 강심제를 투여했다. 시간이 지나자 이 환자의 상태는 점점 좋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1999년에 놓아준 ‘IT붐’이라는 강심제는 상당히 효과가 좋았다. 힘이 없어 축 처져 있던 환자가 갑자기 건장한 청년처럼 동네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부작용이 나타났다. 상체는 갈수록 살이 찌는데 하체는 빼빼 마르기 시작했다. ‘양극화’라는 신종 만성질병이었다. 그러면서 다시 체력이 떨어졌고, 체력이 떨어질 때마다 수술 당시 치료하지 못했던 속병 증상이 툭툭 불거지곤 했다. 2002년경 다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의사는 ‘카드채 버블’이라는 강심제를 놔주었다. ‘IT버블’만큼은 아니었지만, 이 강심제도 상당히 효과가 좋았다. 다시 원기가 살아난 환자는 다시 정상인의 생활로 돌아간 듯 했다. 그런데 1년여쯤 후 ‘카드채 버블’이라는 강심제의 부작용으로 앓아눕자 의사는 다시 응급처방을 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하체는 더욱 부실해졌고, 발목 아래가 곪기 시작했다. ‘카드채 버블’이라는 강심제를 맞으면 몸 속에서 ‘신용불량’이라는 독소가 생겨나는데 그 탓이었다.


환자 가족들이 차츰차츰 이 의사의 실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환자 가족들은 “왜 환자가 괜찮아졌다고 하는데 조금만 지나면 다시 문제가 생기느냐”고 따지고 들었다. 사실 그 의사는 1960년대에 레지던트와 인턴을 거쳐 1970~1980년대에 전문의로 일하면서 실력을 쌓았다. 하지만 이후에는 안주하기 시작해 새로운 의술을 배우는데 나태해졌다. 새로운 의술을 익히기보다는 제약업체들의 리베이트를 챙기고 골프접대를 받는데 더욱 열심이었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1970~1980년대 자신이 배운 의술에 의존했다.


궁지에 몰린 이 의사는 환자 가족들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자 다른 묘책을 생각했다. 이때 쯤에는 환자 몸에 ‘부동산 버블’이라는 종양이 자라고 있었다. 환자 가족들은 잘 몰랐지만, 이 이 종양의 증식을 방치하면 나중에 치명적인 중병을 앓을 수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종양은 증식 과정에서는 ‘자산효과’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은 일시적으로 환자의 체력과 기분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적어도 종양이 말기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환자 가족들은 의료진에게 “종양이 더 커지기 전에 빨리 치료해달라”고 의사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의사는 종양을 치료하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그 종양을 조금씩 더 키우고 있었다. 종양 치료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몇몇 약을 처방하면서도 뒤로는 ‘가계부채’와 ‘개발호재’라는 각종 종양 증식 단백질을 환자 몸속에 투여했다. 그리고 환자 가족들에게는 “이 종양은 잘못 치료하면 환자가 죽을 수 있으니 서서히 치료해야 한다”고 핑계를 댔다. 환자가족들은 의심스러웠지만 환자가 겉보기에 멀쩡해 보이니 환자가족들도 그러려니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2008년 어느날 드디어 ‘부동산 버블’이라는 종양 증식이 한계에 이르러 온갖 급성 증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환율폭등’이라는 고열 증상이 주기적으로 나타났고, ‘신용경색’이라는 심혈관이 막히는 증상도 나타났다. 환자는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면서 다시 병원 은급실로 실려왔다. 더 이상은 ‘부동산 버블’이라는 종양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수술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이른 게 분명해보였다. 그러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불가능해보였다. 하지만 이 시대착오적인 의사는 다시 급성 증상만 가라앉히는 요법을 썼다. 체온강하제를 써서 고열을 잡고, 혈관 확장술을 써서 심혈관도 다시 뚫었다. 이에 더해 ‘100조 감세’와 ‘토건부양책’이라는 강심제를 써서 가뜩이나 비대한 환자의 상체만 보양했다. 또 ‘환율효과’라는 환각제를 써서 환자의 몸 상태가 좋아지도록 느끼게 했다. 더 큰 문제는 급성증상의 발현을 가라앉힌다는 명목으로 ‘가계부채’라는 종양 증식세포를 더 주입했다. 급성증상은 줄었지만 종양은 다시 증식되고 있었다.


어쨌거나 환자의 급성 증상은 가라앉았고, 환자가 다시 조금씩 원기를 회복하는 듯 했다. 이 의사는 “같은 증상을 앓는 다른 환자들보다 가장 빨리 회복하고 있다”며 “저의 뛰어난 의술 때문”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던 환자가 원기를 조금씩 회복하는 듯 하자 환자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의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가족중 일부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비슷한 케이스의 경우 다른 의사들은 대부분 시간이 걸리고 당장은 환자의 고통이 커도 종양 제거 수술을 하는데, 이 의사는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종양 제거 수술을 하지 않으면 언제든 상태가 다시 악화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지만 의사는 들은 척 만 척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한국경제의 현 상태를 환자에 비유해보았다. 이 비유에서 본 것처럼 지금 한국경제의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실패가 누적돼 생겨난 구조적 위기다. 마치 돌팔이 의사의 잘못된 진단과 처방, 수술 미루기 등에 의해 속병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 가운데 일반 국민들은 이 같은 구조적 문제점들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이 같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 한가운데 있는 부동산 버블이 무너지면서 2008년말 한국경제는 환율폭등과 신용경색, 실물경기 침체 등 급성 증상을 폭발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국민들의 위기감과 불안감도 매우 컸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했듯이 정부의 온갖 부양책 때문에 금방이라도 한국경제를 백척간두의 위기로 몰고 가던 각종 위기 현상들은 많이 가라앉았다. 비유하자면 한국경제는 이제 응급실에서 나와 만성 중환자실로 옮겨진 정도의 상태가 됐다. 위급한 상황은 넘겼지만, 여전히 중병을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한국경제의 급성 위기를 다시 촉발할 수 있는 부동산 버블이라는 종양은 전혀 제거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경제는 대규모 부양책이라는 강심제와 ‘외환위기 학습효과’라는 환각제에 취해 거리를 활보해도 될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오히려 부동산 버블이라는 종양이 커지는데도 경기 회복의 신호인양 반기고 있다.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실은 한국경제는 여전히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재의 경기 회복은 인위적인 저금리와 막대한 재정 투입 등으로 만들어진 자산시장 중심의 경기 회복일 뿐 지속가능하지 않다. 시중에는 실제 이상으로 한국경제가 크게 호전된 것으로 일반 서민들이 착각하게 하는 왜곡된 정보들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 엄호 아래 방송 진출에 목을 맨 기득권 언론들의 장밋빛 분칠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 같은 경기 회복의 신기루에 일반 서민들이 홀려 있을 때가 실은 가장 위험하다. 비유하자면, 현재 국면은 1세계 대공황 진행과정에서 1930년 봄과 비슷한 상황이다. 1929년 9월 폭락했던 미국 다우지수 주가는 1930년 봄이 되자 저점 대비 48%까지 상승했다. 당시 미국 후버 대통령은 공황의 종말을 선언했고 시장에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투기세력들의 작전에 혹해 개인 투자자들은 저가매수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1930년 4월 이후 다우지수는 다시 내리막길을 걸어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다. 물론 현재의 한국경제나 세계경제가 당시와 꼭 같은 길을 걸으리라는 것은 아니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반등한데 따른 경기 회복의 착시현상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경고하기 위한 비유일 뿐이다.


멀리 볼 것 없이 한국의 2002년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2002년 카드빚 거품에 기대 한국경제가 6% 대의 GDP성장률을 기록했을 때 대부분 언론들은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한국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 언론들도 한국경제에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2003년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채 카드빚 거품이 터졌고 경제성장률은 2%대로 곤두박질쳤다. 현재의 한국경제 또한 부동산 버블 붕괴를 억지로 틀어막고 잠시 ‘막간 파티’를 즐기고 있을 뿐이다. 


부동산 거품과 그 거품에 편승한 과욕의 폐해가 어떠한지는 지금 전 세계가 목도하고 있다. 이제 전 세계의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시기이고, 우리도 피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큰 충격이 있겠지만, 한국경제가 정상궤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하는 충격이다. 근본적 수술을 통해 부동산 거품이라는 악성 종양을 떼 내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현 정권은 자신들 임기 내에 거품 붕괴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다음 정권에 폭탄을 떠넘기려는 속셈으로 근본 수술을 미루고 있다. 오히려 악성 종양을 더욱 키우고 있다. 선량한 국민들을 선동해 부동산 투기판을 더욱 키우려 하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와 이와 연관된 건설경기를 띄우기 위해 한국 경제 전체를 희생하고 있다. 말끝마다 ‘시장원리’를 외치는 정권이 하는 짓마다 시장의 정상적인 조정 과정을 방해하고 있다. 그동안 땅값, 집값이 너무 높았고 사람값은 똥값이었으므로 이제 사람값을 높이고 땅값, 집값은 낮추는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정부는 이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


언제까지 무능과 무지로 점철된 정부 관료들과 정치적 탐욕에 이끌린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실패 때문에 국민들이 투기꾼들의 노리개가 돼야 한단 말인가. 그러는 사이 한국 경제는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말이다. 공동체의 경제적 기반과 공동체 구성원간의 연대가 무너지면 그 사회의 구성원인 개개인이 행복하기란 어렵다. 이제라도 한국 경제의 파탄은 피하면서도 부동산 거품을 빼고 우리 모두가 집단 바보 상태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유주택자와 무주택자간의 계급투쟁을 마무리 짓고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고 능력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공정한 게임규칙에 따라 정당하게 보상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제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 이어 1년 만에 새로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이 출간됐습니다. 2권 '서민경제의 미래'는 9월 25일경 출간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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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9. 10. 09:15

 

한국의 공교육비 민간 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의 3배 이상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상황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연구소는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여러 차례 개선책을 제시해왔다.


우선, 어제 교육과학기술부 발표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국내의 교육비 지출 규모를 아래 <도표1>을 참고로 살펴보자. 얼핏 보면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교육비 지출이 많아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속 내용을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사교육비는 가장 많이 쓰는 반면 공교육비 지출 비중은 OECD 평균을 밑돌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2007년 조사 대상국 127개국 가운데 공교육비 지출 비중이 세계 71위일 정도로 낮다. 입만 열면 ‘인재가 자원인 나라’라고 떠들지만, 공교육비 지출이 이렇게 한심한 수준인 것이다. 대신 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으로 허리가 휘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인구 규모를 감안한 지표인 학생 1인당 공교육 지출 비중을 보면 초중등 과정과 대학과정 모두 OECD 하위권이다. 또한 대학 이상 고등교육 과정의 공공 및 민간 부담률을 살펴보면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민간 부담률이 높은 나라다. 유럽 선진국 대부분은 정부가 대학 학비를 지불하지만, 한국은 대부분 각 가정이 학비를 부담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은 자녀 교육에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비용이 많이 드는 나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정말 뛰어난 인재라도 길러내는 구조라면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창의성을 말살하는 주입식 교육과 살인적인 성적 경쟁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지 않는가.

 

             <도표1> OECD 국가의 교육비 지출 및 학생 1인당 지출

 

(주)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그러면 광고 카피처럼 ‘인재가 자원인 나라’라고 떠드는 나라에서 교육에 대한 투자가 이렇게 적을까. 그것은 바로 전 국토가 거대한 공사장처럼 느껴질 정도로 불필요한 건설토목사업이 남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도표2>에서 1970년대 이후 건설산업의 부가가치가 전체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한국은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200만호 주택건설 사업시기에 건설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크게 늘어나 11~12%대를 유지하다가 외환위기를 계기로 비중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90년대 말 IMF사태 직후 8%대까지 낮아졌다가 2000년대 부동산 투기가 본격화되면서 9%대로 상승하여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

 

 

 

  (주)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부가가치 비중으로 볼 때 한국 경제는 미국보다 두 배 가량 더 건설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도 80년대 말 부동산 버블이 정점에 달했던 1990년에 9.7%를 기록한 후 버블 붕괴와 장기불황으로 계속 줄어들어 2005년에는 6.1%까지 감소했다. 건설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한국경제의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개발경제 시대에 비해 건설토목사업의 경기부양 효과와 일자리창출 효과는 매우 낮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핑계로 4대강 하천정비 사업 등 SOC예산을 줄이기는커녕 대폭 늘렸다.


이처럼 상당수가 불요불급한 예산인 토목건설 사업에 국가 자원이 과다 배분되면 그만큼 사회적으로 절실히 필요하거나 향후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한 곳에는 자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등에 대한 지원이 주가 되는 보건복지 예산이다. 아이들 보육 및 육아 지원이나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인, 환자 등 취약 및 소외 계층에 대한 정부지원을 나타내는 사회지출(Social Expenditure) 비중 또한 굉장히 낮음을 설명했다. OECD국가 전체의 평균 사회지출 비중이 20%를 상회하고 있지만 한국은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산모신생아도우미 사업 등 상당 부분의 예산사업을 오히려 줄였다. 낭비성 건설토목 사업에는 예산을 탕진하면서 제대로 교육이나 육아, 보육 등에 돈 쓰는 것은 인색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정부가 써야 할 예산을 제대로 쓰지 않으니 일반 가정의 보육 및 교육비 부담은 너무나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집값 부담이라도 줄면 좋으련만 한국 정부는 다른 모든 나라들에서 잔뜩 부풀었던 부동산이 꺼지는데도 온갖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이제 무분별하게 콘크리트에 퍼붓던 돈을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는 지식정보화시대, 창의경제 시대이다. 지식을 생산하고 정보를 가공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인구 규모를 감안한 지표인 학생 1인당 공교육 지출 비중을 보면 한국은 초중등 과정과 대학과정 모두 OECD 하위권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뿐만 아니라 인적자원을 키우는 데 필요한 문화, 복지 예산 등이 모두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는 인적자원 예산은 오히려 줄이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마련된 2007~2011년간 재정운용계획 상에서 인적자원개발 예산은 연 평균 5.5% 늘어나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현 정부 들어 마련된 2008~2011년 재정운용계획에서는 같은 예산의 증가율이 4.9%로 하향 조정됐다.


지금처럼 콘크리트에 투자하느라 사람에 투자하지 않는 구조로는 선진경제를 이룰 수 없다. 산업연구원조차 건설토목사업 위주의 경기부양책은 소득 증대와 고용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산업연구원이 2009년 5월 발표한 ‘경기부양책의 산업부문별 배분구조와 소득 및 고용창출효과’ 자료에 따르면 공공행정/건설/교육보건의 3대 정부지출부문 가운데 교육보건 부문의 고용창출효과가 재정투입비 10억원당 35.1명으로 30.8명인 건설이나 30.3명인 공공행정 부문보다 크게 높았다. 참고로 소득창출효과(승수)에서도 교육보건은 1.62로 공공행정(1.61)이나 건설(1.47)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정부지출 1조원을 3대 부문에 배분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 또한 교육보건 부문(18.4~35.1명/10억원당)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난 반면, 건설부문(15.7~30.8명/10억원당)에 집중하는 경우 효과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책연구소조차 인정할 정도로 한국경제가 투자해야 할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제는 모두가 저렴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질 좋은 교육을 만들어야 한다. 초중고 과정에서는 살인적인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강화하는 교육을 만들고, 오히려 ‘경쟁의 무풍지대’인 대학이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몸과 마음을 키울 수 있는 더 많은 도서관을, 더 많은 문화공연장을, 더 많은 체육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대신 건물만 짓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도서를 비치하고 좋은 문화 및 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뛰어난 프로그램 진행자와 독서 지도사와 트레이너들도 고용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딱딱한 사회가 아니라 아이들의 두뇌처럼 부드러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자녀들의 능력을 키우는 데 투자하는 것이다.




*제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 이어 1년 만에 새로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이 출간됐습니다. 2권 '서민경제의 미래'는 9월 25일경 출간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바랍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그리고 혹시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께서는 아래 링크를 타고 제 트위터를 follow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우리 연구소 포럼이나 블로그, 아고라에 쓰는 모든 글들을 아래 트위터에서 함께 소개하겠습니다.

http://twitter.com/kennedian3

by 선대인 2009. 9. 9. 09:20

서울 강남 재건축 등을 중심으로 단기적으로 집값이 반등하니 많은 분들이 불안해하십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의 단기 랠리라면 몇 달 안에 치고 빠질 수도 있겠지만, 주택시장에 들어가면 몇 년간은 집을 소유해야 하는 게 보통입니다. 타고난 투기꾼들이라면 온갖 탈불법 거래를 통해서든 단기 거래를 할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만, 대부분 그렇게 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면 3년을 보유한다고 생각해보죠. 그 경우 기회비용과 투자 리스크 등에 대해 최소한의 계산은 해보는 게 정상아닐까요?


그러면 한 번 계산해봅시다. 계산의 편의상 여러분들께서 자기 돈 6억원과 은행에서 빌린 돈 4억원으로 10억원짜리 집을 산다고 생각해보죠. 향후 물가 상승률이 4%, 은행 대출 이율을 6%로 잡아봅시다. (몇몇 분이 인플레이션 상황을 걱정하는데, 당장은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고, 지금까지 급속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더 오른 사례도 없었기에 그런 상황은 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3년 후 각종 기회비용을 만회하고도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집값은 얼마나 될까요?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여러분의 돈 3억원이 3년 후 같은 가치를 유지하려면 약 6억7500만원이 돼야 합니다. 또한 대출액 4억원의 연간 이자는 2400만원이므로 3년간 이자는 7200만원입니다. 이 두 가지만 해도 1억4700만원입니다. 이밖에 부동산 거래에 따르는 취등록세와 재산세, 부동산 중개수수료, 이사 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각종 기회비용은 거의 2억원에 육박할 것입니다. 이는 현재 10억원짜리 집이 3년 후 12억원으로 올라야 겨우 본전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현재 집값 수준에 비해 20% 오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의 경우는 차후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를 감안하지 않은 것입니다. 물론 현 정부가 지금은 각종 취등록세 및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으므로 과거처럼 세금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해 도입한 그 같은 혜택은 집값이 정말 20% 정도 뛰는 경우가 생긴다면 모두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사 그런 혜택이 계속 유지된다 해도 위에서 말한 기회비용 20%는 기본입니다.


이어 향후 집값 흐름을 몇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한 번 생각해봅시다.


1) 집값이 3년 뒤까지 꾸준히 올라 현재 집값보다 20% 이상 더 오른다.


2) 집값이 3년 후에는 지금보다 0~20% 오른 수준이 된다.


3) 집값이 3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낮아진다.



여러분은 다른 가치는 안 보고 철저히 투자 수익률 관점에서만 판단하고, 3년 후 반드시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을 가정합시다.


만약 여러분이 1번 상황을 확신한다면 집을 반드시 살 것이고, 2), 3)번이면 굳이 지금 집을 살 이유가 없습니다. 



3년 후 1번 시나리오가 현실화해 있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봅니다.


저는 늘 주장해오는 대로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3번 시나리오입니다.


(사실 3번 시나리오에서 얼마나 떨어지느냐로 시나리오 구성을 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설사 2번 시나리오라고 해도 집을 안 사는 게 현명하지요.


물론 현실적으로는 3년이 지난 뒤 집값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따라 판단이 많이 달라지겠지요.


저는 3년 이후에도 집값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거의


100%에 가까운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 관점에서 3년 후에 반드시 판다는 것을 가정하고 쓰기에 이후 시점에 대해서는 일단 생각을 접어둡시다.  


지금 집을 살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은 꼭 이 판단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집이 오를 때 불안해서 집을 사는 분들 대부분이 막연히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집을 사기 때문입니다. 그때문에 2006년말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집값도 폭등했지요. 그런데 2006년에 집 산 사람들 그 뒤로 집값이 계속 떨어져 얼마나 속앓이를 했는지 아시나요? 지금 언론의 선동보도와는 달리 '부동산 투기 1번지'인 서울 강남의 경우에도 재건축 아파트를 제외하면 실거래가는 여전히 2006년 고점 대비 -20~30%씩 하락해 있는 상태이고요. 분당, 용인, 일산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도 실거래가는 정부의 각종 투기조장책과 언론의 선동보도에도 불구하고 거의 반등다운 반등을 못하고 있습니다. 2006년 고점에서 집을 산 사람들은 그동안 얼마나 집을 팔고 싶어 안달했을까요? 그리고 지금 자신들의 집을 사주는 사람들은 정말 은인처럼 느껴질 겁니다. 지금 털고 나와도 아마 기회비용까지 합하면 2006년에 투자한 분들 20~30%는 까졌을 겁니다. 거꾸로 실수요자도 아닌 분이 은행 빚을 잔뜩 지고 부동산시장에 들어가는 것은 그 사람들의 폭탄을 떠안는 격이라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 2009년의 반등은 이미 어깨 수준까지는 올라온 것으로 판단됩니다. 상투를 잡지 마시길 바랍니다.


 

*제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 이어 1년 만에 새로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이 출간됐습니다. 2권 '서민경제의 미래'는 9월 20일경 출간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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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9. 8. 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