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회복을 알리는 온갖 소식들이 지면과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주가는 2009년 초 900대의 저점을 기록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고 있다. 2009년 초까지 폭락 조짐을 보이던 부동산도 이제 폭락은커녕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반등 폭을 키우고 있다. 경상수지는 사상 최고의 흑자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급기야는 한국이 이번 세계경제위기를 가장 먼저 탈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라 밖에서부터 나온다. 불과 2009년 초만 해도 백척간두의 위기감을 느꼈던 한국경제다. 그런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A급 태풍 앞의 등불 같던 한국경제가 세계경제 회복을 선도한다니 낭보 중에 이런 낭보가 없다. 축하할 일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정말 한국경제는 그렇게 급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것일까. 이제 정말 안심해도 괜찮은 것일까. 불과 몇 개월 전까지 한국경제를 괴롭히던 모든 위기 상황은 종료된 것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실은 한국경제는 여전히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재의 경기 회복은 인위적인 저금리와 막대한 재정 투입 등으로 만들어진 자산시장 중심의 경기 회복일 뿐 지속가능하지 않다. 시중에는 실제 이상으로 한국경제가 크게 호전된 것으로 일반 서민들이 착각하게 하는 왜곡된 정보들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 엄호 아래 방송 진출에 목을 맨 기득권 언론들의 장밋빛 분칠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 같은 경기 회복의 신기루에 일반 서민들이 홀려 있을 때가 실은 가장 위험하다. 비유하자면, 현재 국면은 1세계 대공황 진행과정에서 1930년 봄과 비슷한 상황이다. 1929년 9월 폭락했던 미국 다우지수 주가는 1930년 봄이 되자 저점 대비 48%까지 상승했다. 당시 미국 후버 대통령은 공황의 종말을 선언했고 시장에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투기세력들의 작전에 혹해 개인 투자자들은 저가매수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1930년 4월 이후 다우지수는 다시 내리막길을 걸어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다. 물론 현재의 한국경제나 세계경제가 당시와 꼭 같은 길을 걸으리라는 것은 아니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반등한데 따른 경기 회복의 착시현상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경고하기 위한 비유일 뿐이다.


멀리 볼 것 없이 한국의 2002년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2002년 카드빚 거품에 기대 한국경제가 6% 대의 GDP성장률을 기록했을 때 대부분 언론들은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한국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 언론들도 한국경제에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2003년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채 카드빚 거품이 터졌고 경제성장률은 2%대로 곤두박질쳤다. 현재의 한국경제 또한 부동산 버블 붕괴를 억지로 틀어막고 잠시 ‘막간 파티’를 즐기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 한국경제는 왜 위험한 상황인가. 그것은 한국경제의 근본적인 위기 구조가 전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위기 구조의 핵심에는 바로 부동산 버블이 놓여 있다. 현재 세계경제의 위기 근저에도 부동산 버블이 놓여 있지만, 2008년 하반기 한국경제를 벼랑 끝 위기로 내몬 것도 부동산 버블이었다. 2000년대 들어 잔뜩 부풀어 오른 부동산 버블을 키우는 과정에서 가계 부채가 830조원까지 늘어났고, 이 가운데 315조원 이상이 부동산 담보 대출이다. 사실 중소기업 운영자금이나 가계 신용 대출 자금들 중 상당액이 부동산에 들어갔기 때문에 실제 부동산 관련 대출은 400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시중 금융기관들은 CD와 은행채를 남발하고, 단기 외화까지 무차별 차입해 부동산 시장에 펌프질을 했다. 그것이 2008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시중 금리 상승과 원달러 환율 폭등으로 이어지며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대화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권은 부동산 버블을 떠받치는 데 ‘올인’했다. 현 정권은 각종 주택 및 부동산 관련 공약을 통해 사실상 ‘집값을 올려주겠다’며 집권한 정권이었다. 그래서 현 정권의 핵심 집권 기반은 불과 5% 도 안 되는 다주택 투기자 등 부동산 부자 그룹이었다. 따라서 현 정부에게 부동산 버블 붕괴는 경제적인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정권 출범 초기에 이미 현 정권의 도덕성과 실력이 바닥을 훤히 드러낸 마당에 집값마저 폭락하면 마지막 남은 지지층까지 이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정권에게 부동산 거품 부양은 모든 정책과 국정 운영의 이면에 숨은 최우선 국정과제였다. 전 세계가 부동산 거품 붕괴로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와중에도 절대 한국의 부동산 거품은 꺼지면 안 된다는 식이었다.


현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과 경기 부양이라는 명목을 갖다 붙이며 노골적인 부동산 부양 총력전을 전개했다. 기준 금리 인하와 주택 대출 만기 연장, 각종 부동산 세금 감면, 대규모 건설토목 사업 발주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서라면 투기 조장책도 가리지 않았다.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재건축을 투기의 핵심 대상으로 밀겠다는 것을 사실상 선언하고, 인천 청라 분양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전매제한기간 완화와 양도세 감면 등을 통해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성 수요를 끌어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경제 위기를 핑계로 도저히 정상적 정부라면 해서는 안 되는 정책을 버젓이 감행한 것이다. 현 정부가 부동산 버블을 떠받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투입했거나 향후 투입하기로 한 돈이 어림잡아 300조~400조원에 이를 정도였다. 사실상 정부가 가장 강력한 부동산 투기조장세력이자, 최대의 이해관계자가 돼버린 것이다. 이렇게 현 정부의 무지막지한 부동산 부양책과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부동산 가격은 서울 강남 3구의 재건축 등을 중심으로 반등했다.


하지만 구조적 측면에서 부동산 버블 붕괴는 단지 지연됐을 뿐이며, 물밑에서 버블 붕괴의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자.


우선, 정부는 부동산 폭락을 막는다는 핑계로 부동산 대출 규제를 풀어서 거품을 더 키워버렸다. 가뜩이나 둑이 넘쳐흐를 지경인데 둑 위에 고이는 물의 양을 늘려버린 것이다. 나중에 집값 거품이 빠진 뒤 다시 회복할 때 마중물로 쓰일 수 있었던 수요를 집값 거품 붕괴의 에너지를 더하는 방향으로 써버린 것이다. 가뜩이나 2000년대 부동산 투기 과정에서 미래의 주택 수요를 당겨 집값을 부풀렸는데, 조금 남아있던 주택수요마저 투기바람을 다시 불러일으켜 앞당겨 끌어다 써버린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버블 붕괴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의 1990년대 일본식 토건 부양책 때문에 건설업체들의 아파트 공급이 지속돼 수요 대비 과도한 공급 과잉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분양 취소나 정부의 미분양 매입 등으로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의 미분양 물량은 결코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다. 오히려 수도권의 공급 과잉은 2009년 말부터 본격화돼 미분양 사태를 장기화하게 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수도권 주택시장은 2015년경이면 약 36만호 이상의 아파트 과잉 공급 상태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분양 물량의 만성적인 적체와 이로 인한 건설업체의 자금난으로 향후 2~3년 안에 건설업체들의 도산행렬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체의 도산은 금융기관 부실 채권 증가로 이어져 향후 한국경제에 만성적인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말하면 기존 언론의 ‘공급 부족’ 타령에 젖어 있는 이들은 어리둥절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왜 집값이 오른다는데, 미분양물량은 잔뜩 쌓여 있고, 인천 청라 외에 전국에서 분양 성공하는 데가 한 군데도 없는지를. 언론에서는 주택 공급이 줄어 2~3년 후 집값 뛴다는 얘기밖에 없는데, 왜 2009년 하반기에 수도권 입주물량이 수년 내 최고 수준이며, 사상 최고 수준인 20만호가 한꺼번에 대규모 분양에 나서는지 말이다. 지금도 미분양이 넘치는데, 2009년 하반기 수도권에서 분양되는 20만호가 과연 제대로 소화될 수 있을까.


왜곡된 ‘공급 부족론’의 결정판은 ‘공급이 줄어 전세값이 급등한다’는 보도일 것이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벌려놓은 뉴타운 개발 계획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전월세 물량이 줄어 전세값이 뛰는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매매가와 연동하고 있는 현상일 뿐이다. 또한 단기적으로 수급 불균형이 커지고 있는 듯하게 느껴지는 것은 많은 이들이 집을 사지 않고 전세 수요로 전환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이는 일반 가계가 높은 집값을 감당하기 어렵거나 추가 집값 상승이 어렵다고 판단한데서 생겨난 현상이다. 이는 미국에서도 부동산 버블 붕괴 직전에 나타난 현상으로 오히려 부동산 버블 붕괴의 전조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경제 환경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가 부동산 부양책에 자원을 낭비하는 바람에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은 한 단계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각종 정부 및 민간 연구기관들이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것을 경고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을 억지로 지탱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일자리는 줄어들고 ‘알바’일자리만 양산되고 있어 가계의 평균적인 소득 기반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뒷일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현 정부의 무모한 감세정책 및 재정 남용으로 재정 고갈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다. 인구 감소 속도는 매년 더 빨라지고 있고, 수도권 인구 유입도 점점 한계에 이르고 있다. 부동산 투기선동가들과 엉터리 언론 보도와는 다르게 수도권의 실수요 기반이 양적, 질적 측면에서 빠른 속도로 약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정책수단을 일찌감치 소진해버려 부동산 버블이 다시 붕괴하기 시작하면 제대로 손쓸 여력이 얼마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 돼버렸다. 


이밖에도 더 이상 떨어질 바닥이 없는 금리는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물론 부동산 부양에 사활을 건 현 정권이 다른 나라에 앞서 선제적으로 기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중금리는 기준금리와 다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2008년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미 국공채 금리에 이어 은행채와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회사채 금리 등이 일제히 바닥을 친 뒤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또 가계 부채의 거치기간과 일시상환 만기를 연장한 덕에 당장 부동산 투매는 막았지만, 가계들의 원리금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더구나 시중은행들이 급감한 순이자마진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는 바람에 신규 주택 대출자와 대환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향후 금리가 오르면 매우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뿐이 아니다. 여기에서 일일이 다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부동산 버블 붕괴의 압력은 수면 아래에서 더욱 점증하고 있다. 사실은 필자가 지난해부터 대부분 경고했던 내용이다. 오히려 필자가 분석했던 구조적인 변수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뚜렷하고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부동산 거품과 그 거품에 편승한 과욕의 폐해가 어떠한지는 지금 전 세계가 목도하고 있다. 이제 전 세계의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시기이고, 우리도 피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큰 충격이 있겠지만, 한국경제가 정상궤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하는 충격이다. 근본적 수술을 통해 부동산 거품이라는 악성 종양을 떼 내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현 정권은 자신들 임기 내에 거품 붕괴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다음 정권에 폭탄을 떠넘기려는 속셈으로 근본 수술을 미루고 있다. 오히려 악성 종양을 더욱 키우고 있다. 선량한 국민들을 선동해 부동산 투기판을 더욱 키우려 하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와 이와 연관된 건설경기를 띄우기 위해 한국 경제 전체를 희생하고 있다. 말끝마다 ‘시장원리’를 외치는 정권이 하는 짓마다 시장의 정상적인 조정 과정을 방해하고 있다. 그동안 땅값, 집값이 너무 높았고 사람값은 똥값이었으므로 이제 사람값을 높이고 땅값, 집값은 낮추는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정부는 이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


언제까지 무능과 무지로 점철된 정부 관료들과 정치적 탐욕에 이끌린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실패 때문에 국민들이 투기꾼들의 노리개가 돼야 한단 말인가. 그러는 사이 한국 경제는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말이다. 공동체의 경제적 기반과 공동체 구성원간의 연대가 무너지면 그 사회의 구성원인 개개인이 행복하기란 어렵다. 이제라도 한국 경제의 파탄은 피하면서도 부동산 거품을 빼고 우리 모두가 집단 바보 상태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유주택자와 무주택자간의 계급투쟁을 마무리 짓고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고 능력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공정한 게임규칙에 따라 정당하게 보상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제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 이어 1년 만에 새로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이 출간됐습니다. 2권 '서민경제의 미래'는 9월 20일경 출간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바랍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그리고 혹시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께서는 아래 링크를 타고 제 트위터를 follow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우리 연구소 포럼이나 블로그, 아고라에 쓰는 모든 글들을 아래 트위터에서 함께 소개하겠습니다.

http://twitter.com/kennedian3




by 선대인 2009. 9. 5. 06:19

제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 이어 약 1년 만에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을 며칠 전 출간했습니다.

이번 책은 두 권으로 나오는데 2권 <서민경제의 미래편>은

이달 말쯤 나올 예정입니다.

다행히 시중 배포 첫날부터 많은 분들이 성원해주셔서

매우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습니다.

배포 첫날부터 오프라인 매장에서 경제경영 부문 12위에 올랐는데,

사전 홍보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이렇게 좋은 출발을 보인데는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들의 

성원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짧게나마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여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언론의 선동보도나 건설족들의 정보 조작으로

많은 분들이 현실을 잘 모르고 계시지만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끝물임이 분명합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재건축 단지들을 제외하고는

집값이 회복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지금의 호가 거품이 다시 한 번 꺾이면 집값은 다시

오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도 2008년부터 내리 굶은 건설사와 언론사들이

한통속이 되어 올해 하반기 사상 최고 수준의

수도권 분양을 앞두고 악질적인 선동보도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번 수도권 분양에 실패하면 건설사들 중에는 사실상

망하는 길로 가야하는 곳이 많고, 언론사들 또한 이번

분양시장에서 광고를 먹지 못하면 지탱하기 어려운 곳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과거에도 언론사들의 선동보도가 늘 문제였지만,

지금처럼 그 정도가 심한 적은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전 최후의 발악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특히 조중동이나 한경, 매경 등도 문제지만 부동산 광고 유치에 혈안이 된

아시아경제, 헤럴드경제, 파이낸셜뉴스 등 사실

신문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의 보도가 자극적인 제목으로

인터넷 포털에 게재돼 많은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이런 군소 경제신문들의 보도는 거의 날조나 조작에 가까운 수준이므로

절대 참고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제가 이번에 밤을 지새워가며 책을 쓴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지금의 반등세가 지속가능하다면 굳이 제가 책을 쓸 이유가 없지만,

지금은 사실상 마지막 폭탄 돌리기 국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가계가 언론의 선동보도에 속아 넘어가면

큰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아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또 다시 경고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번 책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 책은 결코

제 개인 차원의 책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부와 언론, 건설업체들이 함께 쏟아내는 조작된 정보를

일반인들이 꿰뚫어볼 수 있는 논리적 무기를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습니다.

더 나아가 집값 거품을 빼고 한국 경제를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반석 위에 올리는 데 기여한다는 사명감으로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책에서 언론 보도를 매우 신랄하게 비판했기 때문에

초기에 상당수 언론들의 보도가 매우 소극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공간에서 풀뿌리 시민들의 격려와 성원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제게 보내주신 격려와 성원에 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은 격려와 성원, 조언과 질책을 부탁드립니다. 

제 블로그를 찾는 많은 분들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2009년 9월 5일 새벽

 

케네디언 삼가 올림

   


by 선대인 2009. 9. 5. 06:07

올 들어 서울 강남의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값이 호가 위주로 반등하면서 많은 이들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반등세는 도를 넘는 부동산 부양책과 일부 언론의 선동보도에 따른 측면이 크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많은 무주택 서민들의 불안감이 또 다시 커지고 있다. 또한 다른 대부분 국가에서 부동산 버블이 해소되는 와중에 한국에서만 부동산 거품이 다시 부풀고 있어 멀지 않은 장래에 한국 경제에 더 큰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현 국면은 매우 위험하다.


사실 현재의 집값 반등은 언제든지 재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단기 버블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반등은 부동산 버블 붕괴 과정에서 일어나는 ‘마지막 폭탄 돌리기’라고 본다.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의 진행과정을 큰 틀에서 생각해보면 왜 그런지를 감 잡을 수 있다.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은 2001~2003년의 1차 폭등, 2005~2006년의 2차 폭등을 거치면서 크게 부풀어 올랐다. 특히 2006년 하반기의 집값 폭등은 거의 광풍 수준이었다. 당시 거의 모든 수도권 사람들이 집값이 오른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집값은 2006년 말까지 폭등했다. 하지만 2007년 초부터 서울 강남과 경기도 대부분 지역에서는 거래가 끊어지면서 실거래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더 이상 재미를 보기 힘들어진 투기 세력들은 2007년부터 서울 강북의 일부 지역과 인천, 경기 외곽 지역으로 투기 대상을 옮겨갔다. 그조차도 시들해질 무렵 2008년 초 ‘노도강’ 등 강북 3구와 뉴타운 지역을 중심으로 또 한 번 투기 불꽃을 태웠다. 그러다 2008년 하반기 이후 급락세를 탔다가 2009년 4월 이후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집값 상승 지역의 범위가 갈수록 줄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1차 폭등기까지는 전국 집값이 함께 상승했지만, 2005~2006년의 2차 폭등기에는 수도권 지역만 폭등했다. 또 2007년 이후에는 집값 상승이 수도권의 외곽 지역들로, 2008년 초에는 서울 강북 3구 등 뉴타운 지역으로 축소됐다. 2009년의 반등기에는 재건축이 집중된 강동구를 포함한 강남 3구와 경기도 과천 등에 집값 반등세가 집중되고 있다. 언론의 왜곡 과장 보도로 수도권 전 지역에서 엄청난 집값 상승세가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이다. 집값 상승의 폭과 거래량, 매도-매수세 동향, 거래동향, 국토부 실거래가 추이 등을 종합해보면 2006년 이후 집값 상승 움직임이 나타날 때마다 전반적인 집값 상승 에너지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또한 이 같은 투기 선동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역에서 집값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여전히 2006년 말 고점 대비 상당히 하락한 상태다. 서울 강남구를 사례로 보자. 강남 재건축 대상인 개포동과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압구정동은 투기적 수요로 인해 거의 과거 고점수준까지 단기 급등한 게 사실이다. 정부가 각종 재건축 규제 완화라는 명분 아래 공공연히 핵심 투기 대상으로 밀었기에 어찌 보면 무리도 아니다. 그러나 실거래가 기준으로 대치동과 도곡동의 주상복합아파트, 삼성동, 역삼동, 수서동, 일원동, 청담동 등은 과거 고점대비 여전히 큰 폭 하락한 상태에 있다.


예컨대 도곡동 도곡렉슬의 135㎡형의 경우 2006년 말 28.8억원에서 올 7월 현재 20.4억원으로 떨어졌다. 그런가 하면 도곡동의 타워팰리스I 165㎡형의 경우에도 2007년 33.4억원에서 올 7월 현재 21.8억원으로 떨어져 있다. 도곡동의 삼성래미안 역시 123㎡의 경우 2007년 18억원에서 올 초 13.3억원까지 떨어졌다가 7월 현재 15.4억원으로 다소 반등한 정도다. 그런가 하면 삼성동 아이파크는 워낙 고가여서 아예 거래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196㎡의 경우 2008년 57억원이던 것이 거래가 거의 끊어졌다가 올 5월에 44억원에 거래가 있었다. 역삼동 e편한세상은 2006년 11.8억원에서 올 초 8.5억원까지 떨어졌다가 7월 현재 9.8억원으로 다소 반등한 정도다. 역삼래미안 역시 81㎡의 경우 2006년 11.8억원에서 2009년 초 8.5억원까지 떨어졌다가 9.4억원으로 반등한 정도다.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강남구 주요 아파트단지의 실거래가 변동을 요약해보면, 고점대비 지난해 말~올 초에 평균 -28%까지 떨어졌다가 올 7월 현재 -13.2% 하락한 상태까지 반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 정부가 온갖 투기 조장책을 쏟아내고 상당수 언론들의 투기 선동보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투기 1번지’라고 하는 강남구의 실거래가가 이 정도 상황이다.


          

경기도 분당이나 용인, 일산 등지의 실거래가는 고점 대비 훨씬 더 낮은 수준에 있다. 이들 지역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2006년 말 고점 대비 약 30~40%까지 하락했다가 올해 7월까지 저점에서 5~10% 정도 반등한 정도에 그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의 호가 위주로 작성되는 국민은행 가격지수와 사설 정보업체들의 가격 지수와는 현격한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은 이 같은 사실을 두고 역으로 아직 2006년말 고점 수준까지 더 뛸 여력이 있으니 빨리 사라고 선동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 연구소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이미 서울지역 다주택 투기자의 평균 보유 주택 수는 평균 4채를 넘는다. 수도권의 집값 상승을 이끌어온 다주택 투기자들조차 여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의 거래량이 지난해 말~올 초의 극심한 침체 양상은 벗어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2006년 거래량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점에서도 드러난다. 거래가 침체됐던 지난해 대비로도 20% 이상 줄어든 수치다. 그나마도 거래량의 상당 부분은 신규 입주물량으로 기존 주택 거래는 여전히 매우 부진한 상황이다.


이 짧은 지면에서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이미 인천과 경기도 남부 축까지 확연한 공급 과잉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그런데도 상당수 언론에서는 마지막 남은 투기적 가수요가 준동해 일어난 매매가와 전세가의 반등을 두고 마치 공급 부족 때문인 것처럼 눈속임하고 있다. 정말 공급 부족 때문이라면 왜 올 하반기 수도권에 사상 최고 수준의 입주 물량이 쏟아지고, 2~3년 후 입주물량으로 돌아올 분양물량 또한 사상 최대 수준인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대대적인 투기 선동에도 불구하고 이번 집값 반등은 1~2년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갈 집 한 칸 마련이 목표인 실수요자라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기 바란다. 이번 반등세가 멈추면 2007년 초 이후 수도권에서 거래가 끊어지면서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서 가격이 하락하던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제가 지난 몇 달 동안 밤잠을 설쳐가며 집필해온 ‘위험한 경제학 1권-부동산의 비밀편’이 출간됐습니다.  ‘위험한 경제학2-서민경제의 미래(가제)편’은 9월 20일경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의 성원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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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9. 4. 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