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DTI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다. 부동산의 자산 가치 대비 대출액 비율을 정하는 LTV 규제와 달리 소득 대비 총부채 상환액을 기준으로 삼는 DTI규제는 사실 상당히 강력한 규제다.


왜 그런가. 2000년대 이후 사람들이 자기 소득이 아닌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샀다. 그렇게 해서 부동산 담보 대출 규모가 315조원까지 늘어났다. 음성적인 대출까지 합친다면 400조원 이상 될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 판돈이었던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늘어나는 주택담보대출을 제어하지 않고 방치해왔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뒤늦게나마 대출규제를 시작했는데 현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강남3구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출규제를 풀어줬다. 이후 전체 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아래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돈이 모두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음은 물론이다. 올 들어 나타난 집값 반등 양상이 이 같은 주택대출 때문에 가능했지 흔히 말하는 ‘부동자금’이나 여윳돈 때문이 아니다. 저금리 정책과 대출규제 및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들로 인해 주택시장의 버블 붕괴를 지연시킨 것이다.

 

<도표1>


(주)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여기에 더해 현 정부는 집값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서는 강남 재건축 집값부터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겉으로는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재건축을 핵심 투기 대상으로 꼭 집어서 밀겠다는 것을 사실상 공언했다. 어떻게 보면 강남 재건축을 대상으로 투기판을 만들고 대출 규제를 풀어 투기판돈을 대준 것이다. 그렇게 올 들어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집값 반등이 가능했다. 강남 부자들은 빚 내지 않고도 집 산다는 일부 언론의 엉터리 보도가 있었지만, 사실이 아님은 필자가 예전에 설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부동산 시황을 보면 수도권 전반의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고점 대비 -20~30%씩 떨어져 있는 곳이 허다하다. 사실, 현 정부가 무지막지한 부양책을 썼지만 이렇게나 반등세가 미약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부동산 시장이 끝물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따라서 이처럼 수도권의 대출 규제가 다시 강화되면 투기판돈이 막히는 것이기 때문에 집값 상승세는 멈추고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 재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2006년말 급등했던 집값이 2007년 이후 거래가 끊어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집값이 하락했던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미 강남 재건축 지역에서는 7월 이후 두 달 연속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세도 멈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같은 초기 징후가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어쨌든 현 정부가 이제 와서라도 다시 DTI 규제를 수도권으로 확대한다니 다행이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제 2금융권과 신규분양아파트 같은 집단주택대출에는 DTI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우선 정부가 제2금융권에 DTI규제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정부가 주택대출 증가세가 위험한 상황이며, 집값 거품이 무너질 경우 일반 가계와 제2금융권까지는 무너지더라도 제1금융권은 무너지지 않도록 보호막을 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또한 투기적 가수요로 억지로 살려낸 부동산 경기가 다시 급락하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 어떻든 DTI규제로 강남재건축을 비롯한 기존 주택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어 신규분양시장의 집단주택대출에 DTI 규제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정부가 마지막 남은 투기 가수요를 대규모 분양을 앞둔 신규분양시장에 몰리도록 하려는 것이다. 아래 <도표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상당수 언론의 왜곡보도와는 달리 올해 하반기 분양 물량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절대 공급량이 부족하지 않다. (도표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 물량만 집계한 것으로 이는 전체 분양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므로 추이를 보는데는 별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 지금 무리한 주택사업 전개와 주택경기 침체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사들은 이번 분양에 성공해 새로운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망하는 길로 가야 할 회사들이 많다.

 

<도표2>

 

(주) 스피드뱅크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정부가 재정을 풀어서 공공발주사업을 늘렸지만 이것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경제 위기 전 민간주택시장이 전체 건설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했는데 이제 공공건설사업이 70%를 차지할 정도다. 가뜩이나 전국에 미분양이 넘쳐나게 되니 대부분 건설사들이 그나마 분양 성공 가능성이 있는 수도권 분양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오는 9월부터 수도권에만 20만호가 신규 분양된다. 예년의 2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것도 모두 2000호 정도는 명함도 못 내밀고 5000~7000호 가량 되는 대규모 단지들이 널려 있다. 이들 물량이 대규모 미분양 되면 건설업체들은 망하니까, 사활이 걸려있다. 그래서 언론사들이 분위기를 띄우고, 정보업체들도 나팔을 불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3자가 합작해서 투기 선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주택 투기자들을 핵심 정치기반으로 하고 건설업계와 강한 유착고리가 형성돼 있는 토건족 정부인 현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매우 잘 파악하고 있다. 사실 올해 하반기에 대규모 미분양이 나면 정부로서는 더 이상 집값 거품을 버티기 힘든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한편으로는 마지막 남은 투기 가수요를 모두 끌어 모와도 올 하반기 20만호에 이르는 분양 물량을 모두 소화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현 정부는 기존 주택시장은 버리더라도 신규 분양시장으로 마지막 남은 투기 가수요를 몰아주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물론 정책 당국자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한국경제를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런 점에서 정부의 DTI 규제 효과는 기존 주택과 신규분양시장에서 이중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기존 주택 가격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뜨리는 효과를 내겠지만, 신규 분양 시장의 집값은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것이다. 물론 정부로서는 신규 분양시장의 투기 분위기를 띄워 기존 주택 가격을 다시 떠받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지능적인 투기 조장책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투기 가수요를 모두 불러일으켜도 20만호의 수도권 분양 물량을 모두 소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언론에서 ‘분양 과열’이라고 떠들어대지만 건설사의 임직원과 떳다방을 엄청 동원했는데도 청약 경쟁률이 불과 20~30대 1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실제 계약률은 미달될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 그리고 정말 투기 과열 양상을 보였던 2006년과 비교해보라. 청약 경쟁률이 수백~수천 대 1원은 여사였다. 언론 보도들은 그때에 비해 지금의 경쟁률이 사실은 얼마나 낮은지를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비교하면 건설업체들을 위한 ‘삐끼질’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모두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은 마지막 폭탄 돌리기 국면임이 명확하다. 절대 언론의 선동보도에 휘둘리지 말고 신중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



사족 : 물론 이 같은 DTI 규제는 정부가 집값 상승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요구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DTI 규제로도 집값 상승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정부와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일정한 시점에는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현 정부의 생리로는 가능하면 최대한 늦추고 싶어 할 카드다. 또한 다주택 투기자들이나 건설업계도 기준금리 인상만은 최대한 늦추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니 DTI 규제로도 강남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얘기는 허황된 얘기이지만,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투기자들 입장에서 마냥 반길 일이 아니다. 현 정부는 내키지 않겠지만, 기준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압력이 갈수록 커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일반 가계는 이 같은 현재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 구조를 명확히 파악하기를 바란다.

 

 

제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 이어 1년 만에 새로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이 얼마전 출간됐습니다. 9월말경 출간될 2권 '서민경제의 미래'는 현재 예약판매중입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득권 언론들이 전하지 않는 진실을 담으려 밤을 지새워 가며 노력했습니다. 저는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갈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인 일반 서민가계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위험 구조를 모르고 언론의 선동보도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의 요설에 휩쓸려 자칫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될까 걱정할 뿐입니다. 신중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9. 16. 09:43

 

 

'위험한 경제학-부동산의 비밀편' 출간을 계기로 지난주에 '민중의 소리'와 인터뷰했는데 기사가 어제 났습니다. 매체력이 작아서 많은 이들이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돼 제가 담당 기자의 양해를 얻어 아고라에 옮겨왔습니다. '민중의 소리'가 작은 매체라고 폄하하실 줄 모르지만, 최근 기사 가운데 제 생각을 가장 충실히 정리한 기사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위험한 경제학'에서 담지 못한 최근 상황에 대한 제 생각까지 잘 담고 있어 참고하시면 도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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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알리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공급물량이 적어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높아지는 밀실률이 ‘전세대란’을 몰고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부동산 가격 상승은 허상이고,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작년 10월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라는 책으로 주목받았던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다. 선대인 부소장은 최근 <위험한 경제학 - 부동산>을 내고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의 위험성을 재차 경고하고 나섰다.

선대인 부소장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국 경제에 낀 비이상적인 부동산 거품이 ‘건설회사-언론-부동산 정보업체’의 3자와 ‘강부자’ 정권인 이명박 정부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꺼졌어야 할 부동산 거품이 이들에 의해 억지로 떠받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선대인 부소장은 ‘전세대란’의 대책으로 서민들에게 내놓은 보금자리주택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되지 못할뿐더러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 확대에 대해서도 ‘토끼몰이식’ 투기 조장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현재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부실이었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어떠한 상태인가.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에 의하면 2006년 중반에 고점을 찍은 주택가격이 현재 고점 대비 34%정도 떨어진 상태다. 2009년 5월 이후 급락세는 주춤하고 있는데, 오바마 행정부가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에게 세금을 감면해 주는 등의 각종 보조금 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들이 한시적인 것이라는 데 있다. 미국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의 집값에서 고점대비 15%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집값이 반토막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도 심화하고 있고, 위기의 진원지였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은 어느 정도 정리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대출자들에게 대출된 알트에이와 프라임론의 부실은 확대되고 있다. 알트에이와 프라임론의 연체율은 상대적으로 낮다고는 하지만 전체 미국 주택모기지 대출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어 이 부분의 부실이 커지면 또 다시 금융권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은 미국과 같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만 유독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한국 부동산 상황이 어떤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급등, 폭등, 혹은 대세 상승 등의 표현을 남발하는데 이는 현실과 큰 괴리가 있다. 급등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곳은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일부 지역에 국한된다. 재건축 단지들 또한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막대한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반등했을 뿐이다.

문제는, 수도권의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도 고점대비 집값이 -20~30% 이상 하락한 상태인 곳이 수두룩하다. ‘부동산 투기 1번지’라는 강남지역에서도 도곡 렉슬 등 일부 고급 아파트의 중대형 평형은 국토해양부 실거래가가 -30%까지 떨어져 있다. 버블세븐의 중심인 분당신도시 정자동의 분당파크뷰 아파트도 고점대인 25억 원까지 올라갔던 아파트가 16억원대까지 떨어졌다가 겨우 17억원 선까지 올라온 정도다. 용인, 일산, 안양 등 경기도 주요 도시들과 인천 등 다른 수도권 대부분 지역도 마찬가지다. 2008년 말~2009년 초 사이에 2006년 말 고점대비 -20~40%까지 떨어졌다가 5~10% 수준 반등한 정도에 불과하다. 그것도 충분한 거래량으로 뒷받침된 게 아니어서 또 다시 충격이 오면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할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취약하며 지속되기 어려운 반등세라는 것이다."

-수도권 전반의 부동산 급등양상이 아니라, 국지적인 양상이라는 것인가.

"언론에서 하도 ‘오른다 오른다’ 하니까 조금씩 반등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절대로 전반적인 대세상승으로 보기는 어렵다. 집값 상승이 나타나는 대상지역, 상승의 에너지 정도를 보면 대세 하락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일시적인 반등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당장은 집값이 오르고 있어 많은 이들이 착시현상을 일으키지만 부동산시장은 '끝물'에 이르렀고 그런 점에서 '마지막 폭탄 돌리기'라고 할 수 있다. "

-지난해 하반기에도 폭락할 것이라고 했는데, 올 초까지 집값이 급락했으나 이후 다시 반등하고 있다. 자신할 수 있는가.

"우리 연구소처럼 국내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구조와 환경을 기초 지자체 수준부터 전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연구하는 곳은 국내에서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사람인 이상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출 수는 없다. 지난해 말에는 정부가 사활을 걸고 무지막지한 경기 부양책을 총동원했지 않나. 미분양 물량 매입 등 도저히 정상적 정부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부양책까지 동원한 덕에 현상적으로는 내 말이 틀린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현상의 이면에 있는 구조적 흐름을 본다. 현상적으로는 정부의 부양책으로 집값 거품 붕괴가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부동산 버블 붕괴의 압력은 다시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을 매일매일 단단한 사실(hard facts)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지금 집값은 머리에서 어깨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목덜미 위로 올라온 수준이다. 여기에서 다시 머리까지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이후 집값은 다시 발끝까지 내려갈 공산이 커 보인다. 그런 상황이 뻔히 보이는데 당장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해서 ‘집값이 오른다’고 하는 것이 양심적인 전문가가 할 일인가. 길어도 1~2년 안에 집값이 다시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보이는데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전세대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여기저기서 물량이 없다고 난리다. 일각에서는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금 큰 착각에 빠져 있다. 자산시장에서 가격이 오르는 현상은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주택수급 상황에서 보면, 공급대비 수요가 많거나 수요대비 공급이 적으면 당연히 가격이 오른다. 하지만 투기적 시장에서는 부동산을 투자수익률 관점에서 보므로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지 않고 투기적 가수요를 늘리는 현상을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가격이 올라도) 일정한 단계까지는 투기적 수요가 늘어나 집값이 더 뛸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대부분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이와 같은 투기 가수요에 의한 것이다. 소득이 늘어나서 집을 사는 게 아니라 모두 금융권에서 빚을 내 집을 사지 않았나. 투기대상이라고 생각하고 투자 수익을 따먹으러 들어간 것이다.

이미 15만호가 넘는 미분양 물량이 전국에 널려있다. 수도권에서도 2만호가 넘는 상태다. 게다가 2009년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입주물량이 2000년대 들어 사상최대 수준이다. 올해 하반기 수도권 분양 물량도 예년의 2.5배 수준으로 공급이 부족한 게 아니라 오히려 넘쳐난다. 언론에서는 수도권이 아닌 전국 기준으로 ‘공급이 줄어들어 2~3년 후 집값이 폭등한다’고 선동하는데 어딜 봐서 그런가. 지금의 전세가 상승을 수급요인으로 설명하는 것은 넌센스다. 국지적으로는 멸실주택 증가 등의 영향이 있으나 그 영향은 인근 지역으로 국한되고 가격대로는 8000만원 이하 소형 평형으로 제한된다. 그런데 올 들어 전세가는 중형, 대형, 소형 순으로 올랐고, 멸실주택이 거의 없는 강남 지역이 가장 가파르게 오른 대신 멸실주택이 가장 많은 서남권은 전세가 상승세가 미약하다. 현재 전세가 상승은 집값이 오르자 좀더 버틸 여력을 얻게 된 집주인들이 금융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가를 올려 부르면 생겨나는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일부 엉터리 언론사는 멸실주택 증가로 전세가가 상승하고 있으니까, 대출을 받아서 아예 집을 사는 게 낫다는 식으로 투기 선동까지 하고 있다."

-투기선동이라니?

"지금 건설업체-언론-부동산 정보업체, 이 3자가 합작을 해서 투기 선동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실제로 사활이 걸려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2008년부터 건설업체들이 쫄쫄 굶었다. 건설업체의 분양광고를 못 받게 된 언론사들도 쫄쫄 굶었다. 부동산 정보업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조기회복’이니 ‘주택 경기가 바닥을 쳤느니’ 하면서 집값을 띄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무리한 주택사업 전개와 주택경기 침체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사들은 새로운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망하는 길로 가야 할 회사들이 많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서 공공발주사업을 늘렸지만 이것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경제 위기 전 민간주택시장이 전체 건설시장의 70%정도를 차지했는데 이제 공공건설사업이 70%를 차지할 정도다. 가뜩이나 전국에 미분양이 넘쳐나게 되니 대부분 건설사들이 그나마 분양 성공 가능성이 있는 수도권 분양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오는 9월부터 수도권에만 20만호가 신규 분양된다. 예년의 2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것도 모두 2000호 정도는 명함도 못 내밀고 5000~7000호 가량 되는 대규모 단지들이 널려 있다. 이들 물량이 대규모 미분양 되면 건설업체들은 망하니까, 사활이 걸려있다. 그래서 언론사들이 분위기를 띄우고, 정보업체들도 나팔을 불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3자가 합작해서 투기 선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사실상 집값을 올려주겠다는 공약을 걸고 당선된 '강부자' 정권까지 합세했다. 핵심 정치기반이 다주택 투기자들이니까 집값이 떨어지면 지지기반이 와르르 무너지지 않겠나. 집값 올려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 정부를 찍었는데 집값이 떨어지면 어떻겠나. 그러니 사활을 걸고 부양책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상적인 정부라면 해서는 안 되는 그런 짓들을 하고 있다. 지금 정부는 투기를 조장하고 우리 같은 조그만 연구소가 나서서 집값 거품을 빼자고 주장하고 있다. 세상이 거꾸로 된 것 아닌가"

-그럼 공급을 늘리는 것이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것인가.

"투기용, 매매용 주택은 이미 포화상태다. 공급이 과잉된 상태다. 그 같은 공급 과잉은 시간이 갈수록 극심해질 것이다. 수도권 미분양의 70% 가량이 중대형이고, 2006년말 이후 중대형 평형의 매매가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반면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 재고의 4%정도밖에 안 된다. 다른 OECD 국가들 대부분은 공공주택 비중이 20~30% 수준이다.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태다.

중대형 아파트와 매매용(투기.투자용) 주택과 고분양가 주택이 과잉 공급된 이유는 정부가 건설업체들에 퍼주고 일반인들이 투기차익을 올리도록 방조했기 때문이다. 반면 서민들을 위한 중소형과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너무 적었다. 주택 수급에서 심각한 미스매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수도권 주택보급률이 110~115%될 때까지 꾸준히 주택을 공급해야 하지만 투자용, 매매용 주택을 정부가 자꾸 더 짓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공공부문은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지어야 한다. 민간에서도 이 같은 수급 미스매치를 해소하지 못하고 계속 얼마 남지 않은 투기적 가수요를 부추겨 분양하려 해봐야 성공하기 어렵다. "

-그렇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보금자리주택은 도움이 되겠나.

"전혀 아니다. 보금자리 주택을 살펴보면, 그 중 분양주택이 절반이상이다. 그 중에서도 중대형 평형을 늘린다고 하고. 서민주거대책이라면서 임대물량은 절반도 안 되는 것이다. 그린벨트 풀어서 제일 싼 땅에 아파트를 짓는데, 평당 1천 만원이 넘어가버리면 서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 아닌가. 우면. 세곡지구 같은 강남지역은 사실 매우 고원가 구조이지만 주변 집값이 워낙 높다 보니 상대적으로는 분양가가 낮을 것이다. 정부는 말로는 서민 주거대책이라고 내세우지만 사실상 ‘판교 로또’ 사태가 재연되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로또투기판을 만드는 것일 뿐이다. 투기차익 노리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서 투기가수요 만들어 질 텐데, 이게 어디 서민을 위한 주택인가. 투기 조장책일 뿐이다. 물론 아무리 그렇게 해봐야 과거와 같은 투기 붐은 일지 않겠지만 말이다.

특히, 이번 보금자리주택의 입찰 방식이 턴키(설계시공일괄입찰) 방식이라는데 주목해야 한다. 턴키방식은 재벌급 건설업체들이 담합해서 건설비용을 늘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60억에 할 수 있는 사업을 95억원에 하는 방식이다. 명목은 서민을 위해 그린벨트까지 훼손해가면서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인데 무주택 서민들의 세금까지 포함된 정부예산으로 도시계획상의 치밀한 고려도 없이 투기를 조장하는 형국이다. 정말이지 형편없는 정책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서민들의 주거난을 해소하고 싶다면, 건설사들 분양 아파트 짓게 해서 배불리는 짓을 하면 안 된다. 선진국 수준에 이를 때까지 공공임대주택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공급, 공급하는데 공공임대주택은 주택 공급이 아니란 말인가. 이게 서민들 전월세난을 완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정부가 최근 DTI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다. 효과가 있나.

"2000년대 이후 사람들이 자기 소득이 아닌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샀다. 그렇게 해서 부동산 담보 대출 규모가 315조원까지 늘어났다. 음성적인 대출까지 합친다면 400조원 이상 될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 판돈이었던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늘어나는 주택담보대출을 제어하지 않고 방치해왔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뒤늦게나마 대출규제를 시작했는데 현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강남3구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출규제를 풀어줬다. 이후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떨어졌다가 다시 확 올라갔다. 그 돈이 다 부동산으로 들어갔음은 물론이다. 집값 반등 양상이 이 같은 주택대출 때문에 가능했지 흔히 말하는 ‘부동자금’이나 여윳돈 때문이 아니다. 저금리 정책과 대출규제 및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들로 인해 주택시장의 버블 붕괴를 지연시킨 것이다. 사실, 현 정부가 무지막지한 부양책을 썼지만 이렇게나 반등세가 미약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부동산 시장이 끝물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이제 와서라도 다시 DTI 규제를 수도권으로 확대한다니 다행이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신규분양아파트 같은 집단주택대출에는 DTI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DTI규제로 강남재건축을 비롯한 기존 주택 가격은 하락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마지막 남은 투기 가수요를 대규모 분양을 앞둔 신규분양시장에 몰리도록 토끼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DTI 규제 효과는 기존 주택과 신규분양시장에서 이중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지능적인 투기 조장책으로 볼 수도 있다. 아무리 그렇게 해도 현재 남은 수요가 막대한 분양 물량을 모두 소화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정부 대책이 임기응변적이고 주먹구구식이다. 풀었다가 도입했다가, 불과 몇 개월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이렇게 정신없는 정책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형편없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건설업체의 미분양을 해소해주기 위해 선별적으로 대출규제를 하는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전면적으로 대출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대출 규제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한국 경제상황을 환자에 비유하자면, 부동산 거품이라는 악성 종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종양을 들어내지 않으면 안 되니까 수술이 불가피한데, 정부는 수술을 하는 게 아니라 반창고나 바르고 있다. 수술을 하더라도 수술 도중 환자가 죽어서는 안 되므로 풍선의 바람을 빼나가듯이 단계적으로 집값 거품을 빼나가야 한다. 대출 규제와 더불어 정책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려나가고 투기 조장책들도 이제는 걷어 들여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자산시장의 가격조절 메커니즘에 맡겨 놓으면 된다. 그것이 경제 전체적으로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지금 정부는 억지로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며 생산경제는 다 죽게 만들고 있다. (높아진 부동산 가격은) 고비용 구조를 만들고 생산경제에 돈이 흘러드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해소돼야 성장잠재력도 높아지고 생산경제가 활성화돼 생산과 고용, 소비가 함께 늘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일정한 시점이 지난 뒤 다시 부동산 시장도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린다면서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를 죽이는 길로 가고 있다. "

 

 

제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 이어 1년 만에 새로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이 얼마전 출간됐습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득권 언론들이 전하지 않는 진실을 담으려 밤을 지새워 가며 노력했습니다. 저는 아마 한동안 한국 부동산 시장의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계속 경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부동산 가격이 어깨에서 머리 수준까지 다시 오를지는 몰라도 이후에는 다시 머리에서 발끝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돈 많은 투기꾼들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기 책임하에 투자든 투기든 하면 됩니다. 나중에 집값 떨어질 때 무주택 서민들의 세금까지 포함된 돈으로 자신들의 집값을 부양해달라고 정부에 댕댕거리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다만 저는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갈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인 일반 서민가계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위험 구조를 모르고 언론의 선동보도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의 요설에 휩쓸려 자칫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될까 걱정할 뿐입니다. 신중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9. 15. 09:08

모두 알다시피 현 정권은 정권 출범 이후 부동산 버블을 떠받치는 데 ‘올인’했다. 현 정권은 각종 주택 및 부동산 관련 공약을 통해 사실상 ‘집값을 올려주겠다’며 집권한 정권이었다. 그래서 현 정권의 핵심 집권 기반은 불과 5% 도 안 되는 다주택 투기자 등 부동산 부자 그룹이었다. 따라서 현 정부에게 부동산 버블 붕괴는 경제적인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정권 출범 초기에 이미 현 정권의 도덕성과 실력이 바닥을 훤히 드러낸 마당에 집값마저 폭락하면 마지막 남은 지지층까지 이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정권에게 부동산 거품 부양은 모든 정책과 국정 운영의 이면에 숨은 최우선 국정과제였다. 전 세계가 부동산 거품 붕괴로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와중에도 절대 한국의 부동산 거품은 꺼지면 안 된다는 식이었다.

 

현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과 경기 부양이라는 명목을 갖다 붙이며 노골적인 부동산 부양 총력전을 전개했다. 기준 금리 인하와 주택 대출 만기 연장, 각종 부동산 세금 감면, 대규모 건설토목 사업 발주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서라면 투기 조장책도 가리지 않았다.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재건축을 투기의 핵심 대상으로 밀겠다는 것을 사실상 선언하고, 인천 청라 분양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전매제한기간 완화와 양도세 감면 등을 통해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성 수요를 끌어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경제 위기를 핑계로 도저히 정상적 정부라면 해서는 안 되는 정책을 버젓이 감행한 것이다. 현 정부가 부동산 버블을 떠받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투입했거나 향후 투입하기로 한 돈이 어림잡아 300조~400조원에 이를 정도였다. 사실상 정부가 가장 강력한 부동산 투기조장세력이자, 최대의 이해관계자가 돼버린 것이다. 이렇게 현 정부의 무지막지한 부동산 부양책과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부동산 가격은 서울 강남 3구의 재건축 등을 중심으로 반등했다.

 

하지만 구조적 측면에서 부동산 버블 붕괴는 단지 지연됐을 뿐이며, 물밑에서 버블 붕괴의 압력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자.

 

우선, 정부는 부동산 폭락을 막는다는 핑계로 부동산 대출 규제를 풀어서 거품을 더 키워버렸다. 가뜩이나 둑이 넘쳐흐를 지경인데 둑 위에 고이는 물의 양을 늘려버린 것이다. 나중에 집값 거품이 빠진 뒤 다시 회복할 때 마중물로 쓰일 수 있었던 수요를 집값 거품 붕괴의 에너지를 더하는 방향으로 써버린 것이다. 가뜩이나 2000년대 부동산 투기 과정에서 미래의 주택 수요를 당겨 집값을 부풀렸는데, 조금 남아있던 주택수요마저 투기바람을 다시 불러일으켜 앞당겨 끌어다 써버린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버블 붕괴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의 1990년대 일본식 토건 부양책 때문에 건설업체들의 아파트 공급이 지속돼 수요 대비 과도한 공급 과잉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분양 취소나 정부의 미분양 매입 등으로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의 미분양 물량은 결코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다. 오히려 수도권의 공급 과잉은 2009년 말부터 본격화돼 미분양 사태를 장기화하게 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수도권 주택시장은 2015년경이면 약 36만호 이상의 아파트 과잉 공급 상태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분양 물량의 만성적인 적체와 이로 인한 건설업체의 자금난으로 향후 2~3년 안에 건설업체들의 도산행렬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체의 도산은 금융기관 부실 채권 증가로 이어져 향후 한국경제에 만성적인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말하면 기존 언론의 ‘공급 부족’ 타령에 젖어 있는 이들은 어리둥절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왜 집값이 오른다는데, 미분양물량은 잔뜩 쌓여 있고, 인천 청라 외에 전국에서 분양 성공하는 데가 한 군데도 없는지를. 언론에서는 주택 공급이 줄어 2~3년 후 집값 뛴다는 얘기밖에 없는데, 왜 2009년 하반기에 수도권 입주물량이 수년 내 최고 수준이며, 사상 최고 수준인 20만호가 한꺼번에 대규모 분양에 나서는지 말이다. 지금도 미분양이 넘치는데, 2009년 하반기 수도권에서 분양되는 20만호가 과연 제대로 소화될 수 있을까.

 

왜곡된 ‘공급 부족론’의 결정판은 ‘공급이 줄어 전세값이 급등한다’는 보도일 것이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벌려놓은 뉴타운 개발 계획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전월세 물량이 줄어 전세값이 뛰는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국지적 영향을 줄 뿐이며 가격대로는 8000만원 이하 소형 전월세에 영향을 줄 뿐이다. 그런데 필자가 서울 25개구 전체의 매매가 및 전세가 추이를 비교해보니 올해 들어 전세가는 국지적 수급에 상관 없이 매매가에 연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적 국지적 수급 요인이 현재 전세가 상승에 별 영향을 주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전세가는 중형, 대형, 소형 순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만약 뉴타운 및 재개발 재건축 지역의 멸실주택 및 이주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라면 소형이 더 뛰었어야 한다.  현재 전세값 상승은 많은 이들이 집을 사지 않고 전세 수요로 전환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사실 지금의 전세가 상승은 집값이 뛴다고 하니 조금 더 버틸 여력이 생긴 집 주인들이 은행 빚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가를 올려부르고 이것이 언론의 선동보도와 맞물려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일 뿐이다. 물론 지난해 하반기 전세가가 가파르게 하락한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의 측면도 있다. 이에 더해 일반 가계가 높은 집값을 감당하기 어렵거나 추가 집값 상승이 어렵다고 판단해 아파트 매매보다는 전세 수요로 돌아선 데 따른 영향도 부인할 수 있다. 이는 미국에서도 부동산 버블 붕괴 직전에 나타난 현상으로 오히려 부동산 버블 붕괴의 전조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경제 환경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가 부동산 부양책에 자원을 낭비하는 바람에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은 한 단계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각종 정부 및 민간 연구기관들이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것을 경고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을 억지로 지탱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일자리는 줄어들고 ‘알바’일자리만 양산되고 있어 가계의 평균적인 소득 기반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뒷일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현 정부의 무모한 감세정책 및 재정 남용으로 재정 고갈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다.

또 인구 감소 속도는 매년 더 빨라지고 있고, 수도권 인구 유입도 점점 한계에 이르고 있다. 부동산 투기선동가들과 엉터리 언론 보도와는 다르게 수도권의 실수요 기반이 양적, 질적 측면에서 빠른 속도로 약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정책수단을 일찌감치 소진해버려 부동산 버블이 다시 붕괴하기 시작하면 제대로 손쓸 여력이 얼마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 돼버렸다.

 

이밖에도 더 이상 떨어질 바닥이 없는 금리는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물론 부동산 부양에 사활을 건 현 정권은 다른 나라에 앞서 선제적으로 기준 금리를 인상하기를 강력히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이성태 한은 총재는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더구나 시중금리는 기준금리와는 달리 이미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하반기에 기준금리 인상과 무관하게 시중금리가 올랐던 것처럼 말이다. 이미 국공채 금리에 이어 은행채와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회사채 금리 등이 일제히 바닥을 친 뒤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또 가계 부채의 거치기간과 일시상환 만기를 연장한 덕에 당장 부동산 투매는 막았지만, 가계들의 원리금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더구나 시중은행들이 급감한 순이자마진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는 바람에 신규 주택 대출자와 대환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향후 금리가 오르면 매우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수도권 DTI 규제 도입은 기존 주택시장의 부동산 투기를 옥죄는 결과를 갖고 오게 된다. 이미 올 초 이후 주택담보대출 급증에서 드러났듯이 올해의 주택가격 반등은 가계들이 소득이 늘어서가 아니라 투기적 욕심에 빚을 잔뜩 내 질러댄 결과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소득 대비 총상환액 비율로 주택대출 총액을 규제하는 DTI 규제 도입은 LTV 규제와는 달리 상당히 큰 효과를 발휘할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는 올해 9월부터 쏟아지는 대규모 분양 물량 판촉을 위해 신규 분양의 집단 대출은 가능토록 했다. 물론 이로 인해 마지막 남은 투기 가수요를 신규 분양 시장으로 몰아주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해도 올 하반기에만 20만호에 이르는 분양 물량을 모두 소화해줄 수요는 없다. 결국 연말까지 대규모 미분양이 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강남 재건축을 비롯해 기존 집값 거품은 빠지게 될 것이다. 결국 기존 집값이 가라앉으면 신규 분양시장도 좀더 길게 보면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이뿐이 아니다. 여기에서 일일이 다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부동산 버블 붕괴의 압력은 수면 아래에서 더욱 점증하고 있다. 사실은 필자가 지난해부터 줄곧 경고했던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정부의 막대한 부동산 부양책과 투기 조장책들 때문에 필자가 경고했던 문제점들은 단기적으로는 해소되는 듯한 현상을 보였지만 그것은 단기적으로만 가능할 뿐이다. 어떻게 보면 지난해말 경기가 단기간에 급락하면서 오히려 정부가 도저히 정상적 정부라면 시행할 수 없는 각종 무리한 부양책을 썼기에 역설적으로 부동산 거품 붕괴는 지연됐다. 하지만 이제 당시와 같은 풍전등화의 위기감은 사라지고 있기에 이제 시간이 가면 갈수록 필자가 경고했던 부동산 버블 붕괴의 구조적 압력은 다시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경제 곳곳에서 점점 뚜렷하고 강력한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니 투기적 탐욕이 가득한 가계가 아니라 정말 내 집 한 칸 마련하는 게 목표인 일반 가계들은 신중하시기를 다시 한 번 당부한다. 

 

 

제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 이어 1년 만에 새로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이 얼마전 출간됐습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득권 언론들이 전하지 않는 진실을 담으려 밤을 지새워 가며 노력했습니다. 저는 아마 한동안 한국 부동산 시장의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계속 경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부동산 가격 반등이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오히려 오래지 않아 길고 긴 내리막길을 다시 걷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돈 많은 투기꾼들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기 책임하에 투자든 투기든 하면 됩니다. 나중에 집값 떨어질 때 무주택 서민들의 세금까지 포함된 돈으로 자신들의 집값을 부양해달라고 정부에 댕댕거리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다만 저는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갈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인 일반 서민가계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위험 구조를 모르고 언론의 선동보도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의 요설에 휩쓸려 자칫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될까 걱정할 뿐입니다. 신중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9. 13. 1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