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서울 강남 재건축 등을 중심으로 단기적으로 집값이 반등하니 많은 분들이 불안해하십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의 단기 랠리라면 몇 달 안에 치고 빠질 수도 있겠지만, 주택시장에 들어가면 몇 년간은 집을 소유해야 하는 게 보통입니다. 타고난 투기꾼들이라면 온갖 탈불법 거래를 통해서든 단기 거래를 할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만, 대부분 그렇게 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면 3년을 보유한다고 생각해보죠. 그 경우 기회비용과 투자 리스크 등에 대해 최소한의 계산은 해보는 게 정상아닐까요?
그러면 한 번 계산해봅시다. 계산의 편의상 여러분들께서 자기 돈 6억원과 은행에서 빌린 돈 4억원으로 10억원짜리 집을 산다고 생각해보죠. 향후 물가 상승률이 4%, 은행 대출 이율을 6%로 잡아봅시다. (몇몇 분이 인플레이션 상황을 걱정하는데, 당장은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고, 지금까지 급속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더 오른 사례도 없었기에 그런 상황은 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3년 후 각종 기회비용을 만회하고도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집값은 얼마나 될까요?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여러분의 돈 3억원이 3년 후 같은 가치를 유지하려면 약 6억7500만원이 돼야 합니다. 또한 대출액 4억원의 연간 이자는 2400만원이므로 3년간 이자는 7200만원입니다. 이 두 가지만 해도 1억4700만원입니다. 이밖에 부동산 거래에 따르는 취등록세와 재산세, 부동산 중개수수료, 이사 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각종 기회비용은 거의 2억원에 육박할 것입니다. 이는 현재 10억원짜리 집이 3년 후 12억원으로 올라야 겨우 본전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현재 집값 수준에 비해 20% 오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의 경우는 차후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를 감안하지 않은 것입니다. 물론 현 정부가 지금은 각종 취등록세 및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으므로 과거처럼 세금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해 도입한 그 같은 혜택은 집값이 정말 20% 정도 뛰는 경우가 생긴다면 모두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사 그런 혜택이 계속 유지된다 해도 위에서 말한 기회비용 20%는 기본입니다.
이어 향후 집값 흐름을 몇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한 번 생각해봅시다.
1) 집값이 3년 뒤까지 꾸준히 올라 현재 집값보다 20% 이상 더 오른다.
2) 집값이 3년 후에는 지금보다 0~20% 오른 수준이 된다.
3) 집값이 3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낮아진다.
여러분은 다른 가치는 안 보고 철저히 투자 수익률 관점에서만 판단하고, 3년 후 반드시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을 가정합시다.
만약 여러분이 1번 상황을 확신한다면 집을 반드시 살 것이고, 2), 3)번이면 굳이 지금 집을 살 이유가 없습니다.
3년 후 1번 시나리오가 현실화해 있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봅니다.
저는 늘 주장해오는 대로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3번 시나리오입니다.
(사실 3번 시나리오에서 얼마나 떨어지느냐로 시나리오 구성을 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설사 2번 시나리오라고 해도 집을 안 사는 게 현명하지요.
물론 현실적으로는 3년이 지난 뒤 집값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따라 판단이 많이 달라지겠지요.
저는 3년 이후에도 집값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거의
100%에 가까운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 관점에서 3년 후에 반드시 판다는 것을 가정하고 쓰기에 이후 시점에 대해서는 일단 생각을 접어둡시다.
지금 집을 살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은 꼭 이 판단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집이 오를 때 불안해서 집을 사는 분들 대부분이 막연히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집을 사기 때문입니다. 그때문에 2006년말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집값도 폭등했지요. 그런데 2006년에 집 산 사람들 그 뒤로 집값이 계속 떨어져 얼마나 속앓이를 했는지 아시나요? 지금 언론의 선동보도와는 달리 '부동산 투기 1번지'인 서울 강남의 경우에도 재건축 아파트를 제외하면 실거래가는 여전히 2006년 고점 대비 -20~30%씩 하락해 있는 상태이고요. 분당, 용인, 일산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도 실거래가는 정부의 각종 투기조장책과 언론의 선동보도에도 불구하고 거의 반등다운 반등을 못하고 있습니다. 2006년 고점에서 집을 산 사람들은 그동안 얼마나 집을 팔고 싶어 안달했을까요? 그리고 지금 자신들의 집을 사주는 사람들은 정말 은인처럼 느껴질 겁니다. 지금 털고 나와도 아마 기회비용까지 합하면 2006년에 투자한 분들 20~30%는 까졌을 겁니다. 거꾸로 실수요자도 아닌 분이 은행 빚을 잔뜩 지고 부동산시장에 들어가는 것은 그 사람들의 폭탄을 떠안는 격이라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 2009년의 반등은 이미 어깨 수준까지는 올라온 것으로 판단됩니다. 상투를 잡지 마시길 바랍니다.
*제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 이어 1년 만에 새로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이 출간됐습니다. 2권 '서민경제의 미래'는 9월 20일경 출간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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