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시사기획 텐에서 방영한 <미분양 아파트의 진실>편은 현재 주택시장 상황을 살펴보고 향후 주택시장의 흐름을 전망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익히 아시듯이 김재영 PD 등이 진행한 PD수첩의 부동산시장 관련 프로그램들은 현실 주택시장 상황을 매우 생생한 탐사보도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소상히 알려주었고,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반면 그제 방영한 KBS 시사기획 텐은 미분양 물량의 허위 신고에 대한 탐사보도의 측면도 있었지만, 현재 일반 가계, 특히 장래 주요 주택수요층인 젊은이들의 소득 수준에 비해 집값이 얼마나 높은지, 그리고 향후 인구구조 변화 측면에서 아파트 공급이 얼마나 과잉인 상태인지를 차분하고 설득력 있게 보여줬습니다. 특히 일반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간간이 위트 있게, 그리고 약간은 스타일리시하게 프로그램 구성을 해서 PD수첩과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각설하고, 그제 방영 내용 가운데 판교 아파트 매입자의 연령대별 매입 실태를 잠깐 소개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아마 짧게 지나가서 자세히 보시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제가 보충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아래 글은 <시사경제> 올해 1월 15일자 '판교신도시 아파트 소유자의 부채 실태 분석'에서 소개한 내용 일부를 수정한 것입니다. 참고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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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도표>를 참고로 아파트 매입자의 연령대별로 부채실태를 살펴보자. 설명의 편의상 판교1단지 휴먼시아 입주가구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우선 매입자의 연령대별 구성을 보면 40대가 47.8%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으며 이어 50대가 21.8%, 30 20.1%의 순으로 나타났다. 30대의 경우 34세까지가 3.6% 정도에 불과했으며 거의 대부분 30대 후반이었다. 이어 60대가 7.1%, 70대 이상이 2.9%였고, 20대의 경우는 0.3%로 단 두 명에 불과했다.

 

<도표> 매입자 연령대별 금융부채 현황

 

 

 

 

 

 

여기에서 명확히 알 수 있듯이 판교 아파트 매입자는 40대를 중심으로 30대 후반부터 50대까지가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주택의 수요 연령대가 보통 35~55세 사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도 대체로 일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0대 전반까지는 가정을 꾸린 초기 단계로 주택을 매입할만큼 충분한 소득 기반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며, 60대 이상의 경우에는 이미 집을 장만했거나 직장 은퇴 후 자녀들을 출가시키면서 오히려 있던 집을 줄이거나 처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연령대별로 매입자의 근저당 설정가구 비율을 보면 70대의 경우 37.5%에 불과하지만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비율이 높아져 40대는 80.0%, 30대는 80.7%까지 치솟았다. 주택 매입의 중핵을 이루는 40대와 아직 경제적 기반이 견고하지 못한 30대 매입자의 대부분이 투기 선동에 휩쓸려 무리하게 고가의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장시간의 학습효과를 통해 '부동산 불패신화'에 젖어 있는 50,60대의 뒤를 따라 아직 충분한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30,40대가 무리하게 아파트를 매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산 아파트를 받쳐줄 30대 전반 이전의 잠재 수요자는 인구구조상 시간이 갈수록 급격히 줄게 되는 한편 '88만원세대'로 상징되듯 소득수준 또한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연령대별 아파트 매입자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현재 지나치게 높은 국내 주택 가격은 유지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수도권 2기 신도시의 대명사인 판교신도시 아파트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매입자들이 평균 약 3억원 정도의 거액의 부채를 안고 아파트를 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 재건축을 대표하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도저히 일반 가계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채를 지고 아파트 투기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는 물론 이들을 대변하는 대다수 신문들이 주장한 공급 부족론에 기대 강남 대체 신도시를 건설해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했던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판교신도시의 분양시장 또한 투기 범벅이어서 오히려 투기를 잡기는커녕 부동산 투기를 더욱 부추겼을 공산이 컸음이 다시 드러난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실패로 인해 평범한 가계들이 부동산 투기에 눈이 멀어 대거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책결정을 주도한 관료들 가운데 어떤 이도 상응하는 처벌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고 있다. 일반 가계만이 잔뜩 빚을 진 채 주택 가격이 떨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을 뿐이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2. 25. 10:43


그제 국토해양부가 2010년 1월 아파트 거래량을 집계해 발표했습니다.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하는 이 아파트 거래량은

역시 국토부가 토지주택공사를 통해 위탁운영하는

온나라부동산포털의 아파트 거래량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2010년 1월 현재 국토부 보도자료상의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3430 건, 온나라포털의 거래량은 6393건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됩니다. 

물론 온나라포털의 아파트 거래량은 매매 외에도 양도나 신탁 등의

경우에도 포함돼 있지만 매매 거래가 전체 거래의 80% 전후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왜 이 정도의 큰 차이가 나타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자신들이 집계하는 거래량 통계조차 제각각이니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어쨌거나 거래량의 전반적인 추이를 보여주는 측면에서는 두 통계가

거의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각설하고, 온나라포털상의 거래량 추이를 한 번 살펴봅시다.

아래 <도표1>을 보면 알겠지만, 수도권과 서울, 경기, 인천지역의

2006년 하반기는커녕 2009년 고점과 비교해도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줄었고,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 결과 거래량이 2008년 8월 수준까지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인천의 경우에는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습니다.

이 같은 거래량 감소 추세가 언제까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추세로 몇 달 간 더 진행된다면 실거래가가 추가로 상당폭 떨어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표2>는 국토부 보도자료상의 아파트 거래량 발표 추이입니다.

전국, 수도권,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이 계속 줄고 있어 추가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강남3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9월 이후 급감한 뒤

두 달 연속 반등했습니다.

보통 강남3구가 부동산시장의 선도지표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강남3구의 거래량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어 강남3구조차 지난해와 같은 급격한

거래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또한 강남3구의 경우 안전진단 통과 기대감이나 지구단위 계획 정비 등을

소재로 실거래가도 다소 올랐으나 그 같은 기대감은 이미

가격에 다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부동산 찌라시들의 보도에서도

이미 추격매수가 끊어졌다는 보도가 나올 지경이니까요.

 

  

반면 강남3구 이외 수도권 주요 지역들의 실거래가는

약보합세 또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몇 달째 거래가 실종된 아파트들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가 몇 개월 더 지속된다면 실거래가 하락도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2. 19. 09:04

고려대학교 기수 총장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교육의 질에 비해 매우 싸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는 교육 수요자인 대다수 국민들의 체감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한마디로 특혜를 누리는 한국의 대표적 사립대학의 오만과 자가당착을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한국 대학의 등록금이 얼마나 가파르게 올랐는지 <도표1>을 참고로 사립대와 국공립대의 등록금(납입금)이 물가지수에 반영되기 시작한 1975년부터 2009년까지 소비자물가지수 및 대학 유형별 등록금 추이를 살펴보자.

먼저 사립대, 국공립대, 전문대 등록금을 가릴 것 없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매년 등록금 상승률 추이를 보면,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전반까지 사립대 등록금이 매년 10~30% 가량 가파르게 상승했고, 국공립대도 10~20%대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70년대 중반부터 시행된 고교 평준화의 여파로 대학 진학자가 늘어나 대학들의 시설 확장이 필요한 데다, 70년대 말의 2차 오일쇼크와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세력의 군사쿠데타를 계기로 물가 급등과 외환부족 등의 경제위기가 발생함에 따라 대학 등록금도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80년대 중후반에 물가가 진정됨에 따라 등록금도 한 자리수 상승률를 보였다.

그러나 1990~1996년까지 민주화 정부 출범을 전후로 대학 자율화 붐과 대학 설립이 난무하면서 다시 대학등록금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치솟던 대학 등록금은 90년대 후반의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상승세가 주춤하다가 2000년부터 6~8%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가 지난해 경기 침체로 1~3%대의 상승률에 그쳤다. 2000년대에는 사립대와 국공립대의 등록금 상승률이 거의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도표1> 대학별 등록금 추이


(
)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사립)대학 등록금이 가계의 가처분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얼마나 더 
상승해 왔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가처분소득 증가율에서 사립대학 등록금 상승률을 차감해보자. 90년대 초까지는 한국경제가 고도성장을 하면서 개인가처분 소득도 빠르게 증가해 대학 등록금이 가파르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가계가 등록금 부담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90년대 초반 이후부터는 개인가처분소득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는 반면 대학 등록금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여 가계들이 대학 등록금을 점차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대학 교육의 질에 비해 등록금이 싸다는 이기수 총장은 딴 세상에 살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대학 교육의 질에 비해 등록금이 싼지는 좀더 따져봐야 하겠지만,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학 교육의 수요자인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가 알고 있다. 정말 한국 대학의 질이 우수하다면 왜 많은 대학생들이 외국 유학을 가고 있겠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만간 별도의 글로 다루도록 하겠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의 대학 등록금 상승률은 국내 물가나 가처분소득 상승률보다 훨씬 더 빠르게 올랐다. 또 미국 사립대학의 등록금 상승률과 비교해 매년 평균 3~5% 정도 상승률이 더 높을 정도로 급격히 상승했다. 또 지역별로는 서울 및 수도권 대학, 전공별로는 의대의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더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로 인해 가계가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업을 하거나 빚을 내야 할 정도로 이미 큰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고등교육의 민간부담, 즉 가계부담 비율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한국의 가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자녀들의 대학 학비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 대학의 등록금은 대부분의 일반 가계에 큰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벌 서열구조 속에 안주하면서 '경쟁의 무풍지대'에서 희희낙락하는 대학 총장들만 모를 뿐이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2. 18.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