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는 2009년 상반기에 발표하겠다던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를 지난해 말부터 작성해 공개하기 시작했다. 현행 국민은행이 조사해 매월 발표하는 주택가격 지수는 회원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호가에 근거한 지수인데다 신규 입주물량이 일정한 시점에 한꺼번에 표본에 잡히는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현실의 주택 가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2007년 이후로는 호가 위주의 국민은행 가격지수가 실제 거래되는 주택 가격과 괴리가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수도권 주요 도시들의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 사례들을 조사한 바로는 이미 2006년 이후로 고점 대비 15~20% 가량 떨어진 단지들이 대부분이다. 서울 동북권과 경기 동북부 및 인천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경우, 2008년 상반기가 고점이기는 했으나 이들 지역에서도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들은 실거래가 상으로는 2008년 상반기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도표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은행 가격지수로는 수도권과 수도권 각 광역시도의 가격지수가 2006년 말은 고사하고 2008년 상반기 고점 수준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도표1 수도권 전체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광역시도 아파트가격지수 추이 비교(국토해양부와 국민은행 자료를 이용해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작성)
ⓒ 김광수경제연구소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비록 3개월가량 시차가 발생하는 단점은 있지만, 2006년 1월부터 전국의 아파트 실거래가 사례를 집계해 국토해양부가 작성하는 실거래가 지수는 국민은행 가격지수보다는 부동산시장의 현실을 좀 더 정확히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였다. 국토부가 발표한 실거래가 지수를 보면 누가 보더라도 쉽게 수긍하기 힘든, 현실과 동떨어진 주택가격 지수임을 한 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를 살펴보자. 

 

<도표1>은 국토부의 아파트 실거래 지수와 국민은행의 아파트 가격지수추이를 2006년 1월의 가격 수준을 100으로 삼아 나타낸 것이다. 이들 도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실거래가 지수는 주택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가격의 진폭이 크게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국민은행 가격지수보다는 좀 더 현실에 가까운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호가 위주 가격지수보다 같은 기간에 훨씬 더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현실과 심각한 괴리를 나타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그동안 투기심리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주변 아파트 가격을 띄우기 위해서나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압력 때문에라도 실제 체결되는 아파트 가격보다 높은 호가를 유지해왔다. 특히 이 같은 호가는 주변 아파트 소유자들이 요구하는 '매도 호가'에 가까운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거래되는 실제 아파트 가격, 즉 실거래가는 이 같은 호가보다는 낮은 것이 정상이다.

 

특히 2007년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에 접어들면서 거래량이 급감하면서부터는 호가보다는 최소 10~20% 이상 싼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이 기간에 작성된 실거래가 지수가 국민은행 호가 지수보다 상승폭이 적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결과는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오히려 실거래가 지수의 상승폭이 국민은행 가격지수보다 훨씬 더 컸고, 따라서 2009년 9월 현재 국민은행 가격지수보다 훨씬 더 높은 상태에 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격지수임을 실거래가 지수 스스로가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의 실거래가 지수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는 아래에 소개하는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 사례를 살펴보면 좀 더 분명히 드러난다. 참고로, 아래에서 소개하는 실거래가 사례는 2009년 12월 국토부가 발표한 거래 사례들을 도표화한 것으로 2009년 11월까지 거래 사례들이 포함돼 있으나 상당수 단지의 경우 2009년 8, 9월 이후 거래가 소멸된 경우가 많았다.

 

▲ 도표2 서울 강남구 주요 아파트 실거래가격 변화 추이(국토해양부 자료를 이용해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작성)
ⓒ 김광수경제연구소

 

먼저 <도표2>를 토대로 이른바 '부동산 1번지'라고 하는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실거래가 사례를 살펴보자. 이 도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서울 강남의 경우에도 저층 재건축 단지의 대명사인 개포동 주공1단지만이 겨우 2006년 말 고점 수준의 가격을 회복했을 뿐이다. 그나마도 수도권 전역에 DTI규제가 도입된 2009년 9월 이후로는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층 재건축 단지의 상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에는 아예 2006년 말 고점 회복은커녕 고점보다 15%가량 낮은 가격에서 다시 떨어지고 있다.

 

이른바 명품아파트의 대명사였던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이나 도곡동 도곡렉슬 등도 2006년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진 가격에서 거래가 끊어지면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거나 재하락하고 있다.

 

강남구뿐만 아니다. <도표3>에서 수도권 주요 아파트단지들의 실거래가 사례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분당파크뷰의 경우 2009년에 가격이 반등했다고는 하지만 2006년 고점 대비 -30% 수준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떨어지면서 거래가 끊기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용인, 일산신도시 등 수도권의 주요 도시들도 대부분 비슷한 양상이다.

 

▲ 도표3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격 추이(국토해양부 자료를 이용해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작성)
ⓒ 김광수경제연구소

 

서울과 경기도 주요 도시들과는 달리 2007년 이후부터 오르기 시작한 인천시의 경우 2008년 상반기에 고점을 찍었으나 대체로 2009년에도 고점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서 모두 소개할 수는 없으나 수도권 대부분 주요 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대체로 이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부동산 1번지'라는 서울 강남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경기도의 주요 도시 대부분 지역에서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2006년 말 고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어 가장 최근의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가 발표된 2009년 9월 시점까지 평균적으로 고점대비 최소 15% 이상 떨어진 가격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에서 수도권의 경우 2006년 12월의 지수가 127.5이므로 2009년 9월의 가격이 이보다 15% 가량 떨어진 지수가 나와야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설사 2006년 말 이후 '버블 세븐'을 비롯, 수도권 주요 도시의 실거래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남은 투기 수요가 경기 동북부와 이른바 '노도강' 등 서울 동북 3구 등으로 유입되면서 2008년 상반기까지 오른 것이 다른 수도권 주요 도시의 실거래가 하락을 상쇄했다고 치더라도 2009년 9월의 실거래가 지수가 2006년 고점 수준을 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2009년 9월의 수도권 실거래가 지수는 2006년 말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147.0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토부가 발표한 실거래가 지수가 한 마디로 현실과 동떨어진 또 하나의 엉터리 통계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 호가지수의 문제점을 개선·보완하기는커녕 오히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격지수를 만들어낸 셈이다.

 

그러면 이처럼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가 엉터리 가격지수가 된 이유는 뭘까. 국토부가 구체적인 지수 작성 방법이나 이에 사용된 표본 등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으므로 현재로선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한두 가지 이유를 추정해 볼 수는 있다. 국토부 설명에 따르면 실거래 가격지수는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 지수인 케이스‐실러 지수의 기법을 본 따 2번 이상 반복 거래된 동일주택의 가격 변동률로 지수를 산정하는 '반복매매(repeat sales)' 모형을 사용해 작성됐다고 한다.

 

다만, 한국적 특성에 따라 아파트의 단지·면적·동·층그룹(저층·중간층·최상층 등)이 같은 아파트는 동일한 주택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이 같은 지수 작성 방법과 대상기간 아파트 거래의 특성 때문에 현실과 달리 특정 면적형이나 유형의 아파트 거래 비중이 과다 반영됐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007년 주택시장 침체기간 동안에도 상대적으로 소형 아파트는 거래도 비교적 활발했고, 가격도 중대형과는 달리 강세를 나타내는 지역이 많았다. 또 2007년 이후로는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지역을 대상으로 한 투기적 거래가 전반적인 시장 침체 속에서도 비교적 활발했는데, 이 같은 투기적 거래가 과다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경우야 어찌됐든 이처럼 시장상황 때문에 나타난 일부의 양상이 과대 반영되는 경우라면 이를 보정하면서 전반적인 주택시장의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방식으로 지수를 작성했어야 옳다. 통계나 각종 지수는 개별적 사례들만으로 파악하기 힘든 사회, 경제적 현상 등을 수치화해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로서는 사회, 경제적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야 올바른 정책적 처방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실태를 정확히 파악한다는 명목으로 많은 인력과 예산을 쏟아 붓고도 그 결과는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는 지수를 내놓고 말았다. 이러니 실거래가 지수가 발표되자마자 상당수 언론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만 것이다.

 

사실 각 정부 부처가 작성한 통계의 정합성이 떨어지거나 현실과 동떨어지는 경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관련 통계 또한 마찬가지다. 위에서 언급한 가격지수 외에 아파트 거래량의 경우에도 2009년 5월부터 그동안 거래량에서 제외해온 이른바 '부적정 하한가' 거래 사례 건수를 거래량에 포함시켜 갑자기 거래량을 늘리기도 했다. 또 미분양 물량 통계는 아예 사실상 건설업계가 마음대로 조작하는 통계에 가깝다. 건설업체가 신고하는 수치를 국토해양부가 단순 집계해서 발표하는 것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거래가 지수 또한 정부의 고의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 실거래가 기준으로 주택가격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호도하고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줘 가뜩이나 사기와 조작이 난무하는 부동산시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 29. 09:43

 

고려대 이기수 총장이 한국대교협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교육의 질에 비해 매우 싸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이는 교육 수요자인 대다수 국민들의 체감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한마디로 '경쟁의 무풍지대'에서 독과점적 혜택을 누리는 한국 대표 사립의 오만함과 자가당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일 3국의 교육의 질 대비 사립대 등록금 수준을 비교한 것은 우리 연구소가 소개한 글을 참조하시기 바라고요. 저는 이 글에서 1995년 이후 사립대와 전문대의 납입금 상승 추이와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을 비교해봤습니다. 아래 <도표1>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1995년 1월을 100으로 할 때 생활물가지수는 191.4로 변동한 반면, 사립대 납입금은 256.5, 전문대 납입금은 289.7로 급상승했습니다. 이를 금액으로 생각해보면 예전에 100만원으로 살 수 있던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가 191.4만원으로 상승한 반면, 1995년에 100만원이던 등록금은 256.5만원, 전문대 납입금은 289.7만원으로 올랐다는 얘기입니다. 이것은 비교적 등록금이 낮은 지방의 사립대와 전문대를 포함한 수치로 연세대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서울지역 사립대와 전문대의 등록금은 이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또한 고려대 총장과 같은 교육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가 아니라 교육 수요자 입장에서 지금 한국 교육의 현실을 살펴보면 어떨까요? 아래 <도표2>를 참고로 해서 설명하겠습니다.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과 민간의 지출 부담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은 민간, 즉 가계의 부담율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고등교육에 대해서도 대부분 국가가 책임지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민간 지출 부담이 높은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더 높은 것입니다. 이만큼 국가가 고등교육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민간 부담으로 지출하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처럼 된 데에는 정부가 80년대 이후 질적 수준을 따지지 않고 각종 사립대학을 무분별하게 난립하게 하고, '학벌 신드롬'을 조장해 대다수의 고교 졸업생이 어떤 식으로든 대학에 진학하게 하는 점에 기인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무분별하게 난립한 대학 가운데 다수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한국의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비 부담은 매우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학들은 경제위기 전까지 가파르게 등록금을 올려 진정한 교육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기 보다는 캠퍼스 내 건물을 올리고 각종 수도권과 지방에 캠퍼스를 조성해 '부동산 장사'와 '등록금 장사'에 더 열을 올려왔습니다. 이런 자신들의 행태는 망각하고 교육의 질에 비해 대학 등록금이 싸다고 주장하는 신임 대교협 회장의 발언은 그야말로 오만한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고려대 이기수 총장의 발언이야말로 왜 한국의 대학들이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으며,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왜 필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하겠습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 28. 10:44

 

지난해 말에 이어 올초에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전망하는 기사들이 각종 언론에서 앞다투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집값이 오르던 8~9월까지 "내년에 집값이 대세 상승한다"고 주장하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예상치'를 낮추더니 이제는 '보합'이니 '조정'이니 '상저하고' 식 발뺌하는 표현들을 쓰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 전망이 말 그대로 전망인지, 지금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설명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자신들 '희망사항'을 말하는 것일 뿐이지만 말이다.

 

이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결코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지 않고 늘 '조정' '보합'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이다. 집값은 늘 오르기만 하고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다음 집값 상승을 위한 휴지기 정도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일반인들로 하여금 은연중에 '한국의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식으로 세뇌를 시키는 것이다.

 

토지보상금 증가에 따른 집값 상승설은 근거 부족

 

최근 이들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이 새롭게 내놓은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가 토지보상금 문제인 모양이다. 올 한해 약 40조원에 가까운 토지보상금이 풀려 집값을 밀어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2000년대 집값 폭등은 주로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일반 가계의 대규모 금융권 차입 때문에 벌어진 투기 현상이다. 따라서 토지보상금 증가에 따른 집값 상승설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지만, 일반인들 가운데는 여전히 이에 현혹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 주장이 왜 근거가 없는지 한 번 생각해보자.

 

우선, 토지보상금이 풀린다 해도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따라 그 돈의 부동산 시장 유입 여부와 그 규모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글을 읽는 독자가 토지보상금을 받은 지주라고 하면 2005~2006년 부동산 폭등기 때는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덩달아 부동산 투자를 많이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거꾸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 부동산 투자에 쉽사리 덤벼들겠는가? 결국 같은 보상금을 받더라도 당시 상황에 따라 일반인들은 자신이 판단할 때 위험 대비 가장 많은 투자수익률을 가져다 주는 곳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올해의 집값 추이에 대한 전망은 다를 수 있다고 해도 적어도 2006년과 같은 폭등기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보상금을 받는다고 해도 과거처럼 부동산에 '적극적으로' 재투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2006년 부동산 폭등기 때와 마찬가지로 보상을 받은 가계가 부동산에 투자할 것처럼 기정사실화한다. 이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토지보상금이 일부 언론이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선동하는 것과 달리 주택시장에 그다지 흘러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토지보상금으로 인근 지역 땅을 사거나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방에 풀린 토지보상금이 수도권 아파트 시장으로 흘러드는 현상은 상당수 언론 보도와는 달리 매우 미약하다. 즉, 지금까지 대부분의 수도권 아파트 투기는 가계 주택 담보 대출을 통한 투기였을 뿐 토지 보상금은 부동산 대출 투기에 더한 플러스 알파 정도 변수였을 뿐이다.

 

'재미교포들의 강남아파트 대거 매수' 보도가 사실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간단히 도표 두 개만 소개하기로 하자. 

 

아래 '도표1'은 지난해(2009년)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 단지 매입자의 거주지별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보다시피 강남3구 56%를 포함해 서울 거주자가 74%를 차지한다. 그리고 수도권이 17%, 지방이 8% 정도였다. 그런데 이 가운데 토지 보상금을 받은 사람들로 보이는 비율(수도권과 지방 거주자 가운데 금융권에서 빚을 2억원 이하로 얻은 사람들)은 전체 거래의 3%도 되지 않았다. 판교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를 분석한 결과로는 지방 원정 매입자의 비율이 2%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거주지별 비율 2009년 은마아파트 매입자 가운데 지방 거주자는 8%였고, 이 중에서도 금융권 부채를 2억원 이하로 빌려서 매입한 경우는 3% 정도에 불과했다.
ⓒ 김광수경제연구소
 은마아파트

이는 토지보상을 받은 지방 사람들이 대부분 현금 보유를 하거나 부동산을 사더라도 인근 토지 등을 사고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수도권 원정 매매를 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골 사람들이 조상 땅을 팔아 받은 보상금으로 수도권 아파트에 질러대는 것은 결코 흔한 경우가 아니다. 

 

은마아파트 매매 거래자의 대부분은 아래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금융권에서 잔뜩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이다. 금융권 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 비율을 보면 2006년 같은 폭등기 때는 약 70%였다가, 지난해 경우에는 60% 가량 된다. 그리고 이들의 평균 주택 대출액은 전월세를 끼고도 평균 3.4억원 가량에 이르렀다. 그런데 경제 전반 상황을 고려하면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는 해제되기 어렵다.

 

본격적인 출구전략으로서 기준금리 인상이 논의되는 마당에 DTI규제를 해제한다는 것은 경제 전반의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현재로선 상상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부양에 목맨 현 정부라면 그런 일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DTI규제를 해제한다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기는 여건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도 모른 채 하는 주장일 뿐이다. 집값 부양에 '올인'하는 정부나 다주택 투기자 입장에서 기준금리 인상과 DTI규제 가운데 그나마 어느 쪽을 선호할까?

 

   
▲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매매가 대비 근저당 설정 실태 2009년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약 60%가 금융권 대출을 이용했고, 그 매입자들의 절반 이상이 최소 3억~4억원 이상의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 김광수경제연구소
 토지보상금

이런 식으로 이제 추가 주택대출은 어려운 상황이 됐다. 주택 구매자의 60%가량이 주택대출로 매매를 하는 상황에서 주택대출이 묶여 있는 가운데, 불과 전체 거래의 2~3%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 토지보상금 거래가 늘어난다고 집값이 얼마나 뛸 수 있을까? 또한 지난해 수도권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뛰는 축에 든 은마아파트가 이 정도인데 집값이 움츠러든다면 토지보상금이 얼마나 몰려들겠는가?

 

참고로, 지난해 초에 환율효과로 미국 거주 교포들이 강남아파트 대거 매수에 나섰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왔는데, 적어도 은마아파트 사례를 보면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전체 2백수십건의 매매사례 가운데 외국 거주자들이 아파트를 산 경우는 딱 두 건 뿐이었다. 그것도 5억원 이상 부채를 안고 아파트를 산 경우였다.

 

투기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가공의 숫자로 선동

 

사실 무엇보다 올해 안에 40조원에 이르는 토지 보상금이 일시에 다 풀린다는 주장부터가 터무니없이 과장돼 있다. 40조원이라는 액수는 일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경제위기 등으로 몇 년간 미뤄진 사업들과 올해 정부에서 계획한 신규 사업 등이 올해 한꺼번에 진행하는 것을 가정해 뽑아낸 액수다. 하지만 지난해 경제위기에 따른 경기부양책을 위해 정부가 막대한 재정과 공기업 자금을 동원한 결과 이미 정부 재정이나 공기업 재무구조도 매우 취약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40조원에 이르는 토지보상금을 올해 안에 모두 집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특히 토지보상금의 대부분을 집행하는 통합 토지주택공사는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해서 자금 여력이 바닥난 상태다. 이 때문에 토지주택공사는 현 정부가 역점을 둔 보금자리주택을 제외한 각종 공공택지나 신도시 지역 토지보상을 뒤로 미루거나 재검토하고 있다. 그나마 현금 보상도 어려워 채권 보상을 하겠다고 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부르짖는 토지보상액 40조는 일반 가계들의 투기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가공의 숫자로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미 우리 연구소가 전국 각 지역 부동산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부나 지자체, 중앙과 지방 공기업의 자금 부족으로 토지 보상이 계속 지연되는 사례를 곳곳에서 확인했다. 일부 언론에서 집값 투기 선동 소재로 삼기 위해 그 동안 미뤄졌던 토지 보상금 집행이 모두 올해 안에 몰릴 것으로 소설을 쓰지만 이처럼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 때문에 부동산 부양에 나선 국토해양부조차도 올해 토지보상금 규모가 26~27조원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은 정부 계획대로 모두 집행되기도 어렵지만, 설사 26조원 이상이 모두 집행된다 하더라도 예년에 없던 26조여원 돈이 갑자기 한꺼번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2006년 29조원, 2007년 25조원 정도였던 수준과 사실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정말 일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 주장대로 토지보상금이 수도권 집값을 뒤흔든다면, 2007년에 25조원이나 풀렸는데 왜 수도권 주요 도시 집값은 그때부터 가라앉았나?

 

이상에서 본 것처럼 '토지보상금 40조원' 운운하는 주장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지난해 9월 이후 수도권 주택 가격이 자신들 주장과 다르게 가라앉으니 만들어낸 또 하나의 투기 선동 재료일 뿐이다. 이미 수도권 주택시장은 일시적인 기복은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2006년말(버블 세븐의 경우) 또는 2008년 상반기(서울 동북권과 수도권 외곽의 경우)를 고점으로 해서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있다. 수도권 곳곳에서 분양 참패가 이어지고, 미입주물량이 쌓이고 있는 것이 이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가족들과 오손도손 살아갈 내 집 한 칸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잘못하다가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의 행렬에 끼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토지보상금 40조원 때문에 집값이 오를 일은 없으니, 그 같은 선동에 휘둘려 조급해하거나 서둘지는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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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 25. 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