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부터 수도권에서 미분양 주택이 빠른 속도로 급증하고 있다. 건설업체가 사실상 허위로 신고하는 국토부 집계자료로는 수천호 정도밖에 늘어나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10월 이후 아무리 적게 잡아도 최소 2만호이상, 많게는 4만호 이상의 미분양 물량이 늘어났다. 기존에 수도권에서만 약 2만호 가량의 미분양 물량이 적체돼 있었는데, 여기에 추가로 2만호~4만호 이상의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미분양 물량 추산에 대해서는 이른바 ‘부동산 찌라시’라고 하는 일부 경제신문들에서조차 건설업계 등의 이야기를 들어 기사화했으니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우리 연구소는 이미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경고했다. 지난해 정부의 미분양 물량 매입과 도산한 건설업체들의 분양 취소, 그리고 건설사들의 사기적인 판촉 활동 등으로 미분양 물량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필자는 건설사들에 대해서도 더 이상 일반 가계들을 대상으로 투기 바람을 잔뜩 집어넣어 분양에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도 주택건설업체들은 현 정부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동산 부양책에 기대 분양가 거품을 빼기는커녕 부동산 광고에 굶주린 언론을 광고로 구워삶으며 밀어내기 분양을 일삼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전국적으로 막대하게 쌓인 미분양물량을 해소하지 못한다.


필자가 이런 경고를 할 때 일부에서는 주택경기가 계속 악화되면 주택 공급 물량이 줄어들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물론 어느 정도는 그렇다. 하지만, 그 같은 주택공급은 유효수요에 비해 상대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미 유효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주택이 공급돼 있고 수년간의 잠재 수요조차 투기 바람을 불러일으켜  앞당겨 소진해버린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고 해서 당장 미분양 물량을 단기간 내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은 착각이다. 더구나 상당수의 물량들은 이미 토지보상이 이뤄지고, 분양되거나 일정한 행정적 절차가 진행돼 조금 늦춰지더라도 공급 자체가 안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2009년 상반기에 버블세븐이 꿈틀거리고 인천 청라 등에서 분양 바람을 일으키는데 성공하니 하반기 수도권 분양 물량이 폭증했다. 주택건설업체들이 기회를 봐서 분양하려는 물량들을 여전히 막대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다.


어떤 분들은 주택경기가 얼어붙는데 왜 건설업체들이 계속 주택을 지어대는지 궁금할 것이다. 건설업체들, 특히 상위 10위권의 재벌 건설업체들을 제외한 대다수 중견주택건설업체들은 막대한 미분양물량에 자금이 묶여 자금난에 시달리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분양해서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각 건설업체들이 분양수입이 없는 채로 이미 사놓은 2~3년치 주택 지을 택지를 금융비용만 물면서 계속 놀릴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하면 “건설업체들이 바보도 아니고 미분양 날 줄 알면서 그렇게 하겠느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다. 하지만 주택경기 사이클에 따른 공급시차 때문에 주택 과잉 공급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주택은 공급 계획과 완공 사이에 짧게는 2~3년, 길게는 4~5년 가량 걸리기 때문에 더더욱 이 같은 양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생각해보라. 미국의 건설업체들은 바보여서 부동산 거품이 꺼질 줄 모르고 집들을 지어댔겠나. 한국의 경우는 건설업계가 선분양제 등 절대적으로 공급자에 유리한 제도 때문에 주택공급 사이클 진폭이 훨씬 더 크다. 당장 멀리 보지 않아도, 국내 건설업체들이 모두 바보여서 광주, 대구, 부산 등 지방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팔리지 않는 미분양 물량을 잔뜩 안고 있겠나.


자, 그러면 이 같은 미분양 물량 증가가 향후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해보자. 대구시의 사례를 보면, 이 같은 미분양 물량은 어느 순간 확 늘어나면서 집값 급락으로 다시 이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도표1>을 보면 대구시의 집값은 2006년 6월을 정점으로 꺾이기 시작해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집값 급락과 거래 위축이 동반되면서 2005년 3000호를 조금 넘던 대구시 미분양 물량은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2006년 8700호로 늘었다. 2008년에는 미분양물량이 2만호를 넘어버렸다. 그러는 가운데 대구시의 집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구시 사례를 보면 이처럼 집값 하락과 미분양 물량 증가의 상관관계는 상당히 명확하다.

 

<도표1> 대구시의 미분양 물량과 주택가격 변동 추이

(주)국민은행 및 국토해양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수도권 미분양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기도도 시차는 있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미분양 물량도 2006년 3800호 수준이던 것이 불과 2년 만에 2만2000호를 넘어버렸다. 2006년말 집값 폭등 후 2007년 초부터 거래가 주춤해지면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집값도 서서히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의 사력을 다한 경기 부양책과 미분양 물량 해소책으로 이 같은 추세는 일단 멈추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의 고분양가 밀어내기 분양으로 위에서 설명했듯이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다시 급증해 현재 최소 4만호 이상으로 추산된다. 사실상 현재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지역별 인구와 경제력 등을 감안하더라도 대구시의 2006~2007년 정도 상황에 와 있다고 판단된다. 지방에서 시작된 미분양 물량 충격이 서서히 북상하면서 수도권 주택시장의 목을 조여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3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체들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유도했으면 그나마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대대적 부양책을 동원해 구조조정을 사실상 막고 있다. 정부가 말로는 ‘구조조정’을 떠들어대지만, 버티면 결국 정부가 도와준다는 것을 아는 건설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겠는가. 최대한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틸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상당수 기업들이 좀비기업으로 전락해 ‘정부 재정 호흡기’로 간신히 연명하면서 주택사업을 계속 벌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심화하면 결국 공급 초과로 덤핑경쟁이 벌어져 분양가를 지속적으로 낮출 수밖에 없다. ‘미분양 아파트 분양가 인하 도미노’라는 지난해 기사 보도에서 보듯이 이미 그 같은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아직 초기 단계여서 생색내기 수준일 뿐이다. 하지만, 향후 2~3년 안에 이런 상황은 더욱 확대되고 분양가 인하폭도 훨씬 커질 것이다. 아마 미분양 물량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는 주택건설업체들은 2~3년 안에 본격적으로 파산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건설업체들은 잠재 수요자들에게 집을 사달라고 애걸하게 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신규 주택의 분양가가 인하하면 기존 집값 또한 떨어질 것임은 불문가지다.


지금 분양시장에 뛰어들면 건설업체들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것이다. 그리고 2~3년 후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 시세에 맞춰 내려달라고 시위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이 자선사업가들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 아파트 분양가를 내려줄 리 만무하다. 이웃 일본에서도 버블 붕괴 후 계약한 집값의 인하를 요구하는 숱한 송사가 벌어졌지만 단 한 건도 승소하지 못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미분양 폭탄 처리반’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2. 4. 09:10

 

 

최근 일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 가운데는 "집값 거품을 빼자/ 집값을 국민경제의 수준에 맞게 정상화하자"는 주장에 대해 마치 부동산 부자들 집값 오르는 것을 배 아파하는 무주택자들로 묘사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사회적, 도덕적 양식과 현실 경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로서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상대가 못 됩니다.  이들은 현실경제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매우 단기적이고, 단선적인 이해에 바탕해서 매우 편협하게 인식공격을 하거나 허황된 주장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은 아래 제가 던지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해서라도 좀더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1. 절대 다수의 국민이 자기 소득에 비해 너무 높다고 생각하는 부동산 가격을 계속 지탱할 수 있는가? 올해의 경우에도 2006년 폭등기 때보다 더 많은 주택대출을 통해 집값을 끌어올렸는데 앞으로도 계속 주택대출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는가? 경기 회복이 되고 있다는 현재에도 일반 가계의 평균 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질치는데, 이 정도 높은 가격에 집을 사줄 수 있는 유효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 있는가?

 

2. 설사 부동산 거품을 지탱하며 단기적으로 거품 붕괴의 충격을 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내수 침체, 청년실업 및 비정규직 양산, 한국경제의 고비용 구조, 근로의욕 상실, 고물가로 인한 서민 가계의 부담, 집값에 대한 상대적인 소득 감소, 집값 부담으로 인한 출산 기피 등 매년 국민경제 전체에서 누적되는 천문학적인 기회비용을 상쇄하는 이득을 얻을 수 있는가?

 

3. 단순히 현 정부 임기 내에서가 아니라 우리 세대의 남은 여생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할 때 부동산 거품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가? 당장 자녀의 출가를 앞둔 부모 가운데 자녀들의 집 장만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싸매지 않을 수도권의 부모들이 얼마나 있는가?

 

4. 현 정부 임기 안에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동원하거나 동원하겠다고 발표한 예산만 400조원에 가깝다. 이 예산을 지금처럼 건설업체에게 퍼주거나 부동산 부자들의 부동산 세금을 깎아주는데 퍼부으면서 정작 저소득층및 취약계층 지원 예산을 깎지 않고, 그 가운데 100조원만 제대로 서민들을 위해 쓴다면 서민들이 정말 이토록 큰 고통을 받을 것인가?

 

5. 지금까지 세계적인 전례를 보면 부동산 거품 붕괴의 충격은 부동산 거품의 크기와 비례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부동산 거품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급선무 가운데 하나는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지 않은 것이 아닐까? 지금 시점에서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지 않고-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더 늘리지 않고-지금의 주택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리고 다시 첫번째 질문으로 돌아가서, 주택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고 한국경제가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는가?

 

이 같은 질문에 답하는데 참고가 되기를 바라며 예전에 쓴 글을 소개합니다.  

 

 

축구장에 관중들이 빽빽이 들어찼다. 어느 순간 관중석 앞쪽에 앉은 관중들이 경기를 좀 더 잘 보려고 일어섰다. 그러자 그 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차례로 모두 일어서야 했다. 일어선 앞 사람들 때문에 시야가 가려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축구장 관중들은 축구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불편하게 서서 봐야 했다. 모두가 앉아서 편하게 볼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익히 잘 아는 ‘축구장의 바보들’ 예화다. 이 예화는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합리적 행동이 경제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화다.


그런데 2000년대 국내 부동산 상황은 합성의 오류가 난무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개개인이 부동산 시장에 차례로 뛰어든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이었다. 돈이 됐기 때문이다. 옆의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돈 버는 것을 보고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 사람들이 또 다시 뛰어들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집값이 더 뛸까 불안해서 거액의 빚을 내 뛰어든 사람들도 많았다. 더 나중에는 투기 광풍이 불어 ‘묻지마 투자’까지 횡행했다. 그렇게 해서 수도권 아파트 값을 평균 세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가계의 상당수가 감당할 수 없는 거액의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그러는 동안 한국경제는 속으로 곪아가고 있었다.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생산경제에 가야 할 돈은 급격히 위축됐다. 부동산 비용 상승으로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은 인상된 임대료를 내느라 인건비를 줄여야 했다.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은 열 사람 쓸 것을 다섯 사람만 쓰거나 열 사람을 다 쓰되 저임금으로 부리는 것이었다. 이런 현상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는 실업 급증과 비정규직 증가로 나타났다.


빚을 내 부동산 투자를 하다 보니 외환위기 직후 25%에 육박하던 가계 순저축율은 2008년말 2.5%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과거 은행에서 이자수입을 타서 쓰던 가계들이 이제 은행에 거꾸로 매월 수십만~수백만원씩을 월세 내듯 꼬박꼬박 이자로 내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 시중은행들은 국내 최대 월세 임대사업자들이 됐다. 1,2백만원씩을 은행 이자로 내고 난 가계들은 그만큼 소비를 줄여야 했고, 이는 지속적인 내수침체로 이어져 더더욱 생산경제를 위축시켰다. 정부와 상당수 언론은 줄곧 보유 자산의 가치 상승에 따른 향후 차익 실현 기대감으로 현재 소비가 는다는 이른바 ‘자산효과(wealth effect)'를 들먹였다. 하지만 부동산 부채 증가로 인한 내수 위축 효과는 자산효과를 압도했다. 이 때문에 지표상으로는 GDP성장률 4~5%를 오르내렸지만, 서민경제는 항상 침체기였다.


축구장의 바보들 예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축구장에서 모든 관중들이 다 일어선다고 모두 같은 시야를 확보하는 게 아니다. 키가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다. 노약자와 임산부는 오래 서 있을 수 없고, 어린이는 일어서도 경기를 볼 수 없다. 심지어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은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부동산 시장의 원초적 불공정성은 훨씬 컸다. 우선, 주택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절반 가까이나 됐다. 지역별로도 편차가 심했고, 평형별로, 가격대별로 편차가 심했다. 세대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없던 젊은 세대에 비해 자금력과 부동산 투자 노하우까지 갖춘 기성세대는 부동산 투자로 덕을 봤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부동산 거품으로 일자리와 소득까지 줄어든 상태에서 집값까지 뛰자 결혼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 돼버렸다. 계층별로 양극화도 심해졌다. 부동산을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10년 이상 열심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불과 1~2년 만에 벌기도 했다. 소득 양극화보다 자산 양극화가 훨씬 더 극심해졌고, 집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근로의욕 감소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결과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은 덕을 본 것인가? 물론 부동산 가격이 올라 고가 주택 보유자와 투기성 다주택자를 합쳐 5% 정도로 추정되는 부동산 부자들은 큰 이득을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 한 채가 고작이다. 이제 수도권의 웬만한 지역은 대부분 집값이 올라 이제 싼 데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 세대는 많은 돈을 주택에 깔고 앉아 소비를 줄여야 한다. 2억원이면 될 집을 5억원에 사게 되면 3억원 만큼 자신의 노후를 위해 쓸 돈이 줄어든다. 사실상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소득이 줄어드는 것이다.


또 자녀가 출가할 경우 어떻게 되는가? 한국의 경우 아직도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 신혼 집 장만을 도와주는 것을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수도권의 웬만한 평형 전세가 2억원에 이르고, 매매가가 4,5억원을 쉽게 넘는 상황에서 어떤 부모가 머리를 싸매지 않겠는가? 자녀들 집 장만 비용이 커지면 자신들의 노후 비용은 줄어드는 게 당연한 이치다. 자녀들의 집장만을 도와주지 않는다 해도 자식들이 높은 집값을 감당하느라 등골이 휘는 모습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처럼 부동산 거품은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을 제외하고는 결과적으로 국민 대다수를 사실상 더욱 가난하게 하는 불공정한 게임이다. 가장 확실하게 서민들을 말살하는 게임이자, 미래세대를 착취하는 게임이다. 부동산 부자 5%를 승자로 만들기 위해 선량한 국민 95%가 패자가 돼야 하는 게임이다. 그런데도 집을 한 채라도 가진 상당수 국민들이 정부의 거듭된 정책실패와 기득권 언론의 선동에 휘둘려 집값 올리느라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자산양극화는 어느 순간부터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정치적 계급투쟁 양상까지 띠고 있다. 주택 소유여부에 따라 계급적 이해를 달리하는 유주택자와 무주택자간의 계급투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집값의 하향 안정을 바라던 사람들도 일단 거액의 빚을 지고 집을 산 뒤에는 180도 달라졌다. 거의 전 재산이 걸린 주택 가격이 올라주지 않으면 가계경제 자체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었다. 경제적 이해관계의 변화가 정치적 태도 변화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더해 부동산 투기 조장꾼들의 선동과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성 언론들의 왜곡보도로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불패교’의 신도가 돼버렸다. “2004년 이전에는 부동산 규제 강화를 외치던 여론이 다수였으나, 이후에는 부동산 규제 완화 여론이 다수가 돼버렸다”는 한 여론조사 전문가의 말처럼 이를 생생히 입증하는 말도 없다.


집값을 둘러싼 계급투쟁은 급기야 정권을 교체하는 숨은 원동력이 됐다.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것이 없다”고 했던 노무현 정부는 집값 안정을 바라는 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정권을 빼앗겼다. 임기 내내 건설족 정치인과 관료, 건설재벌, 그리고 기득권 언론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가운데 판교를 ‘로또 투기판’으로 만드는 등 정책실패를 거듭했던 탓이다. 반대로 부동산을 둘러싼 계급투쟁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인은 현 대통령인 이명박이다. 그는 서울시장 시절 재임 기간 동안 모두 32개의 뉴타운을 지정해 서울 강북 집값을 거세게 밀어 올렸다. 서울시 시가지 면적의 7.5%를 한꺼번에 개발하게 한 탓에 개발지역의 세입자들은 쫓겨나고, 전세난 등 서민 주거난을 가속화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또한 경부 대운하 등 각종 개발 공약과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 등을 통해 ‘집값을 올려주겠다’는 메시지로 집권한 대통령이었다. 실제로 집권 이후 이명박 정부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 가격을 지탱하는데 사력을 다했다. 현 정부에게 부동산은 재개발 철거민들을 ‘법질서 유지’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권력살인을 하는 것조차 합리화할 만큼 신성시됐다. 또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수준을 넘어 ‘강부자 정권’ 자신들과 정치적 기반인 건설업계 및 다주택 투기자들을 위한 온갖 특혜성 정책들을 남발했다.


이렇게 볼 때 부동산 거품을 꺼뜨리지 않고서는 절대 서민경제는 살아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부동산 거품 부양에 목숨 건 현 정부는 이미 태생부터 최악의 반서민 정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말끝마다 ‘서민 정부’임을 내세우고 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동원된 온갖 경기 부양책의 명목도 대부분 서민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 같은 것이었다. 현 정부가 쏟아내는 수사나 이벤트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은 말로는 “서민들을 우선 배려하라”는 주문을 쏟아내고 재래시장을 방문해 떡볶이를 사먹기도 했다. 새벽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신빈곤층’ 가정 어린이와 통화하며 울먹이는 쇼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장면들을 접할 때마다 허탈한 웃음밖에 안 나온다. 실제 정책은 특권층을 위한 기득권 위주로 운용하면서 서민들의 반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생색내기 쇼라는 게 너무나 여실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서민가계에 돌아가는 혜택은 늘 쥐꼬리만했다. 오히려 차상위계층의 건강보험 혜택을 줄이는 등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의 지원과 보장을 줄이기까지 했다. 재래시장 상인들이 대형마트의 상권 잠식 때문에 한탄하면 “옛날에는 (국민들이) 죽어지냈는데 요즘에는 할 말 다한다”는 식으로 윽박질렀다.


현 정부는 ‘친서민’을 부르짖지만, 실제 그들의 정책 속에는 서민이 없다. 말끝마다 친서민을 내세우지만, 정책은 늘 반서민이었다. 당장 미국 부시행정부가 실시했던 감세안을 흉내내 현 정부가 실시한 감세안이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은 감세안 혜택의 70%가 중저소득층에게 돌아간다고 떠벌렸지만 실제로는 감세 혜택의 80%가 철저히 부유층과 매출 10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돌아간다. 더구나 현 정부는 감세 규모가 5년간 100조원에 육박하는 사실을 숨기고 36.5조원이라고 지금도 선전하고 있다.  그리고 2009년 한 해에만 관리대상수지 기준으로 GDP 대비 5%를 넘는 재정적자가 발생하자, 부가가치세와 에너지세, 주세 등 간접세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간접세 비중이 높아지면 역진성으로 인해 서민들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 같은 감세안에 대한 민심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번에는 ‘친서민 세제’라는 이름으로 또 다시 분칠을 시도하고 있다. 1조 9500억원짜리 각종 세제 혜택을 내놓았지만, 기존에 시행되던 것을 연장하거나 이미 예정됐던 방안들을 제외한 감면 규모는 4000억원에 불과하다. 사실 구체적인 내용에서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 친서민임을 내세우기 위한 어설픈 짜깁기 임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친서민’을 떠벌일 이유도 없다.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면 자연스럽게 친서민 정부인 것인데, 이 정부는 자신들이 제 발 저리니 말끝마다 친서민이라고 떠벌일 뿐이다.


결국 현 정부가 말하는 ‘친서민’은 자신들이 ‘친재벌’과 ‘친부유층’을 눈속임하기 위한 사기술에 불과하다. 말로는 서민 경기부양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부유층을 위한 감세를 실시해 국가 재정을 거덜내고, 4대강 강바닥에 20조원 이상의 돈을 퍼부으며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부동산 부자들과 소수 재벌 건설업체들에게 온갖 퍼주기를 일삼으면서도 현 정부는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서민들이 더 피해본다’고 선량한 서민들을 세뇌시켰다. 당장 숨넘어가는 진짜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의 지원 예산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삭감하면서, 서민을 위한다며 대규모 건설토목 사업을 벌이니 정부가 말하는 서민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부동산 거품기에 국민들의 부동산 투기 심리를 잔뜩 부추겨 고분양가로 폭리를 취하고 이제는 ‘건설족 정부’에 엉겨 붙어 심각한 도덕적 해이 양상을 보이는 건설업체들이 서민이란 말인가. 아니면 집값이 오를 때 빚을 내 집을 여러 채 사들였다가 이제는 ‘집값을 올려 달라’고 댕댕거리는 다주택 투기자들이 서민이라는 말인가.


오히려 현 정부 들어 서민 경제는 더욱 빠른 속도로 몰락하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는 극심해지고, 공동체의 유대는 깨지고 있으며 각 개개인의 삶은 점점 더 불안해지는 ‘만성불안사회’가 되고 있다. 기득권에만 유리한 불공정한 게임 규칙이 한국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삼성 편법 승계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 보듯이 사실상 법의 지배를 벗어난 특권세력은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지고 있고 집값이 폭등해 결혼조차 하기 힘들 지경이다. 국제중과 자율형 사립고 확대 등을 통해 사교육비를 늘리는 정책을 만들고 ‘사교육비 줄이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파렴치한 정부다. 수십 조원의 돈을 강바닥에 쳐바르면서도 가뜩이나 빈약한 사회안전망으로 신음하는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외면하는 정부는 결코 친서민 정부일 수 없다. 특권층의, 특권층에 의한, 특권층을 위한 특권층 정부일 뿐이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2. 2. 11:12

 

 

 

시장경제에서 사람들은 시장 가격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거래를 한다. 그런데 만약 시장가격 정보 자체가 부실 투성이고 심지어 의도적 가격 왜곡과 조작이 난무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한두푼 짜리도 아니고 가계 전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주택 가격부터가 그렇다면 납득이 될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것은 현실이다.

 

현재 일반인들은 보통 사설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제공하는 각종 부동산 가격이나 이를 토대로 언론이 보도하는 주택 가격을 시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설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집계하는 주택 가격은 각 지역별 현장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불러주는 호가에 가깝다. 대부분 업체들이 회원 중개업소들로부터 매월 수십만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받고 있고, 보고 가격에 대한 필터링(filtering)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회원 업소의 수수료 수입이 사업의 주요 기반인 사설 정보업체들이 엄격한 필터링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들 회원 중개업소들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을 의식해 실제 거래가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가격을 신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처럼 거래 침체기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하다. 

 

그러면 정확한 시세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는 각 지자체들에 신고된 실제 거래내역을 국토해양부가 집계해 발표하는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가 주택시장 상황을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신고일이 주택거래 이후 60일까지여서 업데이트가 늦고, '업계약'이나 '다운계약'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문제 소지가 있다. (하지만 실거래가의 평균치 추이를 보면 이 같은 사례에 의해 왜곡되는 정도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2009년 국내 부동산시장을 분석하면서 기초 지자체별로 실거래가 추이를 살펴보았다. 기초 지자체별로 1000세대 이상 대규모 아파트 가운데 그 지역 주택시장상황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아파트 단지의 월별 실거래가 추이를 평형별 평균가격으로 살펴본 것이다. 분석 결과를 보면 국민은행이나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발표하는 주택 가격이 얼마나 허구에 가까운지 여실히 파악할 수 있다.

 

우선, 서울 대부분 지역과 경기 남부 및 주요 신도시 지역 등은 대부분 2006년 말, 수도권 외곽과 인천 등에서는 2008년 상반기에 고점을 찍은 뒤 2009년 초까지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그 하락폭은 아래 표(서울 주요 아파트단지의 가격 하락률 비교)에서 보는 것처럼 아파트 단지별로 차이가 있지만, 20~40%씩 큰 폭으로 하락한 경우가 많았다. 이는 명목가격으로 같은 기간의 물가 상승 수준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하락률 변동 비교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 추이를 보면 2008년말~2009년초 고점 대비 20~30% 전후까지 떨어졌으나 해당 지역의 국민은행 호가지수는 이 같은 급락세가 거의 나타나고 있지 않다. 위 언급된 아파트 면적은 전용면적이며 국민은행과 실거래가란의 숫자는 가격 고점 대비 하락률(단위; %)

 

이는 2006년 말까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뒤 추가 매수세가 뚝 끊어지자 빚을 많이 진 매도자들부터 집을 내놓으면서 실거래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대형 아파트들의 경우 단기간에 가격이 너무 올라 거래가 거의 끊어질 지경이어서 빚을 잔뜩 낸 가계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매물을 토해냈다. 이렇게 실거래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데도 부동산 중개업소가 불러주는 호가 위주로 작성된 국민은행 가격지수와 사기적 허수에 가까운 부동산정보업체 가격은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낸 정도에 그쳤다. 표에서 실거래가 고점 대비 하락률과 해당 지역의 국민은행 가격지수 하락률의 차이가 이 같은 양상을 잘 나타낸다. 실거래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도 지역 주민들과 부동산중개업소들이 결탁해 호가로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2008년 10월 서울 상계동의 한 아파트 79m²(분양면적)형은 2억4000만 원에 현장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국민은행 시세 하한가는 3억1000만 원으로 돼 있었다. 또 비슷한 시기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106m²형은 급매 물건 가격이 6억5000만 원이었지만, 국민은행 주택 통계 사이트에서는 상한가 9억 원, 하한가가 8억 원에 올라와 있었다. 또 2008년 10월 경기도 수원시 매탄동의 한 아파트 106m²형의 경우 현장 시세 3억5000만 원에도 매수세가 없었지만, 한 사설 부동산업체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하한가가 4억원으로 잡혀 있었다. 가격을 낮춘 매물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시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 괴리가 너무 과도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실거래가가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2006년말 이후 계속 호가 거품을 지탱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8년말과 같은 집값 급락기만큼은 아니지만 최근에도 실거래가와 부동산 정보업체의 호가 사이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지역이나 면적형별로 다르지만 그 차이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은평뉴타운 1지구 12단지 85㎡(전용면적, 이하 전용면적)형의 경우 국토부 실거래가는 2009년 10월에 4억 원에 거래가 이뤄진 뒤 거래가 끊어졌다. 하지만 한 부동산 정보업체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있는 이 평형의 최저가는 5억5천만 원, 최고가는 6억 원으로 게재돼 있다. 최근 주택시장 흐름을 보자면 해당 아파트 가격은 2009년 10월에 거래된 4억 원보다 오히려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부동산 정보업체는 실거래가보다 1억5천만~2억 원 가량이나 더 높은 호가를 게재하는 셈이다. 같은 은평뉴타운 1지구 1단지 85㎡형의 경우도 2009년 11월에 4억 원에 거래된 뒤 거래가 사라졌다. 그런데도 부동산 정보업체에 게재된 가격은 5억2천만~6억 원 선이다. 은평뉴타운 1지구 13단지 102㎡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9년 12월 실거래가는 4억9천만 원에 그쳤지만, 부동산 정보업체에는 6억3천만~6억8천만 원으로 등록돼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삼성래미안 1차 아파트 60㎡형의 경우 2009년 12월에 3억9천만 원에 거래된 사례가 단 한 건 있었지만 부동산정보업체의 가격은 4억~4억2천만 원에 게재돼 있다. 또 같은 아파트 115㎡형은 2009년 11월 단 한 건이 7억4800만 원에 계약됐지만, 부동상 정보업체에 게재된 가격은 7억8천만~8억 원에 게재돼 있다.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 삼거마을 삼성래미안1차 135㎡형의 경우 2009년 10월 5억3천만 원에 거래된 뒤 거래가 끊겼지만, 부동산 정보업체 사이트에는 같은 평형의 거래가가 5억7천만~6억3천만 원으로 잡혀 있었다. 또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은빛마을 6단지 104㎡형은 4억800만 원, 133㎡형은 5억6200만 원에 각각 한 건씩 거래됐다. 165㎡평의 경우 11월에 5억8500억 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부동산 정보업체의 가격은 순서대로 각각 4억2천만~5억5000만 원, 5억5천만~7억 원, 6억8천만~8억 원으로 잡혀 있다. 실제 거래가격이 부동산 정보업체 호가의 하한선 수준이거나 하한선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한 셈이다. 그 괴리가 심한 경우 호가와 실거래가의 괴리가 1억~2억 원씩 벌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부동산 중개업소와 이들의 가격 보고를 게재하는 정보업체들의 가격 조작과 선동은 거의 일상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부동산정보업체는 2009년 5월부터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의 경우 2006년 고점을 회복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해당 단지의 실거래가는 여전히 고점 대비 14% 하락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이 같은 부동산정보업체의 호가를 마치 시세인 양 기정사실화해 선동하기 바빴다. 그뿐만 아니라 2009년 3~9월 사이의 반등세에도 불구하고 서울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단지들은 여전히 고점 대비 10~30% 하락한 상태다. 그나마 서울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경기도에서는 가격 반등세가 서울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수도권 핵심 지역의 실거래가를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실거래가가 이미 고점 대비 20~30% 가량은 떨어져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호가 위주의 국민은행 가격지수는 여전히 2006년 고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실거래가와 부동산 정보업체들을 중심으로 쏟아내는 호가 사이에는 이미 매우 큰 괴리가 있다. 더구나 2007년 이후 추가 매수세가 급감하면서 잠재적 매도자들과 부동산 중개업소 등이 결탁해 호가를 억지로 높여 부르고 있어 실거래가와 호가의 괴리는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서울 등 수도권 상당수 지역에서는 지금 같은 거래 빙하기에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호가를 올리고 있다. 실제로 서울 양천구 목동의 경우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몇 달 동안 거래 한 건 하지 못할 정도로 거래가 끊겼는데도, 목동신시가지 재건축 이슈를 들어 호가를 올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바탕으로 사설 부동산정보업체들은 사실상 조작에 가까운 통계자료를 내고 이를 상당수 언론이 그대로 보도하는 양상은 되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왜곡된 보도와 정보가 난무하는 근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산시장에서 부동산가격이 결정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주택 전체 재고를 약 1300만호로 잡고, 한 가구당 1억 원만 쳐도 총액이 1300조 원이다. 그런데 전국 아파트 거래물량은 2006년 112만5천 호, 2007년 84만 호 수준이다. 계산의 편의상 연간 100만호 가량이 거래된다고 가정하면 전체 주택 재고의 약 7.7%가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경제적 이해가 부족한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는 "일부 빚을 많이 진 사람들이 집을 싸게 내놔도 대부분 사람들은 집을 보유하기 때문에 집값은 안 떨어진다"는 황당한 주장마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부의 주식물량이 거래돼 전체 주가가 오르내리는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7.7%의 주택 물량이 거래되면서 전체 1300조원에 이르는 주택의 자산가격이 함께 오르내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처럼 단독주택의 비중이 높고 주택유형이 다양한 경우와 달리 한국의 경우 이런 특성이 훨씬 더 심하다. 한국의 경우 2000년대 이후 부동산 투기가 대부분 아파트를 위주로 일어났고, 시세도 아파트 단지별로 표준화, 획일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치동 은마아파트 77㎡형, 분당구 서현동 삼성아파트 134㎡형처럼 같은 지역의 같은 규모 아파트 별로 부동산도 주식처럼 '종목별' 시세가 형성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층별이나 조망권 여부 등에 따라 일정한 편차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이렇게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은 일부 주택 물량이 거래돼 전체 주택의 가격이 사실상 결정된다.

 

이런 점에서 2008년 말 서울 강남 등 '버블 세븐' 지역에서 30~40% 이상 가격이 떨어진 것은 정상적인 시장 가격이었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그 가격대 이상으로는 주택을 아무리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게 부동산 시장의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이런 원리에 따르면 상당수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제시하는 과도한 호가는 결코 정상적인 시장거래가격이 아니다. 아무리 잠재적 매도자가 가격을 많이 받고 싶다고 하더라도 사줄 수요자가 없다면 그것은 시장 가격이 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잠재적 매수자와 매도자가 서로 다른 기대가격을 갖고 있는데, 언론이 잠재적 매도자의 호가를 시장 거래가격처럼 보도하는 것은 조작에 가깝다. 다분히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겨 추격매수를 하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선동형 기사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선동기사들이 난무하다 보니 매도자와 매수자간 기대가격이 너무 크게 벌어져 더 이상 거래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빚을 잔뜩 지고 근근이 버티던 잠재적 매도자들은 언론의 선동보도에 헛바람이 들어 호가를 올렸고, 잠재적 매수자는 가뜩이나 경기도 불투명한데 터무니없는 가격에 집을 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러다 보니 집을 팔려는 사람은 몇 달이 넘도록 집을 내놔도 집을 팔 수 없는 현상이 수도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현재의 호가 위주 집값은 절대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집값이 아니다. 실제 거래될 수 있는 집값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주택 소유자가 생각하는 집값보다 최소 20% 이상 낮은 가격일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지금 부동산시장의 현실이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잔뜩 부푼 호가는 점점 떨어지는 실거래가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수도권 주요 아파트단지의 실거래가는 '거래 실종+실거래가 하락'이라는 2007년 이후의 패턴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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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2. 2. 0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