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급증과 입주 대란으로 대변되듯이 현재 집값 수준에서 공급 과잉임이 명백한 상황인데도 여전히 공급 부족타령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지난해보다 그 강도가 훨씬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지금이 집을 살 적기라고 주장하는 근거로서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주택시장 침체로 주택공급이 줄어들어 2~3년 후 집값 폭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예전에 아고라에 쓴 글이 있으므로 더 이상 길게 되풀이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주택공급 부족론의 기본적인 문제점 중 하나는 이들이 수급의 경제학적 원리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거나,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점은 지적해야 합니다. 시장경제에서 수급은 기본적으로 가격의 함수입니다. 2000년대 내내 집값이 잔뜩 올라 수요는 거의 고갈된 반면 건설업체의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수요 대비 공급은 계속 과잉 상태에 이른 것입니다. 이 같은 공급 과잉, 특히 분양용, 매매용, 투기용 아파트 공급 과잉은 미분양 적체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주택 공급 부족을 부르짖는 사람들의 근거를 살펴보고, 그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엉터리 주장인지 도표를 통해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도표1>에서 전국 주택건설실적(실제로는 인허가 실적으로 분양에 앞서 행정적 절차를 끝낸 상태를 말합니다. 보통 3년 후쯤 입주 물량 형태로 공급되므로 사실은 3년후 공급 물량을 추정할 수 있는 지표로 봐야 하지만, 여기에서는 공급 부족론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방식대로 현재 공급 물량처럼 간주하겠습니다.)을 보면 확실히 200만호 주택건설사업 추진으로 60~70만호씩 건설이 추진됐던 1990년대 초반이나 2002~2003년에 비해 건설실적이 줄어든 것이 확실합니다. 특히 주택시장 침체 양상이 확연해진 2008~2009년의 주택건설실적은 전국적으로 40만호에도 미치지 못해 주택건설실적이 줄어든 것이 분명합니다.

 

 

(주)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하지만, 이미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대다수 지역의 주택보급률이 110%를 넘어섰고,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이 적체돼 사실상 과거처럼 주택을 짓는 것이 오히려 이상합니다. 여러분이 건설업체 CEO라면 지금도 미분양이 잔뜩 쌓여있고, 분양할 때마다 완패하는데 지방 공급 물량을 늘리려 할까요? 당연히 지방 공급 물량을 줄이고, 그나마 분양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다고 판단되는 수도권 공급에 치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같은 건설사들의 행태가 수도권 주택건설실적 비중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공급 과부족 여부를 따져야 하는 것은 사실상 게임이 끝난지방이 아니라 수도권입니다. 그러면 수도권의 주택건설실적을 보면 어떨까요? 같은 <도표1> 아래쪽 그래프에서 보듯이 전국적 양상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 나타납니다.

 

수도권의 경우 200만호 주택건설사업이 진행됐던 1990년대 초반에도 25만호를 조금 넘기는 수준이었고, 2000년대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0~2003년에 30만호를 넘기는 수준이었을 뿐입니다. 토지 공급의 한계 때문에 수도권의 경우 매년 25만호 전후 수준의 주택 건설이 이뤄지면 적지 않은 공급이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2007년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30.3만호, 2009년에는 25.5만호의 건설실적이 이뤄져 결코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주택시장 침체기에 들어서면 주택건설이 확 줄어드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 주택건설실적은 사실 상당히 높은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공급 과부족을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수요에 비해 상대적인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미 소득뿐만 아니라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살 사람들은 거의 다 사버렸기 때문에 현재의 높은 집값을 떠받칠 수 있을 정도의 수요 풀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 같은 수요 고갈 현상은 없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대신 가장 간단하게 주택 수요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인구증가 대비 주택공급 측면을 한 번 따져보겠습니다.

 

인구증가는 매년 출생자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자연인구 증가와 지역별 전출입을 통해 발생하는 인구순유입을 합한 것입니다. 이를 확인해보면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찍었던 2002년 이후 인구증가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09년의 자연증가는 2008년과 같은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2002 36만명이 넘게 증가하던 수도권 인구가 2009년에는 19만명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 같은 수도권 인구증가분에 비해 매년 수도권 주택공급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지 한 번 살펴봅시다. 이를 쉽게 살펴보기 위해 인구증가분을 주택건설실적으로 나눈 비율을 공급 초과율로 정해 그 추이를 살펴보면 <도표3>의 하단 그래프와 같습니다. 절대량으로 보면 평년 수준으로 보이는 수도권 주택건설실적이 인구증가분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공급이 이뤄지고 있음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공급초과율이 2002년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100%를 넘은 적이 없었는데, 최근 3년 연속으로 100%를 넘긴 것입니다. 특히 2007년과 2009년에는 138%, 136%를 기록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인구와 주택공급의 비율을 1 1로 계산했지만, 평균 가구원수를 계산의 편의상 3명 정도로 잡으면 공급 초과율은 <도표4>에서 보시는 것처럼 훨씬 높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9년의 공급초과율은 408.1%로 나타납니다. 이는 2009년에 증가한 인구 19만명은 6.3만호 정도만 지어도 모두 수용할 수 있고, 6.3만호를 뺀 주택건설실적 약 19.2만호 정도에는 기존 인구 가운데 누군가 들어가서 살지 않으면 모두 빈집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KSERI 작성

 

물론 그 동안에는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이 낮았고, 2000년대 초반에는 주택수요가 왕성하게 일어났기 때문에 빈집이 발생하지 않고, 누군가 들어가 살아줬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내내 수도권 주택보급률은 약 14% 포인트나 가파르게 상승해 이제는 100%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더구나 2000년대 투기 붐이 일면서 앞당겨 소진된 주택수요 덕분에 단기적으로는 가구수 증가분을 넘어서는 초과 공급분을 소화할 여력이 상당히 소진된 상태입니다. 이것이 입주 대란 등의 형태로 대규모 빈 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주택공급은 지금 부족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엄청난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인구증가분이나 가구수 증가분과 비교해 보아도 이런데, 사실상 현재의 거품 가격에서 수요가 바닥난 상황이나 주택시장의 침체 정도를 고려하면 더더욱 엄청난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향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통계청 추계로도 2018년부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고,특히 왕성한 주택 매입 연령층인 35~54세 연령대 인구는 2011년부터 줄어들게 됩니다. 이미 지방으로부터 인구 유입도 한계에 이른 수도권 인구라고 크게 사정이 다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1인가구 증가 등으로 가구수는 늘어난다고 하지만, 가구수 증가분 자체는 줄어들고, 1인가구 대부분이 저소득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큰 의미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정부에서 계획된 각종 2기 신도시와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지역의 주택들과, 현 정부 들어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보금자리 주택 공급이 2012년 하반기부터 입주 폭탄형태로 쏟아지게 됩니다. 물론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될 것이기에 절대적 물량은 줄어들 수 있지만, 주택 유효수요와 인구증가분에 대비해보면 매우 막대한 공급 과잉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현재 주택 공급이 부족해 2~3년 후 집값이 뛴다는 둥의 터무니없는 선동에 속지 마시길 바랍니다. 현재는 뉴타운, 재개발 등의 사업 초기 과정에서 멸실 주택 물량이 많아져 공급 과잉이 확연히 느껴지지 않는 상태이지만, 2년 후 정도가 되면 공급 과잉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생생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걱정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만성적인 공급 과잉으로 인한 집값의 장기 하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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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5. 13. 09:33

 

국내에서는 주택 시장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기본 지표인 가격 통계부터 왜곡과 부풀리기가 난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 주요 도시의 경우 2006년말 또는 2008년 상반기 이후 실거래가가 떨어져 이미 대세하락이 현실이 돼 있는 상황에서도 아직도 집값은 오른다는 환상에 젖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두 차례에 걸쳐 각종 주택가격 통계들이 현실을 어떻게 왜곡 또는 조작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오늘은 그 첫번째 순서로 사설 부동산정보업체들과 국민은행의 호가 위주 시세 정보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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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에서 사람들은 시장 가격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거래를 한다. 그런데 만약 가격 정보 자체가 부실투성이거나 심지어 의도적 가격 왜곡과 조작이 난무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한두 푼짜리도 아니고 가계 전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 할 정도로 비중이 큰 주택 가격부터가 그렇다면 어떨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것은 현실이다.  

 

현재 일반인들은 보통 사설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제공하는 각종 부동산 가격이나 이를 토대로 언론이 보도하는 주택 가격을 시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설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집계하는 주택 가격은 각 지역별 현장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불러주는 호가에 가깝다. 대부분 업체들이 회원 중개업소들로부터 매월 수십만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받고 있고, 보고 가격에 대한 필터링(filtering)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회원 업소의 수수료 수입이 사업의 주요 기반인 사설 정보업체들이 엄격한 필터링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들 회원 중개업소들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을 의식해 실제 거래가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가격을 보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처럼 거래 침체기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하다

 

문제는 이런 회원 중개업소들보다 한 술 더 떠 사설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사실상 시세를 조작하는 통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아파트 시세 지수를 산출하는 방법부터가 거의 사기에 가까운 방법론을 쓰고 있다.

 

왜 그런지를 보기 위해 이들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시세 자료를 작성하는 방법을 우선 살펴보자. 이들 정보업체들은 회원 중개업소들이 보고하는 매도호가 위주의 시세를 바탕으로 주택의 자산 가치를 총합하는 방법으로 시세 지수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지역 전체 아파트 단지의 시세 총합을 2백조원으로 잡으면 이들 아파트 단지 전체 가격의 오르내림에 따라 주간 변동률을 발표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의 아파트 시세 총합이 200조원이었다가 다음 주에 199조원으로 줄어들었다면, 이는 주간 변동률 -0.5%(=1조원/200조원)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들 정보업체들이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을 구분하지 않고 시세 통계를 낸다는 점이다. 미국의 케이스-실러 지수 등 대부분의 신뢰받는 지수들이 기본적으로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의 가격 지수를 별도로 내는 것과는 딴판이다. 보통 완공 후 일정 시점이 지난 기존 주택보다 신규 주택의 가격은 높을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선분양제 하에서 분양가자율화를 만끽(?)한 국내의 신규 아파트들은 고분양가로 기존 주택 가격보다 상당히 더 높은 수준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국내 정보업체들은 매년 입주하는 새로운 아파트 단지들을 1년 단위로 시세지수 대상에 포함해 가격지수를 작성한다.

 

이렇게 되면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적으로는 아파트 가격 지수를 산출하는 대상 아파트가 시간이 갈수록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8년에 신규 입주 아파트인 A, B단지가 포함되고, 이어 2009년에는 C,D 단지가, 그리고 2010년에는 E,F단지가 추가되는 식이다. 만약 2007년 아파트 시세 통계의 대상이 되는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단지가 100개였다면 2010년에는 106개가 돼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이들 부동산 정보업체들은 해당 지역의 아파트 총 자산 가치의 변동률로 시세를 작성한다. 그렇다면 2007 100개 단지 시세 합이 200조원이었는데, 2010 106개 단지의 시세 합이 203조원이라고 하자. 구체적으로는 2007년 시세 조사 대상 아파트 100개 단지의 총 자산 가치는 180조원으로 떨어졌는데도, 3년간 새로 포함된 고분양가의 신규 아파트 단지 6개의 시세 총합이 23조원이라고 하자. 이 경우 기존 아파트 가격은 10%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의 총자산가치로는 오히려 3조원이 오른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실제 기존 아파트 가격은 크게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부동산정보업체의 가격지수로는 1.5% 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나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될까. 웬만큼 집값이 하락하지 않고서는 부동산정보업체들의 시세 통계상으로는 집값이 떨어질 일이 없게 돼버린다. 한마디로 이런 식으로 정보업체들이 집값이 늘 뛰는 것처럼 통계를 작성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들 정보업체들이 시세라고 부르는 것이 사실상 매도호가에 가깝다는 점이 가격을 더욱 부풀리게 한다. 시장경제에서 시세는 공급자(매도자)와 수요자(매수자)간의 기대 가격이 일치하는 가격 선에서 거래가 체결되는 균형가격을 말한다. 그런데 이들 정보업체들은 이 같은 시세 관념이 전혀 없다. 정보업체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거래 가격을 정하느냐고 물어보면 해당 아파트 단지에서 거래가 체결된 가격 또는 거래가 없을 경우 실제로 거래가 성사될 것이라고 판단되는 가격이라고 대답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해당 아파트에 대한 기대가치라고 대답한다. 어느 경우든 황당하기 짝이 없다. ‘거래가 성사될 것 같은 가격이나 해당 아파트에 대한 기대가치는 회원 부동산 중개업소가 정해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가 침체될 때에는 실거래가는 떨어지고 있는데도, 이를 예외적인 경우로 취급해 매도호가 위주의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주변 아파트 부녀회 등의 압력에 강력히 노출돼 있다. 자연스럽게 매도호가 위주의 가격이 돼버리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부동산정보업체의 가격 지수는 집값 폭등기에는 급등하지만, 집값 하락기에는 찔끔찔끔 변동하는 것이다. 매도호가 위주의 가격이기에 오를 때는 호가를 냅다 올려 폭등 분위기를 더욱 선동하게 되고, 집값이 내릴 때는 실거래가가 계속 떨어지는데도 현실을 부인하며 호가 거품을 억지로 떠받치는 식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실상이 이 정도면 단순히 방법론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의도적인 시세 조작과 왜곡이라고 봐야 한다. 이처럼 부동산 중개업소들과 이들의 가격 보고를 바탕으로 시세 통계를 작성하는 정보업체들의 가격 조작과 선동은 거의 일상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부동산정보업체는 2009 5월부터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의 경우 2006년 고점을 회복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해당 단지의 실거래가는 여전히 고점 대비 평균14% 하락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이 같은 부동산정보업체의 호가를 마치 시세인 양 기정사실화해 선동하기 바빴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 가운데 2006년말 고점을 회복하거나 초과한 단지가 20% 정도에 불과했는데도, 많은 이들이 대다수 단지가 고점을 초과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중층 재건축단지의 상징처럼 돼 있는 은마아파트 경우에도 가장 많이 반등했을 때가 고점 대비 15%가량 낮은 상태였다. 지난해 아파트 가격이 재건축 단지 위주로 반등했는데,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반등 수준도 이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면 정부 공인통계인 국민은행 가격지수는 어떨까. 국민은행 가격지수는 회원 중개업소들을 대상으로 보고를 받아 작성된다는 점에서 똑같이 매도호가 위주의 지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회원 중개업소에 대한 수수료를 받지 않고, 현장 실사 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으며 2년반 간격으로 신규 아파트 단지를 가격지수 산정에 포함하므로 상대적으로 왜곡의 정도가 덜할 뿐이다. 하지만 가격 폭등기에는 호가를 실거래가보다 더 끌어올리고, 가격 하락기에는 호가 위주의 가격을 억지로 유지하는 양상은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 같은 사실은 2008년말~2009년초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 가격이 급락했을 때 국토부 실거래가와 국민은행 호가지수의 고점 대비 가격 변동률을 비교한 아래 <도표1>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의 경우 고점 대비 20~30% 전후까지 떨어졌으나 해당 지역의 국민은행 호가지수는 이 같은 급락세가 거의 반영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국민은행의 가격지수는 양반이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아래 <도표2>에서 한 부동산정보업체의 시세지수와 국민은행 가격지수의 변동률을 살펴보면 위에서 설명한대로 부동산정보업체의 가격부풀리기가 훨씬 더 심함을 알 수 있다. 사실상 실거래가는 내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호가 위주로 매주 0.02%, 0.04%씩 호가 위주로 시세를 부풀린 것이 20여년 누적돼다 보니 같은 호가 위주인 국민은행 가격지수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지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거의 모든 언론들이 이런 시세를 아무런 여과 없이 보도하니 대다수 국민들은 집값은 요즘 같은 극심한 침체기를 제외하고는 늘 오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이후 수도권 아파트 전체의 60~70%를 차지하는 주요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는 오히려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아파트 시세부터가 이렇게 왜곡, 조작돼 있으니 적어도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상당수의 국민들은 영화 매트릭스의 가상현실에 갇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물론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이처럼 아파트 시세를 왜곡하고 조작하는 이유는 아파트 분양광고가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늘 집값은 오른다고 해야 하는 이해관계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들이 자산시장에서 주택 가격이 결정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 주택 전체 재고를 약 1500만호로 잡고, 한 가구당 1억 원만 쳐도 총액이 1500조 원이다. 그런데 전국 아파트 거래물량은 2006 1125천 호, 2007 84만 호 수준이다. 계산의 편의상 연간 100만호 가량이 거래된다고 가정하면 전체 주택 재고의 약 7.5%가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경제적 이해가 부족한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은 "일부 빚을 많이 진 사람들이 집을 싸게 내놔도 대부분 사람들은 집을 보유하기 때문에 집값은 안 떨어진다"는 황당한 주장마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부의 주식물량이 거래돼 전체 주가가 오르내리는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7.5%의 주택 물량이 거래되면서 전체 1500조원에 이르는 주택의 자산가격이 함께 오르내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처럼 단독주택의 비중이 높고 주택유형이 다양한 경우와 달리 한국의 경우 이런 특성이 훨씬 더 심하다. 한국의 경우 2000년대 부동산 투기가 대부분 아파트를 위주로 일어났고, 시세도 아파트 단지별로 거의 표준화, 획일화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치동 은마아파트 77㎡형, 분당구 서현동 삼성아파트 134㎡형처럼 같은 지역의 같은 규모 아파트 별로 부동산도 주식처럼 '종목별' 시세가 형성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층별이나 조망권 여부 등에 따라 일정한 편차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이렇게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은 일부 주택 물량이 거래돼 전체 주택의 가격이 사실상 결정된다. 삼성전자 주식 물량의 일부가 거래돼 상한가나 하한가를 기록하면 전체 삼성전자 주식이 그 가격에 수렴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최근 서울 강남 등 '버블 세븐' 지역 아파트의 중대형 평형들의 가격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고점 대비 20~30% 가량 떨어진 것이 실제상황이다. 거래 침체기가 이어지면서 형성된 가격이라도 이것이 정상적인 시장 가격이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그 가격대 이상으로는 주택을 아무리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게 부동산 시장의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이런 원리에 따르면 상당수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제시하는 과도한 호가는 결코 정상적인 시장거래가격이 아니다. 아무리 잠재적 매도자가 가격을 많이 받고 싶다고 하더라도 사줄 수요자가 없다면 그것은 시장 가격이 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잠재적 매수자와 매도자가 서로 다른 기대가격을 갖고 있는데, 언론이 잠재적 매도자의 호가를 시장 거래가격처럼 보도하는 것은 조작에 가깝다. 다분히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겨 추격매수를 하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선동형 기사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선동기사들이 난무하다 보니 매도자와 매수자간 기대가격이 너무 크게 벌어져 더 이상 거래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빚을 잔뜩 지고 근근이 버티던 잠재적 매도자들은 언론의 선동보도에 헛바람이 들어 여전히 높은 호가를 유지하고 있고, 잠재적 매수자는 가뜩이나 경기도 불투명한데 터무니없는 가격에 집을 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러다 보니 집을 팔려는 사람은 몇 달이 넘도록 집을 내놔도 집을 팔 수 없는 현상이 수도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현재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작성하고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호가 위주 집값은 절대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집값이 아니다. 실제 거래될 수 있는 집값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주택 소유자가 생각하는 집값보다 10~20% 이상 낮은 가격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거래될 수 있는 최소가격이 55000만원 정도인데 7억원 정도가 시세라고 우기고들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수도권 주택시장의 현실이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잔뜩 부푼 호가는 점점 떨어지는 실거래가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수도권 주요 아파트단지의 실거래가는 '거래 실종+실거래가 하락'이라는 2007년 이후의 패턴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실거래가 급락 양상을 보이던 2008년 하반기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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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5. 11. 09:37

이명박 대통령이 이제는 건전재정을 이루면서도 고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9일 말했다고 합니다. 이 발언을 들으며 역시 이명박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면 그런 식의 파렴치한 표현을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 임기 동안 99조원 가량의 세금을, 그것도 부동산 부자와 대기업 위주로 감면해주기로 했고 경인운하와 4대강사업 등 국민들이 도저히 공감하지 못하는 각종 토건사업에 재정을 탕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국가채무 및 공기업 채무 등 각종 분식처리된 공적 채무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마치 자신은 아무 책임이 없는 양 훈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는 늘 반서민 정책을 실행하면서도 친서민 정부라고 부르짖고, 현 정권의 핵심 기반인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수백조원을 동원한 부동산 부양책을 동원하면서도 집값은 좀 더 떨어져야 한다는 발언을 버젓이 내놓는 정부입니다. 수십 조원을 들여 4대강을 마구 파헤치는 환경파괴사업을 하면서도 친환경 산업 육성을 부르짖습니다. 몇 가지 사례만 들어도 이 정도인데, 이 정도면 정상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로서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저는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이대통령이 사기꾼 기질이 농후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사람들은 자신의 전혀 상반된 행동이나 말을 이상하게 느끼지 않습니다. 상반된 행동이나 말을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염치와 양심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 정도를 넘어서서 앞서의 행동이나 말을 뒤집는 것을 밥 먹듯 하는 것을 오히려 당연시하도록 스스로를 세뇌시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이명박 대통령은 사물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미숙한 경우입니다. 어떤 사안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A B가 상충되는데도 불구하고 상충되는지를 스스로는 전혀 모르는 것입니다. 이 정도가 매우 심한 사람들은 한마디로 바보입니다. 그리고 말을 하면 횡설수설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대통령이 횡설수설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매우 그럴 듯하게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사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으면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는 A B가 어떻게 충돌하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일반인들의 두뇌 속에서는 서로 공존하기 힘든 인식이 이런 사람의 두뇌 속에서는 아주 편안하게 공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이 어느 경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제가 볼 때 이 대통령은 두 가지 경우가 섞여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 국가채무 급증의 가장 무거운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 연구소가 주최한 창립 10주년 공개 세미나 자료집에서 가져온 아래 <도표>를 보시면 이를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잠재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가운데 막대한 공공 부문 부채를 남발해 가라앉는 경제를 억지로 떠받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10년까지 정부 총지출은 노무현 정부 말인 2007년에 비해 146조원이나 증가했습니다. 김대중정부, 노무현정부, 이명박 정부의 전 정권 말 대비 통합재정 증가를 비교해보면 이명박정부의 증가율이 가장 가파르다는 점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노무현정부 당시 IMF사태 당시 공적자금을 처리한 것을 감안하면 이명박 정부의 통합재정 증가 폭은 거의 무서울 정도입니다.


                   () 기획재정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뿐만 아니라 23개 공기업의 부채는 2008년과 2009 75조원이나 늘어나 2009년말 현재 213조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이나 경인운하사업, 미분양주택 대량 매입, 보금자리주택 등 각종 주택공급사업 등 토건사업을 남발해 건설시장을 떠받치는 한편 인천공항철도를 철도 공사에 떠넘겨 국가채무에서 빼내기 위해 분식회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현 정부는 출범 이후 3년 동안 재정에서 146조원, 공기업에서 84.5조원 등 약 230조원이나 늘렸는데, 이는 IMF사태 당시의 공적자금 투입액 160조원을 훌쩍 뛰어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보면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뒷감당하지 않고 자기 임기 내에 생색내는 일에 소중한 국가 재원을 탕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말 끝마다 작은 정부를 떠들어대고 이제 와서는 건전 재정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이런 정부로는 절대 건전 재정, 국민경제의 건전하고 지속적인 발전도 이룰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정권을 잃어버리고도 왜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반성할 줄도 모르는 지금의 야당에게도 크게 기댈 것이 없어 보입니다. 급변하는 시대적 변화를 읽고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새로운 세대만이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 글에서 이 문제를 길게 다루기는 부적절하니 여기에서 줄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의 이명박 정부는 자신이 건전 재정을 역대 어느 정부보다 심각하게 훼손하면서도 마치 자신은 아무 책임도 없는 외부 전문가인 양 훈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침을 뱉으면서도 부끄러워할 줄도, 국민들에게 미안해 할 줄도 모릅니다. 손가락 마디가 아프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지만, 이런 파렴치한들에게는 아무리 비판을 해봤자 대낮에 술에 만취한 사람에게 넋두리하는 듯한 피곤함만 느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가능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실상을 제대로 알아서 후일 때가 올 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근본적 개혁을 할 수 있는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천문학적인 자식세대의 소중한 재원들이 현 세대의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해 탕진되고 있는 현실을 누군가는 기록하고 기억해야 합니다. 한국 경제가 그리스 꼴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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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5. 10. 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