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이제는 건전재정을 이루면서도 고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9일 말했다고 합니다. 이 발언을 들으며 역시 이명박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면 그런 식의 파렴치한 표현을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 임기 동안 99조원 가량의 세금을, 그것도 부동산 부자와 대기업 위주로 감면해주기로 했고 경인운하와 4대강사업 등 국민들이 도저히 공감하지 못하는 각종 토건사업에 재정을 탕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국가채무 및 공기업 채무 등 각종 분식처리된 공적 채무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마치 자신은 아무 책임이 없는 양 훈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는 늘 반서민 정책을 실행하면서도 친서민 정부라고 부르짖고, 현 정권의 핵심 기반인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수백조원을 동원한 부동산 부양책을 동원하면서도 집값은 좀 더 떨어져야 한다는 발언을 버젓이 내놓는 정부입니다. 수십 조원을 들여 4대강을 마구 파헤치는 환경파괴사업을 하면서도 친환경 산업 육성을 부르짖습니다. 몇 가지 사례만 들어도 이 정도인데, 이 정도면 정상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로서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저는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이대통령이 사기꾼 기질이 농후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사람들은 자신의 전혀 상반된 행동이나 말을 이상하게 느끼지 않습니다. 상반된 행동이나 말을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염치와 양심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 정도를 넘어서서 앞서의 행동이나 말을 뒤집는 것을 밥 먹듯 하는 것을 오히려 당연시하도록 스스로를 세뇌시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이명박 대통령은 사물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미숙한 경우입니다. 어떤 사안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A B가 상충되는데도 불구하고 상충되는지를 스스로는 전혀 모르는 것입니다. 이 정도가 매우 심한 사람들은 한마디로 바보입니다. 그리고 말을 하면 횡설수설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대통령이 횡설수설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매우 그럴 듯하게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사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으면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는 A B가 어떻게 충돌하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일반인들의 두뇌 속에서는 서로 공존하기 힘든 인식이 이런 사람의 두뇌 속에서는 아주 편안하게 공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이 어느 경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제가 볼 때 이 대통령은 두 가지 경우가 섞여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 국가채무 급증의 가장 무거운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 연구소가 주최한 창립 10주년 공개 세미나 자료집에서 가져온 아래 <도표>를 보시면 이를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잠재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가운데 막대한 공공 부문 부채를 남발해 가라앉는 경제를 억지로 떠받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10년까지 정부 총지출은 노무현 정부 말인 2007년에 비해 146조원이나 증가했습니다. 김대중정부, 노무현정부, 이명박 정부의 전 정권 말 대비 통합재정 증가를 비교해보면 이명박정부의 증가율이 가장 가파르다는 점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노무현정부 당시 IMF사태 당시 공적자금을 처리한 것을 감안하면 이명박 정부의 통합재정 증가 폭은 거의 무서울 정도입니다.


                   () 기획재정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뿐만 아니라 23개 공기업의 부채는 2008년과 2009 75조원이나 늘어나 2009년말 현재 213조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이나 경인운하사업, 미분양주택 대량 매입, 보금자리주택 등 각종 주택공급사업 등 토건사업을 남발해 건설시장을 떠받치는 한편 인천공항철도를 철도 공사에 떠넘겨 국가채무에서 빼내기 위해 분식회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현 정부는 출범 이후 3년 동안 재정에서 146조원, 공기업에서 84.5조원 등 약 230조원이나 늘렸는데, 이는 IMF사태 당시의 공적자금 투입액 160조원을 훌쩍 뛰어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보면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뒷감당하지 않고 자기 임기 내에 생색내는 일에 소중한 국가 재원을 탕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말 끝마다 작은 정부를 떠들어대고 이제 와서는 건전 재정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이런 정부로는 절대 건전 재정, 국민경제의 건전하고 지속적인 발전도 이룰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정권을 잃어버리고도 왜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반성할 줄도 모르는 지금의 야당에게도 크게 기댈 것이 없어 보입니다. 급변하는 시대적 변화를 읽고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새로운 세대만이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 글에서 이 문제를 길게 다루기는 부적절하니 여기에서 줄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의 이명박 정부는 자신이 건전 재정을 역대 어느 정부보다 심각하게 훼손하면서도 마치 자신은 아무 책임도 없는 외부 전문가인 양 훈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침을 뱉으면서도 부끄러워할 줄도, 국민들에게 미안해 할 줄도 모릅니다. 손가락 마디가 아프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지만, 이런 파렴치한들에게는 아무리 비판을 해봤자 대낮에 술에 만취한 사람에게 넋두리하는 듯한 피곤함만 느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가능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실상을 제대로 알아서 후일 때가 올 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근본적 개혁을 할 수 있는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천문학적인 자식세대의 소중한 재원들이 현 세대의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해 탕진되고 있는 현실을 누군가는 기록하고 기억해야 합니다. 한국 경제가 그리스 꼴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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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5. 10. 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