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주택 시장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기본 지표인 가격 통계부터 왜곡과 부풀리기가 난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 주요 도시의 경우 2006년말 또는 2008년 상반기 이후 실거래가가 떨어져 이미 대세하락이 현실이 돼 있는 상황에서도 아직도 집값은 오른다는 환상에 젖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두 차례에 걸쳐 각종 주택가격 통계들이 현실을 어떻게 왜곡 또는 조작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오늘은 그 첫번째 순서로 사설 부동산정보업체들과 국민은행의 호가 위주 시세 정보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

 

 

시장경제에서 사람들은 시장 가격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거래를 한다. 그런데 만약 가격 정보 자체가 부실투성이거나 심지어 의도적 가격 왜곡과 조작이 난무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한두 푼짜리도 아니고 가계 전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 할 정도로 비중이 큰 주택 가격부터가 그렇다면 어떨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것은 현실이다.  

 

현재 일반인들은 보통 사설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제공하는 각종 부동산 가격이나 이를 토대로 언론이 보도하는 주택 가격을 시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설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집계하는 주택 가격은 각 지역별 현장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불러주는 호가에 가깝다. 대부분 업체들이 회원 중개업소들로부터 매월 수십만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받고 있고, 보고 가격에 대한 필터링(filtering)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회원 업소의 수수료 수입이 사업의 주요 기반인 사설 정보업체들이 엄격한 필터링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들 회원 중개업소들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을 의식해 실제 거래가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가격을 보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처럼 거래 침체기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하다

 

문제는 이런 회원 중개업소들보다 한 술 더 떠 사설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사실상 시세를 조작하는 통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아파트 시세 지수를 산출하는 방법부터가 거의 사기에 가까운 방법론을 쓰고 있다.

 

왜 그런지를 보기 위해 이들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시세 자료를 작성하는 방법을 우선 살펴보자. 이들 정보업체들은 회원 중개업소들이 보고하는 매도호가 위주의 시세를 바탕으로 주택의 자산 가치를 총합하는 방법으로 시세 지수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지역 전체 아파트 단지의 시세 총합을 2백조원으로 잡으면 이들 아파트 단지 전체 가격의 오르내림에 따라 주간 변동률을 발표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의 아파트 시세 총합이 200조원이었다가 다음 주에 199조원으로 줄어들었다면, 이는 주간 변동률 -0.5%(=1조원/200조원)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들 정보업체들이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을 구분하지 않고 시세 통계를 낸다는 점이다. 미국의 케이스-실러 지수 등 대부분의 신뢰받는 지수들이 기본적으로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의 가격 지수를 별도로 내는 것과는 딴판이다. 보통 완공 후 일정 시점이 지난 기존 주택보다 신규 주택의 가격은 높을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선분양제 하에서 분양가자율화를 만끽(?)한 국내의 신규 아파트들은 고분양가로 기존 주택 가격보다 상당히 더 높은 수준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국내 정보업체들은 매년 입주하는 새로운 아파트 단지들을 1년 단위로 시세지수 대상에 포함해 가격지수를 작성한다.

 

이렇게 되면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적으로는 아파트 가격 지수를 산출하는 대상 아파트가 시간이 갈수록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8년에 신규 입주 아파트인 A, B단지가 포함되고, 이어 2009년에는 C,D 단지가, 그리고 2010년에는 E,F단지가 추가되는 식이다. 만약 2007년 아파트 시세 통계의 대상이 되는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단지가 100개였다면 2010년에는 106개가 돼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이들 부동산 정보업체들은 해당 지역의 아파트 총 자산 가치의 변동률로 시세를 작성한다. 그렇다면 2007 100개 단지 시세 합이 200조원이었는데, 2010 106개 단지의 시세 합이 203조원이라고 하자. 구체적으로는 2007년 시세 조사 대상 아파트 100개 단지의 총 자산 가치는 180조원으로 떨어졌는데도, 3년간 새로 포함된 고분양가의 신규 아파트 단지 6개의 시세 총합이 23조원이라고 하자. 이 경우 기존 아파트 가격은 10%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의 총자산가치로는 오히려 3조원이 오른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실제 기존 아파트 가격은 크게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부동산정보업체의 가격지수로는 1.5% 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나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될까. 웬만큼 집값이 하락하지 않고서는 부동산정보업체들의 시세 통계상으로는 집값이 떨어질 일이 없게 돼버린다. 한마디로 이런 식으로 정보업체들이 집값이 늘 뛰는 것처럼 통계를 작성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들 정보업체들이 시세라고 부르는 것이 사실상 매도호가에 가깝다는 점이 가격을 더욱 부풀리게 한다. 시장경제에서 시세는 공급자(매도자)와 수요자(매수자)간의 기대 가격이 일치하는 가격 선에서 거래가 체결되는 균형가격을 말한다. 그런데 이들 정보업체들은 이 같은 시세 관념이 전혀 없다. 정보업체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거래 가격을 정하느냐고 물어보면 해당 아파트 단지에서 거래가 체결된 가격 또는 거래가 없을 경우 실제로 거래가 성사될 것이라고 판단되는 가격이라고 대답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해당 아파트에 대한 기대가치라고 대답한다. 어느 경우든 황당하기 짝이 없다. ‘거래가 성사될 것 같은 가격이나 해당 아파트에 대한 기대가치는 회원 부동산 중개업소가 정해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가 침체될 때에는 실거래가는 떨어지고 있는데도, 이를 예외적인 경우로 취급해 매도호가 위주의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주변 아파트 부녀회 등의 압력에 강력히 노출돼 있다. 자연스럽게 매도호가 위주의 가격이 돼버리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부동산정보업체의 가격 지수는 집값 폭등기에는 급등하지만, 집값 하락기에는 찔끔찔끔 변동하는 것이다. 매도호가 위주의 가격이기에 오를 때는 호가를 냅다 올려 폭등 분위기를 더욱 선동하게 되고, 집값이 내릴 때는 실거래가가 계속 떨어지는데도 현실을 부인하며 호가 거품을 억지로 떠받치는 식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실상이 이 정도면 단순히 방법론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의도적인 시세 조작과 왜곡이라고 봐야 한다. 이처럼 부동산 중개업소들과 이들의 가격 보고를 바탕으로 시세 통계를 작성하는 정보업체들의 가격 조작과 선동은 거의 일상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부동산정보업체는 2009 5월부터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의 경우 2006년 고점을 회복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해당 단지의 실거래가는 여전히 고점 대비 평균14% 하락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이 같은 부동산정보업체의 호가를 마치 시세인 양 기정사실화해 선동하기 바빴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 가운데 2006년말 고점을 회복하거나 초과한 단지가 20% 정도에 불과했는데도, 많은 이들이 대다수 단지가 고점을 초과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중층 재건축단지의 상징처럼 돼 있는 은마아파트 경우에도 가장 많이 반등했을 때가 고점 대비 15%가량 낮은 상태였다. 지난해 아파트 가격이 재건축 단지 위주로 반등했는데,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반등 수준도 이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면 정부 공인통계인 국민은행 가격지수는 어떨까. 국민은행 가격지수는 회원 중개업소들을 대상으로 보고를 받아 작성된다는 점에서 똑같이 매도호가 위주의 지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회원 중개업소에 대한 수수료를 받지 않고, 현장 실사 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으며 2년반 간격으로 신규 아파트 단지를 가격지수 산정에 포함하므로 상대적으로 왜곡의 정도가 덜할 뿐이다. 하지만 가격 폭등기에는 호가를 실거래가보다 더 끌어올리고, 가격 하락기에는 호가 위주의 가격을 억지로 유지하는 양상은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 같은 사실은 2008년말~2009년초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 가격이 급락했을 때 국토부 실거래가와 국민은행 호가지수의 고점 대비 가격 변동률을 비교한 아래 <도표1>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의 경우 고점 대비 20~30% 전후까지 떨어졌으나 해당 지역의 국민은행 호가지수는 이 같은 급락세가 거의 반영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국민은행의 가격지수는 양반이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아래 <도표2>에서 한 부동산정보업체의 시세지수와 국민은행 가격지수의 변동률을 살펴보면 위에서 설명한대로 부동산정보업체의 가격부풀리기가 훨씬 더 심함을 알 수 있다. 사실상 실거래가는 내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호가 위주로 매주 0.02%, 0.04%씩 호가 위주로 시세를 부풀린 것이 20여년 누적돼다 보니 같은 호가 위주인 국민은행 가격지수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지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거의 모든 언론들이 이런 시세를 아무런 여과 없이 보도하니 대다수 국민들은 집값은 요즘 같은 극심한 침체기를 제외하고는 늘 오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이후 수도권 아파트 전체의 60~70%를 차지하는 주요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는 오히려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아파트 시세부터가 이렇게 왜곡, 조작돼 있으니 적어도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상당수의 국민들은 영화 매트릭스의 가상현실에 갇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물론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이처럼 아파트 시세를 왜곡하고 조작하는 이유는 아파트 분양광고가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늘 집값은 오른다고 해야 하는 이해관계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들이 자산시장에서 주택 가격이 결정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 주택 전체 재고를 약 1500만호로 잡고, 한 가구당 1억 원만 쳐도 총액이 1500조 원이다. 그런데 전국 아파트 거래물량은 2006 1125천 호, 2007 84만 호 수준이다. 계산의 편의상 연간 100만호 가량이 거래된다고 가정하면 전체 주택 재고의 약 7.5%가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경제적 이해가 부족한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은 "일부 빚을 많이 진 사람들이 집을 싸게 내놔도 대부분 사람들은 집을 보유하기 때문에 집값은 안 떨어진다"는 황당한 주장마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부의 주식물량이 거래돼 전체 주가가 오르내리는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7.5%의 주택 물량이 거래되면서 전체 1500조원에 이르는 주택의 자산가격이 함께 오르내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처럼 단독주택의 비중이 높고 주택유형이 다양한 경우와 달리 한국의 경우 이런 특성이 훨씬 더 심하다. 한국의 경우 2000년대 부동산 투기가 대부분 아파트를 위주로 일어났고, 시세도 아파트 단지별로 거의 표준화, 획일화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치동 은마아파트 77㎡형, 분당구 서현동 삼성아파트 134㎡형처럼 같은 지역의 같은 규모 아파트 별로 부동산도 주식처럼 '종목별' 시세가 형성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층별이나 조망권 여부 등에 따라 일정한 편차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이렇게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은 일부 주택 물량이 거래돼 전체 주택의 가격이 사실상 결정된다. 삼성전자 주식 물량의 일부가 거래돼 상한가나 하한가를 기록하면 전체 삼성전자 주식이 그 가격에 수렴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최근 서울 강남 등 '버블 세븐' 지역 아파트의 중대형 평형들의 가격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고점 대비 20~30% 가량 떨어진 것이 실제상황이다. 거래 침체기가 이어지면서 형성된 가격이라도 이것이 정상적인 시장 가격이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그 가격대 이상으로는 주택을 아무리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게 부동산 시장의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이런 원리에 따르면 상당수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제시하는 과도한 호가는 결코 정상적인 시장거래가격이 아니다. 아무리 잠재적 매도자가 가격을 많이 받고 싶다고 하더라도 사줄 수요자가 없다면 그것은 시장 가격이 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잠재적 매수자와 매도자가 서로 다른 기대가격을 갖고 있는데, 언론이 잠재적 매도자의 호가를 시장 거래가격처럼 보도하는 것은 조작에 가깝다. 다분히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겨 추격매수를 하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선동형 기사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선동기사들이 난무하다 보니 매도자와 매수자간 기대가격이 너무 크게 벌어져 더 이상 거래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빚을 잔뜩 지고 근근이 버티던 잠재적 매도자들은 언론의 선동보도에 헛바람이 들어 여전히 높은 호가를 유지하고 있고, 잠재적 매수자는 가뜩이나 경기도 불투명한데 터무니없는 가격에 집을 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러다 보니 집을 팔려는 사람은 몇 달이 넘도록 집을 내놔도 집을 팔 수 없는 현상이 수도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현재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작성하고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호가 위주 집값은 절대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집값이 아니다. 실제 거래될 수 있는 집값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주택 소유자가 생각하는 집값보다 10~20% 이상 낮은 가격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거래될 수 있는 최소가격이 55000만원 정도인데 7억원 정도가 시세라고 우기고들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수도권 주택시장의 현실이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잔뜩 부푼 호가는 점점 떨어지는 실거래가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수도권 주요 아파트단지의 실거래가는 '거래 실종+실거래가 하락'이라는 2007년 이후의 패턴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실거래가 급락 양상을 보이던 2008년 하반기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5. 11. 0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