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급증과 입주 대란으로 대변되듯이 현재 집값 수준에서 공급 과잉임이 명백한 상황인데도 여전히 공급 부족타령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지난해보다 그 강도가 훨씬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지금이 집을 살 적기라고 주장하는 근거로서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주택시장 침체로 주택공급이 줄어들어 2~3년 후 집값 폭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예전에 아고라에 쓴 글이 있으므로 더 이상 길게 되풀이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주택공급 부족론의 기본적인 문제점 중 하나는 이들이 수급의 경제학적 원리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거나,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점은 지적해야 합니다. 시장경제에서 수급은 기본적으로 가격의 함수입니다. 2000년대 내내 집값이 잔뜩 올라 수요는 거의 고갈된 반면 건설업체의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수요 대비 공급은 계속 과잉 상태에 이른 것입니다. 이 같은 공급 과잉, 특히 분양용, 매매용, 투기용 아파트 공급 과잉은 미분양 적체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주택 공급 부족을 부르짖는 사람들의 근거를 살펴보고, 그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엉터리 주장인지 도표를 통해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도표1>에서 전국 주택건설실적(실제로는 인허가 실적으로 분양에 앞서 행정적 절차를 끝낸 상태를 말합니다. 보통 3년 후쯤 입주 물량 형태로 공급되므로 사실은 3년후 공급 물량을 추정할 수 있는 지표로 봐야 하지만, 여기에서는 공급 부족론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방식대로 현재 공급 물량처럼 간주하겠습니다.)을 보면 확실히 200만호 주택건설사업 추진으로 60~70만호씩 건설이 추진됐던 1990년대 초반이나 2002~2003년에 비해 건설실적이 줄어든 것이 확실합니다. 특히 주택시장 침체 양상이 확연해진 2008~2009년의 주택건설실적은 전국적으로 40만호에도 미치지 못해 주택건설실적이 줄어든 것이 분명합니다.

 

 

(주)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하지만, 이미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대다수 지역의 주택보급률이 110%를 넘어섰고,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이 적체돼 사실상 과거처럼 주택을 짓는 것이 오히려 이상합니다. 여러분이 건설업체 CEO라면 지금도 미분양이 잔뜩 쌓여있고, 분양할 때마다 완패하는데 지방 공급 물량을 늘리려 할까요? 당연히 지방 공급 물량을 줄이고, 그나마 분양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다고 판단되는 수도권 공급에 치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같은 건설사들의 행태가 수도권 주택건설실적 비중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공급 과부족 여부를 따져야 하는 것은 사실상 게임이 끝난지방이 아니라 수도권입니다. 그러면 수도권의 주택건설실적을 보면 어떨까요? 같은 <도표1> 아래쪽 그래프에서 보듯이 전국적 양상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 나타납니다.

 

수도권의 경우 200만호 주택건설사업이 진행됐던 1990년대 초반에도 25만호를 조금 넘기는 수준이었고, 2000년대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0~2003년에 30만호를 넘기는 수준이었을 뿐입니다. 토지 공급의 한계 때문에 수도권의 경우 매년 25만호 전후 수준의 주택 건설이 이뤄지면 적지 않은 공급이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2007년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30.3만호, 2009년에는 25.5만호의 건설실적이 이뤄져 결코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주택시장 침체기에 들어서면 주택건설이 확 줄어드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 주택건설실적은 사실 상당히 높은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공급 과부족을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수요에 비해 상대적인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미 소득뿐만 아니라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살 사람들은 거의 다 사버렸기 때문에 현재의 높은 집값을 떠받칠 수 있을 정도의 수요 풀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 같은 수요 고갈 현상은 없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대신 가장 간단하게 주택 수요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인구증가 대비 주택공급 측면을 한 번 따져보겠습니다.

 

인구증가는 매년 출생자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자연인구 증가와 지역별 전출입을 통해 발생하는 인구순유입을 합한 것입니다. 이를 확인해보면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찍었던 2002년 이후 인구증가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09년의 자연증가는 2008년과 같은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2002 36만명이 넘게 증가하던 수도권 인구가 2009년에는 19만명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 같은 수도권 인구증가분에 비해 매년 수도권 주택공급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지 한 번 살펴봅시다. 이를 쉽게 살펴보기 위해 인구증가분을 주택건설실적으로 나눈 비율을 공급 초과율로 정해 그 추이를 살펴보면 <도표3>의 하단 그래프와 같습니다. 절대량으로 보면 평년 수준으로 보이는 수도권 주택건설실적이 인구증가분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공급이 이뤄지고 있음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공급초과율이 2002년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100%를 넘은 적이 없었는데, 최근 3년 연속으로 100%를 넘긴 것입니다. 특히 2007년과 2009년에는 138%, 136%를 기록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인구와 주택공급의 비율을 1 1로 계산했지만, 평균 가구원수를 계산의 편의상 3명 정도로 잡으면 공급 초과율은 <도표4>에서 보시는 것처럼 훨씬 높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9년의 공급초과율은 408.1%로 나타납니다. 이는 2009년에 증가한 인구 19만명은 6.3만호 정도만 지어도 모두 수용할 수 있고, 6.3만호를 뺀 주택건설실적 약 19.2만호 정도에는 기존 인구 가운데 누군가 들어가서 살지 않으면 모두 빈집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KSERI 작성

 

물론 그 동안에는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이 낮았고, 2000년대 초반에는 주택수요가 왕성하게 일어났기 때문에 빈집이 발생하지 않고, 누군가 들어가 살아줬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내내 수도권 주택보급률은 약 14% 포인트나 가파르게 상승해 이제는 100%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더구나 2000년대 투기 붐이 일면서 앞당겨 소진된 주택수요 덕분에 단기적으로는 가구수 증가분을 넘어서는 초과 공급분을 소화할 여력이 상당히 소진된 상태입니다. 이것이 입주 대란 등의 형태로 대규모 빈 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주택공급은 지금 부족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엄청난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인구증가분이나 가구수 증가분과 비교해 보아도 이런데, 사실상 현재의 거품 가격에서 수요가 바닥난 상황이나 주택시장의 침체 정도를 고려하면 더더욱 엄청난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향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통계청 추계로도 2018년부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고,특히 왕성한 주택 매입 연령층인 35~54세 연령대 인구는 2011년부터 줄어들게 됩니다. 이미 지방으로부터 인구 유입도 한계에 이른 수도권 인구라고 크게 사정이 다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1인가구 증가 등으로 가구수는 늘어난다고 하지만, 가구수 증가분 자체는 줄어들고, 1인가구 대부분이 저소득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큰 의미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정부에서 계획된 각종 2기 신도시와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지역의 주택들과, 현 정부 들어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보금자리 주택 공급이 2012년 하반기부터 입주 폭탄형태로 쏟아지게 됩니다. 물론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될 것이기에 절대적 물량은 줄어들 수 있지만, 주택 유효수요와 인구증가분에 대비해보면 매우 막대한 공급 과잉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현재 주택 공급이 부족해 2~3년 후 집값이 뛴다는 둥의 터무니없는 선동에 속지 마시길 바랍니다. 현재는 뉴타운, 재개발 등의 사업 초기 과정에서 멸실 주택 물량이 많아져 공급 과잉이 확연히 느껴지지 않는 상태이지만, 2년 후 정도가 되면 공급 과잉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생생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걱정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만성적인 공급 과잉으로 인한 집값의 장기 하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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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5. 13. 0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