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유럽발 재정 위기 사태로 세계 증시와 함께 국내 증시도 폭락과 폭등을 경험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 그와 함께 2009년 상반기 이후 하향 안정화돼오던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이 같은 현상은 국내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 구조 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연구소가 그 동안 수많은 자료를 연구, 발표해온 바 있지만, 여기에서는 국제수지표상의 일부 지표를 통해 살펴보자.

 

아래 <도표1>에서 국제수지 분기별 추이에서 자본수지 추이를 보자. 2006년부터 국내 시중은행 등이 부동산대출 자금마련을 위해 단기외채 차입을 크게 늘림에 따라 자본수지 흑자가 증가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은행 등이 외화차입 상환에 직면하게 되었다. 결국 한국은행이 대신 외화를 금융기관에 지원해주는 식으로 외화차입 상환에 나서게 되었고 그로 인해 큰 폭의 자본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이 폭등했던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불과 몇 개월 후의 상황을 전혀 예견하지 못한 채 출범하자마자 어리석게도 고환율 정책을 실시했던 것이다. 2009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외국인의 증권투자가 다시 유입됨에 따라 자본수지는 큰 폭의 흑자를 보였다.

 

                       <도표1> 

                   (주)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런데 자본수지 흑자의 대부분이 증권투자 유입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아래 <도표2>를 통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외국자본의 국내 증권투자를 나타내는 증권투자 부채는 금융시장개방이 급격히 진행된 1990년대 초중반 급증한 뒤 외환위기 이후 주춤했다가 2003년에 일시적으로 증가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6년에는 80.5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 증시가 활황세를 보였던 2007년 다시 303.8억 달러까지 급증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외국인들의 증권 매도가 러시를 이루면서 -258.9억달러까지 유출됐다. 하지만 경기 급락세가 진정되기 시작한 2009 1분기 이후 주가가 상당히 낮은 수준에서 단기 차익을 노린 외국인의 증권투자가 급증하면서 2009년에는 493.8억달러로 사상 최고의 유입이 이뤄졌다.

 

                            <도표2>

                      (주)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지난 한 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유입된 증권투자에 대해서는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2009년 자본수지 264.5억달러를 두 배 가량 상회하는 수치로 단기적으로는 2009 1분기까지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한 게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주식시장이 2008년 폭락 이후 2009년 초반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도 환율효과에 따른 국내 수출대기업들의 주식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의 과도한 상승을 부추긴 주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증권투자의 성격상 증권투자로 유입된 자본은 주로 주식시장 등에서 자본 차익을 노린 것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일시에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 또 다시 금융위기 등이 발생할 경우 급속한 탈출러시로 언제든 외환시장과 증권시장을 뒤흔들어 환율 폭등과 증시 폭락을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남유럽발 재정 위기 사태로 세계 증시가 폭락하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이 대거 순매도로 나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단기 급등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표3>에서 KOSPI지수와 외국인 순매수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를 봐도 이 같은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외국인이 2007년 하반기 이후 막대한 물량을 순매도하면서 KOSPI주가가 정점을 찍고 폭락한 반면 2009년부터 올해 초까지 급반등하는 과정에서도 외국인의 거액 순매수가 동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도표3>

                  (주)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한마디로 2007년 이후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순매수 추이에 따라 요동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외국인이 대외 경제의 돌발 상황에 따라 급속히 빠져나갈 경우 한국 증시가 다시 폭락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증권사 등에서 남유럽발 금융위기의 충격을 주가 조정정도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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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5. 18. 09:11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집값이 대세하락하느냐를 두고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부 부동산 투기선동가들을 제외하고는 대세하락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이 사라진 듯 하다. 현재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거시경제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수급 상황으로 볼 때 소형 평형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계속 강세를 띠지 않겠느냐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의 주장은 일견 타당성이 있다. 왜냐하면 최근 몇 년간 수도권에서 중대형 공급은 대폭 늘어난 반면, 서민들과 신혼부부들이 주로 찾는 중소형은 공급이 지난 몇 년간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본론에 앞서 평형별 공급 물량 변화를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01~2003년 집값 폭등기에 중대형 평수 위주로 집값이 오르자 대부분 언론에서는 중대형 평수의 공급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떠들어댔다. 실제로 중대형 평형 공급이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중대형이 돈이 된다’는 생각에 여러 사람이 사재기를 한 탓도 컸다. 그러다 보니 건설업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중대형 평형을 지어댔다. 이후 이뤄진 대부분 재개발 재건축과 뉴타운 사업이 중대형 평수 위주로 이뤄졌음은 물론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 2007년말 펴낸 ‘저소득층 주거안정을 위한 저가 소형주택 확보방안’에 따르면 중대형 평수 위주의 아파트 비중이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었다. 2002년의 경우 연립 및 다세대 주택이 전체 서울지역 주택 건설 비중의 64.6%를 차지했으나, 2006년에는 21.3%로 대폭 줄었다. 반면 아파트 건설 비중은 2002 32.4%였으나, 2006년에는 76.5%나 됐다.

 

서울만 그런 게 아니었다. 2003년 이후 지어진 수도권 아파트도 중대형 평형이 대세였다. 이 흐름을 가장 강하게 탔던 경기도 용인이 전국에서 아파트 평균 면적이 가장 큰 도시가 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몇 년 전 대량으로 분양됐던 중대형 평수의 입주물량이 쏟아진 서울 잠실재건축 단지나 용인 등 경부축의 중대형 평형이 죽을 쑤는 것도 이런 수급 측면이 강하다. 이렇게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다 보니 이 지역은 심각한 역전세난까지 겪고 있는 것이다.

 

역으로 주로 서민들이 사는 중소형 평형의 공급은 크게 줄었다. 2008년 총선을 전후해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 등의 집값이 상승한 것이나 2009년 이후로도 뉴타운 재개발 지역 등에서 전세난을 겪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5~2007 3년 동안 강북에서만 5만호가량의 소형 주택이 철거된 반면 신축된 소형 주택은 14000여 호에 불과하다. 더욱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약 85000가구가 철거될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처럼 강북 소형주택의 품귀현상이 소형평형 위주의 집값 상승을 유발했고, 투기 세력이 가세해 집값 상승이 확대된 것이다.

 

그렇다면 소형 평형은 앞으로도 상대적으로 계속 강세를 띨까?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뉴타운 사업지역 주민들의 70~80%가 세입자여서 이 같은 수급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매매 수요의 급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들 지역의 집값도 추가 매수세가 없자 최근 하락세를 겪고 있다.

 

시장의 가격 조절 메커니즘을 생각해봐도 중소형 평형의 동반 하락은 불가피하다. 왜 그럴까? 중대형 가격이 떨어지면 중소형의 가장 큰 대체제는 가격이 싼 중대형이 된다. 예를 들어, 공급이 많은 32평형의 가격이 크게 떨어져 공급이 적은 24평형 수준에 근접한다고 해보자. 24평형 수요자들이 조금씩 32평형 수요층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 시간이 지나면 예를 들어, 32평형까지는 떨어지고 24평형부터는 안 떨어지는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중소형의 공급이 부족한 것이 집값 하락 과정에서 약간의 제동장치 역할은 할 것이다. 하지만 중소형도 대세 하락의 자장은 못 벗어날 것이다. 지금은 집값 대세하락 초기단계라 평형별로 상대적 강세-약세가 나눠지는데, 집값 하락이 지속되면 시장메커니즘에 따라 모든 평형에서 집값이 하향 수렴하게 될 것이다. 단순화해 본다면 이런 식이다.

 

중대형 공급 과잉/중소형 공급 부족--->중대형 가격 하락/중소형 상대적 강세--->값이 내린 중대형으로 중소형 수요자 이동--->중소형 수요 감소--->중소형 가격 동반 하락

 

지금까지 설명의 편의를 위해 수급상황만으로 현재 부동산시장을 해석해 보았지만, 단순히 수급상황만으로 현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상황을 단순화할 위험이 크다는 점을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다. 사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기본적으로 투기 버블로 인해 한껏 부풀었다가 빠른 속도로 투기 버블이 해소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투기 버블이 해소되는 관점에서 현재의 같은 현상을 달리 설명할 수 있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승천하다 하강하는 용을 생각해보면 된다. 오를 때는 용머리(예를 들어, 강남 등 버블세븐)부터 오르고 이어 가장 변두리 지역(예를 들어, 강북의 소외지역이나 경기도 북부권)이 가장 늦게 오른다. 하늘로 승천한 용이 턴할 때는 어떻게 될까? 역시 용머리부터 내려온다. 용머리가 내려오는 동안에도 용꼬리는 여전히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용머리가 충분히 내려온 어느 순간 용꼬리도 떨어지게 돼 있다. 요약하자면, 오를 때나 내릴 때나 결국 용머리(핵심지역/블루칩 주택)의 가격이 기준이 되며 이 방향으로 수렴되기 마련이다.

 

이는 투기적 속성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내리기 때문에 그렇다. 투자적 관점에서 투자수익률이 높았던 핵심 지역-핵심 평형에서 가격이 급등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 메리트가 떨어진다. 1억원에서 1억원 더 오를 때는 투자수익률이 100%이지만, 10억원에서 1억원이 더 올라봐야 투자수익률이 10%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면 더 이상은 투자 매력이 사라지므로 상대적으로 덜 오른 차순위 지역-평형 등으로 옮겨간다. 이런 식으로 가장 소외됐던 지역과 평형이 마지막으로 오른다. 투기 불꽃이 꺼지기 전 마지막 타오르는 불꽃인 셈이다.

 

투기 대상 지역이 이동하는 가운데 버블의 핵심 지역에서는 투자수익률이 정체를 빚다가 더 이상 과다한 부채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부터 하나 둘씩 매물을 내놓게 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어느 순간 투매가 일어나 가격이 급락하게 된다. 핵심지역의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다른 지역에서도 연쇄적으로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비핵심지역의 집값 기준점은 핵심지역의 가격이므로 기준점에 비해 가격 재조정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일정한 시차를 두고 비핵심지역까지 가격 하락 현상이 번져가게 된다. 용머리에 이어 용꼬리까지 완전히 하강 모드로 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투기 버블의 붕괴로 용머리(=버블세븐)가 떨어진데 이어 용꼬리(강북 중소형)까지 완전히 하강국면에 진입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일본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었다. 도쿄 오사카 등 도심의 핵심 업무지역부터 집값이 상승해서 전국적으로 퍼져갔다가 내릴 때도 도쿄, 오사카 등 6대 도시부터 떨어졌다. 이들 6대 도시의 핵심지역의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90~91년에도 비핵심지역의 일부 지역들은 여전히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91년 초반까지 전국적으로는 집값이 조금씩이나마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91년 중반이후에는 전국적으로 집값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해 점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국토 면적이 넓어 이같은 현상이 상대적으로 미약하게 나타나지만, 2000년대 이후 미국에서도 미약하지만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케이스-쉴러 지수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10대 도시에서는 138% 상승했지만, 20대 도시로 확대하면 104%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떨어질 때도 10대 도시의 하락률이 미약하지만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지역별 양극화라는 선동은 부동산 투기 거품이 일어날 때 생겨난 착시현상일 뿐이다. 더 정확한 표현은 투기 거품에 기대 오를 때 더 많이 오른 곳은 내릴 때 낙폭이 더 크다는 것이다.

 

현 시기는 버블 붕괴의 메커니즘에 따라 진행되는 현상에 더해 앞서 설명한 평형별 공급물량의 변동이 시장에 함께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중소형의 공급 부족 현상 때문에 약간 지연됐을 뿐 용꼬리가 용머리에 따라붙는 것은 결국 시간 문제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중대형 집값이 하락하면 시차가 있겠지만 결국 중소형까지 포함한 수도권 전체의 집값이 모두 떨어지게 된다. 중소형 공급 물량이 부족하니 중소형은 앞으로 계속 강세를 띨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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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5. 17. 11:53

우리 연구소뿐만 아니라 각종 경제연구소들이 부동산 버블 붕괴와 대세하락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고, 각종 언론들도 이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까지 ‘대세상승’ ‘폭등’ 등의 표현을 거침없이 썼던 같은 신문들이었나 싶을 정도다. 물론 부동산 가격 상승에 이해관계를 가진 건설협회 부설 연구소나 부동산 업계의 대변인, 그리고 부동산 관련 학과 교수들은 이를 ‘긴 조정’ ‘약보합’ 등으로 호도하고 있다.


 어쨌거나 이런 상황 자체가 국내 주택 시장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필자는 왜 부동산시장이 이미 대세하락 흐름 속에 있으며, 향후 장기 침체가 이어질 것임을 경고하고 있는 것일까.   


 서울 강남지역 11개구의 아파트 실질가격 추이를 나타낸 <도표1>을 보자. 많은 이들이 집값에 대해 명목가격 측면에서만 생각하고 2000년대 장기간의 집값 상승기를 겪어왔기에 집값은 늘 오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물가 수준을 반영한 실질가격 지수 추이를 살펴보면 상황은 사뭇 달라 보인다. 참고로, 부동산 중개업소의 호가 위주로 작성되는 국민은행 가격지수로는 집값이 고점에서 그나마 덜 떨어진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버블 세븐’ 등 수도권 주요 도시의 실거래가는 2006년 고점 대비 평균 20% 가량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주) 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작성

 

 국민은행이 주택가격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6년 이후 한국은 크게 두 차례의 부동산 버블기를 겪었다. 2009년 상반기에 집값이 국지적으로 반등했다고는 하나 주택 가격의 장기 파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2기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는 초기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약한 흐름일 뿐이다.


 이번에는 주택 가격 못지않게 중요한 통계인 거래량 지표를 나타낸 <도표2>를 통해 한국의 주택시장 상황을 살펴보자.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이후부터 집계됐으므로 그 이전의 거래량은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필자는 1996년 이후 아파트 거래량 추이를 가계부채와 아파트 거래량의 상관관계 함수 등을 이용해 추정해 보았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거래량 지표를 보면 1차 폭등기 때는 전국적으로 집값이 뛰면서 전국 아파트 거래가 매우 활발했다. 2차 폭등기 때는 수도권에서만 집값이 뛰었고 이미 집값이 많이 뛴 상황이어서 거래량이 1차 폭등기 때에 비해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06년 하반기의 거래량은 1차 폭등기 때를 능가하는 것으로 이 때 가격과 거래량이 단기간에 폭증했음을 알 수 있다. 2차 폭등기 이후인 2007년부터는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국토부 실거래가가 점진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거래 침체가 지속되면서 빚을 지고 산 사람들이 몇 분기 후부터 초조한 마음에 집값을 낮춰 내놓게 된 때문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번 거래 침체도 2분기 이상 지속된다면 가격은 향후 매우 가파르게 급락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직 전초전에 불과한 것이다.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와 경기 부양을 위한 유동성이 급증한 상태에서도 이 정도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이후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이 본격화된다면 어떤 상황이 연출될까.


 끝으로, 현 상황에서도 수도권 주택 시장의 대세하락을 부인하는 이른바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의 몇 가지 억지 주장을 검토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1.전세가 상승은 주택 수요가 얼마든지 있다는 증거다.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현재의 전세가 상승은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급감하면서 매매 포기자와 주택 매도 후 전세 전환자가 늘어나면서 일시적으로 생겨난 ‘병목현상’이다. 또한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집 주인들과 언론 선동보도의 결과물이다. 오히려 향후 집값 대세하락의 강력한 전조다. 과거 미국과 일본에서도 주택 가격 하락 직전과 본격 하락 초기에 임대료가 고공비행하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임대료도 급락했다. 국내에서도 넘쳐나는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을 감안하면 전세가 상승은 지속되기 어렵다.

 

2. 주택 유효수요 인구가 줄어도 1인가구 증가로 주택 수요는 계속 증가하니 집값은 오른다?
1인가구의 대부분은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가운데 집값이 너무 높아 결혼하지 못하는 노처녀 노총각이거나 급속한 고령화로 배우자와 사별한 독거노인들이다. 1인가구의 평균 소득은 2인가구 이상 소득의 40%에 불과하고, 그들의 76%는 월 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이다. 이른바 고소득 1인가구로 볼 수 있는 월 소득 300만원 이상은 8%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추가 주택 구매 유인이 없는 ‘기러기아빠’ 같은 부류가 다수다. 따라서 1인가구 대부분은 최소 3,4억 이상 되는 매매용 아파트의 수요자가 아니다. 1인 가구 증가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면 왜 1인 가구 비중이 30%를 상회했던 일본 도쿄에서 10여년 이상 집값이 떨어졌겠는가.

 

3. 오를 곳은 오른다?(‘지역적 차별화’ ‘지역적 양극화’도 같은 주장의 다른 표현이다.)
주식 폭등장에도 하한가를 치는 종목이 있고, 폭락장에도 상한가를 치는 종목이 있다. 그렇다고 폭락장이 폭등장으로 바뀌는가. 이미 ‘강남 불패’는 깨졌고, 분당, 용인, 평촌 등 버블 세븐은 이미 ‘하락 세븐’으로 바뀌었다. ‘오를 곳은 오른다’는 주장을 뒤집어 보면 ‘내릴 곳은 내린다’인데 그 이면을 말하는 부동산 업계 사람들은 거의 없다. 정확한 표현은 이렇다. 거품이 많이 낀 곳일수록 오를 때 상승폭이 더 크지만, 내릴 때 하락폭도 더 커진다.

 

4. 토지보상금 40조원이 유입되면 금방이라도 주택가격은 치솟을 수 있다?
2000년대 주택 가격은 토지보상금이 아닌 가계 부채가 급증할 때 상승했다. 주택 대출 증가가 급감한 지금 과거 같은 주택 가격 상승은 불가능하다. 또한 토지보상액 규모도 40조원이 아니라 국토부 계획상으로도 27조원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통합한 토지주택공사가 자금난에 시달리며 사업대상지를 계속 줄이고 있다. 2007~2008년에도 25조원가량 풀렸지만 그 때문에 집값이 뛰지는 않았다. 필자가 판교와 은마아파트 매입자 실태를 분석해본 결과 토지보상금을 받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는 2%에도 지나지 않았다. 반면 부채를 얻어 주택을 매입한 사람들은 전체의 약 75%를 차지했다.  

 

5. 주택공급 부족으로 2,3년 후 집값이 폭등한다?
주택 수급은 가격의 함수다. 가격이 너무 높아 이제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도 거의 다 샀다. 그래서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주택 거래가 확 줄어든 것이다. 수요는 고갈됐는데, 외환위기 이후 3.5배나 늘어난 건설업체들은 부실한 구조조정으로 거의 그대로다. 주택시장 침체기에 주택 공급이 줄고 있지만, 주택 수요에 비해서는 여전히 매우 많은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수도권 곳곳에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이 넘쳐나는 것이 단적인 증거다. 더구나 국토부 발표와는 달리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만 최소 4만호 이상의 미분양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추진 중인 뉴타운과 재개발, 수도권 2기 신도시와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을 감안하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2015년경이면 36만호 이상의 아파트 공급 초과 현상이 발생한다. 분양용/매매용/투자용 주택은 넘쳐난다. 다만 부족한 것은 지금 뉴타운, 재개발 지역 등에서 전월세로 살다 쫓겨난 서민들이 살 수 있는 공공주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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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5. 14. 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