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정부가 또 다시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은 모양입니다. 주요 내용은 대한주택보증을 통한 3조원 어치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과 LH공사를 통한 공공임대주택용 미분양 매입, 그리고 일반가계의 미분양 매입시 주택금융공사를 통한 자금 지원(DTI규제 대상 제외) 등으로 보입니다. 보도자료 제목을 '주택 미분양 해소와 거래 활성화로 경제회복 견인'이라고 해놓았습니다. 언제나처럼 포장은 국민경제 전체를 위하는 것처럼 눈속임을 하지만 결국 건설업계와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정책임은 너무나 뻔한 것입니다. 

 

최근 빠른 속도로 주택시장이 침체로 접어드니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이 온갖 핑계를 대가며 "건설업체들을 살리라"는 주문을 내놓았습니다. 심지어는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 대변인들을 내세워 DTI규제를 완화해서라도 주택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한마디로 파렴치하면서도 한국경제를 점점 더 위기로 빠져들게 하는 위험한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경제 위기의 핵심은 가계부채의 위기이지, 건설업계의 위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건설족들의 로비력은 대단해서 결국 정부가 지방부터 해서 주택시장 부양책을 내놓은 것입니다. 이미 토지주택공사와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3조원의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줬는데, 여기에서 추가로 미분양 물량을 더 사준다고 합니다. 지금 자영업자들과 제조중소기업들 가운데 어려운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고, 단 돈 몇 만원이 아쉬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은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부동산 거품기에 무모한 경영 판단에 따라 거품 잔뜩 묻은 고분양가 분양으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건설업체들을 도와줄 때는 어찌나 한없이 너그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제조업체들 가운데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재고물량이 잔뜩 있다고 정부가 언제 대규모로 재고를 사준 적이 있습니까? 이처럼 건설업계에 대해서는 각종 특혜를 남발하면서 늘 '시장경제'를 외치고 있으니 가증스럽습니다. 이것은 '시장경제'가 아니라 '기득권만능경제' '토건만능경제'일 뿐입니다.  

 

물론 이렇게 부양책을 내놓다고 해서 이미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있는 주택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는 없습니다. 이미 주택시장에서 빚을 내서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집을 사버려 추가로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억지 부양책을 쓴다고 현재 상황에서 거래가 활성화될 가능성도 없습니다. 정부로서도 어찌보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억지 부양책을 내놓은 것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다만, 이렇게 언제인가 꺼질 수밖에 없는 부동산 거품에 국가 재정을 탕진하고 일반 가계를 재물로 삼아 국민경제 전체의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각설하고, 왜 지금 건설 부양책이 부적절한지 간단히 살펴봅시다. 아래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건설업계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외환위기 이후 세 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체수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부도업체 수는 오히려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업체당 평균 수주액도 오히려 최근 몇 년 동안 더 높아졌습니다. 물론 지표상으로 나타난 것과 달리 속으로는 골병이 들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이 같은 지표들은 건설업계에 대한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얼마나 지연되고 있는지를 보여줄 뿐입니다. 지금 건설업계 위기는 건설업계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며, 오히려 정상적인 구조조정을 지연시킴으로써 그 화를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주) 대한건설협회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건설업계 부양을 위해 언제까지 가계가 빚을 내 집을 사줘야 한다는 말입니까. 또 이런 부동산 부양책과 건설 부양책을 주장하는 이들은 부동산 시장의 버블을 부인합니다. 국토해양부조차 얼마 전 "집값 거품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주장대로라면 현재의 주택시장 침체는 지극히 정상적인 시장 상황으로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없는데 왜 부양책을 쓰야 합니까.정말 집값 거품이 아무것도 없다면, 왜 지난 2008년말 집값이 급락할 때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면 금융시스템이 위험해진다며 각종 유동성 지원과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등 투기 조장책, 그리고 미분양 물량 매입과 주택대출 규제 등 온갖 전방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은 왜 사용한 것입니까? 그리고 그렇게 집값 버블이 없어서 버블 붕괴 가능성이 없다면 왜 건설사들을 위한 추가적인 지원책을 내놓는 것입니까? 이 같은 행태들을 보고 있으면 현 정부부는 '건설족의, 건설족에 의한, 건설족을 위한 정부'이지 일반 국민 대다수를 위한 정부가 아님이 분명합니다. 이런 정부 부처는 향후 한국 사회가 근본적 개혁을 할 기회가 있을 때 사실상 해체하고 새로운 주택정책의 틀을 짜는 수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정부가 이런 대책을 내놓으면 항상 핑계삼아 내놓는 표현이 '연착륙'입니다. 이에 대해 한 번 따져봅시다. 지금까지 나온 연착륙론은 사실은 집값 거품을 서서히 꺼트리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았습니다. 연착륙론이 구체적으로 주장한 내용들은 지금까지 부동산 경기 부양, 건축 규제 완화, 금리 인상 반대 등이었기 때문입니다. 말이 연착륙론이지 사실상 부동산 거품을 계속 키우게 하는 정책 방향이었던 것입니다. 2003년경부터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상당수의 정치권 인사와 관료들, 재벌계 연구소, 금융기관, 건설업계가 이런 식의 연착륙론을 내세웠습니다. 이 주장은 특히 2003년 10.29대책 이후 2004년 상반기 집값이 약보합세로 접어들었을 때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이후 2004년 하반기 당시 이헌재 재경-강동석 건교 라인이 10.29대책을 무력화하고, 적극적인 집값 부양책을 쓰게 됩니다. 이때도 그들은 ‘집값 연착륙을 위해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2005년 초부터 서울 강남과 분당 등 경기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은 다시 거세게 뛰어 올랐습니다.

 

만약 그때 ‘연착륙’을 명분으로 집값 부양책을 쓰지 않고 확실히 투기심리를 잡았다면 지금 어떻게 됐겠습니까? 거품이 지금의 절반밖에 안 됐을 때니 지금처럼 거품 붕괴의 위기감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계속 ‘연착륙’ 운운하며 집값 거품을 빼는 작업을 늦춘 결과 어떻게 됐습니까? 2008년 말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위기가 극대화된 상태에서 부동산 버블 붕괴의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위기를 이제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던 것입니다. 2004년에 잡았으면 국가 전체로 2~3년 고생했으면 됐을 것을 지금은 최소 5~6년은 고생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그리고 지난해말 이후 정부가 막대한 부동산 부양책을 쓴 결과 어떻게 됐습니까? 가계부채가 지난 한 해에만 45조원이 늘어났습니다. '연착륙'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부동산 거품의 규모를 더 키워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에서 또 미룰 수는 없습니다. 현 정권이 이런 식으로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거품 붕괴를 막으려 한다면 실질적으로는 계속 거품만 커지고 향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거품 붕괴를 더 큰 거품으로 막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카드채 사태 때 이런 사실을 경험했습니다. 카드 남발 문제가 처음 문제됐던 2001년 문제를 수습했더라면 2003년 카드대란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라도 막았다면 같은 해 11월 LG카드 붕괴 사태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 빼야 할 거품을 제때 빼지 못하고 엄청난 신용불량자만 양산한 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파국을 맞고 말았던 것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버블 붕괴의 충격을 줄이겠다는 근시안적 시각을 탈피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현 정부는 자신들 임기 내에 돌아올 버블 붕괴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대대손손 이 땅에서 살아갈 국민들에게는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를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한국 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은 피해야 하겠지만, 지금 한국의 재벌급 건설업체 가운데 단 하나라도 쓰러지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집값이 여전히 일반 가계의 소득 수준 대비 지나치게 높은 상태이고, 어떤 은행도 파산 위험에 처해 있지 않은데 온갖 부양책을 동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파렴치합니다.


어렵더라도 당분간은 냉철한 자산시장의 가격 조절 메커니즘에 따라 부동산 거품이 자연스레 해소되도록 해야 합니다. 부동산 거품에 취해 무리하고 부실한 경영을 해온 건설업체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자연스레 퇴출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집값이 일정한 바닥을 찾고 유효수요가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 부동산 경기를 가장 빨리 활성화하는 방법입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인위적으로 가격을 떠받치면 거래가 형성되지 않아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길어질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도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이제 대세가 기울었다는 것을 깨닫고 정부에 집값 부양책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해야 합니다. 새시 업체나 인테리어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거품이 해소돼 시장의 가격 신호에 따라 거래가 일어나는 것이 가장 빨리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는 방법입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집값 거품 해소가 늦어져 거래가 계속 침체되면 부동산 관련 업체들은 모두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수 있습니다. 또 가계 입장에서도 자꾸 부동산시장의 언저리를 맴돌게 하지 않고 빨리 손절매를 하고 부채를 청산하게 해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실물 경제를 하루라도 빨리 살리는데 도움이 됩니다. 부동산에 돈이 묶여 있을수록 실물 경제는 악화되고 이것이 다시 부동산 시장을 더욱 위축하게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반면 건설업계를 부양하기 위한 재정력과 행정력은 아껴뒀다가 부동산 가격이 소득 수준에 맞게 조정된 일정한 시점에서 붕괴의 충격으로 고통받는 가계와 기업들에 대해 원칙과 기준을 정해 도와줘야 합니다. 

 

 현재 집값은 일반 가계의 소득수준 대비 여전히 너무 높습니다. 부동산 부자들을 핵심 정치기반으로 하면서 자신들부터가 부동산 부자들인 현 정권의 주요 인사들과 선동 언론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들이 집값이 너무 높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건설 부양책을 쓰기보다는 오히려 지연된 건설업계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건설업계 구조조정 지연으로 장기 침체를 겪었던 일본의 전철을 피해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부동산 부양책을 쓸 때가 아니라 집값 거품을 빼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오히려 거품 붕괴의 규모를 줄여 그나마 중장기적으로 거품 붕괴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길입니다. 또한 한국경제가 선진경제로 도약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삽질경제'패러다임을 극복하고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드는 첫걸음이기도 합니다.

 

 

 

*우리 연구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 공개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주제는 최근 10년간 한국경제 및 부동산시장 진단과 전망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거나 우리 연구소포럼을 방문하셔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948532&pageIndex=1&searchKey=&searchValue=&sortKey=depth&limitDate=0&agree=F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23. 11:27

저도 바빠서 다 챙겨보지는 못하는데 요즘 경향신문에서 '주거의 사회학'이라는 기획특집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몇 편을 읽어본 느낌으로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기사들과는 달리 주거문제에 대한 상당히 제대로 된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듯 합니다. 오늘 인용하는 기사에서는 경향신문을 포함해 신문들의 보도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네요. (참고로, 제 코멘트도 몇 차례 인용돼 있습니다. ^^;) 그런데, 기사 가운데 부동산 광고 비율이 11~12%로 잡은 것은 1998년부터 잡고 딱히 부동산광고로 잡히지 않는 그룹 차원의 전략 광고 등이 빠져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실제로 부동산 버블기가 극에 이른 시점에는 일부 신문의 경우 30% 수준까지 갔습니다. 관련해서 아파트 광고에 대한 분석기사도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심층취재로 주거문제를 나름대로 깊이있게 접근하고 있는 경향신문에 격려를 보냅니다. 이런 보도들이 많아져야 경향신문이 다른 신문과 차별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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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4221809345&code=210000

 

 

[주거의 사회학]광고 속 아파트는 언제나 ‘궁전 같은 집’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4221811455&code=210000&s_code=af091


by 선대인 2010. 4. 22. 20:27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에 올라온 '매출1등'님의 글 '용인 부동산 분위기를 전합니다(두번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많은 분들이 첫번째 글을 읽고 화제가 됐기에 두 번째 글도 소개하니 참고바랍니다. 첫번째 글 못지 않게 생생한 경험에서 나온 글이라 현재 수도권 주택 시장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용인의 경우 버블 붕괴가 가장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지역이라 모든 수도권을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요.  첫번째 글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십시오. 저에 대해서는 상관 없으나, '매출1등'닝에 대해서는 인신공격 등 악플은 삼가주시길 인간적으로 당부드립니다. 많은 분들께 도움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소개하는 것이지 '매출1등'님 욕보이려고 이 글 소개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참, 그렇다고 제 의견이 '매출1등'님 의견과 똑같다고 읽지는 말아주십시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232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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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이 여기 저기에 옮겨져서 여러 의견들을 주셨고 모두 제 일처럼 읽어보았습니다.
당연히 저와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기에 모든 분들의 의견을 존중하구요, 저는 제가 경험하고 고생했던 바를 공유하면서 조금이라도 피해를 막아보고자 두번째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시간적 제약 때문에 자세히 길게 못쓰는 점을 양해해주세요. 그나저나 다음의 아고라는 정말 파워풀 하네요. 정부에서 왜 아고라 싫어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쪽지를 통해서 실제 '시세'를 여쭤보는 분이 참 많았은데요. 오늘은 '시세'에 대해서 제가 경험하고 느낀 분위기를 간략하게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첫번째 글을 올리고 나서 신중하게 생각해보니 실제 아파트명을 거론하는 것이 해당 아파트를 보유하신 분들에게 피해가 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실제 상황인데다가 대세 하락기인 관계로 한 동네 내에 아파트 매도 호가가 거기서 거기라서요. 이해 바랍니다.


제가 1980년대 말부터 역마살이 끼어서인지 여기저기를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동대문구에 살다가 광진구에도 살다가 강남에서도 살다가 대전 유성에도 좀 살면서 수지 쪽을 왔다갔다 하다가 일 때문에 1999년도 초에 수지 죽전의 동성2차 아파트를 구매하면서 수지에 입성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004년 초에 같은 수지 내의 상현동 현대성우5차로 갈아탔고 2007년 초에 흥덕의 경남아너스빌11단지에 분양 당첨되면서 소위 1가구2주택자가 되었습니다. (물론 명의는 서로 다릅니다) 부동산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10년 이상을 수지 및 용인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저에 대해서 용인 사람도 아닌데 왜 거짓말을 하면서 분위기를 흐리냐 등의 쪽지는 제발 안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쪽지가 굉장히 많이 왔는데 화가 나지는 않구요 현실을 잘 모르시는 듯 해서 상당히 안타까웠습니다.

 

아파트 시세를 묻는 분이 너무 많은데 간략하게만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수지 상현동 현대성우5차는 평당600만원 중반의 분양가에 P를 1천 가량 주고 43평을 매수하였고 2007년에 6억 중반의 매도호가를 보였으나 현재는 4억에 내놓아도 아무도 보러 안옵니다. 평당 1천만원은 무너진지가 상당히 오래 되었습니다. 제가 첫번째 이야기에서 아파트를 파시려면 부동산 사이트의 하한가보다 20% 이상 싸게 내놓아야 할거라는 말에 흥분해서 쪽지를 보내신 분들이 많은데 정말 사실입니다. ㅠㅠ 제가 그나마 신뢰하는 닥터아파트를 보면 상현동 현대성우5차 43평 기준으로 하한가 4억에 상한가 4.6억입니다. 하한가가 4억이니까 계산해보면 3.2억에 내놓아야 팔린다는 얘기가 됩니다. 3.5억에 내놓으면? 어쩌다가 한분이 보러 오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절대 팔리지 않습니다. 제가 얘기한 20%는 체결 기준가를 말씀드린겁니다. 오해하신 분들은 잘 해석해서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집을 직접 팔아보세요. 제 말이 틀린지...) 다른 수지 지역, 기타 용인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사이트가 어떤 공식인지 모르겠지만 하한가를 상당히 보수적으로(매도자에게 유리하게) 잡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대성우5차 43평 기준으로는 3억 수준이 급매, 51평 기준으로는 3.4억 정도가 급매용 매도호가 수준인 듯 합니다. 그래도 확~ 팔릴거라고 예상하진 않습니다. 물론 수지 지역이 전체적으로 이런 분위기입니다.  타 용인 지역도 큰 차이 없습니다. 지하철역을 옆에 낀 아파트 사시는 분들이 거의 욕에 가까운 쪽지들을 보내셨던데 죽전이나 보정 쪽이 수지와 '매도호가' 가 같다고는 쓰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5년 이내로 아마 시세가 거의 비슷해져있을겁니다. (수지도 나중에 지하철 들어오거든요? ;; ) 물론 5년 이후에도 지하철 주변의 전세/월세 시세는 수지보다는 당연히 비쌀 수도 있겠죠. 참고로 저는 현대성우5차는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팔 생각이 없습니다. 집은 한채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다만 여름되기 전에 동천동 레미안으로 전세/월세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세금 불안해서 아마 월세로 들어가게 될 듯 합니다.

 

한달 전에 처분한 흥덕의 경남아너스빌은 분양할 때 평당1천만원에 분양하면서 소위 '로또'로 불리우던 아파트였습니다. 주변 동네 시세가 기본 평당 1300만원 이상은 가면서 전체적으로 상승세였으니까 로또가 당연한거겠죠. 기억은 잘 안나는데 거의 250: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었었고 당시는 정말 로또에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얼어붙고 금리 상승이 가시화되면서 매도를 고려하게되었고 결국 저번달에 5억2천만원에 43평을 매도 하였습니다. 옵션 포함 4억4천에 분양 받아서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5억2천에 팔았으니까 정말 개인적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분들 중에서 매도를 말리는 분들이 1월초에 90% 이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월에는 80%, 3월에는 50%, 현재는 대부분이 잘했다고 하시네요. 아무튼 중간에 이자 내고 각종 세금에 양도세 감안하면 남는게 거의 없고 기회비용 고려하면 오히려 마이너스 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손해를 안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가장 많이들 궁금해하셨던 실제 거래된 시세는 이 정도이구요, 개인적으로 경험한 아파트의 시세에 대해서 제 생각을 정리해드립니다. 오해의 소지가 많으니까 용인 지역으로 국한하겠습니다. 욕설 가득한 쪽지는 사절입니다. ㅠㅠ

 

1. 시세라는 것은 사전적으로 의미가 상당히 복잡하지만 알기 쉽게 풀이하면 '실제로 거래된 가격의 표준(평균이 적절하겠네요)'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요새는 거래 자체가 없기 때문에 시세를 논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언론과 각종 사이트에서 떠들어대는 시세에 제발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본인이 직접, 혹은 주변의 정말 친한 지인이 실제 매도/매수한 가격이 시세일 뿐입니다. 그 시세에는 당연히 경매가도 포함되구요. 제가 첫번째 이야기에서 경매가가 시세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경매 외에는 거래가 당분간 없을 것이기 때문에 경매가가 시세가 될거라고 설명 드린거였습니다.

 

2. 매도자 분들 중에는 같은 동네에서, 혹은 같은 아파트 내에서 입지와 동호수를 따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동호수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건 상승세 때에나 의미가 있고, 이런 하락기에서는 '로열층/로열동' 이라는 단어는 매도자의 머릿속에만 있는 단어입니다. 2-3층이 4억에 팔렸으니까 15층인 내 집은 4.5억은 받아야해라는 생각은 매수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얘기입니다. 하락기에는 플러스요인보다는 마이너스요인 중심으로 거래가 체결됩니다. (예를 들면, 로열층이라서 5천을 더 받는 구조가 아니라 로열층이 4억이니까 2-3층은 3.5억에 마이너스가 되어서 팔리는 그런 구조란 얘기) 제가 최근에 매도한 흥덕의 경남11단지 아파트는 중간층이며 전망이 정말 끝내줍니다. 용서고속도로도 2분만에 진입하구요. 골프장이 한눈에 보이는데 한국에 그런 집 거의 없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시세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3. 시세를 예측한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거래가 되지 않아서 시세 자체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인데 현재 상황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시세를 예측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가네요. 점쟁이가 아닌 이상 어떻게 맞추죠? 확실한건 용인지역은 매수 세력이 없기 때문에 폭락이던 서서히던 결국 가격은 계속 하락한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물론 구매 수요는 없으나 입주 수요는 지하철에 가까운 아파트에는 확실히 있긴 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세/월세 수요일 뿐이고 그 사람들이 구매 수요로 돌아설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몇년간 부동산에서 만난 모든 업주들과 실장들이 다들 시세를 예측하더군요. 제대로 예측한 사람이 몇명일까요? 당연히 한명도 없습니다. 부동산 업자 말 듣지 마세요. 그들은 거래가 생겨야 먹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기본적인 입장이 매도자와 다릅니다. 상승세일 때에는 물건이 귀하니까 매도자와 부동산업자가 친했고 지금처럼 하락세일 때에는 매수자와 부동산업자가 서로 더 친해집니다. 부동산 업주 입장에서는 '아파트 물건 있나요?' 하고 찾아와주면 업어주고 싶은 기분이 들겠죠. 물론 주변에서 수수료 이외에 뒷돈을 챙겨주면서 부동산 업자와 짜서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아파트를 매도한 경우를 목격하긴 했습니다만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4. 선거, 원자재 상승, 건설시장 악화로 인한 정부 대책 등을 운운하시면서 '시세' 상승을 예측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다. 특히나 대출 많이 끼고 아파트 구매한 분들이 즐비한 용인 지역에는 그런 분들이 정말로 많습니다. 저는 역으로 그분들에게 항상 되묻습니다. 용인에서 선거가 없었다고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적이 있었는냐? 원자재가 고점대비 하락했다고 분양가가 하락한 경우가 있는지를요. (건설시장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거라는 의견은 논의할 가치가 없어서 그냥 덮겠습니다) 타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견입니다만 정부에서는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소유자의 불만 때문에 표가 줄어드는 것보다는 오히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가계금융 부실화를 더욱 걱정하지 않을까요? 두가지 요인 모두 아파트 가격 상승에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정적이지요. 가계금융 부실에 대한 논의가 쟁점화 되어가는 듯 한데, 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대출 규제를 푸는 멍청한 짓을 하는 정부는 없습니다. 오히려 규제를 강화할거고, 정책보다 미리 움직이는 은행들은 자금 회수를 위해 목을 죄어올거고 결국 대출 많이 끼고 산 집들이 매물로 쏟아질거기 때문에 집 값이 오르기 힘들다고 봅니다. (유난히도 담보 대출이 넘쳐나는 용인 지역 아파트는 그럴거라고 100% 확신합니다. PD수첩에서 판교 말고 용인도 한번 전체 등기를 까봤으면 좋겠네요)

 

5. 시세를 어떻게 결정해서 부동산/매수자와 얘기해야 하는가? 일단 사람들이 보러오게 하는게 중요합니다. 특히 용인지역은 하락세가 심하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입지나 여건을 내세우기 보다는 매도호가를 낮추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아파트를 사고 싶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해당 아파트의 입지나 여건은 다 공부해가지고 옵니다. 부동산 사이트나 부동산에서 얘기하는 시세는 어디까지나 매도자 관점의 가격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체결이라는 것은 매도자는 더 이상 오르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매수자는 더 이상 내려가기 힘들다고 동시에 판단해야 형성됩니다. 하지만 현재 용인 시장에서의 잠재 매수 수요자들 중에서 더이상 가격이 내려가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 한명도 못봤습니다.

 

6. 시세와는 좀 어긋날 얘기입니다만 요새 거래비용과 금리에 대한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더라구요. 아무튼 엄청난 거래비용과 금융비용을 고려한다면 신규 분양 아파트 기준으로 3년후매도/50%대출 이라고 감안하면 최소 분양가보다 35~40% 이상 올라줘야 똔똔이 됩니다. 계산기 뚜들기시면 대충 견적 나옵니다. 분양 시점부터 실제 집을 팔기까지 6년을 잡으면... 머 2007년처럼 폭등해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6년 걸리는 거라면 저축은행에 분산해서 예금 넣는 것이 훨씬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전세가가 상승하면서 결국 집값이 오를텐데 무슨 헛소리냐는 말씀도 참으로 많으셨는데 이 부분은 제가 명확히 답변 드리기 힘듭니다. 하지만 제가 바라본 관점으로는 현재의 전세가 상승은 지극히 정상적인 상승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분석을 할 여건도 안되고 충분한 양의 전국 데이터도 없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확연히 줄었는데 그 사람들도 집에서 살긴 해야 할테니까 전세/월세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카페의 글을 읽어보면 감가상각을 고려하여 전세가격이 실제 분양가격보다 높아야 한다는 말씀도 계시는데 이론적으로는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실제적으로 그런 일이 발생할 것 같진 않습니다. 전세가격이 실제 분양가격에 접근할수록 당연히 전세보다는 월세가 많아지겠죠. 외국의 사례처럼 전세가 거의 사라지고 월세가 넘쳐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사실 전세라는거 자체가 말도 안되는 시스템이죠) 시간이 없는 관계로 대충 월세에 대해서 분당 지역 기준으로 적어 드리면, 판교 2억짜리 전세 기준으로 지난주에 1억 보증금에 월50만원으로 계약된 사례가 몇건 있습니다.  참고하시구요, 월세 구하시는 분들은 거짓말쟁이들 넘쳐나는 판교지역의 부동산에 절대로 속지 마세요.


일을 해야 해서 이만 줄입니다. 공유할 내용이 너무 많은데 글 실력도 딸리고 시간도 없고 좀 안타깝네요. ㅠㅠ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22. 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