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휘어진 나무는

땅이 나쁘다는 것을 알려 준다.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무가 휘었다고 욕을 한다.


(‘서정시를 쓰기 어려운 시대’ 중에서, 베르톨트 브레히트)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경제가 뭔가 단단히 잘못돼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경제의 이런 부분, 저런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얘기한다. 맞다. 경제의 여러 부분을 고쳐야 한다. 부동산 거품을 빼기 위해서도 주택 정책과 금리 및 조세와 관련한 각종 정책과 제도를 고치고 바꿔야 한다. 그런데 주택 정책과 금리 정책, 조세 정책은 누가 결정하는가. 정부와 정치권이다.


현실의 경제는 정치적, 정책적, 사회적 진공상태에 놓여 있지 않다. 현실의 경제는 정치와 정책, 언론 보도와 여론 등에 영향을 주고받는다. 정치는 경제라는 토양에서 자라는 나무이지만, 경제는 정치라는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일 수도 있다. 시인이 노래했듯 토양이 좋지 않은 곳에서 자라는 나무는 휘어질 수밖에 없다. 건강하지 못한 나무에서 자란 열매 또한 알차지 않다.


마찬가지다. 건전한 경제구조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건전한 정치적, 정책적 환경이 자리 잡아야 한다. 부동산 거품을 빼기 위해서도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올바른 처방을 제때에 실행할 수 있는 정책능력을 갖춘 정치세력과 정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득권층을 대변하고 마땅한 정책능력을 갖추지 못한 현 정부로는 국민경제 전체를 위한 올바른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기 어렵다. 국민경제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말든 당장 집값 거품 떠받치기에 급급한 정부가 어떻게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건전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건전한 정치세력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건전한 경제구조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내용과 형식 양면에서 건강한 민주주의가 확립돼야 한다. 정부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정확히 구분한 위에 올바른 정책을 기획-집행-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체의 유대와 신뢰가 튼튼한 사회에서 시장경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반칙과 사기, 담합이 횡행하는 나라에서는 경제 또한 일그러지기 십상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불법행위를 엄정하게 처벌하는 사법 제도가 확립돼야 한다. 재력가 한 사람의 목소리가 평범한 서민 만 명의 목소리보다 더 큰 나라에서는 경제 또한 뒤틀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정보를 최대한 정확하고 공정하게 전달하는 언론이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현재 한국의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외환위기 이후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대북 문제 등에서는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걸맞은 패러다임과 게임 규칙을 우리는 확립하지 못했다. 그 결과 많은 중산층 서민들이 시간이 갈수록 큰 경제적 고통을 겪게 됐다. 자산과 소득 양극화에 부동산값 폭등, 전 국민 절반의 비정규직화, 극심한 청년 실업, 출산율 하락과 자살율 급증, OECD 최장 근로시간과 최고 산재사고율 등 대한민국의 엽기적인 현실이 사람들을 좌절케 했다. 이런 사회경제적 고통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주요 지지층인 서민들에게 집중됐다. 서민들은 민생고를 해결해달라고 거듭 아우성쳤지만, 결과적으로 이들 정부는 서민들의 고충을 해소하지 못했다.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걸맞은 건전한 경제구조를 마련하지 못한 채 낡은 기득권세력과 상당 부분 타협하고 굴종했다. 물론 그만큼 기득권 세력의 힘이 강고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정부가 대다수 국민들이 바라는 ‘진짜 개혁’을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음은 분명하다.   


진짜 개혁의 좌절과 서민 경제의 지속되는 악화는 정치적 반동을 가져왔다. 독일이 1차대전의 전쟁부채에 시달리다 결국 선거를 통해 히틀러를 택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현재 목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 또한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병든 경제라는 나무가 부실한 열매를 맺은 것이다.


현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이뤄온 민주주의와 인권, 대북정책의 성과를 빠른 속도로 갉아먹고 있다. 국정원, 검찰, 경찰 등은 시간이 갈수록 권위주의 시절 마냥 정권의 주구로 변질되고 있다. 낡은 틀을 벗지 못한 정부 관료들 또한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거듭되는 정책실패로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법 체계 또한 삼성에버랜드 사건 대법원 판결과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 고백 등에서 보듯 법의 잣대를 기득권층에 유리하게 마음대로 구부리고 있다. 정치와 더불어 가장 심각한 것은 언론이다. 여전히 신문시장에서 현 정권과 유착한 기득권 언론이 정권의 친위대 역할을 하는 가운데, 현 정부의 집요한 방송장악 시도로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다. 


이처럼 낡고 부패한 정치, 시대착오적인 관료체제, 편파왜곡보도에 찌든 언론, 서민과 특권층을 차별하고 전관을 예우하는 사법체계를 두고 한국 경제가 건전한 선진경제로 도약하기란 어렵다. 필자가 줄기차게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을 비판하고 언론의 왜곡보도를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각각의 주제들에 대해서는 추후 구체적으로 다룰 기회가 다시 있을 것으로 믿는다.


다만,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 전반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연대의 자본집약적 산업구조에서 첨단기술산업 위주로 한국의 산업구조는 확 바뀌었다. 이 같은 경제 및 산업구조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지 않고 자산경제와 생산경제가 조화롭게 선순환하며 성장하는 나라. 지식정보화시대를 선도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는 나라. 공정한 게임 규칙에 따라 출신과 배경이 아닌, 능력과 노력이 성공의 핵심이 되는 나라.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혁명적 변화를 국민 대다수가 갈구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이명박 정부로 대변되는 시대적 반동에 굴복하고 새 희망을 가꾸지 못한다면 한국은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온갖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으며 여기까지 전진해온 우리 국민의 저력을 생각하면 이 나라가 쉽게 주저앉을 리 없다고 믿는다. 


지난해 이맘때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필자도 많이 울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의 마음도 있었지만, 전직 대통령마저 비운에 가야 하는 이 땅의 서글픈 현실 때문에 울었다. 필자는 그를 많이 비판했다.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권위주의 타파 등을 위해 기울인 그의 노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그의 말과는 달리 건설족 관료들에게 임기 내내 휘둘리는 모습을 보며 한숨짓고 분노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필자는 노무현 정부가 지지층에 버림받고 결국 정권까지 놓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그에 대한 반동으로 우리는 지금 시대착오적인 정권 치하에 살고 있다.


이처럼 형편없는 정부가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건전한 공동체의 토양이 되는 경제 패러다임을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정치권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확립할 구체적 정책과 대안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정치권은 여야 가리지 않고 ‘민생’을 외쳤지만, 문제 해결의 근본적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4대강 사업’이라는 개발공약 외에는 아무런 아이디어도 없어 보이는 이명박 정부는 그렇다 치고 국민이 만들어준 과반수 정당의 우위 속에서도 ‘진짜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던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한 번 물어보자. 무지와 무능, 사악함으로 점철된 현 정부가 물러간다고 ‘믿을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정치 세력이 있는가. 높은 도덕적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지금 한국이 당면한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할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정치 세력이 있는가. 말로만 서민중산층 정당일뿐 서민중산층을 위한 문제해결 역량도 없고, 아직도 자기 정체성을 못 찾고 헤매는 민주당이 우리의 미래인가. 아니면 시대 인식과 비전이 개발주의 시절의 국가주의적 관념에 고착돼 있는 박근혜와 그 추종세력들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 있는가. 아니면 낡은 이념과 편협한 노선 투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가. 어느 정치 세력 하나 제대로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신뢰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무기력감과 동시에 결연한 책임감 또한 느낀다. 이 나라와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정치세력, 기득권세력들만이 권력과 자원을 독점하는 불공정한 게임 규칙이 아닌 탄탄한 공동체 기반 위에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우뚝 세울 정치세력이 지금 없다면 결국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당선도 혼자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종교적, 이데올로기적 편협함에 빠져 자기들의 지지기반 챙기기에만 골몰했던 부시 행정부에 염증을 느낀 많은 미국 유권자들이 함께 일궈낸 기적이다. 추종자론(followership)의 대가인 바바라 켈러먼 교수의 말을 굳이 빌려오지 않더라도 “좋은 추종자들이 좋은 지도를 배출한다”는 상식을 여실히 입증한 것이다. 우리라고 못 할 리 없다.


그러한 변화와 기적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은 20대에서 40대 전반의 젊은 세대다. 인류 역사를 통털어 변혁을 주도한 것은 젊은 세대였지, 결코 기성세대가 아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가 국가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당장 오바마 대통령부터 47세의 젊은 대통령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지금 많은 선진국에서는 40대, 심지어 30대의 정치지도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금처럼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에 경륜과 관록보다는 스피디한 변화와 창발적인 개혁을 세상은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의 60,70대 ‘올드보이들’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세상이다. 급변하는 세상에 제대로 대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주도할 수 있는 세대는 젊은 세대다.


더구나 낡은 경제 패러다임과 불공정한 게임규칙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욱 고통받는 세대 또한 젊은 세대다. 이미 수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88만원세대’로 전락하고 있다. 거액의 교육비를 들여 자신을 갈고 닦은 젊은이들에게 낡은 기득권 세력은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한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실패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없고 젊은이들만 눈이 높다고 윽박지른다. 오른 집값에 결혼도 하기 힘든데 대졸 초임까지 깎고, 일자리 만든다며 젊은 세대가 나중에 쓸 돈을 끌어와 각종 단기 ‘알바’ 자리를 양산하고서는 생색을 낸다.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30대는 대부분 치솟는 집값을 바라보면 손만 빨고 있어야 했다. 개발연대의 획일적 사고방식에 갇혀 제대로 창의성을 발휘하기도, 자기계발시간도 없이 세계 최장시간의 과로에 시달려야 한다. 향후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노후세대를 부양할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세대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미래의 재원까지 당겨와 강바닥을 파헤치는 등 대규모 토건사업에 쏟아 붓고 있다. 이처럼 낡은 기득권 세력에 의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젊은 세대가 왜 판판이 당하고 있어야 하는가.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이 막대한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결정을 왜 소수 기성세대가 하도록 빤히 보고 있어야 하는가.


부모세대에게도 호소한다. 필자가 세대간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필자는 부모 세대가 자식세대의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흘린 피와 땀, 눈물을 잘 안다. 필자의 부모만 하더라도 초등학교밖에 못 나왔지만, 뜨거운 뙤약볕 아래 그을리고 손발이 부르터가며 농사를 지어 자식들 교육을 시켰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절대 다수의 부모들이 자식의 성공을 위해 헌신했다. 부모세대의 헌신과 노력의 결과 한국경제가 보릿고개를 넘어 이 정도라도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런 부모세대들이 자식세대가 잘 되는 것을 위해 언제든지 양보하고 물러날 자세가 돼 있다고 믿는다. 소수의 기득권 세력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탐욕에 눈이 멀어 낡은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일 뿐이다. 소수의 기득권 세력들 때문에 국민들 전체가 ‘축구장의 바보들’로 전락해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자식세대가 끌고 부모세대가 밀어주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멀쩡한 국민들을 바보 취급하는 기득권 세력을 타파해야 한다. 전 국민이 합심해 그들을 바보로 만들어야 한다.


필자의 동시대인인 젊은 세대에게 호소한다. 제발 정치를 멀리하지 마라. 정치는 더러운 것, 사기치는 것, 뻔뻔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런 생각은 버려라. 필자가 케네디스쿨에서 유학하는 동안 느꼈던 문화적 충격가운데 하나는 ‘정치는 고귀한 책무’라는 인식이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정치 선진국에서 온 학생들 대부분은 정치는 개인이 국가와 지역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공봉사(public service)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케네디스쿨의 교수들도 그렇게 가르쳤다. 물론 공중을 위한 봉사가 늘 정치일 필요는 없다. 몸담은 곳이 언론이든, 시민단체든, 정부든 공중을 위한 봉사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거꾸로 그것이 정치라고 해서 피할 필요가 없다. 정치는 사이코나 철면피, 또는 강심장들이나 한다는 생각을 제발 버려라.


기득권 세력은 자신들만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정치는 더럽다’는 인식을 더욱 조장한다.  정치는 더럽다는 인식 때문에 많은 이들이 정치에 발을 담그는 것을 회피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양상이다. 물론 현실의 한국 정치는 온갖 적폐로 넘쳐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능하고 도덕적으로 깨끗한 젊은 인재들이 정치를 멀리하면 할수록 정치의 수준은 더욱 더 떨어진다.


필자가 기자로서 지켜본 정치판 인력(=정치인과 그 보좌진 및 정치인 지망생들)의 질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도덕성으로 볼 때는 한국사회의 평균적 수준을 유지하지도 못한다. 물론 개중에는 매우 능력 있고, 뛰어난 도덕성을 갖춘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더럽고 낡은 기성 정치판에 좀 더 잘 적응하는 인물들일 뿐이다. 왜 당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치를 부패한 사람들의 손아귀에 맡겨놓는가.


필자가 아내 때문에 지난해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 ‘시티홀’에서 작은 지방도시의 시장에 당선된 신미래가 바로 진짜 정치인이다. 거대한 건설토목사업에 헛돈 쓰지 않고, 작더라도 서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신미래가 진짜 주민들에게 필요한 정치인이다. 정치술수에 닳아빠지고 지역 토호들과 유착된 정치인보다는 서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시장 커피 타던 30대 젊은 여성이 더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점점 전문화해가는 세상 속에서 전문적 역량을 대중적으로 검증받은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금 정치판 인력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역량과 도덕성을 갖춘 젊은이들이 정치를 경원시하는 것은 안타깝다. 새로운 시대적 감수성을 갖추고 도덕성과 전문 역량으로 뭉친 인재들이 우리의 지자체와 지방의회, 중앙 정치무대를 주도할 때 한국 사회는 진보할 수 있다. 왜 썩어빠진 낡은 세력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겨놓고서 그들이 우리 뜻대로 안 한다고 욕 하는가. 이제 도덕성과 전문성으로 중무장한 젊은 세대가 정치의 전면에 직접 나서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꿈이 아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미국 젊은이들을 대거 투표소로 끌어낸 것은 오바마로 상징되는 변화요, 개혁에 대한 열망이었다. 미국의 젊은이들도 인터넷을 주무대로 그러한 희망을 스스로 만들고 참여했다. 그리고 함께 승리했다. 우리 젊은이들도 결코 무기력하지 않다고 믿는다. 지금 젊은이들은 그동안 기득권의 게임 규칙에 갇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을 뿐 결코 역량이 없는 세대가 아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세계를 선도할 잠재력을 가진 세대다. 지금 이들 세대들이 주축이 돼 인터넷에서 함께 만들어 내는 집단지성의 힘을 보라. 얼마나 대단한가. 이 힘들을 모으고 축적한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한국판 ‘오바마 기적’을 이룰 수 있다. 그 기적을 만드는데 부모세대와 자식세다가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40여년 전 ‘나는 꿈이 있다’고 한 말이 지금 미국에서 현실이 됐듯이, 우리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정치를 바꾸어야 경제도 바꿀 수 있다.

 

 

kennedian3@twitter.com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5. 21. 09:31

 

 

최근 강남 재건축 집값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값이 급락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대세 상승이니집값이 바닥을 쳤다고 목청을 높이던 언론들이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제는 올해 안에 반등하기는 어렵다’고 꼬리를 내리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자신들이 내뱉었던 말과 정반대의 말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내뱉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와 부동산 정보업체들, 그리고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이 한 목소리로 부동산 투기 선동에 열을 올리며 금방이라도 집값이 폭등할 것처럼 선동할 때도 우리 연구소는 집값이 언제든 다시 급락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경고했다.

 

우리 연구소가 그렇게 경고한 것은 단순히이 아니라 국내 부동산 시장의 구조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특히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할 때 상당수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사실상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오를 곳은 오른다’고 선동할 때도 우리 연구소는 언제든 급락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거품이 많이 낀 곳은 오를 때 더 많이 오르지만, 내릴 때 더 많이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이유는 부동산 거품이 일 때 늘 수반되는 급격한 레버리지, 즉 차입 매수 때문이다. 투기가 일 때 부채를 기반으로 한 차입매수세가 뛰어들어 큰 폭의 가격상승이 일어나지만, 거품이 꺼질 때는 그런 지역의 한껏 부풀어오른 집값부터 빠지게 된다. 2006년말까지 집값 폭등의 근원지였던 강남이 2008년말까지 가장 낙폭이 컸고, 2009년 반등기 때 가장 많이 반등했으나 현재 가장 많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왜 그런지를 아래 <도표1>을 참고로 강남 재건축의 대명사인 은마아파트 매매거래 실태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익히 알려진 대로 은마아파트는 중층 재건축 단지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으며 전용면적 77(31) 2674가구, 85(34) 1750가구로 전체 4424가구로 구성돼 있다. 몇 달 전 6년 만에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끊긴 가운데 아파트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사실 2009년 초부터 은마아파트에 대한묻지 마 투자수준의 과도한 투기가 몰려들었지만 이미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였음을 다른 글에서 설명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부동산 시장에서 제대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집값은 빠른 속도로 다시 빠지고 있는 것이다 

 

 

<도표1> 연도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거래 실태


() KSERI 작성. 2009년은 연환산 수치임

 

우선, 은마아파트의 매매체결 건수 추이를 살펴보면 부동산 1차 투기 붐이 일었던 2001년과 2003년 약 400건 전후의 거래 건수를 기록해 최고를 기록한 뒤 2차 투기 붐이 일었던 2005, 2006년에는 각각 260건 전후로 떨어졌다. ‘버블 세븐지역의 주택거래 침체가 시작된 2007, 2008년에는 100~120건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올해 강남 재건축 위주의 집값 반등이 일어나면서 연환산 288건 수준으로 거래가 급증했다.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연도별 거주비율을 살펴보면 1998 55.8%였던 것이 2005년 이후 18.3%로 떨어진 뒤 올해는 11.4%까지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살지는 않으면서 향후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시간이 갈수록 크게 늘어 최근 5년 동안은 투기 수요가 은마아파트 매입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주거지를 보면 54.8%가 서울 강남 3(강남, 송파, 서초) 거주자였고 강남 3구 이외 서울지역 거주자가 18.3%를 차지했다. 이로부터 은마아파트의 주 매입자는 서울 거주자가 73.1%로 나타났다. 또 경기도 용인시와 성남시 분당 등 수도권 거주자가 17.4%, 수도권 이외 지방 거주자가 8.5%를 차지했다.

 

참고로, 미국, 캐나다 등 외국 거주자도 2가구로 0.8%를 차지했다. ‘외국 교포가 집을 산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극히 일부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선동보도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서울 이외 수도권 및 지방 거주자의 약 2% 가량만이 부채가 없거나 부채가 1억원 이하인 상태에서 집을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수도권 및 지방의 개발지역에서 토지보상 등을 받아 은마아파트에 투자하는 경우도 그 비율은 미미했다. ‘토지보상금이 집값을 밀어올린다’는 주장 또한 근거가 없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은마아파트 매입자가 주택 매입 시 제 1, 2금융권 등에서 자금을 빌릴 때 설정하는 근저당 설정총액의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부동산투기가 극성을 부렸던 2001년 이후 급증해 2006 663.6억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2007~2008년에는 급감한 뒤 올해 매매가 늘어나면서 다시 연환산 577억원 수준까지 급증하고 있다. 또 연도별로 전체 매입자 가운데 근저당설정을 하는 가구의 비율은 대부분 기간 동안 60% 전후 수준을 유지했으나 2차 부동산투기 붐이 일었던 2004~2006년 동안에는 70%까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은마아파트 근저당 설정액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매입자의 평균 근저당 설정액은 1997 0.8억원에서 2006 2.48억원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이후 거래가 줄면서 근저당 설정액이 줄었으나 다시 증가추세를 보여 올해에는 평균 2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근저당설정을 한 매입자의 평균 근저당 설정액도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데 1997년 평균 1.49억원 수준에서 꾸준히 상승해 2006 3.67억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근저당 설정액이 줄었으나 2009년에 다시 3.43억원 수준까지 이르러 2006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부동산 투기가 심해지고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거래가 줄어드는 가운데 은마아파트를 산다고 해도 거액의 빚을 내지 않고는 투자하기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번에는 2009년에 한정해서 은마아파트 매매 실태를 <도표2>를 참고로 세부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올해 10월 중순까지 매매 거래를 한 227가구 가운데 근저당이 설정된 가구는 모두 133가구로 나타났다. 근저당이 설정된 가구의 평균 설정액은 3.4억원, 전체 가구의 평균 설정액은 2억원 정도로 나타났다.

 

 

<도표2> 2009년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부채 실태

() KSERI 작성

 

 

근저당을 설정한 가구의 매매가 대비 평균 설정액 비율은 약 33.4%였다. 이를 좀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매매가 대비 설정액 비율이 60% 이상에 이르는 가구가 전체 93가구 가운데 11가구로 11.8%를 차지하고 있다. 근저당 설정액 비율이 40% 이상인 경우까지 범위를 넓히면 33.3%에 이른다. 더구나 위의 매입자 거주 실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들 가구 대부분이 전월세를 낀 상태에서 은마아파트를 매입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같은 수치가 결코 낮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은마아파트 전세가가 약 2.5~3억원 정도로 매매가의 약 25% 정도를 차지하므로 실제 은마아파트 근저당설정 매입자는 평균 60% 이상 부채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근저당이 설정된 매입자들의 근저당 설정액 총액의 80%를 실제 금융권 부채로 보고 계산의 편의상 연이율을 7.2%(월이율 0.6%)로 잡을 경우 월 이자부담을 살펴보자. <도표2>에서 월 200만원 이상 이자부담을 하는 가구는 39가구(29.3%)에 이르고 월 300만원 이상 이자를 부담하는 경우도 13가구(9.8%)에 이른다. 웬만한 도시근로자 가구의 평균소득인 월 300만원 이상을 이자로 내면서도 이 같은 투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으려면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최소 연간 3,600만원 이상 아파트 가격이 상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상 최저 금리 수준에서도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매월 300만원 이상 거액의 이자를 내면서 버틸 수 있는 가계는 많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 가계가 시장에 급매물을 내놓으면 아파트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2006년말 수도권에서 가계부채 급증을 배경으로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폭등한 뒤 추가 매수세가 끊기자 2007년부터 집값이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꾸준히 하락했던 양상이기도 하다.

 

더구나 만약 5억원을 빌린 가구가 거치기간이 끝난 뒤 원리금을 함께 내게 될 경우 20년 분할 상환을 하더라도 원금만 추가로 208만원 가량을 내야 한다. 이 경우 웬만한 가구는 1~2년 내에 아파트를 처분할 수 없다면 자신 소유의 아파트를 경매에 넘길 수밖에 없게 된다.

 

위에서 본 것처럼 강남 재건축단지의 대명사인 은마아파트는 사실상 부동산 투기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과도한 부채를 배경으로 오른 집값은 부동산시장 안팎의 조그만 충격에도 언제든지 다시 무너지게 된다. 현 정부의 막대한 부양책에 힘입어 급반등했던 강남 재건축 집값이 추가 매수세력이 끊어지면서 가격이 가장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선투자해 놓은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을 띄우는 데 단기적으로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이미 국내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와 있다.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국민을 기만하는 정책 남발과 뒷일을 생각지 않는 재정 적자 확대로 부동산 버블을 더욱 키운 과오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그런데도 상당수 지자체장 후보자들은 각종 부동산 부양과 개발공약을 내세우고 있고, 건설업체들이 설립한 연구소들과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은 지금도 가계 부채를 더 늘려서라도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라고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가계는 더 이상 거품 잔뜩 낀 집값을 떠받칠 수 있는 체력이 바닥났다. 부동산 기득권들이 환상에 사로잡혀 있으면 있을수록 그들에게 시련의 계절은 길어질 뿐이다 

 

 

kennedian3@tweeter.com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5. 20. 09:02

 

 

어제 발표된 수도권 4월분 실거래가 가운데

수도권 세 곳의 실거래가를 급하게 업데이트해보았습니다. 

제가 누누이 말씀드렸듯이 수도권 아파트 물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 주요 도시들의
가격은 2006년말이 고점이었습니다.

아래 실거래가 도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미 지난해 반등기 고점 대비
1~2억씩 빠진 곳도 있고, 2006년말 고점에 비하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군요.

거래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최근으로 올수록 실종된 곳도 많이 보이는군요. 

'거래 실종+실거래가 급락' 현상 역시 2008년 하반기부터 나타났던 현상입니다. 

이게 주로 4월초까지 신고된 것인 것을 감안한다면

당분간은 시간이 갈수록 하락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주)국토해양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5. 19. 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