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과 '노풍'이라는 중앙정치 차원의 세몰이로 지자체의 재원 사용에 관한 협치구조를 만드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재정 상태의 문제점을 진단해보는 시리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네번째 순서입니다. 참고로, 앞선 글들은 제 블로그의 최근 글들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자체의 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들이 여전히 개발연대의 토건사업에 재정을 탕진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이로 인해 지자체들의 순채무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4월 중앙정부가 심의 의결한 2009회계연도 국가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방정부 순채무는 13.5조원에 이르렀다. 2007 9.8조원, 2008 10.1조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순채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정부 순채무는 지자체 채무 가운데 중앙정부에 진 빚은 차감하게 되는데, 중앙정부에 진 빚까지 포함해 지방정부의 지방채권 발행 및 차입금 잔액을 나타내는 자치단체 채무는 2008 19 486억원에서 2009년에는 258,700억원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올해에는 이보다 15% 더 늘어난 29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지자체의 감춰진 채무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으로 올수록 지자체가 설립한 각종 개발공기업들이 난립하고 있는데, 이들 공기업들의 부채는 해당 지자체의 채무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공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벌이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지방 재정을 잠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늘은 이 문제를 짚어보기로 하자.

 

먼저, <도표1>에서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 추이를 살펴보자. 참고로, 지방채 발행 추이는 관련 통계가 정리돼 있는 2007년부터 올해 4월초까지 발행 물량을 기준으로 작성했다. 지방채 발행 추이를 살펴보면,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11. 47조원의 지방채가 발행됐다. 이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7~2008년 연속 2.62조원을 기록했던 발행 물량이 2009년에는 4.73조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부동산거래 침체 등으로 지방세수가 감소한 데다 막대한 적자재정을 편성한 중앙정부의 기조에 편승해 지자체들도 경기부양 명목으로 각종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부족한 재원을 지방채 발행으로 조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4 7일 현재까지 약 1.65조원이 발행돼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지방채 발행은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표1> 지방채 발행 현황

() 증권예탁원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광역 지자체별로 지방채 발행액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이 2.77조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경기 2.0조원, 인천 1.52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이 전체의 54.8%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서 경남이 8,312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제주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가 2,000~5,000억원 대의 지방채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난다. 일견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액이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산하 개발공기업들을 통해 차입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자체들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지방채 발행한도를 해당 지자체의 2년 전 예산액의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지자체들이 지방채 발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지방채 발행이 여의치 않은 지자체들은 지방공기업을 통해 채권을 발행하여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가 겉으로 드러나는 국가채무 증가를 눈속임하게 위해 4대강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수자원공사가 사업비 8조원을 부담하게 하는 것과 같은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도표2>를 보면 지방공기업들의 무분별한 채권 발행 행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지방공기업이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발행한 물량은 모두 16.17조원으로 지방채 발행 규모보다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연도별 채권 발행 추이를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한데, 2007 0.67조원에 불과하던 채권 발행액이 2008 2.59조원으로 늘어난 뒤 2009년에는 11.39조원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앞서 지적한 대로 각 지자체들이 경기부양책 편성을 핑계로 내세우는 한편 올해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각종 전시용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서는 4 7일 현재까지 1.57조원 수준으로 현재 추세대로라면 6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권 발행이 주로 하반기에 몰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도표2> 지방 공기업 채권 발행 현황

() 증권예탁원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지방공기업의 채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는 중앙정부 산하 공기업을 포함한 전체 공기업의 채권 발행 가운데 지방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더라도 알 수 있다. 2007 2.74%에 불과했던 지방공기업 채권 발행 비중이 2008 5.90%, 2009 17.54%로 급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공기업의 채권 발행이 가파르게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지방공기업의 상대적 비중이 이렇게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지방 공기업 채권 발행 잔액을 만기별로 살펴보자. 올 초를 기준으로 지방공기업의 채권 발행잔고는 모두 15.31조원이다. 연도별로 만기 도래액을 살펴보면, 올해 1.99조원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4.11조원, 2012년에는 5.13조원으로 늘어나 정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어 2013년에는 2.07조원, 2014년 이후에는 2.01조원의 채권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들 공기업의 채권 만기가 보통 3년물을 중심으로 2~4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채권 발행이 현 상태로 지속된다면 2013년 이후 만기 도래 채권 물량도 계속 커지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방공기업들이 지출 구조조정을 서둘지 않으면 2011년 이후로는 4~5조원 대의 채권 상환 부담이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장 2012년이 되면 이들 지방 공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한꺼번에 도래해 지방공기업들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 지방공기업들은 대규모 개발사업과 이를 배경으로 한 각종 주택단지 개발사업이 많은데,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이들 주택단지들이 제대로 분양되지 않을 경우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몇 년 동안 무리하게 각종 주택사업을 벌이다가 돈이 묶여 연쇄부도 위기에 몰린 중견건설업체들과 같은 상황이 지방공기업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인천도시개발공사의 경우 2006년 착공한 송도국제도시 내 임대단지인 웰카운티 3 사업에서 대규모 미분양을 냈고, 김포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김포한강신도시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미분양 물량이 생겨나고 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에 추진돼 13000억여원이 투입된 동남권유통단지사업(가든파이브)에서도 거의 분양이 되지 않아 대규모 유령상가로 전락한 가운데 에스에이치공사에 향후 막대한 손실이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는 지방공기업별로 2007년부터 현재까지의 채권 발행 누계를 살펴보자. 먼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에스에이치공사의 채권 발행이 5.97조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인천도시개발공사 3.20조원, 경기도시공사 1.70조원 순이다. 이들 수도권 3개 광역시도 산하 개발공기업들의 채권 발행은 모두 10.87조원 규모로 전체의 2/3 가량인 67.0%에 해당한다. 지방채보다 지방공기업 채권 발행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은 것이다. 이어 부산도시공사와 부산교통공사가 각각 1.46조원, 0.93조원으로 나타나는데 이들 두 공사의 발행액을 합하면 2.38조원으로 오히려 경기도시공사보다 발행액이 더 많다.

 

이 같은 채권 발행액 증가는 이들 지방공기업의 급격한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3개 광역시도 산하 개발공기업들의 부채가 급격히 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에스에이치공사의 경우 부채가 2005 3.36조원에서 2009년에는 16.35조원으로 급증했다. 물론 이는 에스에이치공사의 각종 개발사업이 늘어나면서 자산도 함께 증가하면서 생겨난 것으로 상당 부분은 향후 주택 분양이나 개발사업 완료로 상환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차질이 빚어지면 만성적인 부채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로 2007년 이후 주택시장의 침체가 시작되면서 이들 공기업의 경영 수익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데, SH공사의 경우에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008 3,712.9억원과 3,569.2억원에서 2009년에는 2,993.9억원과 2,451.7억원으로 줄었다. 경기도시공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의 경우에도 부채가 급증한 반면 2007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급감했다. 에스에이치공사의 실적에 비추어 볼 때 이들 공사의 2009년 실적은 더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으로 오면서 광역지자체뿐만 아니라 기초지자체 산하 개발공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경기도 김포, 화성, 평택, 하남, 남양주, 안산, 양평, 용인 등 10개 지자체에 개발공기업이 설립됐고, 고양시, 구리시, 과천시, 파주시, 부천시 등도 산하 개발공기업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각 기초 지자체들이 각종 개발사업을 벌이고 개발과정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지역 개발에 재투자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이들 공기업들은 2000년대의 부동산 붐에 편승해 지역 주택사업을 대부분 주사업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이들 공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악화돼 자금난을 겪거나 결국 지자체에 재정 부담을 안기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김포도시개발공사 5,800억원을 비롯해 화성도시공사, 평택도시공사 등이 부족한 사업재원을 마련하기 상당액의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터무니없는 장미빛 계획에 따라 계획인구를 대폭 늘려 잡는 식으로 대규모 주택사업을 벌이거나 각종 개발사업을 위해 개발공기업들을 설립하는 한편 이들 공기업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대규모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이들 개발사업들은 경기부양이나 지역개발 등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자체장들이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사업을 펼치거나 이미 지나간 부동산 붐에 편승해 개발이익을 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약 이들 공기업들이 사업추진 과정에서 당초 기대했던 경영성과를 올리지 못한다면 남은 빚은 고스란히 지방정부의 채무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각 지자체의 공기업을 통한 무분별한 개발사업을 제어하지 못하면 가까운 장래에 사실상 파산에 직면하는 지자체가 나오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트위터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설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주부터입니다. 향후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참고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5. 27. 08:59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과 '노풍'이라는 중앙정치 차원의 세몰이로 지자체의 재원 사용에 관한 협치구조를 만드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재정 상태의 문제점을 진단해보는 시리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세번째 순서입니다. 참고로, 첫번째 글과 두번째 글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북풍? 노풍? 문제는 지방재정이야, 이 바보들아!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1004652

 

급전직하하는 지방 재정자립도, 당신의 삶이 흔들린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1006644&RIGHT_DEBATE=R3

 

 

 

지난 글들에서 지자체 세입(수입) 측면에서 심각한 재정상황을 살펴보았다.  일반 가정의 경우를 상상해보면 알 수 있듯이 수입이 줄어들면 지출을 줄이면 된다. 그런데 무작정 줄이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정해 꼭 필요한 지출은 유지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늘리면서도 불필요한 낭비적 요소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각 지지체들이 세출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고 있다면 재정난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 있다. 지자체의 세출 측면의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해 <도표>를 참고로 2010년 서울시 세출예산 현황을 살펴보자. 서울시 예산을 살펴보는 것은 서울이 한국의 수도이고, 재정 규모가 가장 큰데다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 다른 정치적 고려는 없음을 밝혀둔다.

 

2010 서울시 예산의 사업별 구성비를 보면 사회복지비가 24.6% 가장 비중이 크고, 이어 자치구지원(17.7%) 교육지원(14.85), 환경보전(13.0%), 도로교통(11.1%), 주택도시관리(5.8%), 산업경제(3.2%), 문화관광(3.0%), 도시안전(3.0%) 등의 순으로 나타난다. 겉보기에는 사회복지비 지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예산이 균형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도표> 서울시 재정 현황

(주) 서울시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하지만 사업영역별로 구체적인 예산 내용을 뜯어보면 사정은 확연히 다르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예산 가운데에 원지동 추모공원(335억원)사업이 포함돼 있고 환경보전예산 가운데는 동네뒷산 공원화 사업(576억원)과 강북지역 생태문화공원조성(137억원), 남산공원 재정비(316억원) 사업 등 사실상 하드웨어형 사업이 포함돼 있다. 또 문화관광 분야에서도 한강예술섬 조성(243억원) 사업과 남권 문화체육컴플렉스 건립(206억원) 예산 등이, 산업경제 분야에 있어서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 건립(701억원), 글로벌클러스터 빌딩 건립(106억원) 등 하드웨어형 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물론 이들 사업이 타당성이 없다거나 예산 배정의 우선순위에서 꼭 뒷전에 밀려야 할 사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흔히 소프트웨어 예산으로 느껴지는 예산 항목의 상당수가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이처럼 각종 시설 건립 및 조성 등의 하드웨어형 사업이라는 점이다. 예산에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각종 개발 및 토건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회계뿐만 아니라 특별회계까지 포함하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시의 경우 특별회계는 도시철도, 교통사업, 광역교통시설, 주택사업, 도시개발, 재정비촉진, 하수도사업, 한강수질개선사업 등 모두 12가지로 2010년 기준으로 58,353억원 규모다. 그나마 지난해 서울시가 경제위기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크게 늘려 편성한 71,086억원 가량보다는 17.9%가량 줄어든 액수다.

 

이들 각 특별회계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각종 지하철 신설 및 연장선, 경전철 건설사업, 교통체계구축 및 개선 사업, 버스 운영체계 개선 및 관리 사업, 주차장 건설, 동부간선도로 건설 및 강변북로 확장 등 각종 서울시내 도로 건설 및 확포장 사업, 광역전철건설 및 광역도로 건설사업, 이대 동대문병원공원화 사업 및 서울의료원 이전사업, 물재생센터고도처리 및 현대화사업, 하수처리장 및 하수관거 정비사업, 각종 뉴타운 부대 시설 및 정비 사업 등 온갖 토건형 개발사업과 시설 사업들로 넘쳐나고 있다. 한마디로 특별회계의 거의 대부분은 SOC 및 개발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따라서 계산의 편의상 특별회계 전체와 일반회계 가운데 도로교통예산 18,443억원, 주택도시관리예산 9,683억원 전체, 그리고 환경보전, 산업경제, 문화관광 분야 예산의 절반 가량을 포함할 경우 전체 서울시 총예산 21 2,573억원 가운데 약 48.2% 가량인 102,373억원을 하드웨어형 예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밖에 자치구 지원예산 29,401억원과 교육청 지원예산24,548억원 등 서울시가 다른 행정기관에 이전해야 하는 예산과 일반행정 예산 4,402억원 및 예비비 1,888억원 등을 제외하면 서울시 예산 가운데 실질적으로 소프트웨어형 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예산은 49,961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2010년 서울시 전체 예산의 23.5%에 불과하다.

 

나머지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복지 예산 4834억여원 중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4,759억원, 의료급여지원 6,085억원, 종합사회복지관(95개소) 운영 및 기능보강 지원 578억원, 재개발 재건축 임대주택 매입 1,884억원,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분담금 694억원, 기초노령연금 지급 3,960억원, 보육시설 운영지원 1,987억원, 보육료 지원 3,094억원 등 대부분이 의무적인 법정지원 예산이어서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편성해 운용하는 소프트웨어형 예산은 사실상 전체 예산의 1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이다 보니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복지 서비스를 늘린다든지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경제 시대라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춘 문화 및 교육 투자 등을 통해 사회자본 및 인적자본을 구축하는 데는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사회복지 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 예를 들어보자. 우선, 서울시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대상자가 2009 21720명에서 221,852명으로 5.3% 가량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당 예산은 20095,292억원에서 20104,759억여원으로 533억여원 줄어들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및 특례수급자 진료비 지원도 대상자가 2009 22330명에서 올해 229,916명으로 4.4%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예산은 오히려 6,439억여원에서 6,085억원으로 354억여원 줄어들었다. 또 지난해 414억여원을 투입해 실시됐던 한시생계보호 사업을 종료한 영향 등으로 긴급복지지원 예산은 지난해 1,076억여원에서 264억원으로 813억원 가량 줄었다. 또 노인생활시설 운영 및 지원비는 99억원,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32억원, 노인일자리 사업지원 249억원, 노인종합복지관 운영비 지원 23억원, 장애인취업 통합서비스 34억원,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182억원, 소년소녀가정 및 저소득층 아동지원 25억원, 부랑인·노숙인 보호 및 자활지원 83억여원, 지역치매센터 운영 130억원, 저소득층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자 지원 20억원, 저소득층 가사·간병서비스 바우처 지원비 36.6억원, 식품의약품 안전성검사 예산 114.8억원 등이 줄어들었다. 저소득층과 취약층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대폭 위축된 것이다. 이들 사업들은 수천억원 단위의 토건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액수지만 조금만 예산이 줄어들어도 한 푼의 지원이라도 아쉬운 저소득층 및 취약 계층에는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형 사업의 비대화로 인한 상대적 위축은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교육지원 사업도 대표적 분야다. 서울시의 2010년 교육지원 사업예산 24,548억원 가운데 거의 대부분인 24,288억원이 교육청 전출금으로 사용되는 반면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교육예산에 책정한 것은 불과 260억원이다. 그나마도 2009년 대비 28.5억원이 줄어든 액수다. 물론 현행 지방자치제도에 따라 교육자치가 별도로 이뤄지고 있고, 서울시가 교육청에 2.5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예산을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서울시가 진정으로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자체 교육예산은 얼마든지 추가로 더 확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전체 서울시 예산의 겨우 800분의 1에 불과한 예산을 자체 교육사업에 배정하고 있을 뿐이다. 비슷한 사정은 서울시가 자치구 도서관 78곳과 문고 620곳에 지원하는 올해 운영 지원비가 82억원에 불과한 점에서도 드러난다.

 

물론 위 <도표>에서 본 것처럼 2009년 예산 대비 사업예산이 줄어든 것은 복지나 교육예산뿐만 아니다. 전반적으로 경제위기에 대응하면서 대규모 확대재정을 폈던 2009년 예산에 비해 다소 예산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그 동안 하드웨어 위주의 각종 토건형 개발사업에 너무 과도한 예산이 배정된 반면 복지나 문화, 교육 예산 등은 상대적으로 등한시됐기에 이들 예산의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을 위해서나 일반 시민들의 수요가 매우 큰 예산은 과감히 줄이면서도 한강예술섬 조성사업처럼 사업추진 당시부터 논란을 빚었거나 서남권 문화체육컴플렉스 사업 등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지역 유권자들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사업들은 거액의 예산이 배정돼 그대로 추진되고 있다. 또한 서울시의 경우 시정홍보에는 491.2억원을 쏟아 붓고 있는데, 이는 2009 493.2억원보다 2억원 가량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매우 큰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홍보예산에는 해외마케팅 관련 예산이 64% 가량 포함돼 있지만 이를 제외해도 약 166억원에 이르는 큰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는 2007년 해당 예산이 94억원 가량이었던 것에 비하면 매우 큰 폭의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하철 역사와 화장실, 그리고 가로판매대와 버스 및 각 언론사 전광판, 공사장 펜스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서울시 치적 홍보용 광고를 접할 수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더구나 이처럼 대형 토건형 사업과 지자체장의 치적 홍보용 예산 편성이 관행화돼 있는 것에 더해 이들 사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미 몇 차례 설명한 바 있는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턴키입찰 방식은 예산 낭비와 건설업체간 담합구조의 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위 10개 재벌건설사들은 설계비용에 들어가는 거액의 선투자 비용을 시장 진입장벽으로 활용, 지금까지 턴키입찰 물량을 거의 싹쓸이해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각종 턴키입찰에서 철저한 가격담합을 통해 추정공사비의 95~98% 수준에서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경쟁입찰에 비해 평균 25~30% 가량 높은 수준이다. 건설업체들간 경쟁하게 하면 아낄 수 있는 돈 25~30%를 낭비했다는 뜻이다. ‘떡고물’이 워낙 많다 보니 담합과 뇌물 수수 등 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서울시의 경우 2008년에 턴키입찰 방식으로 발주한 사업이 지하철 9호선 2단계 세 개 공구와 서남권 문화체육콤플렉스 건립공사, IT콤플렉스, 중랑 및 탄천, 서남 물재생센터 고도처리시설 등 모두 13건을 턴키사업 방식으로 발주했다. 이들 턴키사업의 추정 사업비는 16,739억원에 이르렀다. 물론 이 가운데 지하철 9호선 2단계 사업들의 경우 필자가 당시 서울시에 재직하면서 입찰 업체들의 담합을 분쇄해 가격경쟁이 이뤄져 낙찰률이 떨어졌으나 다른 대부분 사업들은 결국 경쟁입찰에 비해 25~30% 이상 높은 낙찰률을 기록했다. 만약 지하철 9호선 2단계사업도 평소 관행대로 95% 또는 98%의 낙찰률을 기록했다면 이들 사업에서만 연간 최소 4,184억원의 예산이 대형 건설업체들의 배를 불리는데 탕진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식으로 건설토목 사업에 예산을 탕진하는 것은 사실 서울시에서도 상당히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현 오세훈 시장의 전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대규모 턴키사업을 남발했다. 청계천사업, 동남권 유통단지(가든파이브),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과 지하철 3호선 연장구간 등을 모두 턴키로 발주했다. 심지어 일반 주택단지를 만드는 은평뉴타운사업조차 턴키로 발주했다. 그 결과 부작용도 심각했다. 7,000억원에 할 수 있었던 가든파이브에 1조원 이상이 들어가 고분양가 때문에 상가 입점이 지금도 극히 부진해 유령상가로 전락해 언론의 조롱감이 되고 있다. 은평뉴타운은 과다한 토지보상금과 더불어 턴키입찰을 통한 사업비 과용으로 후임자였던 오세훈시장 초기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진행됐던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등에서는 업체들간 담합이 드러났고, 청계천사업과 가든파이브 사업에서는 각종 비리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심지어 청계천사업 추진 과정에서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장관급 대우를 받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낭비된 예산만 줄잡아 1조원 가량은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에 나서면서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예산을 절감했다고 하는데 이는 매우 기만적인 주장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제 4대강사업과 경인운하, 새만금사업, 심지어 보금자리 주택까지 턴키 방식으로 발주해 지자체 시절의 예산 낭비를 전국 단위에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취임 당시 서울시의 하드웨어는 많이 채워졌으니 이제는 소프트웨어 확충에 진력하겠다고 했다. 그의 말은 상당 부분 진심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예산의 쓰임새만 본다면 그의 초심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오시장 스스로 서울시 예산이 전반적으로 어떻게 짜여져 있는지 잘 모를 것이다. 필자가 서울시 재직 시절 지켜본 바로는 공무원들의 눈속임용 보고 외에 서울시 재정의 쓰임새에 대한 제대로 된 보고가 이뤄지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절반은 서울시 관료들의 포로였다. 또 다른 절반은 스스로가 원해서든 정치적 압력 때문이든 어떤 식으로든 의식적인 개발형 시장이 됐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가 그가 시장 임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취약한 당내 기반을 보완한다는 명목으로 온갖 개발 마인드로 무장한 한나라당 당협위원장 가운데 한 사람을 정무조정실장에 앉힌 사실이다.  

 

그렇다고 현재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이런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해법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그는 아마도 참모진들이 얼기설기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토건사업 위주의 예산을 사람 중심 예산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방향은 공감한다. 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어디에서 예산이 새고 있고, 구체적으로 예산을 어떻게 절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은 알고 있지 못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관료들에게 포위돼 휘둘릴 수밖에 없게 돼 있다고 본다. 실질적인 당내 경선도 없이 노풍에만 기대며 차별화된 비전과 역량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지지율이 답보상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권을 빼앗긴지 2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자신들이 왜 정권을 빼앗겼는지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울에서 패배한다면 그것은 낮은 투표율과 같은 남탓 때문이 아니라 역량과 컨텐츠 부족이라는 자기 탓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정치적 양비론으로 비쳐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순히 양비론으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새로운 리더십과 새 시대에 걸맞은 솔루션을 갖고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까지 통틀어 기존 정치시장에서 공백상태에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한 공백을 여야 어떤 기존 정치세력에서도 기대할 수 없다면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 현실에서 넘쳐나는 정치적 수요를 충족해줄 수 있는 정치 상품 공급자가 없다면 결국 그 시장 공백은 새로운 공급자가 시장에 진입해 메워야 한다. 그 새로운 정치상품의 공급자는 결국 새로운 시대적 감수성과 도덕성, 전문성으로 중무장한 젊은 세대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미래세대의 돈까지 잔뜩 끌어와 4대강 사업 등 각종 토건형 개발사업에 탕진하면서도 국민들의 삶의 질은 점점 떨어지고 사람들의 삶은 불안해지는 악순환을 면할 길이 없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트위터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설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주부터입니다. 향후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참고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5. 26. 09:23

그 동안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거의 조작에 가까운 방식으로 작성해온 호가 위주의 선동보도로 일반인들을 현혹해온 언론들이 이제는 실거래가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하는군요. 이제는 자신들도 냉엄한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단계까지 온 것이지요.

 

 

강남권 재건축 실거래가 10~20% 하락

http://tinyurl.com/24qdelo.

 

이 글을 쓴 대표적인 부동산 투기 선동기자도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보도하기 시작하는군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실거래가? 몰라요! 5개 신도시 지난달 주택거래 거의 없어

http://economy.hankooki.com/lpage/estate/201005/e2010052416223369550.htm

 

서울경제도 실거래가와 호가의 괴리를 들여다 보기 시작했네요.

그리고 제가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이미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지금의 높은 집값을 유지해줄 수 있는 잠재 수요는 거의 씨가 말랐음을

이 기사가 다시 한 번 입증해주는군요.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트위터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설했지만 지난 주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향후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참고바랍니다. 

by 선대인 2010. 5. 25. 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