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소뿐만 아니라 각종 경제연구소들이 부동산 버블 붕괴와 대세하락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고, 각종 언론들도 이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까지 ‘대세상승’ ‘폭등’ 등의 표현을 거침없이 썼던 같은 신문들이었나 싶을 정도다. 물론 부동산 가격 상승에 이해관계를 가진 건설협회 부설 연구소나 부동산 업계의 대변인, 그리고 부동산 관련 학과 교수들은 이를 ‘긴 조정’ ‘약보합’ 등으로 호도하고 있다.


 어쨌거나 이런 상황 자체가 국내 주택 시장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필자는 왜 부동산시장이 이미 대세하락 흐름 속에 있으며, 향후 장기 침체가 이어질 것임을 경고하고 있는 것일까.   


 서울 강남지역 11개구의 아파트 실질가격 추이를 나타낸 <도표1>을 보자. 많은 이들이 집값에 대해 명목가격 측면에서만 생각하고 2000년대 장기간의 집값 상승기를 겪어왔기에 집값은 늘 오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물가 수준을 반영한 실질가격 지수 추이를 살펴보면 상황은 사뭇 달라 보인다. 참고로, 부동산 중개업소의 호가 위주로 작성되는 국민은행 가격지수로는 집값이 고점에서 그나마 덜 떨어진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버블 세븐’ 등 수도권 주요 도시의 실거래가는 2006년 고점 대비 평균 20% 가량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주) 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작성

 

 국민은행이 주택가격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6년 이후 한국은 크게 두 차례의 부동산 버블기를 겪었다. 2009년 상반기에 집값이 국지적으로 반등했다고는 하나 주택 가격의 장기 파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2기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는 초기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약한 흐름일 뿐이다.


 이번에는 주택 가격 못지않게 중요한 통계인 거래량 지표를 나타낸 <도표2>를 통해 한국의 주택시장 상황을 살펴보자.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이후부터 집계됐으므로 그 이전의 거래량은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필자는 1996년 이후 아파트 거래량 추이를 가계부채와 아파트 거래량의 상관관계 함수 등을 이용해 추정해 보았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거래량 지표를 보면 1차 폭등기 때는 전국적으로 집값이 뛰면서 전국 아파트 거래가 매우 활발했다. 2차 폭등기 때는 수도권에서만 집값이 뛰었고 이미 집값이 많이 뛴 상황이어서 거래량이 1차 폭등기 때에 비해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06년 하반기의 거래량은 1차 폭등기 때를 능가하는 것으로 이 때 가격과 거래량이 단기간에 폭증했음을 알 수 있다. 2차 폭등기 이후인 2007년부터는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국토부 실거래가가 점진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거래 침체가 지속되면서 빚을 지고 산 사람들이 몇 분기 후부터 초조한 마음에 집값을 낮춰 내놓게 된 때문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번 거래 침체도 2분기 이상 지속된다면 가격은 향후 매우 가파르게 급락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직 전초전에 불과한 것이다.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와 경기 부양을 위한 유동성이 급증한 상태에서도 이 정도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이후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이 본격화된다면 어떤 상황이 연출될까.


 끝으로, 현 상황에서도 수도권 주택 시장의 대세하락을 부인하는 이른바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의 몇 가지 억지 주장을 검토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1.전세가 상승은 주택 수요가 얼마든지 있다는 증거다.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현재의 전세가 상승은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급감하면서 매매 포기자와 주택 매도 후 전세 전환자가 늘어나면서 일시적으로 생겨난 ‘병목현상’이다. 또한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집 주인들과 언론 선동보도의 결과물이다. 오히려 향후 집값 대세하락의 강력한 전조다. 과거 미국과 일본에서도 주택 가격 하락 직전과 본격 하락 초기에 임대료가 고공비행하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임대료도 급락했다. 국내에서도 넘쳐나는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을 감안하면 전세가 상승은 지속되기 어렵다.

 

2. 주택 유효수요 인구가 줄어도 1인가구 증가로 주택 수요는 계속 증가하니 집값은 오른다?
1인가구의 대부분은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가운데 집값이 너무 높아 결혼하지 못하는 노처녀 노총각이거나 급속한 고령화로 배우자와 사별한 독거노인들이다. 1인가구의 평균 소득은 2인가구 이상 소득의 40%에 불과하고, 그들의 76%는 월 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이다. 이른바 고소득 1인가구로 볼 수 있는 월 소득 300만원 이상은 8%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추가 주택 구매 유인이 없는 ‘기러기아빠’ 같은 부류가 다수다. 따라서 1인가구 대부분은 최소 3,4억 이상 되는 매매용 아파트의 수요자가 아니다. 1인 가구 증가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면 왜 1인 가구 비중이 30%를 상회했던 일본 도쿄에서 10여년 이상 집값이 떨어졌겠는가.

 

3. 오를 곳은 오른다?(‘지역적 차별화’ ‘지역적 양극화’도 같은 주장의 다른 표현이다.)
주식 폭등장에도 하한가를 치는 종목이 있고, 폭락장에도 상한가를 치는 종목이 있다. 그렇다고 폭락장이 폭등장으로 바뀌는가. 이미 ‘강남 불패’는 깨졌고, 분당, 용인, 평촌 등 버블 세븐은 이미 ‘하락 세븐’으로 바뀌었다. ‘오를 곳은 오른다’는 주장을 뒤집어 보면 ‘내릴 곳은 내린다’인데 그 이면을 말하는 부동산 업계 사람들은 거의 없다. 정확한 표현은 이렇다. 거품이 많이 낀 곳일수록 오를 때 상승폭이 더 크지만, 내릴 때 하락폭도 더 커진다.

 

4. 토지보상금 40조원이 유입되면 금방이라도 주택가격은 치솟을 수 있다?
2000년대 주택 가격은 토지보상금이 아닌 가계 부채가 급증할 때 상승했다. 주택 대출 증가가 급감한 지금 과거 같은 주택 가격 상승은 불가능하다. 또한 토지보상액 규모도 40조원이 아니라 국토부 계획상으로도 27조원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통합한 토지주택공사가 자금난에 시달리며 사업대상지를 계속 줄이고 있다. 2007~2008년에도 25조원가량 풀렸지만 그 때문에 집값이 뛰지는 않았다. 필자가 판교와 은마아파트 매입자 실태를 분석해본 결과 토지보상금을 받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는 2%에도 지나지 않았다. 반면 부채를 얻어 주택을 매입한 사람들은 전체의 약 75%를 차지했다.  

 

5. 주택공급 부족으로 2,3년 후 집값이 폭등한다?
주택 수급은 가격의 함수다. 가격이 너무 높아 이제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도 거의 다 샀다. 그래서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주택 거래가 확 줄어든 것이다. 수요는 고갈됐는데, 외환위기 이후 3.5배나 늘어난 건설업체들은 부실한 구조조정으로 거의 그대로다. 주택시장 침체기에 주택 공급이 줄고 있지만, 주택 수요에 비해서는 여전히 매우 많은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수도권 곳곳에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이 넘쳐나는 것이 단적인 증거다. 더구나 국토부 발표와는 달리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만 최소 4만호 이상의 미분양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추진 중인 뉴타운과 재개발, 수도권 2기 신도시와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을 감안하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2015년경이면 36만호 이상의 아파트 공급 초과 현상이 발생한다. 분양용/매매용/투자용 주택은 넘쳐난다. 다만 부족한 것은 지금 뉴타운, 재개발 지역 등에서 전월세로 살다 쫓겨난 서민들이 살 수 있는 공공주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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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5. 14. 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