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부동산 버블이 없다’며 일반가계들을 현혹하기 바빴던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신문들이 다급해지자 이제는 부동산 거품 붕괴로 당장이라도 한국경제가 무너질 것처럼 과장하며 DTI규제를 풀어서라도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당초 22일 발표 예정이던 DTI대출 규제 완화 등 추가 부동산 부양책 발표가 일단 연기되긴 했지만, 정부가 계속 과도한 집값 거품을 떠받치고 DTI규제를 풀어서라도 가계에 빚을 권한다면 이것은 정상이라고 할 수가 없다.

 

지금도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 규모가 140%를 상회해 세계 최고 수준인 상태에서 부동산 거품을 유지하기 위해 가계대출을 더 늘리라고 촉구하는 행태는 어처구니가 없다. 당장 전세계적 경제위기가 바로 미국 금융기관들이 소수민족 그룹 위주의 저소득층에게 무리하게 모기지 대출을 해준 ‘서브프라임론 사태’에서 촉발된 마당에도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당장 급한 불을 끄겠다는 부동산 기득권 세력의 근시안적 탐욕의 발로라 볼 수밖에 없다. 개인의 소득 대비 부채 규모를 제한하는 DTI규제는 서브프라임론 사태와 같은 약탈적 대출 관행으로부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한편 금융시스템 위기를 보호하는 긴요한 장치다.

 

일부에서는 DTI 규제를 도입한 나라들이 많지 않다며 ‘불필요한 규제’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한국 금융권의 대출 실태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선진국 금융기관 대부분에서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credit rating)을 통한 대출이 정착돼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 신용평가보다는 담보대출 위주의 후진적 대출관행이 여전히 일반적이다. 따라서 DTI규제는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신용평가를 통한 대출을 실시하지 않고 있는 한국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미 느슨한 금융규제로 부동산 버블 붕괴 과정에서 큰 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가들조차 금융 규제를 재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DTI규제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마당이다. 그리고 DTI 비율이 이미 40~50%로 정해져 있는데,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액의 40~50%에 이르는 것도 매우 과도한 빚 부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더 늘리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또한 DTI를 완화한다고 해도 이미 구조적으로 주택 수요가 거의 고갈된 주택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DTI 규제완화나 다른 부양책을 쓴다고 하더라도 ‘집값이 꺼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한 가계들이 지난해처럼 무리하게 주택시장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2008년 10월 이후 정부가 DTI 규제를 푼 뒤 2009년 초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반등했기 때문에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에서는 DTI 규제를 풀면 주택 가격이 금방이라도 반등할 것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난해 수도권의 주택 가격 반등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2%의 사상최저금리 유지, 주택대출 만기 상환 연장, 50조원에 이르는 적자재정 부양책, 각종 부동산 세금 감면책, 미분양 물량 매입 및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 및 수도권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와 같은 조치 등 전방위적인 부양책에 힘입은 바 크다. 이 같은 ‘부동산 올인’ 정책을 통해 이미 거의 바닥나 버린 주택 수요를 마른 수건 쥐어짜듯 짜내 만들어낸 것이 지난해의 일시적 반등이었다. DTI 규제는 이처럼 전방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집값이 반등하자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은 일반 가계들이 자금을 동원하는 가운데 돈줄 역할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DTI 규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동산 부양 기조가 거의 그대로인 상황에서도 이미 주택시장이 가파르게 무너지고 있다. 이는 주택시장의 전반적인 버블 붕괴 압력 때문이지 DTI규제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착각이다. 이는 <도표1>을 보면 좀더 명확히 드러난다.

 

<도표1> 전국 및 수도권 광역시도 주택대출 추이

 

지난해 DTI 규제를 도입한 이후 몇 달 간은 잠시 주택대출 증가액이 감소하거나 주춤해졌으나 이후 올해 3월부터 최근으로 올수록 다시 주택대출은 상당한 폭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주택 거래량은 급감하고 주택가격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히려 이는 주택 가격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남은 잠재 수요자들의 소득 여력이 취약해 주택 거래가 일어나려면 상대적으로 가구당 부채를 더 많이 일으켜야 하는 상황임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도표화하면 아래 <도표2>와 같다.

 

<도표2>

 

필자가 아파트 거래량과 가계 부채 증감액과의 상관관계 함수를 이용해 추정해본 결과 아파트 거래량이 거래 활성화 시기인 2000년대 초반이나 2006년 말 수준으로 늘어나려면 분기별로 32.4조원(도표에서 가상의 경우)이나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올해 3~5월 가계 부채 증가량은 2.5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지금 DTI규제를 푼다고 해서 얼마나 가계대출이 더 늘어나 이미 주택수요가 고갈된 시장을 떠받쳐 줄 수 있겠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즉, 이는 DTI 규제 완화 정도로 지금의 집값 거품을 떠받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방증한다. 따라서 정부는 재정력과 행정력을 비축해뒀다가 진짜 다급할 때 써야 한다.

 

그런데도 부동산 광고에 목 맨 대다수 언론들은 정부더러 부동산 부양을 위해서라면 이미 누적된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한데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말고, 가계부채를 늘려서라도 투기적 거래라도 일어나게 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는 “집값 떨어진 지금이 집을 살 타이밍”이라며 물귀신처럼 멀쩡한 가계들을 집 가진 빈자인 하우스푸어(house poor)의 행렬로 끌어들이는 선동보도에 여념이 없다. 이들의 정말 ‘물귀신 작전’ 같은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접하면 마음 한 켠으로는 정말 DTI규제를 확 풀어 안 그래도 죽어가는 주택시장을 ‘확인사살’이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 DTI 규제를 풀면 약발을 지켜보기 위해 몇 달간 매도를 지연시키는 효과만 있을 뿐이다. 이미 부동산이 매우 위태롭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이 확인한 마당에 과거처럼 빚내 얼마나 덥석 집을 살지 의문이다.

 

이미 다이어트 중인 은행 또한 얼마나 과감히(?) 빌려줄지도 의문이다. 얼마 전 만났던 금융기관 관계자들도 “DTI규제가 풀린다 해도 과거처럼 적극적인 대출을 할 은행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DTI규제를 완화했을 때 생각했던 약발이 통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무너뜨려 버블 붕괴를 가속화할 수도 있다.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에서 DTI규제 완화 효과가 별무소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제가 DTI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것은 이 조치가 결국 가계들을 제물로 삼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을 소진하게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품기에 세 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은 진척되지 않았는데, 이들을 모두 먹여 살리기 위해 가계 빚을 더 많이 내도록 부추긴다면 그것이 정말 국민을 위한 정부인가?

 

정부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라는 명목 아래 거품 잔뜩 묻은 아파트 폭탄을 받아줄 ‘잠재적 하우스푸어’들을 계속 양산하려 하기보다는 이제라도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통해 하우스푸어가 더 이상 양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 투기 선동세력들의 마지막 선동에 넘어가지 말기를 바란다. 이들의 선동에 넘어가는 순간 ‘잠재적 하우스푸어’가 될 초청장을 받아든 셈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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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7. 30. 09:06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 53으로 양당이 나눠가졌습니다. 그런데 정말 민심이 한나라당과 민주당만을 흔쾌히 지지해서 나온 결과일까요? 많은 국민들이 자신들의 시름을 덜어줄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어떤 정당이 그런 비전과 역량을 가졌나요?

 

그렇다고 일부에서 얘기하는 야권 연합만으로 문제가 해결될지 궁금합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이명박정부 심판 구도를 만들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선거에 이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정말 민생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민생은 주택문제, 교육문제, 일자리문제, 건강보건문제 등 국민들이 고통받는 문제들을 구체적인 비전과 역량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도덕적이고 뛰어난 역량을 가진 세력이 나왔을 때 개선되는 것이지, 진보나 보수세력이 집권한다고 개선되는 게 아닙니다.

 

지금의 부동산거품은 이른바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정책실패를 거듭하면서 악화된 측면이 큽니다. 부동산 거품을 키우지 않고도 건전한 경제 틀을 만들 수 있는 역량, 토건기득권세력에게 휘둘리지 않는 도덕성이 필요한 것이지 막연한 이념은 필요 없습니다.

 

교육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진자들의 승자독식구조를 강화하는 특목고 정책이 노무현 정부 때 확산됐습니다. 또한 현 정부에서도 등록금상한제와 취업후상환제를 시행했습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것을 대책이라고 내놨다는 것이 한심합니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명목상으로도 미국에 이어 세계 2, 경제력 기준으로는 세계 1위입니다. 세계에서 사립대 비율이 가장 높아 학벌을 조장하는 사립대들이 등록금장사를 마음대로 벌이고, 세계에서 가계의 등록금 부담이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GDP 대비 교육재원 비중은 세계경제포럼 회원국 121개국 가운데 71위입니다. 말끝마다 '교육입국' '인재가 자원인 나라'라고 떠드는 나라에서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건설업의 비중은 미국의 2.5배에 이를 정도로 가장 높습니다.

 

일년에 5조원 정도면 전국의 국공립대 등록금을 전부 무상으로 하고, 국공립대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립대들이 지금처럼 가계들을 대상으로 등록금장사를 못하고 지역의 인재들이 지방국공립대로 모여들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됩니다.

 

교육 재원은 각종 불요불급한 토건사업을 비롯해 낭비되는 예산들을 아끼면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저희 연구소는 방안을 갖고 있습니다. 대학등록금 문제도 전체 교육시스템의 근본적 개혁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권자들에게 올해 지방선거에서 정책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무상급식(사실은 의무급식) 문제를 높이 평가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겨우 아이들 밥을 무상으로 먹이는 문제를 가지고 이 난리를 쳐야 할 정도입니까? 돈을 제대로 쓰면 아이들의 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기존의 여야가 이런 근본적 개혁을 해오지 못했습니까? 이른바 보수, 진보정권이 잡았는데 왜 우리 삶은 나아지지 않습니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근본적 개혁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민생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할 역량의 문제입니다.

 

이념적으로 제대로 된 진보와 보수는 주로 젊은 전문직과 식자층 사이에서 막 형성되기 시작한 태동기 정도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보수, 진보는 거의 실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실체도 없는 보수, 진보라는 이념이 얼마나 이 나라에 난무합니까?

 

지금의 보수, 진보 구분은 크게 보면 정치세력간에 자신들의 구체적 역량과 비전 부족을 변명하기 위한 포장술이었을 뿐입니다. 거기에 온 국민이 휘둘려 초등학생 아이들부터 70, 80대 노인들까지 보수네, 진보네 해가며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기만 했습니다.

 

얼마나 국내에서 실체 없는 이념적 용어들이 난무하는지 예를 들어볼까요? 이른바 진보라는 분들이 흔히 쓰는 '신자유주의'라는 표현. 그런데 신자유주의의 종주국처럼 돼 있는 미국에서는 정작 '신자유주의'라는 표현을 거의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원조로 알려져 있는 대처-레이건 행정부. 국내의 일부 얼치기 보수들이 시대적, 사회적 맥락을 모른 채 이념적으로 주장해대니 그에 대한 반발로 대처-레이건 행정부를 '신자유주의'라며 반발했습니다. 어느 쪽이든 모두 이념적으로만 접근한 겁니다.

 

대처-레이건 정부는 대공황 이래 득세한 케인지언적 접근에서 정부 비대화와 관료주의 병폐라는 영미 국가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정부입니다. 그들 정부도 많은 문제를 낳았지만, 적어도 단순한 이념적 접근이 아니라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한 결과물이었습니다.

 

현재의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거품과 사교육 비대화, 세계 최장의 과로노동체제와 불안한 고용상황, 불공정과 담합이 만연한 경제구조, 이 같은 경제구조가 낳은 전쟁국가와 같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 등 해결할 구체적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런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구체적 역량과 비전을 만들고 이것을 실행할 세력을 만들어야지 보수나 진보의 어느 한쪽을 고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아무리 선명한 색깔을 가진 보수나 진보가 집권한다 해도 문제해결 역량이 없다면 시쳇말로 말짱 황입니다.

 

이런 말씀드리면 항상 재원이 없지 않느냐는 말씀들을 주십니다. 재원 문제에 관해서는 이 글에서 모두 언급할 수는 없고, 한 사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례로 제가 서울시 재직 때 지하철 9호선 2단계 발주에서 재벌건설업체간 담합을 분쇄해 경쟁시켰더니 4500억 중에 1000억을 아꼈습니다. 제 눈에는 돈 나올 곳이 수두룩합니다.

 

그리고 재원 문제를 이야기했지만 무조건 돈으로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도 특히 현 정부의 막무가내식 재정 남발로 국가 부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계속 재정을 남발할 수만도 없는 노릇입니다.

 

가장 좋은 정책 방향은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적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또 큰 돈 안들이고도 필요한 복지 교육 인프라 등을 갖춰가는 것입니다. 또한 사회경제적 메가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정책들이 필요합니다. 저희 연구소가 각종 투기적 개발 이익을 공공이 흡수해 저렴하고 쾌적한 공공임대/전세주택을 대량 공급하자는 것도 이런 취지입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 별도의 글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체도 불분명한 보수, 진보 이념 논쟁이나 그런 얼치기 이념을 내세우는 세력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 비전과 역량을 사회 전체적으로 키우는 문제입니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미디어오늘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7. 29. 09:31

부동산 버블 붕괴의 파열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 가장 규모가 큰 PF사업인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빠져드는 등 모두 12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PF사업 대부분이 지연, 중단 또는 좌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건설사 및 저축은행의 부실 구조조정과 시장퇴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금융권 연체율 급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언론사가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자산 상각 및 매각 현황자료를 바탕으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실질연체율(부실대출 자산매각 및 상각전 연체율)이 최근 급등하고 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5대 은행은 2분기에만 모두 4,732억원 대의 부실대출 자산을 상각 또는 매각하면서 연체율 관리에 나섰지만 대출연체 증가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한 은행은 3월 실질연체율이 1.04%(3월말)1.16%(5월말)1.36%(618일 현재)로 증가했고, 다른 은행도 같은 기간 1.00%1.11%1.25%, 또 다른 은행은 0.95%1.09%1.19%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미 우리 연구소가 경고해온 바대로다.

 

이 같은 금융권의 연체율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그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런가 살펴보자.

 

이미 설명한 바 있듯이 우리 연구소가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를 분석해 가격 패턴을 산출한 결과 주택가격은 2006년 말~2007년 초 고점 대비 올해 4월 초 기준으로 서울 강남 3구의 경우 11.6%, 일산, 분당, 용인 등 수도권 주요 도시의 경우 25~30% 가량 떨어졌다. 이미 3개월 가량 지난 시점이므로 수도권 거의 대부분 지역의 주택가격이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이미 20~30% 이상 하락한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주택가격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00년대 부동산 투기버블을 주도했던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 하락폭은 대부분 지역에서 최소 2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도표1>을 보면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대출 가운데 수도권 비중은 75% 전후로 전국 대출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전체 아파트 거래량 가운데 전용면적 60㎡ 이상 중대형 아파트의 비중이 약 60% 전후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중은행의 자산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은 60%, 저축은행은 80% 선으로 정해져 있다. 물론 일부 지역의 경우 LTV 비율을 사실상 초과해 대출이 이뤄진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계 입장에서는 전세를 끼고 대출까지 잔뜩 빌려 집을 샀던 경우도 적지 않았음 은 이미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경기도 판교신도시 아파트 매매 실태 분석을 통해 설명한 바 있다.

 

 

<도표1> 수도권 주택대출 및 아파트 거래 현황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따라서 이미 현재가격 수준에서도 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채권 중 상당수는 부실화되는 초기 국면에 들어가 있다. 특히 저축은행의 주택대출은 대부분 시중은행의 주택대출보다 후순위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주택가격이 실거래가로 하반기에 추가로 10~20%만 더 떨어져도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가파르게 올라가게 될 것이다. 특히 저축은행들은 2006년 이후 주택대출 영업에 더욱 열을 올렸는데, 2006년 이후 이뤄진 주택대출채권 31조원의 상당 부분이 부실화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중은행이라고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다. 물론 미국 서브프라임론사태 때처럼 담보가치의 90%를 넘어서는 주택대출이 이뤄지지 않았고, 주택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파생상품 판매가 광범위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처럼 급격한 금융시스템 붕괴까지 일어나지 않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LTV 비율 60% 이하로 안전망을 쳤다고는 하나 일반가계 입장에서 보면 전세액이나 제2금융권 등의 추가 대출을 포함해 자산가치 대비 80~90% 가량 이상의 레버리지를 동원해 주택 투기를 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런 경우 대출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하면 결국 이자를 연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정부가 나서서 주택가격의 자연스러운 조정을 지연시켜 주택거래 침체가 장기화되면 지금처럼 주택 손절매를 통한 부채 청산도 어려워져 결국 살던 집을 경매에 넘겨야 하는 경우도 속출하게 된다. 이 경우 시중은행이 대출원본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은 상당히 커진다. 이미 지금도 수도권 곳곳에서 경매를 통해 금융기관이 대출원본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들 때문에 시중은행의 실질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주택가격 급락과 이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에 따라 부실채권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주택은 얼마나 될까. 국토해양부가 운영하는 온나라부동산포털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2010 3월까지 182만 건이 넘는다. 또 같은 기간 전국 거래량은 407만 건에 육박한다. 물론 이들 거래량에는 양도나 신탁 등도 포함돼 있어 실제 매매 거래량은 전체 거래량의 70% 전후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를 전제로 하면 2006년 이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수도권에서만 127.4만 건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2006년 이후 이뤄진 수도권 매매 거래량의 약 80% 2010 5월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매매 시점의 가격보다 하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집값이 매매 시점 가격보다 낮아진 거래량은 수도권에서 대략 101.9만 건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동안 전국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대출 총액은 약 227.4조원에서 333.4조원으로 106조원 가량 늘어났다. 이중 75% 가량이 수도권 주택대출이므로 약 79.5조원 가량이 수도권 주택대출 증가액이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주택가격 하락과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에 따라 1차적으로 부실화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되면 금융권에 충격이 없을 것으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더구나 사실상 부실채권은 수면 아래에서 이미 급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수도권 상당수 지역에서는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계들이 늘고 있지만, 원리금 대출의 만기를 연장해주면서 대출자산 부실을 은폐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결국에는 어느 순간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 왜 그런지를 <도표2>를 참고로 살펴보자.

 

우선, 가계대출 대비 주택대출의 평균 비율을 바탕으로 전국 주택대출 추이를 추정해보면, 주택담보대출은 2000 1분기의 71.5조원에서 2009 4분기에 328.8조원으로 10년 동안 260.2조원 가량 늘어났고, 2005년부터 2009년 말까지 5년 동안에는 약 125.7조원 증가했다. 주택대출은 평균 3년 가량의 거치기간 이후 원리금 분할 상환을 하는 구조여서 2005년부터 이루어진 주택대출은 2008년부터 거치기간 만료 시점이 도래했었다. 하지만 경제위기에 따른 정부 조치와 시중은행들의 협력(?)으로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 만기를 계속 연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환 만기를 언제까지 연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도표2> 주택담보대출 추이 및 주택대출 만기 도래액 추정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가계대출 거치기간 연장에 따른 주택대출의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을 평균 연장률 93%를 적용해 추정해 보면 우선, 현재 수준의 분기별 주택대출이 지속된다는 가정(business as usual. BAU)하에 2015년 말에는 분기당 39.8조원의 주택대출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이 발생하게 된다. 둘째, 주택대출 증가액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가정할 경우에도 2015년에는 최소 29.8조원의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이 발생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도 2012년경에는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이 분기당 2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돼 자산가격이 하락할 경우 금융기관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정부의 정책 대응과 대출 구조의 변화 등이 일어날 경우 다소 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주택대출 만기 상환 연장을 무한정 지속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금융기관이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이 한꺼번에 몰려 대출만기를 더 이상 연장해주기 어렵게 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을 이기지 못하는 가계가 속출해 엄청난 주택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때까지 억지로 버티다가는 부동산 버블 붕괴의 충격이 더욱 커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문제는 가계대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120조원 규모의 PF대출 상당 부분이 부실화될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더 큰 문제는 2005년 이후 급증한 중소기업 대출이라고 할 수 있다. 예금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추이를 보면 2004년과 2005년까지 증가세가 크지 않았으나 주택가격 폭등 끝 무렵인 2006 45조원이 늘어난 데 이어 2007 68조원, 2008 55조원, 2009 48조원 가량 늘어났다. 부동산 고점기인 2006년부터 4년 동안 216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물론 이들 중소기업 대출의 대부분은 시설자금이나 운영자금 등의 명목으로 이뤄졌지만 상당 부분이 주택시장이나 공장 부지 등 토지로 흘러 들어간 부동산 담보대출이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로 한 대형 회계법인의 중견 회계사는 중소기업들의 회계장부를 보면 대출 자금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투자 자금으로 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감만 잡고 있을 뿐 그 같은 대출 자금들이 얼마나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갔는지, 얼마나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주택뿐만 아니라 산업단지의 공장부지 가격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2006년 이후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이뤄진 대출 가운데 상당 부분도 부실화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 2000년대 내내 무분별하게 외형확대 경쟁을 벌여온 금융권이 가계와 중소기업을 제물로 삼아 부동산 버블을 부추겨온 극단적인 도덕적 해이가 초래한 사태인 셈이다. 하지만 가계든 기업이든 금융기관이든 조금이라도 부담이 적을 때 부동산 버블을 걷어내는 것이 현명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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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7. 28. 0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