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사법의 이중잣대가 있는 것처럼 경쟁의 이중구조가 있습니다. 사회경제적 강자들은 독과점과 담합을 통해 경쟁을 회피하면서도 약자들에게는 피눈물나는 경쟁을 하게 합니다. 강자들의 경쟁은 촉진하고 약자들의 경쟁 부담은 줄이는 게 한국사회의 과제.

 

예를 들면, 자동차 통신 건설 유통 등에서 재벌기업들은 대부분 사실상 독과점과 담합, 불공정 경쟁을 일상화하면서도 자신들에게 부품을 조달하는 하도급 업체에는 생사를 건 납품단가 인하 경쟁을 벌이게 하고 불공정거래를 요구합니다.

 

그 결과 경제적 강자들은 공정한 시장경쟁 상태에서보다 늘 많이 가져가는데, 그 몫은 결국 자신들의 하도급 업체와 같은 ''과 일반 소비자인 국민들입니다. 소비자 잉여로 올 것이 재벌의 초과 이윤으로 가는 것입니다.

 

기업의 영역뿐만 아닙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대학들, 특히 명문 사립대들은 자신들의 서열구조 안에서 사실상 경쟁의 무풍지대에서 세계 최고의 등록금 장사를 하면서도 일반 가계와 학생들은 생사를 건 경쟁을 하게 합니다.

 

또한 공교육을 부실하게 만든 채 사교육을 최대한 팽창시켜 '학비 판돈'을 많이 댈 수 있는 부자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명문대 진학 경쟁에서 '승자 독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듭니다. 마치 판돈 많은 사람이 포커판에서 많이 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사회는 이처럼 비열한 경쟁의 이중구조를 깨고 공정한 경쟁 게임의 룰을 확립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야 한국사회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강자들에게는 더 많은 경쟁을, 약자들에게는 경쟁 완화를!

 

이처럼 공정한 게임의 룰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데, 지금의 공정위는 여전히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광범위한 부정부패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숙정하는 사법시스템도 갖춰야 하는데, 일부 재벌은 치외법권입니다.

 

공정한 게임의 룰만 제대로 적용하면 모든 것은 아니어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조중동의 무가지 뿌리기와 경품 판촉은 명백히 공정거래를 위반하는 사항으로 이만 막아도 그들의 지위는 한층 약화될 것입니다.

 

예산 낭비도 엄청나게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4대강 사업에도 적용된 턴키입찰 방식은 상위 6, 내지 10개 재벌 건설업체들이 가격 담합을 공공연히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60원에 할 수 있는 공사를 95, 98원에 수주받아 폭리를 취하죠

 

턴키담합을 통해 재벌 건설업체들이 취하는 폭리는 세금으로 불필요하게 퍼주는 격. 턴키담합을 막고 공정경쟁만 하게 해도 막대한 예산을 아낄 수 있습니다. 제가 서울시에 있으면서 지하철 9호선 2단계 공사의 담합을 분쇄해 약 1000억을 아꼈습니다.

 

반면 우리 아이들에게 불필요하게 생사를 건 듯한 시험성적 경쟁을 치르는 구조는 바꿔야 합니다. 입만 열면 '인재가 자원이라는 나라'에서 교육재정은 형편 없는 수준입니다. 공교육 예산을 지금의 두 배 이상 늘려서 공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렇게 공교육을 강화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국공립대 등록금은 거의 무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고 아이들의 인성과 창의성을 마음껏 키울 수 있습니다

 

짧게 쓰려던 글이 길어졌네요. 사실 향후 1,2년 안에 쓰려고 하는 책의 주제라서 많이 고민하고 있는 영역이라 한 번 쓰면 이렇게 줄줄줄 나와버립니다. 죄송^^; 결론은 반칙하는 강자들에게는 더 많은 경쟁을, 약자들에게는 공정한 경쟁 출반선과 기회를!

 

http://unsoundsociety.tistory.com/entry/winner-take-all "정책으로 사교육 부추긴 뒤 세금들여 사교육 줄인다?" 예전에 쓴 글인데, 왜 한국의 사교육 경쟁이 포커판인지를 설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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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7. 19. 08:50

지난해 10월 이후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시장이 동시에 침체로 접어든 데 이어 최근으로 올수록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대세 상승’을 부르짖던 상당수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들이나 언론들도 이제는 이구동성으로 주택시장 위기를 합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언론에는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기사들이 자주 나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대세상승’을 부르짖다가 올 초에는 ‘상저하고’라며 하반기에는 집값이 뛴다고 하던 사람들조차 이제는 하반기까지 내리 침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올해 하반기가 기회”라고 선동하는 이들도 있고, 꼭 올해가 아니어도 내년쯤에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사람들이 많으니 아직은 필자의 역할이 조금은 남아 있는 것 같다. 독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 이번 글에서는 향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해보기로 하자.  
 
우선 향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작업은 현재 주택시장이 어떤 국면에 와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보통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은 보통 10~20년 정도의 장기 사이클을 그린다. 대략적으로는 부동산시장의 주기가 약 18년 정도로 수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주택시장 사이클의 흐름으로 볼 때 수도권 주택시장 상황은 여전히 부동산 버블 붕괴의 초기 국면에 놓여 있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서울 한강이남 11개 구의 아파트 실질가격 추이를 나타낸 <도표 1>을 보자. 많은 이들이 집값을 생각할 때 명목가격 추이만 생각한다. 그래서 집값은 늘 오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물가수준을 반영한 실질가격 지수 추이를 살펴보면 사정은 사뭇 달라 보인다.
    

<도표 1> 서울 강남 11개구 아파트 실질가격 추이. 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국민은행이 주택 가격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6년 이후 한국은 크게 두 차례의 부동산 버블기를 겪었다. <도표 1>을 보면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1987~1991년 5월) → 하강(1991년 6월~1998년 11월) → 상승(1998년 12월~2006년 말) → 하강(2007년 초~ 최근)의 파동을 그리고 있다. 즉, 부동산 버블과 버블 붕괴가 반복되는 것이다. 특히 2009년 상반기에 집값이 국지적으로 반등했다고는 하나, 주택 가격의 장기 파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2차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는 초기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약한 흐름일 뿐이었다.

 

그런데 국민은행 주택가격 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호가 위주 지수다. 집값이 오를 때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만, 집값이 내릴 때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흐름을 보면 이미 대세 하락 흐름에 들어 있음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우리 연구소는 호가가 아닌 국토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수도권 수천 개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가격패턴을 산출해 보았다. 그 결과는 아래 <도표2>와 같다. 이를 보면 호가와 실거래가의 갭이 상당함을 확인할 수 있다.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2006년 말에서 2007초의 고점대비 서울 강남3구의 경우 이미 11.6%, 수도권 도시의 경우 25~30% 가량 떨어진 상태다.  명목가격으로 이만큼 하락했는데, 위에서 본 실질가격으로 환산하면 훨씬 더 많이 떨어진 셈이 된다. 2006년 이후 국내 누적 물가상승률은 약 15%에 이른다. 따라서 아파트 실질 가격으로는 강남 3구의 경우 26.6%, 수도권 도시들의 경우 40~45% 가량 떨어진 셈이 된다.

 

                          

 <도표 2>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 추이 비교.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도표2>의 실거래가 패턴 추이는 올 4월 초까지 신고된 아파트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미 석 달 가량 지난 현재 시점에서는 하락폭이 이보다 훨씬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는 주택 가격 못지않게 중요한 통계인 거래량 지표를 살펴보자.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이후부터 집계됐으므로 그 이전의 거래량은 그동안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1996년 이후 아파트 거래량 추이를 자체적으로 추정해보았다. <도표 3>은 가계부채와 아파트 거래량의 상관관계 함수를 이용해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증감에다 주택 가격 수준을 감안해 아파트 거래량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작성한 것이다.

 

<도표 3>에서 2006년 이전 부분은 바로 이렇게 도출한 추정에 의한 거래량 추이다. 거래량 지표를 보면 1차 폭등기 때는 전국적으로 집값이 뛰면서 전국 아파트 거래가 활발했다. 2차 폭등기 때는 수도권에서만 집값이 뛰었고 이미 집값이 많이 뛴 상황이어서 거래량이 1차 폭등기 때보다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06년 하반기의 거래량은 1차 폭등기 때를 능가하는 것으로 이때 가격과 거래량이 단기간에 폭증했음을 알 수 있다.


 

    
<도표 3> 전국 아파트 거래량 및 가격 추이 (1996.1Q~2010.1Q).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2차 폭등기 이후인 2007년부터는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국토해양부 실거래가가 점진적으로 하락했다. 2003년 하반기부터 2004년까지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집값이 일정하게 떨어졌는데(국민은행 가격지수로는 소폭의 조정기로 나오지만 당시 실거래가가 집계됐다면 상당폭 떨어져서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 아파트 거래량은 2003년 1분기부터 급감했다. 거래 침체가 지속되면서 빚을 지고 산 사람들이 몇 분기 후부터 초조한 마음에 집값을 낮춰 내놓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런 현상은 2006년 폭등기 이후 거래량 감소에 따른 집값 하락이 2007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것과도 마찬가지다.

 

이로 미뤄볼 때 거래량 감소가 집값 하락에 1~3분기가량 선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어떨까? 2008년 말 집값 급락 후 집값이 죽 빠지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부동산에 사활을 건 현 정부는 막대한 부동산 투기 선동책을 동원해 억지로 집값을 떠받쳤다. 그렇게 해서 늘어난 거래량이 1·2차 폭등기보다 매우 미미한 수준임을 도표를 보면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 거래량 침체가 2분기 이상 지속된다면 가격은 가파르게 급락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것은 그 전초전이라고 보면 된다. 이것이 여전히 전초전에 가깝다는 사실은 아래 <도표4>에서 일본과 미국 부동산 가격과 거래량 추이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거래 침체와 가격 하락이 동반되면서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 올랐던 기간에 못지않은 장기간의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도표 4> 일본과 미국의 부동산 거래량 및 가격 추이.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런 가운데 7월 9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출구전략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조차도 “경기 본격회복을 알리는 신호이기 때문에 주택 가격은 오른다”고 선동하지만, 현재 경제와 주택시장의 구체적 맥락을 이해한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무식한 발언이다.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은 가계부문에서만 340조원의 가계 부채를 쌓아올려서 만든 악성 거품이다. 가계 부채 위에 쌓아올려진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취한 조치가 사상 최저금리를 16개월 동안 유지하는 것이었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와 경기 부양을 위한 유동성이 급증한 상태에서도 주택 가격은 이미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면 주택 가격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진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강부자 정권’조차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부동산 버블의 붕괴 압력은 그만큼 큰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미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고 한다. 부실채권을 털기 위해 대규모 상각과 매각을 단행했는데도 가파른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부동산 거품을 호가로 아무리 떠받치려 해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실제 거래가격이다. 이미 수도권 주요 도시에서 고점 대비 20~30%씩 집값 떨어진 곳이 수두룩하고 빚 부담을 버티지 못하는 가계들부터 무너지면서 은행 연체율도 급등하게 되는 것이다.

 

가계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동안 부동산 붐에 편승해 무리하게 사업을 펼쳐온 건설업계의 줄도산 위기로 번지고 있다. 120조원이 넘는 PF대출을 고리로 금융권의 부실 채권은 더욱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저축은행의 경우에는 PF대출 부실이 심각해져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에 다시 나섰다. 우리은행을 시발로 해서 시중은행에서도 PF대출 부실 여파가 불거지고 있다. 더구나 저축은행의 경우에는 2006년 이후 발생한 주택대출 31조원 가량 역시 부실화될 위험에 바로 노출돼 있다.

 

더구나 지금 언론에서 제대로 거론되지 않고 있지만,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도 시설운영자금 등의 명목으로 빚을 내 2005년 이후 부동산에 투자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중소기업 대출은 445조원에 이른다. 특히 2006년 이후 4년 동안에 발생한 대출만 216조원에 이른다. 관련 세부통계가 없어 정확한 실상 파악은 어렵지만, 이 가운데 적지 않은 대출이 부동산관련 대출로 추정되고 있다. 그 근거로 중소기업의 자금수요가 경기변동에 연동하기보다는 부동산시황에 연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사실 이들 기업에 대한 부동산 대출은 이미 2008년 말부터 부실해지고 있었지만, 금융기관들이 추가 대출을 일으켜 연체를 막아주고 있었다. 그 가운데 수면 아래에서 부실 채권이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 부실 채권들을 미루고 감추기에는 한계에 이르렀다.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는 그 같은 부실들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주택시장에서 본격적인 충격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구나 2012년 이후로는 인구 감소와 2기 신도시의 입주물량 대량 공급으로 이미 가라앉고 있는 주택시장을 짓누를 가능성이 높다. 2010년대 한국의 주택시장은 저출산·고령화의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급격히 진행되는 만큼 그 충격 또한 어느 나라보다 깊고 클 것이다.

 

그런데도 근시안적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정부와 정치권은 그에 대한 전략적 대비가 부실한 상태다. 오히려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빼기보다는 ‘부동산 연착륙’이라는 명목 아래 오히려  건설업체의 정상적 시장 퇴출을 지연시키고 부실 은폐를 방조하고 가계 부채 증가를 부추겼다. 단기적 충격을 줄이겠다는 욕심으로 주택시장의 가격 조정을 지연시키면 시킬수록 부동산 거품 붕괴의 에너지는 커지고, 주택시장의 침체는 길어질 뿐이다.

 

보통 10~20년 정도의 장기파동을 그리는 주택시장의 사이클은 주식시장처럼 짧지 않다.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이 심하고 오랜 기간 지속됐던 만큼 거품 해소 기간도 그만큼 심하고 오래 지속될 것이다. 그것이 순리다. 그런 주택시장 사이클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겨우 머리에서 어깨 정도로 내려온 수준이다. 일시적 기복은 있겠지만 집값은 아직도 장시간에 걸쳐 발바닥까지 내려갈 일이 남아 있다. 따라서 ‘집값이 싼 지금이 집을 살 타이밍’이라며 역발상을 주문하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의 역발상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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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7. 15. 09:02

지난해 10월 이후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시장이 동시에 침체로 접어든 데 이어 최근으로 올수록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집값이 바닥을 쳤다’‘이제는 대세 상승이다’라고 주장했던 많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연초에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되자 ‘상저하고’라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는 또 다시 온갖 궤변과 요설을 동원하고 있다. ‘대세상승은 끝났다. 하지만 폭락은 없다’ ‘그래도 오를 곳은 오른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고 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주택시장이 침체인 지금이 집을 사야 할 타이밍”이라며 뼈 속까지 선동꾼 기질이 다분한 사람들도 여전히 있다.


왜 이른바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부동산 투기 선동가)’라는 사람들과 상당수 부동산 담당 기자들은 틀린 것으로 드러난 주장들을 계속 되풀이하고 있을까? 여러 가지 설명이 있을 수 있는데, 이 가운데 다섯 가지만 살펴보자. 물론 이 다섯가지는 각기 따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돼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을 유념하자.

 


1. 이해관계:

필자가 여러 차례 설명했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이해관계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들이나 언론사들이나 아파트 분양광고가 가져다주는 매출 비중이 너무나 크다. 신문사의 경우 사주가 부동산 재벌인 곳이 많다. 부동산 정보업체나 컨설팅업체 관계자들은 기본적으로 부동산시장이 죽으면 밥 벌어먹기가 어렵다. 이들은 “재테크는 기본적으로 오른다고 해야 장사가 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닌다.


기업체 차원의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기자 개개인이 강력한 이해관계를 가진 경우도 많다. 기자들 사이에 건설업체들의 상시적인 접대를 당연시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지만 스스로 투기를 한 경우도 많다. 필자가 아는 A신문의 재테크 팀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기존에 집을 갖고 있으면서 강남 재건축을 한 채 더 살까 타진하고 있었다. 필자가 아는 B신문의 산업부 데스크는 빚을 잔뜩 지고 수 년 전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올인’한 상태였다. 또 경제지인 C신문의 부동산 담당 기자는 강북에 살면서 강남 재건축에 빚을 내 투자한 경우인데, 이 기자는 ‘다른 곳은 몰라도 강남3구는 안 떨어진다’는 이른바 강남불패론을 여러 차례 기사화했다. 그의 ‘희망사항’이 기사에 반영되지 않을까? 그는 아마도 자신의 희망사항을 합리화해주는 이른바 ‘부동산 전문가’들을 열심히 찾아다닐 것이다.


2. 집단사고(group think):

부동산 정보업체 사람들은 이해관계에 노출되다 보니 자연스레 주된 의견은 항상 ‘집값은 오른다’로 귀결된다. 이 같은 의견이 업계에서 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견은 줄어들고, 전반적으로 의견들이 한 방향으로 동화된다. 이른바 한 집단 안에서 이견을 배제하고 다수의 의견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3. 인지부조화:

널리 알려진 대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기존 인식과 다른 상황이 발생할 때 인식을 바꾸기보다는 기존 인식을 바뀐 상황에 맞춰 자위적으로 합리화하거나 맹신하게 된다. 지난해까지 ‘대세상승’을 부르짖던 사람들이 올 들어 주택시장이 계속 가라앉자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정책이나 DTI규제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 현상으로 자위하거나, “지난해 주택시장이 경기 회복세를 선반영한 때문”이라고 합리화하는 것이 이런 식의 반응이다. 또한 대세하락 흐름 속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오를 곳은 오른다’는 식의 일견 그럴듯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하나마나한 주장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4. 현상 추종적 설명:

<탐욕과 공포의 게임>(지식노마드)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S증권 리서치센터가 삼성전자에 대해 목표주가를 내릴 때는 가상의 투자자가 주식을 사고, 목표주가를 올릴 때는 주식을 파는 ‘청개구리 투자’를 한다고 치자. 그 결과 2년 동안 S증권이 권하는 대로 투자하면 본전치기 수준이었지만, 청개구리 투자는 23%의 수익을 본 것으로 나왔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전문가들의 예상 방식은 주가를 예로 들자면, 최근까지 올랐으면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예상하고 내렸으면 앞으로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추세추종 또는 모멘텀 올라타기”라고 말이다. 지금 언론에서 나오는 보도나 소위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전망은 이처럼 사실 눈앞의 현상만 보고 추세 추종을 하는 것에 가깝다. 


잠깐만 생각해봐도 2008년 말에는 “향후 한동안은 부동산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외치던 사람들이 2009년 하반기가 되자 대부분 ‘대세 상승’을 외쳤다. 그리고 올 초에는 ‘상저하고’라고 하더니 이제는 하반기에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잘 생각해보면 이들의 전망은 전망이 아니라 현상 추종이고, 후행적인 설명일 뿐이다. 더구나 이들은 주택시장과 이를 둘러싼 경제의 구조적 흐름을 모르다 보니 더더욱 현상 추종적 성향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거꾸로 뒤늦게나마 부동산 버블에 대해 경고하는 사람들이 경제학자인 이유도 그나마 이들이 경제의 구조적 흐름을 상대적으로 더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5.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에 대한 과신: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과 이들의 확성기 노릇을 하는 부동산 기자들은 전체로서 일반인들의 판단과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이 '물건'을 찍어주면 많은 이들이 앞다퉈 투자했고, 그 결과 실제로 집값이 상승했다. 그렇게 투자해 재미를 본 사람들이 2000년대 초중반에 속출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자신들의 전망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 같은 경험이 외환위기 직후부터 해서 근 10년 가까이 지속됐으니 그 같은 자기 예언에 대한 과신이 오죽하겠는가. 이들이 주택시장과 주택시장을 둘러싼 구조적 흐름을 보기보다는 ‘주택시장은 심리’라느니 ‘낙관적으로 봐야 주택투자에 성공한다’느니 하는 얘기를 괜히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눈에는 정말 (낙관적인) 심리가 그동안 주택시장을 움직여 온 것처럼 생각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부동산 대세상승기에나 통하던 얘기다. 주택시장이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가면 더 이상 그런 것은 먹히지 않는다. 그런데 아직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들도 이제 자신들의 예언이 과거처럼 먹히지 않으니 당황해서인지 이제는 ‘평정심을 가지라’는 등 선문답을 늘어놓고 있다. 가장 속물적인 이들이 선계에서 이슬을 먹고사는 도인들이나 할 법한 얘기들을 늘어놓고 있으니 웃음이 빵 터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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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7. 14. 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