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가 지난해 <위험한 경제학> 출간 이후 1년여만에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잘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기들 멋대로 돈을 쓰는 행태를 비판한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두 권으로 나눠 내는 책의 첫 번째 책입니다. 특히 최근 의무급식 지원 논란과 예산안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내가 낸 세금 제대로 쓰이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드시는 분들께서는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책 내용에 대한 소개를 겸해 이 책의 머리말을 공개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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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책은 필자가 기자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가졌던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기획을 한 때부터 따져도 5년 가량 지났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더 급한 일이 계속 불거지면서 이 책을 쓰는 시기는 계속 늦춰졌습니다.
특히 부동산 문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한국 사회경제구조의 핵심인 부동산 문제가 계속 악화돼 일반 가계의 고통은 가중되는 반면 정부 정책은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성 보도도 난무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문제에 계속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됐고, 많은 글도 쏟아냈습니다. 그 결과 필자는 전혀 좋아하지 않지만 ‘부동산 전문가’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습니다. 필자가 원튼 원지 않든 대중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으니 굳이 현실을 부인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원해서 한 일이고, 또 대중의 요구가 있었다 하더라도 부동산 문제에 관해 필자의 의견은 충분히 피력했습니다. 물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집값 바닥론’을 선동하는 성급한 언론보도들이 난무하지만, 이제는 과거처럼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이 뭐라 선동한다 한들 국내 부동산 시장이 갈 방향은 길게 보면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제 많은 이들이 과거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엄혹한 부동산 시장의 현실이 만들어낸 변화인 셈입니다.
그 같은 상황 변화로 인해 필자가 그동안 미뤄뒀던 이 책의 집필에 착수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에 관한 책입니다. 대한민국의 중산층이라면 평생 5억원 가까운 세금을 내게 됩니다. 실로 엄청난 돈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세금은 ‘공돈’이자 ‘눈먼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가 세금을 걷고 사용해온 행태를 보면 과히 틀린 것도 아닙니다. 당장 현 정부가 사활을 걸다시피 한 4대강사업이 그렇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정부가 퍼주기로 작정한 사업에서 한 몫 못 챙기면 바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실제 4대강 사업에 들어가는 돈은 절반뿐이고 나머지는 줄줄 새는 돈”이라고까지 얘기합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필자는 세금은 우리가 함께 쓰는 공공자금이자, 우리가 가진 ‘제 2의 소득’이라고 감히 말합니다. 이 책은 정부가 얼마나 불공평하게 이 돈을 우리 호주머니에서 거둬 가는지, 그리고 그렇게 거둔 돈을 얼마나 멋대로 쓰는지, 그 비밀을 누설합니다. 그리고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제대로 내지도 않으면서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동창회비를 자신들 좋은 일에만 흥청망청 써대는 특권층 무임승차자들(free-riders)의 정체와 행태를 고발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노라면 아마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세금이 아깝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부글부글 화가 치밀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집단적인 조세저항운동을 선동하려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세금이 걷히고 쓰이는 내밀한 비밀을 앎으로써 납세자로서, ‘제2소득’의 주인으로서 우리가 좀 더 공평하게 세금을 내고, 그렇게 낸 세금이 우리의 삶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집단적 노력을 기울이자고 당부하는 책입니다.
또한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필자의 책이 재테크 책이 아니듯이 이 책 또한 세테크에 관한 책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딱딱한 조세론이나 재정학 교과서도 아닙니다. 이 책을 통해 필자는 세금을 둘러싼 한국 사회와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과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주려 애썼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많은 이들이 한국의 현실과 향후 진로에 대해 한 차원 높은 인식과 시야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독자들에게는 송구스럽지만, 이 책 또한 ‘위험한 경제학’처럼 두 권으로 묶여 나오게 됩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두 번째 권이 덜 읽힌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저자 입장에서는 2권에 담은 내용이 1권보다 결코 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최대한 한 권으로 압축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몇 해를 묵혀왔던 책이다 보니 그동안 발효된 생각의 건더기들을 두 권에 모두 욱여넣는 것만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가급적 2권까지 꼭 함께 읽어달라고 독자제현께 염치없는 부탁을 드리는 것입니다.
이 책은 필자가 부동산이라는 주제를 벗어나 처음 쓰는 책입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정부 시스템 개혁, 불공정한 경쟁의 이중구조 등 아직도 써나가야 할 책의 목록은 쌓여 있습니다. 그 목록들이 매일 필자의 머리와 마음을 고문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10년 정도는 꾸준히 써나가야 그 고문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작업을 해가는 과정에서 필자는 이해관계를 멀리하고 최대한 양심적이고 독립적인 자세로 현상의 이면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 같은 각오의 징표로서 미국의 저명한 독립 저널리스트인 I. F. 스톤의 글을 다시 한 번 인용합니다.
“억압받는 자들에게 약간의 위안이라도 주기 위해, 내가 직접 본 그대로의 진실을 쓰기 위해, 나 자신의 무능력에 의한 한계를 빼놓고는 그 밖의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의 충동을 빼놓고는 그 어떤 주인도 따르지 않을 자유를 누리기 위해, 진정한 언론인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나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그리고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이 밖에 바랄 것이 또 뭐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