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분기말 기준으로 가계부채가 1021조원을 기록해 가계부채1000조원 시대에 진입했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대다수 국가들이 공공부채는 늘리더라도 가계부채는 줄여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은 같은 기간 가계부채와 공공부채를 동시에 늘리는 위험천만한 역주행을 지속해왔다.
박근혜대통령이 담화문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해소가 아니라 관리라고 표현했다. 가계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뜻이 없음을 나타낸다고 본다)하겠다고 했고, 정부는 이틀 후 '가계부채 구조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문제는 ‘빚 내서 집 사라’는 식의 대책으로 일관하는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 등을 고려하면 가계부채 관리나 실질적 축소 자체도 거의 불가능하며 오히려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2012년 말부터 어느 정도 증가 속도가 둔화되던 가계부채가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을 배경으로 지난해 다시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런 부동산 부양책 기조를 지속하면서 가계부채를 관리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왜 그럴까?
정부 부동산 부양책에 따라 주택거래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면 <그림1>에서 보는 것처럼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도 연동해서 늘어난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이든 가계신용이든 정부 부양책 효과로 주택거래가 집중되는 시기(예를 들어, 취득세 감면이나 양도세 면제 혜택 기간이 종료된 시기인 2011년 말, 2012년 말, 2013년 2분기와 2013년 말 등)에 급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현재의 부동산 시장 침체는 집을 살 수 있는 실수요자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 집을 사지 않기 때문”이라는 정부나 부동산업계의 주장은 근거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소득 여력이 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빚을 내서 살 사람들도 거의 다 집을 산 상태여서 추가로 거액의 빚을 내지 않고서는 집을 살 수 없는 것이다.
<그림1>
주) 한국은행 및 온나라부동산 통합포털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또 분기별로 가계신용이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을 전국 주택거래량으로 나눠보면 (편의상 주택거래건당 대출액이라고 하자) <그림1>의 맨 아래 그래프처럼 정부 부양책 등으로 주택 거래가 급증할 때 주택거래건당 대출액도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는 집을 살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무리하게 주택 매입에 나서는 과정에서 주택거래량이 늘 뿐만 아니라 평균적인 대출 규모도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정부 부양책에 따라 일시적인 반등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지속적인 거래 증가나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지금의 '집값 바닥론'에 속으면 안 되는 이유다. 또한 박근혜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자신들이 추진해온 부동산 부양책 기조 때문에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폭탄 돌리기’ 국면을 장기화시키기 때문에 길게 보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결국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충격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는 감내하고 국민경제 전체 입장에서 멀리 내다보고 정공법(필자가 말하는 firm landing 전략)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 즉, 1)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을 중단하고 더 이상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 2) LTV, DTI 등 주택 대출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을 제거해야 한다. 3) 대대적인 공공차원의 가계 재무컨설팅과 채무 재조정을 실시해야 한다. 4) 건설업계에 대한 강력한 시장청소(market cleansing)를 진행하고 개발공기업들의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5) 위기관리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정부 재정지원의 초점을 저소득층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 이 같은 가계부채 대책이야말로 추가적인 잠재 하우스푸어 양산을 막고 가계부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면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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