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KBS사측에서 지난 7월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와 아나운서 60여명에 대한 대대적인 징계를 단행했다고 한다. 20여 년 전에 보았던 풍경을 다시 보고 있자니 전직 언론인으로서 서글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런데 지금 KBS의 후배들을 징계한 50~60대 간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KBS 사원행동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던 최경영 기자가 자신의 책 <9 거짓말>에서 증언한 내용이 있다. 참고로, 최기자는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6회 수상해 기자로서 성실성과 능력을 인정받은 기자이고, KBS의 탐사보도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기자로 알려져 있다. 이제는 점점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지만 말이다.

 

최기자는 우선 ‘국익’이나 ‘중립’ 또는 ‘객관’이라는 미명 아래 언론이 어떻게 사회경제적 강자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공고히 하는 지를 분석한다.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하면 그 실체가 설령 ‘대운하’라고 할지라도 언론은 이를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부릅니다. 정부가 자신들을 ‘실용정부’라고 칭하면 설명 그 본질이 ‘권위주의적 기득권 옹호집단’에 가깝더라도 언론은 그저 ‘실용정부’라고 표기합니다. 한국의 주류 언론에서 재벌이라는 말 대신 대기업이라는 단어가 쓰이게 된 것도 한국의 재벌이 그렇게 불리길 원했고 또 그 언론이 그 요구에 순응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왜 ‘대량해고’ 또는 ‘대량감원’ ‘대규모 실직’이라는 단어 대신 ‘구조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왜 ‘근로자, 노동자, 또는 직장인’이라는 용어들 가운데 파업할 때만 왜 ‘노동자’라는 표현을 써서 ‘좌경’과 ‘집단이기’를 덧칠하는 행태도 따끔하게 꼬집는다. 또한 극소수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들에게 부과되는 종부세에 대해 ‘세금 폭탄’이라고 표현한 기득권 신문들이 ‘서민경제파탄’이라고 매일 노래하던 기득권 신문들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훨씬 더 심각해진 상황에서도 입을 다무는 편파적 행태도 비판한다.

 

그러면 왜 언론들이 상식과 정도를 벗어나 기득권 위주의 보도를 지속하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최기자는 “그 책임의 대부분이 기자 생활을 30년 넘게 한 50대 중반 이상의 언론인들에게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최기자의 이 같은 주장은 주로 KBS 내부 사정을 특히 감안한 주장으로 여겨지지만, 대부분 언론에서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구시대적인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젊은 기자들을 질식시키고 있는 것은 필자가 다녔던 신문사에만 국한된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일부 군소 신문사에서는 기사를 광고와 ‘엿 바꿔 먹고’ 기자들에게 사실상 기사를 매개로 한 ‘광고 영업’을 주문하는데, 이런 신문사의 기자들이 무슨 사명의식과 프로페셔널리즘을 가질 수 있겠는가.

 

하지만 KBS 내부의 사정은 조금 더 다르고, 심한 것 같다. “한국은 ‘중견언론인’일수록, 도는 ‘중견언론인’이 돼갈수록 오히려 그 수준이 더 떨어집니다. (중략) 이분들은 초년병 시절에는 출입처에서 ‘받아쓰기’에 집중했고, 1990년대 중반 이후, 나이 마흔이 넘어서는 데스크나 부장으로 들어앉았습니다. 그래서 특히 정치나 경제적 현안을 독립적, 비판적으로 기획하고 취재해서 보도했던 경험이 일천합니다. (중략) 독립적 취재를 못하다 보니 정부가 기업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써서 보도하는 것이 이분들의 일상이었습니다.

 

이처럼 ‘받아쓰기 저널리즘’에 젖어 있다 보니 이들 중견 언론인들의 상당수는 90년대 후반 이후 등장하기 시작한 한국의 탐사보도나 PD저널리즘이 거꾸로 객관 보도가 아니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나 기업의 보도자료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보도물을 기획하는 것은 젊은 PD나 기자의 주관이 개입되어 있기에 방송용으로는 적당치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기자는 묻는다. “청와대나 삼성도, 시민도, 단지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자료의 신뢰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최기자는 따라서 “언론은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언론 본연의 역할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방송기자들은 이 언론의 본 역할을 거의 방기해왔다고 비판한다.

 

이들 중견언론인들에 대한 최기자의 비판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KBS MBC에는 현재의 50,60대 방송 언론인들이 1970~80년대 이후 어떤 보도를, 어떻게 해왔는지 증명하는 많은 자료 테이프들이 보관되어 있는데, 두 방송사 모두 이들 자료를 디지털화하는데 매우 미온적이라는 것. “그들이 진행했던 뉴스나 다큐멘터리가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매우 파렴치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최기자의 해석이다.

 

“과거, 정권의 ‘감시견’이기는커녕 ‘애완견’들이었던 이 50, 60대 방송인들이 우리 언론에 끼치는 가장 큰 악영향은 이분들의 과거가 아닙니다. 이렇게 허무맹랑하게 인생을 살아온 분들이 마치 자신들은 언론인으로서의 인생을 살아온 양 과거를 오도하는 현재의 작태입니다. 또 과거를 오도하기 위해 저널리즘의 기본 가치를 왜곡하고 이를 젊은 기자들에게 주입시키면서 발생하는 현장의 폐단들입니다.(중략) 꼿꼿한 딸깍발이 선비와 같은 언론인은 1970~80년대에 대부분 쫓겨나거나 스스로 직장을 떠났습니다. 이렇게 조직에 순응한 기자들이 언론사의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언론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과 다를 바 없게 됐습니다. 기자가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는 공무원이나 여당 정치인과 비슷한 사고를 하고 비슷한 언행을 하게 된 것입니다.

 

최기자는 중견 언론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과잉 상업주의’로 인해 한국 언론의 뉴스가 점점 ‘좁고, 얕고, 얇고, 시끄럽고, 편파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상업주의 언론이 판치는 곳에서 언론이 집중하는 것은 양질의 정보 제공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로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뉴스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120여초, 불과 8~9문장과 인터뷰 1,2개로 구성된 방송 리포트에서 여러분은 과연 무슨 정보를 얻습니까? 쓰는 사람도 내 기사에는 정말 정보가 없다고 여길 때가 많은데, 보는 사람이 그 속에서 무슨 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요? 신문은 방송 뉴스처럼 ‘팔릴 만한’ 동영상을 사용할 수 없으니 언어로 분탕질을 합니다. 격한 용어와 선정적인 편집으로 독자를 현혹합니다.

 

‘권력과 기업을 대변하는 언론’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이처럼 이해관계에 깊이 오염된 언론 보도로 인한 대중들의 피해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짚고 있다. 한국 언론기자들이 증시상황을 보도할 때 몇몇 애널리스트의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피상적 분석을 짜깁기한 뉴스를 통해 대중들 사이에서 ‘사실’로 굳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기자들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대중들 중에는 이런 식으로 기사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잘 모르는 분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최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값싼 뉴스’를 통해 대중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란 거의 없다며 한국 언론의 날탕식, 선동식 보도를 질타한다.

 

‘백인남성 교수’에게 약하고, 정치부나 경제부든 이른바 권력과 돈 있는 출입처를 선호하는 행태를 근거로 권력에 굴종하는 순치된 언론인들의 자화상을 비판한다. 특히 ‘비용을 절감하려는 언론사 사주의 이해관계와 쉽게 일하려는 기자들의 비()프로페셔널리즘이 제대로 맞아 떨어지는 지점’으로서 출입처 제도의 폐해를 지적한다. “많은 취재 시간, 인적 사원, 그리고 돈이 들지 않으면 권력을 감시하는 ‘비싼 뉴스’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사회의 기득권과 ‘등을 지는’ 행위에는 유무형의 압력도 뒤따릅니다.” 삼성X파일 사건을 비롯해 최근까지 한국 언론에서 권력을 감시하는 뉴스가 해당 출입처 기자들에게서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던 것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멍청하거나 사악한 언론인이 많을수록 대중은 점점 더 가난하고 불행해집니다. 그러나 그들이 지금 하는 짓을 스스로 멈출 거라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그들은 대중이 계속 그렇게 우매한 상태로 남아있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게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이익입니다.

 

최경영 기자와 같은 기자정신과 프로페셔널리즘을 겸비한 새 세대 기자들이 이국 땅에서 ‘반강제 연수’를 하지 않고 한국 언론의 주류가 되는 것, 그리고 그들과 함께 대중이 우매한 상태를 벗어난다면 한국 언론도, 이 나라도 조금은 더 밝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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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2. 18. 08:44

 

윤증현 장관이 15일 트위터 사용자들과의 간담회에서 "4대강 같은 데 투자하지 않고 복지 같은 데 재원을 다 써버리면 결국 남는 게 별로 없게 된다"는 식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더구나 “복지를 즐긴다”는 표현까지 써 매우 열악하기 짝이 없는 국내 복지 현실에 대해 매우 잘못되고도 천박한 인식을 여지 없이 드러냈다. 물론 그의 말대로 국가 재정이라는 것이 300조원이 넘는 막대한 규모이긴 하지만 분명히 예산제약이 있다. 따라서 한정된 재원 안에서 재원 배분의 우선순위에 따라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정확히 그런 이유 때문에 4대강 사업처럼 경제적 효과가 불투명한데도 다수 국민의 반대도 무시하고 막대한 돈을 들여 자연을 파괴하는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그렇게 재벌건설업체들 배 불려주는 데 터무니없이 돈을 탕진하는 예산이 그토록 중요해 결식 어린이 겨울방학 급식 지원 예산조차 깎아낸 것도 모자라 “복지를 즐긴다”고 표현하는가.


이미 한국정부는 2009년 이후 그 이전 10년보다 더 많은 400조원의 공공부채를 늘리는 한편 우리 아이들 배는 굶겨가면서까지 온갖 토건개발사업을 벌이느라고 여념이 없다. 한 마디로 그냥 개발사업을 벌여 건설업체들의 일감을 늘려주고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에 연연할 뿐 정작 목표로 하는 정책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안중에도 없다. ‘공급을 하면 수요는 생긴다’는 근거 없는 희망에 따라 개발계획을 내놓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사회기반시절이 턱없이 부족하던 개발연대 때나 통하던 방식이다. 개발연대 때에는 기본적인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하니 짓기만 하면 모두 수요가 생겨나고 그것이 성장 잠재력 확충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웬만한 사회기반시설은 대부분 들어섰다. 각종 콘크리트 사업에 투자해봤자, 성장 잠재력이 얼마나 확충되겠는가. 사람들이 이용하지도 않는 공항, 도로, 관광지를 만들어놓는다고 그게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도 온갖 개발사업에 예산을 탕진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가 자리잡은 경기도 고양시의 킨텍스나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다. 고양시 1년 전체 복지예산보다 많은 2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은 킨텍스는 가동률이 50%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도 행사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겨울에는 인공 눈썰매장을, 여름에는 간이 물놀이장을 만들어 운영한다. 그런데 기존에 있는 킨텍스를 제대로 활용도 못하면서 ‘세계 10대 국제전시행사’를 유치해야 한다며 지난 시장 임기 때 착공한 제2킨텍스를 짓고 있다. 1200억원을 들인 고양시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다. 2부 리그 축구팀이 경기하는 게 일 년에 고작 10여 차례에 몇 차례 시 차원의 행사가 열릴 뿐 그 큰 운동장이 늘 텅 비어있다. 하지만 잔디밭을 훼손한다며 시민들은 운동장 안에 제대로 발을 들여놓을 수도 없다. 고작 수십 억원의 예산을 들여 인근에 지어놓은 대화레포츠공원이 저녁마다 동네 주민들로 붐비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도대체 시민들에게 거의 아무런 혜택도 돌아오지 않고, 경제에 도움도 되지 않는 이런 막대한 개발사업을 누구를 위해 벌이는 것인가.


드러내놓고 벌이는 토건사업뿐만 아니다. 문화, 교육사업으로 포장된 토건사업들 또한 계속 진행되고 있다. 도서관 짓는데 1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정작 매년 도서 구입비 예산은 1억원 남짓이다. 그러니 도서관에 가도 제대로 볼만한 책은 늘 부족한 상태다. 마찬가지로 문예회관이나 공연장이라며 수백억원을 들이는데 정작 짓고 나면 질 낮은 문화공연 프로그램밖에 안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사업들을 어떻게 제대로 된 문화사업, 교육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윤증현 장관 말대로 정말 복지에 돈을 퍼주고 있어서 국민들이 복지를 여름에 파라솔 아래에서 선탠하듯 즐기고 있는 수준이라면 이해라도 한다. 하지만 한국의 열악한 복지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 본 사람들이 있다면 아마 가슴이 찢어지게 아플  것이다. 장애 때문에 생활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변도 처리하지 못하는 노인, 가만있던 집값이 재개발 붐에 4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라 자활대상자 지원에서 제외된 노인, 한 달 생활비 10만원 정도로 버티며 매일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는 사람 등등 우리 주변에는 단 돈 몇 만원이 아쉬운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이들에 대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쥐꼬리만한 1억~2억의 복지예산도 날아가기 일쑤다. 언제까지나 부동산 개발을 통해 한국경제가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중앙과 지방 정부 전체가 경쟁하듯 매년 수십 조원 씩 토건 예산을 탕진하면서도 당장 기초적인 사회복지 체계도 제대로 구축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이 누적되다 보니 한국의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공공소득이전 규모 및 계층간 소득 불평등 감소 효과가 OECD국가들 가운데 최하위로 나타나고 있다. 즉 한국은 계층간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OECD국가 중 가장 빈약하다는 것이다. 공공소득이전 정책이 빈약하다 보니 생계비보조 등을 통해 빈부격차를 나타나는 가장 기본지표인 지니계수 감소 효과도 0.011로 OECD국가들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OECD 전체의 평균적인 불평등 감소 효과가 0.078인 것에 비하면 7분의 1에 불과하다.


현실이 이런데도 아직 윤 장관 같은 현 정부 고위관료들과 현 정부 실세들부터 온갖 불요불급한 개발사업을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나중에야 어떻게 되더라도 뭘 만들고 짓는다 하면 생색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각종 지자체들에서 초호화청사 짓기와 초고층 빌딩 짓기 경쟁을 보고 있다. 정치권은 표 얻고 뒷돈 받을 수 있으니 좋고, 관료들은 눈에 안 보이는 복지 프로그램 돌리느니 생색나는 실적 만들어서 좋고, 건설업체들은 사업으로 돈 벌어서 좋다. 관변 학자나 연구소들은 용역 프로젝트 많아져서 좋고, 언론들은 건설업체들 광고 물량 많아져서 좋고, 주민들은 주변 집값 올라간다고 대환영이다. 이렇게 한국은 거대한 삽질패러다임에 빠져 소중한 세금을 탕진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지자체 역시 개발연대 시절의 토건사업 위주로 정책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토건사업 위주의 개발사업에 지나치게 많은 재정이 투입되면서 지식정보화와 첨단기술 개발, 교육 및 사회복지 등 소프트 부문에 대한 투자 여력을 소진시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윤증현 장관 말대로 예산 제약 아래서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면 가장 먼저 줄여야 하는 것인 바로 4대강 사업과 같은 토건사업이다. 4대강 사업 같은 시대착오적 토건사업에는 절대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왜 그런지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토건사업과 지식서비스업, 두 가지 산업에만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경제에서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자원 배분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이를 위해 두 산업에 배분할 수 있는 자원은 100이라고 가정하자. 먼저 토건사업에 75, 지식서비스업에 25를 쓸 때 경제 발전에도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국민경제 전체의 효용, 즉 후생수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개발연대 시절의 자원배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토건사업에 25, 지식서비스업에 75를 쓸 때 경제 발전에도 가장 효과적이면서 국민들의 후생 수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현대의 첨단지식정보화시대의 자원배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경제는 후자와 같은 자원 배분을 해야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개발연대 시절의 관성이 강하게 남아 각종 토건사업에 여전히60, 지식서비스업에 40 정도의 자원이 배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개발연대 시절에 비해서는 25에서 40으로 지식서비스업에 자원이 좀더 배분되고는 있으나 자원의 최적배분 면에서 볼 때 여전히 토건사업에는 과도하게, 지식서비스업에는 과소하게 자원이 배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자원 배분은 국민경제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게 하고 비효율적으로 자원을 탕진하는 한편 결과적으로 국민경제 전체의 후생 수준도 시간이 갈수록 떨어뜨린다.


현실에서도 각종 SOC가 확충돼 공항과 도로, 항만 등 대부분의 시설이 이미 충분히 갖춰졌거나 과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개발사업이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효과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중후장대형의 시설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자본집약적 산업구조에서 첨단기술과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 위주의 산업구조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개발연대식의 토건사업의 경제적 효과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과거 토건국가라 불리던 일본을 훨씬 능가해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건설업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 한국은 토건사업에는 필요 이상의 과도한 투자를 하고 있으므로 이걸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대신 지식정보화 시대와 창의경제 시대에 걸맞게 인적 자원 중심의 투자와 저출산 고령화 등에 따라 추후 발생할 복지비용 줄일 수 있는 사회복지인프라를 전략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또한 재정 배분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이 같은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문제점들을 지속가능한 구조 속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한국의 공적사회복지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교육재정지출도 세계경제포럼이 2008년 조사한 세계 127개국 가운데 71위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장관처럼 ‘복지를 즐긴다’고 표현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처럼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을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현실 왜곡이자 기만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부 정책 기획과 집행 과정의 문제로 복지예산 가운데도 문제 소지가 있는 정책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복지예산이 전반적으로 과도한 것과는 무관하게 정부 정책의 기획 및 집행과정상의 문제, 그리고 관료시스템 상의 문제인 경우가 더 많다. 그런 문제는 굳이 복지가 아니라 다른 예산 분야에서도 쌔고 쌨다.


또한 복지라는 것이 무조건 돈을 많이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세 부담이나 생산경제에 대한 위축효과 등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추진하는 것은 문제다. 예를 들어, 세계 최저수준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무작정 예산을 퍼붓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높은 집값과 승자독식구조에 가까운 사교육비 경쟁,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청년층의 만혼화 현상 등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지 저출산을 강요(?)하는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예산을 퍼부어봤자 막대한 재원만 낭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는 국민연금 등 공적사업자가 나서 대규모 공공임대/전세주택을 공급하면 재정을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저출산 문제와 노후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복지수준이 상당히 열악하다는 점과 향후 저출산 고령화의 충격이 본격화됨에 따라 복지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전략적으로 일정 수준의 사회안전망과 복지지원체계를 단계적으로 준비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같은 재원은 여기에서 자세히 상론하기는 어렵지만 부동산 보유세 정상화 등 자산경제 부문에 대한 과세 확충과 지하경제의 투명성 강화 등을 통한 조세구조 개혁과 불요불급한 토건사업 억제 등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하는 한편, 체계적인 정부시스템 개혁을 통해 정책 기획 및 집행의 효율성을 높여가야 한다.


그런데 저출산고령화 충격이 눈 앞에 닥쳐 와있는 상황에서도 현 정부는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는커녕 기존의 매우 부실한 사회안전망과 열악한 복지지원체계마저 해체하면서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울 각종 개발예산들을 남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서는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얼버무리고 각종 복지예산을 삭감한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억지 핑계를 대며 이념공방으로 몰고 가고 있다. 

 

정작 국내에서 가장 심각한 포퓰리즘은 4대강 개발사업과 형님예산으로 상징되는 ‘망국적인 개발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2011년 예산안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도 각종 토건 개발사업 예산들이 증액된 반면 정부안에 포함돼 있던 각종 복지예산들이 삭감된 것이 국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즉,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선심성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각종 개발사업이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여든 야든,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가리지 않고 수십 년 동안 개발 포퓰리즘에 젖어 국민의 혈세를 탕진해왔다. 차도 안 다니는 도로, 시민들이 사용도 못하는 종합운동장, 이용객이 없는 지방공항, 시민들 빚으로 지어진 초호화 청사들이 전국 각지에 넘쳐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각종 불요불급한 개발사업들에 매년 막대한 예산이 탕진되다 보니 시민들의 삶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아이들 방학중 결식아동 지원비와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비까지 빼앗아 MB예산(4대강 사업 예산과 보금자리 사업 예산)과 형님예산을 챙기는 청와대와 정치권, 그리고 수천억원씩 들어가는개발사업은 문제가 아니고 700억 원을 배정하는 아이들 의무급식 지원은 '부자급식'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서울시장이 있는 한시민들의 삶은 개선될 리 만무하다.소중한 혈세로 외환위기 이후 세 배 이상 비대해진 건설업계의 배를 불리는 데는 마구 퍼주면서도 아이들 밥도 제대로 못 먹이는 기괴한 현실이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기괴한 현실을 개선하기는커녕 시대착오적인 토건사업을 지속하면서 열악하기 짝이 없는 복지 수준을 두고 '복지를 즐긴다'고 표현하는 윤증현 장관이야말로 왜 매년 수백조원의 예산을 쓰면서도 국민의 삶이 개선되지 않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 정부 경제수장부터가 이 모양이니 여당은 우리 아이들 겨울 급식 지원비를 전액 삭감해 ‘형님예산’과 ‘안주인예산’ 확보하는데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이란 자가 국회 예산안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폭력을 휘두른 자를 격려했다니 이런 나라가 과연 정상적인 나라인가. 이러니 이미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한 시민들이 또 다시 점심값과 커피 값을 아껴 결식아동 급식비 지원을 위한 성금을 모금하는 아름다운재단이나 다른 사회복지기관에 또 다시 기부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정부를 정부라 할 수 있는 것인지, 이런 대통령과 경제수장에게 이 나라를 계속 맡겨놓아야 하는지 깊은 회의가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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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2. 16. 10:33

롯데마트 통큰치킨 사태는 한참 전에 마련했어야 할 정부 정치권의 정책적 불비(不備)가 왜 서민들의 삶을 고달프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느껴집니다. 이번 통큰치킨 사태는 동네치킨자영업자 대 재벌유통업체의 대립구도로 많이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정도로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여론 흐름을 보면 동네치킨 자영업자들의 상권을 일정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분들이 상당히 공감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치킨을 저렴하게 먹고 싶어하는 소비자로서 일반 가계의 욕구도 상당히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촉발시켰다는 상당히 의미 있는 사건으로 봅니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고용이 불안해지고 명퇴자들이 늘면서 음식료, 숙박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이 매우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지금은 한 풀 꺾였지만 말입니다. 그만큼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이 불안해져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세태를 반영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명퇴금을 들고 절박한 심정으로 차린 치킨집이 유통대기업 때문에 문 닫게 된다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일단 롯데마트가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한 것은 여론의 힘에 밀려서든 어쨌든 당장에는 필요한 조치로 보입니다. 

 

하지만 생활인으로서, 소비자로서 우리의 욕구는 어떤가요? 당연히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이고, 같은 다홍치마이면 싼 게 좋은 것은 인지상정 아닐까요? 특히 한국 경제는 긴 흐름에서 보면 소비자인 일반 가계들을 희생하며 성장하는 구조입니다. 지속적인 고환율로 가계의 대외 구매력을 줄이고, 상대적 고물가에 시달리게 합니다. 400원대, 600원대, 800원대이던 환율이 이제는 1200원대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일반 가계들은 고물가 부담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출 대기업들을 지원해주는 꼴입니다. 한국 경제는 큰 틀에서 이 같은 흐름을 수십 년 동안 지속해왔고, 현 정부는 매우 노골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고도 친서민 정책이라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주장이죠.

 

또 정부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재벌대기업들의 독과점과 담합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공공건설사업에서는 재벌건설업체간 담합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민간 주택부문에서는 분양가 담합으로 고분양가 거품을 일반 가계에 뒤집어씌우고 있습니다. 기업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저렴한 가격 형태로 소비자 잉여로 돌아올 것을 대기업들의 초과 이윤 형태로 가져갑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물가, 특히 대기업이 생산하는 물건 값은 국내 경제수준 및 가계의 소득수준 대비 매우 높습니다. 반면 사람 값은 실업난과 비정규직 양산 형태로 똥값을 만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나라를 일반 가계들이 가능하면 저렴하게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생활인 국가로 만드는 것이 향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히 인위적 고환율 정책을 중단하고, 재벌 대기업들의 독과점적 횡포를 엄단하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제가 예전의 약자에게만 한 없이 가혹한 경쟁의 이중구조라는 글에서 밝힌 바 있듯이 약자에게는 생사를 건 가혹한 경쟁을 하도록 하고 경제적 강자들의 담합과 반칙은 방조하고 각종 특혜를 안겨줘서는 공정사회는 애초부터 불가능합니다. 불공정의 근원적 구조를 그대로 두고 어떻게 공정사회를 실현한다는 말입니까? 이런 구조는 그대로 두고 일반 서민들의 불만이 비등할 때만 잠시 이런 대기업들의 횡포를 두들기는 식으로는 절대 일반 가계의 삶이 구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에 청와대 정진석 정무수석이 롯데마트를 비판했지만, 이것으로 끝날 일입니까?

 

한편 이번에 롯데마트에서 물가 인하 노력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정말 물가 인하 노력이라면 치킨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마진을 줄여서라도 전 품목의 가격을 다 인하해야지, 왜 치킨 값만 인하할까요? 결국 그들이 노린 것은 치킨을 미끼상품으로 해서 매출을 늘리려는 마케팅 전략에 불과합니다. 롯데마트뿐만 아니라 할인유통업계를 과점하고 있는 소수 대기업들은 가격 경쟁을 하기보다는 미끼상품마케팅 경쟁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점에서 일부에서 약탈적 가격(predatory pricing)’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저는 의문이 듭니다. 약탈적 가격은 일반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거대 시장사업자가 원가 이하의 낮은 가격을 책정해 경쟁자들을 몰아내거나 가격을 통한 진입장벽을 만든 이후 독과점적 초과 이윤을 누리기 위한 가격 책정 행태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번 롯데마트의 치킨 값 인하는 미끼상품을 통해 매출 늘리려는 마케팅 전략으로서 성격이 훨씬 더 강해 보입니다. 실제로 롯데마트가 지금 치킨 좀 싸게 팔았다가 나중에 치킨 값 좀 더 올릴 수 있다고 해서 얼마나 득을 보겠습니까. 오히려 할 수만 있다면 치킨 값은 계속 싸게 유지해 그것을 미끼로 해서 모여드는 고객들로부터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을 염두에 둘 것입니다. 물론 같은 그룹 계열사인 롯데리아가 일부 경쟁품목(치킨버거)을 팔긴 하지만 롯데리아를 위한 판 깔기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 치킨프랜차이즈 업계의 독과점 구조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보입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이성남 의원(민주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조사한 결과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 독과점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이미 드러난 바 있습니다. 모두 200여 개가 넘는 치킨 프랜차이즈사업자 중 또래오래, BBQ, 교촌, 굽네치킨, 오븐에 빠진 닭 등 상위 5개 사업자는 지난해 말 56.8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겉보기에 업체 수가 많지만 사실 상위 몇 개사가 담합하면 시장지배사업자 그룹으로서 얼마든지 시장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현실입니다.

실제로 이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치킨 가격은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가격 담합 의혹이 매우 짙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가격 담합 의혹은 국내 대부분 업계에서 비일비재합니다. 부랴부랴 공정위가 담합 혐의 조사에 나섰지만, 그 동안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인지 의문입니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자신들의 판매가격이 결코 과도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믿지 않습니다. 닭 한 마리 가격이 3000원에 불과한데 최종 치킨 판매가가 16000~18000원에 이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치킨 원가에 관한 한 롯데마트 측이 발표한 내용이 더 사실에 부합한다고 믿습니다.

제가 일산에 살 때 저희 아파트 바로 앞에 프라이드 치킨을 6000원에 파는 치킨집이 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재료가 불량이 아닌지, 그래서 맛이 없지는 않은지 그리고 장사 초기라 처음에만 밑지고 파는 게 아닌지 의심했으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맛도 일반 프라이드 치킨이랑 별반 다르지 않았고, 그 치킨집 주인에게 물어본 결과(직업병의 발로입니다^^) 밑지지 않고 팔 수 있는 가격임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박리다매 전략이긴 하지만 일반 비브랜드 서민 치킨가게도 낮출 수 있는 치킨 가격을 대량 구매를 하고 가격 협상력을 지닌 거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못 낮출 리 없습니다. 정말 그들 주장대로 3000원인 닭 한 마리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정말 5~6배나 비싸질 수밖에 없다면, 이들 업계의 원가 관리 구조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정상적인 시장경쟁 상태에서 그런 업체들은 사실 시장에서 퇴출되는 게 정상입니다.

 

저는 분명히 이들 업계가 치열한 가격 경쟁을 피하고 가격을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담합하고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들 치킨업계가 이번 사태에서 개별 프랜차이즈 점주들을 앞에 내세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킨 행태는 매우 파렴치해 보입니다. 사실 롯데마트에 앞서 진짜 동네 치킨가게들을 전멸시킨 것은 바로 이들 프랜차이즈 업계입니다. 자신들이 저질렀던 횡포에 대한 반성과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도 없이 롯데마트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 여론에 편승하는 모습은 꼴불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치킨업계만 이런 것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가장 값비싼 주택부터 자동차와 기름값, 휴대폰, TV, 통신 등 우리가 생활 과정에서 소비하는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이런 식의 담합구조에 의해 일반 소비자가 비싼 가격으로 덤터기 쓰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를 해소하는 게 향후 매우 핵심적인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과점과 담합 구조를 깨고 이들 경제적 강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당연히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계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등이 진정한 경쟁에 뛰어들도록 해야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문제는 남습니다. 치킨 판매 등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점포주들을 비롯해서 이른바 동네 상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무한정 이들 동네 점주들을 보호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부 분들은 그러실 수 있겠지만, 그 분들의 생계를 위해서 일부러 상대적으로 더 비싼 가격에 지속적으로 물건을 사실 분들은 드물 겁니다. 결국 생활인으로서 우리는 저렴한 가격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적절한 수준에서 동네 상권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공간적으로, 상품 품목별로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일반 주거단지 주변의 상권을 보호할 것인지, 또 어떤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모아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주택가 반경 500m 안은 안 된다든지, 또 품목별로는 치킨과 피자, 과일류 등은 안 된다든지, 또 방법상으로는 입점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것인지 입점하더라도 해당 품목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담 느낄만한 정도의 세금을 부과한다든지 하는 적절한 방법론을 찾아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함께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이마트 피자와 여론에서는 거의 주목 받지 못했지만 비슷한 행태라고 볼 수 있는 코스코에서 판매하는 피자/츄러스/핫도그 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마트 피자에 대해서도 상당한 여론의 반발이 있었지만 롯데마트 치킨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이는 여러 차이점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피자가 치킨만큼 생계형 자영업 품목이 아니라는 대중의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피자헛이나 도미노피자 등은 대체로 매장도 넓고 시설투자도 해야 해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큰 업주들이 주로 운영합니다. 또한 치킨과 달리 비브랜드 피자를 만들어 파는 동네 가게들도 상당히 드뭅니다. 대중들이 콕 집어서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정서적으로 이미 치킨과 피자 사이에 일정한 차이점을 구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마트 피자의 경우에는 생계 자영업주 보호 측면보다는 피자 가격 인하 효과를 통한 소비자 혜택의 효과가 더 큰 경우로 보고 있습니다. 이 경우 치킨보다 이마트 피자의 경우 좀 더 느슨하게 규제를 적용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코스코에서 판매하는 피자/츄러스/치킨덕/핫도그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오래 전부터 코스코에서 이들 품목을 팔고 있는데 대해서는 여론이 반발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매장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눈에 덜 띈 측면도 있겠지만, 이들 판매 품목이 상대적으로 우리의 전통 동네상권 품목이 아닌 연유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국내에서 어차피 많이 팔지 않던 품목들이 함께 미국 쇼핑물의 문화와 함께 들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측면이 커 보입니다.

 

따라서 이 같은 차이점들을 고려해서 면밀히 조사해보면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하는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작업은 정부와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해야 합니다. 최근 들어 SSM과 이마트피자를 비롯해서 통큰치킨까지 이런 문제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지만, 사실 이런 식으로 동네 서민형 자영업이 무너진 것은 이미 오래된 일입니다. 그 동안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 마련에 소홀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팔짱 끼고 있다가 청와대 정무수석 등 일부 정치권에서 갑자기 민의의 대변자들이라도 된 양 롯데마트나 치킨프랜차이즈업계를 비난합니다. 그런 비난은 일반 시민들에게 맡겨두고 정부와 정치권은 그런 민심을 수렴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적절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그들의 본분입니다.

 

그리고 좀 더 폭넓게는 도시 계획상의 구조 문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국내에는 대형 쇼핑몰이 바로 주택가까지 파고들고 있습니다. 생활 편의를 위해 근린상가가 들어서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대형 쇼핑몰, 특히 대형마트가 주택가 바로 인근까지 들어서는 것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고민의 과정이 거의 없이 주민들은 대형 쇼핑몰이나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집값이 뛴다는 이유로, 또 대기업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대형마트 사업들의 매출을 늘리는 수단으로 SSM까지 만들어가며 점점 더 주택가를 파고 들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대형마트와 재래시장/동네상권이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계획을 할 때부터 상권 충돌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기해온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SSM에 이어 이마트피자, 롯데마트 치킨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들이 주택가와 동네상권에서 일정하게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대형마트들은 대부분 도시 외곽에 자리잡고 있어 국내와 같은 갈등이 심각하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업체들 입장에서는 대량의 물품을 쌓아놓는 공간이 필요한 한편 쇼핑몰 건립비 및 창고비용 등을 줄여야 하니 자연스레 도시 외곽에 쇼핑몰을 만들게 됩니다. 더구나 자동차 문화가 발달해 있어 주민들도 외곽의 쇼핑몰에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수고를 충분히 보상해줄 만큼 매우 가격이 저렴하기에 미국 소비자들은 외곽 쇼핑몰에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사실 한국의 대형마트들이 저렴한 가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민망할 정도입니다. 물론 땅이 넓고 중산층이 교외에 살며 자동차 문화도 발달해 있어 자연스레 그렇게 형성된 측면이 있기에, 한국도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이동 거리가 멀다 보니 사실 에너지 소모가 많다는 점에서 꼭 바람직한 것만도 아닙니다.

 

다만 도시 외곽에 대형마트들이 자리잡고 있다 보니 적어도 한국과 같은 상권 충돌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습니다. 앞서 언급한 코스코의 간식 판매 경우도 쇼핑고객들이 쇼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업체측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한국처럼 그걸 두고 동네상권을 잠식한다고 비난할 소지가 처음부터 거의 없는 거지요. 주변에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등이 좀 있기는 하지만, 그들 업체들은 오히려 쇼핑객들 때문에 먹고 사는 셈이니 불만이 있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주택가에 매우 인접한 곳에까지 대형쇼핑시설과 마트가 들어선 한국의 경우 상권충돌이 매우 격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방치하면 결국 대형마트들 때문에 동네상권이 모두 고사되는 사태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하루빨리 적절한 도시계획상의 규제선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정부와 정치권이 손 놓고 있는 사이 이미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동네상권 잠식이 너무 심각해져 버렸습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사실 이외에도 따질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일례로, 더 넓게는 불안정한 고용 구조와 자영업 양산 구조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면 좋겠지만 그러면 너무 논점이 커져 버리겠지요. 어쨌든 이번 사태가 롯데마트 대 동네 치킨업주들 간의 대립구조로 이해하는 선에서 일회성 문제로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생활인으로서 대다수 일반 가계의 물가 부담을 줄이는 구조를 만들면서도 이미 과점적 대기업 유통체인에 궤멸당하고 있는 동네상권을 보호하는 적절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0. 12. 15. 09:24

롯데마트 통큰치킨 사태는 한참 전에 마련했어야 할 정부 정치권의 정책적 불비(不備)가 왜 서민들의 삶을 고달프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느껴집니다. 이번 통큰치킨 사태는 동네치킨자영업자 대 재벌유통업체의 대립구도로 많이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정도로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여론 흐름을 보면 동네치킨 자영업자들의 상권을 일정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분들이 상당히 공감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치킨을 저렴하게 먹고 싶어하는 소비자로서 일반 가계의 욕구도 상당히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촉발시켰다는 상당히 의미 있는 사건으로 봅니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고용이 불안해지고 명퇴자들이 늘면서 음식료, 숙박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이 매우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지금은 한 풀 꺾였지만 말입니다. 그만큼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이 불안해져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세태를 반영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명퇴금을 들고 절박한 심정으로 차린 치킨집이 유통대기업 때문에 문 닫게 된다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일단 롯데마트가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한 것은 여론의 힘에 밀려서든 어쨌든 당장에는 필요한 조치로 보입니다. 

 

하지만 생활인으로서, 소비자로서 우리의 욕구는 어떤가요? 당연히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이고, 같은 다홍치마이면 싼 게 좋은 것은 인지상정 아닐까요? 특히 한국 경제는 긴 흐름에서 보면 소비자인 일반 가계들을 희생하며 성장하는 구조입니다. 지속적인 고환율로 가계의 대외 구매력을 줄이고, 상대적 고물가에 시달리게 합니다. 400원대, 600원대, 800원대이던 환율이 이제는 1200원대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일반 가계들은 고물가 부담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출 대기업들을 지원해주는 꼴입니다. 한국 경제는 큰 틀에서 이 같은 흐름을 수십 년 동안 지속해왔고, 현 정부는 매우 노골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고도 친서민 정책이라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주장이죠.

 

또 정부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재벌대기업들의 독과점과 담합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공공건설사업에서는 재벌건설업체간 담합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민간 주택부문에서는 분양가 담합으로 고분양가 거품을 일반 가계에 뒤집어씌우고 있습니다. 기업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저렴한 가격 형태로 소비자 잉여로 돌아올 것을 대기업들의 초과 이윤 형태로 가져갑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물가, 특히 대기업이 생산하는 물건 값은 국내 경제수준 및 가계의 소득수준 대비 매우 높습니다. 반면 사람 값은 실업난과 비정규직 양산 형태로 똥값을 만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나라를 일반 가계들이 가능하면 저렴하게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생활인 국가로 만드는 것이 향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히 인위적 고환율 정책을 중단하고, 재벌 대기업들의 독과점적 횡포를 엄단하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제가 예전의 약자에게만 한 없이 가혹한 경쟁의 이중구조라는 글에서 밝힌 바 있듯이 약자에게는 생사를 건 가혹한 경쟁을 하도록 하고 경제적 강자들의 담합과 반칙은 방조하고 각종 특혜를 안겨줘서는 공정사회는 애초부터 불가능합니다. 불공정의 근원적 구조를 그대로 두고 어떻게 공정사회를 실현한다는 말입니까? 이런 구조는 그대로 두고 일반 서민들의 불만이 비등할 때만 잠시 이런 대기업들의 횡포를 두들기는 식으로는 절대 일반 가계의 삶이 구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에 청와대 정진석 정무수석이 롯데마트를 비판했지만, 이것으로 끝날 일입니까?

 

한편 이번에 롯데마트에서 물가 인하 노력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정말 물가 인하 노력이라면 치킨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마진을 줄여서라도 전 품목의 가격을 다 인하해야지, 왜 치킨 값만 인하할까요? 결국 그들이 노린 것은 치킨을 미끼상품으로 해서 매출을 늘리려는 마케팅 전략에 불과합니다. 롯데마트뿐만 아니라 할인유통업계를 과점하고 있는 소수 대기업들은 가격 경쟁을 하기보다는 미끼상품마케팅 경쟁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점에서 일부에서 약탈적 가격(predatory pricing)’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저는 의문이 듭니다. 약탈적 가격은 일반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거대 시장사업자가 원가 이하의 낮은 가격을 책정해 경쟁자들을 몰아내거나 가격을 통한 진입장벽을 만든 이후 독과점적 초과 이윤을 누리기 위한 가격 책정 행태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번 롯데마트의 치킨 값 인하는 미끼상품을 통해 매출 늘리려는 마케팅 전략으로서 성격이 훨씬 더 강해 보입니다. 실제로 롯데마트가 지금 치킨 좀 싸게 팔았다가 나중에 치킨 값 좀 더 올릴 수 있다고 해서 얼마나 득을 보겠습니까. 오히려 할 수만 있다면 치킨 값은 계속 싸게 유지해 그것을 미끼로 해서 모여드는 고객들로부터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을 염두에 둘 것입니다. 물론 같은 그룹 계열사인 롯데리아가 일부 경쟁품목(치킨버거)을 팔긴 하지만 롯데리아를 위한 판 깔기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 치킨프랜차이즈 업계의 독과점 구조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보입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이성남 의원(민주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조사한 결과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 독과점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이미 드러난 바 있습니다. 모두 200여 개가 넘는 치킨 프랜차이즈사업자 중 또래오래, BBQ, 교촌, 굽네치킨, 오븐에 빠진 닭 등 상위 5개 사업자는 지난해 말 56.8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겉보기에 업체 수가 많지만 사실 상위 몇 개사가 담합하면 시장지배사업자 그룹으로서 얼마든지 시장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현실입니다.

실제로 이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치킨 가격은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가격 담합 의혹이 매우 짙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가격 담합 의혹은 국내 대부분 업계에서 비일비재합니다. 부랴부랴 공정위가 담합 혐의 조사에 나섰지만, 그 동안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인지 의문입니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자신들의 판매가격이 결코 과도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믿지 않습니다. 닭 한 마리 가격이 3000원에 불과한데 최종 치킨 판매가가 16000~18000원에 이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치킨 원가에 관한 한 롯데마트 측이 발표한 내용이 더 사실에 부합한다고 믿습니다.

제가 일산에 살 때 저희 아파트 바로 앞에 프라이드 치킨을 6000원에 파는 치킨집이 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재료가 불량이 아닌지, 그래서 맛이 없지는 않은지 그리고 장사 초기라 처음에만 밑지고 파는 게 아닌지 의심했으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맛도 일반 프라이드 치킨이랑 별반 다르지 않았고, 그 치킨집 주인에게 물어본 결과(직업병의 발로입니다^^) 밑지지 않고 팔 수 있는 가격임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박리다매 전략이긴 하지만 일반 비브랜드 서민 치킨가게도 낮출 수 있는 치킨 가격을 대량 구매를 하고 가격 협상력을 지닌 거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못 낮출 리 없습니다. 정말 그들 주장대로 3000원인 닭 한 마리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정말 5~6배나 비싸질 수밖에 없다면, 이들 업계의 원가 관리 구조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정상적인 시장경쟁 상태에서 그런 업체들은 사실 시장에서 퇴출되는 게 정상입니다.

 

저는 분명히 이들 업계가 치열한 가격 경쟁을 피하고 가격을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담합하고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들 치킨업계가 이번 사태에서 개별 프랜차이즈 점주들을 앞에 내세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킨 행태는 매우 파렴치해 보입니다. 사실 롯데마트에 앞서 진짜 동네 치킨가게들을 전멸시킨 것은 바로 이들 프랜차이즈 업계입니다. 자신들이 저질렀던 횡포에 대한 반성과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도 없이 롯데마트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 여론에 편승하는 모습은 꼴불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치킨업계만 이런 것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가장 값비싼 주택부터 자동차와 기름값, 휴대폰, TV, 통신 등 우리가 생활 과정에서 소비하는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이런 식의 담합구조에 의해 일반 소비자가 비싼 가격으로 덤터기 쓰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를 해소하는 게 향후 매우 핵심적인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과점과 담합 구조를 깨고 이들 경제적 강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당연히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계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등이 진정한 경쟁에 뛰어들도록 해야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문제는 남습니다. 치킨 판매 등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점포주들을 비롯해서 이른바 동네 상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무한정 이들 동네 점주들을 보호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부 분들은 그러실 수 있겠지만, 그 분들의 생계를 위해서 일부러 상대적으로 더 비싼 가격에 지속적으로 물건을 사실 분들은 드물 겁니다. 결국 생활인으로서 우리는 저렴한 가격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적절한 수준에서 동네 상권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공간적으로, 상품 품목별로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일반 주거단지 주변의 상권을 보호할 것인지, 또 어떤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모아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주택가 반경 500m 안은 안 된다든지, 또 품목별로는 치킨과 피자, 과일류 등은 안 된다든지, 또 방법상으로는 입점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것인지 입점하더라도 해당 품목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담 느낄만한 정도의 세금을 부과한다든지 하는 적절한 방법론을 찾아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함께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이마트 피자와 여론에서는 거의 주목 받지 못했지만 비슷한 행태라고 볼 수 있는 코스코에서 판매하는 피자/츄러스/핫도그 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마트 피자에 대해서도 상당한 여론의 반발이 있었지만 롯데마트 치킨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이는 여러 차이점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피자가 치킨만큼 생계형 자영업 품목이 아니라는 대중의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피자헛이나 도미노피자 등은 대체로 매장도 넓고 시설투자도 해야 해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큰 업주들이 주로 운영합니다. 또한 치킨과 달리 비브랜드 피자를 만들어 파는 동네 가게들도 상당히 드뭅니다. 대중들이 콕 집어서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정서적으로 이미 치킨과 피자 사이에 일정한 차이점을 구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마트 피자의 경우에는 생계 자영업주 보호 측면보다는 피자 가격 인하 효과를 통한 소비자 혜택의 효과가 더 큰 경우로 보고 있습니다. 이 경우 치킨보다 이마트 피자의 경우 좀 더 느슨하게 규제를 적용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코스코에서 판매하는 피자/츄러스/치킨덕/핫도그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오래 전부터 코스코에서 이들 품목을 팔고 있는데 대해서는 여론이 반발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매장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눈에 덜 띈 측면도 있겠지만, 이들 판매 품목이 상대적으로 우리의 전통 동네상권 품목이 아닌 연유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국내에서 어차피 많이 팔지 않던 품목들이 함께 미국 쇼핑물의 문화와 함께 들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측면이 커 보입니다.

 

따라서 이 같은 차이점들을 고려해서 면밀히 조사해보면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하는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작업은 정부와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해야 합니다. 최근 들어 SSM과 이마트피자를 비롯해서 통큰치킨까지 이런 문제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지만, 사실 이런 식으로 동네 서민형 자영업이 무너진 것은 이미 오래된 일입니다. 그 동안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 마련에 소홀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팔짱 끼고 있다가 청와대 정무수석 등 일부 정치권에서 갑자기 민의의 대변자들이라도 된 양 롯데마트나 치킨프랜차이즈업계를 비난합니다. 그런 비난은 일반 시민들에게 맡겨두고 정부와 정치권은 그런 민심을 수렴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적절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그들의 본분입니다.

 

그리고 좀 더 폭넓게는 도시 계획상의 구조 문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국내에는 대형 쇼핑몰이 바로 주택가까지 파고들고 있습니다. 생활 편의를 위해 근린상가가 들어서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대형 쇼핑몰, 특히 대형마트가 주택가 바로 인근까지 들어서는 것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고민의 과정이 거의 없이 주민들은 대형 쇼핑몰이나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집값이 뛴다는 이유로, 또 대기업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대형마트 사업들의 매출을 늘리는 수단으로 SSM까지 만들어가며 점점 더 주택가를 파고 들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대형마트와 재래시장/동네상권이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계획을 할 때부터 상권 충돌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기해온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SSM에 이어 이마트피자, 롯데마트 치킨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들이 주택가와 동네상권에서 일정하게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대형마트들은 대부분 도시 외곽에 자리잡고 있어 국내와 같은 갈등이 심각하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업체들 입장에서는 대량의 물품을 쌓아놓는 공간이 필요한 한편 쇼핑몰 건립비 및 창고비용 등을 줄여야 하니 자연스레 도시 외곽에 쇼핑몰을 만들게 됩니다. 더구나 자동차 문화가 발달해 있어 주민들도 외곽의 쇼핑몰에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수고를 충분히 보상해줄 만큼 매우 가격이 저렴하기에 미국 소비자들은 외곽 쇼핑몰에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사실 한국의 대형마트들이 저렴한 가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민망할 정도입니다. 물론 땅이 넓고 중산층이 교외에 살며 자동차 문화도 발달해 있어 자연스레 그렇게 형성된 측면이 있기에, 한국도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이동 거리가 멀다 보니 사실 에너지 소모가 많다는 점에서 꼭 바람직한 것만도 아닙니다.

 

다만 도시 외곽에 대형마트들이 자리잡고 있다 보니 적어도 한국과 같은 상권 충돌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습니다. 앞서 언급한 코스코의 간식 판매 경우도 쇼핑고객들이 쇼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업체측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한국처럼 그걸 두고 동네상권을 잠식한다고 비난할 소지가 처음부터 거의 없는 거지요. 주변에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등이 좀 있기는 하지만, 그들 업체들은 오히려 쇼핑객들 때문에 먹고 사는 셈이니 불만이 있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주택가에 매우 인접한 곳에까지 대형쇼핑시설과 마트가 들어선 한국의 경우 상권충돌이 매우 격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방치하면 결국 대형마트들 때문에 동네상권이 모두 고사되는 사태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하루빨리 적절한 도시계획상의 규제선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정부와 정치권이 손 놓고 있는 사이 이미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동네상권 잠식이 너무 심각해져 버렸습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사실 이외에도 따질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일례로, 더 넓게는 불안정한 고용 구조와 자영업 양산 구조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면 좋겠지만 그러면 너무 논점이 커져 버리겠지요. 어쨌든 이번 사태가 롯데마트 대 동네 치킨업주들 간의 대립구조로 이해하는 선에서 일회성 문제로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생활인으로서 대다수 일반 가계의 물가 부담을 줄이는 구조를 만들면서도 이미 과점적 대기업 유통체인에 궤멸당하고 있는 동네상권을 보호하는 적절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0. 12. 14. 13:59

<예산심의의 정석과 현실>

 

한나라당이 8일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을 물리력으로 제압하고 2011년 예산안과 각종 쟁점 법안을 단독 강행 처리. 지금까지 국내 언론은 예산의 구체적 내용을 제대로 다루기보다는 늘 정치공방의 소재로 부각하곤 했죠.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의 예산안 국회 통과 과정은 정치공방을 넘어 난투극이라는 사회부 사건기자의 취재 영역으로까지 넘어간 느낌.

 

이처럼 국회 예산심의 및 예산안 표결과정의 수준이 거의 바닥까지 추락한 데는 4대강사업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현 정부와 야당과 다수 국민의 반대를 전혀 수용하지 않고 청와대 지시에 따라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한나라당의 책임이 훨씬 크다.

 

보통 국회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회기 마지막 날 자정 무렵까지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임시국회까지 열어 12월말까지 처리하는 게 관례. 실제로 ‘밀실 야합’ 등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김대중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는 예산안을 막판까지 밀고 당기면서 모두 합의처리했죠.

 

하지만 이명박정부 들어서는 2008년부터 3년 연속 여당 단독으로 강행처리 했다. 더구나 이번에는 12 9일까지 예산안 처리를 기대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나라당은 ‘수의 우위’를 넘어 김성회 의원 등의 ‘완력의 우위’까지 앞세워 9일 오후에 전격적으로 일방 통과시켰습니다.

이런 와중에 여권이 MB예산과 형님예산을 챙기는 와중에 야당에서도 박지원 원내대표와 서갑원 예결위 민주당 간사도 지역구 사업 챙겼다는 보도 있었죠. 여당 실세에 비해 액수는 작지만, 챙긴 건 챙긴 것이죠. 그래서 여야 의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예결위, 특히 계수조정소위 들어가려고 안달이죠

예결위나 정권 실세가 예산 챙겨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예결위뿐만 아니라 지역 개발사업 챙기기 좋은 국토위 의원들의 예산 챙기기도 만만찮죠. 심지어 정치공방 벌이는 여야 의원들이 자신들 지역구 사업 위해서는 정치적 품앗이까지 합니다.

예결위원들의 그런 정치적 품앗이 결과 국가 전체적으로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거나 약한 각종 지방 개발 사업들이 늘 무더기로 편성됩니다. 대표적으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유령지방공항들이 들어선 게 바로 이런 '정치적 품앗이'의 결과물들입니다.

 

물론 국회 오기 전에 예산의 95% 이상은 정부 부처가 정합니다. 미국 등에 비해 국회의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이 너무 약한 결과이기도. 그래서 여야 의원들이 하는 것은 정부가 짜온 안을 대패질하고 자신들의 지역구사업을 덧붙이는 정도에 불과해지죠.

 

다만 여당의 경우 정부가 예산안을 짤 때부터 큰 틀에서 당정협의 등을 통해, 또 ‘형님예산’처럼 정부부처가 알아서 사전에 자신들 지역구 예산을 반영할 여지들이 커집니다. 야당이 예산심의 과정에서 그것을 조금 덧붙이는 것뿐이죠.

 

국회 예산 편성 및 심의과정이 이렇다 보니 기획재정부(과거 기획예산처)는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때 미리 협상용 예산을 만들어 놓습니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여야 정치인들이 요구하는 예산들을 반영하기 위해 사전에 우선적으로 날릴 예산을 얹어놓죠

 

국회 심의과정에서 여야는 예산안에서 정부가 협상용으로 마련해 놓은 예산을 대패질하고 자신들의 지역구 사업 예산을 끼워 넣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치적 품앗이도 하는 것. 하지만 이번에는 여권 강행처리로 야권이 그렇게 할 여지가 크게 줄었습니다. 심지어는 불교계 템플스테이 예산처럼 한나라당이 추진하려던 예산도 못 넣고 통과시켰죠.

 

어쨌거나 이렇게 국회 심의과정에서 막판에 끼어드는 지역구 예산들은 대부분 도로건설사업 등 지역개발 예산이고, 늘 날아가는 것은 목소리가 없는 아이들의 예산, 복지예산 들이죠. 그래서 제가 국내 최악의 포퓰리즘은 개발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막기 위해 예결위를 상임위화하고, 예결위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는데 부지하세월이고 늘 의원들 순번제 비슷하게 하게 되죠. 지역구 사업 챙긴다는 명목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원을 정부가 아닌 입법부 소속으로 둬야 하죠, 미국처럼 말이죠.

 

<형님예산의 의미>

 

mb정부 출범 이후 이상득 의원 지역구 사업에 모두 11000억원 넘게 배정됐더군요. 이걸 '형님예산'으로 포장하는데, 이게 형님예산이기도 하지만 mb예산이기도 합니다. 자기 고향에 대한 보답이라는 거죠.

 

자기 고향 챙기기가 이렇게 노골적인 정부가 있었나 싶네요. 또한 형님예산 대부분이 도로 등 건설예산인데 몇 해에 걸치는 계속사업들이 많죠. 한 번 걸쳐 놓으면 계속 가죠. 이 사업예산들몇 년 후까지 계속 배정될 가능성 높다는 얘기

 

도로사업을 비롯한 개발사업은 땅값, 집값과 가장 밀접한 관계. mb와 그 형님이 직접 챙기면서 이 분들 평소 도덕성 봤을 때 그런 호재 가만 지켜봤을지 의문. 지역의 이 분들 꼬붕들이라도 그 좋은 기회를 그냥 보고 있을까요?

 

도로사업은 토건예산 중에서도 예산액 대비 실행비가 가장 적게 드는 사업. 즉 가장 많이 남기고 뒷돈도 가장 많이 생기죠. 이런 사업들이 형님예산의 다수라는 사실이 의미심장. 4대강사업을 포항동지상고 출신들이 대거 따낸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부동산, 주식 불로소득에 삼성 등 각종 재벌 비자금으로 세금 걷지 않고, 부자감세에 막대한 낭비성 토건예산. 그 중 백미는 바로 이 '형님예산' 아닌가 합니다. 물론 mb예산인 4대강사업과 보금자리 예산이 훨씬 더 많지만요

 

형님예산의 의미: 김황식총리 취임 직후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 거론. 그런데 동창회비도 제대로 안 낸 사람들이 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신들 좋은 사업에 흥청망청 쓰면서도 우리 아이들 밥도, 건강도 챙기지 않는 '특권층 무임승차자'들은 따로 있죠.

 

 

<선심성 개발사업의 경제적 의미>

 

영어에 log-rolling이란 표현 있습니다. 통나무 굴리기인 셈인데, 옛날 미국에서 벌목수들이 함께 통나무 굴린 데서 유래된 표현으로 알려져 있죠. 이른바 상부상조인데, 정치적으로는 다소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죠.

 

어떤 예산안이 국가 전체적으로 경제적 타당성 없지만, 각 지역 입장에서는 도움 되죠. 지방공항처럼. 그런데 이들 지역 사업 추진하려 해도 각 의원들은 소수니까 사업 추진할 수 없죠. 그래서 그런 식 이해관계 가진 다른 지역 의원들이랑 협조하죠.

 

그 결과 국가 전체적으로 사업성 없는 지역 선심성 예산들이 무더기로 반영. 그 경우 사회 전체적으로는 경제적 후생의 손실이 발생. 예를 들어, a b c 세 지역의 사업들 편익이 50억씩밖에 발생하지 않는데 100억씩 예산이 배정됐다고 해보죠

 

그러면 a b c 세 지역에 300억원 비용 들여 겨우 150억 편익 발생. 비용편익 관점에서 답 안 나오죠. 결국 엄청난 재정낭비로 이어지죠. 건설업체 배 불리는 각종 토건예산 남발하면서도 우리 아이들 밥도 못 먹이는 게 바로 이런 이유죠.

 

이번 예산안 의미를 로그롤링으로 설명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미화하는 것일지도. 우리 아이들 밥 먹이고, 예방접종할 돈으로 건설업계 퍼준 격. 뒷돈도 많이 오가겠죠. 결국 우리 아이들에 대한 잔인한 폭력이자, 사실상 정권 차원 범죄에 가깝죠.

  

, 오해하실 듯해 덧붙이자면 저는 여야의 정파적 입장 떠나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최근 의무급식 논란이나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확실히 근본적 잘못은 현 정부와 한나라당쪽에 있다고 봅니다. 정파적 입장 떠나더라도 시시비비는 명확히 가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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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2. 11. 09:24

한나라당이 8일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을 물리력으로 제압하고 2011년 예산안과 각종 쟁점 법안을 단독 강행 처리. 지금까지 국내 언론은 예산의 구체적 내용을 제대로 다루기보다는 늘 정치공방의 소재로 부각하곤 했죠.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의 예산안 국회 통과 과정은 정치공방을 넘어 난투극이라는 사회부 사건기자의 취재 영역으로까지 넘어간 느낌.

 

이처럼 국회 예산심의 및 예산안 표결과정의 수준이 거의 바닥까지 추락한 데는 4대강사업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현 정부와 야당과 다수 국민의 반대를 전혀 수용하지 않고 청와대 지시에 따라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한나라당의 책임이 훨씬 크다.

 

보통 국회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회기 마지막 날 자정 무렵까지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임시국회까지 열어 12월말까지 처리하는 게 관례. 실제로 밀실 야합등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김대중정부와 무현 정부에서는 예산안을 막판까지 밀고 당기면서 모두 합의처리했죠.

 

하지만 이명박정부 들어서는 2008년부터 3년 연속 여당 단독으로 강행처리 했다. 더구나 이번에는 12 9일까지 예산안 처리를 기대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나라당은 수의 우위를 넘어 김성회 의원 등의 완력의 우위까지 앞세워 9일 오후에 전격적으로 일방 통과시켰습니다.

이런 와중에 여권이 MB예산과 형님예산을 챙기는 와중에 야당에서도 박지원 원내대표와 서갑원 예결위 민주당 간사도 지역구 사업 챙겼다는 보도 있었죠. 여당 실세에 비해 액수는 작지만, 챙긴 건 챙긴 것이죠. 그래서 여야 의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예결위, 특히 계수조정소위 들어가려고 안달이죠

예결위나 정권 실세가 예산 챙겨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예결위뿐만 아니라 지역 개발사업 챙기기 좋은 국토위 의원들의 예산 챙기기도 만만찮죠. 심지어 정치공방 벌이는 여야 의원들이 자신들 지역구 사업 위해서는 정치적 품앗이까지 합니다.

예결위원들의 그런 정치적 품앗이 결과 국가 전체적으로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거나 약한 각종 지방 개발 사업들이 늘 무더기로 편성됩니다. 대표적으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유령지방공항들이 들어선 게 바로 이런 '정치적 품앗이'의 결과물들입니다.

 

물론 국회 오기 전에 예산의 95% 이상은 정부 부처가 정합니다. 미국 등에 비해 국회의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이 너무 약한 결과이기도. 그래서 여야 의원들이 하는 것은 정부가 짜온 안을 대패질하고 자신들의 지역구사업을 덧붙이는 정도에 불과해지죠.

 

다만 여당의 경우 정부가 예산안을 짤 때부터 큰 틀에서 당정협의 등을 통해, 형님예산처럼 정부부처가 알아서 사전에 자신들 지역구 예산을 반영할 여지들이 커집니다. 야당이 예산심의 과정에서 그것을 조금 덧붙이는 것뿐이죠.

 

국회 예산 편성 및 심의과정이 이렇다 보니 기획재정부(과거 기획예산처)는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때 미리 협상용 예산을 만들어 놓습니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여야 정치인들이 요구하는 예산들을 반영하기 위해 사전에 우선적으로 날릴 예산을 얹어놓죠

 

국회 심의과정에서 여야는 예산안에서 정부가 협상용으로 마련해 놓은 예산을 대패질하고 자신들의 지역구 사업 예산을 끼워 넣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치적 품앗이도 하는 것. 하지만 이번에는 여권 강행처리로 야권이 그렇게 할 여지가 크게 줄었습니다. 심지어는 불교계 템플스테이 예산처럼 한나라당이 추진하려던 예산도 못 넣고 통과시켰죠.

 

어쨌거나 이렇게 국회 심의과정에서 막판에 끼어드는 지역구 예산들은 대부분 도로건설사업 등 지역개발 예산이고, 늘 날아가는 것은 목소리가 없는 아이들의 예산, 복지예산 들이죠. 그래서 제가 국내 최악의 포퓰리즘은 개발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막기 위해 예결위를 상임위화하고, 예결위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는데 부지하세월이고 늘 의원들 순번제 비슷하게 하게 되죠. 지역구 사업 챙긴다는 명목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원을 정부가 아닌 입법부 소속으로 둬야 하죠, 미국처럼 말이죠.

by 선대인 2010. 12. 10. 16:39



 오세훈 서울시장이 초등학교 의무급식 문제에 대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말해 논란을 낳고 있다. 궁지에 몰린 정치인이 의무급식 논란을 정치적, 이념적 공방으로 몰고 가기 위한 구차한 술수일 뿐이다. 한국의 공적사회복지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교육재정지출도 세계경제포럼이 2008년 조사한 세계 127개국 가운데 71위 수준이다.


 물론 복지라는 것이 무조건 돈을 많이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나 생산경제에 대한 위축효과 등을 생각하지 않고 과도한 복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열악한 복지 수준을 감안할 때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은 현실 왜곡이다.


사실 국내에서 가장 악성 포퓰리즘은 개발 포퓰리즘, 토건 포퓰리즘이다.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건설업 비중을 가진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또한 당장 8일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한 내년 예산안만 봐도 드러난다. 309조 567억원에 이르는 새해 예산안 가운데 SOC 예산은 올해 예산안 대비 -3.1% 가량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경제위기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2009년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린 데서 기인한 착시현상일 뿐이다. 2008년 대비 SOC 예산 증가율은 24.1%로 같은 기간 정부 총지출 증가율 17.8%를 훌쩍 넘는다. 문화, 복지, 교육, 환경, 국방 등으로 포장돼 있지만 복지회관이나 체육시설 건설 사업 등 사실상의 토건예산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


물론 보건복지 지출도 같은 기간 27.5% 가량 늘기는 했다. 이는 한국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등에 따라 의무적인 법적 지출이 늘어난 때문으로 재량적 지출 예산은 오히려 크게 줄었다. 2009년 542억원, 2010년 203억 원이 배정됐던 방학중 결식아동 예산이 내년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 이른바 ‘MB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4대강사업 예산은 2700억원 삭감되기는 했으나 정부가 수자원공사를 통해 ‘우회집행’하는 예산을 포함하면 9조3300억원이나 배정됐다. 현 정부 실세들이 예산안 날치기 통과 와중에 챙겨간 사업들도 모두 토건 사업 예산들이다.


우선, ‘형님예산’을 보자. 사실 ‘형님예산’은 MB의 고향 예산이라는 점에서 ‘MB예산’이기도 하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날치기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경북 포항남-울릉)은 울산~포항간 고속도로와 오천~포항시계 국도, 포항~삼척 철도, 울릉도 일주 국도 및 지도 건설 등에 모두 1790억원을 배정받았다. 이 중 870억원이 정부안에 더해 추가로 증액된 것이다. 2009년 4000억원, 2010년 3500억원 가량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그동안 사업이 많이 진행됐다는 점이나 다른 대부분 도로예산이 깎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매우 많은 예산을 챙겨간 것이다.


박희태 국회의장(경남 마산)의 경우에도 덕천~양산 광역도로건설, 양산~동면 국도 및 지도 건설 등의 예산으로 모두 288억여원을 챙겼다. 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경남 마산)도 마산자유무역지역 확대조성, 거제~마산 국도, 진주~마산 고속도로건설, 진동~마산 지역간선 4차 건설 등 모두 1742억여원을 챙겼다. 이들이 지역구민들을 위해 챙긴 예산들은 거의 대부분 토건개발사업에 관한 것이다. 여기에 복지예산은 거의 없다.


민주당에서는 박지원 원내대표와 예결위 간사를 맡은 서갑원 의원이 수완을 보여줬다. 박 원내대표는 목포 수산식품지원센터 40억원, 목포신항 25억원 등 65억원의 지역구 사업 예산을 챙겼다. 서 의원은 순천만 에코촌 조성 12억원, 순천우회고속도로 10억원 등 22억원을 챙겼다.


사실 이번 예산안뿐만 아니다. 우리 연구소가 집계한 결과 정부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서 2009년 이후 400조원의 공공부채가 늘어났다. 과거 10년 동안 증가한 액수보다 더 많다. 그 같은 부채의 상당 부분이 각종 개발공기업을 통해 토건사업에 쓰였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 같은 개발 포퓰리즘을 여야 모두 수십 년 동안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 특히 한나라당은 2008년 총선에서 ‘뉴타운 헛공약’을 내세워 수도권에서 대거 당선됐다. 당시 오세훈 시장은 뉴타운을 추가 지정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선거기간 내내 침묵을 지켰다. 또한 오시장 스스로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서남권 개발프로젝트 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서남권 지역 주민들에게) 큰 선물인데, 뉴타운 사업과 달라 주민들이 잘 모를 수 있으니 홍보 잘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런 선심성 정책이야말로 개발 포퓰리즘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말 문제는 ‘망국적인 개발 포퓰리즘’이다. 이런 토건포퓰리즘 세력들이 '복지포퓰리즘'을 떠들 자격이나 있는지?차도 안 다니는 도로, 시민들이 사용도 못하는 종합운동장, 이용객이 없는 지방공항, 시민들 빚으로 지어진 초호화 청사들이 전국 각지에 넘쳐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각종 불요불급한 개발사업들에 매년 막대한 예산이 탕진되다 보니 시민들의 삶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 방학중 결식아동 지원비와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비까지 빼앗아 MB예산(4대강 사업 예산)과 형님예산 챙기는 청와대와 정치권, 그리고 수천억원 들어가는 지역개발 포퓰리즘은 문제가 아니고 700억원 아이들 의무급식은 '부자급식'이라는 서울시장이 있는 한 시민들의 삶은 개선될 리 만무하다.  소중한 혈세로 외환위기 이후 세 배 이상 비대해진 건설업계의 배를 불리는 데는 마구 퍼주면서도 우리 아이들 밥도 제대로 못 먹이는 기괴한 현실이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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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2. 10. 09:37

 

2005년부터 2007년 여름까지 2년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을 공부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30대 중반의 나이에 가족들과 함께 ‘늦깎이 유학’에 나섰으니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참 많은 것을 보고 배웠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한편 고민이 많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돌아갈지, 돌아가면 어떤 삶을 살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른바 ‘세속적 성공의 경로’에 마음의 곁눈질도 많이 했던 시기입니다.  


하지만 케네디스쿨에 공부하러 왔던 초심을 늘 생각했습니다. 어떤 식이든 한국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버틴 2년이 훌쩍 지나가 어느덧 졸업식이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라는 화두를 던진 바로 그 졸업식 축사를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연설을 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나는 이 말을 하기까지 30년을 기다려 왔습니다. 아빠, 내가 항상 말했죠. 꼭 돌아와서 (하버드대) 졸업장을 받을 거라고”라는 농담으로 그는 축사를 시작했지만 이어지는 그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그는 “나는 큰 후회 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내가 하버드를 중퇴할 때 엄청난 세상의 불평등(inequity)에 대해 거의 자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수백만의 사람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건강과 부, 기회의 가공할만한 격차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것을 알게 되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가난한 나라에서 소아마비, 말라리아, 홍역, 폐렴, 황열병과 같은 이미 치료제가 개발된 병으로 수백만의 아이들이 죽어가는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그 아이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간 이유는 단지 그들의 엄마 아빠가 시장에서 아무런 힘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현실을 개탄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좀 더 창의적인 자본주의를 발전시킨다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시장의 힘이 좀 더 잘 작동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물었습니다. “하버드 가족 여러분, 여기 졸업식장에 있는 이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지적으로 뛰어난 인재들의 집합체입니다. 그런데...무엇 때문에 와 있습니까?” 그 순간 심장이 날카로운 뭔가에 찔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은 많은 기대도 받는다”며 “우리가 받은 재능과 특전, 기회를 생각할 때 세상이 우리에게 아무리 요구하더라도 지나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올라갔습니다. “활동가가 되십시오. 커다란 불평등과 맞서십시오. 그것은 여러분들 삶에서 가장 훌륭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축사를 끝맺었습니다. “나는 30년 후 당신이 직업적 성취뿐만 아니라 세상의 가장 깊은 불평등과 어떻게 맞서 싸웠는지를 돌아보면서 스스로의 삶을 평가하기를 바랍니다.”


빌 게이츠의 연설은 이후 제 마음 깊숙이 박혀 있습니다. 제가 힘들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 제가 인생의 먼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 항상 이 연설문을 꺼내 읽어봅니다.

어젯밤에도 저는 이 글을 꺼내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오세훈 시장을 생각했습니다. 그도 최근에 불평등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민주당 등 야권의 의무급식 지원에 대해 오시장은 ‘무차별적 복지’ ‘부자급식’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서민들에게 지원해야 할 돈으로 부자들에게까지 지원해야 하니 실제로는 ‘불평등’을 키우는 정책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더니, 급기야 어제는 이처럼 무차별적인 복지를 시행하면 소득세와 법인세를 30%까지 더 걷어야 할 것이라고 일반 시민들을 겁주기도 했습니다. 정말 그의 수사만 보면 의무급식 지원에서 생겨나는 불평등에 대한 그의 우려가 매우 큰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의 걱정이 제게는 잘 와 닿지 않습니다. 제가 어제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일반적으로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데, 대중영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행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700억원으로 우리 아이들 골고루 밥 좀 잘 먹이자는 정책이 뭐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 정책인지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의무급식 지원의 정책적 효과를 생각해보면 당장 우리 아이들의 위화감과 정서적 상처도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 트위터에는 지방에서 교사로 계신 분이 아이들의 3분의 1만 급식지원을 받는데, 일부 부모들이 아이가 낙인 찍힐까봐 급식지원 신청을 하지 않는다고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친환경 식단으로 우리 아이들 건강을 지켜서 장기적으로 각종 성인병 예방해서 미래의 의료비용, 즉 복지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건강이 나빠진 뒤 치료하는 비용보다 우리 아이들을 처음부터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길게 보면 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임은 더 말할 나위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의무급식을 잘 운용하면 오시장이 걱정하는 과도한 복지 지출이 추후 발생할 소지를 오히려 현저히 줄일 수 있습니다. 미국 정치권이 거의 여야 만장일치로 사상최악의 재정상황 속에서도 점심 급식 확대 지원안을 통과시킨 것도 바로 그런 취지 때문입니다.


물론, 당장 의무급식을 일률적으로 실시하자면 부담되는 지자체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지역들도 서울시보다는 급식 지원을 지금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연간 20조원이 넘는 재정을 쓰는 서울시 정도는 700억원 정도의 의무급식 지원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시장께서는 이걸 복지 망국병으로 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처럼 말씀하고 계십니다.


지금 국내에서는 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해 토건, 부동산 부양책에 수백조원씩 공공부문에서 끌어 쓰고 있습니다. 주로 부유층이 혜택 받는 감세정책에 88조원을 쓰고 있습니다. 이게 다 미래 우리 아이들한테 쓰일 소중한 돈을 빚으로 끌어당겨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돈들의 혜택은 대부분 부유층과 대기업, 부동산 부자, 그리고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거품을 일으켜 고분양가로 국민들을 허덕이게 했다가 경제위기를 초래한 건설업계와 저축은행 등에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2009년 이후 고소득층의  세 부담은 현저히 줄고 저소득층의 세 부담은 30~40% 이상 늘고 있습니다. 오시장이 진심으로 불평등에 대해 걱정하신다면 왜 의무급식 지원 예산보다 수백, 수천 배 더 거대한 불평등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는지 의문입니다. 


더구나 오시장이 700억원의 예산에서 온갖 무리한 과장과 억측을 더해 ‘망국병’으로 부풀리기 이전에 현 정부의 무리한 감세정책과 세계 최대 규모의 공공부채를 동원한 부양책으로 당장 국가 재정 기반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미 빚더미에 올라 있습니다. 미래에 닥칠 재정 부담에 대해서는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그렇게 앞서가는 걱정을 하시는 분이 당장 눈 앞에 벌어지는 ‘빚잔치’에는 침묵하는지도 의문입니다.


물론 복지라는 것이 무조건 돈을 많이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세 부담이나 생산경제에 대한 위축효과 등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추진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입니다. 저도 한국 경제의 경제나 재정 상황에 비춰 과도한 복지정책을 지지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사회복지지출이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2008년 말 당시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제 처와 함께 며칠간 경기도 고양시의 기초생활대상자들을 돌아본 적이 있습니다. 제 처 얘기를 듣고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한국의 열악한 복지 현실에 마음이 찢어지는 듯 했습니다. 생활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변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 매일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고 전기요와 홑이불 몇 개에 의지해 겨울을 나던 60대 노인, 컨테이너 박스에서 노환에 시달리며 한 달 생활비 30만원으로 겨우 살아가던 독거노인, 차상위 계층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이 끊기면서 약값 부담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던 할머니...


그런데 아내와 동료 사회복지사 한 명의 급료를 포함해 80여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사업에 배정된 1년 예산은 겨우 1억원. 제 처는 예산이 조금만 더 있어도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런데 그 해 말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경기 부양을 명목으로 각종 토건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조기 예산 집행에 나섰습니다. 당시 여당 소속 시장이 있던 고양시도 비슷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러면서 제 처가 담당하던 거점센터에 지원하기로 했던 예산은 당초보다 3000만원 깎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서울시도 똑같은 식으로 복지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우선, 서울시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대상자가 2009년 21만720명에서 22만1852명으로 5.3% 가량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당 예산은 2009년 5292억 원에서 2010년 4759억여 원으로 533억여 원 줄어들었습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및 특례수급자 진료비 지원도 대상자가 2009년 22만330명에서 올해 22만9916명으로 4.4%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예산은 오히려 6439억여 원에서 6085억 원으로 354억여 원 줄어들었습니다.


또 2009년 414억여 원을 투입해 실시됐던 한시생계보호 사업을 종료한 영향 등으로 긴급복지지원 예산은 지난해 1076억여 원에서 264억 원으로 813억 원 가량 줄었습니다. 또 노인생활시설 운영 및 지원비는 99억 원,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32억 원, 노인일자리 사업지원 249억 원, 노인종합복지관 운영비 지원 23억 원, 장애인취업 통합서비스 34억 원,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182억 원, 소년소녀가정 및 저소득층 아동지원 25억 원, 부랑인·노숙인 보호 및 자활지원 83억여 원, 지역치매센터 운영 130억 원, 저소득층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자 지원 20억 원, 저소득층 가사·간병서비스 바우처 지원비 36.6억 원, 식품의약품 안전성검사 예산 114.8억 원 등이 줄어들었습니다.


저소득층과 취약층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대폭 위축된 것입니다. 오시장께서는 지금은 ‘복지 망국병’을 말씀하시지만 지난 지방선거 기간중에는 4년 내내 복지에 미쳐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서울시는 또 2011년 예산안에서도 사상 최대 복지 예산 편성했다고 자랑하지만, 지금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급속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의무적 복지 지출만으로도 매년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서울시의 구체적 예산 편성 내역을 보면 오시장은 복지에 미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너무나 차분하고 냉정했습니다.

 

교육지출은 또 어떻습니까? 세계경제포럼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재정지출은 GDP 대비 조사 대상 127개국 가운데 71등 수준입니다. 이 같은 현실은 서울시의 교육 지원 예산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올해 경우 서울시의 교육지원 예산은 260억원입니다. 서울시 예산액의 0.1%가 겨우 넘는 규모입니다. 그나마 올해 지방선거에서 의무급식 등이 이슈가 되니 3무학교 사업이나 교육 예산을 들고 나오면서 내년 예산에서 크게 늘린다는 게 1445억원입니다. 그런데 이래봤자 전체 서울시 예산의 1%도 안 되는 것입니다. 고무적이지만 오시장께서 스스로 재선 직후에 교육 관련 지원 예산을 1조원까지 늘리겠다고 하셨으니 그 약속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실천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는 의무급식 지원뿐만 아니라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3무학교 사업의 취지도 찬성합니다. 우리 아이들 학습 준비물 지원하고, 아이들 폭행을 막고 안전을 도모하고, 뒤쳐진 학습을 도와주겠다는데 크게 반대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 좀 친환경적이고 건강에 좋은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해 건강하게 하면서 사회적 위화감도 줄이자는 의무급식 지원을 반대할 사람 또한 얼마나 많겠습니까. 의무급식이든 3무학교 사업이든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혜택 돌아가는 사업은 당분간은 좀 더 적극적으로 하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대신 오시장께서 시야를 좀 넓혀서 불요불급한 개발, 토건사업 비중 좀 줄여야 합니다. 오시장께서 복지포퓰리즘을 말씀하시는데, 지금 국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개발 포퓰리즘입니다. 차도 안 다니는 도로, 시민들이 사용도 못하는 각종 종합운동장, 이용객이 없는 지방공항들, 시민들 빚으로 지어지는 초호화 청사들이 무더기로 전국 각지에서 지어지고 있습니다. 이게 지금 여든 야든,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지금까지 계속 돼왔습니다. 여기에 매년 수십조원씩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데 이런 게 더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당장 서울시만 해도 문화니, 디자인이니 하는 포장을 했지만 사실상 하드웨어형 사업이 넘쳐납니다. 한강 르네상스에 5400억원, 서울 서남권 유권자들 표심 얻겠다고 오시장이 추진한 서남권 개발 프로젝트도 수천억원이 들어갑니다. 그 밖에 남산 르네상스, 한강 예술섬 사업 등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이 모든 게 개발형 사업들입니다. 물론 이 가운데 필요한 사업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너무 많고 과도합니다.



같은 공사를 발주해도 건설업체들에게 그냥 마구 퍼주는 사업들이 정말 많습니다. 재벌건설업체들이 가격 담합해서 공사비를 부풀리는 턴키사업들이 대표적입니다. 지하철 7호선, 9호선 건설 사업 등이 턴키사업으로 발주된 가운데 가격 담합이 이뤄져 공사비가 막대하게 낭비돼 지하철이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는 것입니다. 가든파이브를 1조원에 할 수 있는 것을 1조3천억에 공사했고, 청계천도 3000억에 할 것을 약 400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이런 턴키사업들이 서울시 전체로 매년 1조원대 넘습니다. 그런데 입찰업체간 가격 경쟁만 유도하면 얼마든지 예산을 아낄 수 있습니다. 제가 서울시 재직할 때 건설업체간 담합을 분쇄해서 지하철 9호선 2단계 발주에서 약 1000억원을 아꼈습니다. 제가 이걸 오시장께 보고했기에 오시장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저는 최근 상당히 긴 인연을 가져왔던 오세훈 서울시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저도 사람이라 상당히 긴 인연을 이어온 그를 비판하는 게 매우 괴롭습니다. 하지만 국가의 진로에 큰 영향을 주는 중책을 짊어진 사람이 올바른 길을 걷지 못할 때 그 사람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것은 지식인의 책무이자 시민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인연을 접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빌 게이츠가 제게 준 가르침대로 커다란 불평등과 맞서기로 했습니다. 저는 오시장의 불평등 주장이야말로 오히려 이 사회의 거대한 기득권에 영합하는 발언이자 제가 맞서 싸워야 할 커다란 불평등의 일부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빌 게이츠도 불평등을 말하고, 오세훈 시장도 불평등을 말합니다. 하지만 빌 게이츠의 말에서 저는 진정성과 감동을 느끼는 데 반해 오시장의 발언에서는 탐욕과 정치적 계산만을 느낍니다. 빌 게이츠의 말은 제 가슴에 박혀 인생의 지침이 되고 있는데 반해 오시장의 발언은 한 때라도 그를 도왔던 데 대한 자괴감으로 제 가슴을 후벼파고 있습니다.


오세훈시장은 그동안 늘 시민의 입장에서 시정을 펴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민의 입장을 버리고 권력에 굶주린 사람으로 변해가니 온갖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오시장이 정치적 욕심을 버리고 시민의 입장으로 돌아가기를 충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30년 후 당신이 세상의 가장 깊은 불평등과 어떻게 맞서 싸웠는지를 돌아보면서 스스로의 삶을 평가하기를 바란다”고 한 빌 게이츠의 말을 오시장도 새겨줄 것을 바랍니다. 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제가 취했던 행동을 30년 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오시장도 그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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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2. 8. 12:46

오늘 손석희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근 오시장의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발언으로 촉발된 의무급식 논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짧아 준비한 내용을 모두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준비한 내용을 다듬어 소개해 드립니다. 참고해 보십시오.

 

 

1. 시의회의 무상급식 조례안 통과에 대해 오세훈 시장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먼저 전제를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여야 정파적 입장 떠나 서울시 재정상황을 잘 아는 전문가적 입장에서 말씀드립니다.


우선,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데, 대중영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700억원으로 우리 아이들 골고루 밥 좀 잘 먹이자는 정책이 뭐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 정책인지 의문. 정책의 효과를 생각해보면 당장 아이들간의 위화감과 정서적 상처도 줄일 수 있고요. 친환경 식단으로 우리 아이들 건강을 지켜서 장기적으로 각종 성인병 예방해서 미래의 의료비용, 즉 복지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충분히 합리성이 있는 정책입니다. 물론, 당장 의무급식을 일률적으로 실시하자면 부담되는 지자체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지역들도 서울시보다는 급식 지원을 지금 더 많이 하거든요. 어쨌든, 제가 볼 때 서울시 정도는 의무급식 지원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시장께서는 이걸 복지 망국병으로 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너무 과도한 인식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해 토건, 부동산 부양책에 수백조원씩 공공부문에서 끌어 쓰고. 부유층 주로 혜택 받는 감세정책에 88조를 쓰고 있습니다. 이게 다 미래 우리 아이들한테 쓰일 소중한 돈을 빚으로 끌어쓰고 있는 것이고 이게 당장 국가 전반의 재정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이 단 한 번도 이를 두고 심각하게 걱정하는 발언을 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한테 겨우 그런 돈들의 수백, 수천분의 1에 불과한 돈을 쓴다고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하면 너무 균형감 없는 표현입니다. 그런 면에서 오시장이 이 문제를 정책적으로 따지기보다는 이념적 공방으로 몰고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물론 복지라는 것이 무조건 돈을 많이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세 부담이나 생산경제에 대한 위축효과 등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추진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사회복지지출이 OECD 평균의 3분의 1이고, 교육지출은 세계 127개국 가운데 71등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시장의 걱정은 앞서가도 너무 앞서가는 기우입니다.


그리고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당이 공약을 내걸고 다수 유권자가 지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책임정치의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그걸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그 정책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그렇게 표현하는 오시장이야말로 대의제 민주주의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시고 철저히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2. 흔히 복지 이야기가 나오면 선진국 사례를 많이 참고하고 있지 않나. 다른 나라들은 무상급식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궁금한데?



일단 서울시가 OECD 국가들 전수 조사를 해서 극소수의 복지국가만이 의무급식을 하고 있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문제다. OECD 국가간 비교자료는 OECD Education at a glance라는 자료가 있는데, 여기에는 국가별로 급식 행태나 예산 지원 수준을 보여주는 자료는 없다.


서울시도 거론한대로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 중 상당수가 고교까지 전면 의무급식을 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잘 사는 복지국가니까 그렇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나라들이 이런 제도를 도입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직후다.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국가의 기본 의무로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금 그 나라들이 지금 못 살고 있습니까. 복지 수준도 높고 경제도 우리보다 여러모로 앞선 나라들이거든요.


복지 수준에서 제일 떨어지는 게 미국입니다. 미국은 주별로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전반적으로는 전체 학생의 60%까지 급식 지원한다. 더구나 사상 최악의 경제난, 재정난을 겪는 가운데도 미국은 여야가 만장일치에 가까운 합의로 45억 달러 점심 급식 확대 지원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아이들의 질 높은 급식을 통해 굶주림과 비만을 줄이면 향후 의료비용 줄일 수 있다는 취지이거든요. 이렇게 재정상황이 어려운데도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보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라마다 제도 등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을 참고로 하되, 그 나라 자체적으로 재정 투입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고 보면, 유권자 동의를 얻어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3. 오시장은 ‘어려운 아이들에게 가야 할 교육, 복지예산을 부자에게 주는 불평등 무상급식이다’ 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에서는 무상급식을 하게 될 경우 다른 복지예산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시장께서 좀 통 크게 보셨으면 하는데요. 교육예산을 처음부터 너무 적게 잡아 놓고 그 예산 안에서 의무급식하면 다른 교육예산이나 복지예산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그건 제가 볼 때 서울시 교육국장 입장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한된 교육 관련 예산 안에서 우선순위를 따져야 하거든요. 하지만 서울시장은 좀 더 큰 틀에서 재정을 제대로 배정하고 있는지 먼저 따져야 합니다. 처음부터 교육예산을 적게 잡아놓고, 의무급식 예산 배정하면 쓸 게 없다라는 식의 주장은 시민들이 납득하기 어렵죠.


서울시 예산을 대략 20조로 잡으면 그 중에 5조 정도는 시교육청이나 기초 지자체에 법적으로 지원하는 예산이다. 서울시가 자체 재량으로 쓸 수 있는 게 약 15조 정도 된다. 그 가운데 약 10조원 가량이 각종 토건사업 등 하드웨어 예산이고. 이게 사실 오세훈시장이 취임할 때 “전임 이명박시장이 하드웨어는 많이 채웠으니, 소프트웨어에 치중하겠다”고 하셨는데, 예산상으로는 거의 바뀐 게 없거든요. 나머지 5조가 남는데, 그 중에 복지예산이 명목상으로는 4조 정도 된다. 하지만 복지예산도 대부분 법에 따라 의무지출하는 것이다.


오히려 올해 경우에 서울시가 재량에 따라 쓸 수 있는 복지예산은 오히려 수천억원 줄었다. 기초생활수급자 진료비 지원, 노인생활시설 운영,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노인종합복지관 운영,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소년소녀가정, 저소득층 아동지원 수십, 수백억씩 감축. 오시장께서 임기 동안 복지에 미쳐 있었다고 하시는데, 예산상으로는 전혀 미쳐 계신 게 아니고 굉장히 냉정하셨다.


교육예산은 한참 더 심각해서 올해 경우 260억원. 서울시 예산액의 0.1% 겨우 넘는 예산. 그나마 올해 지방선거에서 의무급식 등이 이슈가 되니 3무학교 사업이나 교육 예산을 들고 나오면서 내년 예산에서 크게 늘린다는 게 1445억이다. 그런데 이래봤자 전체 서울시 예산의 1%도 안 되는 것이다. 고무적이지만 오시장께서 스스로 재선 직후에 교육 관련 지원 예산을 1조원까지 늘리겠다고 하셨으니 그 약속을 좀더 적극적으로 실천하시길.




4. 3무학교 사업에는 찬성하나.


취지에는 찬성한다. 우리 아이들 학습 준비물 지원하고, 아이들 폭행을 막고 안전을 도모하고, 학습 도와주겠다는데 반대할 사람 어디 있나.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 좀 친환경적이고 건강에 좋은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해 건강하게 하면서 사회적 위화감도 줄이자는 것인데 그걸 반대할 사람이 또 얼마나 많나. 실제로 여론조사해보면 82%가 지지. 의무급식이든 3무학교 사업이든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혜택 돌아가는 사업은 당분간은 좀 더 적극적으로 하자. 대신 오시장께서 시야를 좀 넓혀서 불요불급한 개발, 토건사업 비중 좀 줄이자.


여러분들도 한 번 생각해보시라. 우리가 의무급식을 먼저 해야 할지, 3무학교 사업을 먼저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이 엇갈릴 것. 하지만 이미 건설업체들에게 잔뜩 퍼주고 있고, 예산 낭비까지 심한 토건사업을 좀 더 할지, 낭비되는 예산을 절감해서 3무학교사업에 더해 의무급식까지 할지를 생각해보십시오. 많은 분들이 선택하시는 답은 정해져 있을 겁니다. 오시장께서는 서울시 교육국장이 아니고 서울시장이기 때문에 좀 더 전체적으로 서울시 재정을 크게 보고 의무급식까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5. 그렇다면 서울시의 재정운용중 예산을 절감해야 할 부분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오시장께서 복지포퓰리즘 말씀하시는데, 지금 국내에서 문제는 개발 포퓰리즘. 차도 안 다니는 도로, 시민들이 사용도 못하는 각종 종합운동장, 이용객이 없는 지방공항들, 시민들 빚으로 지어지는 초호화 청사들이 무더기로 전국 각지에서 지어지고 있다. 이게 지금 여든 야든,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지금까지 계속 돼왔다. 여기에 매년 수십조원씩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데 이런 게 더 문제다.


그리고 당장 서울시만 해도 문화니, 디자인이니 하는 포장을 했지만 사실상 하드웨어형 사업이 넘쳐난다. 한강 르네상스에 5400억원, 그 다음에 서울 서남권 유권자들 표심 얻겠다고 추진한 서남권 개발 프로젝트도 수천억. 그 밖에 남산 르네상스, 한강 예술섬 사업 등 이 모든 게 개발형 사업이다. 이 각각의 사업에는 이미 수천억씩 들어갔습니다. 물론 이 가운데 필요한 사업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너무 많고 과도하다. 이런 과정에서 지금 서울시 산하 개발공기업의 부채가 거의 20조원 가까이까지 늘어났다. 오시장께서 창의경제를 부르짖으시는데, 창의성을 발휘하는 주체는 사람입니다. 좀 더 창의경제에 부합하도록 사람에게 좀 많이 써야 하는데, 콘크리트에 퍼붓는 사업이 너무 많다. 이걸 좀 줄여야 합니다.


같은 공사를 발주해도 건설업체들에게 그냥 마구 퍼주는 사업들이 정말 많다. 재벌건설업체들이 가격 담합해서 공사비를 부풀리는 턴키사업들이 대표적이다. 지하철 7호선, 9호선 2단계 연장구간 이런 게 턴키로 해서 공사비 엄청 들어가서 지하철 적자에 시달리는 것이다. 가든파이브 1조에 할 수 있는 것 1조3천억에 했고, 청계천도 3000억에 할 것 4000억에 했다. 은평뉴타운 턴키사업으로 오시장 임기 초기에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이유도 이런 공사비 때문이다. 이런 턴키사업들이 서울시 전체로 매년 1조원대 넘습니다. 그런데 이거 업체간 가격 경쟁만 유도하면 얼마든지 아낄 수 있다. 제가 서울시 재직할 때 건설업체간 담합 분쇄해서 지하철 9호선 2단계에서 1000억원 아꼈고, 제가 이걸 오시장께 보고했기에 오시장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과거로 회귀했죠. 이런데서 좀 더 적극적으로 줄이면 얼마든지 더 교육예산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 오시장께서 너무 속 좁게 보시는 것 같다. 제발 큰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좀 더 통 크게 보시길 바란다.


 

 

선대인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더 깊이 있는 토론과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2. 7. 08:38

 

 

어제 제가 트위터상에서 트윗한 글들이 불러온 파장에 사실 얼떨떨합니다. 트위터에서는 어느 정도 화제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여러 언론에서 기사화되고 포털까지 걸리게 될 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트윗 내용이 시민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라 생각하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은 저희 연구소입니다. 저희 연구소는 '정직한 지식의 생산기관'을 자임하는 경제전문 연구소입니다. 오시장에 대한 제 트윗 내용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관한 것이어서 혹시 저희 연구소가 정치적으로 오해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http://bit.ly/hR44lu 혹시 못 읽어보신 분들은 오마이뉴스에 제가 기고한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트위터에 올린 글은 아무래도 제 뜻을 충분히 전하기 어려운데, 서울시 재정상태와 의무급식 지원 문제에 대한 제 의견을 정리했습니다

 

제가 어제 오시장에 대한 적나라한 트윗을 하게 된 계기는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그의 발언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시 재정 배분에 관한 문제를 이념적 공방으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읽혔기 때문입니다.

 

정말 우리가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을 운운할 정도 수준이기나 한 건가? OECD 국가간 공공사회복지지출(public social expenditure)라는 지표를 보면 한국은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 OECD 최하수준입니다.

 

반면 전산업의 부가가치 총액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우리가 70~80년대 개발연대에 사는 것도 아닌데, 여전히 토건산업의 비중이 매우 과다한, 즉 토건에 너무 많은 자원을 배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부를만한 수준의 과도한 복지정책을 시행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선심성 의도로 잘못 만들어진 일부 복지정책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전체적인 복지수준은 여전히 매우 열악합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포퓰리즘은 복지 포퓰리즘이 아니라 개발 포퓰리즘, 토건 포퓰리즘입니다. 한 해 정부와 지방정부의 공식 SOC 예산은 50조원 전후 수준이지만, 실제 토건 예산은 훨씬 많습니다. 문화, 복지, 교육, 환경 예산으로 포장돼 있을 뿐이어서 사람들이 잘 모를 뿐입니다.

 

예를 들어 국내 도서관과 체육시설, 문예회관, 종합운동장, 각종 복지시설 등은 명목상으로는 문화체육, 교육, 복지, 예산이지만 이들 사업에는 막대하게 부풀려진 시설건립비가 투입됩니다. 하지만 정작 이들 시설을 운영과 프로그램 운영비는 쥐꼬리만하죠.

 

올해 서울시 사업중에도 원지동 추모공원(335억원), 남산공원 재정비(316억원), 한강예술섬 조성(243억원) 사업, 서남권 문화체육컴플렉스 건립(206억원),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 건립(701억원), 글로벌클러스터 빌딩 건립(106억원) 등이 모두 그런 사업들입니다.

 

이처럼 실제 토건사업 예산은 훨씬 많습니다. 2010년 서울시 예산에서도 절반 정도 이릅니다. 더구나 예산 부족을 떠들면서도 경제 위기에 대응한다면서 2010년 경우 토건사업예산은 늘리고, 의무적 지출 아닌 재량적 복지 예산은 뭉터기로 깎았습니다.

 

올해 서울시 사업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 및 특례수급자 진료비 지원, 긴급복지지원 예산, 노인생활시설 운영,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노인일자리 사업, 노인종합복지관 운영, 장애인취업 통합서비스,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소년소녀가정 및 저소득층 아동지원 등 수십, 수백억씩 감축했습니다.

 

이런 복지예산들 줄여 서민경기 부양한다면서 건설업체들 퍼주는 각종 토건사업 늘렸습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 등 각종 토건사업을 벌이며 하고 있는 작태와도 같습니다. 2006 20조원이던 공공사업 발주액이 2009년에는 50조로 증가했습니다.

 

기존 복지예산도 깎고 건설업체들 퍼주는 예산을 마구 편성하고서 '복지 포퓰리즘'이라니 기가 차지 않습니까. 지난해까지 사회복지사를 했던 아내가 있어서 잘 압니다만, 지금도 단돈 몇 만원이 아쉬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생활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변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 매일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고 전기요와 홑이불 몇 개에 의지해 겨울을 나는 60대 노인, 컨테이너 박스에서 노환에 시달리며 한달 생활비 30만원으로 사는 독거노인 등등

 

이처럼 한국의 열악한 복지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반면 우리 연구소가 있는 고양시는 지금도 가동률 50%에 불과한 킨텍스 옆에 제 2전시장을 짓는다며 3500억원을 씁니다. 고양시 1년 전체 사회복지예산의 1.5배에 이르는 돈입니다. 킨텍스 제 2전시장은 턴키로 발주됐는데,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그냥 먹는 돈만 1000억원 가까이 됩니다.

 

중앙정부를 생각하면 더 기가 막힙니다. 2009년 이후 2년도 안돼 정부 공기업을 통털어 증가한 공공부채가 520조원에 이릅니다. 한 해 GDP총액의 절반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부채. 공공부채가 이만큼 늘었는지 아마 정부도 집계를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과거 10년 동안 증가한 공공부채보다 더 많은 부채가 한꺼번에 늘어버렸습니다.

 

이 막대한 부채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온갖 토건 부동산 부양책 등에 탕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서민경기를 부양한다면서 실제로는 온갖 엉터리 막개발 정책에 탕진하고 정작 우리의 힘든 이웃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도 못합니다.

 

이것이 2010년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복지포퓰리즘이라고요? 오히려 개발포퓰리즘입니다. 전국 각지에 쓰지도 않는 유령 지방공항이 넘쳐나고, 늘 예상 통행량보다 턱없이 적은 도로들이 계속 건설되고, 뉴타운사업이 남발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서울시도 사례를 들어볼까요? 오시장도 취약한 자신의 당내 입지 보완한다며 2008년 개발 마인드로 무장한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을 정무조정실장으로 끌어들였죠. 그 뒤 나온 것이 '서남권 개발 프로젝트'. 상대적으로 개발 낙후된 서울 서남권 주민들을 겨냥한 선심성 개발정책이었죠

 

오시장 스스로가 서남권 개발프로젝트 추진계획 보고자리에서 서남권 지역 주민들에게 '엄청난 정치적 선물인데, (뉴타운과 같은) 기존 사업과 많이 달라 잘 모를 수 있으니 홍보 잘 하라"고 했죠. 이런 수천억짜리 선심성 정책이야말로 개발 포퓰리즘의 전형 아닌가요? 자신의 개발 포퓰리즘은 포퓰리즘이 아니고 시민들 절대 다수가 찬성하는, 우리 아이들 골고루 밥 좀 먹이자는 게 복지 포퓰리즘인가요?

 

이처럼 온갖 개발 포퓰리즘으로 국민들의 소중한 혈세를 외환위기 이후 세 배 이상 비대해진 건설업계에 퍼주며 예산을 탕진하고 기존 복지예산도 깎고 있으면서 무슨 '복지 포퓰리즘'입니까. 현실인식에서 최소한의 균형감각도 상실한 망발이 아닐 수 없죠.

 

결국 오시장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한 것은 의무급식에 대한 지지가 높자 자신의 3무학교 사업으로 물타기하는 한편 이념적 공방으로 몰고가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순위에 대한 생각 다른 것까지는 좋은데, 이념공방으로 몰고가는 것은 정말 치졸한 수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떤 정책에 대해 재정 배분이 적절한지에 대해 논의하고 그것이 합의가 안돼 정해진 정치적 결정 규칙에 따라 결정됐다면, 일정한 수준에서 수용하는 게 우리가 현재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 아닌가요? 그런데 수세에 몰린 정치적 입지 만회하고, 한나라당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념 공방으로 몰고가는 것이 '한때 개혁파' 오세훈의 선택인가요?

 

사실 터무니없는 재정 남발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과세형평성 문제도 정말 심각합니다. 우선, 국내 자산경제 규모는 약 7500조원 규모로 GDP로 대표되는 생산경제 1064조원의 7배 규모. 그런데 자산경제에 걷는 세금은 전체 조세수입의 17.8% 불과합니다.

 

땀 흘려 일하는 생산경제 영역에 주식, 부동산 등 자산경제 영역보다 단위당 서른 배 이상 과중한 세금을 매기면서 무슨 '공정사회' 운운이란 말인가요? 또한 특검 조사에서만 45000억원의 비자금을 밝혀내고도 상속세 한 푼 안내는 이건희씨를 비롯해 한화, CJ, C&우방, 태광그룹 등이 수백, 수천억원대 비자금 관리하면서 탈세하는 동안 국세청과 금융감독원과 검찰들은 도대체 뭘 했단 말입니까? 유럽 재정위기 진원인 PIIGS 국가들보다 더 큰 지하경제가 존재하는 나라가 '공정사회' '공정과세'가 가능하겠습니까?

 

부자감세는 어떤까요? 현 정부가 실시한 감세정책 규모는 OECD 3위 규모로 경제위기 진원지도 아닌 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 87조원). 부유층과 불로소득에 제대로 과세도 안하고, 탈세를 처벌도 안하면서 엄청난 감세를 해주는 나라입니다.

 

감세할 만한 처지나 되나요? 실효 법인세율은 OECD 하위권으로 30% 후반대인 경제대국 미국, 일본의 절반 이하 수준. 그런데 맨날 홍콩, 싱가폴 등 외자를 유치해야 먹고 사는 일부 도시형 국가 비교하면서 국내 법인세율 높다고 감세 땡깡 부리죠

 

결국 돈과 권력 가진 사람들이 제대로 세금도 안 내면서도 각종 토건사업과 감세, 고환율 지지 등으로 엄청나게 배 불리는 형국입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무임승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지만, 진짜 이 사회의 파렴치한 무임승차자들은 바로 이들입니다. 비유하자면, 동창회비를 제대로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 회장, 총무를 맡아 자신들 좋은 일에 흥청망청 동창회비를 쓰는 격입니다. 국내에 복지 포퓰리즘이 있다면 '재벌 복지 포퓰리즘'일 뿐 남미형 포퓰리즘은 큰 틀에서 없습니다.

 

하지만 향후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각종 복지수요가 급증하게 됩니다. 어디에선가 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급속한 고령화로 경제위축 효과가 커지고, 글로벌 경쟁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생산경제에 계속 과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부 진보세력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회복지세를 신설하면, 가뜩이나 세원이 드러난 생산경제 종사자들의 세금 부담이 더 커집니다.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자산경제에 제대로 과세하고 탈세를 막고 세원을 투명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탈세 막고 자산경제에 대한 공정과세 구조만 확립해도 50조원 추가 확보 가능합니다. 또 각종 불요불급한 토건사업 등을 줄이고 각종 잘못된 정책과 제도를 개혁하면 매년 50조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그 재원으로 일반 가계의 세부담 늘리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삶의질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 밥 먹이는 일쯤은 껌값 쓰듯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좀더  정리된 글로 올리겠습니다. 다만, 막대한 세금을 엉뚱한 곳에 탕진하면서 아이들 밥 먹이는 돈 700억 아깝다고 '복지 포퓰리즘' 운운하는 사람은 서울시장 자격 없습니다. 그런 사람, 그런 정치세력은 시민들의 힘으로 용서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두 좋은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선대인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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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2. 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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