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부동자금 800조원'을 둘러싼 소동이 점입가경이다. 언젠가부터 부동자금 800조원 운운하던 기사가 나오더니 얼마 전부터는 경향, 한겨레부터 조중동까지 사설과 칼럼으로 부동자금을 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급기야 며칠 전에는 연합뉴스가 부동자금 800조원 돌파라며 마치 대단한 특종이라도 한 듯이 기사를 써댔다. 많은 신문들이 이를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단기 반등 양상과 연결지으며 '유동성의 힘'이라고 썼다. 이에 편승해 부동산 투기 조장꾼들은 '봐라. 부동산시장을 폭등시킬 돈은 얼마든지 있다"는 식으로 사람들을 선동했다. 특히 정도가 심한 일부 꾼들 중에는 아예 "부동자금이 넘쳐나서 부동산시장이 폭등할 것"이라고 선동하기도 했다. 이를 또 다시 일부 언론들이 옮기기도 했다.  

그런데 밑도 끝도 없이 언론을 통해 회자되고 있는 이 ‘부동자금 800조원’의 말뜻이 너무 모호하다. 우선, 부동자금이라는 말의 뜻이 너무나 모호하다. 경제학 교과서 어디를 뒤져도 부동자금이라는 용어는 없다. 결국 언론 스스로가 지어내 대량 유통시키고 있는 조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언론 보도에서 사용되는 문맥으로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자금이라는 뜻인 것 같다.


더구나 ‘부동자금’이라는 용어가 뒤따라 나오는 ‘800조원’이라는 돈의 액수와 이어지는 것은 당최 이해할 수 없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매는 돈이 800조원이나 된다니. 한국은행이 통화관리의 기본 지표로 삼는 광의통화 M2의 올해 2월 현재 통화량이 1458조원인데, M2의 절반도 훨씬 넘는 돈이 부동자금이라니 황당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판국에 그만한 돈이 투자성 자금으로 대기하고 있다니 한국에 그토록 갑부들이 많다는 말인가? 그리고 만약 800조원이라는 돈이 이리 저리 옮겨다니며 한국 경제를 휘젓고 있다면 한국경제는 엄청난 변동성으로 매일매일 쓰나미를 헤쳐나가는 기분일 것이다. 그것도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300조원, 400조원이라고 했는데, 그 새 400조원이 추가로 늘었다니 한국 경제가 그동안 개벽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실물 경제는 심각한 침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도저히 아귀가 맞지 않는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면 결국 ‘부동자금 800조원’이라는 용어와 이것이 사용되는 용법이 엉터리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 따져보기로 했다. 언론에서 금융감독원 자료를 출처로 삼고 있어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찾아봤지만, 부동자금과 관련된, 또는 단기 수신자금과 관련된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필자가 혹 못 찾았을 수도 있으니, 혹시라도 관련된 공식 자료를 찾으신 분은 알려주시기 바란다.) 언론 보도를 봐도 ‘금융감독원이 며칠 발표한 무슨무슨 자료에 따르면’이라는 표현 대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으로 일관된 것으로 봐서 공식자료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일부 기자가 금감원 자료 가운데 자기 입맛에 맞게 짜맞춘 금액이거나 아니면, 금감원 일부 관계자에게 ‘이러이러한 자금들 합계액 좀 내주세요’ 해서 주문생산한 자료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엉터리 금감원 관계자가 죽이 맞는 엉터리 기자와 ‘합작 생산-유통’했을지도 모르겠다.


좋다. 일단은 접어주기로 하자. 한국은행 자료를 통해 언론에서 단기 부동자금으로 거론하는 단기 수신자금에 해당하는 각종 항목을 모두 더해봤다.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MMF, 발행어음, 양도성예금증서(CD), 어음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매도, 그리고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까지 포함했다. 이외에 언론이 말하는 부동자금이 더 있는지 모르겠으나, 여러 언론 보도에서 언급된 것은 대부분 더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금액의 합계는 올해 2월 현재 546조 6400억원. M2의 37.5%에 해당했다.


그런데 이는 금융감독원이 제시하는 800조원이라는 금액보다 253조여원 적다.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이유를 양쪽 자료를 세부 내역별로 대조하지 않는 한 확실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일단 한국은행은 금융상품별로 집계를 한 것인데, 이 가운데는 일부 단기 자금으로 포함할 수 있는 자금이지만, 만기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어 일부 단기 수신자금으로 포함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자금 규모가 대세를 바꿀 만큼 큰 액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반면 언론 보도를 보면 금감원은 각 금융기관별로 자료를 집계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CD나 채권뿐만 아니라 이들 상품을 편입하고 있는 MMF 등 각종 복합 금융상품이 금융기관별로 여러 번 중복해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한국은행이 집계하지 않는 다른 대상이 더 있을 수 있지만, 큰 그림을 바꿀 만큼 자금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본다면 일단 금감원을 출처로 하는 부동자금 800조원이라는 액수는 상당히 부풀려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고의든 실수든(또는 자료 생산자가 귀찮아서 중복 부분을 걸러내지 않았든) 한국은행 자료와 200조원 이상이나 괴리가 생긴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어, 이 단기 수신자금의 추이를 아래 <도표>를 참고로 한 번 살펴보자. 이 단기 수신자금이 언론에서 언급한 부동자금 전부를 포괄하지는 않더라도 큰 흐름을 살펴보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도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단기 수신자금은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부동산 가격이나 주가의 등락과 상관없이 거의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2002~2003년이나 2006년 하반기에도 단기자금은 꾸준히 늘었다. 만약 언론에서 말하는 부동자금의 의미대로라면 이 당시 투자수익을 노리며 대기하고 있던 부동자금들이 부동산에 들어갔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부동자금이 줄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정황은 전혀 없다.

 

                                   <도표>

(주) 한국은행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렇다면 단기 수신자금이 이동해서 부동산에 들어갔다고 보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부동산 폭등기에 부동산시장에 들어갔던 자금들은 대부분 가계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빚이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잔고 추이 및 증감률을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주택담보대출 잔고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집값이 치솟았던 2005년 상반기와 2006년 하반기에 잔고가 큰 폭으로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강북 중심으로 집값이 뛸 때에도 소폭이지만 잔고 증가율이 비교적 높았고, 올해 2월 강남 재건축의 호가 위주 반등이 일어날 때도 증가율이 소폭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M2 증감률과 통화승수를 보더라도 드러난다. 가계 부채가 늘어나면 금융권을 통해 시중에 풀리는 돈이 늘어나게 되는데 부동산 가격이 뛰었던 2006년말과 2008년 초 M2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는 금융권이 가계 대출을 통해 신용창조를 활발히 한 것이므로 같은 시기 통화승수도 상대적으로 올라갔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부동산에 들어간 돈들은 대부분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빚이지 호시탐탐 때를 보고 있던 천문학적인 ‘부동자금’에서 이동한 돈이라고 보기 어렵다. 언론 보도처럼 투자를 위해 5분대기조처럼 대기하고 있는 자금이라면 왜 그런 자금들로 투자를 하지 은행에서 빚을 내서 투자하겠는가? 물론 단기 수신자금에서도 일부는 부동산으로 이동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뚜렷한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도표에서 M2대비 단기자금의 비율을 보더라도 경기가 상대적으로 좋았을 때 비율이 높고, 경기가 나빠질 때는 오히려 단기자금 비율이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언론에서 사용하는 의미대로라면 경기가 불확실할 때 관망하며 적절한 투자처를 물색하는 자금이므로 상대적으로 그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상황은 정반대인 것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언론에서 보도하는 부동자금의 성격이 실제와 많이 다른 것임을 추정케 한다. 결국 언론이 부동자금이라고 부르는 단기 수신자금의 성격이 단기 투기성(투자성) 자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합계 300조원이 넘는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예금 등은 대부분 일상적, 정기적 거래에 수반되는 지급이나 결제를 위한 자금이지 투자성 자금이라고 하기 어렵다. 또한 합계 106조원에 이르는 CD, RP 등은 일반인들을 상대로 금융상품으로 판매되는 것이다. 일반 고객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상 수익을 얻기 위해 이미 투자한 자금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이를 수익성이 더 좋은 다른 곳으로 금방 옮기기 위한 단기 대기 자금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37조원에 이르는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 등 단기 저축성 수신 또한 안전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이를 투자 대기 자금으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다.


비은행권에서 판매되는 MMF나 증권사 RP, 단기 채권형 펀드, 종금사 발행어음 등은 앞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상당 부분 중복 계산으로 그 금액이 부풀려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들 자금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에 민감하지만 경우에 따라 다른 투자처로 이동할 수 있지만, 이들 자금도 수백조원씩 옮겨 다니는 뭉칫돈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이 가운데도 증권사 CMA 상품에 편입돼 결제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금액이 35조원에 이른다.


이렇게 볼 때 단기 수신자금은 대기성 투자 자금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일상적인 거래를 위한 결제성 자금(거래적 동기)이거나 갑작스러운 자금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자금(예비적 동기)이지 투자나 투기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자금(투기/투자적 동기)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같은 부동자금의 실체에 대해서는 과거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도 대부분 결제성 자금이나 예비성 자금 등 정상적 자금이지 투자 대기 자금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적이 있다. 당시 박승 전 총재는 단기 수신자금 가운데 정말 언론이 말하는 성격의 투자 대기 자금이 얼마인지 파악하기 힘들며, 있다면 전체 단기성 예금의 극히 적은 부분일 것으로 추정한 적이 있다. (월간조선 2003년 12월호) 


실상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왜 ‘부동자금 800조원’이라는 망령이 계속 돌아다니는가? 물론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은행이 금리를 급격하게 낮춤에 따라 일부 자금이 단기화해서 좀 더 나은 투자처를 물색하는 흐름이 조금은 있을 수 있다.주식시장의 경우 한국은행이 밝힌 것처럼 개인들의 직접 투자가 늘면서 CMA나 개인예탁금 비중이 늘었다는 점에서 단기 자금의 일부가 유입된 효과가 제한적으로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부동산에 단기자금이 흘러든 뚜렷한 증거는 없다.  그나마 자산시장으로 흘러든 단기 자금은 언론에서 과장하는 ‘부동자금 800조원’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언론의 전문성이 낮아 부동자금의 성격을 잘못 알고 최초의 엉터리 보도를 걸러내지 못하고 확대재생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정도는 선의로 해석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 실물경제가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데도, 집값이나 주가 상승을 합리화하거나 심지어 자산시장 투기를 부추기려는 의도가 짙어 보이는 경우도 있다. 당장 일부 언론이나 부동산 투기 조장 전문가들이 최근 “그 많은 부동자금이 결국 어디로 가겠느냐”고 선동하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도 본 것처럼 지금까지 부동산 투기는 대부분 가계의 금융권 차입 자금으로 이뤄져 왔다. 지난해 말부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됨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인하하면서 M2가 늘고 있기는 하나 그 증가율은 하락세이며, 통화승수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결국 금리가 낮아졌지만 실물부문에 돈이 충분히 돌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물론 정부의 각종 경기 부양책이나 저금리 정책을 통해 통화량이 일부 늘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을 곧바로 인플레이션이나 자산 가격 앙등으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다. 여러 번 지적했지만,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이 거의 한계에 이를 만큼 이른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추가 상승할 여력은 거의 바닥 나 있다. 단기적으로 호가 위주의 상승은 가능하지만, 대세상승으로 이어질 여력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부동자금이 800조원이나 되니 투기 바람이 조금만 불면 집값이 언제든지 과거처럼 급등할 수 있다’는 인식은 환상일 뿐이다. 그것도 한 순간의 선택으로 10년 안에 패가망신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환상이다.

이 같은 '부동자금 800조원'을 둘러싼 정부당국과 언론의 소동을 보면서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한 씁쓸함을 느낀다. 그동안 알고도 그런 건지, 몰라서 그런 건지 수수방관하던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요 며칠 사이 현 상태에서는 "유동성 과잉"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부동자금 800조원'의 큰 흐름을 살피고, 그것이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위에서 본 것처럼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온 나라가 그 문제를 둘러싸고 이런 난리를 치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과장된 엉터리 왜곡 정보가 온 나라를 뒤흔드는 상황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에 제대로 된 정보 필터링 기능이 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언론은 최소한의 상식을 갖춘 것인지, 또 그런 언론보도가 난무하는 동안 이 땅의 수많은 경제학자라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또 정책당국은 뭐란 말인가? 정책당국을 출처로 인용한 언론보도가 연일 이어지는 동안 도대체 뭘 하다가 이제서야 "유동자금이 많지 않다"고 떠들어댄다는 말인가?

 

정책당국이 그동안 정말 부동자금의 실체를 몰랐던 것인지, 알고도 모른 척 했던 것인지조차 의아하다. 정말 몰랐다면 모두 옷을 벗어야 한다. 언론에서 말하는 부동자금의 실체도 모르고 정책운용을 하고 있었다면 기본적인 정책 판단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알고도 모른 척 했다면 더 파렴치한 것이다. '부동자금 800조'라는 엉뚱한 정보가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고 있는데도, 어떤 정책적 이해관계 때문에 이를 알고도 모른 척 했다면 국민들을 기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나타나는 흐름을 보면 후자의 개연성이 상당히 있는 것 같다. 그동안은 정부 당국은 '부동자금 800조원' 보도가 주식 및 부동산을 띄우는 데 도움되는 것으로 여겨 방치했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지나쳐 최근에는 일부 언론에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문이 나오니 펄쩍 뛰는 것이다. 최근 윤 장관이 "전체적으로 단기부동자금이 많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정부의 정책기조를 바꿀 타이밍이 절대 아니며 올해는 아마도 (유동성을 회수하기가) 힘들 "이라고 말했다는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자산시장을 띄우는 데 이용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사실 실물경제가 아직도 엄동설한인 상황에서 유동성 흡수하라니 현 정권의 생리상 가만둘 수 없는 상황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최근 보도의 흐름과 정책당국의 반응을 보면 충분한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어떤 경우이든 이런 정책당국과 이런 한심한 수준의 언론에 휘둘리며 살아야 하는 이 나라 서민들의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5. 22. 00:34


요즘 군소 경제신문들을 중심으로 엉터리 보도들이 난무하니 마치 지금 집값 오르는 것이 대세인 양 착각하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속된 저금리 기조와 원리금 상환 만기 연장으로 버틸 힘을 얻은 잠재 매도자들이 정부와 엉터리 언론의 각종 투기 선동책으로 집값이 일시 반등한 것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내려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0년대 수도권의 집값 상승-하락 패턴을 보면 용머리에 해당하는 강남 집값이 오른 뒤 점점 여타 지역으로 올랐다가, 다시 같은 순서로 용머리부터 떨어져 다시 떨어지는 현상을 보입니다.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강남 재건축은 확실히 매수세가 따라 붙지 않으면서 호가가 계속 빠지고 매매가도 떨어졌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90518017003

‘서울·신도시 아파트값 상승세 꺾여’ 기사 참조 ) 다른 지역의 상승세도 한 풀 꺾이면서 이제 다시 집값이 떨어지는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벌써 집값 상승-하락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경매 낙찰율이 다시 떨어지고 있습니다. (http://www.asiae.co.kr/uhtml/read.jsp?idxno=2009051910251153188

강남 '경매 매각가율' 하락.. 분당 상승세도 '움찔' 기사 참조)



그리고 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데, 지난해 경기 남부 시장을 얼어붙게 했던 ‘입주 물량’의 70% 가량이 올 하반기에 몰려 있습니다. 올 상반기에는 입주 물량이 적은데다 정부의 투기 조장책과 성급한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헛바람이 들어 부동산 가격이 일시 반등한 것입니다. 하지만 하반기에 대규모 입주물량 폭탄이 쏟아지면 다시 역전세난과 집값 하락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입주물량 폭탄은 내년에 터집니다. 아래 <도표>를 보시면 수도권의 주택 건설(인허가)실적은 2007년에 30만호를 넘었습니다. 분양가상한제를 앞두고 밀어내기 분양한 물량들이 2007년 하반기에 대거 몰리면서 빚어진 현상입니다. 이 분양 물량들의 입주물량은 대부분 내년에 도래합니다. 2000년대 초반과 같은 부동산 활황기이면 모를까 지금 같은 침체기에 이 정도 물량을 받아줄 수 있을까요?

 


지금 인천 청라와 송도에서 분양 과열이니 이야기를 하지만 인천 청라와 송도를 제외하고는 전국 어디에서 분양이 성공하고 있는지 잘 한 번 보십시오. 없습니다. 인천 청라는 1년 후 분양권 전매가 되고, 분양가 상한제로 인근 다른 아파트보다 평당 100만원 이상 싸고, 양도소득세 등이 감면되기 때문에 한 마디로 잘만 하면 한 번 먹고 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투기판입니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지금 미분양물량으로 자금이 매인 건설업체들이 ‘떴다방’들을 동원해 이런 투기 바람을 더욱 부추기고, 임직원 가족들까지 동원해 바람을 잡았습니다. 인천 청라 지구는 분양 물량이 너무나 대규모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나면 업체들로서는 곡소리 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바람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건 것입니다. 광고매출이 지난해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군소 경제지들에 광고물량 헐값에 주고 엄청난 선동기사들을 양산한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시야를 넓혀볼까요? 지금 대규모 분양이 이뤄진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2~3년 후부터 대규모 입주물량 폭탄으로 이어진다는 말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올해 하반기부터 물량폭탄이 터집니다. 올 7월 논현지구의 한화물량 1·622가구, 1298가구를 포함해 내년까지 1만 2000여가구가 입주합니다. 내년에는 송도에서 2008가구, 청라에서 7957가구가 들어섭니다. 인천 시내에서도 올해 10월 중구 운남동에서 1022가구, 서구 신현동에서 2966가구가 입주합니다. 이렇게 물량폭탄이 이어지는 가운데 분양물량도 계속 증가합니다. 내년 신규 분양 물량은 3만310가구에 이릅니다. 이뿐인가요? 한강신도시와 검단신도 등 서울에서 더 가까운 신도시에서도 신규공급이 넘쳐납니다. 이런 추세가 향후 계속될 텐데 인천 집값이 오를 수 있을까요? 지금 인천 청라에서 분양받은 분들은 정부의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피’만 챙기고 빠져나오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인천경제특별구역이라고 하지만 아파트 개발말고 진척된 사업이 없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서 실수요자로 살겠습니까? 그런데 앞서 말한 물량 폭탄 때문에 아마 이들은 ‘피’를 챙기기는커녕 ‘피박’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분양물량에 대해 말씀드릴까요? 며칠 전 발표한 국토해양부 자료를 보면 미분양 물량이 사상 최고치를 다시 기록한 것을 아실 겁니다. 경기도에서만 약 3500호 이상 늘었습니다. 건설업체들이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미분양 물량으로 신고한 물량이 나온 것입니다. 제가 동부건설 임원한테 들은 얘기로는 지금 공식 미분양 물량의 70~80%를 감춰놓고 신고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미분양이 늘어나면 공급과잉이어서 집값과 분양가를 낮추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아직도 사람들에게 투기바람을 잔뜩 집어넣어 어떻게든 부동산 폭탄을 떠넘기려 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1만 3000호 가량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주고, 대규모 공공토건사업으로 유동성을 지급해주는 것에 기대 그렇게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절대 비공식 물량까지 25만호에 이르는 미분양물량을 해소하지 못합니다. 아마 현재 상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데만 4~5년 이상 걸릴 겁니다.


그런데 이게 해소가 될까요?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엄청난 규모의 입주물량 폭탄이 2010년부터 본격화됩니다. 각종 제 2기 신도시 물량도 2010년,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집니다. 서울과 경기도의 뉴타운 지역 물량도 2010년 이후 본격화됩니다. 지금은 뉴타운 지역에서 기존 주택, 특히 중소형 주택들을 대거 밀어내니 오히려 주거공급을 줄이는 효과를 나타내지만, 2011년이 넘어가면 그때는 중대형 위주의 아파트 공급 폭탄으로 돌아옵니다. 2010년대 주택시장에서는 만성적인 공급 과잉 상태가 됩니다. 미분양은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언론에서는 주택건설(인허가)실적이 줄어 2~3년 후 집값이 뛸 것이라는 얘기밖에  안 나오죠? 아이러니하지만 거의 같은 시기에 주택착공 면적이 늘었다는 기사는 보셨나요?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09051110087010224&outlink=1

‘3월 주거용 건물 착공, 1년 새 80% 증가’ 기사 참조) 주택건설실적이 통계상으로 안 좋은 것은 건설업체들이 주택경기가 좀 풀리면 분양하려고 유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버블세븐이 들썩거리고 인천 청라에서 분양 바람을 일으키는데 성공하니까 당장 이 달 수도권 분양 물량이 2만가구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주택경기가 얼어붙는다고 해서 건설업체들이 분양 안 하고 주택 안 지을 수 있을까요? 지금 엄청난 미분양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걔네들은 어떤 식으로든 분양해서 자금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분양수입이 없이 각 건설업체들이 사놓은 2~3년치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들을 금융비용만 계속 지출하면서 놀릴 수 있을까요? 물론 그 중 일부는 토공이나 다른 건설업체에 팔아넘기거나 지연시킬 수 있겠지만, 얼마나 그런 식으로 버틸 수 있을까요? 결국 주택을 계속 쏟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시장 흐름에 맡겨 외환위기 이후 3.5배 가량 늘어난 건설업체들이 구조조정되도록 했으면 그나만 주택 공급이 좀 줄어들 겁니다. 그런데 정부가 대대적 부양책을 동원해 구조조정을 사실상 막고 있습니다. 정부가 말로는 ‘구조조정’을 떠들어대지만, '버티면 결국 정부가 도와준다'는 것을 경험한 건설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할까요? 최대한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틸 겁니다. 그러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좀비기업으로 ‘정부 재정 호흡기’로 연명하며 주택사업을 벌이겠죠? 그러면서 공급 초과로 결국 덤핑경쟁이 벌어지고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http://www.edaily.co.kr/News/FundEstate/NewsRead.asp?sub_cd=HE21&newsid=01584246589690888&clkcode=&DirCode=00603&OutLnkChk=Y, ‘미분양 아파트 분양가 인하 도미노’ 기사 참조. 아직 초기 단계일뿐 앞으로 이런 상황은 더욱 확대되고 분양가 인하폭도 커질 것입니다.) 결국 건설업계 전반이 서서히 공멸로 치닫고 점점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구, 가구가 줄고, 그 가구의 소득이 줄고, 집값은 계속 떨어지는데 투기바람도 못 일으킵니다. 그렇게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면 결국 수면 아래에서 계속 건설업계와 가계의 부실 채권이 늘어나 금융권도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일본이 걸어갔던 길과 매우 유사합니다. 


현 정부가 이 같은 길을 피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강부자정권’ ‘건설족정부’인 현 정부는 오로지 자신들 임기내에 돌아오는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경제를 장기 침체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5. 21. 09:54


 

최근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집값이 일시 반등하는 가운데 한국 신문들의 부동산 투기 선동형 보도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 언론의 왜곡 엉터리보도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신문의 부동산 및 교육 분야 보도가 매우 편향적이고 왜곡돼 있는 것도 한국 신문의 광고 매출 비중 가운데 부동산과 교육 관련 분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해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왜곡된 정보가 생산-유통-소비(수용)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왜곡되고 편향적인 기사들 때문에 일반 서민들이 입는 피해가 너무 큽니다. 따라서, 한국 언론들이 어떤 식으로 장난치는지를 알 수 있다면 잘못된 언론 보도에 좀 덜 휘둘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전직 신문기자로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대표적 왜곡보도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니 참고바랍니다.



1. 현실과 전혀 다른 과장 보도:


예를 들어, 주변에서 흔히 보는 1인가구는 대부분 집값은 오르는데 소득은 없어 결혼을 늦추는 노총각, 노처녀이거나 고령화로 배우자와 사별한 독거노인들인데 언론에 나오는 1인가구는 왜 대부분 ‘골드미스/미스터’에 관한 얘기들뿐인지 생각해보라. 또 부동자금 800조원이 돌아다닌다는 보도가 판을 치는데, 정말 그만한 돈이 돌아다닌다면 한국 경제가 극심한 침체 상황에서 어떻게 그많은 투자성 대기자금이 돌아다닐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 하이닉스 유상증자 공모주 청약에 26조원이 몰렸다며 부동자금이 엄청나다고 하는데, 실제 공모주 청약 증거금은 훨씬 더 작은 규모다.


2. 엉터리 통계나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하거나, 제대로 된 통계나 여론조사 결과라도 견강부회식으로 활용하는 경우:


며칠 전 한 군소경제신문에서 ‘일반인들은 대세상승, 전문가들은 반짝 반등’이라는 유의 제목으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기사 내용을 읽어보면 부동산 114가 전국 회원 몇 백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향후 3개월 이내에 집을 사겠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절반을 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 마디로 대표성이 심각하게 의심되는 엉터리 여론조사 결과를 마치 대다수 일반인들의 생각인 것처럼 포장한 기사였다. 부동산 114의 회원들이라면 대부분 부동산 투기 성향이 높거나 적어도 부동산 문제에 관해 부동산포털에 세뇌가 되다시피한 사람들이 다수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일반 국민들을 대표할 수 있는가? 그 설문조사 결과대로라면 전 국민의 절반 정도가 3개월 내에 집을 살 의향이 있다는 것인데, 주변 사람들 가운데 지금 자금 여유가 있어서 집을 살 여력이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파렴치한 왜곡보도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조사 방식, 표본오차, 신뢰구간 등도 밝히지 않고 일반인들을 오도하는 통계나 여론조사를 활용해 사람들을 선동하는 기사를 주의하라. 같은 통계라도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통계를 ‘제3의 거짓말’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강대 김모교수처럼 90년대초 부동산 버블의 정점이었던 1991년의 전국주택가격지수를 기준점으로 삼아 한국에 부동산 버블이 없는 것처럼 호도하고 이를 언론이 받아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3. 건설업체나 부동산 중개업소 등 이해관계자들이 뻥 튀기는 주장을 ‘완성된 현실’처럼 보도하는 경우:


예를 들어, 호가와 실거래가/ 청약률과 계약률과 관련된 기사들이 그렇다. 최근에 쏟아진 많은 기사들 가운데 ‘잠실 재건축 고점 대비 95% 회복’ 이런 유의 기사가 많았다. 그런데 기사를 읽어보면 실거래가가 아니라 매도호가를 그만큼 올린다는 것일 뿐이다. 기사에도 그 같은 매도호가에 사려는 매수세는 거의 없다고 나오면서도 그런 기사를 쓰는 것이다. 국토부 실거래가를 보면 지역별로 다르지만 버블 세븐의 경우 지난해말 고점 대비 약 30% 가량 떨어진 뒤 연초부터 4월까지 약 10~15% 상승한 정도다. 청약률과 계약률도 마찬가지다. 현 상태에서 인천 청라처럼 일시적 바람을 일으켜 청약률을 높일 수는 있다. 건설업체들이 기획부동산과 짜고 바람을 잡거나 심지어 임직원 가족들까지 동원해 청약률을 높인다. 또 일반인들도 실제 계약하지 않더라도 우선 청약은 해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4. 지표의 의미를 불안심리를 조장하는 방향으로 정반대로 왜곡하는 경우:


최근 ‘주택건설실적이 줄어 2~3년후 집값 폭등할 수도’ 유의 기사가 쏟아졌다. 주택건설실적은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을 줄인 말로 분양 전 건설업체들이 건설할 수 있는 인허가 절차를 마친 것을 말한다. 그런데 주택경기가 꺾이면 주택건설실적이 줄어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공식적으로만 16만호가 넘는 미분양물량이라는 미판매 재고가 쌓여 있는데 신규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이 줄어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는 다른 대부분 나라에서 주택건설허가 실적이나 주택착공(housing starts) 실적을 주택경기 선행지표로서 보도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외국에서는 이런 실적이 저조하면 주택경기가 여전히 위축돼 있다고 얘기하지 우리처럼 2~3년 후에 집값이 폭등할 수 있으니, 지금 집을 사두라는 식의 기사는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올해 수도권 입주물량의 70% 가량이 하반기에 몰려 있고, 2007년 수도권 주택건설실적이 예년보다 훨씬 많은 30만호가 분양돼 대부분 2010년에 입주물량으로 쏟아지는데 그것 때문에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보도는 본 기억이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재 인천 청라와 송도에 분양 물량이 쏟아진 것이 2~3년후 입주 시점에 물량폭탄으로 이어져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보도도 본 기억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왜곡양상이 너무 심하다. 같은 유의 사안에 대해 블룸버그나 유수의 외국 언론들이 어떻게 보도하는지를 비교해보라. 꼭 부동산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대해서도 외국 언론의 보도와 비교해보면 한국 언론이 얼마나 부풀리기 및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는지 잘 아실 수 있을 것이다.


5. 단순한 개발호재와 연관해 집값이 오를 것처럼 언급하는 기사:


예를 들면, 지하철 9호선 개통과 함께 주변 역세권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유의 기사들이다. 물론 그 같은 개발호재는 당연히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그 같은 개발호재는 일정한 시점에는 이미 선반영돼 있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경기 불황이 심할 경우 개발계획이 제 속도를 내기 어려워 지연되는 경우 중간에 들어간 사람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또한 지금처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는 중장기적으로 웬만한 개발호재는 덮일 수도 있다. 또한 지금 특정한 지역이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의 웬만한 지역에는 한, 두 개 개발호재가 없는 곳이 없다. 한, 두 개 개발호재만으로 특정 지역에서만 집값이 급상승할 것처럼 보도하는 기사는 주의해야 한다.



6. 중장기적 국면을 보지 않고 단기 국면만 보여주는 기사:


지금 같은 시기에는 멀리 넓게 내다봐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인천 청라 분양에서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2,3년후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속에서 물량폭탄이 쏟아질 경우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부동산 거래량을 소개하는 기사에서도 거래량이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전월 대비로 30% 증가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지만, 여전히 거래량이 고점이었던 2006년 대비로는 1/4~1/5수준에 머물고 있음은 보여주지 않는다.



7. 일부 몇 가지 사례를 가지고 일반적 사례인 양 포장하는 경우:


한국 언론계의 한심한 격언 가운데 하나가 ‘케이스 세 개면 기사 쓴다’라는 게 있다. 기사가 쓰고자 하는 소위 ‘야마(리드-머리 문장)’에 맞는 사례 세 개면 어떤 식의 기사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학술보고서 등과 달리 대중을 상대로 하는 언론 보도에서 생생한 사례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경우다. 일반적 상황과 다른 몇 개 사례만으로 전반적인 상황을 완전히 호도하는 기사들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최근 시사매거진 2580에서 화성 동탄의 집값이 많이 오른 것으로 소개했는데, 화성의 경우 최근 대기업 본사 인력들의 일시 대규모 유입으로 집값이 올랐다. 이런 상황이 전체 수도권에서 함께 벌어지는 것으로 보도하는 것은 전체 상황을 왜곡하는 것이다. 또, 일부 여유자금을 가진 사람들 케이스 몇 가지를 가지고 현재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이다. 또는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격이 싸고 전매가 가능하고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 등이 주어지는 인천 청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청약시장이 참패를 겪고 있는데도 전체 분양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8. 은연중에 사람들을 세뇌시키는 용어를 쓰는 경우:


예를 들어, 집값이 내리면 침체로 쓰면서 집값이 오르면 ‘봄바람’이라는 식의 표현을 쓰는 언론들이 많다. 마찬가지로 일부 언론에서는 높은 집값 상태에서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집값 안정’이라며 긍정적 뉘앙스를 쓴다.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질지 모르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 같은 표현들이 사람들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을 은연중에 규정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가장 문제 소지가 많은 표현이 ‘폭락론자’ ‘비관론자’ 같은 딱지 붙이기이다. 그런 표현 속에는 그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현실을 부정적으로 부풀린다는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악의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선동적 보도들을 많이 하는 언론일수록 그 같은 표현을 많이 쓴다는 점에서 악의가 다분히 녹아있다고 믿는다. 만약 구체적 근거도 없이 막연한 믿음만으로 세상을 비관적으로 본다면 비관론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종교적 종말론자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현실이 부정적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그런 현실을 구체적인 근거와 분석을 통해 설명했다고 해서 그것을 비관론이라고 표현하는 게 온당한가? 비유하자면, 환자가 중병에 걸려 있는데 이 환자를 진단한 의사가 ‘환자가 중병에 걸려 있다’고 말하는 것이 비관론인가? 마찬가지다. 필자의 경우 한국 부동산 버블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그 버블이 이제 터질만한 시점에 이르렀으며, 여러 요인들에 의해 부동산 시장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설명했다. 물론 필자도 신이 아닌 이상 필자의 모든 설명과 전망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할 수는 없다. 특히 지금처럼 정부가 온갖 부동산 부양 총력전을 통해 부동산시장의 자연스러운 조절 메커니즘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쉽지 않다. 다만 주어진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구조적 흐름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는 것뿐이다.


참고로, 우리 연구소는 기자들의 전화 코멘트 요청에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응한 적이 없다. 단독 인터뷰나 기고문 등 충분히 연구소 생각을 전할 정도의 포맷이 아니라면 중간에 코멘트로 나간 것은 거의 대부분 연구소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나간 경우다. 그러다 보니 일부 언론은 연구소의 책 내용을 옮기면서 마치 직접 코멘트를 딴 것처럼 보도한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 내용이라도 제대로 소개하면 좋은데 책의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에 있는 두 문장을 이어 붙인 사례까지 있었다. 심지어 필자가 응하지 않는다고 거절했는데도 마치 직접 인터뷰한 양 한 사례도 여러 차례다. 이들은 필자가 사과를 요구해도 응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니 ‘함구했다’는 표현을 써 마치 필자가 뭔가 켕기는 게 있어서 입을 다문 것처럼 포장하기도 했다. 한국 언론의 문제가 이해관계를 매개로 한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기자로서 최소한의 기본 자질과 매너도 갖추지 못한 기자들의 행태 문제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언론의 엉터리 왜곡보도와 기자들의 무례한 취재원 응대는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가기 마련이다. 한국 신문업계 전체가 지난 10여년 동안 급격한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한국 언론 스스로 독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5. 19. 09:02


아래는 5월 11일자 조선일보 기사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전문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시기 바랍니다. 기사내용을 보면 '저출산 시대에도 인구 증가지역은 있다'는 제목으로 인구 감소 시대에도 수도권은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저출산 시대에도 인구 증가지역은 있다= 2019년부터 인구가 감소해도 경기와 인천·대전·울산 등 4개 시도는 2030년까지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 저출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했다. 특히 경기도 인구는 2005년 1061만명에서 2030년 1404만명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저출산·인구감소의 영향을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ec&sid1=101&sid2=260&oid=023&aid=0002049245


물론 기자의 주장이 원론적으로는 틀렸다고 하기도 어렵고, 실제로 수도권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주택 공급 대비 수요가 단기간에 늘어나는 지역은 집값이 단기적으로 오를 수 있습니다. 지난해 강북 뉴타운 사업 때문에 서민들이 경기도까지 밀려가자 경기도 동북부 일부 지역 집값이 오른 것이라든지, 최근 대기업 본사 이전 수요로 경기도 화성시 지역 집값이 상당히 오름세를 나타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인용한 기사의 구체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전체 상황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잘못된 상황인식에는 통계청의 인구 추계치가 엉터리라는 점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또 한편 현재 수도권의 인구 이동 패턴에 대한 이해가 잘못돼 있기도 합니다.
먼저, 통계청 인구 추계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아래 통계청 인구 추계치를 그래프로 나타내보면 <도표1>과 같습니다. 그런데 <도표1>을 보면 아래 두 가지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1)향후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모두 수도권에서 늘어난다. 수도권 인구가 총 인구가 늘어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지방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2)수도권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모두 경기도에서 늘어난다. 그것도 매우 가파르게 늘어난다.

 

                             <도표1>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 그래프를 보면 통계청 추계치가 엉터리라는 생각이 확 들지 않나요? 저는 그렇던데...^^ 자연인구 증가율은 농어촌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슷하다고 치면 이처럼 수도권 인구 비중이 커지고 수도권 안에서 경기도 인구 비중이 커지는 것은 많은 부분 인구 순유입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전에 제가 한 번 소개한 그래프이지만 아래 <도표2>를 보시면 2002년 이후 수도권 순유입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음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서울 인구가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추이가 보이겠지만, 향후에도 경기도만 저렇게 계속 치솟을까요? 저는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좀더 구체적으로 따져보도록 합시다.

 

                         <도표2>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를 위해 아래 <도표3>을 참고로 경기도와 수도권의 통계청 인구 추계치를 인구 증가율과 함께 봅시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분명 수도권의 인구 순유입이 지난해까지 계속 줄어들었던 점을 감안하면 2006~2008년의 인구 증가율이 올라갈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증가율이 상승한 것입니다.

 

                           <도표3>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왜 그럴까요? 이는 통계청의 추계치가 엉터리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통계청은 5년마다 인구 센서스를 통해 인구 수를 파악하고, 그 사이 기간에는 일정한 방식으로 추정해서 인구 수 통계를 냅니다. 2005년 인구 센서스 이후 추계치는 향후 인구 증가 곡선을 보면 알겠지만 지수함수나 로그함수를 이용해 적당한 곡선을 그려내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사회, 경제적 변화에 따른 인구 증감 요인은 전혀 반영이 안 됩니다. 이 같은 인구 증가 추계 곡선에 따르다 보니 인구 증가율을 그려보면 현실과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를 좀더 분명히 보기 위해 <도표4>와 <도표5>에서 통계청 인구 추계상의 2000년대 인구 통계와 현실의 인구 증가율을 좀더 잘 반영하는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상 인구 통계를 비교해봅시다. 통계청과 행안부의 총인구와 각 시도별 인구 수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큰 흐름을 파악하는 데서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먼저 <도표4>의 수도권 인구 추이부터 한 번 볼까요? 통계청 추계치 자료는 2000~2005년 사이 인구 증가율이 일정한 곡선으로 그은 것 같지 않나요? 2005년 이후 증가율도 마찬가지이고요. 무엇보다 주민등록상 인구 수를 근거로 했기에 현실의 인구 증가 추이를 훨씬 더 잘 보여주는 행안부 자료와 비교해보면 인구 증가 추이와 증가율이 확연히 다른 것을 느끼실 겁니다. 특히 2005년 이후 인구 증가율이 횡보 수준을 보이는 통계청 자료와 비교할 때 행안부 자료에서는 수도권 인구 증가율이 2000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도표4>

 

 

                                   (주) 통계청 및 행안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어 <도표5>의 경기도 인구 추이를 봅시다. 경기도 인구 추계 또한 비슷합니다. 통계청 인구 추계상 2005년 이후 증가율이 횡보하는 반면 현실에서는 2002년 이후 경기도 인구 증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

 

                                <도표5>

                               (주) 통계청 및 행안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2005년 이후 3년간의 추계 작업도 이런데, 하물며 그 이후의 추계작업은 어떨까요? 위의 <도표3>에서 짐작하시겠지만, 실제 인구 센서스를 토대로 추계해온 2005년까지의 인구 증가율 흐름과 이후의 증가율 흐름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통계청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추계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통계청 추계는 엄밀한 시나리오 분석을 통한 결과물이 아니라 심하게 말하면 일정한 수식에 따라 좍 그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현실의 문제로 돌아와서 수도권과 경기도의 인구는 향후 증가는 하더라도 통계청 추계와는 달리 증가율은 더 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2000년대 이후 현실의 수도권과 경기도 인구 추이는 통계청 추계치보다 더 낮은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표3>에서 2000년대 이후 통계청 추계치 대신 주민등록상 인구 증가 추이를 대입해서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증가율이 통계청 추계보다 더 가파르게 줄어들 것입니다. 물론 큰 틀에서는 지방 인구는 줄고, 수도권 인구는 늘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정한 지역에 인구가 지나치게 늘어 과밀화되면 자연스레 인구 증가가 억제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동물의 서식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시가 일정한 규모를 갖출 때까지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지니지만, 그 규모가 너무 커져 규모의 불경제(교통혼잡 비용과 집값 상승, 도시 인프라 부족 등)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능가하게 되면 자연스레 인구 유입이 줄게 되는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당장 현실을 생각해봐도 지방의 노령 인구들이 수도권으로 올라올까요? 또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주연령대인 젊은층 인구도 갈수록 줄어듭니다. 또 제가 2003년 이후 집값 상승은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져 지방과 수도권의 집값 격차가 너무 커져 자연스러운 진입장벽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인간의 사회 경제적 활동도 크게 보면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을 거칩니다. 이 같은 조정 과정을 억지로 방해하고 교란하면 더 큰 혼란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껏 부풀어오른 부동산 거품의 조정 과정을 방해하면 차후 한국경제의 위기가 만성화되고 양극화로 인한 피해가 더욱 극심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수도권 안에서 경기도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를 잘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도권 가운데에서도 서울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더 높고, 땅은 좁아 새로 주택을 짓기가 어려워 땅이 넓고 택지비가 싼 경기도에 주택을 많이 짓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부동산 버블에 편승해서 정부와 건설업체들이 마구잡이로 경기도에 집을 지어댄 결과 많은 이들이 경기도로 이주했습니다. <도표2>의 수도권 시도별 인구 순유입 추이를 보면 너무나 명확히 드러납니다. 요약하자면, 경기도에 집을 많이 지어서 인구가 늘어난 것이지, 경기도 인구가 늘어나니 집을 많이 지어댄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인구가 늘어났다는 경기도에서 집을 마구잡이로 지어댄 결과 어떻습니까? 25000호 가량의 미분양 물량이 적체돼 있고, 지금 일시적 반등 국면에서 약간 상승했으나 실거래가는 고점 대비 20%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인구가 늘어난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인구 추이는 주택 수요를 큰 틀에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주택 수급의 펀드멘털은 수요뿐만 아니라 공급 측면도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경기도 인구는 일정하게 늘겠지만, 인구증가를 훨씬 능가하는 주택 공급이 뒤따를 것입니다. 우리 연구소의 <경제시평>회원들께서는 아시겠지만, 이미 수도권의 주택수급은 구조적 과잉공급단계에 들어가 있습니다. 현재 주택 수급 측면에서 보면 향후 2015년까지 수도권에서는 약 36만호 이상의 아파트 공급 과잉 상태가 됩니다. 그 이후로 가면 훨씬 더 넘치게 되고요. 그만큼 지금 공급 계획이 잡혀 있는 물량이 엄청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경기도 인구가 늘어나니 집값이 계속 오를 수 있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위 글을 쓴 기자는 통계청의 추계가 엉터리라는 것도 모르겠지만, 설사 그런 추계치가 맞다고 하더라도 인과 관계를 거꾸로 알고 있으며 주택 공급의 측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글을 쓴 것입니다.



또한 주택 또는 인구 정책상으로 한 번 생각해봅시다. 통계청 추계치처럼 수도권에 인구의 55% 이상이 몰려사는 것이 과연 국토 이용 측면에서 현명한 것일까요? 가뜩이나 좁은 국토에서 한쪽으로만 몰려서 사는 것이 사회 경제적으로 어떤 문제들을 낳는지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 아닙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는커녕 수도권 집중화에 혈안이 된 정부 같으니 나라의 장래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참고로, 가구수에 대해 짧게 말씀드리면 이도 내용을 뜯어보면 비슷합니다. 당장 1인가구가 총 가구수의 40%에 이를 정도로 무한정 계속 늘어날 것인지, 그래서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데도 가구 수가 400만 가구 이상 늘어난다는 게 선뜻 납득이 되시나요? 설사 1인 가구가 급증해서 가구 수가 늘어난다고 한들 1인 가구의 4분의 3 이상이 저소득층인데 유효 주택 수요자가 될 수 있을까요? 그 분들이 집을 왕창 사대기 때문에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다? 말이 안 됩니다.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향후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여건을 감안하면 부동산 가격이 내릴 요인이 오를 요인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부동산 투기조장꾼들이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내뱉는 온갖 주장들은 거의 대부분 허황된 주장으로 말 그대로 투기를 선동하기 위한 궤변에 불과합니다. 저라도 시간이 많으면 일일이 다 대응하고 싶지만 국민경제 전체와 서민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저들은 거대한 확성기를 가진 다수이니 일일이 맞대응을 못 합니다. 물론 그렇게 엉터리 궤변을 확대 재생산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진심으로 그런 주장을 믿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경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통찰력과 분석력이 없는 가운데 학자라는 사람들도 계속 쏟아내는 것이 건설업자들 편드는 얘기뿐이니 도리가 있겠습니까?



알고 보면 너무나 엉터리 주장들인데도 그런 주장들을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세력이 너무 거대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현혹당하는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답답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나 우리 연구소가 하루빨리 제대로 된 미디어를 띄우는 것을 필생의 사업으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많은 분들이 미디어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짧게 쓰려 했던 긴 글을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5. 15. 09:04

 

 

미국의 내수경기를 보여주는 지표인 소매판매 실적이 두 달 연속 감소,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에 제동이 걸렸다. 미 상무부는 올해 3월 소매판매 실적이 전월에 비해 1.3% 하락한데 이어 4월에도 0.4% 감소했다고 13일 발표했다. 3월 실적은 지난달 발표됐던 잠정치인 -1.1%보다 더 나빠진 것이다.

이에 따라 그 동안 단기 급등했던 다우지수가 83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사실 이 같은 미국 소비 침체의 지속 가능성은 여러 차례 지적했던 바다. 그런데도 미국 등 대부분 국가의 정치권과 도덕적 해이에 빠진 금융권은 바닥론 군불 때기에 정신이 없었다. 물론 한국이 그 어떤 나라보다 정도가 심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심지어 시장 예상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올 1분기 미 실질 GDP 성장률조차 민간소비지출 기여도가 늘었다며 주가 호재로 삼았을 정도이니 말이다.

 

실제로 미 상무성이 발표한 올 1분기 실질GDP 성장률은 전기대비(계절조정) 연환산 -6.1%였다. 이는 전기의 -6.3%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5% 전후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더 악화된 수치였다. 이로써 미국경제는 70년대 초반의 1차 오일쇼크 이후 두 번째로 3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1분기 지출내역별 미국의 실질GDP 성장률 기여도 가운데 민간소비지출 기여도가 전기의 -3%에서 1.5%로 급반전한 것을 두고 월가는 소비가 바닥을 쳤다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소재로 삼았다. 그런데 실상 민간소비지출이 대폭적인 증가세로 반전된 것은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 세일 때 팔지 못하고 남은 재고를 올 1,2월에 대규모로 땡처리한 결과와 통계적 계절조정에 따른 영향 때문이었다.

 

이 같은 일시적인 민간 소비 증가가 땡처리 효과 때문이라는 것이 3월 미국 소매판매가 -1.3% 감소한데 이어 다시 4 -0.4% 감소한 사실에서 분명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가계소비는 여전히 침체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미국 가계 및 개인의 카드연체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은행과 카드회사 등이 카드대출을 억제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업은행들의 신용카드 연체율 및 대손율이 올 연초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불황이 심화되고 실업이 급증함에 따라 신용카드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가계와 개인들이 급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은행과 카드회사들은 카드대출 부실 확대를 막기 위해 카드대출을 억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가계 소비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미국정부가 동원한 정책은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350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7,87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과 7,000억 달러의 금융안정화법(TARP), 700억 달러의 주택지원사업 그리고 G20 정상회담을 통해 각국이 GDP 2% 이상의 재정확대책을 시행하기로 한 것이 그것이다. 이 같은 정책들은 악화일로를 걷는 미국 경제 침체를 막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대부분 단기적이거나 일시적으로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당장에 경기회복 국면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미국정부가 아무리 경기부양책을 동원한다 한들 현재와 같이 금융시장 신용경색과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2007년의 경제위기 이전처럼 미국 가계가 부동산과 주가 버블 그리고 과다부채를 바탕으로 한 과소비에 기댄 성장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미국 가계의 과소비가 불가능해지면 기업들 역시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과잉투자와 과잉고용에 의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상업은행들의 총신용(대출)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JP모건체이스와 시티그룹의 대출잔고는 작년 연말대비 -6% 감소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즈파고은행도 작년 연말에 비해 대출잔고가 약 -3% 전후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채권을 줄이기 위해 대출기준을 강화한 것과 과다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가계가 대출을 상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FRB가 금융시장 위축을 막으려 유동성을 아무리 공급한다 해도 은행과 가계가 이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은행에 투입한 대규모 유동성자금이 가계와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고 은행 내부에 현금으로 넘쳐나고 있다. 미국 은행들의 현금보유액은 경제위기 이전의 3000억 달러 수준에서 최근 11,200억 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 미국 정부의 금융시장 신용경색 해소 노력이 헛발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FRB의 말처럼 금융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아무리 미국정부가 재정확대 경기부양책을 동원한다 한들 미국경제의 진정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미국의 실물경제는 여전히 하강세를 계속하고 있는데 주식시장에서는 미국경제가 지금까지처럼 수직낙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일부 근거가 희박한 기대 섞인 낙관론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무역수지가 극심한 불황형 흑자 양상을 보이는데도 흑자는 그래도 흑자라며 마치 경제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간 것처럼 정부 관료들과 언론들이 떠들어댔다. 그것도 사실상 허수에 가까운 조선 수출 실적 수십억달러를 포함해서 말이다. 같은 시기에 금융기관과 수출 대기업들이 파생상품 거래로 2월과 3월에 연이어 수십억 달러의 자본수지 적자를 기록한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또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수출 대기업들의 영업 실적도 환율 효과를 빼고 나면 사실상 심각한 실적 부진을 보였는데도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며 주가 호재로 삼았다. 사실상 조작에 가까운 실업률 통계상으로도 매월 실업자 수가 급증하고 중소 제조업체들의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도 주가는 급등했다. 또한 정부의 각종 투기 조장책과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적 보도로 부동산 시장도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호가 중심으로 재반등했다. 실물경제는 여전히 엄동설한인데 자산시장만 계절도 모르고 성급한 봄 맞이에 나섰던 것이다.

 

더구나 한국은 세계 대부분 다른 국가들과 달리 본격적인 구조조정이나 부동산 버블 조정을 겪지 않은 상태다. 그러면서 경제 상황을 장밋빛으로 포장하기에 바쁜 현 정권은 아직도 한국 경제는 튼튼하다며 호언장담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사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재계와 적지 않은 언론들은 건설, 조선,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은 한국경제의 주력산업으로 경쟁력을 호언장담해왔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을 예로 보면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기만적이고 무책임한 것이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한번 물어보자. 한국 자동차산업은 과연 경쟁력이 있었다고 할 수 있는가? 지난 90년대 말의 외환위기 이후 한국 자동차산업은 계속적인 구조조정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99년에는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에 인수된 것을 시작으로 2000년에는 삼성자동차가 프랑스 르노자동차에 매각되었고 2002년에는 대우자동차가 미국 GM에 매각되었다. 쌍용자동차도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합병되었으며 대우상용차는 인도 타타자동차에 매각되었다. 현대자동차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자동차회사가 글로벌 자동차업체에 매각된 것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한국 자동차산업이 과연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 같은 한국 경제의 엄중한 현실을 잘 모르는 많은 가계들이 정부 관료들과 상당수 언론들이 불어넣은 성급한 봄바람에 헛바람이 잔뜩 들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단기적으로 급등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자산시장의 단기 버블은 실물 경기의 회복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시 급락할 수 있다. 특히 단기적인 실적 지표나 호재가 매일매일 반영되는 주식시장과 달리 10~20년간의 긴 파동을 그리며 움직이는 부동산 시장은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어 있다. 대세하락기인데도 상황 판단을 못하고 헛바람에 들떠 잠깐 반등했던 부동산 시장은 실물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한 언제든지 재급락할 수 있다.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만큼 따라주지 못하면 그만큼 실망감도 커져 그 하락 폭은 당초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엄동설한의 추위에 봄이 온 줄 착각하고 봄옷을 입고 외출하면 감기에 걸리기 십상인 것과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5. 14. 09:53

올해 4월 SBS 시사토론의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93%가 국내에 부동산 거품이 있으며, 특히 3분의 2가량은 거품이 심각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국민들의 인식은 매우 정상적인 것입니다. 정말 아무런 거품이 없다면 2000년대 이후 한국 정부와 정치권에서 어쨌거나 부동산 문제를 가지고 생난리를 쳤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현실 속에서도 ‘한국에는 부동산 거품이 없다’고 꿋꿋하게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분 한 분이 서강대 김경환 교수인 모양입니다. 우연히 다른 내용으로 기사 검색을 하다 이 분 코멘트가 들어가 있는 기사 한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내용을 읽고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읽은 구절은 아래와 같습니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질가격 기준으로 국내 집값은 다른 나라에 비해 오히려 오름폭이 작다"며 대폭락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가 최근 발표한 논문 '글로벌 집값 붐과 하락'에 따르면 미국 주택 실질가격은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 평균 2.3%,영국은 4.8%,호주는 4.1% 올랐지만 한국은 1.7% 떨어졌다. (한국경제 2008년 12월 1일자)


우선, 김교수가 주장하는 바를 그래프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김 교수의 말대로 1991년부터 2007년까지 전국 집값을 실질가격으로 나타내면 <도표1>과 같습니다. 김교수가 말하는 실질가격 지수는 국민은행이 발표하는 주택가격지수를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눈 백분비를 실질주택가격으로 간주해 그 추이를 나타낸 것입니다. 김교수 말대로 1991년 1월의 전국 주택 가격을 100으로 잡을 때 2007년 12월의 실질 가격은 69.4로 떨어졌습니다. 두 기간의 실질가격 차(100-69.4)를 해당 기간(17년)으로 나누면 1.77%로 김교수 주장과 얼추 비슷합니다. 얼핏 보면 김 교수 주장이 사실에 기초한 합리적 주장처럼 느껴집니다.


                                    <도표1>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주장이 ‘실체적 진실’을 보여주는 주장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통계를 잘 아는 사람이 통계를 이용해 어떻게 현실을 호도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주장입니다. 왜 그런지를 봅시다.



우선, 김교수가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는 것은 비교의 기간입니다. 1986년 국민은행(당시 주택은행) 주택가격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뒤 부동산 버블기는 크게 두 차례 있었습니다. 한 번은 1987~1991년초까지(편의상 1차 버블기로 부르겠습니다)였고, 두 번째가 익히 아는 2000년대의 부동산 버블기입니다. 아래 <도표2>에서 실질가격 추이를 보면 알겠지만, 김교수가 통계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1991년은 1차 버블기의 정점입니다. 버블 정점기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비교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버블 정점일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 집값을 비교하면 당연히 이후 집값은 낮은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흐름을 모르는 일반인이 그냥 우연히 기준시점을 그 때로 잡았다면 모를까 이를 모를 리 없는 ‘전문가’라는 분이 그렇게 기준점을 잡는 것은 다분히 어떤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기준점을 달리 하면 어떨까요? 김교수가 한 것과 정반대로 실질가격이 가장 낮았던 2001년 3월을 기준점으로 잡아 2007년말의 전국 주택가격을 보면 어떨까요? 역시 <도표2>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전국주택가격은 실질가격으로도 3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물론 이렇게 보여주는 것도 전체 실상을 올바로 보여주는 방법은 아닙니다.

                         
                                 <도표2>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김교수가 근거를 제시하는 방식의 더 큰 문제는 문제가 있는 곳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는 방식으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아래 <도표3>에서 보는 것처럼 2000년대의 부동산 버블기는 1차 버블기와는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1차 버블기 때는 지방과 수도권의 차이 없이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고루 상승했다면, 2000년대 부동산 버블기 때는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차이를 보입니다. (도표에서 편의상 서울 가격지수를 보여드리지만, 이를 수도권 전체 가격지수 흐름으로 읽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이 같은 흐름은 시간이 갈수록 거듭돼 2003년 이후에는 그 차이가 확연히 나타납니다. 따라서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은 수도권 중심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도표3>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1차 버블기와 또 한 가지 다른 점은 여러 주거 유형 중 아파트 가격만 폭등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1차 버블기 때도 아파트가 더 많이 상승했지만, 2000년대 버블기 때는 아파트와 다른 주택 유형과의 가격 차가 매우 커졌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아파트가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사실 거의 표준화(또는 획일화)된 주거 유형으로서 아파트는 위치와 평수 등에 따라 시세가 거의 정해져 주식 종목처럼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 물량이 많아 환금성이 뛰어나 향후 차익을 실현하기 쉽습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대규모 물량을 지어 막대한 폭리를 취하기에 가장 좋은 사업 대상이 됐습니다. 정부도 ‘공급 부족론’을 핑계로 주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고, 건설경기 부양책으로 쓰기도 좋으니 마다할 리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파트 위주의 부동산 투기가 성행하게 됐고, 2000년대 수도권 주택 공급의 80% 이상을 아파트가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은 바로 수도권 아파트가 중심이 된 버블이었습니다. 일반 가계나 국민경제의 체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집값 수준이 문제라면 문제가 있는 곳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따라서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을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수도권이 미국의 한 주 정도에 불과한 비중이라면 이렇게 보는 것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수도권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또한 다양한 주거유형이 공존하는 나라와 달리 전체 주택 재고의 절반이 넘고, 신규 보급 주택의 대부분이 아파트인 현실에서 이를 대상으로 버블 수준을 따져보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김교수는 이 같은 현실을 완전히 도외시하고 전국 주택가격을 대상으로 삼아 현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키가 150cm인 사람 10명과 키가 190cm인 키다리 10명의 평균 키가 170cm라는 사실을 두고 “키가 큰 사람이 없다”라고 하는 게 온당할까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서울 아파트의 실질가격 추이를 보면 다음 <도표4> 상단 그래프와 같습니다. 국민은행 통계가 작성된 1986년 1월을 100으로 했을 때 실질가격 추이를 보면 2000년대 버블은 1차 버블기 정점을 훌쩍 뛰어넘는 175.3을 기록한 뒤 가격이 내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올해 3월의 가격 지수가 161.5로 여전히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물론 이 또한 기준시점에 따른 왜곡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도표4>

                             (주) 국민은행 및 S&P자료로부터 KSERI작성

참고로, 위에서 김교수가 거론한 외국 가운데 미국 사례를 한 번 보도록 합시다. 위 <도표4>는 하단의 그래프는 우리의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견할만한 미국 10대 도시의 주택가격 지수(명목)와 물가지수를 1987년 1월을 100으로 2009년 2월까지 살펴본 것입니다. 보면 아시겠지만, 1991년 미국의 주택가격은 버블이 거의 없었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버블의 정점이었던 한국의 1991년과 버블이 없었던 미국의 1991년을 비교 기준점으로 삼아 일방적으로 ‘한국에는 부동산 거품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까요? 이처럼 김교수 주장은 통계를 자신의 입맛대로 활용해 현실을 호도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식인이 어떻게 자신의 지식을 곡학아세와 혹세무민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위에서 보인 실질가격 지수는 사실 부동산 버블의 양상을 보여주기에는 많은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위에서 거론한 2007년의 실질 주택 가격은 2007년 시점의 실질가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2007년의 명목가격을 기준시점(=1986년 또는 1991년)으로 환원하여 기준시점의 구매력으로 평가한 실질가격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의 방법으로는 기준시점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실질가격이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2007년 시점에서 다른 물가에 비해 집값이 얼마나 부풀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대가격으로서 실질가격이라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다만, 위의 방법이 설명하고 이해하기 편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점이 있음을 전제로 일정한 기간 동안의 가격 변동 흐름을 보는 도구로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입니다. 김교수가 그런 문제점이 있음을 알고도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특정 시기의 부동산 버블 양상을 진단하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3권의 3장 ‘부동산정책을 둘러싼 오류 비판’에 잘 나와 있으니 일독해보시기 바랍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김교수의 주장은 이처럼 황당한 주장인데도 학계 등 어디든 제대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습니다. 상당수 언론들은 문제점을 지적하기는커녕 이 같은 주장을 검증도 없이 확대재생산하기 바쁘고요. 정부 관료들도 이 같은 주장에 휘둘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노무현 정권 시절 재정경제부는 2005년 7월 김교수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사용해 한국의 주택 가격이 1990년대 초반에 비해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버블이 거의 없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유행가 가사처럼 불러대던 때였는데, 부동산 버블이 거의 없는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은 왜 벌인다고 한 것인지요? 또한 집값을 잡겠다고 각종 부동산 대책은 왜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만들어냈다는 말인가요? 부동산 버블이 없는 게 맞다면 자신들이 그동안 해온 대책은 모두 있지도 않은 괴물과 싸우기 위한 난리 부르스였다는 고백밖에 안 되는 것이었던 셈입니다. 이런 관료들에 의지해 집값을 잡겠다고 난리쳤던 노 전 대통령도 한심할 따름입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만 갖고 되는 자리가 아닙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능력까지 겸비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한국처럼 시대착오적인 이데올로기가 만연하고 강고한 기득권 구조가 자리잡고 있는 나라일수록 더더욱 그렇습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5. 12. 09:39

축구장에 관중들이 빽빽이 들어섰다. 그런데 축구장 스탠드 앞쪽에 앉은 관중들이 좀더 경기를 잘 보려고 일어섰다. 그러자 그 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차례로 모두 일어서야 했다. 일어선 앞 사람 때문에 뒷사람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일어서야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축구장 관중들은 모두 앉아서 편하게 볼 수 있었던 축구경기를 모두 불편하게 일어서서 봐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익히 잘 아는 ‘축구장의 바보들’ 예화다. 이 예화는 개인의 합리적 행동이 경제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화다.


그런데 2000년대 국내 부동산 상황은 합성의 오류가 난무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처음에 일부 사람들이 부동산을 사서 재미를 보자, 뒤따라 사람들이 차례차례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소득으로 집을 사다가 나중에는 은행에서 빚을 내서 집을 사게 됐다. 빚도 처음에는 수천만원 단위였다가 나중에는 1,2억원 수준이었다가 나중에는 수억원씩 빚내는 것이 여사가 돼버렸다. 그렇게 해서 서로 집값 올리기 경쟁에 들어갔다. 2, 3억원 정도면 충분할 집값을 5억, 10억씩 불러가며 돈을 벌었다고 희희낙락했다. 각 개개인이 부동산 시장에 차례로 뛰어든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우선, 돈이 됐기 때문이다. 옆의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돈 버는 것을 보고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 사람들이 또 다시 뛰어들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집값이 더 뛸까 불안해서 거액의 빚을 내 뛰어든 사람들도 많았다. 그리고 나중에는 정말 거의 투기 광풍이 불어 ‘묻지마 투자’까지 횡행했다. 그렇게 해서 수도권 집값을 평균 세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가계의 상당수가 거액의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그러는 동안 한국경제는 속으로 곪아가고 있었다.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생산경제에 가야 할 돈은 급격히 위축됐다. 부동산 비용 상승으로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은 인상된 임대료를 내느라 인건비를 줄여야 했다. 이런 현상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는 실업과 비정규직 증가로 나타났다. 빚을 내 부동산 투자를 하다 보니 외환위기 직후 25%에 육박하던 가계 순저축율은 2008년말 2.5%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과거 은행에서 이자수입을 타서 써던 가계들이 이제 은행에 매월 수십~수백만원씩을 월세 내듯 꼬박꼬박 이자로 내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의 시중은행들은 국내 최고의 월세 임대사업자들이 됐다. 1,2백만원씩을 은행 이자로 내고 난 가계들은 그만큼 소비를 줄여야 했고, 이는 지속적인 내수침체로 이어져 더더욱 생산경제를 위축시켰다. 이른바 정부와 언론은 보유 자산의 가치 상승으로 현재 소비가 는다는 이른바 ‘자산효과(wealth effect)'를 들먹였지만 실은 가계 부채 증가로 인한 내수 위축 효과는 훨씬 컸다. 이 때문에 GDP성장률 4~5%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도 서민경제는 항상 침체기였다.


축구장의 바보들 예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축구장에서 모든 관중들이 다 일어선다고 다 같은 시야를 확보하는 게 아니다. 키가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다. 노약자와 임산부는 오래 서 있을 수 없고, 어린이는 일어서도 경기를 볼 수 없다. 심지어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은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부동산 시장은 상대적인 불공정성이 훨씬 컸다. 우선, 주택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절반 가까이나 됐다. 지역별로도 편차가 심했고, 평형별로, 가격대별로 편차가 심했다. 세대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없던 젊은 세대에 비해 자금력과 부동산 투자의 노하우까지 갖춘 기성세대는 부동산 투자로 덕을 봤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부동산 거품으로 일자리까지 줄어든 상태에서 집값까지 뛰자 결혼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 돼버렸다. 계층별로 양극화도 심해졌다. 부동산을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10년 이상 열심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불과 1~2년만에 벌기도 했다. 소득 양극화보다 자산 양극화가 훨씬 극심해지고, 집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근로의욕 감소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자산양극화는 일정한 시점이 지난 후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정치적 계급투쟁의 양상까지 띄게 됐다. 과거 공산주의에서 말하는 생산수단 소유여부에 따라 구분하던 유산자(有産者)와 무산자(無産者)의 계급 투쟁이 아니라, 주택 소유여부에 따라 계급적 이해를 달리하는 유주택자와 무주택자간의 계급 투쟁 양상을 띠게 됐다. 부동산 거품이 일던 초기에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집값 안정을 바랐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 실패로 집값이 껑충 뛰어오르자 하나둘씩 부동산 투기 게임에 가담했다. 이전에는 집값 하향 안정을 바라던 사람들도 일단 막대한 빚을 지고 집을 산 뒤에는 입장이 180도 달라져 버렸다. 거의 전 재산이 걸린 주택의 가격이 올라주지 않으면 가계경제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한편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성 언론들의 왜곡선동보도가 잇따르자 정치적 입장조차 바뀌었다. “2004년을 기점으로 부동산 규제 강화를 외치던 여론이 이후에는 부동산 규제 완화 여론이 다수가 돼버렸다”는 한 여론조사 전문가의 말처럼 이를 생생히 입증하는 말도 없다.


이 같은 집값을 둘러싼 계급투쟁은 급기야 정권을 교체하는 숨은 원동력이 됐다. “부동산 말고는 꿀리는 것이 없다”고 했던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얼마나 큰 것인지 몰랐다. 사실 부동산 문제 말고는 꿀리는 것이 없다는 인식이야말로 노무현 정부가 얼마나 형편없는 정부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대로 부동산을 둘러싼 계급투쟁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했던 정치인은 현 대통령인 이명박이었다. 이명박은 현대건설 사장 출신답게 부동산 문제가 얼마나 사람들의 탐욕을 자극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시절부터 서울 강남지역 5개 저밀도 재건축지역에 대한 규제를 일괄 해제하겠다고 물밑에서 공약하고 당선됐다. 그리고 그는 시장에 취임한 그해 바로 강남 집값 상승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강북 주민들의 표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였다. 바로 뉴타운이었다. ‘주거환경 개선’과 ‘강남북 균형개발’이라는 겉보기에 그럴듯한 모토를 내걸었지만, 실상은 강북 집값도 올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정치적 욕심을 구현하기 위해 그는 재임 기간 동안 크게 세 차례에 걸쳐 모두 32개에 이르는 뉴타운을 지정했다. 자그마치 서울시 시가지 면적의 7.5%, 서울시가 30여년 재개발 해온 총 면적의 1.5배가 넘는 규모였다. 이렇게 해서 그는 서울 강북 집값도 거세게 밀어올렸다. 지난 대선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공식화하지 않았을 뿐, 경부 대운하 등 각종 개발 공약과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 등을 통해 사실상 ‘집값을 올려주겠다’고 집권한 대통령이었다. 실제로 부동산 투기에 가담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가 집권하면 집값이 오를 것으로 그를 찍었다.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부동산 계급 투쟁은 지난해 총선까지 이어져 다수의 ‘뉴타운돌이(뉴타운 공약을 내걸어 당선된 한나라당 의원들)’들을 당선시켰다. 


더구나 현 정권은 지난해부터 한국 경제의 위기가 본격화하는 가운데도 ‘경기 부양’이라는 명목 아래 ‘강부자 정권’ 자신들과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인 건설업계 및 유주자 계급들을 위한 온갖 특혜성 정책들을 남발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 매입과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상속세 및 고소득자들을 위한 근로소득세 완화, 부동산 버블기에 고분양가로 폭리를 취해온 건설업체들을 위한 대규모 건설토목 사업 발주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현 정부는 그런 정책들을 말끝마다 서민가계를 지원한다고 주장하고, 이명박은 새벽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신빈곤층’ 가정 어린이와 통화하며 울먹이는 쇼를 벌렸다. 하지만 실제로 서민가계에 돌아가는 혜택은 늘 쥐꼬리만했고, 오히려 차상위계층의 건강보험 혜택을 줄이는 등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의 지원과 보장을 줄이기까지 했다. 이렇게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계를 위해 온갖 퍼주기를 일삼으면서도 이들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서민들이 더 피해본다’고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온갖 부동산 투기 조장책으로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 위한 총력전을 펼쳐 왔다.


이 같은 부동산 투기 조장책은 일정하게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듯 보인다. 올초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집값의 일시적 반등이 그 예다. 거의 선동에 가까운 각종 허위 발표와 왜곡된 통계들을 가지고 섣부른 ‘바닥론’을 퍼뜨리는 한편 부동산 광고에 목 매단 기성 언론들과 합작해 부동산 투기를 선동하다시피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가장 강력한 투기세력이자, 이해관계자가 돼버린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아직 실물경기 침체가 여전히 엄동설한인 상태에서 경제 현상 이면의 실상을 꿰뚫어 보기 힘든 국민들에게 이미 봄이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이 가장 먼저 경기를 회복할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도대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어떻게 주요 교역 대상국의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데, 경기를 가장 먼저 회복시킨다는 말인가? 엉터리 왜곡보도로 점철된 기성언론도 정확하고 깊이 있는 보도를 하기보다는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보도하기 일쑤다. 일부 언론은 정부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경기 회복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한다. 마치 사람들에게 낙관적인 심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애국심의 발로인 것처럼 착각할 정도다. 정확하고 공정한 사실 보도가 언론의 역할이자, 그것이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를 위해서도 가장 바람직한데도 말이다. 왜곡 없는 정확한 정보가 유통될수록 시장은 더욱 잘 작동한다는 것은 경제학의 상식 아닌가?


하지만 투기 조장책에 따른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호가 위주의 반등도 오래가기 어렵다. 부동산시장 안팎의 버블 붕괴 압력은 여전히 막대하다. 거대한 부동산 거품이 붕괴할 때 이렇게 쉽게 일단락하리라고 본다면 착각이다. 고양이는 몸을 확 뒤틀어 방향을 바꾸지만, 코끼리는 그렇게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 경제의 큰 흐름도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저금리 기조에 좀 더 버틸 체력을 얻은 잠재적 매도자들이 정부의 투기조장책에 기대 호가를 올리고 있지만, 매수세는 전혀 따라붙지 않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것처럼, 정부가 군불을 땐 성급한 낙관론이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이 오래지 않아 드러날 것이다. 이 같은 호가 위주의 일시적 반등 국면은 필자가 지난해 쓴 책에서 이미 경고한 바 있다. 부동산 가격이 대세하락하는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일시적인 반등이 있음을 설명했다. 이 시기는 잠재적 매도자와 매수자가 치열한 심리적 공방을 벌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시기에 결과적으로 항상 패자는 잠재적 매도자들이었으며, 이런 국면이 끝나면 많은 경우 급락세가 재연됐음을 전 세계 버블 붕괴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미국이나 영국, 스페인 등 서구 대부분 국가에서나 1990년대 일본에서도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국면에서 일시적 반등세는 얼마든지 있었다. 심지어 과거 일본 부동산 버블의 핵심이었던 도쿄도의 지가도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기 시작한지 2년 후인 1993년까지 일시적인 등락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점진적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결국 거대한 버블 붕괴의 압력 아래 이후 도쿄도 지가는 자유낙하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또 다시 집값이 폭등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경제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하며 현상의 이면을 꿰뚫어보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정부의 투기 조장책과 일부 언론의 사기적 선동기사에 혹할 수밖에 없다. 투기를 조장해야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소위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궤변도 솔깃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되풀이해 경고하지만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가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거시경제의 구조와 흐름을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들은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매다는 상당수 언론과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에게서 생산돼 유통되는 정보는 사실 매우 부정확하고 왜곡돼 있으며, 이해관계에 깊이 물들어 있다. 필자는 전직 신문기자로서 이 같은 공생관계와 언론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일반인들은 이 같은 이면을 모르기 때문에 ‘또 다시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닐까’ 전전긍긍해한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다시 경고할 수밖에 없다. 이번의 일시적 호가 반등 국면은 집값 대세하락기 초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폭탄 돌리기’ 국면이다. 앞으로 집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니 무리해서 부동산시장에 뛰어들지 말라고 당부한다. 만약 일시적인 반등국면에서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뛰어드는 사람들은 불이 붙은 폭탄을 떠안는 격이 될 수 있다. 주식시장과 달리 주택시장은 단기간 내에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에 ‘한탕’을 노리고 뛰어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일시적 반등기에 무리해서 잘못 들어갔다가 평생 후회할 정도로 큰 경제적 고통을 맛볼 수 있다. 이 같은 경고는 필자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앞선 글들에서 언급했지만, 한국은행이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서울 집값의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고, 현대경제연구원조차 최근의 일시 반등은 단기에 그치고 향후 집값은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냈다. 심지어 전혀 그런 말을 안 할 것 같은 부동산 포털 관계자나 메이저 신문의 부동산 담당 기자조차 비슷한 인식을 내비치고 있음을 소개했다. 필자는 경고할 만큼 경고했다.


  부동산 거품과 그 거품에 편승한 과욕의 폐해가 어떠한지는 지금 전세계가 목도하고 있다. 한국 사회도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 실패로 인한 부동산 거품 때문에 고통받아 왔다. 부동산에 돈이 묶이는 바람에 내수가 침체하고 실업자와 비정규직이 양산됐고, 이제 버블 붕괴 과정의 혹독한 충격을 겪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버블을 처음부터 만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미 한국 경제는 너무나 막대한 부동산 버블을 만들고 말았다. 이제는 전세계의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시기이고, 이것을 우리도 피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큰 충격이 있겠지만, 한국경제가 정상적인 제 궤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안타깝지만 감내해야 하는 충격이다. 근본적 수술을 통해 부동산 거품이라는 악성 종양을 떼내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현 정권은 자신들 임기 내에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속셈으로 이 같은 근본 수술을 미루고 있다. 오히려 악성 종양을 더욱 키우고 있다. 선량한 국민들을 선동해 부동산 투기판을 더욱 키우려 하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와 이와 연관된 건설경기를 띄우기 위해 한국 경제 전체를 희생하고 있다. 말끝마다 ‘시장원리’를 외치는 정권이 하는 짓마다 시장의 정상적인 조정 과정을 방해하고 있다. 그동안 땅값, 집값이 너무 높았고 사람은 똥값이었으므로 이제 사람값을 높이고 땅값, 집값은 낮아지는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정부는 그런 흐름을 정반대로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한 시장의 자기 조정 과정을 억지로 교란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 일본 정부가 버블 붕괴기에 썼던 건설경기부양책이 결국 좀비기업들을 양산해 이후 일본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됐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벌이고 있는 각종 정책도 시장의 자기 조정 메커니즘을 가로막아 결국은 부동산 시장, 더 나아가 한국 경제 전체의 침체를 장기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순전히 자신들 임기 내에 닥칠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정치적 욕심 때문이다. 그로 인한 피해는 전국민이, 그 중에서도 밑바닥 서민들이 입는다는 점에서 현 정권의 정책방향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라고도 할 수 있다.



현 정권은 입만 열면 ‘서민을 위해 건설경기 부양한다’ ‘서민의 경제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가격 폭락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사악한 여론 조작일 뿐이다. 현 정부는 4대강사업 등 쓸데없는 토건사업으로 가득한 건설경기 부양에 돈을 수십조원을 탕진하면서, 차상위계층의 건강보험 혜택을 없애는 등 서민을 오히려 죽이고 있다. 또한 ‘부동산을 살려 경제를 살린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환상이자 착각이다. 경제를 살린 결과 나중에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 부동산 시장도 자연스레 회복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은 한국경제의 뼈를 깎는 구조개혁과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과정 없이는 한국경제는 새로 태어날 수 없다. 태어난다 해도 그것은 더욱 불공정한 경제,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 경제, 조만간 또 다시 더 큰 위기를 몰고 올 지속 불가능한 경제일 것이다. 이제라도 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배하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현 정권은 자신들의 정치적 욕심과 계급적 이해관계 때문에 절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지금의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야권이 제대로 된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이뤄갈 세력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같은 구조개혁을 이뤄낼 제대로 된 정치세력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지 않고 자산경제와 생산경제가 조화롭게 선순환하며 성장하는 나라. 지식정보화시대를 선도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지금 제대로 된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주도할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한 우리 모두가 그리고, 우리 자녀들이 ‘축구장의 바보’가 되는 것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5. 11. 13:12



최근 OECD 2009년 통계연보(Factbook 2009)를 발표했다. OECD회원국의 주요 경제, 사회, 환경 관련 지표들을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한편 OECD 회원국 전체의 변화 추세를 읽을 수 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OECD 통계연보는 인구와 이민, 거시경제 트렌드, 경제의 세계화, 물가, 에너지, 노동, 과학기술, 환경, 교육, 재정, 삶의 질, 불평등 등 총 12개 주제 아래 관련된 세부 지표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 국가의 실상은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지만, 국제적인 비교를 통해 살펴보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한국이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뛰어난 점은 무엇이고, 뒤떨어진 점은 무엇인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 향후 한국이 개선하거나 대비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번 OECD 통계연보에 나타난 한국 사회경제의 실상을 국가간 비교를 통해 7~8회에 나눠 소개한다. 이번 주제는 
노동(Labor) 상황에 대한 실태 비교다.


먼저
, 아래 <도표1>에서 주요국별 취업률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의 취업률은 1980 59.2%에서 꾸준히 상승하다가 IMF외환위기 충격을 겪은 1998-1999년 주춤하다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07년 전체 취업률은 63.9% OECD 평균인 66.7%보다 2.8%포인트 낮다. 특히 일본의 70.7%, 미국의 71.8%에 비해 한국의 취업률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성별로는 남성의 경우 2007년 기준 74.7% OECD 평균인 72.5%보다 높다. 하지만, 여성 취업률은 53.2% OECD 평균인 58.3%보다 상당히 낮다.

 

               <도표1> OECD 전체 및 성별 취업률 추이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이처럼 한국의 취업률은 남녀 모두 OECD 평균에 비해 낮게 나타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여성 취업률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여성의 학력이 상당히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한국 사회가 여성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고용의 상당부분을 여성이 차지하고 평균임금도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질적인 면에서 여성의 취업 사정은 OECD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형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연령별 취업률을 비교해보면, 아래 <도표2>에서 전체 취업자수의 5~10% 가량를 차지하는 15~24세 청년 취업률은 한국이 25.7% OECD 30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낮으며 OECD 평균 43.5%보다 거의 20% 가까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덴마크 등 상당수의 선진국이 50% 대 이상의 높은 청년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 남자의 경우 병역의무로 사회 진출 연령이 늦어지는 탓도 있지만, 일자리부족 때문에 휴학하거나 학업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도표2> OECD 연령대별 취업률 비교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또 전체 취업자수의 80~85% 가량을 차지하는 25~54세의 취업률 역시 한국이 74%30개국 가운데 네 번째로 낮으며 OECD 평균인 79.1%보다도 5%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80% 전후 수준의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전체 취업자수의 5~10% 가까이를 차지하는 55~64세의 은퇴 직전 연령대의 취업률은 한국이 2007년 기준 60.6% OECD 평균인 44.7%를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일본 등도 한국과 비슷한 취업률을 나타내고 있다.

 

상기 취업률과는 반대로 아래 <도표3>에서 실업률을 살펴보면 한국의 실업률은 90년대 말의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OECD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한국은 취업률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인데 반해 실업률은 반대로 선진국에 비해 매우 양호한 편이라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실업 통계가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의 통계지표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들이 많다.

 

                  <도표3> OECD 실업률 및 노동시간 비교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불황의 여파로 한국의 실업률도 4%에 육박하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2007년에는 3.2%로 매우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이태백, 사오정, 오륙도 등 실업난과 고용 불안을 반영하는 조어가 유행하는 현실이나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실업률과는 매우 거리가 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취업률이 매우 낮은 한국이 OECD 평균 실업률이 5.6%이고, 프랑스, 독일 등이 8%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3%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신뢰도가 낮은 잘못된 통계로 고용대책 운운한다는 자체가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의 기만술을 늘어놓는 것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실업통계를 보면 한국은 일자리가 넘쳐나는 천국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OECD 평균보다 취업률이 훨씬 낮은 한국이 실업률도 상당히 낮다는 것은 15세 이상 노동가능인구 가운데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사람의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노동가능인구에서 경제활동인구를 뺀 것으로 정의된다. <도표3>에서 한국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32.9% OECD 평균인 27.7%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모두 20% 이내이고 영국, 미국, 독일, 호주 등의 선진국도 25% 이내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보다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높은 나라들은 폴란드, 멕시코, 헝가리, 터키 등 대체로 구공산권이었던 동유럽국가나 개발도상국들이다.

 

남녀간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도 큰 편차를 보인다. 한국 남성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21.6% OECD평균인 18.6%에 비해 약 3%포인트 높지만, 한국 여성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OECD평균인 36.6%보다 7.6%포인트나 높아 OECD국가들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은 경제수준에 비해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육아나 가사에 종사하는 전업주부 비중이 높은 탓도 있겠지만 구직활동을 포기한 채 단순히 쉬었다고 답하는 사람들이나 취업 준비생이나 고시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에 포함될 수 있는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 고용 통계의 문제점은 위 <도표3>에서 전체 실업자 가운데 12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비율을 살펴봐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의 장기실업자 비율은 0.6%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OECD 평균인 29.1%에 비교할 때 기적 같은 수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장기실업자 비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실직한 사람들 대부분이 취업의사를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로 자동 분류되든지 아니면 자영업자나 가족내 고용으로 분류되어 단기간 내에 곧바로 재취업되는 것으로 간주되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취업률과 실업률의 모순은 연간 평균노동시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은 2,316시간으로 OECD 국가 가운데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1998년에 비해 주5일제 도입과 시간제고용 등의 증가로 평균노동시간이 180시간 줄었지만 OECD 각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과로근로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의 평균노동시간은 OECD국가 평균인 1,768시간보다 연간 무려 548시간이나 더 많은 것이며, 자신들을 일벌레라고 자조하는 일본의 1,785시간과 미국의 1,794시간 등에 비해서도 500시간 이상 더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평균노동시간이 OECD 선진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까닭은 고용을 되도록 줄이면서 초과근무로 생산력을 증대시키려는 잘못된 고용정책과 잘못된 기업문화 등 한국의 전근대적인 주인-머슴론의 고용 풍토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일자리 나누기라는 미명하에 가장 먼저 인력감축과 급여삭감을 해버리는 한국 정부와 재벌기업들의 행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제일 먼저 일자리에서 쫓겨나며 사람이 제일 먼저 똥값이 되는 경제인 것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사람을 제일 사람답게 취급하지 않고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왜곡된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가능한 한 적게 고용하여 장시간 쥐어짜는 식으로 과다한 일을 시키는 고용구조에서는 근로자들이 현장지식이나 전문적 지식을 축적하고 자기계발을 할 수 없다. 배우지 못하고 자기계발을 할 수 없으니 당연히 창의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21세기 세계 경제가 지식정보화 사회, 창의 경제로 전환해가고 있는 마당에 한국의 잘못된 고용문화로는 절대로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1인당 GDP 대비 OECD 각국의 1인당 GDP 비율과 미국의 노동활용 효과 대비 OECD 각국의 노동활용 효과 비율을 살펴보기로 하자. 아래 <도표4>에서 2007년 기준으로 미국의 1인당 GDP 100으로 할 경우 OECD 1인당 평균 GDP 72로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은 55로 나타나 OECD 평균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미국의 노동자 1인을 활용할 경우의 효과를 100으로 할 경우 OECD 평균 역시 72로 나타난 반면, 한국은 42로 나타나 노동자 1인의 활용도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표4> 미국의 노동생산성 대비 OECD 각국의 노동생산성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이는 한국경제가 OECD 선진국과는 달리 노동을 고부가 가치화하여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경제로 아직 전환하지 못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즉 한국경제는 노동력의 최소 고용과 과로 노동으로 양적 성장을 하는 개도국 수준의 성장패러다임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경제는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노동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고용을 늘리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경제성장을 하는 고부가 지식노동집약형의 첨단경제 구조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노동 및 고용 구조가 이처럼 고부가 지식집약형 경제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개발연대의 족쇄에 사로잡혀 있는 한 한국경제의 도약을 기약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지금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맞은 국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고 개발연대의 구태를 반복하고, 국리민복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챙기는데 여념이 없다. 21세기 패러다임에 걸맞은 사회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구조개혁을 단행하고 공정한 경쟁 규칙을 마련하기는커녕 여전히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는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과 도덕적 해이가 빚어낸 문제점들이 반복돼 지금 일반 서민들은 희망을 잃고 도탄에서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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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5. 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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