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의 언론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정직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군부독재 시기였던 70~80년대는 언론이 권력에 복속되어 제대로 보도를 못했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정치권력이 그 정도까지 철권통치를 하는 시기는 분명히 아니다. 물론 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에서도 KBS와 MBC, YTN 등에 대한 통제가 사실상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 같은 사실은 세월호사고를 거치면서 KBS 길환영사장이 사사건건 KBS 보도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잇따라 터져나왔으며, 그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는 강한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청와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 이른바 조중동이나 다수의 경제지들의 논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주장하듯이 이제 정치권력보다는 자본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정부의 경우에도 권력의 힘으로 방송을 장악한 측면이 있지만, 결국 그들이 대변하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 결국 돈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저명한 언론학자인 로버트 맥체즈니는 “시장이 가장 효과적인 검열장치가 될 수 있다(“The market can be a most effective censor.”)고 말한 그대로다. 그는 시장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은 자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한국의 대다수 언론은 자본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기사들을 쓸 수 없는 단계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월호참사와 관련해 다른 어떤 언론보다 심층적이고 객관적인 보도를 했다고 평가받는 JTBC조차도 최근 일어나고 있는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와 그룹 세습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가계가 어떻게 언론 보도의 속임수를 걸러내고 올바르게 이해할 것인가. 여러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의 보도에 관한 다섯 가지 보도 준칙(5 rules for reporting)을 살펴보자. 이 규칙은 폴 크루그먼의 ‘대폭로’라는 책에 제시된 것이고 필자의 책 <위험한 경제학>에서도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5년 전에 출간된 책이라 상황이 달라졌다. 달라진 상황에 맞춰 폴 크루그먼의 다섯 가지 준칙에 해당하는 한국의 사례를 새로 정리해보았다.


1. 정책안이 표면적인 목표에 부합한다고 가정하지 마라.

사소한 원칙 같지만 사실 적지 않은 한국의 언론들이 이 기본적인 원칙을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발표를 거의 그대로 보도한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가 2008년 10월 감세정책을 발표했을 때, 감세정책의 제목은 ‘경제 재도약과 서민경제 지원을 위한 세재 개편안’이었다. 실제로 이명박대통령은 감세정책 혜택의 약 70% 가량이 중산층과 서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그림1>에서 보는 것처럼 노무현 정부 때는 소득분위별로 소득이 늘어날수록 세금 증가율이 늘어났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반대였다. 서민들, 특히 하위 20~40% 계층을 필두로 중저소득층에 해당하는 1~3분위 소득계층의 세금부담이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소득이 높아질수록 세금부담 증가율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서민들 세금을 늘리면서 서민경제를 지원한다는 표현이 말이 안 되는 것이지만, 겉으로 내세운 목표는 서민경제 지원이었다. 그리고 당시 대다수 언론은 그 표현을 거의 그대로 받아썼으며 지금도 비슷한 논리로 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을 지속하고 증세는 안 된다는 식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림1>

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5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 자료(전국, 2인이상)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지난해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나온 4.1 부동산 대책의 정식 명칭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이었다. 제목에서 ‘서민 주거안정’이라고 내세웠지만 이는 포장에 불과할 뿐 오히려 주택 가격을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든 떠받치겠다는 의지와 정책수단들이 총망라된 대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집값이 너무 높아서 도저히 일반 서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임에도 집값을 떠받쳐주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이것을 서민주거 안정 대책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또한 당시 많은 언론들은 이 대책에 대해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했다. 그것이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를 위한 ‘종합선물세트’였지만, 결코 서민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국의 언론들은 이처럼 정책 내용이 표면적인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지는 거의 따지지 않았다.


2. 이들의 진정한 목표를 발견하기 위해 공부하라.

이명박정부와 미국의 부시정부는 경제성장을 명분으로 감세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는 자신들이 대변하는 거대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합리화하기 위해 포장해놓은 논리에 불과했다. 실제로는 거대기업과 고소득층을 위해 세금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종합편성채널 허가를 추진할 때도 이명박정부는 여론을 다양화하고 미디어 산업을 발전시키자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여론이 다양화되었다기보다는 기득권의 논리와 시각을 더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으며, 미디어 산업이 발전하기보다는 오히려 질적으로 퇴보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명박정부의 진정한 목표, 즉 속내는 조중동의 방송진출을 허용해 대선 과정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기득권세력에 유리한 여론지형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이미 시사경제해설에서 설명한 바 있지만, 박근혜정부의 ‘규제개혁’ 정책도 실제로는 많은 경우 재벌대기업이나 부동산 부자들의 민원을 해소해주거나 그들의 배를 불려주는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3. 일반적인 정치 규칙이 적용될 것으로 가정하지 마라.

이명박정부 시기에 트위터 등 SNS 상의 발언 등을 근거로 국가가 국민을 고소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를 통해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억누르고자 했다. 하지만 이른바 일베의 증오범죄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았다. 5.18에 관한 그들의 발언은 형사소송까지 갈 수 있는 사안임에도 기소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2012년 대선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의 대대적인 선거 개입과 댓글 공작 등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부는 이에 대해 수사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혼외 아들’을 문제삼아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4. 혁명세력은 비판에 공격으로 반응한다.

여기에서 폴 크루그먼이 말하는 혁명세력은 반동기득권 세력이다. 예를 들어 부패의 문제는 상식적인 법의 문제이지만 이런 것들을 좌파 이념타령으로 몰고 간다. 최근 6.4지방선거에서 이른바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자, 이들이 추구하는 혁신학교 확대를 좌파이념세력의 정책으로 덧칠하고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혁신학교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고, 혁신학교의 교육 내용이 딱히 진보적인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5. 혁명세력의 목표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지 마라

뉴라이트가 처음 나왔을 때 한국 사회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지만, 이명박 정부 시기 권력의 축으로 자리 잡았다. 교학사 교과서 사태로 많은 불거졌지만, 이들이 최근에 하고 있는 역사왜곡을 보면 대단히 심각하다. 이렇게 조금씩 파고 들어오고 있으며, 이들 세력들은 지치지 않고 역사왜곡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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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4. 7. 22. 10:57

 

 

세월호와 대한민국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세대행동)에서 다시 한 번 시민 여러분께 손을 벌립니다. 그 동안 세대행동의 많은 회원분들이 세월호가족들과 함께 움직였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가장 초기부터 지금까지 총 4차에 걸쳐 세대행동에서만 30만 여 명의 서명을 받아 전달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서명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매일 쉬지 않고 지하철역 곳곳에서 서명을 받은 서명지기들의 헌신적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또한 이 분들이 일할 수 있도록 후원해주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주 3만 장 가량의 세월호가족 호소문과 6만~7만장의 스티커가, 그리고 격주로 약 3만장 분량의 특별법 제정 안내 전단이 서명 현장으로 나갑니다. 여기에 매주 120만~140만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서명지기나 운영진들의 활동비로 쓰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까지 크게 두 차례에 걸쳐 2300만원 가량을 시민들이 후원해주셨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모아주신 후원금이 다시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제 잔고가 150만원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로는 1주일 정도밖에 더 지탱할 수 없습니다. 아직 할 일들이 많습니다. 다시 한 번 시민들께서 정성을 모아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계좌번호: SC(스탠다드차타드) 은행 176-20-132483(예금주: 세대행동 배영란)

*그 동안 사용내역을 아시고 싶은 분들은 세대행동 카페에서 <후원금 회계보고>란에 올라온 글을 참고해 주세요.
http://cafe.daum.net/dontforgetsewol

by 선대인 2014. 7. 17. 11:16

 

최경환 경제부총리 임명자가 취임 전부터 주택대출 규제의 대폭 완화를 시사하더니 결국 일을 낼 모양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행 수도권 공동주택 50%, 비수도권 60% 수준인 LTV 비율을 70%까지 완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또 수도권에만 40~50% 수준으로 적용되고 있는 DTI 비율도 60%까지 완화할 모양이다.

 

LTV는 집값 대비 주택담보대출액의 비율을 나타내는데, LTV 50%라는 말은 집값 5억원이면 주택대출액이 50%25천 만원이라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LTV 비율 평균이 아직 50% 수준이니 괜찮다고 하는데, 황당한 말이다. 모든 위기는 평균보다 위험한 극단이 도화선이 돼 폭발한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5% 정도에 불과한 서브프라임론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던 것을 생각해보라. 우리 연구소가 추정해본 결과 집값이 10%, 20% 떨어져도 LTV 비율 평균은 크게 오르지 않지만, LTV 비율 60% 이상의 고부채 가구 비율은 급증하게 돼 있다.

 

더구나 실제로는 현행 LTV기준을 넘어서는 대출도 적지 않다. 사실 실거래가 대신 매도호가인 국민은행 시세를 적용해 대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거래가는 5억원인데, 호가를 6억원으로 잡아 LTV비율을 산정하고 있는 꼴이다. 그런데도 필자가 최근 기획재정부 관료들이나 금융감독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해보니 이런 실태 자체도 잘 모르고 있었다. 어디가 어떻게 위험한지도 정책당국이나 관련 기관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DTI규제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도 서울 지역의 DTI 비율은 40%이고, 서울 이외 수도권 지역은 50%. 연간 소득의 40~50%를 대출 원리금으로 부담한다고 생각해보라. 연봉 5000만원 인 사람이 2000만원~2500만원을 원리금으로 갚으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까 지금도 도저히 정상적 대출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을 정부가 독려하고 있는 꼴이다. 이마저도 더 완화해줘야 한다는 것인가.

 

더구나 DTI규제는 지금까지도 보완대책이니 예외조항이니 하는 명목으로 지금까지도 계속 완화됐다. 예를 들어, 이명박정부는 20~30대 젊은 세대주에게는 알 수도 없는 미래소득을 바탕으로 DTI 비율을 적용하도록 완화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DTI규제를 없애버렸다. 그 결과 최근 1,2년 사이에 30대 젊은층이 무리하게 빚을 내 뒤늦게 집을 사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향후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람들이다.

 

몇 년 전 한 외국계 투자은행의 한국 대표를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때 그 대표는 한국 정부가 LTV, DTI 규제를 풀면 위험신호로 보고 한국 시장에서 빠지겠다고 말했다. 그 때와는 여러 경제 상황이 달라졌으니 그 대표의 입장이 계속 유지되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대출 규제를 풀겠다는 것을 위험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극단적 수단까지 동원해야 할 만큼 부동산시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 같은 조치가 매우 위험한 도박이라는 것쯤은 관련 공무원들도 대부분 안다. 사실 토건족의 대변 부처인 국토교통부를 제외하고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한국은행 등 금융 관련 당국 공무원들의 대다수는 주택대출 규제 완화에 반대한다. 기획재정부나 금융감독원 직원들에게도 세미나에서 주택대출 규제를 지금보다 더 풀어야 한다고 보느냐?”고 물어보았지만, 단 한 사람도 찬성하지 않았다. 그만큼 주택대출 규제 완화 조치가 정신 나간 조치라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 같은 규제 완화책을 철회하고 오히려 주택대출 규제를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가계들이 나중에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더 큰 화를 피할 수 있다. 또한 LTV의 적용 기준을 실거래가로 변경해 점진적으로 비율을 낮춰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이 수준을 초과하는 대출은 가계에 일정한 시한을 주고 갚아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금 부동산업계와 건설업계, 그리고 이들을 대변하는 기득권언론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풀라고 아우성이다. 이는 심각한 착각이다. 지금 부동산시장이 백약이 무효인 이유는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집을 사줄 수요가 고갈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소득 대비 집값은 여전히 매우 높은데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도 거의 다 사버렸기 때문이다. 도저히 빚을 내서 집을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빚 내서 집 사라고 한 결과 이미 가계부채는 1025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가계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70%로 이미 OECD 평균 수준인 134%를 훌쩍 넘어섰다. 이 추세로 계속 가면 박근혜정부 말기에는 이 비율이 185%로 세계 최고 수준이 된다.

 

박근혜대통령은 연초에 가계부채 해소 대책을 공언했다. 하지만 정권 출범 초부터 계속 빚 내서 집 사라고 부추겼던 것을 생각하면 전혀 앞뒤가 안 맞는 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LTV, DTI규제를 추가로 풀겠다는 소신을 가진 사람이 경제부총리로 임명됐다. 가계부채를 해소하기는커녕 자신의 임기 내에만 무탈하면 된다고 계속 가계가 빚을 내서 무리하게 집을 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30재보선에서 집값 띄우겠다는 신호를 보내 표 좀 얻어보겠다는 얄팍한 계산, 나중에야 부동산 거품 폭탄이 터지든 말든 자신들 임기 안에 반짝 경기라도 띄우는데 쓰겠다는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조치일 뿐이다. 그렇게 최경환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하지만 이것이 경제적 측면에서 박근혜정부 몰락의 시발점이 될 지도 모른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기득권언론들의 선동보도에 혹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당부한다. 주택대출 규제 완화를 혹시라도 '빚 내서라도 집 사야 한다'는 신호로 읽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조치는 그런 극단적 조치까지 동원해야 할 만큼 부동산시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뜻일 뿐. 국내 부동산시장은 시간의 문제일 뿐 계속 침몰중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정부와 언론의 허위 방송에 속지 마라. 지금은 탈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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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4. 7. 17. 1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