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을 보면 우리 정치가 얼마나 일반 서민들의 삶과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일반 국민은 A를 원하는데, 정치권은 B를 가지고 논의하고 있는 꼴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가 세월호가족들의 뜻인데, 엉뚱하게 보상과 특례 입학을 포함시켜 세월호가족들의 숭고한 뜻을 왜곡했다. 정작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관철할 특별법과는 거리가 먼 지점에서 협상을 지리멸렬하게 해왔다.
정권 보위가 주목적인 새누리당이야 그렇다 치고 야당인 새정련조차 세월호가족들과 충분히 대화하지 않고 새누리당 프레임에 끌려다녔다. 도대체 세월호가족들의 뜻을 진정으로 대변하는 정치세력은 누가 있었나. 진짜 협상은 협상 테이블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협상장에 들어가기 전 프레임을 짜는 것부터 협상을 디자인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3차원 협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새정련이 한 것이라는 건 겨우 '현행 상설특검법 체계 안에서 특검을 누가 추천하고 동의하느냐'는 식의 좁은 프레임 안에 갇힌 채 협상장에 들어가 밀고당기는 식의 수준 낮은 1차원적 협상에 그쳤다.
도대체 특별법이 뭔가. 특별한 상황이기에 진상조사위에 기소권과 수사권까지 줘서라도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자는 것 아닌가. 이런 내용은 진보적 성향이라는 민변이 아니라 전체 변호사의 대표 기관인 대한변협이 세월호가족들의 뜻을 받아 만든 법안에 담겨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방안에서도 멀찌감치 도망가 특검 추천권과 동의권을 가지고 밀고당기는 법안을 갖고 와서 유가족을 설득하는 쇼를 하고 있다. 새정련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 정도 수준으로 정말 세월호 가족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지난 정권 말기에 야당이 특검 추천권을 쥐고도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던 '내곡동 특검'의 전례를 비춰볼 때 야당과 유족의 동의권 정도로 제대로 된 특검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특히 박영선 원내대표의 지난 번 야합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줄을 당기면 딸려 온다는 감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미 어느 정도 선에서 합의할 것인지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를 설정해버린 것이기에 재협상에서도 세월호가족들이 원하는 결론에 이르지 못할 것이 뻔했다.
야당이 세월호가족들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기에, 그리고 이미 세월호가족들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의 결과에서 맴돌고 있기에 세월호가족들이 직접 정부여당과 협상하게 해달라고 나서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가능하면 정당 시스템을 통한 문제해결을 바라지만, 지금처럼 세월호가족과 국민들의 뜻과 동떨어진 협상이라면 차라리 새정련은 빠지는 게 맞다고 본다. 수준 이하의 결과를 들고 와서 세월호 가족들을 설득하려는 쇼는 중단하는 게 맞다. 이렇게 가서는 진상 규명은커녕 세월호 사고의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법안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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