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 관중들이 빽빽이 들어섰다. 그런데 축구장 스탠드 앞쪽에 앉은 관중들이 좀더 경기를 잘 보려고 일어섰다. 그러자 그 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차례로 모두 일어서야 했다. 일어선 앞 사람 때문에 뒷사람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일어서야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축구장 관중들은 모두 앉아서 편하게 볼 수 있었던 축구경기를 모두 불편하게 일어서서 봐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익히 잘 아는 ‘축구장의 바보들’ 예화다. 이 예화는 개인의 합리적 행동이 경제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화다.


그런데 2000년대 국내 부동산 상황은 합성의 오류가 난무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처음에 일부 사람들이 부동산을 사서 재미를 보자, 뒤따라 사람들이 차례차례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소득으로 집을 사다가 나중에는 은행에서 빚을 내서 집을 사게 됐다. 빚도 처음에는 수천만원 단위였다가 나중에는 1,2억원 수준이었다가 나중에는 수억원씩 빚내는 것이 여사가 돼버렸다. 그렇게 해서 서로 집값 올리기 경쟁에 들어갔다. 2, 3억원 정도면 충분할 집값을 5억, 10억씩 불러가며 돈을 벌었다고 희희낙락했다. 각 개개인이 부동산 시장에 차례로 뛰어든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우선, 돈이 됐기 때문이다. 옆의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돈 버는 것을 보고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 사람들이 또 다시 뛰어들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집값이 더 뛸까 불안해서 거액의 빚을 내 뛰어든 사람들도 많았다. 그리고 나중에는 정말 거의 투기 광풍이 불어 ‘묻지마 투자’까지 횡행했다. 그렇게 해서 수도권 집값을 평균 세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가계의 상당수가 거액의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그러는 동안 한국경제는 속으로 곪아가고 있었다.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생산경제에 가야 할 돈은 급격히 위축됐다. 부동산 비용 상승으로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은 인상된 임대료를 내느라 인건비를 줄여야 했다. 이런 현상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는 실업과 비정규직 증가로 나타났다. 빚을 내 부동산 투자를 하다 보니 외환위기 직후 25%에 육박하던 가계 순저축율은 2008년말 2.5%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과거 은행에서 이자수입을 타서 써던 가계들이 이제 은행에 매월 수십~수백만원씩을 월세 내듯 꼬박꼬박 이자로 내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의 시중은행들은 국내 최고의 월세 임대사업자들이 됐다. 1,2백만원씩을 은행 이자로 내고 난 가계들은 그만큼 소비를 줄여야 했고, 이는 지속적인 내수침체로 이어져 더더욱 생산경제를 위축시켰다. 이른바 정부와 언론은 보유 자산의 가치 상승으로 현재 소비가 는다는 이른바 ‘자산효과(wealth effect)'를 들먹였지만 실은 가계 부채 증가로 인한 내수 위축 효과는 훨씬 컸다. 이 때문에 GDP성장률 4~5%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도 서민경제는 항상 침체기였다.


축구장의 바보들 예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축구장에서 모든 관중들이 다 일어선다고 다 같은 시야를 확보하는 게 아니다. 키가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다. 노약자와 임산부는 오래 서 있을 수 없고, 어린이는 일어서도 경기를 볼 수 없다. 심지어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은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부동산 시장은 상대적인 불공정성이 훨씬 컸다. 우선, 주택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절반 가까이나 됐다. 지역별로도 편차가 심했고, 평형별로, 가격대별로 편차가 심했다. 세대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없던 젊은 세대에 비해 자금력과 부동산 투자의 노하우까지 갖춘 기성세대는 부동산 투자로 덕을 봤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부동산 거품으로 일자리까지 줄어든 상태에서 집값까지 뛰자 결혼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 돼버렸다. 계층별로 양극화도 심해졌다. 부동산을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10년 이상 열심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불과 1~2년만에 벌기도 했다. 소득 양극화보다 자산 양극화가 훨씬 극심해지고, 집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근로의욕 감소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자산양극화는 일정한 시점이 지난 후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정치적 계급투쟁의 양상까지 띄게 됐다. 과거 공산주의에서 말하는 생산수단 소유여부에 따라 구분하던 유산자(有産者)와 무산자(無産者)의 계급 투쟁이 아니라, 주택 소유여부에 따라 계급적 이해를 달리하는 유주택자와 무주택자간의 계급 투쟁 양상을 띠게 됐다. 부동산 거품이 일던 초기에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집값 안정을 바랐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 실패로 집값이 껑충 뛰어오르자 하나둘씩 부동산 투기 게임에 가담했다. 이전에는 집값 하향 안정을 바라던 사람들도 일단 막대한 빚을 지고 집을 산 뒤에는 입장이 180도 달라져 버렸다. 거의 전 재산이 걸린 주택의 가격이 올라주지 않으면 가계경제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한편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성 언론들의 왜곡선동보도가 잇따르자 정치적 입장조차 바뀌었다. “2004년을 기점으로 부동산 규제 강화를 외치던 여론이 이후에는 부동산 규제 완화 여론이 다수가 돼버렸다”는 한 여론조사 전문가의 말처럼 이를 생생히 입증하는 말도 없다.


이 같은 집값을 둘러싼 계급투쟁은 급기야 정권을 교체하는 숨은 원동력이 됐다. “부동산 말고는 꿀리는 것이 없다”고 했던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얼마나 큰 것인지 몰랐다. 사실 부동산 문제 말고는 꿀리는 것이 없다는 인식이야말로 노무현 정부가 얼마나 형편없는 정부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대로 부동산을 둘러싼 계급투쟁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했던 정치인은 현 대통령인 이명박이었다. 이명박은 현대건설 사장 출신답게 부동산 문제가 얼마나 사람들의 탐욕을 자극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시절부터 서울 강남지역 5개 저밀도 재건축지역에 대한 규제를 일괄 해제하겠다고 물밑에서 공약하고 당선됐다. 그리고 그는 시장에 취임한 그해 바로 강남 집값 상승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강북 주민들의 표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였다. 바로 뉴타운이었다. ‘주거환경 개선’과 ‘강남북 균형개발’이라는 겉보기에 그럴듯한 모토를 내걸었지만, 실상은 강북 집값도 올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정치적 욕심을 구현하기 위해 그는 재임 기간 동안 크게 세 차례에 걸쳐 모두 32개에 이르는 뉴타운을 지정했다. 자그마치 서울시 시가지 면적의 7.5%, 서울시가 30여년 재개발 해온 총 면적의 1.5배가 넘는 규모였다. 이렇게 해서 그는 서울 강북 집값도 거세게 밀어올렸다. 지난 대선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공식화하지 않았을 뿐, 경부 대운하 등 각종 개발 공약과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 등을 통해 사실상 ‘집값을 올려주겠다’고 집권한 대통령이었다. 실제로 부동산 투기에 가담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가 집권하면 집값이 오를 것으로 그를 찍었다.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부동산 계급 투쟁은 지난해 총선까지 이어져 다수의 ‘뉴타운돌이(뉴타운 공약을 내걸어 당선된 한나라당 의원들)’들을 당선시켰다. 


더구나 현 정권은 지난해부터 한국 경제의 위기가 본격화하는 가운데도 ‘경기 부양’이라는 명목 아래 ‘강부자 정권’ 자신들과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인 건설업계 및 유주자 계급들을 위한 온갖 특혜성 정책들을 남발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 매입과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상속세 및 고소득자들을 위한 근로소득세 완화, 부동산 버블기에 고분양가로 폭리를 취해온 건설업체들을 위한 대규모 건설토목 사업 발주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현 정부는 그런 정책들을 말끝마다 서민가계를 지원한다고 주장하고, 이명박은 새벽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신빈곤층’ 가정 어린이와 통화하며 울먹이는 쇼를 벌렸다. 하지만 실제로 서민가계에 돌아가는 혜택은 늘 쥐꼬리만했고, 오히려 차상위계층의 건강보험 혜택을 줄이는 등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의 지원과 보장을 줄이기까지 했다. 이렇게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계를 위해 온갖 퍼주기를 일삼으면서도 이들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서민들이 더 피해본다’고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온갖 부동산 투기 조장책으로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 위한 총력전을 펼쳐 왔다.


이 같은 부동산 투기 조장책은 일정하게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듯 보인다. 올초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집값의 일시적 반등이 그 예다. 거의 선동에 가까운 각종 허위 발표와 왜곡된 통계들을 가지고 섣부른 ‘바닥론’을 퍼뜨리는 한편 부동산 광고에 목 매단 기성 언론들과 합작해 부동산 투기를 선동하다시피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가장 강력한 투기세력이자, 이해관계자가 돼버린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아직 실물경기 침체가 여전히 엄동설한인 상태에서 경제 현상 이면의 실상을 꿰뚫어 보기 힘든 국민들에게 이미 봄이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이 가장 먼저 경기를 회복할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도대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어떻게 주요 교역 대상국의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데, 경기를 가장 먼저 회복시킨다는 말인가? 엉터리 왜곡보도로 점철된 기성언론도 정확하고 깊이 있는 보도를 하기보다는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보도하기 일쑤다. 일부 언론은 정부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경기 회복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한다. 마치 사람들에게 낙관적인 심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애국심의 발로인 것처럼 착각할 정도다. 정확하고 공정한 사실 보도가 언론의 역할이자, 그것이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를 위해서도 가장 바람직한데도 말이다. 왜곡 없는 정확한 정보가 유통될수록 시장은 더욱 잘 작동한다는 것은 경제학의 상식 아닌가?


하지만 투기 조장책에 따른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호가 위주의 반등도 오래가기 어렵다. 부동산시장 안팎의 버블 붕괴 압력은 여전히 막대하다. 거대한 부동산 거품이 붕괴할 때 이렇게 쉽게 일단락하리라고 본다면 착각이다. 고양이는 몸을 확 뒤틀어 방향을 바꾸지만, 코끼리는 그렇게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 경제의 큰 흐름도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저금리 기조에 좀 더 버틸 체력을 얻은 잠재적 매도자들이 정부의 투기조장책에 기대 호가를 올리고 있지만, 매수세는 전혀 따라붙지 않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것처럼, 정부가 군불을 땐 성급한 낙관론이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이 오래지 않아 드러날 것이다. 이 같은 호가 위주의 일시적 반등 국면은 필자가 지난해 쓴 책에서 이미 경고한 바 있다. 부동산 가격이 대세하락하는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일시적인 반등이 있음을 설명했다. 이 시기는 잠재적 매도자와 매수자가 치열한 심리적 공방을 벌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시기에 결과적으로 항상 패자는 잠재적 매도자들이었으며, 이런 국면이 끝나면 많은 경우 급락세가 재연됐음을 전 세계 버블 붕괴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미국이나 영국, 스페인 등 서구 대부분 국가에서나 1990년대 일본에서도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국면에서 일시적 반등세는 얼마든지 있었다. 심지어 과거 일본 부동산 버블의 핵심이었던 도쿄도의 지가도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기 시작한지 2년 후인 1993년까지 일시적인 등락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점진적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결국 거대한 버블 붕괴의 압력 아래 이후 도쿄도 지가는 자유낙하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또 다시 집값이 폭등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경제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하며 현상의 이면을 꿰뚫어보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정부의 투기 조장책과 일부 언론의 사기적 선동기사에 혹할 수밖에 없다. 투기를 조장해야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소위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궤변도 솔깃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되풀이해 경고하지만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가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거시경제의 구조와 흐름을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들은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매다는 상당수 언론과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에게서 생산돼 유통되는 정보는 사실 매우 부정확하고 왜곡돼 있으며, 이해관계에 깊이 물들어 있다. 필자는 전직 신문기자로서 이 같은 공생관계와 언론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일반인들은 이 같은 이면을 모르기 때문에 ‘또 다시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닐까’ 전전긍긍해한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다시 경고할 수밖에 없다. 이번의 일시적 호가 반등 국면은 집값 대세하락기 초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폭탄 돌리기’ 국면이다. 앞으로 집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니 무리해서 부동산시장에 뛰어들지 말라고 당부한다. 만약 일시적인 반등국면에서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뛰어드는 사람들은 불이 붙은 폭탄을 떠안는 격이 될 수 있다. 주식시장과 달리 주택시장은 단기간 내에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에 ‘한탕’을 노리고 뛰어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일시적 반등기에 무리해서 잘못 들어갔다가 평생 후회할 정도로 큰 경제적 고통을 맛볼 수 있다. 이 같은 경고는 필자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앞선 글들에서 언급했지만, 한국은행이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서울 집값의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고, 현대경제연구원조차 최근의 일시 반등은 단기에 그치고 향후 집값은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냈다. 심지어 전혀 그런 말을 안 할 것 같은 부동산 포털 관계자나 메이저 신문의 부동산 담당 기자조차 비슷한 인식을 내비치고 있음을 소개했다. 필자는 경고할 만큼 경고했다.


  부동산 거품과 그 거품에 편승한 과욕의 폐해가 어떠한지는 지금 전세계가 목도하고 있다. 한국 사회도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 실패로 인한 부동산 거품 때문에 고통받아 왔다. 부동산에 돈이 묶이는 바람에 내수가 침체하고 실업자와 비정규직이 양산됐고, 이제 버블 붕괴 과정의 혹독한 충격을 겪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버블을 처음부터 만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미 한국 경제는 너무나 막대한 부동산 버블을 만들고 말았다. 이제는 전세계의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시기이고, 이것을 우리도 피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큰 충격이 있겠지만, 한국경제가 정상적인 제 궤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안타깝지만 감내해야 하는 충격이다. 근본적 수술을 통해 부동산 거품이라는 악성 종양을 떼내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현 정권은 자신들 임기 내에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속셈으로 이 같은 근본 수술을 미루고 있다. 오히려 악성 종양을 더욱 키우고 있다. 선량한 국민들을 선동해 부동산 투기판을 더욱 키우려 하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와 이와 연관된 건설경기를 띄우기 위해 한국 경제 전체를 희생하고 있다. 말끝마다 ‘시장원리’를 외치는 정권이 하는 짓마다 시장의 정상적인 조정 과정을 방해하고 있다. 그동안 땅값, 집값이 너무 높았고 사람은 똥값이었으므로 이제 사람값을 높이고 땅값, 집값은 낮아지는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정부는 그런 흐름을 정반대로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한 시장의 자기 조정 과정을 억지로 교란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 일본 정부가 버블 붕괴기에 썼던 건설경기부양책이 결국 좀비기업들을 양산해 이후 일본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됐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벌이고 있는 각종 정책도 시장의 자기 조정 메커니즘을 가로막아 결국은 부동산 시장, 더 나아가 한국 경제 전체의 침체를 장기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순전히 자신들 임기 내에 닥칠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정치적 욕심 때문이다. 그로 인한 피해는 전국민이, 그 중에서도 밑바닥 서민들이 입는다는 점에서 현 정권의 정책방향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라고도 할 수 있다.



현 정권은 입만 열면 ‘서민을 위해 건설경기 부양한다’ ‘서민의 경제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가격 폭락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사악한 여론 조작일 뿐이다. 현 정부는 4대강사업 등 쓸데없는 토건사업으로 가득한 건설경기 부양에 돈을 수십조원을 탕진하면서, 차상위계층의 건강보험 혜택을 없애는 등 서민을 오히려 죽이고 있다. 또한 ‘부동산을 살려 경제를 살린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환상이자 착각이다. 경제를 살린 결과 나중에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 부동산 시장도 자연스레 회복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은 한국경제의 뼈를 깎는 구조개혁과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과정 없이는 한국경제는 새로 태어날 수 없다. 태어난다 해도 그것은 더욱 불공정한 경제,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 경제, 조만간 또 다시 더 큰 위기를 몰고 올 지속 불가능한 경제일 것이다. 이제라도 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배하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현 정권은 자신들의 정치적 욕심과 계급적 이해관계 때문에 절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지금의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야권이 제대로 된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이뤄갈 세력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같은 구조개혁을 이뤄낼 제대로 된 정치세력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지 않고 자산경제와 생산경제가 조화롭게 선순환하며 성장하는 나라. 지식정보화시대를 선도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지금 제대로 된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주도할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한 우리 모두가 그리고, 우리 자녀들이 ‘축구장의 바보’가 되는 것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5. 11. 13:12



최근 OECD 2009년 통계연보(Factbook 2009)를 발표했다. OECD회원국의 주요 경제, 사회, 환경 관련 지표들을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한편 OECD 회원국 전체의 변화 추세를 읽을 수 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OECD 통계연보는 인구와 이민, 거시경제 트렌드, 경제의 세계화, 물가, 에너지, 노동, 과학기술, 환경, 교육, 재정, 삶의 질, 불평등 등 총 12개 주제 아래 관련된 세부 지표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 국가의 실상은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지만, 국제적인 비교를 통해 살펴보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한국이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뛰어난 점은 무엇이고, 뒤떨어진 점은 무엇인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 향후 한국이 개선하거나 대비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번 OECD 통계연보에 나타난 한국 사회경제의 실상을 국가간 비교를 통해 7~8회에 나눠 소개한다. 이번 주제는 
노동(Labor) 상황에 대한 실태 비교다.


먼저
, 아래 <도표1>에서 주요국별 취업률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의 취업률은 1980 59.2%에서 꾸준히 상승하다가 IMF외환위기 충격을 겪은 1998-1999년 주춤하다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07년 전체 취업률은 63.9% OECD 평균인 66.7%보다 2.8%포인트 낮다. 특히 일본의 70.7%, 미국의 71.8%에 비해 한국의 취업률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성별로는 남성의 경우 2007년 기준 74.7% OECD 평균인 72.5%보다 높다. 하지만, 여성 취업률은 53.2% OECD 평균인 58.3%보다 상당히 낮다.

 

               <도표1> OECD 전체 및 성별 취업률 추이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이처럼 한국의 취업률은 남녀 모두 OECD 평균에 비해 낮게 나타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여성 취업률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여성의 학력이 상당히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한국 사회가 여성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고용의 상당부분을 여성이 차지하고 평균임금도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질적인 면에서 여성의 취업 사정은 OECD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형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연령별 취업률을 비교해보면, 아래 <도표2>에서 전체 취업자수의 5~10% 가량를 차지하는 15~24세 청년 취업률은 한국이 25.7% OECD 30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낮으며 OECD 평균 43.5%보다 거의 20% 가까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덴마크 등 상당수의 선진국이 50% 대 이상의 높은 청년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 남자의 경우 병역의무로 사회 진출 연령이 늦어지는 탓도 있지만, 일자리부족 때문에 휴학하거나 학업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도표2> OECD 연령대별 취업률 비교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또 전체 취업자수의 80~85% 가량을 차지하는 25~54세의 취업률 역시 한국이 74%30개국 가운데 네 번째로 낮으며 OECD 평균인 79.1%보다도 5%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80% 전후 수준의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전체 취업자수의 5~10% 가까이를 차지하는 55~64세의 은퇴 직전 연령대의 취업률은 한국이 2007년 기준 60.6% OECD 평균인 44.7%를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일본 등도 한국과 비슷한 취업률을 나타내고 있다.

 

상기 취업률과는 반대로 아래 <도표3>에서 실업률을 살펴보면 한국의 실업률은 90년대 말의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OECD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한국은 취업률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인데 반해 실업률은 반대로 선진국에 비해 매우 양호한 편이라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실업 통계가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의 통계지표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들이 많다.

 

                  <도표3> OECD 실업률 및 노동시간 비교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불황의 여파로 한국의 실업률도 4%에 육박하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2007년에는 3.2%로 매우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이태백, 사오정, 오륙도 등 실업난과 고용 불안을 반영하는 조어가 유행하는 현실이나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실업률과는 매우 거리가 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취업률이 매우 낮은 한국이 OECD 평균 실업률이 5.6%이고, 프랑스, 독일 등이 8%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3%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신뢰도가 낮은 잘못된 통계로 고용대책 운운한다는 자체가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의 기만술을 늘어놓는 것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실업통계를 보면 한국은 일자리가 넘쳐나는 천국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OECD 평균보다 취업률이 훨씬 낮은 한국이 실업률도 상당히 낮다는 것은 15세 이상 노동가능인구 가운데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사람의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노동가능인구에서 경제활동인구를 뺀 것으로 정의된다. <도표3>에서 한국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32.9% OECD 평균인 27.7%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모두 20% 이내이고 영국, 미국, 독일, 호주 등의 선진국도 25% 이내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보다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높은 나라들은 폴란드, 멕시코, 헝가리, 터키 등 대체로 구공산권이었던 동유럽국가나 개발도상국들이다.

 

남녀간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도 큰 편차를 보인다. 한국 남성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21.6% OECD평균인 18.6%에 비해 약 3%포인트 높지만, 한국 여성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OECD평균인 36.6%보다 7.6%포인트나 높아 OECD국가들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은 경제수준에 비해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육아나 가사에 종사하는 전업주부 비중이 높은 탓도 있겠지만 구직활동을 포기한 채 단순히 쉬었다고 답하는 사람들이나 취업 준비생이나 고시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에 포함될 수 있는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 고용 통계의 문제점은 위 <도표3>에서 전체 실업자 가운데 12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비율을 살펴봐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의 장기실업자 비율은 0.6%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OECD 평균인 29.1%에 비교할 때 기적 같은 수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장기실업자 비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실직한 사람들 대부분이 취업의사를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로 자동 분류되든지 아니면 자영업자나 가족내 고용으로 분류되어 단기간 내에 곧바로 재취업되는 것으로 간주되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취업률과 실업률의 모순은 연간 평균노동시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은 2,316시간으로 OECD 국가 가운데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1998년에 비해 주5일제 도입과 시간제고용 등의 증가로 평균노동시간이 180시간 줄었지만 OECD 각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과로근로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의 평균노동시간은 OECD국가 평균인 1,768시간보다 연간 무려 548시간이나 더 많은 것이며, 자신들을 일벌레라고 자조하는 일본의 1,785시간과 미국의 1,794시간 등에 비해서도 500시간 이상 더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평균노동시간이 OECD 선진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까닭은 고용을 되도록 줄이면서 초과근무로 생산력을 증대시키려는 잘못된 고용정책과 잘못된 기업문화 등 한국의 전근대적인 주인-머슴론의 고용 풍토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일자리 나누기라는 미명하에 가장 먼저 인력감축과 급여삭감을 해버리는 한국 정부와 재벌기업들의 행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제일 먼저 일자리에서 쫓겨나며 사람이 제일 먼저 똥값이 되는 경제인 것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사람을 제일 사람답게 취급하지 않고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왜곡된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가능한 한 적게 고용하여 장시간 쥐어짜는 식으로 과다한 일을 시키는 고용구조에서는 근로자들이 현장지식이나 전문적 지식을 축적하고 자기계발을 할 수 없다. 배우지 못하고 자기계발을 할 수 없으니 당연히 창의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21세기 세계 경제가 지식정보화 사회, 창의 경제로 전환해가고 있는 마당에 한국의 잘못된 고용문화로는 절대로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1인당 GDP 대비 OECD 각국의 1인당 GDP 비율과 미국의 노동활용 효과 대비 OECD 각국의 노동활용 효과 비율을 살펴보기로 하자. 아래 <도표4>에서 2007년 기준으로 미국의 1인당 GDP 100으로 할 경우 OECD 1인당 평균 GDP 72로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은 55로 나타나 OECD 평균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미국의 노동자 1인을 활용할 경우의 효과를 100으로 할 경우 OECD 평균 역시 72로 나타난 반면, 한국은 42로 나타나 노동자 1인의 활용도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표4> 미국의 노동생산성 대비 OECD 각국의 노동생산성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이는 한국경제가 OECD 선진국과는 달리 노동을 고부가 가치화하여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경제로 아직 전환하지 못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즉 한국경제는 노동력의 최소 고용과 과로 노동으로 양적 성장을 하는 개도국 수준의 성장패러다임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경제는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노동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고용을 늘리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경제성장을 하는 고부가 지식노동집약형의 첨단경제 구조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노동 및 고용 구조가 이처럼 고부가 지식집약형 경제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개발연대의 족쇄에 사로잡혀 있는 한 한국경제의 도약을 기약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지금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맞은 국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고 개발연대의 구태를 반복하고, 국리민복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챙기는데 여념이 없다. 21세기 패러다임에 걸맞은 사회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구조개혁을 단행하고 공정한 경쟁 규칙을 마련하기는커녕 여전히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는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과 도덕적 해이가 빚어낸 문제점들이 반복돼 지금 일반 서민들은 희망을 잃고 도탄에서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5. 6. 08:53
 

제가 며칠 전 부동산 포털 업계 관계자조차 강남 재건축 위주의 일시 집값 반등은 “2차 폭탄돌리기이자 마지막 폭탄 돌리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 말을 전해드렸습니다. 이번에는 부동산 담당 기자의 말을 전해드리면 어떨까요? 그것도 3대 메이저 신문의 부동산 담당 기자 중 한 명이면 좀 더 신뢰가 갈까요? 어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그 기자와 통화했습니다. 저도 기자 생활을 해봐서 알지만, 기자가 깊이는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담당하고 있는 영역에 대한 현장의 이야기는 두루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 기자가 열린 자세만 갖고 있다면 말입니다.


그 친구에게 제 의견을 말하지 않고 먼저 최근 집값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물어봤습니다. “물론 단기 과열 국면이죠. 지금 실물경제가 계속 죽어가고 있는데, 집값이 이렇게 뛴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이런 ‘과열 국면’이 언제까지 계속 될 거라고 보느냐라고 한 번 물어봤습니다. “부동산 쪽 전문가라는 사람들 이야기를 죽 들어보면 대세 상승으로 간다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이 사람들 이야기를 종합해서 제가 판단해보건대는 빠르면 6월, 늦어도 3분기 시작 전(9월 이전)에 빠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 지금 들어가는 사람들은 폭탄돌리기에 완전히 물리는 것인데, 경고하는 기사를 자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솔직히 저 그 신문 안 보지만 지레 짐작해서 물어본 것입니다.) “아이고, 왜 안 써요. 나름대로는 과열됐다고 여러 차례 기사를 썼는데, 아직도 사람들이 과거와 분위기 다르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여담을 좀 하다가 그 기자가 이런 얘기도 하더군요. “정말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부동산 전문가들이 없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한 영역인데, 가지고 오는 보도자료 보면 ‘지하철 9호선 개통으로 주변 집값 들썩’ 이런 자료나 갖고 오고, 또 일부 기자들은 그런 기사들 그대로 써대니 말입니다. 도대체 한국 경제나 세계 경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향후에 인구구조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도 안 하고. 그런데 그런 사람들 외에는 취재원이 잘 없으니 전혀 안 쓸 수도 없고 참 갑갑해요.”


이상 그 기자의 말입니다. 이 글을 쓰려고 그 기자와 통화한 것은 아닌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말을 전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는 겁니다. 그 기자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의 말을 드립니다.


지난 번에도 그랬지만, 제가 다른 사람들 얘기를 옮기는 이유는 경고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원래 장기 대세 하락을 주장했던 사람이라서 아무리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하니 원래 저 사람은 저럴 거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그래서 일반인의 통념상 부동산 하락을 얘기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입니다. 이번 집값 반등 국면은 대세 하락장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단기 반등 국면입니다. 주식시장의 베어마켓 랠리쯤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투기 조장책과 투기성 짙은 자금의 유입으로 집값이 잠깐 들썩이자 ‘집값이 다시 폭등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우리 포럼은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다양한 경제 사회 문제들을 토론하는 곳인데도, 답답했던지 투자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최근 몇 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회원들의 사정을 보면 모두 대출을 50% 가량 받아야 한다고 하고, 대출 액수를 보면 모두 중소형 평형으로 보입니다.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이미 실수요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집값이 더 뛸까 불안해서 무리하게 집을 사는 것이지 이것을 어떻게 실수요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런 분들이 돈 많은 부자들도 아니고 월급 모아가며 빠듯하게 살아가는 우리 주위의 평범한 서민들로 보입니다. 이런 불황기에 토지보상금을 받았든지 아니면 돈이 넘쳐나 주체를 못하는 부자라면 '그래, 들어가서 한 번 깨져봐라' 하겠는데 이런 서민들이 부동산시장 언저리를 맴도니 아찔하게 느껴져서 경고를 안 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상황이 얼마나 엄혹한지도 모르고 투기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투기꾼 정부의 투기 조장책으로 단기 반등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까 고민하나요? 제가 재무 상담사도 아니고 딱 잘라 사라, 팔라는 안 하는데 이런 분들은 제 주변 사람이라면 정말 말리고 싶습니다. 더욱이 아직 노후 걱정을 할 나이가 아닌 40대 전반 이전의 젊은 세대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길게 보면 앞으로 충분히 싸게 집을 살 수 있는 시기가 얼마든지 있을 텐데 왜 그렇게 빚을 내 거품 잔뜩 묻은 아파트를 사려고 안달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주식시장처럼 넉넉잡아 몇 달 안에 치고 빠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몇 년간은 보유해야 할 텐데 도대체 최소한의 계산은 해보고 들어가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하긴 이런 분들 특성이 있습니다. 논리적으로는 저 같은 사람이 설명하면 다 맞다고 하면서도 결국 돌아서면 ‘집값은 또 오를지도 몰라’라고 합니다. 저는 이런 분들을 ‘부동산 이중인격자’라고 하는데, 이런 분들 주변에 많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 실패로 집값이 계속 오르다 보니 사람들 나름대로 생긴 학습효과인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부동산 투기 조장꾼들의 선동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런 분들이 제 말을 얼마나 귀담아들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래도 경고를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실수요자도 아닌 사람이 부화뇌동해서 이번 단기 반등 국면에 들어가서 물리면 향후 매우 큰 경제적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빚을 많이 내면 낼수록 그렇습니다. 이번 외에도 한, 두 번 정도 단기 반등 국면이 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제 대세는 꺾였습니다. 그저께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서울지역의 주택 가격이 과대 평가돼 있다”며 서울지역의 경우 주택가격 하락압력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경기침체 심화에 따른 가계의 소득여건 악화, 미분양 주택 누적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주택가격은 미국과 영국처럼 장기에 걸쳐 큰 폭의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까지 덧붙였습니다. 물론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은 주택가격 하락을 ‘제약’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약일 뿐 집값 하락을 막을 수는 없다는 뜻으로 읽어야 합니다.


한국은행 같은 권위 있는 기관의 말보다도 ‘부동산 투기 조장 전문가’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시렵니까? 하기는 과거 일본에서도 버블 붕괴 후 수년 동안 ‘부동산 불패 신화’가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던 점을 생각하면 지금 일반인들의 불안감은 이해할 만합니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 조장가들과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일부 언론의 엉터리 기사에 현혹되지 마시고, 국민경제 전체 입장에서 사안을 분석, 평가하는 저희 같은 독립적인 전문 연구기관의 말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향후 집값은 단기적 등락이 있겠지만, 결국 대세하락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 못 읽어본 분들을 위해 제가 최근 쓴 글들을 아래에 링크하니 읽어보시고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KBS 뉴스라인에서 다 말 못한 최근 부동산 상황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619465


최근 부동산시장, 큰 그림을 보라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95415


일본에서 다 나왔던 각종 부동산 불패론의 말로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627656

부동산 포털 관계자도 "지금은 마지막 폭탄 돌리기 국면"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96940

집값 IMF 직후처럼 반등할 수 없는 이유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632973&RIGHT_DEBATE=R8&RIGHT_DEBATE=R10

by 선대인 2009. 4. 30. 0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