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올 들어 서울 강남의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값이 호가 위주로 반등하면서 많은 이들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반등세는 도를 넘는 부동산 부양책과 일부 언론의 선동보도에 따른 측면이 크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많은 무주택 서민들의 불안감이 또 다시 커지고 있다. 또한 다른 대부분 국가에서 부동산 버블이 해소되는 와중에 한국에서만 부동산 거품이 다시 부풀고 있어 멀지 않은 장래에 한국 경제에 더 큰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현 국면은 매우 위험하다.
사실 현재의 집값 반등은 언제든지 재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단기 버블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반등은 부동산 버블 붕괴 과정에서 일어나는 ‘마지막 폭탄 돌리기’라고 본다.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의 진행과정을 큰 틀에서 생각해보면 왜 그런지를 감 잡을 수 있다.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은 2001~2003년의 1차 폭등, 2005~2006년의 2차 폭등을 거치면서 크게 부풀어 올랐다. 특히 2006년 하반기의 집값 폭등은 거의 광풍 수준이었다. 당시 거의 모든 수도권 사람들이 집값이 오른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집값은 2006년 말까지 폭등했다. 하지만 2007년 초부터 서울 강남과 경기도 대부분 지역에서는 거래가 끊어지면서 실거래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더 이상 재미를 보기 힘들어진 투기 세력들은 2007년부터 서울 강북의 일부 지역과 인천, 경기 외곽 지역으로 투기 대상을 옮겨갔다. 그조차도 시들해질 무렵 2008년 초 ‘노도강’ 등 강북 3구와 뉴타운 지역을 중심으로 또 한 번 투기 불꽃을 태웠다. 그러다 2008년 하반기 이후 급락세를 탔다가 2009년 4월 이후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집값 상승 지역의 범위가 갈수록 줄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1차 폭등기까지는 전국 집값이 함께 상승했지만, 2005~2006년의 2차 폭등기에는 수도권 지역만 폭등했다. 또 2007년 이후에는 집값 상승이 수도권의 외곽 지역들로, 2008년 초에는 서울 강북 3구 등 뉴타운 지역으로 축소됐다. 2009년의 반등기에는 재건축이 집중된 강동구를 포함한 강남 3구와 경기도 과천 등에 집값 반등세가 집중되고 있다. 언론의 왜곡 과장 보도로 수도권 전 지역에서 엄청난 집값 상승세가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이다. 집값 상승의 폭과 거래량, 매도-매수세 동향, 거래동향, 국토부 실거래가 추이 등을 종합해보면 2006년 이후 집값 상승 움직임이 나타날 때마다 전반적인 집값 상승 에너지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또한 이 같은 투기 선동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역에서 집값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여전히 2006년 말 고점 대비 상당히 하락한 상태다. 서울 강남구를 사례로 보자. 강남 재건축 대상인 개포동과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압구정동은 투기적 수요로 인해 거의 과거 고점수준까지 단기 급등한 게 사실이다. 정부가 각종 재건축 규제 완화라는 명분 아래 공공연히 핵심 투기 대상으로 밀었기에 어찌 보면 무리도 아니다. 그러나 실거래가 기준으로 대치동과 도곡동의 주상복합아파트, 삼성동, 역삼동, 수서동, 일원동, 청담동 등은 과거 고점대비 여전히 큰 폭 하락한 상태에 있다.
예컨대 도곡동 도곡렉슬의 135㎡형의 경우 2006년 말 28.8억원에서 올 7월 현재 20.4억원으로 떨어졌다. 그런가 하면 도곡동의 타워팰리스I 165㎡형의 경우에도 2007년 33.4억원에서 올 7월 현재 21.8억원으로 떨어져 있다. 도곡동의 삼성래미안 역시 123㎡의 경우 2007년 18억원에서 올 초 13.3억원까지 떨어졌다가 7월 현재 15.4억원으로 다소 반등한 정도다. 그런가 하면 삼성동 아이파크는 워낙 고가여서 아예 거래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196㎡의 경우 2008년 57억원이던 것이 거래가 거의 끊어졌다가 올 5월에 44억원에 거래가 있었다. 역삼동 e편한세상은 2006년 11.8억원에서 올 초 8.5억원까지 떨어졌다가 7월 현재 9.8억원으로 다소 반등한 정도다. 역삼래미안 역시 81㎡의 경우 2006년 11.8억원에서 2009년 초 8.5억원까지 떨어졌다가 9.4억원으로 반등한 정도다.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강남구 주요 아파트단지의 실거래가 변동을 요약해보면, 고점대비 지난해 말~올 초에 평균 -28%까지 떨어졌다가 올 7월 현재 -13.2% 하락한 상태까지 반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 정부가 온갖 투기 조장책을 쏟아내고 상당수 언론들의 투기 선동보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투기 1번지’라고 하는 강남구의 실거래가가 이 정도 상황이다.
경기도 분당이나 용인, 일산 등지의 실거래가는 고점 대비 훨씬 더 낮은 수준에 있다. 이들 지역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2006년 말 고점 대비 약 30~40%까지 하락했다가 올해 7월까지 저점에서 5~10% 정도 반등한 정도에 그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의 호가 위주로 작성되는 국민은행 가격지수와 사설 정보업체들의 가격 지수와는 현격한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은 이 같은 사실을 두고 역으로 아직 2006년말 고점 수준까지 더 뛸 여력이 있으니 빨리 사라고 선동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 연구소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이미 서울지역 다주택 투기자의 평균 보유 주택 수는 평균 4채를 넘는다. 수도권의 집값 상승을 이끌어온 다주택 투기자들조차 여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의 거래량이 지난해 말~올 초의 극심한 침체 양상은 벗어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2006년 거래량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점에서도 드러난다. 거래가 침체됐던 지난해 대비로도 20% 이상 줄어든 수치다. 그나마도 거래량의 상당 부분은 신규 입주물량으로 기존 주택 거래는 여전히 매우 부진한 상황이다.
이 짧은 지면에서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이미 인천과 경기도 남부 축까지 확연한 공급 과잉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그런데도 상당수 언론에서는 마지막 남은 투기적 가수요가 준동해 일어난 매매가와 전세가의 반등을 두고 마치 공급 부족 때문인 것처럼 눈속임하고 있다. 정말 공급 부족 때문이라면 왜 올 하반기 수도권에 사상 최고 수준의 입주 물량이 쏟아지고, 2~3년 후 입주물량으로 돌아올 분양물량 또한 사상 최대 수준인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대대적인 투기 선동에도 불구하고 이번 집값 반등은 1~2년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갈 집 한 칸 마련이 목표인 실수요자라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기 바란다. 이번 반등세가 멈추면 2007년 초 이후 수도권에서 거래가 끊어지면서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서 가격이 하락하던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제가 지난 몇 달 동안 밤잠을 설쳐가며 집필해온 ‘위험한 경제학 1권-부동산의 비밀편’이 출간됐습니다. ‘위험한 경제학2-서민경제의 미래(가제)편’은 9월 20일경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의 성원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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