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투기 조장꾼들 사이에서는 '한국에서는 전세제도가 있어서 집값이 폭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른바 '진보적 성향'이라는 학자들도 이런 주장을 답습하고 있다고 합니다. 답답한 노릇이다.
 

국내의 경우 전세를 끼고 사는 경우가 많아 겉으로는 GDP 대비 부동산대출 비중이 낮아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전세도 결국 레버리지라고 봐야 합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다주택투기자들 가운데 전세 끼고 빚을 내 차례로 여러 채를 산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전세제도 때문에 다주택 투기가 훨씬 용이해졌고, 결과적으로 그만큼 부동산 버블이 커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전세제도 때문에 오히려 고소득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레버리지가 매우 커져버린 상태입니다. 레버리지가 커지면 부동산 버블이 꺼질 때, 즉 디레버리지 상황으로 들어갈 때 그만큼 충격은 커지는 것입니다. 집값이 하락할 때 은행 빚은 갚아도 세입자에게 전세금은 안 내줘도 된다면 모를까, 세입자가 요구하면 전세금을 반환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결국 전세금도 빚입니다.

 

그리고 '전세제도가 있어서 폭락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부동산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제가 여러 차례 썼지만 집값은 전체 주택 재고의 단 1%만 거래돼도 전체 집값이 결국 1%가 거래된 가격에 수렴되는 것입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초까지 강남3구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거래량이 극히 저조한 가운데 단기간에 20~30%씩 급락한 것도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지금 정확한 계산은 안 해봤지만 수도권의 경우 전체 주택 재고 (약 700만호) 가운데 1만호 정도가 매월 거래돼 가격이 급락한 것입니다. 전체 주택 재고의 약 1/700이 거래돼 그런 시세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대세 하락 초기에 폭락 양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자신의 소득 대비 레버리지 정도가 큰 사람들이 부채 청산을 하기 위해 투매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폭락의 도화선' 같은 존재들입니다. 부동산 거품에 만취한 사람들이 스스로 부동산 폭락을 초대하는 꼴이니 참 역설적이지요?

 

제가 최근 출간한 '위험한 경제학' 에서도 인용했지만, 한국은행 연구자들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고위험, 고부채 가구 비율이 5% 이상으로 상당히 높습니다. 이들 고위험, 고부채 가구의 대부분이 전세 끼고 무리하게 빚 얻어 다주택 투기를 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은 지금 부동산 덫에 가장 심각하게 물려 있는 사람들입니다. 부동산 시장 내외부의 조그만 충격만 가해져도 그들은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 사실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급락세가 불과 몇 달만 더 지속됐어도 국내 집값도 확연한 폭락세가 지속됐을 것입니다. 폭락의 임계점 직전에 정부의 각종 부동산 투기 조장책과 유동성 폭격으로 집값 폭락세를 저지시킨 것일 뿐이지요.

 

더구나 우리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급락세를 통해 이미 '전세제도 때문에 집값이 폭락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짱 허구임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락한 지역들에서 주택 소유자들이 전세를 안 끼고 있어서 급락했나요? 예를 들어, 지난해 하반기 집값 급락을 주도했던 강남 재건축 단지들 경우에는 실제 소유자가 거주하는 비율이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거꾸로 전월세 비율이 80%나 된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투기 선동꾼이나 변교수 등의 주장 대로라면 그들 지역 집값이 왜 급락했나요? 한 마디로 말도 안 되는 주장입니다. 강남 3구나 분당, 용인의 집값 급락세가 가장 심했던 것은 그만큼 레버리지 비율이 높았던 것이 주요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전세든, 은행 빚을 냈던 레버리지는 레버리지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그들은 '그때 집값은 정상적인 가격이 아니다'라고 또 주장하겠지요. 도대체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이리저리 둘러대며 사람들을 현혹하기에 바쁜 집단입니다. 부동산 투기꾼들이 그런 주장을 하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른바 양심적인 교수라는 분들도 이런 주장을 한다면 정말 서글퍼집니다.

 

부동산 버블 붕괴의 양상은 집값의 절대적 수준과 부동산 버블의 규모, 그중에서도 레버리지의 규모와 가장 상관도가 높습니다. 제가 지금의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면 1990년대 초중반처럼 연착륙하기 어렵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도 지금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그때보다 훨씬 높고,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막대한 가계 부채를 통해 이룬 모래성 같은 집값 거품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현 정부의 부동산 부양 총력전으로 지난해 말의 집값 폭락 양상은 저지했지만, 그것은 연기됐을 뿐 결코 해소된 것이 아닙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부동산 투기꾼들이 '역시 한국의 특성상 집값은 폭락 안 해' 이런 식으로 선동하고 있습니다. 그 같은 '한국 특성론'의 최근 변종 가운데 하나가 '전세제도' 운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설득력 있는 근거가 없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부동산 시장에 관련된 매우 구체적인 분석과 진단을 통해 부동산시장 안팎의 구조를 샅샅이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어떻게 현실을 조작하고 왜곡하며 선동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사기술이 우리 연구소 때문에 점점 힘을 잃어간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입에 게거품을 물고 저나 우리 연구소를 공격하고 매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연구소가 그런 엉터리 투기 선동꾼들의 공격에 위축될 정도라면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않았겠지요. 제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거품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부동산 시장의 제대로 된 현실을 알리고, 그들의 사기와 조작, 허구를 끊임없이 폭로할 것입니다. 저는 줄기차게 글을 쓸 것이고, 발언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저는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추석 연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돌아와서 뵙겠습니다.^^

 

*제가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에 이어 '위험한 경제학2-서민경제의 미래편'이 출간됐습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득권 언론들이 전하지 않는 진실을 담으려 밤을 지새워 가며 노력했습니다. 저는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갈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인 일반 서민가계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위험 구조를 모르고 언론의 선동보도에 휩쓸려 자칫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될까 걱정할 뿐입니다. 신중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0. 2. 10:48

최근 부동산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보도와 엉터리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의 선동 때문에 시장 흐름을 오판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따라서 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한 10가지 의문에 대해 답하는 글을 10회에 걸쳐 연재할까 합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순서로 '현 상황에서 경기가 회복하면 집값은 자동적으로 오를까?'라는 가상질문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제 의견을 인터뷰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제시해볼까 합니다. 참고를 바랍니다.  

 

 

<질문>

올 들어 일어난 강남 재건축 위주로 일어난 집값 상승이 경기회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경기가 아직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점차 안정화되어간다면 집값도 계속 오르지 않을까요? 이른바 부동산 재테크전문가라는  사람들도 2006년과 같은 폭등세는 없더라도 5% 이내에서 점차 상승할 것이라고 합니다.(몇몇 신문의 부동산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답변>

좀 미안한 얘기지만, 이른바 기존 언론에서 주로 인용되는 소위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기존 언론에서 보도하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경제 상황을 판단하고 거기에 더해 ‘집값이 오른다’는 방향으로 전망할 뿐이다. 부동산 투자 상담을 하거나 부동산 정보업체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상 어떤 경우든 ‘집값이 오른다’고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이들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와 올 초에 걸친 집값 급락세를 사전에 경고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있나. 지난해 중반까지도 집값이 하반기에 오를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던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다가 집값이 급락할 때는 워낙 상황이 압도적이니 모두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다가 집값이 반등하니 다시 ‘집값이 오른다’고 하고 있다. 이 사람들이 말이 전망이지 사실 잘 뜯어보면 이미 벌어지고 있는 것을 사후적으로 설명하고 전망 시점의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후행적 전망이고 현상 추종적인 전망이다.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흐름을 보지 못하고 현상만을 열심히 쫓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 연구소는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흐름을 본다. 미시적으로는 전국 각지의 시군구 단위의 부동산시장 상황을 보고 넓게는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한국경제상황과 전세계 각국의 경제 흐름을 함께 살핀다. 우리 연구소에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등 세계 권역별 경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인력들이 있다. 우리 연구소가 미국발 서브파라임론 사태와 그 여파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경고했던 것도 그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흐름을 연구, 분석한 결과 지금의 집값 반등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면 길게 잡아도 1~2년 안에는 다시 고꾸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대세하락 흐름을 가리키는 부동산시장의 구조가 변하지 않는 가운데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서는 집값이 오르고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 양상은 피할 길이 없다. 물론 지금 당장은 내 말이 현상적으로 어긋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집값은 머리에서 어깨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목덜미까지 올라온 수준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집값이 다시 머리 꼭대기까지 가지도 못하고 다시 하락세로 돌아가 발바닥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은 오른다’라고 하는 게 어떻게 양심적인 전문가로서 할 말인가.


사실 사석에서 만나본 일부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미 한국 부동산도 끝물이다’ ‘지금이 마지막 폭탄돌리기다’ ‘집값은 몇 년안에 폭락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공개적으로는 그런 얘기를 잘 안 한다. 왜 그런지는 모두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건설업체들 눈치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집값 떨어진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겠나.


그리고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실은 한국경제는 여전히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재의 경기 회복은 인위적인 저금리와 막대한 재정 투입 등으로 만들어진 자산시장 중심의 경기 회복일 뿐 지속가능하지 않다. 시중에는 실제 이상으로 한국경제가 크게 호전된 것으로 일반 서민들이 착각하게 하는 왜곡된 정보들이 난무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아시아 경제문제 전문가인 블룸버그의 저명 칼럼리스트인 윌리엄 페섹이 “급속한 회복 그 자체가 거품”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경제가 막대한 재정적자와 부동산 및 주식 버블을 다시 일으키며 위태로운 회복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대다수 한국 언론은 페섹의 칼럼을 “한국 경제에 경의를 표한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한국경제에 대한 신랄한 경고와 비판을 ‘극찬’으로 둔갑시키는 한국 신문들의 재주는 정말 불가사의할 정도다. 이런 국내보도를 근거로 기획재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은 외국에서도 한국 경제 회복을 극찬한다며 우쭐해했다. 영어 원문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넷 시대에 한국 신문들은 여전히 서슴없이 칼럼 내용을 왜곡하고 있다. 이러니 국민들 중 상당수가 금방 V자형 회복이라도 할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고,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얼씨구나 좋다하고 ‘경기 회복하면 집값이 뛴다'라는 식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경기 회복을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설사 경기가 일정하게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경기가 회복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얘기는 매우 순진한 도식이다.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매우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금리, 소득, 유동성, 수급, 인구동태변화 등 매우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경기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국민 소득 증가라는 형태로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지금 경기가 회복됐다고 하지만 그 회복의 여파는 환율효과와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에 힘입은 수출 대기업 위주의 경기 회복이다. 여전히 서민경제는 침체돼있고, 정부의 사기적인 실업률이 아닌 실질 실업률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한 국민 처분 가능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30% 수준으로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집값이 고점에 비해서는 조금 내려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반 가계가 자기 소득으로도 빚을 더 내서라도 집을 사기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하게 경기가 회복한다고 해서 집값이 오른다는 도식은 현실경제의 복잡다단한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한국경제가 여전히 8~9%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1990년대 초중반에는 왜 지속적으로 실질 집값이 떨어졌나. 향후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잠재성장률은 우리 연구소뿐만 아니라 대부분 연구소에서 3%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가 안정되니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도식이다.


사실 올해의 집값 반등은 역설적이게도 현 정부의 과도한 부양책과 투기 조장책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경기가 일정한 회복세로 접어들게 되면 역으로 이 같은 부양책들 가운데 상당 부분은 정부 스스로 걷어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한국은행이 집값의 추가 반등과 가계 부채 증가를 우려하며 기준금리 인상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사실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 멀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다주택 투기자들을 핵심적인 정치기반으로 삼는 현 정부로서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지연시키기 위해 LTV 규제에 이어 DTI규제까지 도입하고 있습니다. 물론 DTI 규제는 올해 하반기 수도권 ‘분양대전’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분양시장의 집단주택대출은 예외로 하고 있어서 여전히 문제이지만, 기존 주택가격에는 상당한 영향을 줄 것입니다. 강남사람들은 여윳돈으로 집 산다는 상당수 언론의 거짓말과는 달리 올해의 집값 반등은 주택대출규제 해제에 따라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도 전에 주택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와 CD금리가 뜀박질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한달 반 동안 변동대출금리의 기준인 CD금리가 0.3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미 한국은행이 한 번 정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정도 시장금리가 상승한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은행과 정부가 시장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고 억지로 시중금리를 눌러왔지만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 확대로 국고채 물량이 늘고 대출자 만기 연장으로 인한 은행의 현금 자산이 줄어 CD와 은행채 물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지난해말 국내 부동산 시장을 짓누르던 부동산 버블 붕괴의 압력을 정부가 막대한 부양책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줄였지만 결국 그같은 부동산 버블 붕괴 압력이 다시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필자가 최근 출간한 책 <위험한 경제학>에서도 자세히 설명했지만, 주택수급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집값은 일정한 시점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1990년대 일본식 토건 부양책 때문에 건설업체들의 아파트 공급이 지속돼 수요 대비 과도한 공급 과잉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분양 취소나 정부의 미분양 매입 등으로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의 미분양 물량은 결코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다. 오히려 수도권의 공급 과잉은 2009년 말부터 본격화돼 미분양 사태를 장기화하게 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수도권 주택시장은 2015년경이면 약 36만호 이상의 아파트 과잉 공급 상태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분양 물량의 만성적인 적체와 이로 인한 건설업체의 자금난으로 향후 2~3년 안에 건설업체들의 도산행렬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체의 도산은 금융기관 부실 채권 증가로 이어져 향후 한국경제에 만성적인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말하면 기존 언론의 ‘공급 부족’ 타령에 젖어 있는 이들은 어리둥절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왜 집값이 오른다는데, 미분양물량은 잔뜩 쌓여 있고, 인천 청라 외에 전국에서 분양 성공하는 데가 한 군데도 없는지를. 언론에서는 주택 공급이 줄어 2~3년 후 집값 뛴다는 얘기밖에 없는데, 왜 2009년 하반기에 수도권 입주물량이 수년 내 최고 수준이며, 사상 최고 수준인 20만호가 한꺼번에 대규모 분양에 나서는지 말이다. 지금도 미분양이 넘치는데, 2009년 하반기 수도권에서 분양되는 20만호가 과연 제대로 소화될 수 있을까.


국내외의 대부분 사례를 보더라도 주택시장의 사이클은 일반적인 경기 사이클보다 길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부동산시장은 10~20년 주기로 버블과 붕괴를 반복한다. 국내의 경우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가 작성된 1986년 시점부터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실질가격지수로 따져봐도 그렇다. 국내 부동산시장은 1987~1991년초의 상승기와 1991년초~1999년초까지의 하강기를 거쳤다. 약 12년 정도 걸렸다. 그런데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은 1999~2007년초까지의 상승기를 거쳐 이후 큰 틀에서 장기대세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번 반등기는 아직 그 같은 장기대세 하락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통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은 부동산 버블의 크기와 상승기간에 비례한다.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의 규모가 컸고, 상승기간도 길었던 만큼 향후 집값은 이번 반등세가 끝나면 최소 7~8년 이상 장기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와 주택유효수요층의 감소,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 약화,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신규 주택유입층의 소득 기반 약화 등을 감안하고 2010년대 이후 만성적인 주택공급과잉 상황을 고려하면 집값이 10년 이상 장기침체하는 양상을 보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미 지방의 주택 시장은 그러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인구동태변화와 주택공급 과잉 효과가 현실화되지 않아서 일반인들이 혼란스러워하지만 불과 2~3년 안에 많은 이들이 추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9. 30. 10:45

 

 

우리 연구소가 유료회원들께 발송하는 <경제시평>자료의  '시사경제'에서는 지난주부터 "언론들의 부동산투기 선동보도 배경" 2회 연재로 게재하고 있습니다주 내용은 언론 특히 신문들의 부동산투기 선동보도의 배경에는 경영실적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석하고 있습니다언론들이 자신들의 광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부동산시장의 실제와는 다른 조작된 보도를 남발하여 일반인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엉터리 조작보도로 인해 일반인들이 손해를 보든 말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그런가 하면  조중동 등 일부 언론들이 왜 미디어법에 목매다는지 그 이유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주 초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종합편성방송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들 보수신문들은 재벌그룹들에게 자신들의 종합편성방송사업에 투자하라고 닥달하고 있으며 심지어 동아일보가 가수 조영남에게 투자를 채근(?)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중동의 유가지 구독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격감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유료구독 계층의 대부분이 고령층입니다. 계속되는 구독부수 격감과 독자 고령화로 광고 효과도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더 이상 근거없는 고액의 광고단가로 효과없는 광고를 실을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시사경제'"언론들의 부동산투기 선동보도 배경" 내용 중에서.........

 

중앙일보의 매출액은 2002 4,174억원을 정점으로 지난해에는 3,056억원으로 줄어 -1,118억원이나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의 매출액도 1,267억원(연환산 2,535억원)으로 연환산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521억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는 지난해에 -213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 올해 상반기에만 -2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한해 동안의 영업손실 규모를 상회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397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에도 상반기에만 -395억원의 대폭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연간 신문구독료18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유료 구독부수는 35.5만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경품 8만원에 연간 신문구독료를 10만원으로 가정하더라도 유료 구독부수는 최대 64만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기업과 관공서 등 단체구독 부수가 대략 20만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개인이 돈을 내고 구독하는 유료 구독부수는 15만부에서 최대 44만부 정도에 불과한 상태로 보인다. 그야말로 시대의 변화에 따른 신문의 몰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다음에, 조선일보의 매출액은 2002 4,817억원을 기록한 뒤 계속 감소하여 지난해 3,722억원으로 줄었다. 매출액이 6년 만에 -1,095억원 가량 줄어든 것이다. 조선일보도 중앙일보와 마찬가지로 올 상반기 매출이 동일하게 감소했다고 가정하면 대략 연환산 3,087억원으로 전년대비 -635억원 감소한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작년에 18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조선일보가 중앙일보와는 달리 작년에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기록한 것은 조선일보의 유동성 및 비유동성 투자자산이 2,23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5% 이자만을 계산해도 이자수익만 110억원을 넘는다. 실제로 신문사업에서는 중앙일보와 마찬가지로 큰 폭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올해에는 -210억원 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구독료 18만원을 기준으로 유가 구독부수를 계산해보면 41만부 가량에 불과하다. 연간 구독료를 10만원으로 잡아도 74만부에 불과하다. 이중 기업과 관공서 등 단체구독 부수 20만부를 제외하면 개인 구독부수는 21만부에서 최대 54만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동아일보 역시 매출액은 2002 3,749억 원에서 지난해 2,659억원까지 줄었다. 6년만에 -1,090억원 가량 줄어든 것이다. 올해에는 2,200억원에 그쳐 전년대비 -459억원의 매출 감소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8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에는 -48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문 연간구독료 18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25만에도 미치지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연간구독료를 10만원으로 간주해도 44만부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업과 관공서 등 단체구독을 제외하면 사실상 개인 유료구독자는 5만부에서 최대 24만부에 불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동아일보는 1999 7,648억원에 이르던 자산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 지난해에는 4,156억원까지 급감했다. 자산 매각으로 매년 발생하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메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4년 동아일보가 소유하고 있던 여의도 문화센터 부지를 팔아 장부상으로는 약 469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대규모 손실로 위험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연 자산매각으로 언제까지 매년 막대한 손실을 메울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제가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에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득권 언론들이 전하지 않는 진실을 담으려 밤을 지새워 가며 노력했습니다. 저는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갈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인 일반 서민가계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위험 구조를 모르고 언론의 선동보도에 휩쓸려 자칫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될까 걱정할 뿐입니다. 신중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참고로, 위험한 경제학의 내용들은 평소 제가 아고라에 써온 글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동일인이 쓴 글인데 그 형식이 바뀐다고 해서 달라지면 얼마나 달라지겠습니까? 물론 책 출간을 위해 별도로 쓴 원고들도 상당 부분 있지만, 아고라나 우리 연구소포럼에서 제 글을 꾸준히 읽어오신 분들은 굳이 사서 읽으실 필요 없습니다. 물론 아직 제 생각을 잘 모르는 분들이나, 전체적인 기획과 구성 아래 제 생각의 맥락을 좀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는 책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9. 25. 0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