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4일) 연합뉴스는 ‘한국 집값 거품 없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띄웠다.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의 도미니크 드로르-프레콧 시니어 이코노미스트가 14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소개한 것이다. 그런데 이날 연합뉴스 보도는 한 눈에 보기에도 편파적인 방식으로 기사를 소개했다.

 

문제의 기사는 하루 앞선 13일 재스퍼 김 이화여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다가오는 한국의 거품’이라는 글에 대한 반박 글이다. 만약 재스퍼 김 교수의 13일 기고문을 연합뉴스가 보도한 뒤 다시 이날 도미니크 이코노미스트의 반박을 소개했다면 형평성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연합뉴스가 재스퍼 김의 기고문을 기사로 작성한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물론 13일 재스퍼 김 교수가 기고를 했을 때까지는 연합뉴스로서는 기사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기사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14일 김교수의 기고문에 대한 반박문까지 나오자 이 시점에서는 기사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기사화했을 수 있다. 그 경우 연합뉴스는 기사화할 때 재스퍼 김의 기고문 내용과 도미니크 이코노미스트의 글을 비슷한 분량으로 차례로 소개하는 것이 정석이다. 필자는 곽거 기자 시절 국제부 기자로 일한 경험도 있는데 이런 경우 양쪽 입장을 나란히 소개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아래 링크에서 연합뉴스 기사를 한 번 읽어보라.

http://www.yonhapnews.co.kr/economy/2009/10/14/0304000000AKR20091014073900009.HTML

재스퍼 김 교수의 글은 제목만 언급돼 있을 뿐 내용은 하나도 소개돼 있지 않은 반면 반박문의 내용만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독자가 이 논쟁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김교수의 원문 내용을 전혀 모르고 반박문 내용만 읽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한 마디로 한쪽 입장만 일방적인 내용만 전해듣는 셈이 된다. 연합뉴스가 작정하고 편파적인 기사를 쓰지 않는 한 이런 식의 기사를 쓰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연합뉴스는 기자와 언론사의 기본을 망각한 파렴치한 행태를 보인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날 연합뉴스 기사는 포털 다음의 탑화면에 노출돼 수많은 독자들이 읽었다. 사정을 잘 모르는 많은 일반 독자들에게 외국의 전문가가 ‘집값 거품이 없다’고 판단하는 일방적인 정보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사를 보고 일반 가계들은 올해의 집값 반등이 정부 관료들 말대로 ‘정상으로 회복하는 것’이고 지금의 집값 거품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그리고 개중 일부는 이런 기사들을 보고 ‘지금의 집값은 정상이니 이참에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겠다’고 한 번 더 마음을 다잡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한국의 부동산 기득권 세력들이 일반 가계를 제물로 삼아 마지막 남은 잠재 수요를 쥐어짜내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아래에서 김교수의 13일자 기고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기고문 내용은 우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의 ‘별똥아빠’님이 올린 내용으로 기고문의 주요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 필자가 직접 번역하면 좋겠지만, 필자가 오늘 강연을 앞두고 있어서 직접 번역할 시간이 여의치않은 까닭에 ‘별똥아빠’님의 번역문으로 대신하고자 하니 양해를 바란다. 김교수의 글에 대한 반박 내용은 위의 연합뉴스 기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주요 내용 소개에 앞서 필자는 김교수의 결론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이 분이 우리 연구소처럼 부동산 문제에 대해 깊이 연구한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에서는 몇 가지 오류들이 있다.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폭 등은 호가 중심인 국민은행 가격지수를 인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올해의 집값 상승 이유에 대해 1인 가구 증가나 멸실주택 증가로 인한 이주수요 증가에서 일부 원인을 찾고 있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하지만 한국의 부동산 거품이 심각하고, 이것이 한국경제에 큰 위기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대체로 방향에 있어서는 올바른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가오는 한국의 부동산 버블 (기고) (The coming Korean bubble / Jasper Kim,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

• 경제규모가 큰 국가 중에서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경제가 반등한 첫 번째 국가에 속해. 또한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실제로 오르고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임.

• 한국 부동산은 가격이 상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승폭도 눈에 띌 정도임. 이런 상황은 금융위기가 있기 전 수년간 미국에서 일어났던 일과 유사하게 들려. 한국도 자체적인 버블 위험에 다가가고 있는지도

• 올 들어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약 20% 상승해 주택가격이 고공낙하한 다른 국가들과 큰 대조를 이루었음. 이러한 상승폭은 가장 최근에 있었던 미국의 주택 버블 기간 동안의 가격 상승폭과 맞먹거나 더 높은 수준임.

• 서울 일부 지역의 가격 상승세는 더 놀라워. 어떤 지역은 가격이 60% 상승했음. 지난 20년간 이처럼 서울에서 1년 정도 주택 호황이 지속된 것은 두 차례로, 1990년과 2002년에 각각 24.2%와 22.5% 상승했는데, 두 경우 모두 이후 26%와 15%의 가격 급락으로 이어졌음.

• 이런 주택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 우선 한국 가계구조의 변화가 장기적인 수요와 가격 상승세를 초래했음.

• 이전에는 한 집에 3대가 살았던 반면, 이제는 결혼한 자녀가 분가해 2대가 한 집에 사는 쪽으로 문화가 바뀌었음. 최근에는 젊은 싱글들로 구성된 1세대 가구도 늘고 있어

• 이로 인해 전형적 가정에 필요한 주택 수가 한 채에서 세 채로 늘어났고, 이러한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음. 지난 1년간 서울의 전세가격이 최고 수준이었던 것도 주택 구매 수요를 늘려 매매가를 높였음. ‘뉴타운’ 건설 등을 위한 재개발로 수천명의 주민이 신규 주택이 공급되기 전까지 살 주거지를 찾으러 시장에 나오고 있어

• 미국 서브프라임 열풍에서 나타났던 음산한 조짐들도 있어. 첫째 조짐은 일반 소비자들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임.

•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주택가치전망은 1년 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음. 한국의 부동산 구매자들은 광범위한 경기회복이 진행 중이라고 느끼고 있어. 이는, 2005~6년 미국 주택 구매자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주었던 것과 같은 심리임.

• 현재 한국인들은 저렴한 여신의 혜택을 누리고 있어.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로 동결하면서 금리는 8개월 동안 사상 최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은 몇 년간 고정금리였다가 변동금리로 바뀌는 구조임. 지금은 대출상환이 비교적 용이해 보이지만, 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하면 한국의 초기 주택담보대출자들은 고통을 느끼게 될 것

• 또한 한국인들은 국내외적으로 다른 투자기회가 부족해.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부동산은 전통적인 투자 대상이었음. 게다가 올해 달러화를 비롯한 다른 통화 대비 원화가치가 하락해 해외투자는 국내 부동산보다 좋은 투자 대안이 아니었음.

• 이런 요소들은 정책결정자들에게 복합적인 도전과제가 돼

• 이명박 정부는 장기간에 걸쳐 주택공급을 늘리려고 상당히 노력 중임. 일례로 개발이 제한되던 수도권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한 것도 개발 가능한 땅을 늘리기 위한 것이었음.

• 금감원은 지난 주 부동산 가격 억제를 위해 서울 대부분 아파트 매입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보험사는 60%에서 50%로, 제2 금융권은 70%에서 60%로 하향조정했음. 서울 강남 3구에 한해 적용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음.

• 그럼에도 신규 주택 공급이 가시화되려면 수년이 걸릴 것. 게다가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은 아직 완전히 안정되지 않고 있어

• 한편 금리가 불가피하게 인상되면 한국 주택시장이 붕괴될 위험이 커

• 이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입안자들은 수용가능한 LTV 및 DTI 수준을 재조정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주택담보대출 시 대출자들이 금리변동이 월별 상환 금액에 미칠 영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 설명 조항을 강화하도록 하고, 금리가 불가피하게 오를 수밖에 없음을 보다 분명하게 경고하는 구체적인 설명을 제공해야

• 한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전세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그러나 이는 한국 가계와 경기회복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이는 한국경제에는 심각한 문제일 것

• 한국 정부는 미국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하며, 주택구매자들이 주택 가격이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만큼 현실적이지 않다는 뼈아픈 현실을 직시하는 사태에 이르기 전에, 이러한 버블을 제거하기 위해 빨리 행동에 나서야

 

끝으로 도미니크 이코노미스트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필자로서는 하도 되풀이해 입이 아플 정도다. 하지만 어쩌랴. 아직도 이 같은 엉터리 주장이 계속 나오고 언론이 이를 걸러내기는커녕 계속 위의 연합뉴스 보도처럼 확대 재생산하고 있으니 필자라도 계속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팔자인 것을.

 

다른 곁다리는 모두 집어치우고 딱 한가지만 지적하겠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국에는 부동산 거품이 없다’는 주장은 거의 하나도 예외없이 ‘전국의 모든 주택 유형의 가격 상승폭’을 근거로 삼고 있다. 쉽게 말해 강원도 산골의 농가 주택이나 경북 울진의 어촌 주택까지 모두 포함해 한국의 집값 상승폭이 크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얼마 전 IMF가 한국 정부와의 연례협의보고서에서 ‘한국에는 부동산 거품이 없다’고 주장한 것도 마찬가지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들은 2000년대 한국의 부동산 버블이 전국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주택 유형으로는 아파트 위주의 버블이라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주택 유형으로 주택 가격을 살펴보면 2000년대 들어서도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수도권 아파트를 기준으로 하면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가격 상승폭이 크다. 즉, 이들은 ‘집값 거품이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주택가격 통계의 범위와 기준을 짜맞추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주택 가격지수로 불리는 케이스-쉴러 지수가 기본적으로 미국 10대 도시나 20대 도시를 기준으로 작성돼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 같은 지수를 기초로 부동산 가격 수준을 판단하는 것과 비춰봐도 국내 부동산 가격 수준을 ‘전국의 모든 주택 유형’을 기준으로 잡아 설명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작태다.

 

물론 국내이든 국외이든 이처럼 도저히 일반 가계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 난무하는 근본 원인은 정부가 이처럼 기본적으로 잘못된 통계정보를 국제기구나 금융기관 등에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한국에는 집값 거품이 없으니 거품 붕괴 우려가 없고 그러니 투자금을 빼내가지 말라’는 여론을 발신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엉터리 정보를 내놓은 단초는 서강대 경제학과의 모교수가 한 작업이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몇 달 전 아고라에 소개했던 아래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sortKey=depth&bbsId=D115&searchValue=&searchKey=&articleId=791841&pageIndex=1

 


*제가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에 이어 '위험한 경제학2-서민경제의 미래편'이 출간됐습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득권 언론들이 전하지 않는 진실을 담으려 밤을 지새워 가며 노력했습니다. 저는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갈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인 일반 서민가계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위험 구조를 모르고 언론의 선동보도에 휩쓸려 자칫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될까 걱정할 뿐입니다. 신중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0. 15. 11:41

주지하다시피 한국경제는 여전히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재의 경기회복은 인위적인 저금리와 막대한 재정투입, 감춰진 부실과 유동성 과잉 등으로 만들어진 자산시장 버블형의 회복일 뿐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설사 경기가 다소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경기가 회복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주장은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가운데 나오는 매우 순진한 생각이다.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매우 다양하다. 금리, 소득, 시중 유동성, 주택 가격 수준과 주택 수급, 인구동태변화 등 매우 다양한 요인들이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 경기는 일반적으로 국민소득 증가라는 형태로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환율효과와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 부양책에 의한 것이다. 서민경제는 여전히 침체돼 있다.


더구나 수출 대기업 위주의 경기회복이 주택 수요자인 가계부문의 소득증가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래 <도표1>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이 도표에서 국민처분가능소득 가운데 법인과 정부 부문의 비중은 꾸준히 늘어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법인의 비중은 외환위기 이후 크게 늘어왔다. 하지만 개인(가계) 부문의 비중은 1975 81.8%에서 지난해 64.1%로 크게 줄었고, GDP 대비로도 같은 기간 74.9%에서 56.0% 수준까지 줄었다. 개인 처분가능소득의 연간 증감률을 보더라도 1970년대에는 20~30%, 1980년대에는 10%대 후반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으나 점점 낮아져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이후에는 년간 5% 전후의 증가율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해를 거듭할수록 경제성장의 결실이 주택 수요주체인 일반 가계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일반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 또한 계속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도표1>에서 도시가구 및 도시 근로자가구의 실질소득 추이를 분기별로 나타낸 자료를 보면 도시가구 및 도시근로자가구의 실질소득이 지난해 4분기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에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 정부와 상당수 언론에서 경기회복이 완연한 것처럼 조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일반가계 소득은 오히려 줄고 있는 것이다.


<
도표1> 부문별 처분가능소득 및 도시가구 실질소득 추이


   (주) 한국은행 및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런 상황에서는 가계소득 증가를 통한 주택구매력 증가 또한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 올해 서울 강남 재건축 위주의 집값 반등도 가계들이 막대한 금융권 부채를 끌어와 무리하게 투기에 가담하거나 집을 산 때문이어서 장시간 지속되기 어렵다. 실제로 국민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39% 수준으로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터진 미국에 비해서도 높고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더 이상 가계 부채를 더 늘려 집을 사기도 어려운 한계 상황에 와 있는 것이다.


집값이 고점에 비해서는 조금 내려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반 가계가 자기 소득은커녕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기에는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처럼 수출대기업과 저금리와 유동성과잉을 배경으로 자산시장 버블로 경기가 일시 회복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집값이 향후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현재 한국경제의 구조적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설사 경기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현 상황에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보는 것은 과거 경험을 보더라도 사실이 아니다. 한국경제가 여전히 매년 8~9%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1990년대 초중반에도 실질가격 기준으로 집값은 지속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설사 향후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잠재성장률은 우리 연구소뿐만 아니라 대부분 연구소에서도 2000년대의 평균 수준인 4~5% 대에서 3%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가 회복되면 집값이 자동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주장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에 이어 '위험한 경제학2-서민경제의 미래편'을 출간했습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득권 언론들이 전하지 않는 진실을 담으려 밤을 지새워 가며 노력했습니다. 저는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갈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인 일반 서민가계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위험 구조를 모르고 언론의 선동보도에 휩쓸려 자칫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될까 걱정할 뿐입니다. 신중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10. 13. 10:36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가수요를 잔뜩 부풀게 한 뒤 부동산투기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또다시 엉터리 공급확대 처방을 내놓는 식의 패턴을 보이고 있다. 조작과 사기가 판치는 투기 시장의 문제를 마치 공급 부족으로 생긴 문제인 것으로 포장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에게 일감을 만들어주기 여념이 없다. 그래서 수도권에서만 2만호가 넘는 미분양 물량 적체가 보여주듯이 지금도 넘쳐나는 매매용, 투자용 주택을 더 짓겠다며 투기판을 더 키우는 정책을 교묘히 쓰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마치 이것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인 것처럼 포장한다. ‘병 주고 약 주는격이라도 되면 다행인데, 병을 주고 난 뒤 병이 낫는 약을 주는 것처럼 하면서 사실은 병을 더 키우는 약을 처방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27일 발표된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 및 공급체계 개편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공급대책이 단기적으로 반등하는 집값을 잡고 서민들의 전세 부담을 덜어주는 직접적인 대책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이는 기만에 가깝다.

 

왜 그런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젊은 신혼부부들 대부분이 전세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분양주택을 공급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을 전혀 무시한 처사이다. 둘째로,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하는 보금자리 주택은 비록 주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한다고 하지만 다름 아닌 로또 분양이다. 저렴하게 분양한다고 해도 3,4억원 정도 돈이 있어야 한다. 신혼부부가 어디서 그런 큰 돈을 만들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런 것이 어찌 전세가격 안정과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미 우리연구소는 주택가격 안정과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공영임대주택 공급확대를 계속 주장해오고 있다. 주택공급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공영개발택지에서 공공부문이 공급하는 장기임대/전세주택을 늘리는 것이어야 한다. 이미 민간이 하고 있는 것에 더해 정부가 나서서 활용 중심의 임대주택이 아닌 매매용 분양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착각은 여전히 정부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밖에 되지 않는다. 더구나 8.27대책은 서울 시내에서 각종 주거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생겨난 이주수요 때문에 서민들의 전월세난이 가중된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나온 조치이기도 하다.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분양용 주택이 아닌 공공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장기공공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20% 이상으로 높은 유럽 국가들에서 서민들의 주거난을 겪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또한 여러 보완책이 필요하지만 무현 정부 때 추진한 국민임대주택이나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장기전세 주택의 세입자들이 전월세 가격 폭등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없다는 점만 봐도 이는 분명하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아래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임대주택 공급을 오히려 줄이고 대신 분양용 보금자리 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116,908가구로 전년 대비 20.5%나 줄었다. 또한 2009년의 목표치는 지난해보다 더 줄어든 10.6만 가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런가 하면 현 정부는 한쪽에서는 갖가지 부동산 부양책을 써서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중장기적 도시균형발전을 무시한 채 그린벨트를 풀어 막대한 예산으로 보금자리 주택을 건설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있을 수 없다.

 

 

                                  () 국토해양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보금자리 주택의 구체적인 추진 방법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는 서울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의 전용면적 85㎡형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를 3.3㎡당 1,150만원으로 책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인근 서울 강남 지역의 3.3㎡당 주택가격에 비해서는 반값 정도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어서 공급한다는 점에서 실제 원가 구조를 따져보면 매우 높은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실제로는 정부가 책정하겠다고 하는 분양가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주택공급 부족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보금자리 주택을 앞당겨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주택공급 시기를 당기기 위해서는 토지 보상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부가 판교신도시 계획을 발표한 초기에는 분양가를 3.3㎡당 800~900만원 수준으로 거론했지만, 결국 투기가 일어나 대상지의 땅값이 뛰면서 1,200만원 대까지 상승한 전례가 있다.

 

또한 현 정부는 주택 공급을 앞당긴다는 명목으로 설계 및 시공 동시 입찰 방식인 턴키 입찰 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이는 기만술에 불과하다. 턴키 입찰 방식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론적으로 별도의 설계 발주에 걸리는 3개월 정도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게 고작이다. 또한 실제로는 턴키입찰 방식을 통해 사업기간을 단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자료는 거의 없다. 더구나 이미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주택공사의 시범사업을 통해 아파트 건설 기간을 CM(Construction Management. 건설사업관리)기법을 이용해 종래 26~30개월 정도이던 아파트 건설기간을 20개월 정도로 대폭 단축한 전례가 있다. 이미 이런 사례를 가지고도 그런 방안을 활용하지 않고, 턴키 입찰 방식으로 보금자리 주택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결국 현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통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에게 유동성을 대규모로 공급해주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것처럼 턴키 입찰은 상위 10개 건설업체들의 담합을 기정사실화해 비슷한 품질의 아파트를 짓는데 30% 정도의 예산을 건설업체들에게 더 얹어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의 조기 공급을 위해 추진하는 방식은 향후 정부가 현재 발표한 분양가보다 실제 분양가를 더 높일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전례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추진했던 은평뉴타운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은평뉴타운 사업지구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취임 직후 강북 표심을 잡기 위해 강남북 균형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추진한 시범 뉴타운사업 가운데 하나다. 이 대통령은 당시에도 자신의 시장 임기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서 사업 추진 속도를 가장 높일 수 있는 은평뉴타운을 시범사업으로 정한 것이다. 당시에도 시장 임기 내에 사업 진척을 가시화하려다 보니 원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토지 보상비를 매우 후하게 집행했다. 이렇게 해서 평당 토지 보상비가 판교신도시의 평균 3.5배 가량에 이를 정도로 치솟았다. 또한 사업기간을 줄이고 재벌급 건설업체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명목 아래 턴키 방식으로 발주해 건설업체들에게 엄청난 폭리를 취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오세훈 서울시장 임기 초기인 2006년 가을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사태로 주변 집값을 오히려 들썩이게 만들었다. 실제로 당시 은평뉴타운 인접 서대문구나 은평구의 아파트 가격은 3.3 700~800만원이던 시세가 불과 몇 달 만에 1,200~1,300만원으로 수직 상승하게 만들었다. 물론 강남권 그린벨트 지역의 경우 인근 지역의 집값이 워낙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보다 더 분양가가 치솟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하남 미사나 고양 원흥 등지에서는 경우에 따라 은평뉴타운 사태와 같은 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강남권 보금자리 주택의 경우 정부가 현재 발표한 분양가 수준대로 주택을 공급하고 입주 당시 주변 집값이 분양가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판교 로또사태에서 경험한 것처럼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분양 당첨자에게 넘겨주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공공택지를 조성해 장기공공임대주택이 아닌 투자용 매매 주택을 대량 공급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복권 추첨하듯이 운 좋은 일부 분양 당첨자들을 골라 그들의 재산 형성을 도와주는 꼴로 정책의 형평성 차원에서 수긍하기 어려운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정부는 이 같은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전매제한 기간을 7~10년으로 늘리고 실제 5년 이상 거주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판교신도시의 경우에도 그런 식의 전매제한 기간을 설정했지만 로또 차익을 노린 투기적 가수요의 준동은 사라지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도권 집값이 급락하면서 정부가 전매제한 기간을 상황에 따라 풀어준 사례들이 있어 이 같은 전매제한 기간이 철저히 지켜질 것으로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앞에서 보았듯이 정부가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고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이런 불필요한 규제 자체가 필요 없다. 말 끝마다 규제 완화를 외치는 정부이지만, 실제로는 이처럼 정부 스스로 투기세력에게 먹잇감을 제공하면서 투기를 막는다는 핑계로 이중삼중의 규제로 다시 옭아매고 있는 것이다.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가장 크게 가중시킨 장본인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다. 그가 서울시장 시절 서울 강북 지역 주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서울시 전체 시가지 면적의 약 7.5%에 이르는 33개 뉴타운 지역을 자신의 임기 내에 한꺼번에 지정한 때문이다.  이는 서울시가 1970년대 이후 30여 년 동안 추진해온 각종 재개발 사업 면적의 1.5배를 넘는 면적이었다. 이 정도로 드넓은 지역을 한꺼번에 뉴타운으로 지정할 경우 대규모 이주 수요의 발생으로 서민 주거난이 심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은 사업 초기부터 여러 전문가들이 경고한 바 있다.

 

이처럼 무더기 뉴타운 지정으로 서울의 집값이 폭등하도록 하고 뉴타운 원주민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월세 세입자들의 주거난을 심화시킨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이 같은 과오를 바로잡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강남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강남 재건축의 수익성을 높여준 결과 뉴타운 이주 수요에 더해 재건축 수요 등이 한꺼번에 몰리도록 만들었다. 그런 과정에서 기존 임대 및 중소형 주택공급 의무비율도 대폭 낮춰 서민주택 공급 비중을 크게 낮췄다. 또한 현 정부 출범 이후 임대주택 공급 물량도 계속 줄이고 있다. 이처럼 현 정부는 말로는 늘 친서민을 외치지만 실제 정책은 오히려 반서민인 경우가 많다. 특히 다주택 투기자들을 위한 부동산 부양책을 정부 주택정책의 기본 틀로 삼고 있기에 현 정부의 주택정책은 여러 정책 분야 중에서도 가장 반서민적인 정책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제가 쓴 책 '위험한 경제학1-부동산의 비밀편'에 이어 '위험한 경제학2-서민경제의 미래편'이 출간됐습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득권 언론들이 전하지 않는 진실을 담으려 밤을 지새워 가며 노력했습니다. 저는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갈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인 일반 서민가계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위험 구조를 모르고 언론의 선동보도에 휩쓸려 자칫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될까 걱정할 뿐입니다. 신중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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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10. 6. 1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