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근 부동산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보도와 엉터리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의 선동 때문에 시장 흐름을 오판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따라서 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한 10가지 의문에 대해 답하는 글을 10회에 걸쳐 연재할까 합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순서로 '현 상황에서 경기가 회복하면 집값은 자동적으로 오를까?'라는 가상질문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제 의견을 인터뷰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제시해볼까 합니다. 참고를 바랍니다.
<질문>
올 들어 일어난 강남 재건축 위주로 일어난 집값 상승이 경기회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경기가 아직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점차 안정화되어간다면 집값도 계속 오르지 않을까요? 이른바 부동산 재테크전문가라는 사람들도 2006년과 같은 폭등세는 없더라도 5% 이내에서 점차 상승할 것이라고 합니다.(몇몇 신문의 부동산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답변>
좀 미안한 얘기지만, 이른바 기존 언론에서 주로 인용되는 소위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기존 언론에서 보도하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경제 상황을 판단하고 거기에 더해 ‘집값이 오른다’는 방향으로 전망할 뿐이다. 부동산 투자 상담을 하거나 부동산 정보업체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상 어떤 경우든 ‘집값이 오른다’고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이들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와 올 초에 걸친 집값 급락세를 사전에 경고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있나. 지난해 중반까지도 집값이 하반기에 오를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던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다가 집값이 급락할 때는 워낙 상황이 압도적이니 모두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다가 집값이 반등하니 다시 ‘집값이 오른다’고 하고 있다. 이 사람들이 말이 전망이지 사실 잘 뜯어보면 이미 벌어지고 있는 것을 사후적으로 설명하고 전망 시점의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후행적 전망이고 현상 추종적인 전망이다.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흐름을 보지 못하고 현상만을 열심히 쫓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 연구소는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흐름을 본다. 미시적으로는 전국 각지의 시군구 단위의 부동산시장 상황을 보고 넓게는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한국경제상황과 전세계 각국의 경제 흐름을 함께 살핀다. 우리 연구소에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등 세계 권역별 경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인력들이 있다. 우리 연구소가 미국발 서브파라임론 사태와 그 여파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경고했던 것도 그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흐름을 연구, 분석한 결과 지금의 집값 반등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면 길게 잡아도 1~2년 안에는 다시 고꾸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대세하락 흐름을 가리키는 부동산시장의 구조가 변하지 않는 가운데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서는 집값이 오르고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 양상은 피할 길이 없다. 물론 지금 당장은 내 말이 현상적으로 어긋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집값은 머리에서 어깨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목덜미까지 올라온 수준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집값이 다시 머리 꼭대기까지 가지도 못하고 다시 하락세로 돌아가 발바닥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은 오른다’라고 하는 게 어떻게 양심적인 전문가로서 할 말인가.
사실 사석에서 만나본 일부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미 한국 부동산도 끝물이다’ ‘지금이 마지막 폭탄돌리기다’ ‘집값은 몇 년안에 폭락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공개적으로는 그런 얘기를 잘 안 한다. 왜 그런지는 모두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건설업체들 눈치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집값 떨어진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겠나.
그리고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실은 한국경제는 여전히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재의 경기 회복은 인위적인 저금리와 막대한 재정 투입 등으로 만들어진 자산시장 중심의 경기 회복일 뿐 지속가능하지 않다. 시중에는 실제 이상으로 한국경제가 크게 호전된 것으로 일반 서민들이 착각하게 하는 왜곡된 정보들이 난무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아시아 경제문제 전문가인 블룸버그의 저명 칼럼리스트인 윌리엄 페섹이 “급속한 회복 그 자체가 거품”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경제가 막대한 재정적자와 부동산 및 주식 버블을 다시 일으키며 위태로운 회복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대다수 한국 언론은 페섹의 칼럼을 “한국 경제에 경의를 표한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한국경제에 대한 신랄한 경고와 비판을 ‘극찬’으로 둔갑시키는 한국 신문들의 재주는 정말 불가사의할 정도다. 이런 국내보도를 근거로 기획재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은 외국에서도 한국 경제 회복을 극찬한다며 우쭐해했다. 영어 원문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넷 시대에 한국 신문들은 여전히 서슴없이 칼럼 내용을 왜곡하고 있다. 이러니 국민들 중 상당수가 금방 V자형 회복이라도 할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고,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얼씨구나 좋다하고 ‘경기 회복하면 집값이 뛴다'라는 식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경기 회복을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설사 경기가 일정하게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경기가 회복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얘기는 매우 순진한 도식이다.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매우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금리, 소득, 유동성, 수급, 인구동태변화 등 매우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경기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국민 소득 증가라는 형태로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지금 경기가 회복됐다고 하지만 그 회복의 여파는 환율효과와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에 힘입은 수출 대기업 위주의 경기 회복이다. 여전히 서민경제는 침체돼있고, 정부의 사기적인 실업률이 아닌 실질 실업률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한 국민 처분 가능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30% 수준으로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집값이 고점에 비해서는 조금 내려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반 가계가 자기 소득으로도 빚을 더 내서라도 집을 사기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하게 경기가 회복한다고 해서 집값이 오른다는 도식은 현실경제의 복잡다단한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한국경제가 여전히 8~9%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1990년대 초중반에는 왜 지속적으로 실질 집값이 떨어졌나. 향후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잠재성장률은 우리 연구소뿐만 아니라 대부분 연구소에서 3%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가 안정되니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도식이다.
사실 올해의 집값 반등은 역설적이게도 현 정부의 과도한 부양책과 투기 조장책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경기가 일정한 회복세로 접어들게 되면 역으로 이 같은 부양책들 가운데 상당 부분은 정부 스스로 걷어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한국은행이 집값의 추가 반등과 가계 부채 증가를 우려하며 기준금리 인상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사실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 멀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다주택 투기자들을 핵심적인 정치기반으로 삼는 현 정부로서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지연시키기 위해 LTV 규제에 이어 DTI규제까지 도입하고 있습니다. 물론 DTI 규제는 올해 하반기 수도권 ‘분양대전’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분양시장의 집단주택대출은 예외로 하고 있어서 여전히 문제이지만, 기존 주택가격에는 상당한 영향을 줄 것입니다. 강남사람들은 여윳돈으로 집 산다는 상당수 언론의 거짓말과는 달리 올해의 집값 반등은 주택대출규제 해제에 따라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도 전에 주택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와 CD금리가 뜀박질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한달 반 동안 변동대출금리의 기준인 CD금리가 0.3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미 한국은행이 한 번 정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정도 시장금리가 상승한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은행과 정부가 시장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고 억지로 시중금리를 눌러왔지만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 확대로 국고채 물량이 늘고 대출자 만기 연장으로 인한 은행의 현금 자산이 줄어 CD와 은행채 물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지난해말 국내 부동산 시장을 짓누르던 부동산 버블 붕괴의 압력을 정부가 막대한 부양책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줄였지만 결국 그같은 부동산 버블 붕괴 압력이 다시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필자가 최근 출간한 책 <위험한 경제학>에서도 자세히 설명했지만, 주택수급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집값은 일정한 시점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1990년대 일본식 토건 부양책 때문에 건설업체들의 아파트 공급이 지속돼 수요 대비 과도한 공급 과잉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분양 취소나 정부의 미분양 매입 등으로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의 미분양 물량은 결코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다. 오히려 수도권의 공급 과잉은 2009년 말부터 본격화돼 미분양 사태를 장기화하게 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수도권 주택시장은 2015년경이면 약 36만호 이상의 아파트 과잉 공급 상태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분양 물량의 만성적인 적체와 이로 인한 건설업체의 자금난으로 향후 2~3년 안에 건설업체들의 도산행렬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체의 도산은 금융기관 부실 채권 증가로 이어져 향후 한국경제에 만성적인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말하면 기존 언론의 ‘공급 부족’ 타령에 젖어 있는 이들은 어리둥절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왜 집값이 오른다는데, 미분양물량은 잔뜩 쌓여 있고, 인천 청라 외에 전국에서 분양 성공하는 데가 한 군데도 없는지를. 언론에서는 주택 공급이 줄어 2~3년 후 집값 뛴다는 얘기밖에 없는데, 왜 2009년 하반기에 수도권 입주물량이 수년 내 최고 수준이며, 사상 최고 수준인 20만호가 한꺼번에 대규모 분양에 나서는지 말이다. 지금도 미분양이 넘치는데, 2009년 하반기 수도권에서 분양되는 20만호가 과연 제대로 소화될 수 있을까.
국내외의 대부분 사례를 보더라도 주택시장의 사이클은 일반적인 경기 사이클보다 길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부동산시장은 10~20년 주기로 버블과 붕괴를 반복한다. 국내의 경우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가 작성된 1986년 시점부터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실질가격지수로 따져봐도 그렇다. 국내 부동산시장은 1987~1991년초의 상승기와 1991년초~1999년초까지의 하강기를 거쳤다. 약 12년 정도 걸렸다. 그런데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은 1999~2007년초까지의 상승기를 거쳐 이후 큰 틀에서 장기대세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번 반등기는 아직 그 같은 장기대세 하락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통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은 부동산 버블의 크기와 상승기간에 비례한다.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의 규모가 컸고, 상승기간도 길었던 만큼 향후 집값은 이번 반등세가 끝나면 최소 7~8년 이상 장기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와 주택유효수요층의 감소,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 약화,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신규 주택유입층의 소득 기반 약화 등을 감안하고 2010년대 이후 만성적인 주택공급과잉 상황을 고려하면 집값이 10년 이상 장기침체하는 양상을 보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미 지방의 주택 시장은 그러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인구동태변화와 주택공급 과잉 효과가 현실화되지 않아서 일반인들이 혼란스러워하지만 불과 2~3년 안에 많은 이들이 추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