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월17일) 통계청이 '2월 고용동향'을 내놓았습니다.
실업률은 4.9%로 1월(5.0%)보다 미미하게 하락했지만, 지난해까지 3%대 실업률을 유지하던 수준에서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실업자 수는 116만 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4만4000명 증가했습니다. 또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0.0%를 기록해  두 자릿수로 치솟아 청년 실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이 같은 공식 통계 이면의 고용상황은 훨씬 더 열악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지만, 오늘은 고용의 질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릴까 합니다. 아래 <도표1>에서 36시간 미만 취업자수와 36시간 이상 취업자수의 추이를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18시간 미만과 36시간 미만 불완전 취업자 수가 가파르게 늘어 2월에는 35.2%까지 치솟았습니다. 반면 36시간 이상 취업자수도 2000년대 초반 90%에 육박했으나 지금은 추세적으로 85% 수준까지 내려왔고, 단기적이지만 2월에는 62.0%까지 떨어졌습니다.


<도표1>



계절조정을 하면 상대적으로 진폭은 작아집니다만, 아무리 단기적이라고 하더라도 36시간 미만 취업자 수가 35.2%까지 치솟는다는 것은 정상적인 고용구조라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해가 바뀌면서 단기근로 등으로 계약이 끝난 사람들이 잠시 단시간 일자리를 하는 것으로 보더라도 너무나 높은 수치입니다. 그만큼 한국의 고용구조가 불안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는 국내 고용이 2000년대 이후 꾸준히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구조였고, 상당수의 취업자들이 갈수록 단시간 근로와 같은 불완전 고용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이에 따라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주당 평균 취업시간이 추세적으로 2000년대 초반 주당 50시간을 넘다가 최근에는 45시간까지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올 2월에는 38.1%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주5일제의 확산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운 정도로 주당 취업시간이 급감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표2>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제대로 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많은 국민들이 이른바 '알바' 자리와 같은 불완전 취업 상태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한국 경제는 지난 2000년대 이후 그렇지 않아도 치솟은 부동산가격으로 땅값은 금값이 됐지만, 정리해고 남발과 비정규직 양산 등으로 사람값은 똥값이 됐습니다. 부동산 버블의 붕괴는 지나치게 부풀어오른 땅값을 내리고 상대적으로 사람 값을 올려야 한다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또한 당위적으로는 그 같은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세계 각국 선진국의 인건비가 비싼 것이 괜히 비싼 것이 아닙니다. 높은 인건비에서 양질의 노동력과 생산성이 나오는 것이고, 그 같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향상된 임금 소득이 내수기반의 강화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 같은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동산 값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떠받치고 가뜩이나 똥값인 사람 값은 낮추기 위해 혈안이 돼왔습니다. 그러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희망근로사업'과 같은 사업이나 대규모 토건사업 추진을 통해 단기 일자리와 일용직만을 양산해왔습니다. 그러면서도 경제위기 속에서도 실업률을 3%대로 유지했다며 떠벌려 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작태일 뿐입니다. 다수의 국민들의 실제 일자리가 이렇게 불안해지고 있는데, 수치놀음을 하고 여론조작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실의 고용사정부터 제대로 인식하려 하지 않는 정부에게 무슨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겠습니까?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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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3. 18. 12:14

 이명박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중수 OECD대사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내정됐다. 얼마 전 기획재정부가 한은의 금통위에 참석해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열석발언권을 행사하겠다고 해 한은의 정치적 독립 논란이 일었다.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수준의 경기회복과 물가 인상 압력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잇따르는데 대한 정부의 한은 압박용 카드로 인식됐다.

 

그런데 이제 현 정권은 후임 한은총재 내정을 통해 이제 직접 통치에 나서게 된 것 같다. 이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김내정자의 내정 직후 첫 황당하기 짝이 없는 첫 발언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은행이) 정치적으로 독립한다는 표현은 맞지만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라며 국가운영의 책임자인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다. 또는 중앙은행 정치적 독립성의 의미를 깔아뭉개고서라도 현 정권에 충성하기 위해 만들어낸 궤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은의 정치적 독립은 바로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에서 정치적 판단이나 이해관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정권의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제를 채택한 한국에서 한은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말은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을 빼고서는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은 바로 정치적 독립의 필요조건인 것이다. 그런데도 김내정자는 이 같은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이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과 한은의 정치적 독립이 마치 별개인 것처럼 황당무궤한 발언을 한 것이다.

 

이 문제를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사실 정부와 중앙은행간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다른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그런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정부와 중앙은행간에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정치적 책임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는 다수당에 의해 운영된다. 따라서 정부는 정책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비해 중앙은행은 정권획득을 목적으로 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지니는 집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경제상황에 대해 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견해를 나타낼 수 있는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도 정부와 중앙은행간의 정책적 독립성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한 미국의 사례를 한 번 생각해보자. 지난해 초 오바마정부는 5,000-1조 달러의 관민공동펀드를 중심으로 하는 금융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미 재무성과 연방준비이사회(FRB)는 상호간에 FRB의 정책적 독립성을 확인하는 4개항의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이 합의문은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미 재무성과 FRB간에 중앙은행으로서의 FRB의 독립성과 건전성에 대한 매우 중요한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 합의문 서두에서 FRB는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책무와 더불어 물가안정과 실업 억제를 목표로 하는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보장받는다고 명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 재무성과 FRB는 이 합의문에서 다음과 같은 4개항의 원칙에 대해 합의를 보았다고 발표했다.

 

첫째, 단기금융시장의 기능을 정상화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미 재무성과 FRB는 상호 협력한다.

 

둘째, FRB는 미 재무성이 실시하는 구제금융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용위험과 구제금융 책임을 떠안아서는 안 된다. 즉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구제금융의 책임은 미 재무성에 있으며 미 재무성의 구제금융 과정에서 FRB가 대량의 부실자산을 떠안아 FRB마저 신용위험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부실금융기관 구제금융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미 정부가 져야 하며 중앙은행인 FRB가 그 책임을 져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셋째, 미 재무성의 구제금융을 위해 FRB 고유의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FRB 통화정책의 본연의 책무는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 재무성의 과도한 구제금융으로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에 심각한 불안을 야기할 경우 FRB의 통화정책은 본연의 책무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넷째, 미 재무성과 FRB는 금융시스템 실패를 방지하는 대책 마련에 있어서 미의회에 대해 양자가 포괄적인 공동책임을 진다.

 

이상의 합의문은 정부와 중앙은행 간의 정치적 책임과 정책적 독립성 영역을 재차 확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과도한 구제금융 과정에서 중앙은행에 부실자산 등을 떠안기거나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한 무리한 양적 통화확대로 대차대조표가 부실화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중앙은행이 그것을 거부한다고 해서 중앙은행에게 정치적 책임을 전가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며 그 경우에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고 중앙은행은 본연의 책무인 물가안정과 고용 안정에 대해서만 정책적 책임을 질 뿐이라는 것이다. 합의문이 최대 1조 달러의 오바마정부 금융안정화대책과 동시에 발표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왜 미국에서 이 같은 합의문을 체결했을까. 그것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어떤 이유로든 훼손됐을 때 어떤 막대한 폐해가 뒤따랐는지, 미국 사회가 똑똑히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실제 국민들의 삶과는 상당히 유리된 지표상의 수치를 통해 자신들의 성과를 과시하겠다는 정치적 탐욕에 빠져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부가 정치적 책임을 지나치게 우선하는 경제정책들을 남발할수록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을 기본책무로 하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당하기 쉽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정치적 책임을 우선하는 정부의 폭주를 견제하는 일종의 자동안정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 자동안정화 장치가 무력화되면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경제가 혼란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서브프라임론 사태로 촉발된 미국경제의 위기는 부시정부 때에 이런 오류를 범한 결과에 기인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김내정자의 발언은 매우 우려스럽다. 김내정자는 한은도 정부라고 말하고 이를  정책공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정확히 그 같은 인식이 바로 한은의 정치적 독립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인식이 바로 가뜩이나 경제위기의 여파로 고통받고 있는 한국경제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방향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아마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제대로 확보된 선진국에서 중앙은행 총재 내정자가 이런 식의 발언을 했다면 중앙은행 내정자로서 기본적인 자격이 없다며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일부 언론의 문제 제기가 있지만, 대체로 별 문제가 없다는 투다. 이미 대다수 언론이 현 정권의 채찍과 당근에 의해 장악된 마당에 그런 비판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망이다. 다만 한은의 정치적 독립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거나 이를 의도적으로 깔아뭉개는 사람이 한은을 이끌 때 생겨날 경제적 부작용과 혼란이 미리 염려될 뿐이다. 그로 인해 가장 고통받는 것은 이 땅의 서민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3. 17. 09:46

  

얼마 전 현대경제연구원이 "부동산 대세하락"을 경고했는데, 이미 기업은행연구소가 올초 "부동산 대세하락"을 주장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네요. 저도 몰랐는데, 아고라 부동산방에 어떤 분이 최근 기업은행 보고서를 링크한 것을 보고 알게 됐습니다. 제가 보고서를 훑어보니 현대경제연구원이나 기업은행연구소 자료 모두 저희 연구소가 주장해온 것을 상당히 많이 참고한 듯한 자료를 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들 보고서를 보면서 드는 짦은 생각 두 가지.

첫째는, 이들 연구소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 '사전경고'라기보다는 분위기에 편승한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둘째는, 그나마 '경제'연구소나 금융권 연구소는 경고를 하기 시작하는데, 부동산업자들과 건설업계 부설 연구소들은 절대 이런 얘기 안 한다는 사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반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비슷한 얘기지만 그동안 자신들이 사기쳤던 것이 탄로날까봐 그렇기도 하지요. 두번째는 그 사람들은 심하게 말하자면 땅만 훑고 다니는 사람들이어서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한국경제의 구조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속성이지만, 구조적 흐름을 보지 못하고 당장 나타나는 현상을 쫓아다니기 때문이지요.

사실 이 같은 속성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한국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던 사람들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국제경제학 전공),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등 대부분 이해관계가 없으면서도 부동산 버블의 경제적 위험 구조를 잘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얼마전 현 정부가 마련한 '글로벌 코리아 2010' 학술회의에서도 "한국의 부채문제가 미국이나 다른 아시아국가에 비해 사태가 심각하다"고 말한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 교수도 유명한 경제학자입니다. 

물론 현대경제연구원이나 기은연구소의 경고는 제가 볼 때 상당히 때 늦은 것이고, 시류에 편승하는 느낌마저 있지만 그나마 이들은 뒷북이라도 치지만, 부동산 업계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십시오.

참고로, 한국신용평가에서도 최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과거 일본 건설사 위기가 남긴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건설사들의 위기 가능성을 제기하고 '분양가 할인'을 적극적으로 주문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다수의 국내 연구기관들이 이런 상황에서 건설업계 부양책을 주문한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달라진 주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국내 건설사들의 디레버리징이 지연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미분양물량 해소 및 예정사업 지연
에 기인하고 있으며, 일본 건설사들이 경험한 자산 부실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손실을 감
수하더라도 할인 분양을 통한 미분양물량 해소 및 예정사업 정리가 필요
할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
나 기존 분양자의 저항은 미분양이나 예정사업 정리 지연에 따른 부작용에 비교할 때 부차적인 문
제로 생각된다."

 

 

이른바 이 사회에서 기득권을 점하고 있는 연구소들마저 이제는 곧 눈 앞에 닥칠 압도적 현실을 외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감히 입밖에 내기를 꺼리던 이들 연구소들마저 "대세 하락"이라는 주장을 버젓이 하고 있고 있다는 현실 자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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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3. 16.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