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에 개인적인 글은 거의 쓰지 않는데, 오늘은 개인적인 소감을 좀 쓰겠습니다.

며칠 전 양평으로 이사했습니다.
경북 경산의 시골이 고향이다 보니 대학 이후 도시 생활을 하면서도 늘 고향 마을의 흙 내음과 풀 내음이 그리웠습니다. 봄 아지랑이도, 녹음이 우거진 여름 강변도, 황금빛 벼 이삭이 융단을 깐 듯한 가을 들판도, 아이들이 썰매를 지치는 겨울 저수지도 늘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전원생활이 그리웠습니다.
서울시내에서는 답답하고 복잡해서 살기 어려워
일산에서도 주로 시골 들판과 가까운 변두리 쪽에 주로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늘 뭔가 몸에 안 맞는 옷을 서너 겹 껴입은 듯 갑갑했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아내에게 좀 더 나이들면 전원생활을 하자고 많이 꼬드기곤 했는데,
서울 토박이인 아내는 질색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유학 시절 동안 미국 보스턴의 찰스강가 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
아내 생각도 많이 달라진 듯 합니다.
아시겠지만, 미국은 도시라고 해도 한국과 같이 삭막하지 않은데다 특히 보스턴은 고풍스러운 주택가와 목가적인 전원이 어우러진 도시거든요.
그곳에서 생활한 뒤로는 아내 생각도 조금씩 바뀌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양평으로 이사할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아이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유치원에 다녀 와서 아파트 옆 놀이터(한국 아파트처럼 형식적으로 놀이기구 몇 개 늘어놓은 놀이터가 아니라 진짜 널찍한 놀이터입니다)에서 온갖 나라 아이들과 장난질하며 즐겁게 놀던 아이가
한국에 와서는 그러질 못했습니다.
학교에 다녀와도 같이 놀 친구들이 없었고, 보스턴에서 보던 찰스강도, '초록 놀이터'(놀이터 바닥이 초록색이라 아이가 그렇게 불렀습니다) 같은 자연도 놀이터도 없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아이에게 수학이나 영어 같은 공부를 하라고 닥달하지도 학원에 보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저희 아이만 안 보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더군요.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들 가운데 영어, 수학 학원 다니는 아이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요. 
결국 저희도 아이를 학원에 보냈습니다. 그렇다고 영어, 수학 학원은 아니고요. 수영, 인라인 강습이나 피아노, 미술학원 같은 아이가 배우고 싶어 하는 것만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한계가 명백했습니다. 이런 수업들은 아이가 나름대로 재미있어 했지만, 학원에서 돌아오면 자꾸 TV나 게임을 하게 해달라고 졸라댑니다. 아이의 그런 모습을 매일 지켜보는 것도 참 고역입니다. 

아이 친구를 만들어 줄 심산으로 토요일에 자원해서 아이 반 '즐거운 생활' 시간에 선생님을 대신해서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더군요.

그런데 어느날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더군요. 
양평에 조그만 시골학교가 있는데, 아이들을 공부에 시달리지 않게 하면서도 자연과 교감하게 하는 학교라고요. 몇 차례 고심한 끝에 결국 실행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남한강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이사온 것입니다.  
남한강의 물 안개 피어오르는 풍경을 보니 어릴 적 고향에 돌아온 느낌입니다.
어제는 떡 대신 던킨도너츠 세트를 사서 아이와 함께 이웃한 몇 집에 돌리고 인사도 드리고 왔습니다.
다들 외지인이지만, 마음만은 시골 사람들처럼 푸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이곳에 있으니 이른바 학군이 좋다는 곳의 삭막한 콘크리트 더미를 몇 억, 몇 십억씩 부르는 한국의 현실이 더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물론 양평에도 경관이 조금 괜찮다 싶은 웬만한 곳에는 각양각색의 전원주택이 어지러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전원주택 각각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웅장하고 멋있는 자태들을 뽐내지만 주변 환경이나 주변의 다른 주택들과 조화되지 않습니다. 행정당국이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주위 환경 및 주택들과 조화되는 건축이 이뤄지도록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양평은 여전히 시골의 모습이 많습니다. 일단 주변부터가 산과 물이고, 조금만 나가면 논과 밭이니 뭘 더 말하겠습니까. 물론 도시의 아파트보다는 실내가 많이 춥고, 근처에 문화시설 및 마트 등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은 아쉽지만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할 만합니다.

이른 아침 창가에서 칠읍산 봉우리 위로 솟아오른 붉은 태양이 강물 위에 반사되는 모습을 지켜보니 제 마음도 강물 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물오리가 만들어낸 잔물결처럼 일렁입니다. 또 이른 새벽 강가에서 티끌 한 점 없을 듯한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은 도시인들에게는 도저히 허용되지 않는 특권 아닐까요.

일산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마음도 차분해지고 머리도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다행히 아이도 학교가 마음에 드는 눈치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사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하지만 걱정도 됩니다.
지금은 삭막한 도시의 아파트 콘크리트 숲과 비인간적인 교육 환경으로부터 피해왔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는 없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결국 바꿀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주거 공간과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을 때까지 미약한 필력이나마 보태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by 선대인 2010. 3. 30. 11:37

며칠 동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진작 정리하려 했던 글을 이제서야 정리해봤네요.^^

얼마 전 우리 연구소포럼의 대구경북지역 운영위원회 및 공부방 모임에 참석해 대구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사실 현재 국내 부동산 시장의 관건은 수도권의 주택시장이기에 저도 주로 수도권 주택시장을 분석해왔고, 지방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온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강연을 앞두고 대구 주택시장 상황을 한 번 전국 상황과 비교해가며 분석해 봤습니다.

 

대구는 국내 주택시장에서 버블 붕괴를 가장 일찍 경험한 도시여서 대구의 경험을 살펴보는 것이 수도권 주택 시장을 보는데도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분석 데이터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국민은행 자료를 사용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우선, 아래 <도표1>에서 보시는 것처럼 대구의 아파트 가격은 서울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2002년 초까지 서울과 큰 차이 없이 가파르게 올랐으나 이후 점점 상승폭이 둔화돼 2006년 상반기를 고비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말~2009년 초 경제위기와 함께 아파트 가격이 급락한 뒤 일시 회복하는 듯했으나 다시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도표1>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도표2>에서 대구의 주택 유형별 가격 추이를 보면, 단독 및 연립주택의 가격은 오히려 명목가격 상으로도 떨어지고 있고, 모든 주택 유형을 포함한 종합 가격 또한 1990년대 초반 수준에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도 2000년대의 부동산 버블은 수도권 아파트 위주의 버블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구에서도 상대적으로 수도권보다 그 정도는 약했지만, 2000년대 버블은 아파트를 대상으로 발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서강대 경환 교수나 국토해양부 등 정부 부처들은 이 같은 양상을 교묘히 호도하면서 전국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국내에는 집값 거품이 없다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표2>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번에는 <도표3>에서 대구의 구별 아파트 가격 추이를 분석해보겠습니다. 두 개씩 짝을 지어 네 개의 도표로 정리했는데, 쉽게 볼 수 있도록 그렇게 한 것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도표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에서도 버블의 핵심 지역이 먼저 오르고 뒤이어 덜 오른 주변부 지역이 따라 오른 뒤 버블의 핵심 지역을 따라 주변부 지역도 버블이 꺼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른바 제가 용머리-용꼬리라고 부르는 패턴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도표3>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예를 들어, 학군 수요가 많아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수성구의 경우 2006년 초반까지 가파르게 올랐으나 이후 상당히 가파르게 하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대구의 주변부라고 할 수 있는 북구와 동구 등은 상대적으로 뒤늦게 가파르게 뒤늦게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보통 버블의 핵심지역에서 투자 수익률 관점에서 더 이상 집값이 오르기 힘들 만큼 오른 뒤에는 투기 수요가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당 지역 집값의 표준지 역할을 하는 핵심 지역(대구의 경우 수성구) 집값이 내리면 다른 지역도 시차를 두고 따라 내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한 대구에서도 공급 과잉이 매우 강력한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구의 경우 시가지를 확장하면서 뒤늦게 대구시에 편입된 달서구와 달성군에 신규 주택 단지들이 대규모로 공급됐는데, 이들 지역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2006년부터 급증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해당 지역은 물론 대구 지역의 다른 지역들까지 주택 가격을 떨어트리는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는 대구의 아파트 전세가격 추이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표4>에서 보는 것처럼 대구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매매가가 고점을 찍은 2006 4월경에 함께 고점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떨어지는 듯 했던 전세가격은 2007년 초까지 다시 올라갔습니다. 이는 매매가 추이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현상으로 지역의 일반 가계 소득 대비 집값이 단기적으로 너무 올라 더 이상 집을 사기 어려워지자 주택 매입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해 전세 가격이 일시적으로 뛰어오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서울에서 나타나는 현상도 일부 언론의 선동 보도에도 불구하고 이면에는 이 같은 흐름이 내재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2007년 상반기부터는 전세가도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경제위기로 2008년 하반기 이후 전세가가 급락했다가 다시 회복하고 있으나 2006~2007년 초의 고점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도표4>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도표5>에서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추이를 보면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 대전, 광주 등 대도시 지역에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이 비율이 계속 높아지다가 2002~2003년을 전후로 하락세로 돌아섭니다. 전세가는 일반적으로 향후 기대차익을 노리는 투기 프리미엄이 제거된 사용가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 때 이 비율이 낮아지는 것은 그만큼 투기 버블이 심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구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계속 높아지던 이 비율이 2003년 초를 정점으로 점차 낮아지다가 매매가가 정점을 지나 하락세로 전환하는 2005년 말~2007년 초까지 미약하지만 이 비율이 상승합니다. 매매가에 비해 전세가가 강세를 나타낸 것입니다. 이는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집값이 너무 높아져 추가 수요가 거의 고갈되자 매매가는 떨어지는 가운데 매매 포기 수요 또는 전세 전환 수요가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도표5>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참고로,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2001년 중반 이전까지 꾸준히 오르다가 이후에는 전세가보다 매매가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 비율은 64%에서 40% 전후 수준까지 가파르게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2009년 들어서는 이 비율이 정체 상태를 보이더니 지난해 중반부터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천이나 경기도의 경우에도 시기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양상은 1988~2001년 중반까지 나타났던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 상승을 견인하던 때와는 다릅니다. 그때는 주택 공급이 일시적으로 부족했던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고, 매매가와 전세가가 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동반 상승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미분양, 미입주 사태나 105%가 넘는 강남 지역의 주택보급률이 의미하듯 공급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또한 매매 거래가 점차 활발해지면서 매매가가 상승하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매매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전세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오히려 미국에서 집값이 급락하기 직전 나타났던 렌트 상승 현상과 비슷한 흐름이라고 판단됩니다.

 

바로 이런 현상이 불과 몇 년 전 대구에서도 나타났던 것입니다. 참고로, 대전의 경우에도 매매가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2006년 중반부터 이 비율이 상승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도 제가 한 차례 설명한 바 있듯이 현재 전세가격 상승은 집값의 본격 하락을 알리는 전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인구 자연증가 추이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표6>에서 3대 도시 인구 자연증가(출생자수-사망자수) 추이를 보면 급격한 저출산 추세에 따라 3대 도시의 자연증가 수가 매우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1980년대말~1990년대 초의 부동산 버블의 정점일 때 14만명이 넘게 증가했으나, 이후에 가파르게 떨어져 2008년에는 6만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산과 대구의 경우에는 1만명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졌고요.

 

<도표6>

   (주)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러면 인구의 자연증가 말고 국내 지역간 이주에 의해 나타나는 수도권과 대구경북 지역의 인구순유입 추이를 보면 어떨까요. 먼저 <도표7>을 통해 수도권을 보면 1990년 정도까지는 수도권의 모든 지역에서 순유입이 일어나 최대 한 해에만 30~40만명씩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서울의 인구가 경기도로 빠져나가 서울과 경기도가 거울 이미지처럼 다른 방향으로 닮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2000년대에만 국한해서 보면 월드컵 특수와 부동산 붐으로 경기가 좋았던 2002 20만명이 순유입됐으나 2009년에는 4.8만명으로 급속히 줄어들었습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자연증가와 순유입을 합해 매년 30~40만 가까이 늘어나던 수도권 인구가 이제는 한 해 10만명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입니다.

 

<도표7>

 

   (주)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하지만 아직도 건설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분양을 통해 본 것처럼 여전히 주택 공급 부족을 외치며 현재 집값 수준에서 이미 수요가 고갈됐는데도 주택을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훨씬 이상으로 쏟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여전히 몇 년 전처럼 자신들이 부동산 광고로 구워삶는 언론의 투기 선동을 통해 얼마든지 분양할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면 대구 경북은 어떨까요? 1990년대 초반까지는 대구와 경북 지역도 거울 이미지처럼 경북에서 대구로 인구가 빠져나갔습니다. 하지만 이후로는 경북뿐만 아니라 대구 지역의 인구도 빠져나가기 시작해 2009년의 경우 1.27만명이 순유출됐습니다. 위의 인구자연증가와 연결해보면 이미 대구의 인구는 매년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수도권의 경우 여전히 인구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증가세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보셔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수도권 전역의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물량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됩니다. 지금도 미분양이 잔뜩 쌓인 가운데 집값이 맥을 못 추고 있는데, 2~3년 후부터는 어떻게 될까요? 상상에 맡깁니다.

 

이 같은 미분양 급증이 집값 급락으로 다시 이어질 수 있음은 대구시의 사례가 명확히 보여줍니다. 집값 급락과 거래 위축이 동반되면서 2005 3000호를 조금 넘던 대구시 미분양 물량은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2006 8700호로 늘었습니다. 2008년에는 미분양물량이 2만호를 넘어버렸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대구시의 집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현재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도 시차는 있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기도 미분양 물량도 2006 3800호 수준이던 것이 불과 2년 만에 2만호를 넘어버렸습니다. 2006년말 집값 폭등 후 2007년 초부터 거래가 주춤해지면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집값도 서서히 꺾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의 사력을 다한 경기 부양책과 미분양 물량 해소책으로 이 같은 추세는 일단 멈추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의 고분양가 밀어내기 분양으로 건설업체들의 허위 신고를 집계해 발표하는 국토부 통계와는 달리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실제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 2월까지만 최소 4만호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됩니다. 현재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지역별 인구와 경제력 등을 감안하더라도 대구시의 2006~2007년 정도 상황에 와 있다고 판단됩니다. 더 이상 현재 집값 수준에서 집을 살 사람들은 고갈된 가운데 주택 공급 과잉이 명확해지면서 주택 가격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1년여 전에도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대구지역 모임에서 강연하면서 저는 당시 강연장소 맞은 편에 올라가던 범어로타리의 두산위브 아파트를 보았습니다. 50층이 넘는 아파트 5~6개 동이 한창 공사중이었습니다. 그 아파트 단지는 부동산 붐을 배경으로 대구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원정 투기 수요까지 가세해 분양은 거의 다 완료됐습니다. 하지만 거의 대다수가 투기 목적으로 분양받았으니 정작 입주 시점에는 빈집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내려가서 강연 끝나고 나와 보니 아파트에서 불빛이 새나오는 집이 많지 않았습니다. 건너편에 나란히 들어선 롯데캐슬도 마찬가지였고요. 기사로 확인해 보니 입주율이 두 아파트 모두 15% 전후에 지나지 않더군요.
지금 그런 아파트들은 대구뿐만 아니라 수도권 곳곳에서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3. 30. 10:25

주택공급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공영개발택지에서 공공부문이 공급하는 (공공택지-공공주택) 장기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이어야 한다. 보금자리주택처럼 이미 민간이 하고 있는 것에 더해 정부가 나서서 활용 중심의 임대주택이 아닌 매매용 분양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착각은 여전히 정부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밖에 되지 않는다.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해소하기 위해서서는 보금자리 주택처럼 분양용 주택이 아닌 공공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장기공공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20% 이상으로 높은 유럽 국가들에서 서민들의 주거난을 겪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또한 여러 보완책이 필요하지만 무현 정부 때 추진한 국민임대주택이나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장기전세 주택의 세입자들이 전월세 가격 폭등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없다는 점만 봐도 이는 분명하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아래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임대주택 공급을 오히려 줄이고 대신 분양용 보금자리 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116,908가구로 전년 대비 20.5%나 줄었다. 또한 2009년의 목표치는 2008년보다 더 줄어든 10.6만 가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런가 하면 현 정부는 한쪽에서는 갖가지 부동산 부양책을 써서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중장기적 도시균형발전을 무시한 채 그린벨트를 풀어 막대한 예산으로 보금자리 주택을 건설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있을 수 없다.

 

 

                 () 국토해양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보금자리 주택의 구체적인 추진 방법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는 서울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의 전용면적 85㎡형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를 3.3㎡당 1,150만원으로 책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인근 서울 강남 지역의 3.3㎡당 주택가격에 비해서는 반값 정도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어서 공급한다는 점에서 실제 원가 구조를 따져보면 매우 높은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실제로는 정부가 책정하겠다고 하는 분양가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주택공급 부족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보금자리 주택을 앞당겨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주택공급 시기를 당기기 위해서는 토지 보상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부가 판교신도시 계획을 발표한 초기에는 분양가를 3.3㎡당 800~900만원 수준으로 거론했지만, 결국 투기가 일어나 대상지의 땅값이 뛰면서 1,200만원 대까지 상승한 전례가 있다.

 

또한 현 정부는 주택 공급을 앞당긴다는 명목으로 설계 및 시공 동시 입찰 방식인 턴키 입찰 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이는 기만술에 불과하다. 턴키 입찰 방식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론적으로 별도의 설계 발주에 걸리는 3개월 정도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게 고작이다. 또한 실제로는 턴키입찰 방식을 통해 사업기간을 단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자료는 거의 없다. 더구나 이미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주택공사의 시범사업을 통해 아파트 건설 기간을 CM(Construction Management. 건설사업관리)기법을 이용해 종래 26~30개월 정도이던 아파트 건설기간을 20개월 정도로 대폭 단축한 전례가 있다.

 

이미 이런 사례를 가지고도 그런 방안을 활용하지 않고, 턴키 입찰 방식으로 보금자리 주택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결국 현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통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에게 유동성을 대규모로 공급해주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것처럼 턴키 입찰은 상위 10개 건설업체들의 담합을 기정사실화해 비슷한 품질의 아파트를 짓는데 30% 정도의 예산을 건설업체들에게 더 얹어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반값 아파트'가 아니라 매우 '고비용 아파트'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현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의 조기 공급을 위해 추진하는 방식은 향후 정부가 현재 발표한 분양가보다 실제 분양가를 더 높일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전례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추진했던 은평뉴타운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은평뉴타운 사업지구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취임 직후 강북 표심을 잡기 위해 강남북 균형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추진한 시범 뉴타운사업 가운데 하나다.

 

이 대통령은 당시에도 자신의 시장 임기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서 사업 추진 속도를 가장 높일 수 있는 은평뉴타운을 시범사업으로 정한 것이다. 당시에도 시장 임기 내에 사업 진척을 가시화하려다 보니 원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토지 보상비를 매우 후하게 집행했다. 이렇게 해서 평당 토지 보상비가 판교신도시의 평균 3.5배 가량에 이를 정도로 치솟았다. 또한 사업기간을 줄이고 재벌급 건설업체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명목 아래 턴키 방식으로 발주해 건설업체들에게 엄청난 폭리를 취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오세훈 서울시장 임기 초기인 2006년 가을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사태로 주변 집값을 오히려 들썩이게 만들었다. 실제로 당시 은평뉴타운 인접 서대문구나 은평구의 아파트 가격은 3.3 700~800만원이던 시세가 불과 몇 달 만에 1,200~1,300만원으로 수직 상승하게 만들었다.

 

물론 수도권 주택시장은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현재 매우 높게 형성돼 있는 강남 인근 지역 집값도 입주 시점인 2~3년 후에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청약자들이 기대하는 '로또' 당첨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현 정부가 선전하는 '반값 아파트'가 사실은 전혀 얼토당토않은 사기술임이 영락없이 드러날 것이다.

 

사실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가장 크게 가중시킨 장본인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다. 그가 서울시장 시절 서울 강북 지역 주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서울시 전체 시가지 면적의 약 7.5%에 이르는 33개 뉴타운 지역을 자신의 임기 내에 한꺼번에 지정한 때문이다.  이는 서울시가 1970년대 이후 30여 년 동안 추진해온 각종 재개발 사업 면적의 1.5배를 넘는 면적이었다. 이 정도로 드넓은 지역을 한꺼번에 뉴타운으로 지정할 경우 대규모 이주 수요의 발생으로 서민 주거난이 심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은 사업 초기부터 여러 전문가들이 경고한 바 있다.

 

이처럼 무더기 뉴타운 지정으로 서울의 집값이 폭등하도록 하고 뉴타운 원주민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월세 세입자들의 주거난을 심화시킨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이 같은 과오를 바로잡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강남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강남 재건축의 수익성을 높여준 결과 뉴타운 이주 수요에 더해 재건축 수요 등이 한꺼번에 몰리도록 만들었다. 그런 과정에서 기존 임대 및 중소형 주택공급 의무비율도 대폭 낮춰 서민주택 공급 비중을 크게 낮췄다. 또한 현 정부 출범 이후 임대주택 공급 물량도 계속 줄이고 있다. 이처럼 현 정부는 말로는 늘 친서민을 외치지만 실제 정책은 오히려 반서민인 경우가 많다. 특히 다주택 투기자들을 위한 부동산 부양책을 정부 주택정책의 기본 틀로 삼고 있기에 현 정부의 주택정책은 여러 정책 분야 중에서도 가장 반서민적인 정책 분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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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3. 26. 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