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 재건축 집값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값이 급락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대세 상승이니집값이 바닥을 쳤다고 목청을 높이던 언론들이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제는 올해 안에 반등하기는 어렵다’고 꼬리를 내리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자신들이 내뱉었던 말과 정반대의 말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내뱉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와 부동산 정보업체들, 그리고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이 한 목소리로 부동산 투기 선동에 열을 올리며 금방이라도 집값이 폭등할 것처럼 선동할 때도 우리 연구소는 집값이 언제든 다시 급락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경고했다.

 

우리 연구소가 그렇게 경고한 것은 단순히이 아니라 국내 부동산 시장의 구조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특히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할 때 상당수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사실상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오를 곳은 오른다’고 선동할 때도 우리 연구소는 언제든 급락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거품이 많이 낀 곳은 오를 때 더 많이 오르지만, 내릴 때 더 많이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이유는 부동산 거품이 일 때 늘 수반되는 급격한 레버리지, 즉 차입 매수 때문이다. 투기가 일 때 부채를 기반으로 한 차입매수세가 뛰어들어 큰 폭의 가격상승이 일어나지만, 거품이 꺼질 때는 그런 지역의 한껏 부풀어오른 집값부터 빠지게 된다. 2006년말까지 집값 폭등의 근원지였던 강남이 2008년말까지 가장 낙폭이 컸고, 2009년 반등기 때 가장 많이 반등했으나 현재 가장 많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왜 그런지를 아래 <도표1>을 참고로 강남 재건축의 대명사인 은마아파트 매매거래 실태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익히 알려진 대로 은마아파트는 중층 재건축 단지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으며 전용면적 77(31) 2674가구, 85(34) 1750가구로 전체 4424가구로 구성돼 있다. 몇 달 전 6년 만에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끊긴 가운데 아파트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사실 2009년 초부터 은마아파트에 대한묻지 마 투자수준의 과도한 투기가 몰려들었지만 이미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였음을 다른 글에서 설명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부동산 시장에서 제대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집값은 빠른 속도로 다시 빠지고 있는 것이다 

 

 

<도표1> 연도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거래 실태


() KSERI 작성. 2009년은 연환산 수치임

 

우선, 은마아파트의 매매체결 건수 추이를 살펴보면 부동산 1차 투기 붐이 일었던 2001년과 2003년 약 400건 전후의 거래 건수를 기록해 최고를 기록한 뒤 2차 투기 붐이 일었던 2005, 2006년에는 각각 260건 전후로 떨어졌다. ‘버블 세븐지역의 주택거래 침체가 시작된 2007, 2008년에는 100~120건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올해 강남 재건축 위주의 집값 반등이 일어나면서 연환산 288건 수준으로 거래가 급증했다.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연도별 거주비율을 살펴보면 1998 55.8%였던 것이 2005년 이후 18.3%로 떨어진 뒤 올해는 11.4%까지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살지는 않으면서 향후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시간이 갈수록 크게 늘어 최근 5년 동안은 투기 수요가 은마아파트 매입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주거지를 보면 54.8%가 서울 강남 3(강남, 송파, 서초) 거주자였고 강남 3구 이외 서울지역 거주자가 18.3%를 차지했다. 이로부터 은마아파트의 주 매입자는 서울 거주자가 73.1%로 나타났다. 또 경기도 용인시와 성남시 분당 등 수도권 거주자가 17.4%, 수도권 이외 지방 거주자가 8.5%를 차지했다.

 

참고로, 미국, 캐나다 등 외국 거주자도 2가구로 0.8%를 차지했다. ‘외국 교포가 집을 산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극히 일부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선동보도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서울 이외 수도권 및 지방 거주자의 약 2% 가량만이 부채가 없거나 부채가 1억원 이하인 상태에서 집을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수도권 및 지방의 개발지역에서 토지보상 등을 받아 은마아파트에 투자하는 경우도 그 비율은 미미했다. ‘토지보상금이 집값을 밀어올린다’는 주장 또한 근거가 없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은마아파트 매입자가 주택 매입 시 제 1, 2금융권 등에서 자금을 빌릴 때 설정하는 근저당 설정총액의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부동산투기가 극성을 부렸던 2001년 이후 급증해 2006 663.6억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2007~2008년에는 급감한 뒤 올해 매매가 늘어나면서 다시 연환산 577억원 수준까지 급증하고 있다. 또 연도별로 전체 매입자 가운데 근저당설정을 하는 가구의 비율은 대부분 기간 동안 60% 전후 수준을 유지했으나 2차 부동산투기 붐이 일었던 2004~2006년 동안에는 70%까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은마아파트 근저당 설정액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매입자의 평균 근저당 설정액은 1997 0.8억원에서 2006 2.48억원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이후 거래가 줄면서 근저당 설정액이 줄었으나 다시 증가추세를 보여 올해에는 평균 2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근저당설정을 한 매입자의 평균 근저당 설정액도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데 1997년 평균 1.49억원 수준에서 꾸준히 상승해 2006 3.67억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근저당 설정액이 줄었으나 2009년에 다시 3.43억원 수준까지 이르러 2006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부동산 투기가 심해지고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거래가 줄어드는 가운데 은마아파트를 산다고 해도 거액의 빚을 내지 않고는 투자하기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번에는 2009년에 한정해서 은마아파트 매매 실태를 <도표2>를 참고로 세부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올해 10월 중순까지 매매 거래를 한 227가구 가운데 근저당이 설정된 가구는 모두 133가구로 나타났다. 근저당이 설정된 가구의 평균 설정액은 3.4억원, 전체 가구의 평균 설정액은 2억원 정도로 나타났다.

 

 

<도표2> 2009년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부채 실태

() KSERI 작성

 

 

근저당을 설정한 가구의 매매가 대비 평균 설정액 비율은 약 33.4%였다. 이를 좀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매매가 대비 설정액 비율이 60% 이상에 이르는 가구가 전체 93가구 가운데 11가구로 11.8%를 차지하고 있다. 근저당 설정액 비율이 40% 이상인 경우까지 범위를 넓히면 33.3%에 이른다. 더구나 위의 매입자 거주 실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들 가구 대부분이 전월세를 낀 상태에서 은마아파트를 매입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같은 수치가 결코 낮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은마아파트 전세가가 약 2.5~3억원 정도로 매매가의 약 25% 정도를 차지하므로 실제 은마아파트 근저당설정 매입자는 평균 60% 이상 부채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근저당이 설정된 매입자들의 근저당 설정액 총액의 80%를 실제 금융권 부채로 보고 계산의 편의상 연이율을 7.2%(월이율 0.6%)로 잡을 경우 월 이자부담을 살펴보자. <도표2>에서 월 200만원 이상 이자부담을 하는 가구는 39가구(29.3%)에 이르고 월 300만원 이상 이자를 부담하는 경우도 13가구(9.8%)에 이른다. 웬만한 도시근로자 가구의 평균소득인 월 300만원 이상을 이자로 내면서도 이 같은 투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으려면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최소 연간 3,600만원 이상 아파트 가격이 상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상 최저 금리 수준에서도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매월 300만원 이상 거액의 이자를 내면서 버틸 수 있는 가계는 많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 가계가 시장에 급매물을 내놓으면 아파트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2006년말 수도권에서 가계부채 급증을 배경으로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폭등한 뒤 추가 매수세가 끊기자 2007년부터 집값이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꾸준히 하락했던 양상이기도 하다.

 

더구나 만약 5억원을 빌린 가구가 거치기간이 끝난 뒤 원리금을 함께 내게 될 경우 20년 분할 상환을 하더라도 원금만 추가로 208만원 가량을 내야 한다. 이 경우 웬만한 가구는 1~2년 내에 아파트를 처분할 수 없다면 자신 소유의 아파트를 경매에 넘길 수밖에 없게 된다.

 

위에서 본 것처럼 강남 재건축단지의 대명사인 은마아파트는 사실상 부동산 투기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과도한 부채를 배경으로 오른 집값은 부동산시장 안팎의 조그만 충격에도 언제든지 다시 무너지게 된다. 현 정부의 막대한 부양책에 힘입어 급반등했던 강남 재건축 집값이 추가 매수세력이 끊어지면서 가격이 가장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선투자해 놓은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을 띄우는 데 단기적으로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이미 국내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와 있다.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국민을 기만하는 정책 남발과 뒷일을 생각지 않는 재정 적자 확대로 부동산 버블을 더욱 키운 과오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그런데도 상당수 지자체장 후보자들은 각종 부동산 부양과 개발공약을 내세우고 있고, 건설업체들이 설립한 연구소들과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은 지금도 가계 부채를 더 늘려서라도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라고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가계는 더 이상 거품 잔뜩 낀 집값을 떠받칠 수 있는 체력이 바닥났다. 부동산 기득권들이 환상에 사로잡혀 있으면 있을수록 그들에게 시련의 계절은 길어질 뿐이다 

 

 

kennedian3@twee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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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5. 20. 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