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28대책에서 내놓았던 1%대 초저금리 공유형 모기지대출을 12.3대책에서는 더욱 확대했다. 당초 3000억원, 3000호 지원에서 이번에는 2조원, 15000호 지원까지 규모를 크게 늘린 것이다. 이들 모기지대출은 워낙 저금리여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1%대 초저금리이니 그저네, 그저이런 말까지 나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아무리 저금리 대출이어도 빚은 빚을 뿐이다.

 

왜 그럴까? 우선 이들 공유형 모기지대출의 내용을 살펴보자.

 

먼저, 수익공유형은 주택기금에서 집값의 최대 70%까지 1.5% 금리로 20년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1년 또는 3년 거치) 조건으로 최대 2억 원까지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향후 매각차익 또는 평가차익이 발생할 경우 차익의 일부를 주택기금이 배분 받는 조건이 달려 있으며,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는 주택 매입자가 모두 떠안아야 한다.

 

손익공유형은 주택기금이 집값의 최대 40%까지 지분 성격의 저리(초기 51%, 6년차부터 2%, 20년 만기 일시상환) 모기지를 역시 최대 2억원 한도로 공급하는 대신 주택 매입자와 매각 차익뿐만 아니라 손실까지 공유하는 제도다. 매입자와 국민주택기금이 손익을 배분하는 비율은 집값에 차지하는 지분 비율에 따른다. 예를 들어, 매입자가 자기자본 2억원과 주택기금 1억원을 합쳐 3억원짜리 주택을 사서 향후 매각 또는 만기시에 1억원의 수익이나 손실이 발생할 경우 매입자와 주택기금이 각각 주택 매입에 기여한 자금의 비율인 2 1로 수익과 손실을 나눠 갖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유례를 찾기 어려운 모기지 대출을 내놓은 정부의 의도는 집값 차익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고 집값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큰 시대에 정부가 든든히 받쳐줄 테니 안심(?)하고 집을 사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무주택자라면 물가상승률이나 시중 주택대출금리(신규 취급액 기준 20137월 현재 3.77% 전후)는 말할 것도 없고, 현행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의 지원금리(2.6~3.4%)보다도 더 싼 금리로 대출을 받고, 선택에 따라 국민주택기금과 손실 위험까지 나눌 수 있으니 조건에 해당하는 많은 무주택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 하다. 실제로 자격조건에 해당되고 어차피 조만간 주택을 살 계획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면 최대한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게 좋아 보인다. 시중의 어떤 주택자금 대출보다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을 살 계획이 없었던 사람이 무리하게 이 모기지 대출과 다른 대출까지 얻어 집을 사려고 한다면 좀더 신중해야 한다. 우리 연구소가 지속적으로 경고했듯이 향후 집값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무리 금리가 낮다 하더라도 빚은 빚이기에 일정한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데, 집값이 한 번 하락하게 되면 단순히 이자 부담이 조금 적어진다고 해서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값이 향후 5년간에 걸쳐서 30% 가량 떨어지게 되면 매년 시중의 일반적인 주택자금 대출 금리보다 매년 2~3% 가량 낮은 유리한 조건이라고 해서 30%의 집값 하락을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좀 더 구체적인 가상의 사례를 바탕으로 생각해보자. 계산의 편의상 현재 무주택자인 A씨가 전세보증금 3억 원에 세 들어 살다가 전세보증금 3억 원에 주택기금 모기지 대출 최대 한도인 2억 원을 얻어 총액 5억 원짜리 집을 샀다고 생각해 보자. 5년 정도 기간만 따져보면 A씨는 그 동안 발생한 이자 추정액 약 1400만원(수익공유형), 1000만원(손익공유형)을 내야 한다. 일반적인 주택대출에 비해 같은 기간 3500만원이 넘는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부담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빚은 빚이다.

 

그런데 이 집의 가격이 5년 후 4억 원으로 1억 원 떨어졌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A씨는 그 사이 자신의 돈 3억 원 가운데 1억 원을 날리게 된 셈이지만 부채는 여전히 2억 원이 남게 된다.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이용했을 경우 그는 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고, 손익공유형이라도 집값의 60%(3억원)에 비례해 6000만원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명목 가격으로 1억 원이 날아가는 것이지만, 그 동안 물가 상승률이 매년 3%라고 하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그 주택의 실질 가격은 5년 후 35411만원 정도로 떨어진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적인 손실은 약 14600만원 수준으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자기 돈 3억 원을 갖고 있던 사람이 절반 가까이를 까먹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집값이 뛴다면 사정은 다를 수 있지만, 미안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기간을 연장해 모기지 대출 기간인 향후 20년 후쯤으로 잡으면 어떨까. 우리 연구소가 추산한 바 있듯이, 2030년경 전국 기준 부동산 구매력 총량 지수는 2000년 대비 4분의 1 수준, 수도권의 경우 40%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급격한 인구감소와 고령화 추세로 인해 현재와 같은 주택 구매력을 유지하게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때가 된다고 하더라도 주택 가격이 올라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명목가격으로는 주택 가격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연간 물가 상승률이 3%라고 가정할 때 주택 가격이 현재 가치를 유지하려면 명목 가격이 20년 후 87675만원이 돼야 한다. 물론 지난 수십 년처럼 주택 가격이 상승해준다면 그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의 주택시장은 과거와 같은 패러다임으로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

 

더구나 정부가 내놓은 모기지 대출의 조건을 생각해보면 정부 또한 주택 가격 하락에 대해 어느 정도는 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익만 공유하는 경우에 비해 손실을 함께 공유하는 모기지 대출의 경우에는 집값 대비 대출 금액의 비율도 낮고 금리도 5년 이후에는 2%로 높아지도록 설계한 것은 집값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일어날 손실은 감당하겠지만, 손실이 너무 확대되는 경우는 피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면 개별 가계 차원을 넘어 주택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어떨까? 이 제도가 나온 뒤 상당수 신문들은 이 제도 도입으로 주택시장이 상승세로 전환하는데 꽤 도움이 될 것처럼 말하지만, 나는 설득력 없는 주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8.28대책의 약발도 오래가지 않아 바닥나자 정부가 12.3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은 것 아닌가. 그에 앞서 4.1부동산 대책 직후에도 많은 신문들이 그 같은 선동 보도를 쏟아냈지만, 두 달도 채 약발이 가지 않았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듯이 이미 10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를 동반한 부동산 거품, 자산가치로 6500조원이 넘는 부동산 시장의 대세하락을 이 정도 대책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가 신종 모기지 대출에 투입하겠다는 자금 규모가 올해의 2조원이라고 해봤자,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물 한 국자 떠 넣는 정도밖에 안 된다. 또 그 같은 모기지 자금 지원으로 주택을 살 것으로 추정되는 15천 호의 주택 거래량은 2011년과 20122년 간의 연간 주택 거래량 평균 60.4만 가구의 2.5%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15천 호의 주택 거래량조차도 상당 부분은 그 같은 주택 모기지 자금 대출이 없었어도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자체로서는 무너지는 집값을 떠받치는데 별다른 효과를 나타내기 어려울 것이다. 기껏해야 중소형, 저가 주택의 가격 하락세를 잠시 막는 정도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렇게 빌린 대출은 아무리 초저금리라 해도 평생 갚아야 하는 빚이다. 그리고 초저금리까지 내려왔으니 집값이 오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거꾸로 생각해야 한다. 그만큼 주택시장이 어렵기 때문에 1%대 초저금리 모기지대출까지 내놓은 것이다. 신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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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12. 13. 10:00

 

 

보신 분들 계시겠지만, 어제 오랜만에 MBC 백분토론에 출연했습니다. 1년반 정도 만인 것 같습니다. 잘 몰랐는데, 밤늦게까지 많은 분들께서 시청하면서 응원해 주신 모양이더군요. 다음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올려 주시고. 오늘 아침 저의 페북과 트위터에 남겨주신 댓글과 멘션들을 읽으면서 감동(?) 먹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 성원해주시고 아껴주셨는데, 어제 시간 제약이 많아 충분히 말씀 드리기 어려웠습니다.

 

말은 백분토론인데 실제로는 시간이 80분 토론이었고, 시민패널 발언과 사회자 발언 시간까지 포함하면 70분쯤 토론했을까요? 더구나 시간이 짧으니 토론을 주고받기보다는 한 사람씩 짤막하게 돌아가면서 말하게 하는 포맷으로 사회자가 진행하더군요. 정관용교수님의 잘못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바로바로 반박하고 싶은데 그러기가 어려워 토론하면서도 갑갑해지는 토론방식이었습니다.

 

그나저나 나성린의원이나 두성규 연구원이 내놓은 부동산시장 정상화발언, 결국 집값 올리겠다는 것 스스로 폭로한 것 아닌가요? 자신들은 부동산시장 정상화=거래 활성화라고 얘기해놓고는, 지금 상황에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없어서 거래가 안 되는 것이니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결국 집값 상승 기대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하더군요. 이게 결국 정부 대책이 집값 떠받치기 대책이라는 고백 아닌가요?

 

그리고 두성규박사 주장한대로 그 동안 집값 오른 게 주택 품질이 좋아져서라고 하는데, 그럼 지금까지 품질 안 좋아진 물건 있나요? 요즘 세상에 품질을 업그레이드 안 하고 가격 올리면 욕 먹죠? 문제는 한국의 집값은 품질이 좋아진 것 대비해 주택만큼 가격 급등한 재화가 어디에 있나요? 자산과 일반 공산품과의 비교이긴 하나 컴퓨터 등은 품질이 엄청나게 좋아져도 값이 더 떨어졌죠.

 

그리고, 마지막에 나성린의원 취득세 인하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이미 제가 글로 쓰기도 했고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에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판넬을 준비해갔는데, 사용할 시간이 없더군요. 이런 식으로 바로바로 반박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할 수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지금 간단히 말씀드리면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습니다. 점선으로 된 부분이 실제 거래량인데, 취득세 감면을 해주면 일시적으로 거래가 몰리는 효과는 있습니다. 하지만 곧 그만큼 거래절벽이 오죠. 그래서 취득세 감면 종료를 포함한 전후 4개월 평균치를 내보면 실선에서 보는 것처럼 거래 증가 효과가 거의 나타나질 않습니다. 이는 당연할 수밖에 없죠. 집을 사는데 들어가는 수억 원의 비용에서 세금으로 집값의 1%를 깎아준다고 안 살 물건을 사겠습니까? 그런데 나성린의원은 이렇게 일시적으로 거래가 몰렸다 끊겼다 하는 걸 '효과가 있다'고 눈속임한 겁니다. 이처럼 효과도 없는데 240000억 원의 멀쩡한 지자체 세수를 날려서 우리 아이들 무상복지를 비롯해 삶의 질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날리는 겁니다. 이 얼마나 한심한 짓입니까?

 

<그림1>

 

주) 국토교통부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그리고 어제 취득세 영구 인하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효과 없을 겁니다. 취득세 감면 때는 감면 종료 전에 거래가 몰리는 효과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취득세 인하된 상태가 평상시 가격이 되는데 일시적 진폭조차 사라질 겁니다.

 

말이 나온 김에 함께 통과된 수직증축 리모델링 법안에도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원래 주택 리모델링은 거주자가 자비로 자신의 낡은 주택을 수선하거나 개비해서 쓰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수도권 1기 신도시들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아파트 리모델링사업은 소유자들이 자기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낡은 아파트를 새 아파트로 바꾸면서 평수를 넓히려는 시도입니다. 물론 이 같은 소유자들의 욕구는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 건설사들이 새로운 사업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와 맞물려 증폭돼왔죠.

 

하지만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방침에도 불구하고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의 대부분은 사업성이 떨어집니다. 우리 연구소가 한 신문에 소개된 안양시 평촌동 A아파트 전용면적 58m²의 사례를 분석해본 결과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해도 가구당 분담금이 1억원이 넘었습니다. 이보다 넓은 아파트일수록 분담금은 더 커져 대형 아파트의 경우 2~3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 이렇게 비용을 들여 리모델링해서 얻을 수 있는 예상 시세 차익은 현재 가격 수준에서도 4500여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향후 집값이 더 내린다고 생각하면 시세차익은 없이 분담금 비용만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거죠. 물론 이 정도 비용과 예상 차익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아 사업 추진은 시간이 지나면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어쨌거나 정부여당이 추진한 부동산 관련 입법들이 하나둘씩 통과되고 있네요. 그래서 이런 보도가 나오자 마자 또 ‘1기신도시 지역들 들썩이런 식의 보도가 나오고 있네요. 무슨 주식도 아니고 법안 통과되자마자 주택이 들썩인답니까? 그냥 바람잡는 보도이지요. 하지만 속지 마세요. 결코 오래 못 갑니다. 8.28대책 나오고 11월 들어 집값이 다시 가라앉은 게 정말 법안 통과 안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을까요? 더 이상 빚 내서라도 집을 사줄 사람들이 없어서일 뿐입니다. 제 평소 정책적 지향과는 다르지만 차라리 이렇게 빨리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부동산 관련 입법들 마저 다 통과됐으면 좋겠네요. 부동산 입법이 통과 안 돼 집값 떨어진다는 얘기 안 나오도록 말입니다. 결국 이들 입법 다 통과돼봐야 최대 2~3개월 정도도 약발이 지속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 여기에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어제 백분토론에서 확인한 것처럼 이명박정부 때 훨씬 더 가계부채와 공공부채가 많이 늘었는데도, 그런 사실을 외면하고 왜곡하는 사람이 집권당의 정책통이랍시고 나대고, 건설산업연구원 등 건설업계 이해를 대변하는 연구원들만 친하게 지내니 이 나라 부동산정책이 제대로 될 리가 있나요? 대책이라고 내놓아 봐야 늘 부동산 부자들 위한 대책이니 서민들은 늘 고생만 하게 되죠. 그런 현실 모르는 건 아닌데, 어제 백분토론 하고 나서 그런 마음에 더 씁쓸해졌답니다. 그래도 힘내려 합니다. 여러분들이 같이 힘내주시고 격려해주시니 외롭지도 않습니다. 언젠가는 저들도 더 이상 이대로 버틸 수 없다는 걸 깨달을 때가 올 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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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12. 11. 11:54

 

 

집값이 오르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야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일자리도 늘어나며 서민들의 살림살이도 나아진다는 주장이 흔히 들린다. 더구나 부동산 침체와 경기 침체가 겹치니 많은 이들이 부동산 경기가 살아야 우리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집이라도 팔려야 대출 빚이라도 갚을 텐데하고 한숨짓는 하우스푸어들 입장에서는 이런 기대가 더욱 간절할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우리 경제에 생기가 돌고, 일자리가 늘어날까? 현상만 보면 그럴 것 같지만 지금 한국경제가 악화된 근원을 생각하면 오히려 정반대에 가깝다. 실은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서 결국 경제가 침체와 위기에 빠지고 일자리와 소득도 줄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땅값, 집값이 오르면 사람 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가상의 예를 들어 보자. 50대 중반반인 김중화씨는 2년 전 정규직장에서 퇴직한 뒤 동네에서 중화요리식당을 차렸다. 김씨는 한 달에 5,000원짜리 짜장면을 4천 그릇 정도 팔고 있다. 그러면 매출은 2000만 원이다. 이 가운데 식재료비로 30%600만 원을 쓰고 주방장과 주방 보조 월급으로 500만 원을, 홀에서 서빙을 보는 아르바이트생 두 명에게 월 200만 원을 지급한다. 그리고 전기료, 수도료 등 각종 공과금 비용이 100만 원 정도 나간다. 그리고 가게 임대료를 월 200만 원정도 내고 있다. 그러면 김씨에게 남는 돈은 월 400만 원 정도다.

 

그런데 가계 임대 계약을 연장하려고 하니 건물주가 요즘 주변 시세가 많이 뛰었다면서 임대료를 30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베이비부머들의 대거 은퇴로 자영업을 차려 들어올 사람들은 줄을 섰으니 싫으면 나가라고 한다. 김씨는 고민해봤지만 다른 곳의 임대료도 이미 올라있고 인테리어와 이사 비용을 감안하니 다른 곳으로 옮기기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주인 요구에 따라 100만원을 더 올려 주기로 했다.

 

그런데 오른 임대료를 보상하기 위해 자장면 값을 올릴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사람들은 비슷한 다른 중국식당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 뻔했다. 식재료비도 이미 더 아낄 수 없을 만큼 아끼고 있었다. 식재료비를 아끼기 위해 중국산, 동남아산 식재료까지 사다 쓴 지 오래다. 그렇다고 자신의 노후비용은커녕 아직 대학에 다니는 두 자녀 학비와 당장의 생활비를 생각하면 수입이 월 100만원 씩 줄어드는 것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는 결국 아르바이트생 두 명 중 한 명을 내보내기로 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여파가 김씨의 경우에는 임대료 상승으로 나타난 경우다. 그런데 임대료 상승에 따라 다른 비용을 아끼다 보니 결국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김씨의 경우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로 생각해보자. 2000년대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동안 김씨와 같은 결정을 내려야 할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면 김씨처럼 두 명 쓸 걸 한 사람으로 줄이는 상황이 계속되면 경제 전체로는 실업난과 고용 불안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는 김씨가 같은 상황에서 두 명의 알바생을 고용하되 알바비를 깎는 식으로 대응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상황이 경제 전체로 확대되면 비정규직과 ‘88만원세대가 급증하는 것이다. 2000년대 내내 정규직은 줄고 비정규직은 늘었고 고용의 알바화현상이 나타난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상의 내용을 매우 기본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중요한 경제학적 원리로 풀어보자. 완전경쟁을 전제로 하는 시장경제에서 자원은 시장가격에 의해 자연스레 배분된다. 그런데 이 때 시장가격은 단순한 명목가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각 재화의 상대가격을 말한다. 현실에서는 무수한 재화가 있지만 설명의 편의를 위해 고전적인 경제학에서 말하는 생산의 3요소인 노동과 자본, 토지(부동산) 만으로 구성된 시장경제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우선, A라는 나라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 노동과 자본, 부동산의 상대가격이 100 200 300이라고 해보자. 시장경제에서는 이 같은 상대가격에 비례해 자원이 돌아간다. 따라서 A는 부동산의 상대적 가치가 가장 높은 부동산 중심의 경제이고 부동산 투기가 수시로 일어난다. 대신 자본의 가치는 떨어지고, 더더욱 노동, 즉 사람값은 가장 떨어진다. 이런 나라에서는 부동산이라는 자산을 가진 사람들만이 승승장구하고 웬만한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기도 어렵고 임금도 높지 않다. 임금이 높지 않으니 소득이 늘지 않고 저축과 소비도 많이 할 수가 없다. 사람들이 저축을 많이 할 수 없으니 경제 전체적으로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어렵고 소비를 줄이니 내수가 갈수록 위축된다. 결국 시간이 갈수록 그 경제는 침체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경제가 지속될 수 있을까? 경제가 침체되면 결국 비싼 부동산을 사줄 수 있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 결국 부동산 가격도 어느 시점에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은 이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사람값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원래도 사람값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나라였는데, 2000년대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서 사람값은 더 낮아질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것이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양산으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내수가 침체하고 일자리가 사라지며 임금도 떨어지거나 정체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헤매고 있는 이유의 상당 부분도 바로 부동산 가격 거품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김씨가 경영하는 중국식당 사례에서 봤듯이 부동산 임대료가 100만원씩 올라갈수록 알바 일자리 하나씩이 사라지고, 200만원 오르면 정규직 일자리가 어딘가에서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번에는 A의 경우와는 상반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B라는 나라에서는 노동과 자본, 부동산의 상대가격이 300 200 100이라고 해보자. 이런 나라에서는 사람값이 가장 높은 경제다. 이런 나라에서는 노동의 질적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나라로 일자리도 풍부하고 임금도 높다. 이런 나라에서 노동자는 부동산 투기를 통해 한 탕을 노리기보다는 자신의 직무 역량을 높이는 등 자기계발에 치중한다. 자기계발에 치중해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 가계경제를 확실히 개선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 가계는 높은 소득으로 저축과 소비를 하게 되고 결국 경제 전체가 계속 활발해진다.

 

과거 일본이나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부동산 투기 거품이 심각했지만, 적어도 이들 선진국의 공통점은 인건비가 매우 비싸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지표로 이들 나라에선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그래서 이들 나라에서는 식당 알바나 청소부로 일해도 일정한 생활이 가능해진다. 이런 경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가 건강해지고 전반적인 가계의 살림살이가 윤택해진다. 또한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나면 더 이상 기댈 데가 없는 경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제가 된다.

 

우리 연구소가 토건과 부동산을 상징하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사람에 투자하자고 주장하는 데는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는 지식정보화, 창의경제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식을 생산하고 정보를 가공하고 창의성을 발현하는 주체가 누구인가? 바로 사람이다. 사람에 투자하지 않고는 이 나라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바로 사람 값이 올라가고 우리 젊은이들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득이 증가한다. 그래야 내수가 활성화되고 경제가 건강해지고 지속 가능해진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기 열풍이 몰아치면서 우리 경제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 생산경제에서 돈이 돈을 낳는 투기적인 자산 경제로 급속하게 바뀌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뛰면서 전반적인 고비용 구조가 형성됐고, 제품과 서비스 가격은 계속 올랐다. 이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자리가 없어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까지 오르니 경기 사이클과 상관없이 서민경제는 늘 만성불황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아무리 해도 너무 높아진 부동산 가격을 떠받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렇게 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왔는데도, 정부와 상당수 언론들은 여전히 부동산시장을 살려야 경기가 좋아진다는 식의 인식과 처방을 내놓고 있다. 그렇게 부동산 가격을 억지로 떠받치면 떠받칠수록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내수가 침체되는 등 나라 전체적으로 기회비용은 막대하게 커진다. 물론 부동산 거품이 꺼질 때는 충격이 따르지만 그것은 이미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이미 생겨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일정한 충격이 있더라도 질서정연한 형태로 부동산 거품을 빼고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는 것이 길게 보면 우리 경제에 돌아올 충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또한 그것이 장기적으로 사람값을 올려서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나는 건전한 경제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출간 일주일 만에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에서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특히 알라딘에서는 종합 6위까지 올라갔습니다. 성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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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12. 10. 10:23